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수입보다는 보람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가 많다. 34년간 수학교사로 재직 후 도시농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김정기 씨의 경우가 그렇다. 그를 만나기 위해 햇살이 따가운 월요일 오후, 서울 근교 광명시 외곽에 있는 텃밭을 찾았다. 근엄한 수학 선생님을 상상했는데,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인상 좋은 분이 마중 나왔다.
은퇴 후 도시농부가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강원도 원주 태생이지만 시내에 살았기 때문에 농사는 지어본 적이 없다. 2017년 은퇴 후 쉬는 동안 괴산에 있는 처가에서 농사를 지으며 다음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후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1주일 동안 교육을 받았다. 그 과정을 통해 도시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육을 받은 이후 도시농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했던 ‘도시농부학교’에서도 3개월 동안 심도 있게 공부했다. 노사발전재단에서 교육을 받을 때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좋아하는 일은 농사짓는 것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은 가르치는 것이었다. 농사를 배워서 생태 텃밭 강사 활동을 하면 학생들에게 텃밭 교육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후 도시농부 전문가 과정도 88시간을 공부했다. 유기농 기능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3년 동안 쉼 없이 즐겁게 달려왔다.
현재 무슨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금촌도시농업네트워크와 생태지킴이 강사단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나는 그곳의 강사로서 초보자들이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해결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작물에 진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거름으로 쓰는 쌀뜨물 액비와 계란 껍질로 만드는 식물영양제는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가르친다. 초등학교 5학년 과목에 텃밭 가꾸기가 있다. 오늘 오전에도 5학년 5개 반에 작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수업을 하고 왔다.
도시농부가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은퇴 후에 “농사나 짓지”라는 말을 하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농사는 아무나 지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시농부학교의 커리큘럼을 이수하면 도움이 된다. 나는 ‘몸펴기생활운동협회’에서 사범 자격증도 땄다. 건강해야 농사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작업 시작 전·후에 할 수 있는 몸풀기 동작을 알려주고 있다.
두 번째 인생에서의 보람은 무엇인가요?
생태 텃밭을 하면서 꿈을 하나 하나 이뤄나가고 있다. 도시농부 선구자들처럼 많은 사람에게 도시농업을 알리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농업과 친해지면 기후, 생태,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비닐이 환경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땅 속 미생물이 어떤 일을 하는지, 벌레들이 토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교육하면서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 있다. 직접 재배한 수확물을 이웃과 나눌 때는 기쁨이 배가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열심히 배우고 부지런히 활동해서 건강을 유지할 것이다. 땅이 에너지를 준다. 농사짓기와 몸펴기운동을 통해 봉사 활동도 계속할 생각이다. 요즘은 도시농부라는 개념이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 상자텃밭이라던지, 건물 곳곳에 작물을 심은 녹색커튼이 그것이다. 다음 단계로는 원예와 양봉도 배울 생각이다.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맏형격인 1955년생들이 노령인구(만 65세)로 편입되기 시작하는 올해, 주된 일자리 퇴직 후 느끼는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책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나영돈)은 6월 2일,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 및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질적 종단 연구(6차년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4년부터 6차에 걸친 그간의 조사들은, 중장년층의 안정적인 노후 설계와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 향상을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이번 연구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 생산직 일자리로 재취업한 42명의 베이비부머를 표본으로 선정한 후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의 심층 인터뷰 결과와 변화를 분석했다. 또 사례 분석을 통해 인생 후반기의 삶을 위한 요소들을 밝히고 만족스런 삶의 공통된 특징들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사례들
사례자 A(62세) 씨는 대기업에서 26년 근무하고 임원으로 퇴직한 후, 공사 현장 쇠파이프 운반, 대형마트 상하차를 거쳐 공공기관 시설보안직으로 재취업했다. 그는 “정년퇴임 후,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회사라는 온실을 잊고 근로의 가치를 신성하게 보기 시작했다”며 “생활철학을 바꾼 뒤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B(59세) 씨는 반도체 제조업 회사인 대기업에서 30년간 회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해외법인 CFO로 근무하다 두 차례 임원 승진에서 밀려난 뒤 퇴직했다. 이후 2015년부터 혼자 스몰비어 호프집을 창업해 4년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꼭 돈이 많아야 행복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돈은 기본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만 벌면 된다고 마음먹으면서 좀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투자신탁회사와 증권사에서 총무·영업직 등을 거쳐 퇴직한 C(62세) 씨는 자격증을 취득해 6년째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퇴직했을 때 자녀들은 아직 독립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얼마 동안은 그토록 버틴 회사에서 ‘손에 쥔 것 하나 없이’ 나와 허탈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이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돈 욕심도 내려놓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가장의 역할을 다 하려고 노력하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며 “아들이 ‘아빠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문자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퇴직 후에도 만족하는 사람들의 특성
보고서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에도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겪은 공통된 경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퇴직에 따른 심리‧정서‧관계‧경제적 위기를 겪는다.
