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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의 시니어로 산다는 것이
- 제가 사는 곳은 나이아가라 폭포 가는 길목의 인구 20만 명이 사는 도시입니다. 온타리오의 많은 주택지처럼 계속 인구가 팽창해 집값이 많이 오른 타운입니다만 제 주거지는 서민들이 모여 사는 큰길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건물의 콘도를 구입했던 게 6년 전인데 한적하고 운치 있는 동네를 떠나 큰길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결심한 것은 결코 좋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쾌적한 동네가 아니어서 망설이기는 했지만 수년 전 과감하게 결론을 내렸던 이유는, 제 연령대의 여성들에 비해 건강이 빨리 나빠지고 있어 시니어(senior, 65세 이상의 노인을 칭함)가 될 때를 위한 필수 준비를 서둘렀던 것입니다. 모든 편리한 시설들이 가까이 있습니다. 가정의 병원과 치과, 약국, 우체국, 급할 때 필요한 일용품과 간단한 식품을 살 수 있는 슈퍼마켓, 버거킹 햄버거 숍까지 근처 500m 거리에 있어서 차를 더 이상 몰 수 없게 되었을 때 걸어서 가거나 휠체어를 밀고도 갈 수 있습니다. 1km 떨어진 곳엔 백화점이 있는 쇼핑센터와 거래 은행도 있습니다. 큰길 건너편에는 예술대학교가 있어 학교 입구에 여러 곳으로 향하는 버스 노선들이 있고, 그 버스들은 대개가 버스로 5분 거리인 GO(Government of Ontario) train 기차역으로 연결되어 있어 근처 도시와 토론토까지 한두 시간 정도면 승용차 없이도 갈 수 있습니다. 캐나다 노인복지혜택은? 시니어가 된 후 처음으로 캐나다에 사는 시니어들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시에서 받는 일반 혜택은 전혀 없고 한국처럼 노인정 같은 편리시설은 인구 20만 명인 이 도시에 오직 두 곳인데 거리가 멀어 자동차 없이는 불편합니다.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나 수업료는 무료가 아니며 치매 환자들을 도와주는 데이케어센터(Daycare Center)도 없습니다. 집에서 오갈 수 있는 시니어 데이케어센터가 아니라 아예 치매 환자만 모여 있는 요양원으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연방정부에서 받는 노인기본연금(OAS)과 시니어이지만 저축성 국민연금(CPP)을 적립하지 않았거나 다른 소득이 없는 저소득층 시니어에 대한 보조금 액수도 알아봤습니다. 현재 캐나다 국적자이거나 영주권자 시니어가 정부에서 받는 노인기본연금은 최고 한도액이 한 달에 613.53달러(약 55만 원)이지만 누구나 똑같이 받는 것은 아닙니다. 이민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정책으로 40년 이상 캐나다 거주자만이 최고 한도액을 수령할 수 있으며 거주기간에 따라 수령액수가 달라집니다. 25년을 거주한 저는 현재 242.98 달러(약 21만 원)를 받고 있으며 정부 보조금은 일절 없습니다. 저소득층 시니어에게 주는 정부 보조금(GIS)은 노인기본연금과 보조금을 합해 최고 한도액이 1529.95달러(약 136만 원)입니다. 정부 보조금으로는 생활 어려워 노인기본연금 수령액이 적든 많든 소득이 전혀 없을 경우의 총합계이며 별도의 소득이 있다면 보조금 액수는 적어집니다. 정부 보조금 최고 한도액은 916.38달러(약 81만3000원)입니다. 그리고 저축성 국민연금의 최고 한도 수령액은 한 달에 1200달러 정도이지만 그것도 얼마나 오래 적립했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연금은 소득으로 계산되어 정부 보조금 수령액이 적어집니다.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매월 정부 보조금과 노인기본연금을 합한 최고 한도 수령액 1529.91달러(약 136만 원)의 연금과 저축성 국민연금 최고 한도 수령액 1200달러로 캐나다에서, 특히 GTA(Great Toronto Area) 토론토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요? 이 경우는 보조금이 줄어듭니다. 제 경우는 저축성 국민연금 수령액이 약 600달러여서 정부에서 받는 노인기본연금과 국민연금 합계는 842.98달러입니다. 그래서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자산이나 저축이 없는 시니어들은 연금으로 살 수 없어 집을 담보로 역대출을 받아 살아가든지 집을 팔고 정부 보조 임대 아파트로 옮겨가야 하는데 신청에서 입주까지 10년이 걸립니다. 이런 경우에도 무료가 아닌 연금 액수와 소득에 비례한 임차료를 정부에 지불해야 합니다. 결국 주택 소유자가 아니거나 수입원이 없거나, 저축한 돈이 없는 시니어들은 홈리스가 되거나 빈민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사는 곳 근처에 있는 서민층의 오래된 아파트 임대료가 한 달에 1800달러(방1, 거실1, 부엌, 욕실), 2000달러(방2, 거실1, 부엌, 욕실)인데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시니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거기에다 식품비도 30%나 올랐습니다(온타리오 한국 식품점에서 판매하는 한국산 식품비는 2년 전에 비해 40~50% 상승). 지하철과 버스 이용료도 무료가 아닙니다. 캐나다의 IT 통신요금은 비싸기로 악명 높습니다. 제 경우 핸드폰 수수료는 8기가 사용료로 매월 82~100달러, 가정용 인터넷은 제한된 TV 채널 사용료와 전화비를 포함해 125달러를 지불합니다. 제가 받는 노인기본연금이 통신 시스템 사용료로 모두 쓰이게 되는 것이지요. 제가 사는 콘도 관리비는 매월 1000달러, 주택세는 1년에 3000달러 정도 됩니다. 여기에 식품비, 약값, 보험료, 유류, 차량 유지비 등까지 더하면 아무리 절약해도 정부에서 받는 연금으로는 매월 수천 달러 적자입니다. 그러니 임대 아파트를 렌트해서 살든 자가 소유의 콘도가 있든 상관없이 정부가 저소득층 노인에게 주는 최고 한도액 보조금으로는 생존이 어렵습니다. 물론 직장연금(소방서원이거나 공무원, 은행 같은 대기업의 경우)을 많이 받는 시니어는 형편이 좋겠지만요. 의료 서비스는 무료이지만 시니어들도 예외 없이 MRI·CT 촬영, 암 검사 등을 하려면 6개월~1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전문의와의 상담은 최소 3~6개월 정도 걸리며 수술은 1~2년씩 차례를 기다려야 합니다. 약값도 개인이 지불해야 합니다. 1년에 한 번 시력검사, 폐렴·대상포진·독감 예방주사, 건강검진이 정부에서 무료로 주는 혜택이지요. 긍정적인 일은 슈퍼나 백화점이 일주일에 하루 시니어를 위한 날을 정해 5~10%의 할인 판매를 한다는 것입니다. 맥도널드는 시니어에게 커피를 1달러에 판매합니다. 복지국가로 소문난 캐나다이지만 복지 천국으로 알려진 캐나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시니어의 실상은 녹록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이면 시니어들이 모여 놀 곳도 없는지 특히 남성들이 맥도널드 숍이나 백화점 입구 소파에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한국에 사는 시니어들만 힘든 게 아니고 한국에만 빈곤층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세계 어느 국가를 가도 복지국가 캐나다처럼 빈민도 있고 거지도 있고, 힘없고 돈 없는 퇴직한 노인들이 길거리에 앉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풍경을 흔히 보게 됩니다. 그래도 한국에는 지하철 연결이 잘되어 있어 시니어들이 무료 지하철을 이용해 갈 곳도 많아 보였습니다. 또 빠른 의료 시스템, 치매 환자에 대한 국가 보조금과 간병 도우미를 쓸 수 있는 혜택이 있고, 노인 무료 데이케어센터도 있으니 여기 캐나다보다 훨씬 나아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만족하지 못하며 사는 것 같아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가난했던 나라에서 고생만 많이 하고 이젠 젊은 세대들에게 부양은커녕 존경도 받지 못하는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난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모두가 부러워하는 캐나다에 살고 있지만 저 역시도 부모 봉양과 자식 뒷바라지에 삶을 다 바친 후 이 시대까지 숨차게 달려온 코캐네디언(Ko-Canadian) 시니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씁쓸하지만 이제 그 슬픔을 견딜 수밖에 없습니다. 오마리 미국 패션스쿨 졸업, 미국 패션계 디자이너로 종사.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다.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구름 따라 떠돌며 구름 사진 찍는 나그네로 활동 중.
