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기자 데스크의 ‘독자 전상서’]친구는 ‘배려’의 동의어

기사입력 2016-07-25 08:33 기사수정 2016-07-27 10:27

이은호 미래설계연구원 연구위원

친구는 기쁨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상처를 잔뜩 안기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때론 배에 칼을 푹 박을 수도 있는 게 친구입니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를 보면 준석(유오성)과 동수(장동건)는 어린 시절 죽고 못 사는 친구 사이입니다. “친구 아이가”라는 대사가 모든 걸 웅변해줍니다.

하지만 둘이 다른 폭력 조직에 몸담고, 양쪽 조직이 대립하면서 둘은 죽고 못 사는 사이에서 죽이지 못해 안달인 사이가 됐습니다. 그리고 준석이 동수에게 마지막으로 화해를 제안하지만 거절하자 준석 쪽 조직원은 동수를 칼로 찔러 죽입니다. 동수는 죽으면서 “고마해라, (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애틋한 명대사를 남깁니다. “친구 아이가”와 “(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두 대사는 친구들의 엇갈린 운명을 상징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수십 번은 봤는데 그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진정한 친구였는데 서로 죽일 처지가 됐다면 그 전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우리 조직 생활 접자. 이러다 서로 칼 박겠다. 이 생활 청산하고 막노동이라도 하면서 모두 행복하게 살자. 서로 하트(♥) 뽕뽕 쏘면서”라고 할 수 없었을까요. 친구란 ‘배려’의 동의어이기 때문입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8월호엔 ‘친구, 이럴 때 의 상한다’는 주제로 동년기자들의 글 네 편이 실렸습니다. 이 가운데 두 편은 친구 사이에서 배려가 얼마나 소중한 덕목인지 알려준 글이어서 마음 절절했습니다.

우선 ‘나 보험 안 든다 한마디가 남긴 것은’(소현영 동년기자)이란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운명의 기복은 친구의 신뢰를 시험한다고 로마 정치인 마르쿠스 키케로가 말했는데 필자는 바로 그 시험에 걸려 넘어졌다. (중략) 1980년 필자는 직장을 나가면서 대학을 다녔다. 그 친구도 같은 대학에 다니면서 가난을 벗 삼아 공부하는 동병상련을 앓고 있어 서로 의지하며 아주 친했다. (중략) 그러던 중 그 친구가 1990년대 후반 회사를 그만두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보험설계사를 한다는 아픈 소식을 들었다. 이 소식에 필자는 다시 연락할 수밖에 없었고, 갖은 설득 끝에 그 친구가 필자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기로 한 날 전화가 걸려와 반갑게 인사가 끝나고 약도를 알려주고 나서 필자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말이 ‘근데 숙아, 난 보험은 안 들을 거다’였다. (중략) 보험을 들라고 찾아오는 것도 아닌데, 친구이기에 당연히 만나러 오는 것인데…. (중략) 당연히 그 친구는 집에 오지도, 연락도 없었다. 그러고는 영영 소식이 끊겼다.”

소 동년기자는 ‘배려의 부재’로 친구를 잃었습니다. 친구에게 “얼마나 힘드니. 용기 잃지 말라”는 말 한마디만 던졌어도 그 친구는 아직 곁에 있을 겁니다.

반면 ‘수다쟁이는 못 참아’(백외섭 동년기자)는 산악 모임에서 말로 회원들을 고문했던 친구를 배려로 끌어안은 내용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부디 친구에게 항상 풍성한 배려를 보내길 기대합니다. 저도 그렇게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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