2. 변화에 대한 적극적 수용을 통해 과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다.
3. 현 상황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경제적 필요를 충족하면서 자신을 위한 삶을 지향한다.
4. 위의 과정을 통해 가정과 사회에서 존재감을 회복한다.
번잡한 신촌 대학가 근처, 식당들이 즐비한 골목 한가운데 요즘 가장 핫하다는 ‘메가커피 신촌점’ 매장이 눈에 띈다.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찾았는데도 커피숍 안은 1층과 2층까지 좌석이 꽉 차 있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더니 커다란 노란색 잔에 내준다. 맛은 어떨까? 가격 대비 괜찮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 좋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영재(55) 대표는 주식 관련 펀드 매니저로 25년 동안 종사했다. 대한생명, 기업은행, 자산운용사, 그리고 투자자문사에서 일했다. 직장을 그만둔 후 지난 6년 동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면서 계속 수익을 내고 있다. 이디야커피 매장 3곳을 시작으로, 뚜레쥬르 체인점 2곳에 이어, 메가커피 가맹점 4개까지, 지금까지 총 9개 매장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는 메가커피 신촌점, 홍제역점, 연신내역점 3곳을 운영 중이다. 진솔하고 담백해 보이는 이 대표를 만나 창업과 관련된 정보와 성공 노하우를 물어봤다.
처음 커피전문점을 시작한 이유는?
아내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금융회사의 성격상 직장 수명이 짧은 편이었고 마침 퇴직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샐러리맨 생활을 마감한 후 자영업을 하기 위해 여려가지를 조사해 봤는데, 당시 이디야커피가 제일 적당해 보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당시에 살고 있던 일산 집 근처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게 됐다.
왜 ‘메가커피’인가?
커피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가격의 거품을 빼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았다. 가성비가 뛰어나고, 메뉴도 다양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메가커피 프랜차이즈를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300번째 가맹점이었는데, 현재는 900개가 넘는다. 가맹점 개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의미다. 메가커피는 지금 잘하고 있고, 내년 정도까지 성장할 것 같다. 가맹점이 2000개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한다. 펀드 매니저로서 주로 했던 일이 기업들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성장기업과 정체기업의 싸이클을 25년 동안 공부해 왔기 때문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준비한 것은?
상권을 많이 돌아보면서 어디가 적당한지 공부하고 준비를 했다. 많은 이들이 커피숍을 하기 위해서는 바리스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자격증이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권을 보는 눈이다. 서울과 경기도를 안 가본 곳이 거의 없다. 짧게는 두세 달, 길게는 6개월 정도 지역을 파악했다.
괜찮은 상권을 알아볼 수 있는 팁은?
업종과 위치가 안 맞으면 아무리 좋은 장소라도 성공하기 힘들다. 지금 여기도 다른 사람들이 계속 망해나가던 곳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비어있는 상가가 있어도 무심코 지나다니는데, 저는 어떤 업종이 좋을까를 생각해 본다. 유동인구의 연령대 또한 검토해야 한다. 주변에 오피스텔이나 병원이 있으면 최적의 장소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고, 먹자골목과 인접해서였다.
자영업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익 창출에 있다. 하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 운영이 여의치 않을 때는 언제든지 접을 수 있는 자리를 고려해야 한다. 말하자면, 출구전략을 수립하고 나서 매장을 오픈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출이 많아지면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장소를 중요시했다.
매장 운영을 하면서 그 외에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은?
직원들의 마인드이다. 저는 직원들을 파트너로 생각하기 때문에, 급여도 다른 곳 부럽지 않게 대우해주고 있다. 매장은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1년 내내 운영하고, 아르바이트생까지 14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3곳을 합치면 모두 40명쯤 된다. 매장에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커피 내리는 것을 도와준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지만 현재 학교에 가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오고 있다.
가맹비 등 비용이 많이 들 텐데 개인 독립형이 아닌 프랜차이즈만을 계속하는 이유는?
리스크 때문이다. 저는 독자적인 브랜드 대신에 체인점을 활용하자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제가 했던 매장들은 로얄티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었다. 특히, 메가커피는 전 매장이 동일하게 월 16만 원 정도만 내면 되고, 가맹비 걱정도 없다.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중장년들에게 커피숍은 추천할 만한 종목인가?
그렇다. 은퇴 후 새롭게 창업하는 것을 막막해하는 이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갑이었던 사람이 ‘그걸 어떻게 해’라는 생각만 내려놓으면 된다. 취미로 하는 커피숍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금융 쪽에 있다 보니 자금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잘 판단할 것 같다. 정부지원이 있는가?