- 2020-03-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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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은 괜찮은데, 상가는 '글쎄···'
- 서울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 못지않게 핫한 지역이 있다. 강서구 ‘마곡지구’다. 마곡지구는 지금까지 드러난 호재에 최근 또 다른 호재가 겹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마곡지구가 품은 부동산 호재와 투자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목동 뒤편과 상암동 건너편에 위치한 마곡지구는 지하철 5호선(마곡역)과 9호선·공항철도(마곡나루역)가 경유하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서울 도심에서 20분(약 13㎞), 강남에서 40분(약 24㎞) 정도 걸리는 곳이다. 이곳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수도권 광역교통망과 직결된 서남권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첨단산업, 주거,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지속가능한 미래형 스마트시티로 조성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마곡지구가 가진 호재들 마곡지구의 매력은 자족기능을 가진 마곡R&D시티에 들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이다. 향후 약 16만 명의 근로자가 상주하는 서울 서남권 중심업무지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탄탄한 배후수요를 확보했다. 여의도의 1.2배, 상암DMC의 6배 크기의 마곡R&D시티에는 현재 롯데건설 컨소시엄, LG사이언스파크, 이랜드 R&D센터, 에쓰오일 TS&D센터, 코오롱 미래기술원,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등 대기업 50여 개사와 중소기업 100여 개사가 들어섰고 앞으로도 많은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대서울병원이 들어선 것도 호재로 꼽힌다. 지난해 5월 마곡지구에서 개원한 이대서울병원은 지하 6층, 지상 10층에 1014병상 규모로 건립된 강서구 최초 종합병원이다. 이 병원은 지하철 5호선 발산역과 맞닿았고 푸른색 유리건물이 인상적이어서 강서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대형 병원의 특성상 3교대로 일하기 때문에 직주근접 효과가 기대되고, 인근에 건강검진센터와 중소병원 등이 더 입주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호재가 추가됐다. 마이스는 기업회의(Meeting)와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가 융합된 산업이다. 이곳은 그동안 집값 상승 등의 요인으로 정부가 규제를 가해 사업이 정체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롯데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다시 들썩이고 있다.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는 마곡 도시개발구역 특별계획구역 8만2724㎡ 토지에 약 3조3000억 원을 투자해 짓는 대형 개발 사업이다. 이곳에는 2만 ㎡ 이상의 컨벤션과 400실 이상의 호텔, 1만5000㎡ 이상의 문화 집회 시설 등이 들어선다. 롯데건설 컨소시엄은 인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에 준공할 계획이다.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 완화 가능성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마곡지구에 고층 랜드마크가 등장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앞서 강서구는 2014년 마곡지구를 표본으로 고도제한 완화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해발 119m까지 고도가 완화돼도 비행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강서구는 이를 근거로 2024년부터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이 완화되도록 추진 중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도제한이 풀리면 용적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토지가격이 오르고 재건축 단지 호가 상승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안인 만큼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기대되는 마곡 이 같은 호재들로 인해 마곡지구는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마곡지구에 호재가 겹치면서 아파트 매매가격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곡지구를 대표하는 아파트 단지인 마곡엠밸리(1·4·5·6·7·10·12·14·15단지)의 지난해 10월 이후 매매가격(전용면적 84㎡)은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6단지의 경우 지난해 12월 11억4000만 원에 거래됐으며 10월에는 7단지가 12억6500만 원에 매매됐다. 강서구 마곡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마곡엠밸리의 2014년 분양 당시 전용 84㎡의 분양가는 5억 원 안팎이었지만 현재 매매가는 10억 원대로 두 배가 올랐다”며 “호가는 12억~13억 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최근 대기업의 입주와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했다. 오피스텔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곡지구 개발 초기 때만 해도 오피스텔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공실률이 치솟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마곡R&D시티에 새로 들어선 대기업을 비롯해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의 입주가 활기를 띠면서 현재는 오피스텔의 공실 우려가 사라졌다. 오피스텔 시세 역시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인접한 오피스텔인 힐스테이트에코마곡역(20㎡)은 지난 1월 2억950만 원에 매매됐고, 같은 달 힐스테이트에코동익(25㎡)은 2억1500만 원에 팔렸다. 마곡역센트럴푸르지오시티(24㎡)는 지난해 12월 2억 원에 거래됐다. 이들 오피스텔 매매가는 2017년 분양 당시보다 4000만~6000만 원이 올랐다. B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마곡지구 내 오피스텔 시세는 대부분 분양 당시보다 4000만~6000만 원이 올랐다”며 “마곡나루역보타닉푸르지오시티의 경우는 지난 1월 2억2500만 원에 팔렸는데 이 가격은 2017년 분양가 1억5400만 원에서 7000만 원 넘게 오른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전세 수요가 늘어 매물이 귀해졌고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마곡R&D시티에 입주한 기업들이 늘면서 직장인이 늘어난 효과가 인근 아파트와 오피스텔 시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며 “앞으로도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등의 이슈가 있는 만큼 아파트와 오피스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아파트와 오피스텔 시세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높은 공실률은 해결과제 반면 마곡지구 내 상가는 공실률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꾸준히 들어섰음에도 인근 상가 1층과 2층이 비어 있는 곳이 많다. 공실률이 높은 결정적인 이유는 비싼 분양가로 인한 임대료 상승이다. 마곡지구 내 상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5000만 원 수준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플랫폼 ‘상가의신’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제외한 서울 시내 상가 1층 평균 분양가는 3.3㎡당 3300만 원대다. 마곡지구 상가의 분양가가 1700만 원가량 비싼 셈이다. 강남 3구의 상가 1층 기준 평균 분양가인 5200만 원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높은 분양가는 임대료 부담으로 이어졌다. 상권 분석 사이트인 우리 마을 가게에 따르면, 마곡지구 내 상가 1층 평균 임대료는 3.3㎡당 21만4000원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강서구 내 상가의 평균 임대료 3.3㎡당 약 13만1000원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난다. LG사이언스파크 인근 상가에서 33.3㎡ 규모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C 씨는 “매달 200만 원 가까이 월세를 내고 있는데 오가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손님이 뜸한 편”이라며 “월세도 문제지만 마곡지구의 상권이 자리 잡으려면 적어도 5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발산역 사이 마곡지구 인근 상권의 유동인구는 지난해 9월 기준 일평균 35만 명이다. 상권 1000㎡당 94명가량이 오가는 셈이다. 강서구 평균인 55명보다는 39명이 많다. 하지만 110~120명인 화곡1동, 화곡6동, 등촌3동에는 못 미친다. 실제로 마곡지구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유동인구가 적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낮시간 지하철 5호선 마곡역에서 발산역까지 큰 대로변을 걷는 동안 기자와 마주친 사람은 20명이 채 안 됐다. 다만 LG아트센터를 비롯한 기업들의 입주가 예정돼 있고,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유동인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상가 공실률 상쇄도 어느 정도 기대해볼 만하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동인구가 늘어도 공실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마곡지구의 유동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면서도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오프라인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공실 문제가 당장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소셜마케팅에 새벽배송 서비스까지 성행하고 있어 앞으로 상가 거래는 하향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전반적인 상권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덧붙였다.
