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역시나 시월이 가기 직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 노래를 들었다. 시월 끝 날에 의미를 두기보다 말일까지 처리해야 할 각종 고지서에 신경쓰다보니 어느덧 11월이 훌쩍 넘어갔다.
요즘 대전과 충남지역에서 마을공동체 붐이 한창이라 대전시 주관으로 공동체를 소개하는 책자 발간 작업에 참여하며 글을 쓰고 있다. 벌써 이것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역에 들를 때마다 일행과 밥을 먹고 나면 자연스레 카페를 가곤 한다. 차 한 잔을 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마땅한 데가 카페만한 곳이 없다.
일상에 스며든 카페. 요즘은 마을 원주민이 떠난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인테리어로 꾸민 카페가 눈에 띈다. 정원에 방치된 측백나무, 향나무를 카페 분위기와 어울리게 활용한다. 또 농협창고가 카페로 변한 곳이 있다. 천장이 높아 한결 탁 트인 느낌이다. 칸막이 없이 널찍한 홀에 외국항아리, 중국침대, 수를 놓은 크고 작은 쿠션들이 판매를 겸하기도 한다.
시골 한옥을 개조해 두 부부가 몇 년 동안 공들여 만든 카페에도 간 적이 있다. 때마침 이슬비가 잠잠히 오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지는 곳곳마다 내 유년이 소환된 착각이 들었다. 대청마루에 앉아 하루 종일이라도 멍 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단아하고 정갈함에 감탄하며 화장실에 들렀을 때, 나는 잠시 신발을 벗어야하나 망설였다. 화장실을 나오기 전에 신발바닥 자국을 휴지로 닦았다. 주인이 내 얘기를 듣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신발신고 들어가는 화장실이라고.
어느 날에는 2층 카페에서 마당 모퉁이에 앙증맞은 테이블을 내려다보았다. 주택에 살던 내 기억에 그곳은 화장실 혹은 창고로 쓰였을 법한 공간이다. 아마도 카페 분위기를 살리고자 소품을 놓았을 게다. 카페 옆으로 오래된 집의 담에는 녹슨 철조망이 자리 잡았다.
시월이 지나 계절은 어느덧 초겨울을 향하고 있다. 따뜻한 커피가 놓인 자리에 스스럼없는 친구와 마주하고 싶은 밤. 한때는 가까운 앞집 옆집과 ‘우리 집에 커피 마시러 와~’라는 말을 하며 살 때도 있었다. 아이가 같은 또래면 엄마들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카페가 자꾸 생기는 것은 내 집을 개방하지 않으려는 환경이 탓일까. 빠른 속도로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믹스커피를 나눠 마시며 수다를 떨던 내 또래 이웃은 지금 어디 있을까. 빠른 속도로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래서일까. 카페는 복고를 되살리며 나를 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