소상공인 대출이 있다. 금리가 2%대 초반이어서 유용하다. 오픈하고 3개월 정도 실적이 있을 때 신청할 수 있다.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
메가커피 매장은 보통 12평으로 규모가 작은 편인데, 이곳 신촌점은 1층과 2층을 합쳐서 40평으로 큰 편이다. 커피숍의 특성은 겨울이 비수기이고 여름은 성수기다. 홍제역점과 연신내역점의 연평균 매출은 월 4500만 원 정도고, 신촌점은 오픈한지 2달가량 됐는데, 월 매출이 약 5500만 원이다. 순 수익률은 매출대비 40%가량으로, 월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 사이다. 조만간 10번째로 또 다른 가맹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메가커피 신촌점 위치 :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5가길 8-6, 1 & 2층
중장년층에게 맞춤형 일자리 정보를 제공해 이들이 경험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 앱 ‘프로하트’가 출시됐다.
프로하트는 인공지능 기반 추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한 중장년 전용 플랫폼이다. 연령, 성별, 지역, 자격증 등에 따라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맞춤형)된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중장년층 전용 ‘귀농‧귀산촌‧귀어 체험 앱’ 의 주요 기능은 △하Go(구직, 귀농‧귀산촌‧귀어) △놀Go(소통광장, 중장년 문화생활, 동호회) △담Go(중장년 뉴스, 정부정책, 쇼핑) 등 세 가지로 구분해 중장년에게 특화된 정보를 지원한다.
앱을 통해 취업을 희망하는 중장년은 구인구직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자치구 일자리센터, 자치구 게시판, 지역신문, 취업포털을 통해 올라온 일자리 정보를 지역별, 기간별, 성별, 연령별 등으로 나눠 누구나 원하는 일자리를 쉽게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지자체별로 진행되는 귀농‧귀산촌‧귀어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중장년에게 소득활동과 체험‧이주를 위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프로하트는 앱 출시 기념으로 중장년을 비롯해 이들의 가족과 지인에 대한 장례 의전 서비스로 근조기(謹弔旗) 무료 기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양정석 프로하트 대표이사는 “프로하트(PROHeart)는 ‘Professional’과 ‘Heart’의 합성어로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중장년이 멋진 인생 3모작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든 즐거운 일자리 플랫폼 앱”이라며 “일을 하는 즐거움, 나를 찾아가는 즐거움, 꼭 맞는 정보를 아는 즐거움, 이 3박자를 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하트는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으며, 다운로드 링크는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proheart.proheart_front_flutter이다. 애플 스토어는 이달 말경 이용할 수 있다.
퇴직 후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하여 재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쉽게 만난다. 학원에도 다니고 해설서나 문제집을 사서 독학으로 열심히 하기는 하는데 너무 늦게 공부를 시작해서 시험을 치면 불합격하는 사람이 많다. 나이 많아 외우고 응용하는데 애를 먹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한다. 노후준비는 하루라도 빨리하면 할수록 좋다는 말과 같이 공부도 젊어서 해야 양질의 성과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인터넷으로 재취업에 유망한 자격증을 검색해보면 상위에 전기기사 자격증이 랭크되어있다. 평소 성격이 꼼꼼하고 기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기기사 자격 취득을 권한다. 자동차운전면허가 있는 사람만이 자동차운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전기도 위험해서 전기 관련 자격증이 있는 사람에게만 전기 설비를 관리할 수 있도록 법으로 허용해준다.
전기 설비가 일정 용량 이상이 되면 의무적으로 전기기사를 고용해야 한다. 빌딩, 아파트, 공장 등 전기기사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하는 곳이 많다.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재취업이 수월하고 보수도 괜찮게 받는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전기기사 자격증이 인기 있는 자격증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 이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한다. 문제는 퇴직 후 또는 퇴직이 임박해서 너무 늦게 도전하기 때문에 자격증 취득이 어렵다는 데 있다.
복잡한 전철 안에서 옆에 앉은 나이 지긋한 분이 무슨 문제집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호기심으로 무슨 공부를 하나하고 곁눈질해보니 ‘전기산업기사’ 수험서다.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볼펜으로 밑 줄 친 곳이 여기저기고 손때가 묻은 책이 너덜너덜하다. 나이 들면 기억력이 감퇴되어 젊었을 때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 반복해서 학습을 해야 한다. 필자도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지금껏 이 일을 하고 있기에 전기계 선배로서 측은한 마음도 들고 무언가 용기를 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공부하는데 어렵지 않으세요?’ 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보았다. 예기치 않은 질문이었는지 ‘왜 그런 걸 물어봐.’하는 경계의 눈빛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예 저도 전기 일을 하고 있는데 전기 문제집으로 공부를 하는 걸 보고 반가워서요.’ 전기인이라는 내 말에 아군 같은 동질감을 느꼈는지 경계심이 풀어지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였다. 돌아오는 대답이 ‘아 예! 나이 들어 혼자 공부하니 어렵네요.’