- 2020-02-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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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강남’ 가능성··· 여전할까
- 한강변의 노른자위 땅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중 한 곳인 성동구. 그리고 성동구의 중심지가 된 ‘성수동’. 서울숲공원과 최고급 주상복합단지 호재에 강남 접근성까지 갖춘 성수동 상권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을까.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작은 골목에 공장들과 자동차공업사들이 들어선 준공업지역이다. 하지만 서울숲공원이 인접한 데다 강남 접근성이 좋고 지하철 2호선(뚝섬역·성수역)과 분당선(서울숲역)이 지나는 더블역세권이라는 장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최고급 주상복합건물의 등장과 기존 수제화거리, 카페거리, 갈비골목으로 몰리는 수요를 등에 업고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요인만 있는 건 아니다. 아파트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 정부 규제와 치솟는 임대료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또 새로운 상권이 기존 상권을 몰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부작용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지만 실제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성수동을 찾아봤다. 예술과 문화가 있는 ‘성수동’ 1970년대부터 주택단지가 형성된 성수동은 현재 도로 폭과 주차 등이 열악한 편이지만 동서남북으로 골목이 정돈돼 실용적이며 편안한 느낌을 준다. 교육재단 등이 공익문화사업에 기여하고 있으며 혁신을 거듭하는 창의적인 젊은이들의 사회적기업이 정착했다. 유명 영화사와 스튜디오, 갤러리, 디자인, 공방 등 문화공간이 들어오면서 예술적 가치를 품었다. 길을 따라 상권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며 지역 전체(Sector)가 예술문화지역(Zone)로 변모하는 형태라 다른 지역과 확연히 구별된다. 특히 서울숲공원은 면적 43만 ㎡에서 60만 ㎡로 40% 정도 확장될 전망이라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는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중랑천 둔치와 이어지는 수변문화공원을 조성하고 인근에 위치한 승마장터와 뚝섬유수지는 생태숲 등 자연녹지로 꾸밀 예정이다.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이 2022년 6월까지 진행되는 만큼 가능한 구역부터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또 이 지역은 압구정 청담동 등 강남 업무 중심지를 마주하고 있다. 또 지하철을 이용하면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5정거장 거리에 선릉역이 있고 2호선 뚝섬역이나 성수역에서 5~6정거장 거리에 잠실역이 있어 앞으로 더욱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성수동=부촌’으로 거듭나다 성공한 사업가나 연예인 등 유명인이 꼬마빌딩이나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스지콜렉션의 패션디자이너 지춘희와 가수 지코, 배우 권상우, 이시영 등이 성수동에 위치한 빌딩을 매입했다. 분양가가 40억 원이 넘어 화제가 된 갤러리아포레는 배우 김수현과 유아인, 가수 지드래곤 등이 거주하고, 204㎡가 33억 원 정도 하는 트리마제에는 가수 써니와 김재중, 김희철 등 유명 연예인이 살고 있어 ‘성수동=부촌’ 이미지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고급 주상복합단지의 등장은 확실한 호재로 나타났다. 한강이 보이는 지상 45층, 230가구 규모의 갤러리아포레와 지상 47층, 76가구 규모의 트리마제는 현재 서울시의 일반 주거지역이 35층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오히려 혜택을 본 경우다. 갤러리아포레와 트리마제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지상 49층, 280가구 규모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2021년 입주를 시작한다. 또 지상 49층, 34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와 5성급 호텔 1개 동을 짓고 있다. 초고층은 아니지만 지상 20층, 292가구 규모로 재건축할 예정인 장미아파트도 지역 발전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지식산업센터와 동반성장 중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상업시설도 덩달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가 성수동 일대를 지식산업센터 등 정보기술(IT) 산업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하면서 첨단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 기업들의 입주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덕분에 인근 뚝섬 상업시설과 성수지구 전략정비사업 등의 개발호재도 갖춰 성수동의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성수동에는 코오롱디지털타워, 한라시그마밸리 등이 있으며 앞으로 프리미엄 첨단 지식산업센터 ‘성수동 선명스퀘어’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식산업센터는 IT 관련 산업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아파트형 공장이다. 일반적으로 지식산업센터 한 곳이 들어서면 최고 1000명 이상의 임직원이 상주하게 돼 인근 상권에 호재로 작용한다. 임대료 상승이 가파른 이유는? 다만 성수동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가치를 판단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 지역이 임대료 상승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이나 상가의 임대인은 월세를 더 올려주겠다는 임차인들의 제안에 스스로 차임을 올렸고, 뜬다는 지역을 잘 아는 건물의 매입자는 소위 뜬 지역의 임대료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게다가 주변 임대인들도 덩달아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는 비정상적이고 복잡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설비, 영업비 등 권리금도 문제다. 테이크아웃, 커피, 디저트, 공방 등을 차린 임차인들은 나중에 권리금 등이 상승해 큰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어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성수동은 젠트리피케이션 부작용을 앓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본래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문화 또는 상권이 생기며 지역 경기가 활성화되는 현상인데, 이로 인해 지역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 자영업자들의 ‘둥지 내몰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제화거리 떠나는 ‘구두 장인’ 성수동의 수제화거리는 과거엔 외부인의 왕래가 뜸한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핫플레이스로 변신했다. 교통편도 좋고 먹거리도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임대료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기존 점포의 이탈을 초래하고 있다. 보증금과 월세, 특히 권리금이 오르면서 몇몇 수제화 점포가 부담을 견디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가고 있는 상황.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은 수제화 점포가 많이 남아 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 부담에 치인 점포들이 빠져나가 수제화거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수제화거리는 5년 전, 33㎡ 기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120만 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권리금이 많이 올랐다. 5년 전에는 1500만 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4000만 원 정도가 보통이고 많게는 5000만~7000만 원 하는 곳도 있다. 폐공장으로 번진 ‘권리금’ 진통 카페거리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의 카페는 폐공장과 창고였기 때문에 5년 전만 해도 권리금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곳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주 가끔 권리금이 없는 곳이 나오긴 하지만 곧바로 임차인이 나타나기 때문에 구하기가 어렵다”며 “보증금과 임대료도 수제화거리처럼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카페거리는 젊은 예술가들이 문을 닫은 공장이나 창고를 활용해 만든 새로운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대림창고가 꼽힌다. 공연과 전시회를 여는 등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공간이다. 이외에도 폐공장과 창고를 활용한 색다른 카페가 많아 외부인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성수동 카페거리 일평균 유동인구는 9만6492명으로 월평균 약 300만 명이 성수동 카페거리를 찾는다. 같은 시기 카페거리의 평균 매출은 3113만 원. 유사 업종 11월 평균 매출 2155만 원에 비해 958만 원가량 더 많은 셈이다. 수요 몰리자 갈비골목도 ‘시끌’ 갈비골목도 임대료 상승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갈비골목은 1980년대부터 인기를 끈 먹자골목이다. 한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기도 했지만 서울숲공원과 최고급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서면서 다시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넘어온 커피전문점 블루보틀 1호점과 아모레퍼시픽의 체험공간인 ‘아모레성수’가 들어서면서 20~30대 수요까지 끌어안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수제화거리나 카페거리와 다르지 않았다.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59㎡ 갈비가게 점포가 보증금 6000만 원에 월세 500만 원 수준이었는데 요즘엔 물건이 별로 없다”며 “게다가 권리금은 내부 시설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많게는 1억 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수동은 몇 년 전부터 뜨는 상권으로 소문이 나서 보증금과 월세, 권리금이 많이 올랐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더 큰 부담을 안고 들어가야 할 지역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전히 성수동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성수동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는 상권”이라며 “일시적인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있지만 지식산업센터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계속 들어서면서 나타나는 유동인구 증가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2020-02-0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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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어디로 가는 걸까?”
