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말농장의 설렘!

기사입력 2020-04-06 14:11 기사수정 2020-04-07 09:27

▲주말 농장 전경(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주말 농장 전경(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무엇이든 처음 도전하는 일은 경이로운 일인가 보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농사일을 도왔지만 벌써 50년 전 일이다. 그땐 시키는 일만 따라 했기에 신비로움도 없었다. 생계를 위한 노동의 일이니 고되고 힘들 뿐이었다. 도시에 살면서 모든 것을 시장에서 사 먹어야 했다. 얼마 전 은퇴하면서 주말농장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도보로 30분 거리에 주말농장을 분양하는 곳이 있었다. 성내천 산책로 바로 근처였다. 송파구청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경쟁 속에 분양이 끝났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그 옆 일반분양하는 곳을 계약했다.

분양계약을 마치니 주인이 웃으면서 농담을 건넨다. ‘이제 선생님 땅입니다. 가져가세요.’ 서울 한복판에 내가 농사지을 땅이 생겼다니 기분이 묘했다. 비록 1년 계약의 작은 땅이지만 분명 내 소유다. 1년 먹을 채소와 야채를 해결한다니 기대가 부푼다. 주위 환경도 좋았다. 근처에 벚꽃이 줄지어 핀 성내천이 흐른다. 물속에는 잉어가 큰 입을 벌리고 먹이를 조른다. 서울 도심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이야.

▲주말농장 부근 성내천 길(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주말농장 부근 성내천 길(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아내와 함께 무엇을 심을까 상의하는 일도 즐거웠다. 경험자의 조언과 인터넷을 찾아보며 심을 작물을 선정하였다. 농작물도 심는 시기가 있어 아무 때나 심거나 씨뿌리는 게 아니었다. 우선 감자와 채소 씨를 뿌리기로 했다. 감자는 집 베란다에 있는 감자를 쓰기로 했다. 봄이 되니 싹이 터 있었다. 씨눈을 중심으로 두세 조각씩 잘라내니 씨감자가 되었다.

▲ 씨 감자 (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 씨 감자 (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농장 옆 화원에는 수 십 가지 씨앗을 팔고 있었다. 상추도 식감과 맛이 다르다는 흑삼치마, 모듬 상추, 상추 적치마, 뚝섬 적치마 등 종류도 다양했다.

20년 농사를 지은 농사꾼의 조언에 따라 상추는 씨앗을 뿌리기로 했다. 모종보다 씨뿌리는 상추가 훨씬 풍성하고 맛있다고 한다. 다른 야채로는 부추, 케일, 쑥갓, 당귀, 청경 근대, 아욱 등을 골랐다. 토마토는 큼직한 일반 토마토와 방울토마토 등 3포기씩 심기로 했다. 고추도 풋고추와 매운 청양고추 그리고 가지, 열무를 순차적으로 심고 밭 입구에 옥수수 몇 포기를 수위병처럼 심기로 했다.

▲각종 채소 씨앗(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각종 채소 씨앗(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거름을 주고 흙을 골라 만든 둔덕에 골을 내고 씨앗을 뿌렸다. 파란 새싹이 자랄 생각에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하루가 멀다고 주말농장을 찾게 되었다. 손수 씨 뿌려 가꾸는 농장이라 애착이 가고 궁금해진다. 첫 아이를 기다리는 심정이다. 평소 야채를 많이 먹기에 직접 키우는 주말농장은 참 잘했다 싶다. 주말농장이 왜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다음과 같은 혜택이 있었다.

1. 신선한 야채를 직접 생산해 먹을 수 있다

2. 씨 뿌려 가꾸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3. 식물의 생명력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4. 자연과 소통할 수 있다.

5. 이웃과 나눠 먹으며 우의를 나눌 수 있다.

6. 오가며 건강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7. 나만의 놀이터가 생긴 것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새싹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설렘이요. 커가는 식물들과 소통하는 일이다. 심은 대로 거두어들이는 자연의 겸손함. 잡초를 제거하고 가꾸며 수확하는 기쁨에 흠뻑 빠질 것이다. 수북이 올라온 야채를 뜯어, 밭 자락 원두막에 올라 삼겹살 구워 먹는 들 밥맛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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