전기는 수학을 응용하여 계산하는 문제가 많다. 미적분도 필요하고 삼각함수도 알아야 한다. 학교를 졸업한 지 수 십 년을 흘러 다시 수학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젊어서부터 전기 일을 해 오셨어요? 하고 묻자 ’아니에요. 저 공무원 했어요. 아직은 젊은데 집에서 놀기도 뭣하고 전기 자격증을 따면 취업하기가 쉽다고 해서 도전해보는 거예요.’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재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분이다. ‘어때요! 공부해보니 할 만해요?’ ‘어려워요. 머리가 녹슬어서 그런지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려요.’ ‘나이 들면 힘들지요 반복해서 자꾸 하는 수밖에 없어요. 기왕 시작한 것 열심히 하셔서 자격증을 꼭 따세요. 그런데 전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으니 실무에 종사할 때는 위험하니 아주 조심해야 됩니다.’
수명 100세 시대를 살려면 새로운 직업을 두세 번 경험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취업을 위해 꼭 전기기사자격증을 취득할 필요는 없지만 의무 고용 제도가 있는 자격증이 좋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자격증 취득을 마음먹었다면 하루라도 빨리 준비해서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무 고용 제도가 취업에 유리하다고만 생각할게 아니라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에 의무 고용 제도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 운전이 위험하기 때문에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만이 운전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운전면허를 처음 취득하면 운전경험이 없어 서툴고 사고의 위험성도 높기 때문에 운전 영업에 바로 뛰어들 수 없고 운전 경력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도 전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기 때문에 전문 기술자 밑에서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도 자격증 취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총 9회에 걸쳐 알아봤다. 이번 호에는 연재 마지막 순서로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인기·유망 분야에 대해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9년 6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간한 국가기술자격 통계 연보에 따르면, 국가기술자격의 응시자와 취득자는 매년 늘고 있다. 중장년층 역시 제2직업을 위한 스펙 마련을 위해 다양한 자격증에 도전하는 추세다. 2018년 기준 50대 자격증 취득자 수는 전년 대비 7% 증가했고, 60세 이상의 경우 무려 30%가 증가하며 전 연령대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취업 지원 누리집 워크넷 기준 자격증과 관련된 구인 건수는 28만1675건(23.8%)으로 4건 중 1건가량은 채용 시 자격증을 요구하거나 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구인 건수가 많은 자격이 대체로 취득자도 많은 상황이다. 이를 토대로 고용노동부는 취업이 잘되는 자격 10선(구인 공고가 많은 자격 기준)을 [표1]과 같이 발표했다.
구인 공고와 별개로 2018년 기준 자격 취득 현황을 보면 30대 이상 모든 연령층에서 지게차운전기능사 취득이 가장 많았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더라도 50세 이상의 취득 종목 1위는 지게차운전기능사였다. 한식조리기능사, 굴삭기운전기능사 등은 그 뒤를 이었다.
PART1. 국가공인자격
상위를 차지한 자격에 해당하는 업종들의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자격증 취득자를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앞서 소개한 목록에는 없지만 근래 들어 주목받는 국가공인자격 중에는 ‘드론(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교통안전공단)가 있다. 올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미래가 온다 새로운 직업이 뜬다’와 ‘4차 산업혁명 시대 내 직업 찾기’ 등에서도 드론전문가는 유망 직업으로 손꼽혔다. 단순히 촬영 도구의 일부가 아닌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수색하거나, 먼 섬에 택배를 보내고, 논밭에 비료를 뿌리는 등 다양한 업무에 접목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드론 자격 취득자, 드론 장치신고 건수, 사용자 업체 수 등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그 활용 범위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자격증 돋보기] 드론전문가가 하는 일은?
크게 드론조종사와 드론개발자로 구분한다. 드론조종사는 드론에 부착된 촬영 장비를 조작해 항공 촬영 및 측량, 농약 살포, 택배, 군사용 무인기 조종 등의 업무를 맡는다. 드론체험교실 등 관련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드론개발자는 새로운 드론을 개발하거나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에 힘쓴다. 군사, 촬영, 스포츠, 관측, 정보통신, 배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응용 장치를 개발한다.
2018년 각종 자격증 취득 현황에서 1순위를 기록한 지게차운전기능사의 경우 전체 취득자 3만6441명 중 남성이 3만5819명으로 98%를 차지했다. 그에 반해 여성의 경우 상위 5개 종목 중 1위 한식조리기능사를 제외한 4개 종목이 모두 미용사 자격이었다(미용사 일반, 네일, 피부, 메이크업 순). 물론 두 자격증 모두 젊은 층이 주를 이루지만, 제2직업이나 창업을 위해 관심을 두는 중장년도 적지 않다. 다만, 합격률이 높지 않은 편이고, 실기가 중요한 분야인 만큼 기술을 익히고 실전에서 발휘하기까지는 시간 투자를 해야 한다.
