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무나 하나

기사입력 2018-07-16 15:11 기사수정 2018-07-16 15:11

세상에 알 수 없는 오묘한 것이 남녀관계이다. 인류가 지구 상에서 종말을 고하지 않고 살아남아 종족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남녀가 커플을 이루어야만 한다. 신이 우리가 모르는 어떤 강력한 자석을 남자와 여자의 머리에 심어 놓았음이 분명하다. 문제는 인간이 이 자석의 작동원리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누구나 똑같은 자석을 하나씩 품고 있지만, 왜 특정한 자석에만 끌리느냐는 것이다.


특정한 사람에게만 끌리는 현상을 ‘사랑’이라고 이름 붙여 부르고는 있으나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왜 그 사람에게만 끌리는지 이성적으로나 과학적으로 해명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좀 더 나은 후손을 얻기 위해 자신이 가지지 못한 요소를 가진 상대에게 끌린다고 말한다. 오랜 사귐 끝에 상대가 나에게 없는 무엇을 발견할 때는 그럴 수 있으나 첫눈에 반하는 현상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심사숙고해서 배우자를 찾는다 해서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날 무수히 벌어지는 이혼이 다 사랑 없이 대강 결혼했기 때문은 아닐 터이다. 젊은 날 주변에서 다 그 사람과의 결혼은 아니라고 말렸던 친구가 지금은 아들딸 낳고 잘 사는가 하면 남자가 죽고 못 살 듯이 쫓아다녀 결혼했으나 그 후 끝없는 바람기에 지쳐 체념하고 사는 친구도 있다. 큐피드의 활 솜씨가 그리 좋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작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는 대부분 사랑의 정체를 잘 모른 채 어떤 주관적인 느낌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예컨대 어떤 이는 상대가 자신에게 집착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자신의 지배에 상대가 순종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여긴다. 어떤 이는 끊임없는 물질 공세를 사랑의 표현이라고 느낀다. 장님 사랑 만지듯 한다는 말이다.


흔히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결혼한 이들에게 닥치는 권태기가 그 증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동물들의 짝짓기와 무엇이 다른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일부종사, 백년해로하는 동물이 없음을 생각하면 사랑이 인간의 고유한 정서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마치 동물에게나 있는 유통기한이 있다면 필시 이도 사랑의 본질이 아님은 분명하다.


나이를 먹었어도 사랑 이야기가 좋은지 그동안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을 흥미 있게 보았다. 그들이 썸 타는 모습도 재미있었지만, 옆에서 패널들과 함께 그들을 관찰하며 커플 성사 여부를 추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 프로를 보면서 느낀 바는 사랑의 본질은 모르지만, 사랑의 현상은 눈치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는 상대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는 것이다.


백 년을 살아도 사랑이 무엇인지 정체는 알아낼 수는 없겠지만, 진짜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대상 앞에서 약해진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두 사람이 사랑한다면 둘 중 더 사랑하는 쪽이 약자가 되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역설이다. 상대를 이기려고 하고 상대를 복종시키려 한다면 가짜 사랑임이 분명하다. 상대에게 져주려고 하는 마음이 든다면 어쩌면 당신은 사랑의 오솔길에 접어든 것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들에 나가면 토끼풀밭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걸 찾으면 ‘행운’이 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나이 들어 지천으로 깔린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임을 알았다. 사랑도 로또처럼 단박에 오는 행운이 아니라 기나긴 세월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삶 속에서 얻어지는 작은 행복들의 집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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