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족을 잃은 이에게 우리가 가장 흔하게 하는 말이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면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막막해진다. 누구나 하는 위로의 말은 상투적이고 진심이 담기지 않은 것 같아 고민스럽다. 이렇듯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사람을 위로하는 데 익숙지 않다. 유족을 보듬는 일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제대로 위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는 그동안 없었다. 최근 웰다잉이나 호스피스 등 죽음과 관련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함께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있다. 애도상담이 그것이다. 국내에 애도상담을 보급하고 있는 윤득형 박사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애도 과정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애도상담은 다양한 형태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 겪는 심리적, 영적, 정서적, 신체적 문제들을 잘 헤쳐 나갈 수 있게 도와주며, 슬픔의 과정을 제대로 겪어내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라 정의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분야이지만 해외에서는 그리프 카운셀링(Grief Counseling)으로 불리며 이미 상담의 한 전문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호스피스 기관에서는 사별 가족을 위한 팀이 운용될 정도다. 윤득형 박사도 미국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서 애도상담을 세부전공으로 연구했고, 각당복지재단에서 상담활동이 필요한 상담가나 종교인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애도의 첫 단계는 함께 있어주기
애도와 관련해서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그동안 가장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유족을 만나면 어떤 말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윤득형 박사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애도를 위해 간단한 한 문장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아무 생각 없이 ‘안녕하세요’라는, 상황에 맞지 않는 인사를 건네기도 하지요. 보통 목례 정도만 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뭔가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다면 ‘뭐라 위로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심정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종교적 언어로, 좋은 데 가셨다거나 안식을 얻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유가족에게 위로가 되지 않아요. 유족의 생각에 고인에게 좋은 장소는 자신의 곁이고 그곳이 안식처이니까요.”
그렇다면 제대로 된 애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윤 박사는 3가지를 추천한다. 첫째는 함께 있어주기. 물리적으로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연락하고 만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다음 단계는 열린 질문 하기. “애들은 어때?”, “기분은 좀 어떠니”와 같은 질문을 통해 상대가 감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중요한 들어주기가 있다. 이때 감정을 섣불리 이입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면 안 된다. 유족이 슬픔을 실컷 표현할 수 있도록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윤 박사는 예견했던 죽음이든 갑작스런 이별이든 유족이 겪는 슬픔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상실 후에 남아 있는 이들이 겪는 극한 감정을 그는 ‘비탄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2~3주 정도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애도의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때는 돌봄이나 상담 등이 도움이 됩니다.”
슬픔 해소하지 못하면 후유증 남아
윤 박사는 애도상담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애도의 과정을 제대로 겪지 못하면 복잡한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비탄의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오래 지속돼 몇 년이 지나도 슬픔에 잠길 수 있고, 사별한 후 십수 년 후에 느닷없이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격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신체적인 질병이나 이상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어요. 특히 어휘력이 떨어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본인 탓을 하며 괜한 죄책감을 갖게 될 수도 있어요.”
특히 세월호 사건과 같은 국가적 대형 재난에서는 유족이 겪는 슬픔을 사회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이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시신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원인을 알지 못하면 진전이 있을 수 없다는 것. 사회적으로도 이들의 슬픔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고 순구하게 애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지 10여 년이 됐다. 이제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시니어 역시 스마트폰 보유율과 SNS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5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또 50대의 SNS 이용률도 2014년 21.5%에서 2016년 33.4%로 1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60대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시니어가 디지털 세상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대인의 일상, ‘SNS’에 있다
최근 시니어도 빠르게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고 있다.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사진이나 건강 정보를 공유하고, 스마트폰으로 은행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가족 간에도 단톡방을 만들어 대화를 나눈다. 또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에서 취미와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도 많다. SNS의 가장 큰 순기능은 바로 ‘소통’이다. 온라인은 연령과 성별을 초월한다. 그래서 시니어가 많이 이용하는 SNS도 중요하지만 다른 연령층에서 이용하고 있는 SNS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7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위 ‘인스턴트메신저’를 이용하는 사람의 99.4%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SNS 이용자 10명 중 6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다. 그 뒤를 카카오스토리(47.6%), 인스타그램(30.5%), 네이버밴드(29.7%)가 잇고 있다. 이들이 SNS를 하는 이유는 ‘친교(76.5%)’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또 다른 사람이 올린 콘텐츠를 보거나(55.3%), 취미나 여가 등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43%) 이용하는 사람도 다수였다. 이들은 SNS를 이용하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지고(68%), 최신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66.4%)도 생각했다. 또 직접 만나지 않아도 SNS를 통해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일하는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봐주는 조부모가 늘고 있다. 특히 저출산으로 ‘식스포켓(six pocket)’, ‘에잇포켓(eight pocket)’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에 더해 이모, 고모, 삼촌까지 모두 아이 한 명을 위해 지갑을 연다는 의미다. 손주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을 접하는 모태 디지털 세대다. 이들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겪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들과 소통하려면 인터넷과 SNS 활용은 필수다.
SNS가 주는 3가지 장점
SNS는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 첫째, 돈을 벌 수 있다. 요즘은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올린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 수익으로 연결된다. 일상생활, 반려동물 이야기, 먹방(먹는 방송) 등 다양한 내용을 동영상으로 담을 수 있다. 조회수에 따라 광고 수익도 들어오며, 유명한 크리에이터는 제품 협찬 등으로 수익원이 다양하다. 또 창업을 하거나 소규모 자영업을 할 경우 SNS를 통한 홍보가 가능하다. 입소문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SNS는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SNS의 또 다른 장점은 가족을 비롯해 다른 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36년 만에 브라질에서 귀국한 이찬재(76)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내 손주들을 위한 그림들’이라는 SNS 계정을 운영한다. 브라질에 있을 때 한국과 뉴욕에 사는 손주들이 그리워 2015년부터 SNS에 매일 그림을 올렸다. 이러한 사연이 영국 BBC에 소개되며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사실 그는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돌보던 손주들이 한국으로 귀국한 후 그림으로 손주들에게 추억을 남겨주기로 결심했다. 한국의 옛 모습에서 최근의 평창동계올림픽까지 그가 그린 그림은 700여 점을 넘어섰다. 그에게는 33만여 명의 팔로워도 있다. 전시회도 개최하고 그림도 판매한다. 그는 늦은 나이에 SNS를 시작해도 충분히 배울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점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셀카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일본인 니시모토 키미코(90). 72세에 사진을 배운 그녀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거나 개구리 분장 사진 등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현재 약 8만 명의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그녀의 유쾌한 사진을 보면 구순의 할머니라는 상상이 전혀 안 된다. 사진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책도 출간했다. 이외에 노부부의 커플룩, 먹방 등을 SNS를 통해 공유하며 노후를 즐겁게 보내는 시니어도 많다.
