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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추석 연휴, 아플 때 어떻게 하지?
- 온 가족이 풍요로운 음식 앞에 모여 덕담을 나누는 추석 연휴가 다가온다. 하지만 즐거운 명절이라 해서 사고가 피해 가는 것은 아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는 언제나 생긴다. 명절에는 송편이나 인절미처럼 찰진 음식을 먹다가 목에 걸려 기도가 막히는 일도 흔하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추석 연휴 응급의료센터 내원 환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추석 연휴 나흘간 전국 응급의료센터 162곳에 내원한 환자는 약 11만 3000명이었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약 2만8000명꼴이다. 응급실 이용 환자는 추석 당일과 다음 날이 각각 3만1000명 수준이었다. 이는 평상시와 비교하면 평일 기준 2.1배, 주말 기준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응급실을 찾는 이유로는 감기와 두드러기, 장염, 염좌, 얕은 손상, 열, 복통 등이 꼽혔다. 추석을 안전하게 보내려면 추석 연휴에 문을 여는 의료기관을 미리 확인하고, 응급상황 시 대처법을 알아두는 게 필요하다. 추석 연휴 동안 여러 응급실 운영기관들이 평소처럼 24시간 내내 진료를 보며, 민간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추석 당일에도 보건소를 비롯한 일부 공공보건의료기관은 정상운영을 한다. 연휴 동안 문을 연 병원⋅의원⋅약국 정보는 129(보건복지상담센터), 119(구급상황관리센터), 120(시도콜센터)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응급의료포털’. ‘보건복지부 누리집’,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응급의료포털은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명절병원’으로 검색하면 검색결과 상단에 노출되므로 누리집 주소를 따로 외울 필요는 없다. 응급의료정보 앱을 이용하면 사용자 위치 기반으로 주변에 문을 연 병원⋅의원⋅약국을 지도로 보여주고 진료시간과 진료과목을 조회할 수 있다. 야간진료기관 정보, 자동심장충격기(AED) 위치 정보, 민간구급차 검색, 응급처치요령 등 유용한 정보도 제공한다. 아이폰 ‘앱스토어’, 스마트폰 ‘플레이스토어’에서 ‘응급의료정보제공’을 검색하면 다운받을 수 있다. 만약 큰 병이 아니라면 응급실 대신 ‘달빛어린이병원’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응급실보다 비용 부담이 적고 대기시간도 짧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응급실에 가지 않고도 평일 야간, 휴일에 소아 환자에게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소아ㆍ청소년전문의로 이뤄져 있지만 성인도 진료받을 수 있다. 밤에 약국을 찾는다면 ‘달빛어린이약국’이나 ‘휴일지킴이약국’을 검색하면 된다. 휴일지킴이양국에서는 연중무휴 약국, 심야 공공 약국 등의 위치뿐 아니라 구매 가능한 의약품, 올바른 의약품 복용법 같은 정보도 제공한다. 올 추석을 건강하게 보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다만 연휴에도 고생할 의료진을 위해 가벼운 질병은 응급실을 찾기보다는 가급적 병‧의원, 보건소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경증 질환으로 응급실 이용시 진료비 증가와 대기 지연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문을 연 병원, 의원이나 보건소 등을 확인해 이용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 2021-09-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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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말 일상 회복하는 ‘위드 코로나’ 시작?
- 정부가 ‘위드(With) 코로나’ 전환을 10월 말로 예측했다. 위드 코로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독감 같은 감염병으로 규정해 공존을 준비하고, 일상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7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드 코로나의 적용 시기가 고령자 90% 이상, 성인 80% 이상 백신 접종 이후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기준이라면 언제쯤 위드 코로나 적용을 예상할 수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질의에 “10월 말까지는 최대한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10월 말부터는) 위드 코로나 적용을 해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정 청장은 백신 접종률을 근거로 위드 코로나를 전망했다. 접종이 순항할 경우 10월 말까지 우리나라 성인 80% 이상이 접종 완료 상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추석 전까지 전 국민 70% 접종 계획을 달성하면 성인도 1차 접종률 80%를 넘는다”며 “10월 말까지 최대한 접종 완료가 목표”라고 말했다. 이로써 방역 수준과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할 토대는 마련되는 셈이다. 백신 접종률이 원활하게 향상되면 다음 달 말부터 방역 당국은 확산 억제에서 위중증 환자 관리와 치료 중심으로 방역 체계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정부는 단계별 방역 체계 전환을 공식화한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의 전면적인 체계 전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이날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꼴인 73.3%가 위드 코로나 전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환 시점에 대해선 52.4%가 ‘11월 말’이 적당하다고 답했고, 1차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는 ‘9월 말’은 30.3%로 집계됐다. 당장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금’을 선택한 응답자는 14.3%였다. 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 2021-09-0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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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퇴계의 생활 습관
- 습여성성(習與性成)이라는 말이 있다. 곧 습관이 천성을 이룬다는 말이다. 습관에는 마음의 습관과 몸의 습관이 있다. 두 습관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큰 스승 퇴계가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 고결한 성품을 갖게 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논어’ 첫머리에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는 말이 나온다. ‘배우고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여기서 익힌다는 습(習)의 뜻은 몸으로 실천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퇴계는 살아서도 존경받는 대학자였지만 사후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조선 유학의 큰 별이 되었다. 그의 생애와 생활 습관을 살펴봄으로써 퇴계의 인품이 습관을 통해 어떻게 가꾸어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퇴계는 죽는 순간까지 타인을 향한 겸양과 섬김의 자세, 귀함과 천함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대하는 평등사상을 실천했다. 