제행무상 (諸行無常)

기사입력 2018-02-14 17:27 기사수정 2018-02-14 17:27

우주 만물은 항상 생사와 인과가 끊임없이 윤회하므로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음을 뜻하는 말이다.

문화센터 노래 교실에 다닌 지 20년이 되었다. 갑자기 노래 강사가 그만 둔다고 했다. 이젠 좀 쉬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노래 강사가 오는 것이 아니라 아예 폐강된다는 것이었다. 새 학기 등록을 하려다가 접수처에서 접수를 거부하는 바람에 대 혼란에 빠졌다. 정들었던 강사를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되는 것도 슬픈 일인데, 20년이나 같이 얼굴 보던 회원들이 헤어지는 것도 큰 충격이었다.

문화 센터 사무실에 몰려가 대책을 세우라고 했다. 그러나 담당 강사는 이미 사표가 수리 되었고 후임 강사를 물색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요즘처럼 일자리 구하기 힘든 때에 후임자가 없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따졌다. 최소 수강인원 5명인데 우리는 20년 동안 같이 해 온 고정 인원이 20명이다. 신입회원이 나머지 10명을 채워 30명 정원인 교실인데 폐강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따졌다. 그러나 백화점 운영 지침 상 강사의 요건이 엄격해서 후임자 선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단 우리 노래 교실은 저녁 시간이라 대부분 낮 시간에 운영되는 노래 교실 강사들은 저녁 시간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또 대부분 주부들을 대상으로 트로트 위주로 율동이 가미되는 낮 시간 노래 강사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처럼 발라드 위주로 조용한 노래를 즐기는 수강생들에게 맞는 강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백화점 강사가 되려면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고도 했다. 간염 등 전염성 질병을 가진 사람, 성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 등은 건강검사와 신원 조회로 배제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 관문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의 강사 경력과 강의 실습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이런 사람을 구하려면 남은 며칠 동안으로는 불가능하고 최소한 한 달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한 회원이 ‘제행무상 (諸行無常)’이라며 만나면 헤어질 때가 있는 법이니 받아들이자고 했다. 20년이나 노래 교실에 다녔으니 그만 둘 때도 되었다는 것이다. 노래교실을 계속 다니는 것도 좋지만, 다른 배울 것도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회원들은 강사가 바뀌는 것은 이해하겠으나 폐강은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나온 신의 한 수가 새 강사를 정할 때까지 기존 강사가 아르바이트 방식으로 계속 해준다는 것이었다. 사표가 수리 되었으니 정식 강사가 아니고 대신 나오는 대강사로 나오는 것이다.

일단 지난 20년 동안 이 노래교실을 거쳐 갔던 회원들을 한 자리에 불러 강사 송별회를 해주기로 했다. 이미 오래전에 그만 둔 회원들도 많았지만, 여전히 연락은 되고 있었다.

강사가 바뀌면 제행무상을 받아들이고 노래교실을 그만두는 회원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새 강사를 일단 보고 나서 계속 수강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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