SNS를 시작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SNS는 더 이상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SNS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먼저 어떤 SNS를 이용할지 결정하기 위해 각각의 특징부터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는 프로필을 기반으로 지인들과 연결된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사진이나 동영상 등 특정 관심사를 올릴 수 있는 이미지 기반의 서비스다. 만약 그림이나 패션 사진을 주로 올리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이 적합하다. 각 SNS 앱은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다음은 계정 만들기다. 사용할 SNS를 결정했다면 가입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이름과 휴대폰 번호 또는 이메일, 생일, 성별을 입력한다. 또 시니어가 많이 이용하는 카카오스토리는 카카오톡을 사용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SNS 활용 교육을 무료로 하는 시도별 지자체도 많다. 가까운 지자체의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등록하면 된다. 교육 참가가 어렵다면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다. 유튜브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SNS 사용법을 검색하면 많은 자료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새로운 용어와 사용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하다 보면 신비한 SNS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시니어는 다양한 삶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창업에서 취미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외로움은 시니어의 4대 고통 중 하나라고 한다. SNS에서는 멀리 사는 자녀, 친구와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아직 SNS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디지털 세상이 주는 즐거움을 이번에 시도해보면 어떨까.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새봄잔치는 시작됐다. 일흔 잔치다. 69세로 10년을 그냥 살고 싶다. 돌이켜보니 10년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학생시절에 읽은 어느 여류작가의 ‘29세 10년’이라는 글귀가 실감나게 다가왔다. ‘25세부터 노숙미를 자랑하려고 29세 행세하였으나, 막상 그 때가 되니 불효하는 노처녀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부터는 나이가 겁나서 35세까지 29세로 10년을 살았다’는 줄거리다.
샛별보고 출근하고 초승달을 벗 삼아 집을 찾으면서 열심히 살았다. 날마다 삶은 희망이 있었다. 사회은퇴 후에 생활이 안락하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장년생활의 문제점을 제일 많이 안고 있다. 아들세대 청년들과는 취업전선에서 맞서야 하는 기막힌 처지에 놓였다. 사회에서 조기은퇴가 시작되지만, 국민연금 지급은 오히려 늦춰지는 어려움에 처했다. 평균수명은 매년 늘어나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지공거사 65세, 사회에서 은퇴한 이때부터 생각이 깊어졌다.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있는가. 대답이 쉽지 않다. 경제문제가 해결되면 행복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은다. 친구가 있고 자원봉사활동을 하면 더욱 좋다. 희망사항은 많은데 해결방법이 쉽지 않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사에 정신 차리기 어렵다. 머리 싸매고 배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사회평생교육기관에서 열심히 공부하여야 한다. 헌데 문제가 생겼다. 몇 해 전까지 없던 나이제한이 보편화 되었다. 고령자는 수강이 제한되고 젊은이 위주의 취업과 창업이 성행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면 어느새 경로석 앞에서 서성인다. 그 자리에 앉는 것이 젊은 세대에 대한 배려라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곤란하지 않게 알아서 처신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얼굴에는 주름이 깊어가고 행동은 굼떠졌다. 나이를 속일 수 없는 증표가 되었다. 사회은퇴 전에는 현업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회은퇴 후에는 자원봉사와 사회교육에 참여하면서 보람차게 살고 있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들면서 즐겁게 자원 봉사하는 분들도 만났다. 그들에게 숭고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평생사회교육에 참여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을 익혔다. 이제는 사회에서 터득한 귀중한 경험을 사회에 되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 사회교육 참여는 스스로를 발전시킨다. 사회평생교육도 그동안 많이 변했다. 얼마 전까지는 취미·여가 활용 등 장년의 사회은퇴 후 생활교육이 주를 이루었다. 어느 틈에 일자리 창출·창업 위주로 청장년 교육처럼 교육과정이 변하고 있다. 장년도 새 삶을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
사회은퇴가 엊그제인데 눈 깜작 할 사이에 5년이 지나 70대로 훅 뛰어 넘었다. 멈추고 싶은 지점이다. 관악문화원에서 글쓰기 공부를 하고 신문원고 작성을 하면서 날 새는 줄 모르고 지낸다. 아침마다 아내와 함께 손주 돌보기를 한다. 나이 먹기를 멈추고 젊은 오빠인양 10년을 살아 갈 터이다. 두려워하지 않고 새 삶을 떳떳이 맞이할 것이다. 안락한 은퇴생활만 기대하기는 너무 젊었다.
나이가 들수록 행동이 나태해지기 쉽다. 이를 방지하려면 일과표를 작성하고 꾸준히 실행하여야 한다. 휴일 이른 아침, 몇 번이나 창밖을 살피고 나서야 친구들과 산행하려고 집을 나섰다. 창문을 내다보면서 비가 올지 걱정하지말자. 비가 오면 우산 들고, 눈이 오면 방한복 하나 더 입고 아침부터 집을 나서자. 망설이면 하루를 헛되게 보내고 만다. 은퇴 전보다 더 엄격한 일정관리를 하여야 한다.
69세 10년! 자식을 기르면서 한 세대를 다시 살고, 환갑동갑 손주를 돌보면서 또 한 세대를 다시 산다. 절묘한 자연의 순환이다.
춤꾼에게는 몸이 최고의 의상이라 말하는 손관중(孫官中·58) 교수. 10여 년 전 언더 하나만 걸치고 무대 위에 섰던 무용수는 이순(耳順)이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군살 하나 없다. 자기관리의 혹독함이 미루어 짐작됐다. 남자가 무용을 한다면 다들 괴이하게 바라보던 시절, 그는 운명처럼 춤에 이끌렸다. 그리고 무용학과 교수가 됐다. 남자 무용수로는 국내 최초였다.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우연’이라는 말도 자주 했다. 40여 년간 한길만 걸어온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 표현들이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세상의 우연이 다 필연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우리 춤을 한 번 보고 푹 빠져버리는 남자 아이도 흔치 않다. 그것도 1970년대에.
“고2 때 매형을 따라 공연장에 갔다가 한국무용을 보게 됐는데 춤추는 무용수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거예요. 10대 사춘기에 감수성이 예민할 때라 더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날부터 무용을 배우고 싶어 안달했고 아는 분이 채상묵 선생님을 소개해주셔서 한국무용에 첫발을 들였어요.”
남자 무용수가 많이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딸도 아닌 아들이 무용을 배우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내심 놀랐지만 한동안 그러다 말겠지 하고 내버려뒀단다. 그러나 그 후로도 춤을 멈추지 않았다. 무용인으로 살아온 지 올해로 41년째.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손 교수의 눈빛이 아득했다.
“사실 제가 중학생 때 복싱을 했어요. 홍수환 선수가 밴텀급 챔피언에 올라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하고 외쳐, 온 국민을 흥분시켰던 그 무렵이었죠. 아마추어 선수로 뛰다가 고2 때 김명복박사배 학생선수권대회까지 출전했는데 준준결승전에서 상대 선수에게 왕창 얻어맞고 졌어요. 그때 제가 결승전까지 가서 이겼다면 한국체대를 가지 않았을까요. 무용학과는 상상도 안 해봤어요.”
