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처드 3세’

기사입력 2018-03-13 09:19 기사수정 2018-03-13 09:19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연극 ‘리처드 3세’ 로비의 포토존(박혜경 동년기자)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연극 ‘리처드 3세’ 로비의 포토존(박혜경 동년기자)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역사가 있다. 우리나라도 건국부터 왕조가 바뀌는 동안의 역사 이야기를 필자는 소설보다 더 흥미롭게 배웠다.

왕위에 오르기 위해, 아니면 왕권을 지키려고 암투와 배신, 음모 등 많은 술수가 동원되는 건 동양이나 서양이 마찬가지인 것 같다.

따스한 겨울 어느 날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영국의 역사 한 부분인 리처드 3세 이야기를 다룬 연극을 보았다. 영국의 역사도 이야기책을 읽는 것처럼 매우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많다.

동화인 줄 알고 있던 내용도 실은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리처드 3세에서는 그가 악인으로 표현되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때가 튜더왕가 시대였으며 튜더왕가의 첫 번째 국왕은 리처드 3세를 물리치고 집권한 인물이니 성공한 세력에 의해 역사는 다르게 전해 내려올 수도 있었겠다.

15세기 영국은 빨간 장미 랭커스터가와 흰 장미 요크 가로 나뉘어 갈등과 분열이 있었는데 전쟁에서 승리한 요크 가의 장자 에드워드 4세가 왕위에 오른다.

요크 가는 왕이 된 에드워드와 둘째 조지, 그리고 셋째 아들 리처드가 있다.

그중 셋째인 리처드는 유머와 총명한 식견을 가진 왕족으로 태어났지만, 곱사등이라는 신체적인 불구로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결핍과 콤플렉스 속에서 성장한 그는 비틀린 욕망이 커지고 빼앗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것들을 탐하기 시작한다.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연극 ‘리처드 3세’ 로비의 포토존(박혜경 동년기자)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연극 ‘리처드 3세’ 로비의 포토존(박혜경 동년기자)

연극을 보기 전부터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영화배우 황정민이 불구의 몸인 리처드를 맡았는데 신들린 것처럼 열정적인 연기가 놀랍다는 평을 들었다.

첫째인 에드워드 4세 역시 연기파 배우 정웅인이 맡았고 왕비에 개성 매력파인 김여진이 열연을 펼쳤다.

출연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진지하고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고 일곱, 여덟 살 정도의 황태자 역할을 한 어린 소년 두 명의 연기도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다.

(멋진 연기를 펼친 리처드3세 역의 배우 황정민)

배우 황정민은 소름 끼칠 정도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시종일관 굽은 허리와 움츠린 다리, 뒤틀린 손목으로 권모술수를 펼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왕위에 오를 생각으로 자신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사람들을 암살하는데 동정이나 연민은 없었고 화려한 언변과 꾀를 이용했다.

병석에 있는 큰형 에드워드를 꼬드겨 둘째 형이 왕위를 빼앗으려 한다는 루머로 이간질해 런던탑에 가두게 한다.

그러면서 둘째 형에게는 자신이 돕겠다는 말로 안심을 시키고 형을 원망하게 만들어 버리는 술수를 썼다. 결국, 첩자를 시켜 왕의 명령이라는 거짓말로 둘째 형을 암살한다.

둘째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에 괴로운 큰형은 마음의 병으로 사망에 이른다.

이렇게 손쉽게 형들을 없앤 리처드는 주변의 인재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왕비와 대립하게 된다.

피도 눈물도 없었는지 결국 어린 황태자인 조카 두 명도 런던탑에 가두었다가 암살자를 보내 죽이고 만다.

그때 어린아이들의 연기가 어찌나 가슴 아픈지 눈물이 났는데 다행스럽게도 두 조카를 죽이는 장면은 암살자가 입고 있던 큰 망토를 펼쳐 두 아이를 덮는 것으로 연출되었다.

정적을 죽이는 장면은 무대에서의 모션 후 큰 화면을 통해 관객에 보이는 형식을 써서 더욱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셰익스피어가 탄생시킨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악인이라는 평을 듣는다는 리처드 3세 이야기, 소문대로 리처드 3세를 연기한 황정민 배우의 매력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기회로 정말 잘 연출된 재미있는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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