- 은퇴 후 가장 먼저 생각해보는 직업 중 공인중개사를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재테크의 대명사인 부동산에 관한 관심은 시니어의 일상 속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정부 규제의 변수로 예측도 전망도 어려워져 믿을 만한 부동산 정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맨손으로 시작해 부동산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전문가이자 여러 부동산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접 출연까지 하며 부동산 업계 트렌드를 꿰뚫고 있는 장용석 ㈜장대장 부동산그룹 대표. 그를 만나 현시점 우리나라의 진짜 부동산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용석 ㈜장대장 부동산그룹 대표는 부동산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빈손으로 출발해 10여 년 만에 이름만 대면 아는 부동산 전문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제가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다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큰돈이 흐른다기에 혹시나 하고 시작했어요. 2004년 무렵이었어요. 저희 집 형편이 안 좋은 상황이어서 고시원에서 지내던 시절이었죠. 부동산 일을 한번 제대로 해보자 하고 뛰어들었어요.” 2007년, 장 대표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 국내 경제도 좋았고, 지방에서 경제자유구역, 혁신도시 등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부동산 시장에도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때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현지 부동산에 가서 제가 관리하는 고객이 꽤 있는 척했죠.(웃음) 한 지역을 가면 매물을 구하기 위해 열 군데 이상의 부동산을 돌았어요. 그렇게 10여 군데 돌아야 겨우 하나 얻을까 말까 했어요.” 땅은 책으로 경험하는 게 아니다 부동산은 발로 뛰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장 대표 또한 그러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더러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부동산그룹의 대표가 된 데에는 확실한 성공 사례들이 있었다. “평택 부동산 가격이 엄청 뛰었잖아요. 평당 20만 원, 30만 원 하던 시절에 많이 소개했어요. 지금은 200만 원, 300만 원 하죠. 세종시는 제가 그렇게 투자를 권했는데도 사람들이 안 하더라고요. 평당 몇십만 원 하던 땅값이 지금은 몇백만 원가량 합니다. 부동산 투자자들 중에 싼 매물만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분들에게는 평당 몇십만 원도 부담스러웠겠죠.” 발로 뛰는 타입이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았다. 부동산과 얽힌 사람들의 천태만상은 그를 씁쓸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번은 새만금을 끼고 있는 부안 땅을 산 장모와 사위가 왔어요. 돈은 장모가 내기로 했고요. 예를 들어 그 땅이 901평이라고 가정하면 장모가 451평, 사위가 450평 반반씩 나누기로 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장모가 더 갖게 된 한 평을 가지고 식사를 하다가 싸움이 난 거예요. 장모가 땅을 사주는데 사위가 한 평 더 가져가려고 어떻게 저러나 싶었죠.” 가짜 정보와 분양가 상한제의 속내 장용석 대표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SBSCNBC ‘시선집중 부동산 길라잡이’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며 화제에 올랐다. 더불어 TV조선 ‘부동산 로드 이사야사’에서도 최고 전문가로서의 진면목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부동산 삼국지’에 복귀해 가수 방미와 함께 부동산 강의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줬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부동산 강사로 명성이 높다. 부동산 전문 방송에서 패널로 참여하고 싶어 직접 찾아가 면접을 보고 방송을 한 게 방송인 경력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부동산 관련 유튜브 채널이 늘어나면서 온갖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방송 전문 패널로서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방송에서는 강한 얘기를 못해요.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가능하죠.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조회 수와 구독자 수가 많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만큼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지 유튜브에 나오는 정보들이 진짜라는 걸 의미하진 않아요.” 최근 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분양가 상한제다. 장 대표는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를 기미가 보이면 무조건 막겠다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재건축을 앞둔 강남권의 오래된 아파트가 투자 대상 1등이었죠. 1등이 어느 정도 오르고 나면 그다음은 5년에서 10년 이내에 지어진 신규 아파트로 투자자들이 몰렸고요. 그리고 이들 매물이 좀 올랐다 싶으면 강남 외 지역 재건축 아파트 구매로 이어졌죠. 정부에서는 관련된 규제를 계속 해왔는데 정책 효과가 없자 이제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하게 된 거예요.”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내부적으로는 이견이 있는 듯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예를 들어 관리 처분을 신청했던 단지들이 분양에 들어가야 하는데 분양가 상한제 기준을 입주자 모집 공고 전까지로 하면 다 해당되거든요. 그러자 조합은 헌법소원까지 가겠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어요. 규제가 많아지고 적용기간이 길어지면 또다시 부동산 시장은 왜곡될 겁니다.” 부동산 부자들이 요즘 움직이는 곳 장 대표는 “부동산은 심리다”라는 말을 강조한다. 최근 언론에서, 서울의 경우 양질의 주거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기사를 싣자 가격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판매자들은 안 팔려고 하고, 구매자들은 급매물을 노리고 있다는 게 요즘 분위기란다. 그래서 당분간은 보합세에서 약간 올라가는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강남 부자들이 요즘 부동산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일까? 최근 SNS를 타고 떠도는 소문에 대해 물어봤다. “사람마다 달라요. 작은 규모로 여러 채 가진 분들이 있는데, 작은 건 강남 지역 외에 있는 거죠. 그런 곳은 사실상 입주 단계에서 값이 많이 내려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파는 분들이 많아졌지요. 강남권에서도 일부 비슷한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듯해요. 우리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말을 믿는 사람들이 모두 판매로 돌아섰다면 강남 매물이 많아야 하잖아요? 말만 무성할 뿐이지 실물 거래는 없다는 얘깁니다.” 장대장 대표는 유튜브 채널 ‘장대장TV’ 등 다양한 SNS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2019년 개정 부동산 세법, 부동산 통계 해석, 조정대상지역 내 각종 규제 적용 시기 등 업로드되는 부동산 관련 최신 정보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전국에 있는 개업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부동산 프랜차이즈 전국 지점도 모집 중이다. ㈜장대장 부동산그룹은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컨설팅에 그치지 않고 선진국형 프랜차이즈 지점을 통해 전국의 알짜배기 분양 매물을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소개하고 그로 인한 수익은 본사와 지점이 모두 상생하는 방향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그래서 최근 경기 침체, 가짜 부동산 정보, 비관론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그는 자신이 이끄는 장대장 부동산그룹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지점 확대를 통한 본격적인 종합 부동산그룹으로의 확장이다. 부동산 회사의 기본은 좋은 매물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그가 지점을 늘리려는 이유도 지점이 많아지면 안 팔리는 매물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소비 심리가 죽으면 안 팔리겠지요. 그럴 바에는 싸게 파는 게 낫잖아요. 예를 들어 5억 원짜리를 4억5000만 원에 팔아주고, 대신 2주 안에 해결해주겠다고 하면 건설 사업자도 돈을 벌고 부동산 업체도 이익을 나눌 수 있고, 고객도 좋은 거죠. 사장될지도 모르는 매물을 가져다 모두가 윈윈하게 만드는 게 제 계획이에요.” 새로워져야 할 부동산 투자전략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좀 더 투명하게 만들자, 이를 기반으로 부동산 산업을 다양하게 확장하자’는 게 그의 사업 목적이다. 또한 현장과 본사와의 소통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저희는 유료로 상담을 하는데 무료로 해달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해가 안 가는 게, 변호사 상담은 당연히 돈을 내는 걸로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부동산 상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부동산 중개소에서 해주는 공짜 상담을 통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정보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치르지 않으면서 살아왔기에 계속 실수하고 실패했던 게 아닐까? “미국은 변호사 위에 부동산 전문가가 있어요. 수수료도 굉장히 비싸서 3%나 돼요. 그걸 양쪽에서 받으니 6%죠. 우리나라는 최고가 0.9%예요. 그것도 비싸다고 내리자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자꾸 사기를 당하죠. 적게 받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예요.” 그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으려면 그만한 비용을 치러야 하고 그럴 때 신뢰도 생긴다고 말한다. 또 부동산 업계에서 사고를 친 사람은 다시는 업계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모종의 인증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에게도, 믿었던 사람에게 속아 무려 1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날려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부동산 시장을 더 투명하게 만들고 싶은 그의 사업 목표와 이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부동산 시장 투명하게 만들고파 스포츠를 전공한 그답게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일하는 일면도 볼 수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장 대표는 사업을 안 하고 ‘선수’로만 뛰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고백했다. 사장이라는 자리가 맞지 않다기보다는, 그의 삶의 궤적이 보여주는 바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는 부동산 업계의 부조리함을 개선하고 싶었고, 하던 일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사람이다. 흔히 말하는 ‘노력해서 어쩌다 보니’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머리 아픈 일을 너무 겪어서… 이제 좀 편하게 살고도 싶기도 하고, 인생을 즐기고 싶어요. 그렇지만 부동산 연구소를 만들어 최고의 평가도 받고 싶어요. 아무래도 그게 지금 하는 사업과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시장 분석과 통찰력으로 사업을 하면 할수록 고객 사례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적확한 빅데이터가 구축되고 그걸 제 연구에 활용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업계 베테랑들이 한 말을 들려줬다. “부동산 사업이 경기를 가장 많이 타요. 함께 일하는 이사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너무 욕심 부리지 마라, 욕심 부리지 않고 오래 일해야 무슨 일이 벌어져도 대응할 수 있다.’” 어쩌면 그 말은 음험한 기운이 만연하고 욕심에만 급급한 부동산 분야에 마땅히 필요한 금언 아닐까. 그가 만들 새로운 한국 부동산 비즈니스 모델의 비전이 궁금해졌다.