초등학생 때 허들, 태권도 선수로 지낸 이야기도 슬쩍 털어놓는다.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니 한시도 자신의 몸을 가만히 두질 않았던 아이였다. 폭발하듯 들끓던 에너지, 왜 그랬는지 이제야 증명이 된 셈이다. 우연과 필연은 그렇게 겹쳐지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그가 가야 할 길을 터주었던 것이다.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사연
채상묵 선생에게 1년간 한국무용을 배우던 그는 1979년 겨울, 돌연 국립발레단 연수생으로 들어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채 선생님이 어느 날 제게 그러시더군요. 너는 키도 크고 몸도 유연하고 마스크도 서구적이니 우리 춤보다는 발레를 하는 게 좋겠다고요. 꽤 적극적으로 권유를 하셨어요. 그때 마침 국립발레단에서 연수생을 뽑길래 지원해봤습니다. 운 좋게 발탁이 됐고 다음해인 1980년 5월, 국립극장 설립 30주년 기념 공연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정식으로 무대 데뷔를 했습니다. 제 나이 스무 살 때였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발레단에서 활동하던 그는 1981년 5월 군 입대를 한다. 지금이야 권위를 자랑하는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 군 면제라는 특혜 제도가 있지만 당시에는 아무런 혜택도 없었다. 한창 매진해야 할 시기에 병역 문제로 활동을 중단했다가 아예 무용을 그만두는 이도 많았다. 몸을 다시 회복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자 무용수들에게는 그만큼 척박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알 수 없는 힘이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강원도 화천 백암산 앞에서 철책 근무를 서던 그에게 육군 본부(현 국방부)에서 군악병을 뽑는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원을 했는데 합격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육군 본부로 전출 가서 장구를 쳤어요. 우리 음악의 가락과 장단을 배우며 지낸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훗날 창작활동을 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됐고요. 제가 만약 화천에서 계속 철책 근무를 했다면 무용학과에 응시할 생각을 못했을 거예요. 다행히 군악대는 3주에 한 번씩 외출이 가능했습니다. 밖으로 나갈 때마다 채상묵 선생님 학원을 찾아가 굳은 몸을 풀었고 근무할 때도 외야부대에 있는 식당에서 식탁과 의자를 밀어놓고 혼자 발레 연습을 했어요. 물론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이라서 가능했던 일이죠.”
늦은 나이에 무용학과에 도전
군대에 가서도 춤 생각밖에 없었던 그는 제대하자마자 한양대학교 무용학과에 입학원서를 냈고 수석 입학을 한다. 그러나 친구들보다 5년 늦게 공부를 시작한 만학도는 주변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다. 심지어 “남자가 무슨 무용이냐”라는 비웃음도 들려왔다.
“남자 무용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형편없었던 시절이었어요. 하루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무용학과’를 바꿔 달라 했더니 잘못 알아듣고 무역학과를 바꿔주더군요.(웃음) 남자가 찾는 학과이니 당연히 무역학과일 거라 생각했던 거죠.”
발레로 실기시험을 치고 입학한 그는 1985년도에 현대무용으로 전공을 바꾼다. ‘한국적 현대무용’을 고집스럽게 추구해온 김복희 선생과의 만남이 그의 진로 방향에 큰 영향을 줬다. 학부를 졸업한 뒤에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학부를 졸업하니 스물여덟 살이더라고요. 나이는 먹고 취직은 힘들고 대학원 진학 말고는 딱히 갈 곳이 없었어요. 당시 남자 무용수가 돈벌이로 할 수 있는 일은 입시생 레슨밖에 없었죠. 물론 민간단체에서 만든 무용단에서 학부 졸업생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긴 했지만 경제 사정에 큰 보탬이 되지는 않았어요. 할 수 없이 집에서 용돈을 받아쓰곤 했는데 그나마도 곧 끊겨버리고 말았어요.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시는 바람에 거의 폐인이 되셨거든요. 그때부터 가장의 짐까지 짊어져야 했어요.”
몇몇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모교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그는 차차 안정을 찾아갔다. 학과 조교생활 4년, 모교에서 시간강사 6년, 그리고 전라도, 부산 등지까지 보따리를 들고 다니며 강사생활을 했고 마침내 37세에 모교 무용학과 교수가 된다. 그때까지 4년제 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남자 무용수가 교수가 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가 국내 1호 교수였다.
“무용학과는 1963년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처음 만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체육학부에 속해 있다가 예술학부로 분리가 된 거죠. 한양대학교는 그로부터 1년 뒤인 1964년도에 무용학과를 개설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끔 자랑을 하곤 합니다. 남녀공학에서 무용학과 개설은 한양대학교가 최초라고요.(웃음)”
그는 무엇이든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그러한 성향이 결코 녹록지 않았을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한눈팔지 않고 걸어가게 했을 것이다. 지금은 강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라 이전만큼 창작활동을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3일은 늘 무용단 연습에 참여한다. 벌써 30년이 넘은 약속이라는데 아직도 지키고 있다니 대단하다.
영원한 주제, 회한과 분노와 사랑과 연민
손관중 교수의 주요 작품으로는 ‘자유, 해방과 나비’, ‘육바라밀’, ‘적(跡)’, ‘족보’, ‘인간나무’, ‘검은 소나타’ 등이 있다. 주로 인간의 고뇌를 주제로 한 내용들이 많은데 이 중 ‘적(跡)’은 서울무용제 안무상을 받은 뒤 뉴욕 연수를 다녀와 만들었다. 연작으로 발표했을 만큼 애정이 많은 작품이다.
“1995년 서울무용제 안무상을 받았을 때 문화예술진흥원에서 주는 300만 원의 연수자금이 손에 쥐어졌어요. 3주간 의무적으로 연수를 다녀와야 했는데, 제 돈을 더 보태 한 달 반 일정으로 뉴욕엘 갔습니다. 마침 동기생이 유학 가 있는 상황이라 얹혀 지내면서 돌아다녔죠. 배가 고플 때는 1달러짜리 햄버거를 사먹으면서요. 그런데 거리에 휑한 눈빛의 무표정한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뉴욕 같은 화려한 공간에서 말이죠. 좀 충격적이었어요. 문득 인간이라는 존재가 너무 보잘것없어 보이더군요. 그날 낯선 거리에서 하염없이 걸었어요.
5시간 정도 지났을까… 브로드웨이 링컨센터쯤에 도착했을 때 비가 막 쏟아지더라고요. 그 비를 맞으며 무엇에 홀린 듯 계속 걸어 다녔어요. 그리고 돌아와 만든 작품이 적(跡)입니다.”
입을 닫으면 몸의 언어가 들려올 때가 있다. 그 말들을 받아 적으며 그는 회한과 분노와 사랑과 연민으로 뒤범벅된 존재의 뒷모습을 몸짓으로 그려낸다.
어느 날부터 비타민을 챙겨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나이를 실감했다는 손 교수. 학교, 무용단, 춤협회 일로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 번씩은 꼭 헬스장에 간다. 낙낙하던 허리띠가 조여 오는 듯 불편해지면 철저히 몸 관리에 들어간다. 아직도 32인치 허리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몇 년 후에는 그도 퇴직자가 된다. 영화도 실컷 보고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요리도 배우고 싶다 하더니 그 말끝에 한마디 더 툭 던진다.
“이젠 오지랖도 내려놓고 싶어요. 저 없어도 잘 돌아가더라고요.(웃음)”
# 직장에서 은퇴한 강모(67세) 씨는 수입이 줄어들자 자동차를 유지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주유비에 자동차보험, 주차비도 그렇지만, 차를 구입한 지 오래되어 수리비가 만만치 않았다. 자녀들이 독립해 예전처럼 차를 쓸 일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며 걱정을 덜었다.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한 자율주행 공유 차는 강 씨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전해준다. 필요할 때만 부를 수 있어 경제적인 데다 차량 소유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다.