퇴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두 학자가 있는데 성호 이익과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 정약용은 퇴계에 대해 이르기를 “공정한 인물평, 흐트러지지 않는 수양 공부, 겸양의 태도, 연구와 진리 추구, 순수하고 지극한 정성, 바르고 곧고 엄격하고 과단성 있는 점, 이러한 것들이 퇴계를 사숙하고 흠모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퇴계의 어린 시절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부친은 그가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마흔 나이로 죽고 모친 박 씨는 남은 7남매를 키우느라 농사일과 양잠 등으로 고된 삶을 살아야 했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훈계할 때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과 사람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일들을 엄하게 가르쳤다. 아버지의 부재는 그를 경서 공부로 이끌었고, 성현들의 가르침을 통해 배운 것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퇴계의 언행록에 그의 습관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데 “새벽에 일어나 반드시 향을 피우고 조용히 앉아 하루 종일 책을 읽으셨다. 한 번도 나태한 모습을 뵐 수 없었다”고 했다. 무더운 여름날 퇴계가 의관을 정제하고 책 읽는 모습을 본 형이 옷을 벗고 시원하게 앉아 공부할 것을 권했지만 듣지 않았다. 혼자 방 안에 있어도 천 사람, 만 사람의 가운데 앉아 있는 것처럼 생각해야 한다며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퇴계의 독서법은 다독이 아닌 정독과 숙독이었으며, 공부의 목적은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공부는 ‘중용’에 나오듯 철저하고 독실하게 했다. 첫째 넓게 공부하고(博學), 둘째 자세히 묻고(審問), 셋째 신중하게 생각하고(愼思), 넷째 바르게 분별하고(明辯), 다섯째 돈독하게 행동하는(篤行)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는 항상 거경궁리(居敬窮理)하는 자세, 곧 경건함 가운데서 사물의 이치를 찾으려고 했다. 퇴계가 평소에 좌우명으로 삼고 지키려 한 내용이 목판본으로 제작되어 전해지는데, 먼저 간사하고 사악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것(思無邪), 자기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毋自欺), 홀로 있을 때도 늘 삼가는 것(愼其獨), 공경하지 않음이 없는 것(毋不敬) 네 가지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곧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것이다. 퇴계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갈고닦은 후 이를 근거로 이웃을 편안하게 하고자 했다. 학문을 통해 퇴계가 추구한 것은 경쟁에서 승리도 아니요 지식으로 명성을 얻기 위함도 아닌 오직 사람다운 삶, 향기를 지닌 난초와 같이 인격을 갖춘 모습이었다. 사람에게 부여된 성(性)은 인의예지다. 유학에서 공부란 바로 감정의 발현이 치우치지 않도록 가다듬는 것이다. 모든 상황에서 중용을 유지하며 앎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 곧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 군자이고 성인이다. 퇴계 이황(李滉, 1501~1570)은 조선 전기 성균관대사성, 대제학 등을 역임한 문신이며 성리학을 연구한 성리학자다. 주자는 성리학에다 태극도설에서 말하는 태극과 음양의 이론을 구체화해서 성리학의 우주론, 이기론을 완성한다. 태극은 이고 음양과 오행은 기에 속한다. 이와 기가 합해져서 만물이 태생한다는 이론이다. 퇴계는 주자의 이기론을 연구하여 이를 상위 개념인 우주만물의 근본 원리로 규정하고, 기를 하부 개념으로 분리해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완성했다. 퇴계는 이기론에 근거한 사단칠정론을 통해 인간의 인의예지와 칠정의 발현을 깊이 연구하고 윤리와 도덕을 통한 인간성 회복을 꿈꾸었다. 퇴계의 부부관은 서로 공경하되 친밀성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서로를 손님처럼 대하는(相敬如賓) 것이다. 그는 말하기를 “군자의 도가 부부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모두 예와 존경을 잊어버리고 서로 버릇없이 친하여 마침내 모욕하고 거만하고 인격을 멸시해버린다. 이런 일은 서로 손님처럼 공경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퇴계는 두 번 결혼했는데 첫째 부인 허 씨는 다섯 살과 한 달 된 어린 자식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고, 둘째 부인 권 씨는 정신이 온전치 못하여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부인을 정성껏 보살피고 공경했다. 순천에 사는 제자 이함형이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아 혼인하고도 동침하지 않았는데, 순천 집에 가는 제자를 불러 아침 식사를 대접한 후 부부의 도리에 관한 서간을 써주어 부부 금슬을 좋게 하고 자녀를 낳아 행복하게 지내게 했다고 한다. 퇴계는 편지 3154통을 남겼는데 거의가 60세 이후의 것으로 평균 3일에 두 통의 편지를 쓴 것이다. 손자 이안도의 혼인 때도 한 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내용은 “천 번 만 번 경계하거라. 무릇 부부란 인륜의 시작이고 만복의 근원이니 아무리 지극히 친밀하고 가까워도 지극히 삼가야 하는 자리다”라며 부부의 바른 도리를 전하고 있다.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이 있다. 배우고 깨달은 경서의 내용을 좌우명 삼아 덕행일치의 삶을 실천함으로써 우리나라 유학의 큰 스승으로 우뚝 선 퇴계 선생의 인품의 향기가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 2021-09-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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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죽 좋은 김성환 “나는 원래 웃겼다”
- 베테랑 연기자이자 30년 넘는 경력의 라디오 진행자, 예능 MC로 종횡무진하는 탤런트 김성환(72)을 실제로 보면 칠순을 넘긴 나이를 쉬이 믿기 힘들다.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젊음이 분명하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건강과 젊음에 대해 겸손하게 부모님께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얼굴에 뭔가 바르는 걸 싫어해서 로션도 잘 쓰지 않고 운동도 걷기 위주로 한다니,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타고난 선물이 부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부모님께 받은 ‘선물’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성공한 방송인이자 가수, 노인의료나눔재단 이사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 김성환에게 지금의 삶을 만든 해법과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요즘 탤런트 김성환을 바쁘게 만드는 일에는 노인의료나눔재단이 있다. 처음에는 홍보대사를 하다가 2018년부터 노인의료나눔재단 이사장에 취임했기 때문이다. 노인의료나눔재단은 1년에 30억 원 정도의 예산으로 시니어들의 무릎 수술비를 지원하는 공익 재단이다. 주로 저소득층 시니어, 연고자가 없거나 홀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그 지원 대상이다. 어르신들과의 계속된 접점, 이사장까지 되다 “탤런트를 하면서 교양 프로그램, 노래 등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해서 어르신들과 인연이 많았죠. 저도 고향이 시골이라 농사 등 어르신들의 생활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고요. 그러다 보니 MBC ‘고향이 좋다’에서 20년 넘게 MC를 하기도 했어요. 하다 보니 어르신들과 접촉이 많았고, 많이 알게 되고, 어르신들이 저를 좋아하시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 위하는 일이 뭘까 관심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대한노인회 홍보대사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인연 덕분에 노인의료나눔재단 홍보대사도 하게 되었죠.” 