- 2019-10-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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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어디서 어떻게? 고민하는 일본
- 노후에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낮아지는 소득 수준과 부담해야 할 집세, 건강으로 좁아지는 생활반경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연금삭감 논의와 함께 노후자금 부족에 대한 경고등까지 켜지면서 불안감도 생기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소득층을 위한 실버타운이나 고령자를 위한 여행 방법에 대한 개선도 논의되고 있다. 서점가에선 ‘탈출노인’ 인기 최근 일본 서점가에서는 신간 ‘탈출노인(脱出老人)’이 인기를 얻고 있다. 논픽션 작가 미즈타니 다케히데(水谷竹秀)가 쓴 이 책은 집세도 내기 어려운 부족한 연금생활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고 필리핀에 정착한 일본 중장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대기업 샐러리맨 출신이지만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방사능 걱정이 없는 필리핀으로 이주한 부부에서부터, 90세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떠난 여교사, 필리핀에서 만난 24세 연하의 여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전직 경찰관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은 지난 6월 일본 금융청이 “평균적인 무직 60~65세 노인 부부가 약 30년의 여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연금 외에 약 2000만 엔(한화 약 2억2000만 원)의 자산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내용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더욱 조명받았다. 이 논란은 소비세 인상과 맞물려 일본 국민의 시위까지 불러일으켰다. 필리핀은 물가가 낮고 체류가 쉬워 일본인들에게 노후를 보내는 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고, 의료 인력도 풍부해 일본인 대상의 실버타운도 조성됐다. 일본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필리핀 체류 일본인 수는 1만6570명에 달한다. ‘탈출노인’은 인기에 힘입어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후지TV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토쿄 한복판 실버타운 입주비용은? 일본의 고급 실버타운은 어떤 모습일까? 8월 1일 도쿄 시부야 한복판에 새 실버타운이 문을 열었다.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실버타운 사업을 펼치고 있는 참·케어(cham·care) 코퍼레이션의 ‘참 프리미어 그랑 쇼토(松濤)’다. 이 회사가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표방하며 건립한 이 실버타운은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갖췄다. 지상 3층 지하 1층에는 36개의 객실이 마련되어 있고, 입주자를 위해 직원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입주자와 직원 비율은 1.5대 1로 직원이 바빠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없는 셈이다. 의대 협조를 통해 치매 개선 프로젝트도 실시하고, 재활전문 의료법인과의 제휴로 다양한 재활 서비스도 이뤄진다. 식사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일식과 양식 이외에도 먹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주문해 먹을 수 있다. 매일 직원들이 입주자의 산책을 돕고, 각종 취미활동이나 야외 활동도 지원한다. 문제는 입주비용. 월 30만2400엔에서 95만2400엔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약 330만 원에서 105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교통 약자 위한 ‘여행개조사’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일본 정부는 이를 계기로 국내 여행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말 그대로 교통 약자가 쉽게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업. 지난 6월 일본에서는 이와 관련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일본간호여행서포터즈협회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여행사, 대학,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령자나 장애인의 편안한 여행을 위한 방안 마련 논의를 했다. 이들은 노인과 장애인이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개선뿐만 아니라 ‘간호 여행’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이 양성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단체는 노인과 장애인의 여행을 돕는 도우미인 여행개조사(旅行介助士) 제도를 민간자격증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여행자의 보행 상태나 건강 등을 파악한 후 여행 기획부터 응급상황을 대비한 조사활동을 펼치고 몸이 불편한 고객의 여행 동행자 역할도 한다.