최근 자율주행차는 무인 상태를 최종 목표로 발달하고 있는 중이다. 또 가솔린이나 디젤을 연료로 하는 차 대신 전기차가 늘고 있으며, 차를 공유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한편으론 자동차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 등과 만나 커넥티드카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 업종에서 이제 전기전자 업종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자동차 산업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에 신기술과 새로운 용어가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걸까. 이에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와 시니어에게 가져올 파급 효과를 살펴보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어려워지는 일 중 하나가 운전이다. 60대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16년 기준 전체 면허 소지자의 14.8%인 461만 명에 이른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고도 늘고 있다. 2016년 전체 교통사고는 22만917건으로 2015년과 비교하면 1만 건이 넘게 감소했다. 하지만 2015년 대비 2016년 60대 이상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는 무려 2784건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자동차는 편리함도 주지만, 안전을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다. 젊을 때부터 운전을 해온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운전을 하길 원한다. 이동이 힘들면 사회 참여를 제대로 못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우울증까지 올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시니어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자동차 산업의 빅뱅을 일으킬 첨단기술들
현재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트렌드는 크게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바로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차량공유 서비스, 전기차다. 이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자율주행차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2020년에 사람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완성차, 부품, 반도체, IT, 통신 등 관련 기업들의 협력과 인수합병(M&A)이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차량용 인공지능 1위 기업인 엔비디아와 중앙처리장치 기업인 인텔을 중심으로 협력하고 있다. 인텔은 자율주행 부품 업체로 유명한 모빌아이를 인수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완전 자율주행 인공지능 컴퓨터인 ‘드라이브 PX 페가수스’를 선보였다. 또한 글로벌 IT 기업도 이젠 자동차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다.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시험 운행했으며, 애플도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국내 한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사고의 89%는 운전자 과실이 원인이다. 그래서 무인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교통사고가 9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아서 척척 운전을 해준다면 노화로 신체나 인지기능이 저하된 사람도 생활이 편리해진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기술 보완 외에도 아직 걸림돌이 많다. 우선 소비자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국토교통연구원이 2016년 실시한 조사 결과 운전에 따른 피로감이 줄고 차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와 보안, 유지관리 비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또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았을 경우 차 소유주와 제조업체 중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스마트폰, 자동차의 스마트한 변화
# 박모(74세) 씨는 은퇴 뒤 아내와 자동차로 맛집을 찾아다니고 여행을 다니는 게 취미다. 그런데 시력이 저하되면서 운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 구입한 자율주행차 덕분에 드라이브하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또 차 안에서 스트레스를 측정해주고, 건강 컨설턴트와 영상으로 상담도 할 수 있다. 얼마 전엔 차에서 심장질환으로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박 씨의 건강 이상을 파악한 자율주행차가 근처 병원 응급실까지 차를 이동시켜줘 큰 도움이 됐다.
커넥티드카가 뜨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커다란 스마트폰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람과 자동차, 병원, 쇼핑 등 사실상 모든 것과의 연결이 가능하다. 그래서 차 안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가 교통상황도 알려준다. 또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신용카드와 연계되는 전자계정을 부여받은 차로 상품 결제도 가능하다. 특히 커넥티드카는 차 안에서 운전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해준다. 자동차에 앉기만 해도 자동 측정이 가능하다. 얼굴과 눈동자를 인식해 졸음운전을 감지하는 기술은 이미 여러 기업에서 개발됐다. 도요타는 운전자의 심전도를 측정하는 스마트 핸들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는 심박수와 뇌파를 통해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을 활발히 개발 중이다. 건강 이상이 발견되면 차가 스스로 119에 신고도 한다. 헬스케어 산업은 자동차 산업보다 규모가 훨씬 큰 데다 고령자 급증으로 인해 자동차 업계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차량은 이제 소유에서 공유로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차량공유 기업 리프트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가 10년 안에 끝날 거라고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 대표적인 차량공유 기업인 쏘카의 회원수는 2014년 51만 명에서 2016년 240만 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도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현대자동차도 차량공유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전기차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도 판매 중단을 논의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 판매된 전기차는 100만 대를 넘었다.
자동차의 빅뱅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트렌드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금융, 헬스케어, 차량공유 등 산업의 경계를 나누기도 어렵다. 자동차 산업의 첨단기술은 시니어의 이동성에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운전을 하지 않는 탑승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시니어의 니즈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과제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다음 연재 순서
❹식스 포켓(six pocket) 시대, 손주와 SNS로 친해지기
❺해외 시니어 여행 트렌드
❻3D 프린팅 기술 어디까지 왔나
참 다행이다. 60살부터 국민연금을 매달 꼬박꼬박 받을 수 있어서 말이다. 연금수령액은 실생활에 충분하지 않아도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직장이나 일거리가 있어 일정한 소득이 발생하면 그 범위 안에서 쓰고 확실한 장래 수익이 예정되어 있으면 앞당겨 써도 무리가 되지 않는다. 새로운 수익이 없거나 적을 때, 저축하여 둔 돈에서 쓴다면 그 쓰임새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생각 없이 쓰다 보면 후회를 할 수밖에 없다. 살아오면서 종종 경험한 일이다.
근래에 ‘Downsizing’이란 말이 많이 회자한다. 기업체를 비롯한 조직에서나 인생 2막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 맞게 쓰임새를 줄여야 함을 이른다. 돈을 벌지 못하거나 수입이 줄어든다면 맞춰 생활해야 한다. 모아둔 돈을 쓰기만 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바닥이 나기에 십상이다. 금리가 바닥인 요즘엔 더더욱 그렇다. 우리 속담에 “곶감 빼 먹듯 하다”란 말이 있다. 달콤하여 한둘 먹다 보면 앙상한 꼬지만 남게 된다. 소득이 없거나 적은 경우엔 수입 범위 안에서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너무 옹색할 필요는 없어도 분수에 맞지 않은 지출은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방법의 하나가 절약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방법을 실천하는 일이다.
필자는 그런 일의 하나로 이발을 아주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곳을 이용한다. 고향 청학동 마을 어르신들이 상투를 틀고 지내는 것처럼 이발하지 않고 길게 기르는 방법도 있겠다. 그렇게 사는 분들을 주변에서 보기도 하여 그런 방법으로 머리를 관리해볼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해보았지만,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필자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처럼 손질하기로 했다. 일반 이발소를 다니다 안사람의 권유로 미장원을 이용해왔다. 지난해 봄부터 머리 깎는 장소를 바꿨다.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이발관이다. 이 근처엔 이발관이 눈에 띄게 많다.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지역임을 참작해선지 3,500원을 받다 지난 연말에 4,000원으로 올렸다. 머리를 감으면 500원이 추가된다. 그래도 싼 편이다. 이발 솜씨도 양호하다. 이발사는 중.장년층으로 가위질에 빈틈이 없고 손님들이 대부분 만족해한다. 머리를 깎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필자는 이 근처에서 모임을 하는 기회가 많아 이곳에 들릴 때 시간을 내어 머리를 깎게 되기에 시간과 이발료를 절약한다.
한가로운 시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 우대로 교통비를 들이지 않고 찾을 수 있는 지역이다. 시니어들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실버극장을 비롯한 볼거리, 값싸면서 질도 괜찮은 먹거리도 있어 나이 든 분들이 많이 모여든다. 소득에 맞게 지출하려는 시니어 경제생활의 일면을 본다. 은퇴하고 난 직후는 과거의 생활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과거의 생활 방식에서 현실에 맞는 자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절약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찾는 것도 은퇴 후 지혜로운 경제생활이다.