그는 요즘도 대한노인회 홍보대사 일을 겸하고 있기에, 보건소나 경로당에 가면 그의 사진이 있는 포스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김성환은 시니어들이 실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접하는 연예인일 것이다. “노인의료나눔재단 홍보대사 일을 하다 보니 열 분의 이사님이 만장일치로 저를 이사장으로 추대해주셨죠. 저보다 먼저 이사장을 맡았던 분들이 다들 쟁쟁하신 분들인데, 영광일 뿐입니다.” 30여 년간의 라디오 DJ 생활 김성환은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동시에 스스로도 현재에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 연기와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53세에 경기대학교에 진학한 일 또한 그렇다. “10년 동안 다녔어요. 탤런트 김영철과 함께 들어갔죠. 열심히 해서 예술학 박사과정까지 마쳤습니다. 살아오면서 가장 큰 일이 대학교 다닌 일과 라디오 방송을 30년 동안 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가 처음 맡은 라디오는 KBS의 ‘세월 60년 노래 60년’이었다. 5년 동안 KBS 라디오에 몸을 담았던 그는 교통방송(현 TBS)이 개국하자 이적하여 작년 11월까지 무려 26년 동안 라디오를 진행했다. ‘9595쇼’, ‘서울 부르스’, ‘비바 트롯’ 등을 맡았던 그는 TBS 라디오의 터줏대감으로 불렸다. 그는 이러한 장수 방송인의 비결에 대해 단순히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열심히를 넘어 죽기 살기로 해야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렇게만 해선 안 된다는 거예요. 뭐든지 죽기 살기로 해야 해요. 거친 표현이지만 모든 것을 죽기 살기로. 라디오를 30년 이상 한 것도, ‘고향이 좋다’를 20년 넘게 한 것도, 경인방송 ‘성인가요 베스트 30’을 7년 한 것도 그랬어요. 뭐를 하나 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열심히, 거기에 맞는 사람으로 죽기 살기로 해야 됩니다. 그리고 대인관계도 열심히 해야지 대충 하면 안 돼요. 그 사람이 10을 줄 때 나는 20, 30을 준다는 다짐과 여유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그 사람도 나를 믿고 함께할 수 있거든요.” 그는 방송을 10년 하려면 삼위일체가 아니라 오위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잘해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하고, 운이 좋아서 프로그램이 사랑을 받아야 하고, 부지런해야 해요. 10년, 20년, 30년이란 세월 동안 방송을 한다는 건 정말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야 가능한 거예요.” 그래서 김성환은 제주도도 한 번 못 가보고 살았다. 제주도에 가서 쉬면 방송이 펑크 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과거에는 부산조차 못 갔다. 이제는 KTX가 있어 가능해졌지만. 교통방송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17년 동안 맡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모든 걸 다 바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유튜브 조회수 1000만 회 넘은 그의 노래 인생은 자신의 모든 걸 방송에 바친 김성환에게 또 다른 선물도 주었다. 바로 가수로서의 성공이다. 유튜브에서 김성환의 이름을 치면 그가 가수로 공연한 방송 클립들이 나오는데 그 조회수에 놀라게 된다. 가장 많은 조회수를 올린 동영상이 대표곡 ‘묻지마세요’를 포함한 그의 히트곡 메들리인데 1030만 회에 달하니, 숫자로만 보면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한 명이 그의 공연을 봤다는 얘기가 된다. “1997년에 ‘거시기 인생’이라는 노래를 드라마에서 부르면서 히트를 쳤죠. 어르신들이 좋아하셔서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에서 부르게 됐어요. 물론 본격적인 가수라기보다는 탤런트 중 노래 좀 부른다는 쪽이었는데, 2014년에 발표한 ‘묻지마세요’가 아주 행운이었죠. 이 노래는 원래 진성 씨 노래였는데 팬이 생긴 인기 좋은 노래가 됐어요.” 그가 ‘묻지마세요’ 이후 밀고 있는 노래는 ‘보고픈 친구야’다. ‘묻지마세요’의 작곡가 이충재가 그에게 직접 가사를 써보라고 해서 가사도 자신이 직접 썼다. 나이를 먹으면 친구밖에 없다, 친구 하나를 제대로 사귀면 평생 최고라는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노래다. “제 노래가 아무나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노래예요. 가수가 한 곡 히트하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세 곡이 히트한 걸 보면 가수로서도 성공했다고 봐야겠죠?(웃음)” ‘미운 놈이 되지 말라’는 아버지 말씀을 지키다 막힘없이 술술 풀리는 이야기에 김성환이 변죽이 좋은 걸로 유명하다는 게 떠올랐다. 그 스스로도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소질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 때문에 애로사항도 있었다고 한다. “제가 얼굴과 행동과 말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방송국에서 역할을 줄 수 없었어요. 재미있는 역할을 주려고 하면 얼굴이 잘생겼고, 얼굴이 잘생겨서 주인공을 주려고 하면 사투리가 막 튀어나와서 주인공 같지 않으니까. 군대에 있을 때 사투리를 고치고 공부해서 제대 후에는 다양한 역할을 맡았어요.” 좌절할 수도 있었던 젊은 날 고민에 적극적으로 도전해 기회로 만든 점이나 사람을 대하는 모습, 그간 방송인이라는 직업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삶의 행적을 보면 멘탈 관리도 뛰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스스로 자랑스럽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누구와도 싸워본 적 없다’는 사실에서 찾았다. “아버지께서는 ‘미운 놈이 되면 안 된다’라고 자주 말씀해주시곤 했어요. 왜 그런 말씀을 자꾸 하실까 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가슴에 와 닿더군요. 저는 성격도 그렇지만 ‘미운 사람이 되지 말자’가 인생 모토예요. 괜히 미운 사람으로 보이겠냐 싶은 거죠. 다른 사람에게 왜 미운 사람으로 보일까요? 말 한마디에 미운 사람이 되는 거예요. 천 냥 빚은 못 갚아도 미운 사람이 되면 안 되잖아요.” 아버지의 말씀을 깊이 새긴 그의 인생 모토는 ‘말 한마디 때문에 다투지 말자’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누구를 흉봐서도 안 되고 헐뜯어서도 안 되고 탓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그의 깨달음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나를 닮으라는 얘기는 안 하지만, 절대 미운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자식과 부모 간에도 하기에 따라 밉거나 존경할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자기 손으로 탈락시킨 냉정한 아버지 그러고 보니 김성환의 둘째 아들(김도성)은 연기자라는 점에서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 입학한 재원인 아들이 우리나라로 돌아와 연기자가 되겠다고 하자 그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말려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니까요. 방송은 정말 힘들다고 충고했지만 결국 네가 알아서 할 수 있으면 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예술대를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와 연기를 시작했어요.” 그러나 그는 본인이 연기자였기에 연기에서만큼은 냉정한 아버지였다. 그가 심사를 보게 된 KBS 탤런트 공채에 아들이 지원했었다고 한다. 20명을 뽑는데 3만 명이 지원한 치열한 경쟁의 장이었다. 그는 아들의 연기자 심사를 보고 1차에서 탈락시켜버렸다. “아들이 아버지 맞냐고 묻더군요.