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곳, 길동생태공원

기사입력 2018-05-30 08:43 기사수정 2018-05-30 08:43

▲빛이 내리는 숲(이현숙 동년기자)
▲빛이 내리는 숲(이현숙 동년기자)

가봐야지 마음만 먹다가 하루는 인터넷을 열고 무조건 예약을 했다. 길동생태공원은 사전예약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하루 입장할 수 있는 총 정원이 400명 이내다. 자연 생태계 보호를 위한 공원 규칙이다.

같은 서울이지만 길동생태공원은 내가 사는 곳에서 아주 멀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갈아타고 거의 두 시간 만에 도착하는 곳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주변의 푸근함에 기분이 마구 좋아진다. 나지막하고 아늑한 울타리 너머엔 숲이 보인다. 탐방객 안내소에서 예약 확인을 마치고 들어서니 행복감이 차오른다.

끝을 알 수 없는 긴 나무 바닥이 초록으로 우거진 숲을 가르며 펼쳐진다. 나무의 부드러운 삐걱거림이 좋다. 흙을 밟으면서 보는 오솔길의 찔레꽃과 개망초가 예쁘다. 청량한 새소리를 이렇게 생생하게 듣다니 혼자서 흐뭇하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반갑다.

걷다 보면 거미줄이 내 안경 앞에 걸려서 걷어내기도 하고 뭔지 모를 것이 나무에서 떨어져 옷에 붙기도 한다.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이 기쁨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아끼듯 걷는다. 가끔 멧돼지가 출몰하니 주의하라는 안내문도 있다. 밀림의 한 귀퉁이처럼 작은 숲길을 지나 원시림의 어딘가에 있는 듯하다. 숲의 고요가 짜릿한 위안을 준다.

▲길동생태공원의 고요한 습지(이현숙 동년기자)
▲길동생태공원의 고요한 습지(이현숙 동년기자)

웅덩이와 습지를 지나면서 인위적 손길이 덜 타게 하느라 애쓴 흔적을 곳곳에서 느낀다. 습지 지구에서 자라는 곤충이나 식물들이 편안히 지낼 수 있는 곳, 우리의 농촌 마을에서 볼 수 있는 텃밭 채소와 움집 등의 풍경이 어색하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 이 땅의 환경조건에 맞는 꽃이나 토양생물들이 조화롭게 살 수 있도록 자연 상태로 그대로 둔 것을 볼 수도 있다. 언제까지나 내버려 둔 듯 수더분하게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각종 새와 저수지의 물고기와 생태계의 고리를 위한 연결도 배려했다. 또한, 동식물들을 보호하면서 시민들이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생물들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우리에게도 그 중요성을 알게 하는 조화로움을 가꾸는 숲이다. 잘 보존된 자연이 수수하면서도 마음을 풍부하게 해준다. 신선한 공기 속에서 숲의 신비로움을 마음껏 누려본다. 시민들에게 건강한 생태공간을 제공하고 환경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곳이다.

나 혼자만 알고 싶은 곳, 심신의 위로가 필요하고 내게 고요한 시간이 절실할 때 조용히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그 숲을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길동생태공원은 싱그럽게 짙어가는 녹음으로 여름을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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