노후의 삶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장수리스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준비 없이 맞이하는 긴 노년은 괴로움만 더할 뿐이다. 따라서 나이에 맞는 ‘생애자산관리’가 뒤따라야 하며, 은퇴 직전인 50대뿐만 아니라 30~40대부터 노후필요자산에 대한 적정성 점검과 자산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은퇴 이후에는 노후 기간을 세분화하여 자산의 적정한 인출과 소득의 보완에 신경 써야 한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꼽은 시니어가 알아야 할 재무 설계 키워드를 은퇴 전·후로 나눠 정리해봤다.
도움말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PART1. 은퇴 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5565'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기 직전 5년부터 퇴직한 뒤 5년에 해당하는 55세부터 65세 사이의 시기를 말한다. 직장생활을 잘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로 매우 분주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인간관계 중심이 회사에서 가정으로 바뀌므로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형 인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아울러 노후자금 관리도 돈을 모으는 ‘적립’에서 ‘인출’ 중심으로 변화한다.
#2 임금피크 ≠ 인생피크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55세 전후로 임금피크를 실시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근무연한이 늘어나면 임금도 상승하는 연공서열방식 임금제도와 달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특정 연령부터 임금이 줄어든다. 임금이 줄어들면 덩달아 퇴직급여도 줄기 때문에 대응을 잘해야 한다. 기업에 따라 임금피크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전은퇴 교육을 시행하는 곳도 있으니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임금피크 전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전이 달라진다. 자칫 이 시기를 무의미하게 보내면 임금피크가 인생피크가 될 수도 있다.
#3 이중부양
은퇴를 앞둔 50대는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이라는 두 가지 짐을 짊어진 경우가 많다. 그나마 현재 50대는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직장에 다니며 부를 축적하고 노후준비도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부모 세대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했다. 게다가 고도성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그들의 자녀 세대 또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상황이다. 부모봉양과 자녀부양이라는 이중의 짐이 50대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자신의 노후준비까지 하려면 연금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기초생활비를 만들고, 여기에 개인연금과 주택연금을 더해 기본 생활비를 마련하자.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퇴직금을 지켜라
우리나라 남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6.7년으로 OECD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가 짧으면 이직 때마다 노후자금의 주요 축인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아 다른 용도로 활용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후자금 축적에 큰 위협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직 시 IRP(개인형 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에 이관된 퇴직금은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고, 55세 이후 5년 이상 연금으로 받는 것이 좋다. 이 경우, 퇴직금을 노후자금의 목적대로 보존할 수 있으며 퇴직소득세 감면 효과(30%)까지 누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
#5 자녀 리스크 회피
자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우리나라 부모 세대는 오랜 기간 자녀 리스크에 노출된다. 사교육비부터 결혼자금 지원까지, 생애 지출의 상당 부분이 자녀를 위해 쓰인다. 즉 소중한 자녀가 노후준비의 걸림돌이 되는 것. 2016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5년 내 자녀를 출가시킨 부모의 3분의 1은 결혼자금 지원을 위해 노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산(부채, 퇴직금, 개인연금 등)을 활용했다. 자녀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자녀에게 부담 주지 않는 독립적인 노후를 보내는 것이 결국 자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임을 명심하자.
#6 연금라이프 점검
평균수명 증가로 은퇴기가 길어지면서 필요한 노후생활 자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득이 사라지는 은퇴기에도 삶의 질 하락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생활비’를 확보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필수생활비는 살아있는 한 꾸준한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인 국민연금 이외에 종신연금처럼 죽을 때까지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상품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 필수생활비를 연금으로 충당하는 연금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지 점검해보자.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집, 소유 말고 사용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선진국의 경우 가계의 부동산 비중이 약 50%이지만, 우리나라는 70%가 넘는다. 집은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사용하는 개념으로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집을 사용하는 것으로 여기면 무리하게 투자해 집을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억짜리 집을 사기 위해 3억을 대출받는 것보다, 5억짜리 집에 살면서 2억을 연금보장형 상품 등으로 넣어두는 편이 낫다. 10억짜리 집을 사면 이자를 내야 하지만, 5억짜리 집에 살면 이자를 받는 셈인데, 이는 매우 큰 차이다.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노후자산에 톡톡히 활용할 수 있다.
#8 자산관리 분배 원칙 '5533'
5: 총자산의 50%를 금융자산으로! 가계의 총자산 내에서 26% 수준에 불과한 금융자산의 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자. 노후에 필요한 것은 정기적인 현금흐름이고, 이를 만들어내는 금융자산을 최소 5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좋다.
5: 금융자산의 50%를 투자형 자산으로! 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리연동형의 안전형 상품으로는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40%를 훌쩍 넘는 예금자산을 줄이고, 20% 수준에 불과한 투자형 자산의 비중을 늘려보자.
3: 투자형 자산의 30% 이상은 해외자산으로! 투자형 자산에 투자할 때는 해외자산의 비중을 늘려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증시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2%도 안 된다. 국내 종목에만 집중투자하기보다는 글로벌 분산투자의 개념에서 해외 종목을 30%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3: 연금자산은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100세 시대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자산은 결국 연금자산이다. 아무리 많이 잡아야 8% 수준에 불과한 연금자산을 최소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장기보장자산 마련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한 재무 설계는, 늘어난 노년기에 경제적으로 독립된 노후생활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해서는 일정 소득을 제공하는 노후자금기본형성 계획과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면서 ‘인플레이션+α’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 확대 계획이 필요하다. 노후자금기본형성을 위해 개인형 IRP, 연금보험 등에 대한 이슈가 중요하며, 노후자금자산 확대를 위해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하는 자산관리 전략의 혼용이 필요하다.
*경제활동기 이후 노후생활기 증가: 1985년 13.4년, 2016년 26.8세.
단순히 ‘노후자산관리’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은퇴 이후, 즉
#10 '1세대가구형' 생존전략
가구에 대한 개념 변화와 기대수명의 연장,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의 약화, 에이징인플레이스(Aging in Place)의 개념 등으로 은퇴 후 1인가구나 부부가구 증가가 예상된다. 전통적 방식의 2세대 이상 가구 유형(부모-자녀 세대)은 감소할 것이다. 특히 재무 설계의 목적을 설정할 때 1인 또는 부부가구 중심의 노후자금준비 목적이 이뤄지도록 반영해야 한다. 이는 1세대가구 생존을 위한 노후자금준비 목표에 대한 재점검과 자산관리 재조정으로 이어진다.
* 부양의식의 변화: 부모부양 부담에 대해 가족의 책임 2002년 70.7%, 2016년 30.6%.
* Aging in Place: 연령, 소득, 능력 수준에 관계없이 자신이 살던 집과 공동체에서 안전하고 자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
PART2. 은퇴 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일병식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수명이 늘어났다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자 중 30% 이상이 와병 상태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나이가 들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늘어난 수명을 병상에서 보내지 않으려면 건강관리에 매진해야 한다. 보통은 아무런 질병이 없을 때 건강을 돌본다는 의미로 ‘무병식재(無病息災)’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때는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 별다른 준비를 안 하고 무리하게 된다. 건강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는 은퇴하고 나서 체력이 떨어지고 가벼운 질병을 하나 정도 갖게 됐을 때다. 이때부터라도 건강관리에 힘쓰면 장수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일병식재(一病息災)’라 한다.