(웃음) 그래서 어떻게 탤런트를 뽑는지, 어떻게 탤런트가 되는지 네가 알아야 한다면서 심사 과정을 알려줬어요. 정말 힘들거든요. 대사 외우기, 노래, 운동, 특기, 악기 사용, 성실함 등등. 저도 50년 했지만 정말 힘든 게 이 길이에요.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길이죠.” 싫어하는 말은 ‘졸혼’, 그리고 부부관계의 해법 아들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부부로 황혼을 지내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는 부부관계가 원만한 비결로 서로에 대한 배려를 들었다. “뭐든지 일방적인 게 없어요. 내가 아무리 잘했어도 상대가 잘했다고 생각해주지 않으면 잘 안 된 거죠. 반면 ‘저 사람이 열심히 살면서 밖으로 많이 돌고 집안일을 안 도와주는 거 같아도 나에겐 소중한 사람이다’ 싶으면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부부관계라는 게 서로 잘하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어요. 섭섭할 수 있고, 권태기 때문에 싫어질 수도 있어요. 요즘은 헤어지는 게 다반사 아닙니까.” 그는 너무나 싫어하는 단어가 졸혼이라고도 했다. “백일섭 형님에게도 이건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어요. ‘수많은 사람 앞에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잘 살겠다 해놓고 조금 싫다고 헤어지면 되겠느냐’ 했더니 ‘누가 헤어지냐? 누가 이혼한다냐? 조금 떨어져 있겠다는 거다’ 하시더군요. 남진 형님은 ‘그것도 괜찮다’ 하시는데 나는 끝까지 그건 안 된다고 했어요. 아이가 없거나 주변인이 없으면 그럴 수 있죠. 지금 사는 게 나 혼자만이면 그럴 수 있어요. 그러나 남들 눈이 있으면 못 하는 일이 있죠. 하물며 내 자식들이 보고 있는데, 자식들이 괜찮다 해도 부모로선 안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누구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것은 또한 김성환이 계속 지켜온 사람에 대한 예의, 타인을 위한 예의일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답을 갖고 있는 그는 자신만의 길을 올곧이 걸어왔고 앞으로도 꿋꿋이 걸어갈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 2021-09-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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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88% 25만원씩, 국민지원금 9월 6일부터 신청
- 국민의 약 88%가 1인당 25만 원씩 받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 절차가 다음달 6일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지원금 대상자 선정기준과 신청 방법 및 지급 방안을 담은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세부시행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지원금은 기본적으로 가구소득 하위 80% 이하인 가구의 구성원이 대상이다. 하지만 이번 국민지원금은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에는 우대 기준 적용으로 더 폭넓게 지급해 국민의 약 88%가 받는다. 지급대상을 가르는 소득수준은 올해 6월 부과된 본인 부담 건강보험료(건보료)의 가구별 합산액을 기준으로 따진다. 1인 가구는 직장·지역 가입자 여부와 상관없이 6월 건보료가 17만 원 이하면 지원금을 받는다. 이는 연소득 5800만 원 이하인 직장 가입자에 해당하는 건보료로, 앞서 정부가 5월 건보료를 바탕으로 지난 7월 26일 발표한 초안(연소득 5000만 원 이하)보다 기준선이 올라갔다. 2인 이상 가구 기준선도 조금씩 상향 조정돼 외벌이 4인 가구는 직장 가입자는 31만 원, 지역 가입자는 35만 원이다. 가구 내 소득원이 2인 이상인 맞벌이 가구는 가구원이 한 명 더 있는 것으로 간주해 기준표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4인 가구 직장 가입자는 39만 원, 지역 가입자는 43만 원 이하면 지급 대상이다. 이런 기준을 충족해도 가구원의 지난해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9억 원을 초과하거나 지난해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 원을 넘으면 고액 자산가로 분류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급대상자 선정 단위인 가구의 구성원은 지난 6월 30일 기준 세대별 주민등록표와 함께 등재된 사람이다. 주소지가 달라도 건강보험 피부양자인 배우자와 자녀는 동일한 가구로 본다. 이번 국민지원금 지급액은 1인당 25만 원이다. 재원은 국비 8조 6000억 원, 지방비 2조 4000억 원 등 총 11조 원가량이다.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달리 이번 국민지원금은 가구별 지원 금액 상한이 없어 5인 가구 125만원, 6인 가구 150만원 등 가구원 수에 비례해 지급된다. 지급 대상자는 신용·체크카드 충전이나 모바일·카드형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국민지원금을 받는 경우 9월 6일부터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신용·체크카드 충전은 카드사 홈페이지나 앱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은 주소지 관할 지자체 지역사랑상품권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온라인 신청 다음 날에 충전이 이뤄지며 충전된 지원금은 기존 카드사 포인트나 지역상품권 잔액과 구별돼 우선 차감된다. 9월 13일부터는 카드사 연계 은행 창구나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오프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종이 형태 지역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국민지원금을 받으려면 이때부터 신청할 수 있다. 2002년 12월 31일 이전에 출생한 성인은 개인별로 국민지원금을 신청해 지급받는다. 미성년자는 세대주가 대신 신청하고 받는다. 신청자가 몰릴 경우를 대비해 국민지원금 온·오프라인 신청 모두 시행 첫 주에는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요일제로 이뤄진다. 국민지원금은 10월 29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미신청 금액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환수된다. 국민지원금은 주소지 내 지역사랑상품권(지역상품권) 사용 가능 점포에서 쓸 수 있다. 지난해 긴급재난지원금은 일부 글로벌 대기업이나 명품 매장에서 사용 가능해 형평성 논란이 있었는데 이를 개선해 지역상품권 가맹점으로 사용처를 일원화했다. 특별시나 광역시에 주소지를 둔 국민은 해당 특별시·광역시에 있는 지역상품권 가맹점에서, 도에 주소지가 있는 경우 세부 주소지에 해당하는 시·군 내 지역상품권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전통시장, 동네 슈퍼마켓, 식당, 미용실, 약국, 안경점, 의류점, 학원, 병원, 프랜차이즈 가맹점(편의점, 빵집, 카페, 치킨집 등)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면세점, 외국계 대기업 매장, 대기업 전자제품 판매 직영 매장, 대기업 프랜차이즈 직영 매장, 대형 배달앱, 온라인몰, 홈쇼핑 등에서는 국민지원금을 사용하지 못한다. 국민지원금은 12월 31일까지 약 4개월 동안 쓸 수 있다. 이 기간에 사용하지 않은 잔액은 국가와 지자체로 환수된다.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자 선정 기준일인 6월 30일 이후 혼인이나 출산 등으로 가족관계 변동이 있거나 건강보험료 조정이 필요한 경우 별도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신청은 내달 6일부터 온라인 국민신문고나 주소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받는다. 지난해에는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오프라인 신청만 받았으나 이번에는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이의신청 역시 첫 주에는 온·오프라인 모두 요일제가 적용된다. 접수기한은 국민지원금 신청 마감일(10월 29일)에서 2주 뒤인 11월 12일까지다.