3D 프린터 관련 자격에 주목하라
지게차운전기능사나 미용사의 경우 오랜 세월 익히 알려진 자격이라면, 드론처럼 새롭게 뜨는 자격이 있다. 바로 3D프린터운용기능사다. 3D 프린팅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제조, 건설, 의료, 로봇,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모형 제작이나, 부품과 제품을 만들기 위해 3D 프린터를 사용하며 응용 분야가 확대됐다. 이에 관련 제조업체나 콘텐츠 사업도 많아졌고, 3D 프린터 산업 시장의 매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 각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3D 프린터 산업 육성과 전문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며, 2018년부터 3D 프린터 관련 자격증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1회 시험 결과만 놓고 보면 아직 중장년에겐 자격증 취득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전도유망한 분야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
PART2. 민간자격
과거에 비해 기술이 발달하면서 매해 새로운 직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 유망했던 직업들은 하나둘 퇴보하거나 사라지고, 관련 분야에 종사했던 중장년들은 더 이상 경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이에 자신의 커리어에 접목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자 다양한 민간자격을 준비하는 이가 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미래가 온다 새로운 직업이 뜬다’를 살펴보면 신체 건강을 넘어서 정신과 마음 건강까지 살피는 직업들이 눈에 띈다. 웰빙, 힐링,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반영된 결과다. 모바일건강관리코치, 음악치료사, 식생활지도사, 라이프코치, 수면컨설턴트, 자살예방상담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중장년의 경우 직업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취미 또는 자신의 심신 건강을 위해 이러한 자격증에 도전하는 이가 많다. 그 밖에도 애견산책도우미, 김치소믈리에, 유품정리사, 조부모-손자녀 유대관계 전문가, 층간소음관리자, 디지털장의사 등이 새로운 직업으로 소개됐다. 이들 직업에 도전하려면 관련 민간자격을 찾아보게 되는데,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홈페이지 민간자격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치면 수많은 기관에서 시행하는 자격들이 나온다. 이 중 취득을 목적으로 한 자격을 고를 때 다음 사항을 확인해보면 좋다.
민간자격 취득 시 꼭 확인할 사항
첫째, 민간자격의 등록 여부와 공인 여부, 광고에 나온 문의처가 해당 자격을 등록한 업체와 동일한지 확인하기.
둘째, 검정료 외 교재비나 수강료가 있는지, 취득 이후 별도의 등록비나 회비 등을 요구하지 않는지, 변심 또는 불만 등의 이유로도 환불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셋째, 광고 내용과 같이 실제 자격이 활용되고 있는지 본인이 취업하려는 곳에 직접 문의해 확인하기.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농업·원예’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추억이 있는 중장년 세대의 경우 아예 귀촌을 하거나 도심에서 텃밭을 가꾸고, 원예나 정원 관리 등 자연을 벗삼은 활동을 통해 유년 시절의 향수를 달래곤 한다. 집에서 취미로 꽃이나 나무를 키우기도 하지만, 농업·원예 분야 자격증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일자리를 꾀할 수도 있다.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도시농업전문가 과정이 늘었고,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정원지원센터가 곳곳에 생겨나는 등 관련 시장과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PART1. 국가기술자격
먼저 농업 분야에서 중장년의 관심이 가장 높은 국가기술자격은 ‘유기농업기능사’다. 유기농업이란 화학비료나 농약, 제초제 등 합성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미생물 등 자연재료만을 활용한 농사 방식이다. 최근 환경오염이 화두로 떠오르며 유기농업의 중요성과 수요가 증대되는 추세다. 실제 도심에서 직접 먹을 농작물을 키우거나, 귀농 후 농사를 지을 때도 유기농법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자격시험에서는 유기농 재배 및 관리를 비롯해 생산, 토양관리, 가공, 유기축산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평균 합격률은 95.6%로 꽤 높은 편이다(2018년 기준). 특히 50대 이상 합격자 수가 타 연령대에 비해 많다는 점에서, 관심 있는 중장년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응시자격제한 없음).
또 다른 국가기술자격으로는 ‘원예기능사’가 있다. 원예기능사는 묘목을 재배하거나, 생육 시설 설치 및 관리, 관수(물주기), 시비(거름주기), 제초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자격시험을 치르려면 시설 원예를 비롯해 채소·과수·화훼 원예에 대한 이론과 실제 작업 과정 전반을 익혀야 한다. 지난해 시험 결과를 보면 필기시험 평균 합격률 35.4%, 실기시험 평균 합격률 61.1%로, 합격이 수월해보이지는 않는다. 근래 합격자 수 역시 한 해에 100명이 채 안 될 정도로(2018년 80명, 2017년 95명, 2016년 69명) 적었다.