#2 평생월급
은퇴 후 삶의 시기를 크게 3단계로 나눠 정년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는 ‘평생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1단계는 정년퇴직 이후부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령할 때까지다. 월급이 끊긴 뒤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소득공백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퇴직금과 모아둔 금융자산으로 매달 얼마의 소득을 낼 수 있는지 점검해본다. 2단계는 공적연금수령 기간이다. 부부가 받는 공적연금으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을 받는 방법도 고려한다. 3단계는 독거생활 기간이다. 본인이 먼저 사망했을 때와 그 반대의 경우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본다. 이런 점검을 통해 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소득이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평생소득을 만들어가야 한다.
#3 딴 지붕 한 가족
자녀들도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지만, 부모도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반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아주 먼 곳에 떨어져 살려고도 하지 않는다. ‘방금 끓인 수프가 식지 않을’ 거리에 떨어져 살면서, 프라이버시는 지키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부모·자식 관계가 일상화되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얼굴을 맞대고 사는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다른 지붕 아래 살면서 보고 싶을 때만 보는 ‘딴 지붕 한 가족’이 보편화되고 있다.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100세' 보장
민간 건강보험으로 탄탄한 의료비 보장을 해놓은 이가 많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연장돼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며 과거에 해둔 보장이 불충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비 보장이 80세까지만 되어 있는 경우다. 특히 고령화 후기로 접어들면 간병비도 늘어난다. 이에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의료비와 간병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5 '4% 인출' 법칙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그동안 저축한 은퇴자산에서 자금을 찾아 써야 하는 은퇴자가 많아지고 있다. 은퇴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한정된 은퇴자산에서 매년 생활비로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을 알려주는 법칙이 있다. 일명 ‘4% 법칙’이라고 하는데, 은퇴 직전 자산의 4%를 기준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을 더해 인출하면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될 우려가 없다는 법칙이다. 인출하고 남은 은퇴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소 달라지겠지만 은퇴자의 생활비 인출 범위를 대략적으로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6 버킷 전략
시니어도 젊은 시절에는 자산운용에 할애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비교적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엔 투자 실패 시 만회할 시간이 부족해 적극적 자산관리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산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보유한 자산이 생전에 고갈되는 장수 리스크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은퇴자산을 인출 시기별로 나누어 각각 달리 관리하는 이른바 ‘버킷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당장 써야 할 자금은 현금성 자산으로, 앞으로 10년 이내에 꺼내 쓸 자금은 각각의 인출 시기까지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유한다. 나머지 자산은 향후 10년 이상 운용 가능하게 되어 더 적극적인 투자관리를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버킷 전략이라 하는데 최근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장수리스크, ‘일’로 대비하자
오래 살게 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드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관계와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일’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전 세계 1위이고, 이 중 47%, 즉 둘 중 한 명은 절대빈곤을 겪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능기부 등의 일이라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가계에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8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부분 금융기관에서는 매월 시장의 동향과 좋은 투자 상품 등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퇴직 후 시간이 여유로운 시니어는 이런 프로그램을 직접 찾아다니며 들어보고,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담당 직원에게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상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고 정보를 얻어 활용해야 한다. 이때 투자 결정을 할 때는 한 사람에게 들은 정보만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정보를 같은 기관의 다른 직원이나 타 기관 직원에게 반드시 크로스체크하자.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투자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담당 직원에게 “왜 올랐나요?”, “왜 떨어졌죠?” 등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음에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합리적 인출전략
기대수명 연장으로 늘어난 노후생활기, 에이징인플레이스의 확산 등에 따른 새로운 영역의 필요노후자금 등이 발생하면서 합리적 노후자금 인출전략 수립이 중요해졌다. 새로운 자산 증가나 소득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자산으로 여생을 살아가기 위한 인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출전략 수립에 앞서 보유자산 진단, 예상되는 자산 유출 진단, 노후 라이프스타일 결정 등의 과제가 선행되어야 인출전략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10 은퇴 후 기간 세분화
100세 시대라 할 정도로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노후생활기도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 재무 설계에 대한 접근이 바뀌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까지는 은퇴 후 기간을 하나의 통으로 보고 재무 설계를 추진해왔으나, 이제는 개인의 자산 현황, 활동성 정도, 인생계획 등이 반영된 기간 세분화가 필요하다. 재무 설계는 이러한 분석 아래 시도해야 하며, 아울러 노후자금 인출전략을 세울 때도 주요 자료로 참고해야 한다.
#11 현금 가능한 고정수입 유동화
은퇴는 고정수입 창출에 큰 변화를 발생시킨다.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이, 사업자의 경우 사업소득이 발생하다가, 은퇴 후에는 초기 연금이나 금융자산의 이자소득 등으로 수입이 창출된다. 이후에는 금융자산, 부동산자산 순으로 유동화하여 수입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 가구에서 부동산자산 비중은 80%에 이른다(2016년 3월 통계청 기준). 이를 노후자금으로 유동화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가구가 거치게 될 것이다. 자산 감소와 유동화 시기 점검으로 재무 설계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여자들보다 많다.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입을 쫙! 하고 벌렸다. 집 안방을 빼곡하게 차지한 아이들(?)의 정체. 스튜디오 사무실 가장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때깔 요망진 것들! 바로 형형색색 다양한 모습의 화장품이다. 그렇다면 주인은 여자? 아니 남자다. ‘댄서킴’으로 불리던 개그맨 김기수가 웃음보따리가 아닌 화장 도구를 들고 나와 대박을 터트렸다. 들어는 봤는가? 뷰티크리에이터 김기수! 어둠 속에서 ‘예뻐지고 싶다!’를 외치던 남자들이여, 이제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와 김기수와 함께 꽃단장 한번 제대로 해보자.
화장하는 남자의 편견을 깨다
웃기는 일로 오랫동안 사람들 앞에 섰던 김기수. 그가 2016년 11월 말, 세련된 화장을 하고 나와 자신을 뷰티크리에이터라고 소개했다. 뷰티크리에이터란 소위 화장을 통해 ‘예뻐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 그는 현재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com)와 포털사이트의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꾸미고 가꿔 돋보이게 하는 방법’을 전파한다. 개인 채널과 SBS 모비딕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를 진행 중.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억 뷰 돌파!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그의 동영상을 시청했다는 뜻이다. 이 여세를 몰아 작년 말 SBS 연애대상에서 모바일 아이콘 상과 한국분장예술인협회에서 주는 메이크업 어워드를 수상했다. 올 초 화장법 노하우를 담은 책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를 출간했고 3월 말에는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화장 제품도 출시한다.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의 한 방송에서도 김기수를 찾아왔을 정도이니 인기는 상상 그 이상. 대세 중에서도 대세가 바로 맨즈(남자) 뷰티크리에이터 김기수다.
불모지를 앞서 걷는 펭귄의 길을 택하다
개그맨이 아닌 뷰티크리에이터로 전향을 하고 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 그 과정이 어찌 보면 홧김(?)으로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기수는 무대 화장을 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악성댓글에 시달렸다고. 특히 어머니를 욕하는 것은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중국에서 클럽 DJ로 활동하던 시절이었어요. 제가 트렌스젠더가 됐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어요. 트랜스젠더가 됐네, 돌려 깎기를 했네, 성괴(성형괴물)네. 일주일 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에서 제 이름이 내려오지 않는 거예요.”
김기수의 성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늘 있어왔지만 자신의 발언으로 성 소수자들이 눈총받을까 말을 아꼈단다.