- 2021-08-3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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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 코로나, 고령층 90% 접종 완료해야
- 정부가 ‘위드(with) 코로나’로의 전환 조건으로 치명률이 높은 고령층의 백신 접종 완료율 90% 이상 달성을 제시했다. 위드 코로나는 신규 확진자 억제보다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해, 일상과 방역을 병행하는 방역 체계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브리핑에서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 전략 전환을 하려면 고령층은 90%, 일반 성인은 80% 이상 예방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전환 시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정 청장은 “새로운 변이가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고 의료 체계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되는 시점”이라며 “예방 접종률을 10월 말까지 최대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하루 빨리 일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0시 기준 1차 접종률은 52.7%, 2차까지 마친 접종 완료율은 26.0%다. 이 중 60세 이상 고령층의 접종 완료율은 60.4%다. 지난 2월 접종을 시작해 접종 개시 6개월이 됐지만 아직 70%가 안 되는 수준이다. 90%가 되려면 400만 명 가까이 더 맞아야 한다. 한편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더라도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나 방역수칙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정부 생각이다. 정 청장은 “방역전략을 전환해도 어느 정도까지 거리두기나 방역수칙을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제일 마지막까지 유지해야 하는 개인 방역수칙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 2021-08-2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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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 마음우체통
- 지난주에 작은 우체통 하나가 놀이터에 생겼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은지가 좋아하는 노란색이었고 작은 집 모양의 우체통이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나는 마음 우체통이에요. 누구와도 말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말을 편지로 써서 보내주세요. 비밀도 보장해주고 답장도 해드려요.’ 라는 설명이 우체통 아래에 붙어 있었습니다. 안내문을 슬쩍 읽고 난 은지는 며칠 째 낯선 우체통 앞을 그냥 지나쳐 집으로 갔습니다. 은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엄마가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은지 왔구나. 학교 수업 잘 했어?” 은지는 무심한 듯 “네.”라고 답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엄마는 실망했지만 다시 목소리를 높여서 은지의 방을 향해 물었습니다. “은지 좋아하는 피자해 놨는데 먹을래?” 은지는 이번에도 짧게 “아뇨.”라고 대답했습니다. 엄마는 한 숨을 쉬며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생각하다가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볕이 참 좋네.’ 엄마는 두 팔을 벌리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하늘을 쳐다보고 난 후, 멀리 보이는 놀이터의 우체통에 눈길을 주었습니다. 빨랫줄의 빨래가 바람에 펄럭였습니다. 엄마는 은지의 바지와 원피스와 티셔츠를 걷어서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소파에 빨래를 놓고 맨 위에 있던 청바지부터 개키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낡아서 입지 못하겠네.’ 엄마는 실밥이 터지고 무릎 부위가 두 주먹만큼 뚫린 바지를 옆으로 치웠습니다. 새 바지를 사 주면 은지가 좋아할 거라는 상상을 했습니다. 새엄마라서 헌 옷만 입힌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걱정도 되었습니다. 나머지 옷들도 차례대로 개키면서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은지가 마음을 열까, 어떻게 해야 은지의 말수가 늘까.’ 은지 엄마는 삼 년 전에 교통사고로 은지 곁을 떠났습니다. 그 충격으로 다섯 살이었던 은지는 말을 잃었고, 다행히 작년부터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아빠의 노력이 컸습니다. 아빠는 일주일에 두 번씩 회사에 조퇴를 하고 은지를 심리상담 센터로 데리고 갔습니다. 거기서 은지는 아빠랑 함께 미술치료를 받았습니다. 상담 선생님이 소풍가는 사진을 그리라고 하면 은지는 자신과 아빠 사이에 엄마를 그려 넣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림 속의 엄마는 아빠나 은지보다 두 배로 컸습니다. “은지, 이건 뭐야?” “엄마소예요.” “이건?” “엄마나무예요.” 동물을 그리건, 식물을 그리건, 늘 은지의 도화지엔 엄마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아빠는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두 시간씩 은지와 놀아주었습니다. 아빠가 퇴근해서 오기까지 세 시간 동안은 은지를 위해 돌봄이 선생님이 와주셨습니다. 은지가 유치원에서 끝나면 돌봄이 선생님이 데리러 가서 같이 손을 잡고 집으로 왔습니다. 돌봄이 선생님은 은지가 종이접기를 했고, 사과를 두 쪽 먹었고, 기분이 좋아 보인다는 등 그날그날의 일을 은지 아빠에게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은지 아빠는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은지도 돌봄이 선생님을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삼 년을 지낸 은지는 돌봄이 선생님과 친해졌습니다. 은지의 아빠도 선생님과 친해졌습니다. 주말에 세 사람이 함께 놀이동산에 놀러가기도 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은지 아빠와 돌봄이 선생님은 결혼을 했습니다. “은지야, 선생님과 결혼해서 같이 사는 건 어때?”라고 아빠가 물었을 때 은지는 애매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은지는 결혼식 날, 꽃분홍 드레스를 입고 빨간 융단위에 꽃을 뿌리는 역할을 잘 해냈습니다. 하지만 새엄마와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아빠가 은지와 놀아주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아빠는 밀렸던 회사 일을 해야 했습니다. 아빠 대신 엄마가 동화책도 더 읽어주고 많이 놀아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은지, 잘 자. 자다가 무서운 꿈꾸면 언제든지 안방으로 와.” 엄마가 은지의 잠자리를 봐주고 떠날 때 하는 말이었습니다. 엄마가 방의 불을 끄고 나가면 은지는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나란히 누워 있을 아빠와 엄마를 생각하면 아빠를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좋은 사람이란 걸 알면서도, 엄마가 아빠한테 잘 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되고 아빠가 엄마한테 잘 할 때는 골이 났습니다. 선생님으로서 하루에 세 시간씩 돌봐줄 때와 엄마로서 매일 함께 지낼 때와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엄마가 된 선생님은 집이 지저분하다며 이것저것 버리자고 했습니다. “아빠가 바빠서 대청소할 시간이 없었나봐.” 은지는 싫었습니다. 친엄마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하나도 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은지 마음을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알 지 못했습니다. “싫어, 싫어.” 떼를 쓰는 은지에게 아빠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은지가 고집이 심하네. 너무 오래 되고 망가져서 쓸 수가 없다고. 더 좋은 걸로 사줄게.” 은지는 문을 쾅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은지는 점점 아빠와 엄마가 섭섭했습니다. 은지가 말을 잘 하지 않아서 답답한 아빠와 엄마는 잠들기 전에 은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가 엄마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다음날, 엄마는 인터넷으로 주문한 재료를 이용하여 우체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삼 일 후에 예쁜 우체통이 식구들 모르게 만들어졌습니다. 엄마는 사람들이 없는 틈을 이용해서 우체통을 놀이터에 있는 큰 나뭇가지에 얹어놓았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노란 우체통으로 놀이터가 환해졌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좋아했습니다. 표현을 하지 않아서 은지의 마음을 알 수 없던 엄마가 슬쩍 물었습니다. “놀이터에 이상한 물건 있는 거 봤어?” “네.” “예쁘지?” “네.” 그뿐이었습니다. 엄마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은지가 학교에 간 사이에 한 번씩 놀이터로 가서 자물쇠를 열었습니다. 