농업·원예 분야의 국가기술자격에는 종자기능사와 화훼장식기능사도 있다. 전체 합격자 수로만 본다면 유기농업기능사나 원예기능사보다 훨씬 많지만, 젊은 세대가 주를 이룬다. 농업·원예 분야의 자격증은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 및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 중 필기시험 면제자를 위한 실기 응시기간이 따로 있어,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PART2. 민간자격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농업·원예 관련 민간자격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스마트 기술 또는 예술 분야와 접목된 종목들이 눈에 띈다. 드론농업장제전문가, 스마트정밀농업전문가, 힐링농업지도사, 원예심리상담전문가, 생활원예아트, 정원놀이지도사 등 단순히 작물 재배나 가꾸기에 머무르지 않는 참신한 자격증이 많다. 물론 이들 종목들 대부분이 아직 시작 단계인 경우가 많아 관련 제도와 훈련 기관 등이 미흡한 편이다. 관련 교육과 양성 과정이 궁금하면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또는 농업기술원)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의 경우 ‘원예활동생활화 교육’, ‘치유농업 프로그램’, ‘도시농업전문가 양성 특별교육’, ‘도시농업 힐링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치유농업, 원예치료 등 농사가 목적이 아닌, 심신 회복과 안정을 위한 농업·원예 분야 자격과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자는 결혼을 하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출산을 하고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하면서 살다 보면 젊은 시절의 경력은 온데간데없어진다. ‘이렇게 사는 것이 여자의 일생이지’ 하면서 단념하려던 순간,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잘해보겠다고 다짐하며 빛을 따라 즐겁게 걷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취업과 생애 설계 분야 전문 강사이자 컨설턴트인 일·생애연구소 임순열 대표는 “나는 너무 행복한 사람이에요”라며 활짝 웃었다.
지난 10월 10일 경기도 파주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생애연구소 임순열(55) 대표와 만나기로 했다. 이곳은 임순열 대표에게 친정과도 같은 곳. 작년 말까지 센터 내에 있는 파주상공회의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직업상담 팀장으로 일해왔다. 이날은 일·생애연구소 대표로서 강단에 서는 날이었다.
“10월 1일에 일·생애연구소 사업자등록증을 받았어요. 직업상담사로 일하면서 취업 역량 강화,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법, 면접 교육 관련 일을 해왔는데 좀 더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싶었어요. 취업과 생애 설계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할 계획입니다. 오늘은 ‘중장년의 셀프 마케팅’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합니다. 일자리를 찾을 때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얻는 방법을 전달해드릴 계획입니다.”
목적이 있는 삶을 살다
임 대표는 직업상담사로 사는 게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도와서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도, 취업이 된 사람들이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단다.
“거의 직업상담 일에 미쳐서 살았어요. 구직자들이 처음에 센터를 찾아올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십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분들도 그렇고요. 어떤 경력이 있는지 자격증은 있는지 등등 초기 상담을 하면서 맞춤 일자리를 지원해드렸습니다. 이력서 쓰는 방법도 알려드리고 동행 면접 서비스를 원하시면 같이 갔습니다. 별종 소리를 들을 정도로 7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그때를 회상하면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해냈을까 싶을 정도로 제대로 빠져 있었다. 막내아들의 군 입대가 계기였다고 했다.
“2010년에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친구랑 동반 입대를 했어요. ‘그래, 넌 나라 지켜라. 엄마는 엄마 일 할게’ 이런 마음으로 가족상담사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랑은 성향이 맞지 않았어요. 그 무렵 누군가 직업상담사도 있다고 소개해줘서 2011년 5월부터 공부를 시작했어요.”
상담에 필요한 자격증은 부지런히 공부해 하나씩 따냈다. 가족상담사 2급을 시작으로 직업상담사 2급, 평생교육사 2급 등을 취득한 후 2017년에는 직업상담사 1급 자격증까지 섭렵했다. 상담사 자격증을 따면서 동시에 교육자로서의 꿈도 함께 키우기 시작했다.
“고양시에서 직업 관련 교육을 받을 당시에 강사님이 인상에 남았어요. 나도 저런 강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강의를 너무 잘하셨어요. 상담사 공부를 할 때부터 강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금까지 걸어온 것입니다.”
특히 임순열 대표가 취득한 직업상담사 1급 자격증은 전국적으로 500명이 조금 넘는 정도.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 보유자가 5만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직업상담사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밖에는 안 된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임순열 대표다.
“2012년 파주시교육문화회관에서 계약직 직업상담사로 일을 시작했는데 2년 후에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습니다. 그런데 이 좋은 자리를 마다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버렸어요.”