“나는 그저 내 화장 실력으로 얼굴을 가꾸어서 무대에 올라간 건데 왜 중국 성괴 같다고 그러지? 제가 당시 칩거하고 힘들어하니까 지인과 팬들이 ‘오빠 화장하는 거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보세요’라고 하는 거예요. 저도 유튜버(동영상 사이트에 영상을 올리는 사람) 남성분들의 젠더리스 메이크업(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화장)을 많이 눈여겨봤었어요. 그럼 나도 저렇게 해볼까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컴퓨터를 잘 다루지도 못했지만 제대로 해볼 생각에 영상 편집을 배워나갔다.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시간 자면서 영상을 올렸다. 첫 영상을 올리고 난 뒤 일주일 동안 댓글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저 정도의 화장 실력이라면 자랑할 만하네?’ 했고, 저를 싫어하던 사람들이 팬으로 돌아서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어요.”
김기수는 자신이 뷰티 채널을 시작하고 1년 사이 사회적으로 맨즈 뷰티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맨즈 뷰티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고 화섹남(화장하는 섹시한 남자), 잘생쁨(잘생기고 예쁨)이라는 신조어도 김기수의 등장과 함께 생겨났다. 남성이 당당하게 멋져지고 예뻐지는 시대를 김기수가 열었다고 해도 실로 과언은 아니다. 그는 대열 앞에 서서 걸어가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 바로 자신이라 생각한다.
“누군가가 저에게 화장을 하지 말라 하면 지금 제 일을 그만두라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남자가 이렇게 화장을 하고 있는데 그 정도의 루머가 또 돌지 않는다면 나는 이일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에요. 관심이 있어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구나. 물론 처음에는 분했어요. 활동을 접을 생각도 했고요. 무엇보다 지금은 저에게 많은 질문을 하십니다. 남자분들도 용기를 내서 화장법에 대해 묻고요. 그런 분들을 도와드리는 것이 제 일이죠.”
분장실 옆 아역 탤런트, 화장에 눈뜨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언제부터 화장에 관심이 있었던 것일까? 뜬금없이 왜? 남자 개그맨이? 그리고 근육 팍팍 보이면서 클럽 DJ를 하는 남자가 언제부터 화장에 심취했을까?
“중학교 때부터 아역 탤런트를 했는데 그때 화장에 관심이 생겼어요. 야외 촬영 현장에서 평범한 중년의 엑스트라 두 분이 트레일러에 마련된 간이 분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아름다운 사람이 돼서 나오는 거예요. 너무 놀라웠어요. 쇼킹했어요. 그곳이 마치 마법 상자처럼 보였어요. 불꽃이 막 파파팍! 튀는 느낌?(웃음)”
촬영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계속 분장실을 드나들었다.
“그랬더니 분장사 누나가 저에게 선크림하고 크림을 주더라고요. 써보라면서요. 다음 날 그걸 바르고 현장에 나갔는데 감독님이 ‘야, 너 왜 이렇게 예뻐졌냐?’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대사 한마디 더 주시더라고요. 자신감이 붙었다고나 할까요? 그다음부터 선크림에 맞는 수분크림과 립스틱을 찾고 또 뭔가 발견하고. 코덕(화장품과 덕후의 합성어)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어린아이였음에도 주위의 시선 때문에 다락방에 숨어 화장을 했다. 그때만 해도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극명했다.
“지금도 남성이 화장하는 걸 이상하게 보는 면이 있지만 그때는 더 심했죠. 남자는 화장을 하면 안 된다 뭐 이런 거요. 저 어렸을 때는 크림 바르고 밖에 나가는 남자가 몇 안 됐어요. 저 혼자 그냥 다락방에서 뭐든 발라보고, 어울리는 색을 찾아보면서 저만의 재미에 푹 빠져버렸어요. 어떻게 그렇게 숨어서 했는지 나도 참 기특해.(웃음) 그렇게 30년 동안을 해왔고, 지금 빛을 발하고 있는 거죠.”
남자들이여! 당당히 화장대 앞에 서라!
김기수가 갑자기 목소리를 죽이며 기자에게 물었다.
“요즘 시니어 남성분들 등산 배낭에 뭐가 들어 있는 줄 아세요?”
바로 BB크림이랑 틴트란다. 모두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고 꽤 된다는 말. 그들은 곧바로 목적지로 직행하는 것이 아니다. 공중화장실에 들러 BB크림과 틴트를 바른 뒤 산행을 시작한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냐 했더니 뷰티크리에이터로 일하다 보니 그런 얘기들이 너무나 잘 들려온다 했다. 김기수의 채널 구독자 중 BB크림 바르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50대 중반의 남성도 있었다. 올리브영 맨즈뷰티 코너를 서성이는 시니어 남성에게 제품을 권해드리기도 했다.
“사실 남자들이 그루밍하는 것에 편견이 있으면서도 관심들은 다 가지고 계세요. 제가 예약하려던 눈썹 문신 전문점은 3개월 이후나 돼야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어요. 80%가 남성 손님이고요. 성형외과 전문의와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실 리프팅 하러 오시는 중년 남성들이 꽤 많다고 해요. 그렇게들 몰래몰래 자기 관리하면서 화장을 하는데 저는 왜 안 되는 거죠? 관심은 있으면서 대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거뿐이잖아요.”
요즘 김기수의 개인 채널에는 남성들을 위한 화장법을 모아 따로 분류해놓았다.
“3년 동안 취직 안 됐던 남성분이 제가 알려드린 화장을 한 뒤 면접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어요.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에요. 붙었다고 하잖아요. 요즘은 자기관리 잘하는 남자가 칭송받는 시대예요. 깨끗한 인상 주는 게 나쁜 게 아니잖아요.”
제발 좀 꾸미고 멋져지고 싶은 남자들이 숨지 말고 나와서 당당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NS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과연 이렇게 발달하다 보면 어떻게 될까 고민하게 해주는 충격적인 영화이다. SNS를 통한 남들과의 소통은 미덕이자 의무인 사회이다. 반면에 SNS에 동참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사람은 은둔자 또는 성격이 이상한 이기적인 사람 취급을 받는 사회이다. 본인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초대된 단체 톡에서 탈퇴할 때 우리는 이런 비판과 후유증을 각오해야 한다.
영화 ‘서클’은 제임스 폰솔트 감독 영화이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 데이브 에거스의 동명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똑순이 엠마 왓슨이 ‘메이’ 역으로 출연했고, 믿고 보는 배우 톰 행크스가 소셜미디어 그룹 CEO ‘에이몬’ 역으로 출연했다.
메이는 모두가 선망하는 신의 직장 ‘서클’에 입사한다. 세계 최대의 소셜 미디어 기업이다. 이 회사는 소셜 미디어로 모든 것을 공유하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철학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다. 동료들은 메이가 입사한지 얼마 안 되는데 SNS에 가입하지 않은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기적이라는 지적에 같이 활동하자는데 동의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수많은 팔로워들이 있는 SNS 속에서 산다. 개인과 연관되는 모든 일들은 또 다른 연관 시스템과 저절로 연결된다. 메이는 이 프로그램 가입자들을 활용하여 투표는 물론 모든 생활을 활용하자는 아이디를 내고 회사 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한다. 그리고 24시간 모든 것을 생중계하는 ‘씨체인지’ 프로그램에도 가입한다. 그리고 SNS 스타가 된다.
