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옥 동년기자 "악기를 통해 삶의 겸허함을 배우다"

기사입력 2018-09-20 09:32 기사수정 2018-09-20 09:32

[내 생애 꼭 해보고 싶은 것⑥] PART2. 동년기자 사례

▲알토 색소폰 7년차인 조미옥 동년기자
▲알토 색소폰 7년차인 조미옥 동년기자

비가 촉촉이 내리던 어느 날. 조미옥 씨의 가슴 한구석이 비에 젖은 새처럼 떨려왔다. 라디오 주파수를 타고 색소폰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곧바로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지금 틀어준 곡이 무엇이냐 물었다. 케니 지의 ‘포에버 인 러브(Forever in Love)’였다. 그는 다짐했다. 어느 비 오는 날 홀로 창가에서 저 노래를 꼭 연주하리라.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친구가 색소폰을 부는데 멋있었다며 나이 들면 함께 연주하자고 했다. 그렇게 조미옥 씨의 손에 색소폰이 들렸고, 주저 없이 동호회에 가입해 연주해온 지도 어언 7년이 지났다.

“동호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공연을 한 것이 데 큰 도움이 됐죠. 연주에 필요한 것들도 단체로 구입하니 수월했고요. 여러 사람이 함께 연습하며 서로 인생살이도 나눌 수 있어 제겐 동호회가 최고의 배움터입니다.”

즐기는 마음으로 배운 색소폰이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강사로 활동해온 그이기에 대중 앞에 서는 두려움은 없으리라 여겼는데, 이상하게도 실전에서는 꼭 실수를 하곤 했다.

“‘숨어 우는 바람소리’라는 곡이 있는데, 수백 번도 더 연습했어요. 그런데도 공연을 하면 꼭 틀리는 거예요. 그 뒤 무대만 서면 가슴이 떨렸죠. 청심환을 먹었는데도 소용없었어요. 하루는 비가 와서 외부 공연이 취소되는 바람에 동호회에서 무대를 마련해 연주를 했죠. 제 차례가 와서 ‘이제 틀려도 괜찮다, 이판사판이다’ 하며 무대에 올라 마구 불러댔어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하나도 안 틀리고 성공적으로 연주를 해낸 거예요. 그렇게 무대 공포증을 극복했어요.”

▲조미옥 씨는 처음에 소프라노색소폰으로 시작했으나, 동호회원들의 권유로 알토색소폰으로 바꿔 연습했다. 덕분에 자신에게 맞는 악기를 잘 골라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조미옥 씨는 처음에 소프라노색소폰으로 시작했으나, 동호회원들의 권유로 알토색소폰으로 바꿔 연습했다. 덕분에 자신에게 맞는 악기를 잘 골라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큰딸은 바이올린, 둘째 딸은 첼로와 플루트를 가르쳤다. 인생을 살며 어려움에 직면하거나 마음이 우울할 때 악기를 연주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제게 색소폰은 인생의 쉼터입니다. 마음이 혼란스럽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 색소폰을 들어요. 그렇게 몇 시간 연주하다 보면 나를 아프게 했던 상황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성찰하게 됩니다.”

은퇴하면 색소폰을 들고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조미옥 씨.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과 어우러져 함께 노래 부르고 연주하고 싶단다. 무엇보다 어려운 이웃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연주자로 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생에서 음악을 빼면 뭐가 남을까요? 음악은 신과 인간을 서정적으로 연결해주는 매개체라 생각해요. 악기를 익히는 건 삶의 겸허함을 배우는 과정인 것 같아요.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거든요. 너무 욕심내지 말고, 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악기에 다가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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