- 2019-07-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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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을 가르고 하루를 여는 버스 '6514'
- 아침 첫차를 타본 적이 있는가. 어둡고 텅 빈 길을 걸어서 파란 조명 켜진 정류장에 서면 무대 위에 배우가 등장하듯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시계를 보며 발을 구르다 보면 기다리던 첫 버스가 스르르 꿈결처럼 도착한다. 하루를 가장 빨리 여는 사람들이 버스 위에 오른다. 금세 사람들이 들어차고 냉기 가득한 버스 안은 사람 냄새 나는 온기로 따뜻해진다. 그리고 또 하루가 시작된다. 미세먼지 가득했던 3월 초, 새벽 3시 30분. 서울시의 양천공영차고지에는 초록색 지선버스와 파란색 간선버스가 새벽잠 자듯 빽빽하게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지만 남보다 빨리 하루를 여는 사람들이 속속 모인다. 이곳에는 4개 시내버스 회사뿐 아니라 마을버스 등 10여 개 버스 업체가 입주해 있거나 주차하고 있다. 이날도 도원교통 6514번 버스를 운전하는 황재현(63) 씨는 말끔하게 차려입고 출근했다. 6514번 버스 운전만 23년째. 정년을 마치고도 계약직으로 3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다. 퇴직 후에도 여전히 승객들을 맞이할 수 있어 매일이 감사하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황 기사의 건강을 생각해서 짧은 노선버스를 권했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온 6514번 버스가 익숙하고 또 친근하기 때문에 바꾸지 않았다. 황재현 기사는 아침 첫차를 운전할 때마다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한다. “남들보다 일찍 깨어 출근하는 분들이잖아요. 주로 새벽에 나가서 건물 청소하시는 연세 많은 여성분들이 타십니다. 연세가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이 많아요. 한편으로는 그래도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시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것입니다.” 아침을 여는 버스 기사 황재현 버스 운전기사의 하루 일과는 음주측정 검사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다음엔 현찰로 버스비를 내는 일부 시민들을 위해 돈 통을 챙겨 버스로 향한다. 타이어는 이상이 없는지, 엔진오일이나 냉각수가 새지는 않는지도 확인한다. 다시 차고지 건물로 들어와 닫혀 있는 회사 배차실 문을 열고 나면 생기는 잠깐의 휴식시간.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보온병에 물을 한가득 담은 뒤 버스에 오른다. 첫차 타고 일터로 향하는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가 운전하는 6514번 버스는 도원교통이 운행하는 버스들 중 가장 긴 노선을 달린다. 양천공영차고지를 나와 양천구, 강서구,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5개구를 지나는 여정. 첫차는 왕복 3시간 10분 정도, 출퇴근 시간에는 4시간 30분 가량 소요되는 구간이다. 노선이 길다 보니 각지에서 온 수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하루 800명가량이 이 버스를 이용한다. 첫차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이야기 운전기사들이 순번제로 돌아가며 운행하기 때문에 매번 첫차를 모는 것은 아니지만 한 달에 네 번은 새벽 버스에 오른다. 20년 넘게 같은 노선버스를 운전하다 보니 얼굴이 눈에 익은 승객도 꽤 있다. 간혹 차고지에서 버스를 타는 승객도 있지만, 첫 손님은 차고지를 떠나 네 정거장 뒤인 푸른마을아파트 1단지에서 탄다. 첫차가 출발하고 7분 후다. 신한은행 신월동지점 정류장쯤 도착하면 버스 안은 어느새 승객들로 꽉 찬다. 환승하기 좋은 강서구청사거리나 까치산역, 당산역과 신길역 정류장에서는 타고 내리는 승객들로 붐비기까지 한다. 첫버스에서 만난 시니어 여성 4인4색 6514번 버스 안에서 시니어 여성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승객들은 매일 얼굴을 마주치기에 안면이 있지만 굳이 인사는 하지 않는다. 대충 어디서 내리고, 또 어떤 일터로 향하는지 짐작하는 정도다. 첫차를 타고 일터로 혹은 어딘가로 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잠시나마 들어봤다. #1. 첫손님 아무데서나 내려요. 직장이 경복궁 쪽이라서 갈아타야 하거든요. 저요? 일해요. 그냥 아줌마들이 하는 청소 일이요. 아직 어둡기는 한데 집에서 정류장까지 금방 가요. 이 차에서 내려 다른 버스로 환승합니다. 경복궁에 도착하면 5시 10분이나 15분 정도 돼요. 매일 같은 차를 타니까 익숙한 얼굴이 많아요. 근데 서로 대화는 하지 않아요. 아침이니까 하루에 대한 계획도 하면서 조용히 가야죠. 저는 묵주기도하면서 가요. #2. 여자의 완성은 메이크업! 까치산역에서 탔어요. 나는 강서구청에 내려요. 여자는 화장을 꼭 해야 해요. 부스스한 얼굴은 예의가 아니지. 적어도 눈썹이랑 입술만이라도 그려야 하는 거 아냐? 새벽 2시가 아니라 1시에 일어난다고 해도 단장하고 나와야죠. 나는 자고 일어난 모습은 이불 속에서 부부만 봐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매일 보는 사람들이니까 인사를 안 해도 마음속, 눈빛으로는 하죠. 그런데 이게 첫차인지 두 번째 차인지 잘 몰랐네. 나, 다음에 내려요. #3. 일하러 가면서 여행해요 부천 고강동에서 4시 17분에 출발했어요. 부천에서는 그 버스가 첫차예요. 예전에는 좀 늦게 다녔는데 이 차 타고 다닌 지 두 달 됐어요. 오늘은 좀 빨리 왔네. 선유도공원에서 탔는데 당산역에서 내릴 거예요. 첫차 타고 일하러 가지만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니면 되는 거죠 뭐. 저같이 청소하는 여성들이 많이 타는 것 같아요. 저 머리숱 많아 보여요? 제 머리카락이에요. 내가 올해 72세인데 가발 쓰면 머리카락이 더 빠진다고 해서 두피 관리에 신경 좀 쓰고 있어요. #4. 새벽 산행 전문가 매일 관악산에 가요. 첫차를 타고. 그런데 오늘 좀 차가 늦었네. 10여 년 전에 갈증이 자주 일어나 병원에 갔더니 당뇨라더군요.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해서 매일 가게 됐어요. 차가 안 막히면 관악산까지 50분이면 가요. 젊었을 때는 산악회 활동도 꽤 했는데 이제는 안 해요. 등산은 천천히 3시간 정도 해요. 습관이 되다 보니까 이제는 늦게 가는 게 싫어요. 저는 새벽 산행이 좋아요. 낮엔 너무 더워요. 가끔 도보여행도 하는데 산이 더 좋아요. 슬슬 다닙니다. 무릎이 안 좋거든요. 폭포 있는 데 가면 할머니들 많아요. 나랑 한번 가보실래요?(웃음) 기억에 남은 사람들 서울대 정류장에 거의 이를 때쯤 황재현 기사가 산에 오르는 승객이 매일 첫차를 타는 분이라고 말하니 마지막 손님이 “기사님이 어떻게 아시네” 하고 웃으며 내렸다. 취재를 마치면서 황재현 기사에게 첫차를 타는 승객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잠시 시간을 달라 했고 며칠 뒤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고 보니 그분 본 지가 오래됐네요….” 매번 버스에 오르면 운전석 뒤쪽에 앉아서 가던 80대 여성분이라고 했다. 등산복을 입고 첫차를 탈 때도 있고 낮에 탈 때도 있었는데 단골 승객이었다. “딸이 미국에 산다며 초콜릿도 주시고 뒤에 앉아서 저를 ‘동상’이라고 부르셨어요. 제가 어리다고요.(웃음) 운전석 안전 펜스가 없을 때 뵈었는데 안 보이신 지 한 몇 년 됐습니다. 돌아가신 모양입니다.” 서울대 정류장에서 회차해 차고지로 돌아가는 시간에는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승객들의 세대와 성별도 달라지는 풍경이다. 새벽에 하루를 여는 시니어의 활기참 뒤에 차분하게 하루를 여는 젊은이들이 조화롭게 시간을 나누어 버스에 오른다. 아침 버스 안이 마치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영화 장면들처럼 느껴졌다.
- 2019-04-0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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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성 오솔길’과 정드는 시간
- 관악산 위로 먼동이 터오면 나는 창문을 열고 아침을 맞는다. 그리고 공기가 맑은지 살핀다. 해가 늦게 뜨는 동절기에는 ‘반딧불 손전등’을 손목에 차고 나만의 아침 산책을 위해 ‘미성 오솔길’로 나선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사회생활을 할 때부터 시작됐다. 젊을 때는 더러 늦잠이 달콤했지만 중년이 되면서부터 ‘5시 기상’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실천이 문제였다. 그 시간에 일어나는 ‘재미’가 있어야 했다. 다행히 그 무렵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35년 전에 숲속에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하는 행운을 얻게 된 것이다. 미성 오솔길은 아파트 정문에서 바로 이어진다. 여느 산책로와 달리, 인공이 거의 가해지지 않은 ‘흙길’이다. 체력과 시간에 맞춰 운동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산책로다. 좁다란 오솔길로 들어서면 산책객들과 만난다. 애완견에게 헉헉거리며 끌려가는 사람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솟는다. 서너 명의 한 무리는 운동기구 앞에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일장 연설을 하면 나머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산책을 할 때마다 자주 보는 얼굴들이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건강하세요!” 하며 즐겁게 인사를 나눈다. 좀 더 걸으면 체육공원에 이른다. 경쾌한 음악소리에 맞춰 에어로빅을 하고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이 보인다. 만수천은 물맛이 좋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특급 약수터다. 길은 곧 선우공원으로 연결된다. 조그만 계곡에 생태연못이 꾸며져 있다. 어린아이들과 가족놀이하기 좋은 곳이다. 부채꼴 모양의 능선은 마치 하얀 실타래를 풀어놓은 모양새를 한 채 ‘원시 오솔길’로 길게 이어진다. 서울 시내에 이런 길이 또 있을까? 여기까지가 왕복 한 시간여 거리다. 아침 산책 시간으로 적당하다. 시간 여유가 있어 더 걷고 싶으면 왕복 두어 시간 걸리는 호암산 자락길까지 가면 된다.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호암산 잣나무 삼림욕장이 호암사 뒤편으로 있다. 여름철에는 하루살이, 모기 등 해충이 없어 휴식하기에 편하고, 그늘이 커서 자리 깔고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잣나무 잎이 두툼하게 쌓이는 이곳은 눈이 오는 겨울에도 따뜻해 추위를 느낄 수 없다. 관악구 ‘미성 오솔길’에 정들어 산 지 35년이 넘었다. 하루 만보걷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침 산책을 마친 후에는 샤워를 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손주도 돌보고, 재능기부 자원봉사도 한다. 창작활동도 빼놓지 않는다.
