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 이후 흡연자에게 서서히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 병을 의심해볼 만하다. 바로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다. 중장년층에서 당뇨병만큼 유병률이 높지만, 낮은 인지도와 늦은 증상 발현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질환이다. COPD에 대한 궁금증을 정치영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COPD는 기도와 폐에 만성 염증이 생겨 폐 조직이 점차 파괴되고, 기관지가 좁아지면서 호흡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을 말한다. 주요 원인은 흡연이며, 대기오염·호흡기 감염 등 환경적 요인과 유전·연령·성별 등 숙주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비흡연 여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간접흡연 역시 COPD를 초래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COPD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19만 9119명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유병자 중 극히 일부다. 만 40세 이상 유병률은 12.7%, 만 65세 이상은 25.6%에 달하지만, 실제 유병자 중 진단받은 환자는 약 2.5%에 그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COPD를 전 세계 사망 원인 4위로 꼽고 있지만, 국내 40대 이상 성인 10명 중 7명은 질환명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기 진단과 예방 중심의 접근이 절실하다.
Q. 보통 50대 이상부터 COPD가 발병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고령은 COPD의 위험인자로 간주합니다. 흡연자의 경우 흡연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위험성이 높아져 고령 환자가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화 자체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나이 듦에 따른 위험인자의 노출 증가가 COPD 발생을 유발하는지는 불분명합니다. 다만 기도와 폐실질의 노화가 COPD와 연관된 구조적인 변화와 비슷한 변화를 일으키며, COPD에서 가속화된 노화가 관찰됩니다. 한 전향적 연구에 따르면, 텔로미어 단축은 폐가스 교환 악화, 폐의 과폐창, 전반적인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나이와 연관된 면역세포 DNA의 후성유전학적 변화 역시 질환 악화와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 COPD를 의심해야 하는 증상은 무엇인가요?
A. COPD의 특징적인 증상은 만성적이면서 점차 심해지는 호흡곤란(특히 운동하면 심해짐)과 지속적 또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잘 낫지 않고 오래가는 기침, 계속되는 가래 등입니다. 환자들은 호흡곤란을 ‘숨쉬기 답답하다’, ‘숨을 헐떡인다’ 등 다양하게 표현합니다. 기침은 간헐적으로 시작해 점차 매일 지속되며, 가래를 동반하거나 마른기침으로 나타납니다. 중증 환자에게는 피로감, 체중 감소, 식욕부진 등이 동반되며, 이는 불량한 예후를 시사합니다.
Q. 금연을 하면 빠르게 호전되나요?
A. 금연은 COPD 환자의 폐 기능 악화를 늦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폐 기능의 중증도와 상관없이 금연을 하면 기능 저하 속도가 느려지고, COPD 및 폐암 등 다른 악성 종양 발생 위험, 입원율, 사망률도 줄어듭니다. 다만 금연을 해도 폐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금연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COPD 환자에게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Q. COPD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A. 크게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로 나뉩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약물은 흡입제 약물인 흡입 기관지확장제와 흡입 스테로이드이며, 중증도에 따라 병용됩니다. 거담제는 객담 배출을 돕고, 감염이 의심될 때 항생제나 전신 스테로이드가 사용됩니다. 흡입제 약물은 폐에 직접 작용해 경구약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습니다. 하지만 사용법이 까다로워 정확한 사용 교육이 필요합니다. 비약물 치료에는 산소 치료, 운동 요법, 영양 관리 등이 포함됩니다. COPD는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이지만, 꾸준한 치료로 삶의 질을 높이고 급성 악화를 줄일 수 있습니다.
Q. COPD 환자에게 좋은 호흡법, 운동법을 설명해주세요.
COPD 환자에게는 ‘오므린 입술 호흡법(Pursed Lip Breathing)’이 도움이 됩니다. 이 호흡법은 기도 폐쇄를 방지하고 분비물 축적을 막아 호흡을 안정시켜줍니다. 코로 천천히 들이마시고 입술을 오므려 촛불 끄듯 천천히 내쉬며, 들숨:날숨을 1:2 비율로 유지합니다.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고 이완된 상태에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COPD 환자는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권장하며, 이는 호흡곤란 완화와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일반적인 운동은 우울감과 불안을 줄이고 급성 악화로 인한 입원도 예방합니다. 또한 운동 훈련은 호흡 재활치료 방법 중 하나입니다. 운동 훈련의 횟수는 매일 하는 경우부터 주 1회, 1회당 10분부터 45분, 운동 강도는 가볍게 시작해서,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세게 하기까지 다양합니다. 훈련 기간은 일반적으로 4~10주간 시행됩니다. 호흡 재활 프로그램이 어렵다면 실내외 하루 20분 정도 걷기를 권합니다. 운동 중 숨이 차면 쉬었다가 증상이 나아지면 다시 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Q. COPD 예방에 좋은 음식, 평소 길러야 하는 생활 습관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식단보다는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일, 채소,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며, 과식을 피하고 소량씩 자주 먹는 것이 좋습니다. 식사 중 숨이 찰 경우 천천히 먹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또한 폐 건강을 위해 체중 조절은 필수입니다. 과체중은 호흡을 어렵게 하고, 저체중은 COPD 예후가 나쁘기 때문에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