편지가 한 통, 두 통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편지마다 정성들여 답장을 썼습니다. 편지 내용은 여러 가지였습니다. 동생이나 친구 흉보는 편지도 있었고 욕을 써 넣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중 엄마에 대한 불만의 편지가 제일 많다는 점에 은지 엄마는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고, 엄마는 가족 중에 잔소리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마음을 전보다 더 잘 알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엄마는 편지가 늘어날수록 답장을 써야할 시간도 늘었지만 막상 기다리던 은지의 편지는 없었습니다. 우체통 앞을 지나치던 은지가 이번엔 걸음을 멈추더니 뒤를 돌았습니다. 우체통을 한참 쳐다보다가 가방을 열어서 노란 편지봉투를 꺼냈습니다. 두 손으로 우체통에 밀어 넣었습니다. 톡,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습니다. 미루던 숙제를 끝낸 것처럼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그때부터 은지는 답장이 올 날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거짓말처럼 하늘나라 엄마의 답장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지런히 걸어서 집에 도착했습니다. 거실 창으로 엄마가 지켜보고 있단 사실을 은지는 몰랐습니다. “은지,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네.” 엄마가 은지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이번에도 은지는 “네.”라고만 답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나는 새엄마가 좋으면서도 싫어요. 친구들이 새엄마 생겼다고 소곤거리는 것도 싫고, 새엄마와 종일 뭐하고 지냈냐고 아빠가 묻는 것도 싫고, 새엄마가 친엄마의 물건들을 내다 버리는 것도 싫어요. 점점 싫은 게 많아져서 싫어요.’ 엄마는 은지가 학교에 간 사이에 편지를 꺼내 읽었습니다. 은지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고민하다가 답장을 썼습니다. 며칠 후 편지는 우편배달부를 통해 은지 집에 도착했고,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편지를 은지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서 편지를 발견한 은지는 기뻤습니다. 은지는 노란 편지봉투를 뜯고 편지를 꺼내서 읽었습니다. ‘은지, 편지 잘 받았어요. 나도 은지처럼 어려서 싫은 것 투성이었어요. 엄마도 싫고, 아빠도 싫고, 친구도 싫고, 학교 가기도 싫고. 우리 통하네요. 그런데 싫은 걸 표현 안하고 참고 있으면 상대방이 몰라요. 내가 화가 나서 엄마한테 참았던 말을 쏟아 부었어요. 엄마는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어! 듣고 난 엄마가 놀라면서 말했어요. 진작 말하지, 맘을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은지도 싫은 것들에 대해서 엄마한테 말해보면 어때요? 예를 들어, 은지가 물건을 버리기 싫은 이유를 설명하면 엄마가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 말로 하기 힘들면 편지를 남기는 건 어떨까요?’ 편지 끝에 세 잎 클로버가 그려있었습니다. 전에 엄마가 세 잎 클로버의 의미를 말해준 적이 있습니다. 네 잎 클로버는 귀해서 ‘행운’의 뜻이 있고,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의 의미가 있으니, 네 잎 클로버 하나보다 세 잎 클로버가 많을수록 좋다고. 은지는 세 잎 클로버를 보니 행복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은 없고, ‘마음 우체통으로부터’라고만 적혀있었습니다. 누가 보내준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은지는 답장을 쓴 사람이 하늘에 있는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만한 나이였습니다. 은지는 편지를 책상 서랍 깊은 곳에 숨겨두었습니다. 답장에 있는 대로 하진 않더라도, 남의 흉을 본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은지는 또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답장을 기다렸습니다. 마치 은밀한 비밀 모의를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학교 갈 준비를 마친 은지가 낡은 청바지를 찾았습니다. “너무 낡아서 며칠 전에 버렸는데......" 은지가 엄마를 노려보면서 소리 질렀습니다. “미워, 미워. 내가 제일 아끼는 바진데......” “미안해, 은지야,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상태야. 더 좋은 걸로 사줄게.” 은지는 막무가내였습니다. 마음 우체통의 답장처럼 엄마한테 청바지를 아끼는 이유를 말하지 않은 게 은지는 후회되었습니다. 엄마는 겨우 은지를 달래서 학교로 보내고 주민센터로 급히 전화를 걸었습니다. 헌옷 가져가는 트럭이 은지 동네 옷을 조금 전에 가져갔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엄마는 차키를 들고 달려 나갔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다 발목을 삐끗했습니다. 절룩거리면서 차로 가서 올라탔습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주민센터에서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급한 사정이 생겼으니 차 좀 멈춰주세요. 금방 도착합니다. 제발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 기다려주세요.” 엄마는 마음이 초조했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서럽게 울던 은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엄마가 그리워서 은지가 물건들을 못 버리게 한 거구나.’ 뒤늦게 은지의 마음을 알게 된 엄마는 부끄러웠습니다. 엄마는 힘들게 헌옷을 수거해 간 차를 발견하고 무사히 은지의 낡은 청바지를 찾아왔습니다. 곱게 접어서 편지를 쓰던 서재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바지를 찾아오느라 오전을 다 소비해버렸기 때문에 답장은 밤에 잠을 줄이고 써야 했습니다. 당장은 밀린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땀을 흘리면서 부지런히 청소를 마친 엄마는 은지가 오길 기다렸습니다. 은지가 현관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가 서재에서 바지를 뒤에 감추고 나왔습니다. 화가 풀리지 않은 은지는 신발을 함부로 벗어던졌습니다. 인사는커녕 엄마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엄마가 낡은 바지를 내밀었습니다. 은지는 얼굴 표정이 바뀌더니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그렇게 좋아? 맛있는 간식 만들어 줄게.” 엄마가 돌아서다말고 신음 소리를 내며 어쩔 줄 몰랐습니다. 아까 옷을 찾으러 가다가 삐끗한 발목이 아팠습니다. 그때 서재에 있던 엄마의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울상이 된 엄마가 말했습니다. “은지야, 휴대폰 좀 갖다 줄래?” 은지는 얼른 서재로 달려갔습니다. 책상위에서 벨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휴대폰을 집으려는데 책상위에 쌓여있는 온통 노란색의 편지봉투와 편지지가 보였습니다. 익숙한 글씨체였습니다. 편지 끝에 세 잎 클로버도 그려져 있었습니다. 은지는 놀랐습니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 은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못 찾았니?”, “가요.” 은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휴대폰을 엄마에게 주었습니다. 벨소리가 멈췄습니다. 엄마는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고 나서 은지에게 물었습니다. “청바지가 너무 찢어졌는데 입을 수 있겠어?” 은지가 밝은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저도 입을 수 없는 거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갖고 있을래요.” “그 바지를 은지 방의 벽에 멋지게 걸어 두는 건 어떨까? TV에 나오는 언니, 오빠 방을 보면 연예인 사진이나 천 조각을 붙여두는 것처럼.” “너무 멋진 생각이에요.” 은지는 손뼉을 치며 잇몸이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었습니다. 며칠 후에 엄마는 은지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엄마, 감사해요. 제가 엄마의 비밀을 알아버렸거든요. 이제 아빠 몰래 엄마랑 저만 비밀을 나누는 거예요. 앞으로 잘 할게요. 친엄마도 내 엄마고, 새엄마도 내 엄마에요. 저는 엄마가 둘이라서 두 배로 행복해요.’ 편지 끝에는 세 잎 클로버가 빼곡히 그려있었습니다. 그 후로도 마음 우체통은 거기에 있었고, 여전히 은지는 편지를 쓰고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낡은 청바지가 벽에 걸려있는 자기만의 방에서. ㆍ수상소감 - 쏠드상 동화 박상미 “성인이 돼 읽은 동화, 신선하면서도 잊고 있던 사실을 일깨워 줘” 기쁘면서도 어리둥절합니다. 몇 년 전에 서랍 정리를 하면서 어쩌다 한 번씩 써 놓은 이십여 년 전의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읽다보니 가슴이 답답해졌어요. 내 맘조차도 상세히 적어 내려가지 못한 어설픈 문장들, 막연하고 추상적인 단어들의 나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한정적 어휘나 표현 방식. 일기장을 덮고 나니 글에 시멘트가 발린 느낌이었어요. 내 몸에 음식을 잘 넘어가게 하는 기관인 식도가 있듯이, 내 감정을 체하지 않고 잘 넘어가게 하는 방법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지요. 