메이는 어느 날 밤에 혼자 카약을 즐기다가 전복되어 목숨이 위태로워졌을 때 어디선가 구원의 손길이 와서 극적으로 살아난다. 그녀가 가입한 ‘씨체인지’ 프로그램 덕분이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때 사람들은 부도덕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메이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카약을 훔쳤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보고 있는 사람이 있으므로 그렇게 못하고 잠시 빌려 타는 것까지만 한 것이다. 이처럼 투명하면 위험에서도 구출될 수 있고 전 세계가 범죄 없는 밝은 사회가 된다는 지론이다. 여기까지는 장점이다.
그런데, 메이가 가입한 ‘씨체인지’프로그램은 메이 이외에도 메이가 만나는 모든 지인들까지 사생활이 공개된다. 부모도 사생활이 공개되며 난감한 상황에 처하자 탈퇴했다. 가까운 친구들은 이를 지적하며 오히려 메이를 멀리한다. 가까이 했다가는 전 세계에 같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들 중에는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도 많다.
어느 날 회사의 공개 프레젠테이션에서 이 기술이 세계 누구든 단 시간 내에 소재를 찾아내는 기술을 선보인다. 범죄를 저지르고 투옥 되어 있다가 간수를 매수하여 탈옥한 한 여성 범죄자의 소재를 간단히 찾아내어 다시 검거되게 한다. 사람들은 메이의 남자 친구 이름을 대며 현재의 소재를 찾아보라는 제의를 한다. 많이 망설였지만, 결국 남자 친구의 이름을 입력하자 서클 회사의 추적 팀이 금방 찾아낸다.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을 싫어하고 메이 때문에 악성 댓글 세례까지 받았던 터라 남자 친구는 자동차로 도망치지만, 자동차, 오토바이, 드론까지 동원한 추적 팀에 쫓기다가 자동차 사고로 숨진다.
다시 수많은 관중들이 들어찬 프레젠테이션에서, 메이는 회사 CEO ‘에이몬’에게도 씨 체인지의 카메라를 장착한다. 정작 당사자는 반가워하지 않는 표정이다.
이 영화는 투명한 사회가 주는 장점과 사생활의 필요성 사이에서 세상은 과연 어떻게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SNS의 홍수 속에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남사스럽다. 배우나 가수처럼 TV 속 남자들뿐만 아니라 주위 젊은이들 중에서도 ‘화장한 남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래도 막상 시작하려니 여전히 남사스럽다. 좋다. 그래도 한번 해보자. 하지만 부끄러운 마음을 겨우 내려놓고 화장을 시작하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 모든 일이 그렇듯 결국 스스로 공부하고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여성의 ‘화장술’에 비하면 코스요리 대 라면 끓이기 정도로 간단하다. 조금 노력하면 십수 년 젊어 보이는 일상이 나를 기다린다.
액티브 세대 남성에게 화장이 관심 대상이 된 것은 기호의 변화가 아니라 수요의 발생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은퇴 후에도 새로운 직업을 찾거나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리와 역할에 맞는 안모의 꾸밈이 필요해졌다. 흰머리나 주름살이 중후함을 대변해주는 시대는 사라지고 있다.
화장품점 문턱 쉽게 넘는 방법
화장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화장품 구매다. 남성들에겐 가장 높은 진입 장벽이다. 젊은 여성이 가득한 곳에 들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제품들을 둘러보고 선택하는 일은 결코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이럴 때 남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편한 점포는 편의점과 대형마트다. 편의점 업계는 화장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여러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화장품 유통점으로의 접근이 불편하고 곤란한(?) 남성들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좀 더 다양한 제품을 만나고 싶다면 주변의 헬스&뷰티숍 매장 방문도 괜찮다. 올리브영(Olive Young), 롭스(LOHB′s), 랄라블라(lalavla, 구왓슨스)가 대표 브랜드들이다. 한곳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 제품을 만날 수도 있고, 매장 직원에게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볼 수도 있다.
화장하는 남성, 즉 ‘그루밍族’이 늘면서 남성을 위한 서비스도 확대되어가는 추세다. 올리브영은 남성을 위한 ‘그루밍존’을 설치해 화장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진짜 화장의 시작은 스킨·로션이 아냐
그렇다면 화장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중년의 남성 화장품은 스킨과 로션부터 생각나기 마련이지만, 전문가들은 ‘나이를 극복하는’ 효과를 얻기 위한 거라면 ‘BB크림’을 바르라고 권한다.
BB크림의 주요 기능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잡티와 주름을 가려주는 효과가 있다. 여성들이 “집 앞 슈퍼마켓에 갈 때도 BB크림은 꼭 바른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낯빛을 밝게 만들어준다. 술과 담배에 찌든 어두운 얼굴빛이 고민이라면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최근 선보이는 기능성 BB크림들은 ‘자외선 차단(UV) 기능’을 갖추고 있다. 피부 노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햇볕과 함께 피부를 자극하는 자외선에 있다. 젊은 피부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BB크림을 추천한다.
BB크림을 바를 때는 로션처럼 손바닥으로 비벼서 바르면 안 된다. 손자국이 남기 때문에 손끝으로 조금씩 두드리며 발라야 한다. 화장용 스폰지를 사용하면 훨씬 잘 발린다. 또 목과 얼굴의 경계는 피부 색깔에 맞춰 농도를 조절해가면서 발라주면 자연스럽다.
올리브영 상품본부의 성기철 MD는 “들뜨지 않는 자연스러운 화장을 하려면 수분크림을 발라주는 것이 좋고, 전문적인 기능을 갖춘 프라이머 화장품을 사용하면 소량의 BB크림으로도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피부의 모공과 요철도 쉽게 숨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화장은 반드시 밝은 곳에서 하고, 면도를 깔끔하게 하는 게 남성 화장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좀 더 극적인 효과를 원한다면
BB크림이 익숙해졌다면 그다음 생각해볼 수 있는 화장품은 바로 ‘립밤’이다. 립밤은 입술 보습을 위한 화장품인데, 전문가들은 BB크림만 바르고 입술을 방치하면 오히려 생기 없어 보이기 쉽기 때문에 입술의 윤기 확보를 위해 립밤을 꼭 발라주라고 권한다.
일반적으로 BB크림은 한 가지 색상으로만 제조되기 때문에 자신의 피부 색깔에 딱 맞는 제품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피부색과 잘 어울리는 화장을 하려면 ‘프라이머+파운데이션’의 조합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본격적인 화장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 헬스&뷰티숍에는 남성을 위한 피부톤 측정기기가 준비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자신에게 맞는 색상을 찾을 수 있다.
피부가 깨끗하면 선크림에 컨실러 정도만 발라도 된다. 컨실러는 문콕 등으로 까진 자동차의 도장을 가리는 ‘붓 페인트’ 같은 기능의 제품. 검버섯이나 색소침착 등 반점을 가리는 데 사용하는 화장품이다.
화장하는 것만큼 지우는 일도 중요하다. 피부과 전문의인 최광호 초이스피부과 원장은 “BB크림은 수성 제품이 아니므로 1차로 클렌징오일이나 로션으로 닦아낸 뒤 2차로 폼 클렌징을 손바닥에 덜어 충분히 거품을 낸 후 가볍게 문질러 세안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장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중년의 남성 화장품은 스킨과 로션부터 생각나기 마련이지만, 전문가들은 ‘나이를 극복하는’ 효과를 얻기 위한 거라면 ‘BB크림’을 바르라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