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 이야기, 사마귀의 살신성인

기사입력 2018-10-02 08:42 기사수정 2018-10-02 08:42

(변용도 동년기자 )
(변용도 동년기자 )

카메라를 손에 든 사진작가의 눈매는 날카로워진다. 새로운 피사체를 찾아 집중하기 때문이다. 시선은 쉴 사이 없이 분주해진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를 닮아가는지 모른다. 어느 순간 보기 쉽지 않은 사진 소재를 발견했거나 사건을 만났을 때는 가슴이 뛴다. 순간 포착에 숨이 멎는다. 발견의 기쁨이 커진다. 가을이 익어가는 산길 산딸기 잎에 짝짓기하는 사마귀 한 쌍을 발견하고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마귀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 하는 단순한 모습으로 보았다. 촬영된 사진을 LCD 화면으로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암컷 등에 앉은 수컷의 대가리와 목 일부가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보기 드문 장면이어서 조심스레 다가가 앵글을 바꿔 몇 컷을 더 찍었다.

사마귀의 살신성인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놀라운 현실 앞에 몸서리 처지기도 했다. 미물에 가까운 곤충의 생활상이나 가슴이 섬뜩해진다. 마음이 여려서일까? 아니면 감성이 남달라서일까? 사마귀 대가리와 목 일부가 이미 암컷에게 뜯어 먹혔다. 뜯어 먹힌 지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암컷 등에 앉은 수컷은 아직 세포가 살아있는 듯했다. 평소에 보기 쉽지 않은 광경의 발견이다. 짝짓기를 마친 사마귀 수컷이 암컷의 먹이가 되는 순간을 포착한 셈이다. 사마귀의 종족 번식을 위한 살신성인의 고귀한 사랑 이야기는 학창시절 생물 시간에 배워서 알지만, 그 현장을 만나기는 처음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수컷은 체구가 암컷에 비해 작다. 짝짓기를 마치면 암컷은 수컷을 먹어 새끼 낳을 영양분을 채운다. 수컷은 종족 번식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잔인 그 자체지만, 그것이 사마귀의 생태계이니 어찌할 도리가 있겠는가? 자녀를 위한 부모의 희생정신을 자연에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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