글쓰기 강의를 신청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직장 근무시간을 피해서 들을 수 있던 장르는 소설밖에 없었습니다. 얼떨결에 단편 소설을 읽고 쓰기 시작했지요. 처음엔 소설을 쓴다는 행위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불편했지만, 쓰고 보니 유치하면서도 신기했어요. (초등학교 때 아이들 모아놓고 꾸며낸 얘기를 해줄 때는 거짓말 한다는 의식이 없었거든요.) 그러면서 책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소설 한 권, 한 권이 나올 때마다 작가가 얼마나 진통을 겪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미술도, 음악도 마찬가지겠지만 글쓰기도 ‘주기’가 있어서 어떤 느낌이 오면 글이 술술 나오는 듯하다가, 한 줄도 못 쓰고 몇 주를 흘려보내기도 하고, 심지어 글 쓰는 실력이 후퇴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1년에 4편의 단편을 쓴 적도 있지만, 작년부터는 코로나로 인한 우울과 두 번에 걸친 수술로 인해 다리가 아프니까 근력도 빠지면서 몸 전체가 병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직장을 그만둔 터라 시간은 많은데 글이 써지기는커녕 오히려 머리에 박스를 뒤집어쓴 기분이었습니다. 소설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만 가진 채 애꿎은 텔레비전 리모컨만 눌러댔지요. 그러다가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고, ‘우체통’ 이란 모티프를 건지게 되었고, 동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쓰기를 시작한 이래로 동화를 쓰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던 터에, 이만교 작가 수업을 들으면서 몇 편의 동화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서 이만교 작가님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성인이 되어 읽은 동화는 신선하면서도 잊고 있던 사실을 일깨워주었어요. 동화 속에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있고 불가능이 없는데, 동화를 읽고 자란 어른이 된 나는 왜 상상력이 줄어들고 있을까. 줄어든 상상력 자리에 편견과 선입견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군다나 필명을 ‘상상’이라고 지었는데. 가장 인상에 남은 동화는 미셀 누드슨의「도서관에 간 사자」였습니다. 읽는 내내 웃음이 나왔어요. 편견을 허물고 융통성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규칙을 만들 때 예외를 둘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 읽고 나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읽을 수 있는 동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이 연장되다 보니 한 편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때 써놓은 작품과 이번에 응모할 작품을 초등학교 3학년 조카한테 읽어보라고 했지요. 응모작인 ‘마음 우체통’은 재미있고 주인공의 마음이 잘 전달되는데, 전에 써놓은 작품은 덜 감각적이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감각적이란 게 무슨 말인지 설명해줄래?”라고 물었더니 조카가 대답했어요.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소리는 귀에 대고 듣는 것처럼, 묘사는 진짜 보는 것처럼 써야 한대요.” 입이 벌어졌지요. 내가 조카 나이 때 그런 생각을 못했거든요. 소설 수업에서 과제물로 썼던 동화는 슬그머니 서랍 안에 넣어두고, 조카의 칭찬을 받은 최근 작품으로 응모를 하게 되었습니다. 조카는 수상 소식을 듣고 신기해했어요. 고모가 유명한 동화작가라도 된 듯. 이제 조카는 나의 1호 평론가가 되었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동화를 계속 쓰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같이 소설 공부하는 문우가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공고를 보고 ‘여기에 당선되는 사람들은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말았지요. 잊고 지내다가 응모 기간 일주일을 남겨두고 느닷없이 동화 소재거리가 생각났고, 몇 시간 만에 써 내려갔습니다. 시간을 투자하고 힘들게 만든 곡보다,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서 몇 분 만에 쓴 곡이 의외로 인기가 더 많은 경우가 있다는 작곡가의 말이 떠올랐어요. 문제를 아무리 해결하려고 해도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예상과 반대로 빨리 풀리기도 하는 삶의 과정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포기하지만 말고 꾸준히 하자고 오늘도 나 자신을 독려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의 뮤즈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시니어 문학이 자리를 잡아갈 수 있도록 장(場)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1-08-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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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노인, 내년부터 강아지ㆍ고양이가 돌본다
-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일본 내 노년층의 정신건강을 위해 요양원에 ‘애니멀 테라피’를 도입한다. 애니멀 테라피는 동물 매개 치료라고도 부른다. 동물을 통해 우울증, 간 질환, 심근경색, 자폐증, 치매 등 특정 질병을 앓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동물이 노인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국제노령연맹(IFA)의 논문 ‘반려동물이 노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1년간 신체 능력 감소율이 더 느렸다. 50세 이상 성인 중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운동량이 많았으며, 더 나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6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환경성은 내년부터 지자체가 보호 중인 개·고양이를 병원이나 요양원에 제공하는 사업을 검토 중이다. 환경성은 실태 조사를 통해 애니멀 테라피를 희망하는 병원과 요양원을 모집하고, 내년부터 시범사업으로 ‘테라피 독’과 ‘테라피 캣’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들은 어린이나 노인, 유아 등의 심리치료를 담당한다. 병원·요양원에 애니멀 테라피를 도입하는 데에는 매년 늘어나는 반려동물 살처분과도 연관이 있다. 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 살처분된 고양이와 개는 각각 2만7108마리, 5635마리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이를 오는 2030년까지 2만 마리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려동물 관리를 위해 관련 업체 관리에도 나섰다. 지난 6월에는 신규 반려동물 업체의 사육 두수에도 상한을 뒀다. 다만 내년부터는 기존 업체도 사육 상한이 정해져, 버려지는 개나 고양이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 2021-08-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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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만번 쓰는 치약, 나이들수록 맞춤 치약 필요
- 치약은 다른 생활용품과 달리 하루 세 번씩 입에 직접 넣으며 사용한다. 80대까지 약 9만 번 양치질을 하는 셈이다. 나이가 들수록 치아 건강이 더 중요하지만, 시니어들은 자신에게 맞는 ‘맞춤 치약’을 고르는 데 별로 공을 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나 가격 등을 보고 가성비를 고려해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가 시리거나 잇몸 질환이 발생하기 쉬운 중장년층일수록 치약 선택이 중요하다. 자신의 구강 상태를 확인해 필요한 성분이 있는지, 해로운 성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골라야 한다. 치약에 따라 성분과 효능에 차이가 있어서다. 보통 한 제품의 치약을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하지만 개인의 치아 상태에 따라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다양한 제품 중에서 나에게 맞는 치약은 어떻게 고르면 좋을까? 번거로울 수 있지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치약들의 구성 성분을 비교하고 사용 설명서를 읽은 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치약 성분은 치아 표면에 붙어있는 물질을 제거하는 연마제,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 주는 습윤제, 거품을 만들어 세척을 쉽게 하는 발포제, 치약이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결합제, 맛이나 향기를 첨가해 상쾌함을 느끼게 하는 착향제 등이 주요 성분이다. 이 물질을 기본으로 하고, 어떤 목적을 더 하느냐에 따라 치약에 다양한 성분이 첨가된다. 충치 예방에 탁월한 ‘불소’ 불소는 거의 모든 치약에 함유돼 있다. 