파주상공회의소가 고용노동부 사업인 중장년일자리 프로그램 사업을 따오자 임순열 대표의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
“2015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짜리 채용공고가 났습니다. 물론 제 판단으로는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자리였고 상담보다는 교육 관련 일을 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기계약직 체결을 해줄지는 알 수 없었어요. 그래도 해보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채용됐어요. 파주상공회의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팀장으로요. 무기계약직도 좋았지만 저는 상담보다는 교육에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고 도전하는 것에 큰 두려움도 없었어요.”
비서교육 제대로 받은 커리어우먼
직업상담사의 길을 걷기 전까지 임순열 대표도 몇 번의 경력단절을 겪어야 했다. 그 당시에는 결혼을 하면 으레 회사를 나가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했다.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한국과학기술대학(현 카이스트)에서 학장 비서로 근무했어요. 그때는 비서 하면 커피나 타고 전화만 받던 시절이었는데 저희 학장님은 달랐어요. 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오셔서 비서를 제대로 쓸 줄 아는 분이셨죠. 스케줄 관리에서부터 서류작업, 각종 스크랩 업무 등을 보면서 VIP 응대도 자주 했습니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룹 회장님도 만났어요. 비서로서 제대로 일을 배웠습니다. 제가 결혼할 무렵 학장님이 한국과학재단으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저도 함께 갔는데 그만둬야 했어요. 재단 쪽 분위기가 결혼한 여자가 일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저도 학장님께 폐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 후 아이 낳고 가정주부로만 살다 보니 좀 답답하더라고요.(웃음)”
임 대표가 집 밖으로 뛰쳐나온 계기가 된 건 2001년 친정부모님이 다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였다. 갑작스러운 부모님과의 이별에 우울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밖에 나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고 결국 주부가 쉽게 도전 할 수 있는 학습지 선생 일을 4년간 했다. 그리고 5년여를 다시 쉬다가 2010년부터 직업 상담 분야에 눈을 떠 지금에 이르렀다.
“2018년 12월에 사표를 내고 프리랜스 강사로 독립했습니다. 오랜 시간 참 많이도 다니면서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좋은 인맥들이 생겼어요. 올해까지는 준비하는 상황이라서 홍보도 못했는데 강의해 달라고 연락을 주십니다. 한 달에 네다섯 번 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의 입성기
임 대표가 주로 강의활동을 하는 곳은 고양, 파주, 청주 등 수도권이다. 그런데 지난 9월 처음으로 서울에서 강의할 기회가 찾아왔다.
“노사발전재단에도 중장년일자리지원센터가 있어요. 노사발전재단에서 퇴직 교원들을 위한 전문강사 양성과정을 진행했는데, 퇴직 교원이 아니더라도 구직자라면 그 과정을 들을 수 있었어요. 양성과정이 끝날 때 강의 시연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원하는 사람만요. 시연을 잘하면 노사발전재단에서 전문 강사로 쓰겠다는 문구가 떠올라서 저도 한다고 했습니다. 생애설계 관련 주제였는데 퇴직 교사들에게 맞춘 강의을 했어요. 전문 강사 한 분과 노사발전재단 소장님이 심사위원이셨는데 좋은 평가를 주셨어요. 이후 강의제안서를 냈고 제가 된 거죠. 노사발전재단은 공공기관이잖아요. 강의자리 따기가 쉽지 않아요. 서울에서 강의를 마친 다음 날 청주에서 강의가 있어 새벽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서울 입성기를 올렸어요. 라디오 DJ가 첫 사연으로 읽어줬습니다.”
생각해보면 살아오면서 겪은 어려움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임순열 대표는 말했다.
“의미 없는 시간은 없어요. 비서 시절에는 높은 분을 많이 상대하면서 예절을 잘 배웠고요. 학습지 선생으로 활동할 때는 교육 일과 영업 일을 경험했습니다. 성당에서 봉사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지금 제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됐습니다.”
60세 전에 퇴직하는 사람이 꽤 많다. 그 뒤에도 20~30년은 더 살게 될 텐데 아무 일도 안 하고 지내기엔 너무 고약한 현실이다. 그래서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임 대표는 말한다.
“노년의 삶에 대해 공부를 더 해서 봉사도 하고 강사로도 활동하면 좋겠어요. 역량이 되는 한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며 살고 싶습니다.”
서울시의 각 구청은 연말마다 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한다. 지난 11월 28일 오후 2시부터 17시까지 신도림 테크노마트 11층 그랜드볼룸에서는 구로구에서 주관하는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가 열렸다. 행사장은 취업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으로 가득 차, 있었다.
