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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사진은 앵글에서 나온다
- 세계적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라즐로 모흘리 나기(헝가리 출신)는 미래의 문맹을 “사진기와 펜을 사용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라 말한다. 사진기는 꼭 다룰 줄 알아야 하는 문명의 이기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사진이 일상에 필요한 콘텐츠로 사진을 멀리할 수 없는 시대임을 강조한 말이다. 카메라와 사진은 이미 대중화했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카메라의 기능이 급속히
- 2018-02-1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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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행무상 (諸行無常)
- 우주 만물은 항상 생사와 인과가 끊임없이 윤회하므로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음을 뜻하는 말이다. 문화센터 노래 교실에 다닌 지 20년이 되었다. 갑자기 노래 강사가 그만 둔다고 했다. 이젠 좀 쉬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노래 강사가 오는 것이 아니라 아예 폐강된다는 것이었다. 새 학기 등록을 하려다가 접수처에서 접수를 거부하는 바람에
- 2018-02-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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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뱃돈의 추억
- 8살 손녀가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하더란다. “할머니 이번 설에는 요! 세뱃돈 주지 말고 선물을 사서 주세요.”라고. 손녀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세뱃돈을 받기는 손녀가 받아도 손녀가 갖고 있으면 잃어버린다고 그 돈은 다시 며느리 수중으로 들어가는 메카니즘에 대한 손녀의 반발로 보인다. 손녀에게 “그럼 무슨 선물을 사 줄까?”라고 물었다. 이런 되물음에 미리 준
- 2018-02-1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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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과 치매 걱정에 주목받는 유언대용신탁
- 시니어에게 재산은 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평생 노력해왔음을 증명하는 징표이자 보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재산이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더 나아가 사망한 후에도 제대로 쓰이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돈을 모으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다. 재산 운용 능력을 잃으면, 나를 위해 쓰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자녀 혹은 사위, 며느리
- 2018-02-1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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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경 동년기자와 함께 창신동 동덕 교정을 추억하다
- 서울시 지하철 1호선 동묘역과 6호선 창신역 사이의 창신동은 최근 예쁜 옛 동네로 주목받고 있다. 낡고 오래되면 ‘뉴타운’이라 이름 붙여 첨단 건축물을 세우고 땅값을 올리는 것이 불과 몇 년 전까지 도시의 운명이었다. 창신동은 개발을 거부하고 주민들의 푸근함을 담아 이른바 재생의 길을 택했다. 창신동 구석구석 남아 있는 기억 중 하나가 바로 동덕여자중·고등
- 2018-02-0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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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밤에 쓰는 편지
- 문형! 독하게 추운 겨울입니다. 한파가 그야말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수도가 얼고 비닐하우스의 농작물도 성장을 멈추어 서민들의 마음이 무겁습니다.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이은 화재 참사도 한파 이상으로 춥게 합니다. 기후 온난화를 꽤 걱정했으나 올겨울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입춘 절기가 코 앞인데 추위는 물러갈 줄 모릅니다. 예전부터 입춘
- 2018-02-0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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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지표를 세워주신 은사님
- A라는 사람은 “될 대로 돼라.” B라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살 수는 없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겨우 열넷, 열다섯 살이었던 우리들에게 이따금씩 이런 물음을 넌지시 던지면서 조용히 자신을 성찰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시던 분이 있다. 바로 통신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계신 박순직 선생님이다. 필자가 정신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 2018-02-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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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준 사람
- 청년 시절, 내 편이 되어준 처사(불교에서 성인 남자 신도를 이르는 말) 한 분을 잊을 수 없다. 그분을 생각하면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던 그날이 떠오른다. 그분과의 인연은 5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가 15세 때였다. 불일폭포 가까이에 있는 초가지붕의 한 암자에서 생면부지의 처사를 만났다. 행동과 말이 어눌한 60대 노인(지금은 한창 나이이지만
- 2018-02-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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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아픈 인연
- 머리를 박박 깎은 녀석들이 1월의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드넓은 논바닥 옆 부대 정문 앞에서 기간병들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대열을 이룬다. 불안감을 감추기라도 하듯 허허롭게 웃으며.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녀석들과 같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열차를 탔다. 눈치껏 빈자리를 찾아 웅크리고 앉았다. 객차 한가운데 분탄 난로 근처가 최
- 2018-02-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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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산골로 귀촌한 윤정현 신부, 욕심일랑 산 아래 내려놓고 검박하게 살리라
- 산중에 눈이 내린다. 폭설이다. 천지가 마주 붙어 눈보라에 휘감긴다. 어렵사리 차를 몰아 찾아든 산간 고샅엔 오두막 한 채. 대문도 울도 없다. 사람이 살 만한 최소치의 사이즈를 구현한 이 갸륵한 건물은 원시적이거나 전위적이다. 한눈에 집주인의 의도가 짚이는 집이다. 욕심일랑 산 아래 고이 내려놓고 검박하게 살리라, 그런 내심이 읽힌다. 대한성공회 윤정현
- 2018-02-05 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