충치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지만 많이 섭취하면 구토, 위장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식약처에서는 불소 성분 배합 한도를 1500ppm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성인은 1000ppm, 어린이는 500ppm 이하의 저 불소치약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치약을 삼킬 가능성이 큰 영유아에게는 불소가 없는 치약 사용을 권한다. 치석 형성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인 ‘피로인산’ 치석이 쌓이면 그 위에 세균이 달라붙기 쉽다. 치석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피로인산이라는 물질을 더한 치약이 있다. 단 치석을 직접 제거하진 못하고 더 쌓이지 않게 돕는 정도다. 치석 케어 치약은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한 번 받은 뒤 쓰기 시작하면 좋다. 치약 전 성분 표기에 피로인산이 적힌 것을 고르면 된다. 시린 이를 완화하는 ‘질산칼륨’ 잇몸이 내려가서 치아 뿌리가 노출되면 차가운 물을 마실 때와 단 음식이나 신 음식을 먹을 때 이가 시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때는 질산칼륨과 인산삼칼슘, 염화스트론튬 등이 함유된 치약을 사용하면 시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단 이런 치약은 연마제가 소량이거나 거의 들어 있지 않아서 칫솔질을 더 많이, 꼼꼼하게 해야 한다. 구취에 효과적인 ‘플라보노이드’ 구취에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치약을 사용하고 양치질 후 충분하게 입안을 헹궈야 한다. 특히 플라보노이드 성분 치약은 따뜻한 물로 헹구는 것을 추천한다. 또 구취의 원인은 90% 이상이 구강에 있으니 구취가 지속된다면 치과를 방문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잇몸 부종, 염증을 완화하는 ‘염화나트륨’ 잇몸 염증 완화 물질로는 염화나트륨, 초산토코페롤, 염산피리독신, 알란토인, 아미노카프론산 등이 효과적이다. 치주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칫솔모가 치아에 닿으면 시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시린 이 치약을 같이 사용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트리클로산’, ‘파라벤’은 주의 미국 식약처에서는 잇몸 염증 완화와 항균 기능을 하는 '트리클로산'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국정감사에서 파라벤과 함께 유해성 논란이 됐던 물질이다. 트리클로산은 간암, 감상선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체중 1kg당 300mg의 트리클로산에 14일간 노출되면 근육 긴장도가 떨어져 움직임이 둔해지고 다뇨증이 생긴다는 동물실험도 있다. 따라서 치약 성분표에서 트리클로산이 없는 것을 고르거나,성분이 함유된 치약을 썼을 때는 양치질 후 물로 입을 꼼꼼히 헹구는 게 안전하다. 파라벤은 방부제의 하나로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죽이는 성질이 있어 식품이나 화장품의 보존제로 널리 이용된다. 그러나 파라벤이 체내에 흡수되면 배출되지 않고 내분비계를 교란해 유방암, 생식 기계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함량만 지키면 안전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치약 외 다른 제품을 통해서도 파라벤이 체내에 쌓일 수 있어 많이 쓰지 않는 게 좋다. 어떤 치약을 선택할지 어려울 때는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치과에 문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본인에게 맞는 치약과 칫솔, 양치질 습관 중 개선이 필요한 부분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효과적인 구강 관리를 위해서는 개개인에게 적합한 치약 사용이 필요하지만 올바른 칫솔질로 치태를 깨끗하게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 2021-08-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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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잇살 무찌르는 건강기능식품, ‘체지방’ 감소 확인 필수
-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위해 다이어트에 나서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나이 들어 찌는 살은 성인병의 원인인 내장지방이 대부분인 데다 노년층의 복부비만은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이어트가 시니어 건강에 도움을 주는 이유다. 사실 중장년층 몸 곳곳에 군살이 붙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에너지 소비량이 줄면서 같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해도 ‘나잇살’이 쉽게 붙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집콕 생활’까지 나잇살을 부추긴다. 지난 3월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한 대한비만학회의 ‘코로나19시대 국민 체중 관리 현황 및 비만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 46%가 “코로나 이전보다 몸무게가 3kg 이상 늘었다”고 대답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51%가 “살이 더 쪘다”라고 토로했다. 나이 들어 생기는 군살은 물만 마셔도 찐다고 할 정도다. 게다가 잘 빠지지도 않다 보니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되는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식품을 고를 때 꼭 알아둬야 할 것은 무엇일까. ‘체중’ 아닌 ‘체지방’ 감소 확인하되, 중복은 금물 건강기능식품의 ‘체지방 감소’ 기능성 원료는 지방의 소화·흡수와 합성을 억제하거나 분해를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인체적용시험에서 과체중인 사람들의 체지방, 내장지방(복부지방)이나 허리둘레 등이 과체중이 아닌 사람들보다 더 감소한 결과가 나온다면 인정받을 수 있다. 이때 ‘체중 감소’와 ‘체지방 감소’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체중은 체지방 외에도 뼈, 근육 같은 무게가 포함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제품 표시사항의 영양·기능정보에서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이어트’, ‘체중 감소’, ‘비만도 감소’라는 표현은 기능성을 인정하는 표현이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체지방 감소 기능을 가진 식품을 다양하게 많이 먹는 것은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같은 기능을 가진 건강기능식품을 여러 종류로 많이 먹는다고 해서 살이 많이 빠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제품에 표시된 일일섭취량을 확인하고 올바른 용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이어트용 건강기능식품과 다른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할 때 성분과 기능이 중복되지 않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체지방 감소 기능성 건강기능식품 3개와 배변 활동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한꺼번에 섭취했다가 입원 치료를 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을 한꺼번에 여러 종류 섭취했다가 간 수치 급증, 황달 증상이 나타나는 등 건강 이상이 발생한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위·과대 광고와 온라인 중고거래 주의해야 허위·과대 광고도 주의해야 할 대상이다. 체중 감량 전과 후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비교 체험기를 소개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부당한 광고로 적발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부당 광고는 건강기능식품을 ‘다이어트 약’, ‘식욕억제제’ 등으로 표현해 의약품으로 인식하게 할 우려가 있거나, 일반식품을 ‘체지방 감소’, ‘뱃살 내장지방에 효능’ 등의 문구를 사용해 건강기능식품인 척 선전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마켓만 574건 적발됐다. 또 건강기능식품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판매업을 신고한 영업자만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신고하지 않은 개인에게서는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 해외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다이어트 식품을 직구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식약처는 센나잎(센노사이드 성분)이 들어있는 불법 다이어트 수입식품 약 2억4000만 원 상당을 판매한 업체를 적발한 바 있다. 식약처는 “체중 조절을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며 “기름진 음식이나 당류, 염분을 적게 섭취하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 올바른 식습관에 규칙적인 운동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 2021-08-20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