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40세 은퇴 시대…프리시니어도 인생 2막 준비해야

기사입력 2021-06-11 17:09 기사수정 2021-06-11 18:22

▲한 구직자가 구인정보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이투데이)
▲한 구직자가 구인정보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이투데이)

금융권 종사자들의 은퇴 나이가 빨라지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은행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며 은퇴자 연령이 빨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은행에서는 만 40세 퇴직자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은행업계에 종사하는 4050 시니어들일수록 더 빨리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이 오는 14일까지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1월에도 신한은행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날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 해에 희망퇴직 신청을 두 번이나 받는 적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희망퇴직 신청은 일반직, 계약인력 가운데 1972년 이전 출생한 15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2019년 희망퇴직이 1964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6년이나 낮아졌다. 2년만에 연령 기준을 크게 내리며 대상 연령층을 대폭 확대한 셈이다.

신한은행처럼 다른 은행들에서도 희망퇴직 대상자 연령이 내려가면서 은행업계 종사자들의 은퇴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각 은행이 추진한 희망퇴직 대상자들은 주로 1960년대 중반 베이비부머 세대였다. 그런데 올해는 희망퇴직 대상자에 1980년대생까지 포함될 정도로 연령층이 크게 내려갔다.

국민은행은 올해 1965년부터 1973년까지의 출생연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019년 초에는 희망퇴직 대상자 최저연령은 1966년생이었다. 신한은행과 같이 2년만에 대상층이 5년이나 젊어졌다.

NH농협은행은 올해 1964년부터 1980년까지 태어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년 전에 1963년부터 1978년까지 출생자를 대상으로 한 2년전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하다. 다른 은행과 달리 희망퇴직 대상자 연령층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희망퇴직 대상 연령이 만 41세까지 가능해 2년 전에는 희망퇴직 연령이 가장 낮은 은행이었다. 올해는 이 자리를 하나은행이 차지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2년 전에 1964년 이전 출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그런데 올해는 연령층을 대폭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1966년부터 1974년까지 출생자를 대상으로 해 최저 연령대가 무려 8년이 더 낮아졌다. 하나은행은 더 크게 바뀌었다. 1965년부터 1981년생을 대상으로 퇴직 신청을 받아 만 40세까지 연령층이 낮아지며 올해 희망퇴직 신청 연령이 가장 낮은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주요 은행의 희망퇴직 대상자 최저연령 변화(자료=5개 은행)
▲주요 은행의 희망퇴직 대상자 최저연령 변화(자료=5개 은행)

신한은행은 올해 희망퇴직자에게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 월급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다. 한 달 월급이 10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3억6000만 원을 특별지원금으로 받는 셈이다.

또 신한은행은 희망퇴직 직원들을 관리전담·금융상담 계약직 인력으로 다시 채용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이들에게는 자녀학자금과 창업지원, 건강검진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권에서 희망퇴직을 하면 그동안 불입한 퇴직연금을 일시불로 목돈 형태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전문가는 "은퇴자들이 퇴직금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퇴직금만 보고 퇴직할 경우 위험하다"며 "은퇴 이후 경제활동을 준비하고 퇴직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5년간 은행에서 일하다 2015년 말 명예퇴직한 A씨는 최근 유튜브 ‘너와 나의 은퇴 학교’ 채널에 출연해 “명예퇴직이 갑자기 이뤄져 미래를 미리 고민할 시간 여유가 없었다”며 “희망퇴직을 선택하면 당장 수억 원 상당의 특별퇴직금을 받을 수 있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1주일 만에 결정했다. 미리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단돈 50만 원을 벌면서 퇴직금을 관리하는 사람과 소득 없이 퇴직금을 관리하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자산 규모에서 차이가 크게 난다. 또 일을 하면 더욱 건강하고 보람 있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권 희망퇴직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덧붙였다.

대기업 금융기관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이라면 상장을 앞두고 있는 중소기업 재무 담당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 코스닥 시장에 이제 막 등록했거나 등록 직전에 있는 회사는 재무 담당 인력이 취약하다. 이들은 증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다수의 투자가에게 기업재무 내용을 홍보해 본 경험이 없다. 이런 업무는 금융기관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경험한 사람의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해본 사람은 자산운용상담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 은행은 자산관리사 중 일부를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꽤 있다. 은퇴 전에 ‘회사의 금융상품 판매 대리인’으로 근무했다면 이제부터는 ‘고객의 구매 대리인’ 처지에서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을 추천한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

강창희 대표가 제시한 방법 외에 금융권 퇴직자를 위한 정부 프로그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금융특화 전직 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선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퇴직 후 진로를 설정하고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창업 귀농·귀촌은 물론 금융권 퇴직자들이 많이 뛰어드는 금융과 재테크 전문 강사 준비 과정도 지원받을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진행하는 ‘1:1 현장코칭 숙련인력 양성사업’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금융권 퇴직 전문인력과 중소기업 신규인력을 연결해 실무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퇴직 전문인력은 금융위원회가 산하 금융기관들로부터 수요를 파악해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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