행사장에서는 44개 업체별로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50명까지 총 250여 명의 직원을 현장에서 면접 하고 바로 채용했다. 구직자들이 박람회 현장에서 구직신청서를 작성해 주최 측에 제출한 다음 44개 참여 업체의 자료와 현황판을 보고 원하는 직종과 채용하는 인원 등을 검토한 후에 본인이 원하는 기업체의 부스에 가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후 현장에서 바로 면접을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모집하는 직종은 경비원, 운전기사, 제빵기술사, 건물관리직, 분양상담사, 산모도우미, 간호사, 조리사, 영업직, 생산직 등으로 분류가 됐다. 사무직은 거의 없었다. 구직자들은 남성은 50대에서 60대, 여성은 40대에서 50대가 대부분이었다. 70대 이상도 몇 명 보였다. 현장에 나와 있던 구로구청 담당자는, 갈수록 참여하는 기업이나 구직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참여한 인원은 1200명 정도로 추정했다. 이중에 25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니 경쟁률은 5대1.
박람회 현장에서는 취업 준비를 위한 서비스나 부대행사도 알차게 진행됐다. 사진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직접 사진을 촬영해 반명함판 컬러사진 8장을 무료로 지원해 주고 있었으며 여성들의 면접을 돕기 위해서 얼굴화장도 해줬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정년 후에 재취업을 하려면 적당한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재취업이 쉽다는 점을 절감케 하는 박람회였다.
대기업에서 30년간 영업관리, 제품개발, 마케팅 등의 업무를 해온 임태상(61) 씨는 퇴직 후 3~4년을 쉬며 제2직업을 모색했다. 별다른 준비 없이 퇴직하면서도 막연히 ‘뭔가는 하겠지’ 했는데, 그렇게 공백기가 길어지고 말았단다. 사업을 벌이자니 위험부담이 클 것 같았고, 최대한 직장생활의 경험을 살리고 싶었다. 그러던 중 경영 컨설턴트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준비했다.
임태상 씨가 도전한 '경영지도사' 분야는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전문자격이다. 경영지도사는 마케팅, 생산관리, 인적자원관리, 재무관리 등으로 나뉘고, 기술지도사는 기계, 생명공학, 생산관리, 정보처리, 전기전자, 환경 등으로 세분화된다(2차 시험의 경우 지도 분야별로 구분해 실시). 응시 자격에 나이, 전공 등의 제한은 없지만, 1차에서 경영학을 비롯한 중소기업 관련 법령 및 외국어 등 객관식 시험과, 2차에서 전문 분야 논술(약술) 시험을 치러야 해 공부 분량이 만만치 않다.
임태상 씨 처럼 관련 분야 종사자라면 어느 정도 유리하리라 여기지만, 자격시험을 위한 이론을 익히고 암기해야 하기 때문에 실무와는 또 다른 맥락이다. 그 역시 관련 전공에 이전 직장에서의 업무도 일맥상통하니 어렵지 않겠다고 판단했지만, 막상 시험은 또 다른 문제였다.
“대학에서도 상경계열을 전공했고, 회사 일도 관련 분야였으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30년 만에 시험공부를 시작했는데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암기가 잘 안돼 애를 먹었어요. 주변에 자격증 딸 거라고 소문을 냈던 터라, 체면치레하느라 포기할 수도 없었죠.(웃음) 도서관 열람실에서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보냈던 거 같아요. 그렇게 2년 정도 투자해 경영지도사를 취득했습니다.”
자격증 취득, 끝이 아닌 시작
그렇게 어렵사리 취득한 자격증이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컨설팅 계약을 위해 프로필을 돌리고, 젊은이들과 나란히 면접을 보며 경쟁 속에 뛰어들어야 했다. 근래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개발, 투자, 영업 관리 등의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인공지능, 스마트사업 등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경영 컨설턴트의 인력 수요가 늘어났다는 건 반가운 상황이다. 그러나 임태상 씨는 "젊은 세대와 경쟁에서 중장년이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대기업이나 고수익을 내는 프로젝트에 욕심내기보다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수행하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대상 컨설팅, 또는 청년기술창업 멘토 등에 참여하며 전문성을 쌓는 것이 경력관리에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무보수로 진행하거나, 금액을 낮춰 컨설팅하며 경험을 쌓았어요. 프로보노(pro bono, 전문성을 활용해 소외계층을 돕는 일) 활동도 꽤 도움이 됐죠.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한 지 4년 차인데, 이제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접어든 것 같아요.”
애당초 그는 이 일을 오래할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가능한 한 오래 일하기’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도전했던 일인데, 그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 꽤 쓸모 있게 발휘되는 것에 기쁨과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일의 가치를 깨달았거든요. 주로 소상공인들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을 상대하는데, 제 작은 지식과 경험도 꽤 큰 힘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관련법이나 지원 정책 등을 몰라 어려움을 겪기도 하니까요. 특히 젊은 창업자를 돕고 소통할 때 더 보람을 느끼죠. 그들에게도 금전적인 해결책을 주고, 동시에 저 역시 소득이 생기니, 그야말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일이라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