- 2019-04-0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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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챙기기
- 언론기관이나 글을 쓰는 기자는 독자의 의견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독자가 관심을 가져주면 더없이 고맙다. 얼마 전 나는 그러한 독자와 만났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2018년 12월호)에 실린 동영상과 관련한 나의 기고문을 읽고, 동영상을 만들고 싶다며 편집국에 전화해 내 연락처를 물었다고 했다. 편집국으로부터 그분의 연락처를 넘겨받고 바로 전화를 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7일 오후 6시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인사를 나누었다. 동영상 촬영 방법 등을 알려주자 정말 고마워했다. 나 역시 독자와의 만남을 통해 재능을 기부했기에 기쁨이 배로 늘어났다. 알고 보니 독자는 나와 나이도 같았다. 정년 퇴임한 후 건물 관리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매일 건물을 순회하면서 건물 내에 입주해 있는 은행 창구에 비치된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보게 되었고 내용이 좋아 꼬박꼬박 읽는다고 했다. 내가 쓴 글은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동영상을 다룬 글이어서 더 자세히 읽었는데 더 알고 싶은 게 있어 연락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열심히 잡지를 읽자 지금은 은행 측에서 한 달이 지나면 과월호를 그분에게 드린다고 했다. 어떠한 경로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읽게 되었든, 애독자임에 틀림이 없다. 독자의 중요함을 알고 있는 나는 돈을 내고 배우는 사람보다 더 친절히 그리고 자세히 가르쳐주었다. 그게 곧 애독자를 위한 기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더 뜻 깊은 일이 일어났다. 애독자와의 만남이 편집국을 통해 이루어졌기에 그 후 상황이 궁금할까 싶어 연락을 했다. 그러자 담당 기자가 고맙다며 시간을 내주었고 우리 두 사람은 저녁식사 대접까지 받았다. 업무를 마친 후의 시간이긴 했지만 기사의 바쁜 일상으로는 쉽지 않은 배려였다. 언론기관의 직원으로서 본분을 지키고 실천하는 사람이라 여겨졌다. 나와 애독자 그리고 담당 기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보면 아주 소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매체를 통해 상생하는 바람직한 동행이었다. 애독자를 향한 진심 어린 태도는 회사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밖에 없다. 애독자는 그날 헤어지며 우리를 향해 한마디했다. “아, 이제부터는 정식으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 구독자가 되겠습니다~” 나와 직원은 이구동성으로 “고맙습니다~” 하며 눈을 마주쳤다.
- 2019-03-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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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살이 여행지로 사랑받는 태국 ‘치앙마이’
- 온갖 꽃과 새들이 인사하고 잠이 덜 깬 고양이는 주인의 등에 기대 졸고 있다. 전신줄을 달리는 것은 놀랍게도 쥐가 아닌 다람쥐다. 태국 음식점의 아낙네는 요리 재료 파인애플을 싣고 가게로 향하고 기타를 맨 연주자는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이것이 치앙마이 올드시티의 아침 풍경. 오늘은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왓치앙만 사원에 들러 진한 향의 프렌지파니(참파꽃)로 지인을 추모하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늘 가는 카페로 가는데 골목길 벽화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소원하기를 멈추고, 실행하기를 시작하라(stop wishing. and start doing).” 치앙마이를 설명하는 두 개의 말은 ‘사바이 사바이(천천히 천천히)’와 ‘마이 밴 라이(괜찮아요)’다. 겨울에 힘 빼고 살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겨우내 추위와 미세먼지로 움츠렸던 어깨와 관절이 다 아파오는 것 같다. 맹세코 다음 겨울엔 따뜻한 나라로 피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시니어에게 최적의 체류 여행지로 각광받는 태국 북방의 장미 ‘치앙마이’를 소개한다. 사방 어디에 눈을 둬도 초록이어서 저절로 힐링이 되는 곳. 특히 건기인 12월에서 2월은 한국의 강추위와 미세먼지를 피해 최고의 쾌적함을 누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아침엔 20℃, 낮엔 30℃까지 올라가는 일교차가 큰 날씨이지만 건기라서 습하지 않다. 오히려 아침저녁으로는 약간 쌀쌀하기까지 한 쾌적한 날씨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한두 차례 방문 경험이 있는 겨울 휴양지이기도 하다. 치앙마이에 한 달에서 석 달 혹은 일 년 이상 머무는 장기투숙객이 많은 이유는 장기투숙을 할수록 저렴해지는 숙박비와 한식 생각이 안 날 만큼 입맛에 맞는 음식, 맨발로 화장실을 들어가도 될 만큼의 청결한 숙박 시설, 그리고 긴장을 놓고 있어도 소매치기당할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안전함 때문이다. 사바이 사바이, 슬로 라이프!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한 목소리와 미소로 응대하는 태국인들은 길을 막고 선 차가 비켜주면 오히려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들이다. 스쿠터나 오토바이 소음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아무리 길이 막히고 답답해도 경적을 울리는 일은 거의 없다. 인도나 횡단보도도 제대로 없고 오토바이 소음이 심해 처음엔 다소 불편함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순한 사람들로 인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평화로워진다. 잘못 계산한 커피 값도 너무 많이 냈다며 굳이 찾아와 돌려주는 곳. 물건을 놓고 나간 뒤 한 시간이 훨씬 지나서 가도 그 자리에 곱게 놓여 있는 곳. 라오스와 미얀마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그곳은 다 같이 가난한 나라여서 비교할 대상이 없는 데서 오는 행복이라 여겼다. 치앙마이에서는 빈부의 격차가 있는데도 남의 것을 탐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 욕망이 뿜어내는 독소가 안 느껴져 평화롭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답답한 면도 있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정성을 다하는 마음, 예의 바름과 친절함은 치앙마이에서의 생활을 내 집처럼 편하게 느끼도록 해줬다. 카페도 밥집도 다섯 시면 문을 닫는 곳이 많고 일부를 제외하면 허름한 가게와 유명한 가게의 음식 값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신기했다. 받을 만큼만 받고 필요한 만큼만 벌 뿐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워라밸을 실천하는 사람들. 아무리 바쁜 마사지사도 연말 대목은 가족과 함께 보내느라 일을 쉰다. ‘한 달 살기’를 작정해도 가자마자 어찌 현지인 코스프레(?)가 가능하겠는가. 한국에서 딴 동네로 이사를 가도 주변 파악에 한 달은 족히 걸린다. 그러니 과욕은 금물이다. 이곳 레지던스 대여 단위대로 석 달이나 일 년 이상 산다면 모를까. 한 달을 살기에는 여전히 여행자의 마음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다만 지내는 동네가 산티탐처럼 좀 더 주택답거나 아파트형 레지던스처럼 한국에서 살던 구조와 비슷하다면 빨리 안정을 찾을 수도 있겠다. 소소한 골목 탐험이나 카페 탐험, 뒷골목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올드시티에 집을 얻는 게 좋다. 한 달 살기는 어떤 조건으로 사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한 달 기준 장기 렌트 시 30만 원에서 60만 원이면 부부가 살기에 괜찮은 숙소를 구할 수도 있다. 저렴한 생활비로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아보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교통은 한국처럼 지하철이 있거나 버스 노선이 다양하지 않아 처음엔 적응이 안 되고 불편하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썽태우(합승택시)나 그랩(일명 태국판 카카오택시)으로 목적지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렌트카는 우리와 반대쪽 핸들인 데다 일방통행이 많아 활용하는 사람이 흔치 않다. 가장 저렴할 것처럼 보이는 툭툭은 바가지가 심하므로 권하고 싶지 않다. 요가 학교에서 투어 프로그램까지 장기 체류자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요가나 태국 마사지를 배우기도 하고 쿠킹 클래스에서 팟타이나 양꿍 같은 태국 요리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올드시티의 토요시장, 일요시장을 비롯해 왓(wat)이라 불리는 수많은 아름다운 사원만 방문해도 다 못 볼 만큼 볼거리가 충분하다. 가는 곳마다 산재한 여행사에서 치앙라이, 치앙다오, 빠이 등으로 가는 근교 여행 프로그램은 물론 무아이타이, 카약, 집라인, 자전거, 에코 트레킹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해 심심할 틈이 없다. 태국 북쪽 라오스 국경에 있는 우돈타니에서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연꽃바다를 볼 수 있다. 걷다가 피곤하면 타이 마사지를 받고 아름다운 카페에서 재충전하기 좋은 곳. 머물수록 점점 더 있고 싶어지는 쉼터 같은 곳이 치앙마이다. 언제나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사와디카(안녕하세요)”, “코쿤카(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곳, 극성스럽게 살지 않아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곳. 그래서 치앙마이에 처음 오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 달만 있어보려고 왔는데 몇 달째 있네요”라거나 “치앙마이만 다섯 번째예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한 달 살이 팁 숙소의 선택 인터넷만으로는 주변 환경(소음이나 분위기. 교통편의)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직접 가서 보고 고르길 추천한다. 장기 입주의 경우 협상에 따라 할인 폭이 크다. 교통 택시인 툭툭, 합승택시인 썽태우, 최근엔 버스도 생겼지만 가장 합리적이고 저렵한 가격에 이동하는 수단은 그랩(grap, 동남아의 우버)이다. 렌트카는 오른쪽 핸들이니 참고할 것. 스쿠터도 외국인의 경우 오토바이 면허가 있어야 대여 가능하다.
