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설 필요 없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호황

기사입력 2021-12-15 08:25 기사수정 2021-12-15 08:25

[신문물 설명서] 명품 구매 돕는 다양한 플랫폼들

세상은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간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받는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급격한 변화의 틈,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을 한눈에 파악하고 싶은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Paris, France - March 03, 2019: Chanel luxury products in a store in Paris, March 2019.
▲Paris, France - March 03, 2019: Chanel luxury products in a store in Paris, March 2019.

온라인 명품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에서 주로 거래됐던 명품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까지 확장돼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1년 출범한 머스트잇을 비롯해 발란, 캐치패션, 트렌비가 대표적이다.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각각 2500억 원, 1080억 원, 560억 원, 512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명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지만, 주 이용층인 MZ세대 외 다른 세대 유입도 예상돼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에 각 사는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지훈, 김혜수, 조인성, 김희애 등 유명 배우들을 CF 모델로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다.

명품 거래의 장벽을 허물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플랫폼이 명품 거래의 장벽을 허물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이용하면 번거롭게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오프라인에서 명품 거래를 하려면 오픈런(개장 전 매장 앞에서 줄을 서다 문이 열리면 안으로 뛰어가는 것)을 거쳐야 한다. 길게 늘어진 줄에서 기다리다 매장에 입장해도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명품은 재고가 적고, 인기 많은 상품은 금방 팔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폼을 이용하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힘들게 매장에 들어가 구경조차 못 하고 허탕 치는 일은 없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을 이용하면 PC, 모바일 화면에서 여러 상품을 구경하고 손쉽게 비교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물리적 장벽뿐 아니라 심리적 장벽도 허물어진다. 명품은 비싸다. 구경은 자유지만 구매할 여력이 부족하다면 고가의 물건들이 즐비한 매장에 들어섰을 때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플랫폼에서라면 부담 없이 오프라인보다 더 많은 종류의 상품을 아이쇼핑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실제 물건을 보는 기쁨이 있지만 전시돼 있는 물건만 봐야 한다”며 “온라인 플랫폼은 명품들을 화면에 펼쳐놓고 비교하면서 구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명품 거래 호황의 중심은 MZ세대다.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는 플랫폼에서 여러 상품의 가격을 비교해 합리적으로 소비한다. 구매에 그치는 게 아니다. 이들은 좋은 물건을 사서 거기에 웃돈을 얹어 파는, 이른바 ‘리셀’을 통해 수익을 내기도 한다. 명품을 단순 소비 대상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투자 대상으로도 삼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가품 논란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이점은 MZ세대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중장년층도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면 합리적인 명품 거래를 할 수 있다. 다만 온라인 명품 거래를 하기 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적절한 플랫폼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최근 명품 거래 플랫폼에 가품 문제 등 소비자 피해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며 “플랫폼을 이용하기 전 각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명품을 수입하는지, 어떤 플랫폼에 소비자 신고가 많이 접수되는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유통경로다. 최근 업계 후발주자인 캐치패션이 플랫폼들의 명품 유통경로에 문제를 제기했다. 캐치패션은 동종 업계 3사인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캐치패션은 3사가 해외 주요 명품 판매 채널과 정식 계약을 맺지 않았음에도 상품 정보를 사용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공식 유통 플랫폼이 제작한 이미지와 상품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해 명품 업체들과 정식 계약을 맺은 것처럼 표시했다는 것이다. 반면 3사는 계약을 맺은 것이 맞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유통경로가 확실하지 않으면 가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플랫폼별로 해외 명품 매장, 해외 온라인 플랫폼, 병행 수입 등을 활용해 물건을 들여오다 보니 유통 과정에서 가품이 섞일 우려가 있다. 이 교수는 “명품을 유통하는 방법이 혼재돼 있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소비자 개인이 가품을 가려내기 어려우므로, 소비자들이 가품 걱정을 하지 않도록 자체 검수 과정을 강화하는 플랫폼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 2021년 12월호(VOL.84)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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