- 2019-03-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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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주인도, 세입자도 난감한 ‘역전세난’ 대처법
- 서울 송파구의 전용 85㎡의 아파트를 보유한 K 씨는 요즘 매일 전세 시세를 확인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2년 전 여름 8억3000만 원에 현재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맺었는데, 최근 전세 시세가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 씨는 “최근 인근 지역의 입주 물량이 많아 세입자를 구하기도 어렵고, 이미 시세가 7억 원 초반대로 떨어져 재계약을 해도 1억 원가량을 돌려줘야 해서 걱정”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의 기류도 심상찮다.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주택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국적으로 입주 물량이 늘어나,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 우려가 크다. 일부 지방에선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에 미치지 못하는 ‘깡통 전세’ 경고음마저 들려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전국의 주택 전세 가격은 2년 전인 2017년 1월 말보다 1.4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의 아파트 전셋값을 분석한 결과, 조선 경기 위축의 직격탄을 맞은 거제시가 2년 전 대비 34.98% 하락해 전국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광역시에서는 울산의 전세 가격이 13.63% 떨어졌다. 서울도 역전세난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 여파로 ‘강남 4구’의 전셋값이 2년 전 대비 3.86% 내렸다. 서울 강북권은 일부 오름세도 보이는 등 지역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서울 전역의 전셋값 상승률이 지난 2년간 평균 1%대에 불과해 주택 시장 위축이 지속될 경우 서울에서도 역전세난 확산의 우려가 있다. 세입자 대비책 ‘전세보증보험’ 서울 마포구의 전세 세입자인 L 씨는 올가을 전세 만기를 맞아 전세보증보험을 알아보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L 씨는 “전세보증보험은 가입기한(전세 계약 2년 중 1년 초과 이전)이 정해져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서울 도심 지역은 역전세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혹여 세입자를 제때 구하지 못해 만기가 지나도 보증금 반환이 늦어질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대비책은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전세 계약이 끝났음에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이사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장 신용보험’이 대표적이다. 가입 가능 시기와 보험료를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 계약 기간의 2분의 1이 경과하기 전에 신청해야 한다.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장 신용보험’은 임대차 계약 개시일로부터 10개월(임대차 계약 기간이 1년인 경우에는 5개월이 경과되지 않은 시점)이 경과되지 않은 시점에 가입해야 한다. 보증금액은 전세 계약서상 보증금 전액이며, 전세 계약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나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보증기관에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보험료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경우 아파트는 연 0.128%, 그 외 주택은 연 0.154%를 내야 한다.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장 신용보험’의 보험료는 아파트의 경우 연 0.192%, 기타 주택은 연 0.218%다. 전세 보증금이 3억 원이면 2년간의 보험료는 아파트의 경우 92만1600원, 기타 주택은 115만2000원이 든다. 전세금을 떼일 걱정이 없지만, 연간 40만~50만 원 수준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보험 가입은 선택 사항이지만, 집값과 전셋값 비율 및 선순위 대출 확인은 전세 계약 전 필수 사항이다. 집주인의 대출과 전세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70%를 넘어가는 경우 ‘깡통 전세’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계약을 재고하는 게 낫다. 계약 후 이사까지 마치면, 14일 이내에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두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만일의 경우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 해도 보증금에 대한 우선순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 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대법원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를 통해 온라인으로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다. 규제지역 외 다주택자, 1억 초과 보증금 반환대출 허용 지난해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는 전셋값이 외환위기 때처럼 20% 급락할 경우, 집주인 5명 중 1명은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집주인의 7.2%는 신용대출을, 14.5%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보증금 반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문제는 지난해 등장한 9·13대책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유주택자들의 대출이 사실상 꽉 막혀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주택을 담보로 한 생활안정자금대출은 보유주택 수와 관계없이 연간 한도 1억 원 내에서 허용된다. 다만 생활안정자금 중 1억 원을 초과하는 임차보증금 반환용도 대출의 경우 규제지역에서는 1주택 세대 또는 1주택에 준하는 세대만 가능하다. 다만 규제지역이 아닌 기타 지역의 경우 주택보유 수에 상관없이 1억 원을 초과하는 임차보증금 반환용도의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2주택 이상 보유 세대의 경우 대출기간에 주택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체결해야 하고, 약정을 위반하면 해당 대출 회수 및 주택 관련 대출 제한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대출 총액은 지역별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이내여야 한다. 최근에는 집주인이 전세금 하락분만큼 세입자에 되레 이자를 주는 ‘역월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년 전 울산에서 2억4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했던 B 씨는 최근 시세가 2억 원 이하로 내려앉자, 역월세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방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종종 나타나던 역월세 사례는 입주 물량이 많은 서울 송파·강동구 등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역월세 전환율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는 않고, 고육지책인 만큼 은행 이자보다 다소 높은 이율로 책정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역전세난 공포가 확산됨에 따라 대책 마련 요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매유예제도 연장, 역전세 대출상품 출시, 세일앤리스백 가입대상 확대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주택 시장 위축에 따른 역전세난 및 깡통전세 실태 파악에 나설 방침을 밝혔지만, 현재 정책의 초점이 집값 안정화에 맞춰지면서 집주인을 위한 대안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깡통전세 대책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2019-03-04 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