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노멀(New Normal)’은 본디 특정 사건으로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이 생긴 사회·경제적 표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립국어원은 새로운 기준, 새로운 일상으로 표기했다. 이에 본지는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의미 있는 활동을 지속하는 새로운 세대를 ‘뉴노멀 시니어’라 정의하고자 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의 중심축이 된 이들에 대해 세 명의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Part 1. 뉴노멀 시니어에 대한 정의
진행자 최근 들어 ‘뉴노멀 시니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최희정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과거에는 연령을 기준으로 노인을 정의했다면, 이제는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사회적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법적 은퇴 연령인 60세에 접어드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늘어나고, 이들 중에서 기존의 노인과 다르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뉴노멀 시니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죠.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가장 큰 특징인 것 같아요.
박지혁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건강한 노년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단순히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늘고 있습니다. 사회적 참여와 경제적 활동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노인의 역할도 변하고, 그래서 액티브 시니어, 뉴노멀 시니어라 부르게 됐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정확하게 뉴노멀 시니어란 어떤 사람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최희정 과거의 노인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는 것이 기존의 노인 세대와 다른 점이잖아요. 그러니 노인의 기준도 새롭게 생겨난 것 아닐까요? 저는 뉴노멀 시니어를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라고 봐요.
이삼식 앞에서 이야기했듯, 나이로는 과거에 정한 노인에 가까워졌는데 기존 세대와 다른 특징을 지닌 세대가 나타나서 이들을 ‘뉴노멀 시니어’로 규정했어요. 바로 1964~1974년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부머들이죠.
박지혁 맞아요. 2차 베이비부머들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본격화된 시기에 성장했기 때문에 이전 세대에 비해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이와 더불어 이들은 AI가 산업 전반에 침투하는 상황에서 IT 활용도가 높고, 소득·자산 여건이 양호하며, 사회·문화 활동에 대한 수요도 큰 것이 기존 시니어와 확연히 다른 특징이죠.
진행자 그래서 과거의 노인 기준 나이인 65세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졌어요. 조정하는 것이 맞다고 보세요?
이삼식 대한노인회나 여러 단체에서 노인 연령 상향을 얘기하고, 현재 정부도 노인 연령 상향을 논의 중이긴 해요. 하지만 단순히 연령을 올리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겠지요. 시니어층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최희정 꼭 상향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연령 기준을 없앨 수도 없고, 상향한 연령으로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단계적으로 조정을 하긴 해야겠죠.
Part 2. 뉴노멀 시니어의 경제적 영향력과 소비 패턴
진행자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소득이 많아진 뉴노멀 시니어는 소비 패턴도 많이 달라졌다고 해요. 이들을 소비의 큰손, 골든 컨슈머라 부르기도 하는데요. 어떤 변화의 양상을 보이나요?
이삼식 기존 노년층은 은퇴 후엔 소득이 없기 때문에 소비를 최소화하고, 가진 자산을 지키는 데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물론 자산이 풍족한 사람은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과거에는 대부분 부족하게 살았잖아요. 하지만 요즘 시니어들은 역사상 가장 부유한 노인이라고 할 만큼 평균 자산도 많아졌죠. 그러니 자연스레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비 패턴이 변하는 겁니다. 고급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해졌고요.

박지혁 맞습니다. 그래서 여행, 건강관리, 문화생활 등 본인 경험 중심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어요. 또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등 젊은 세대와 유사한 소비 성향을 보이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이제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웰에이징’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잖아요. 그러니 주거 환경 개선, 자기 계발, 건강 유지 등에 소비 증가가 일어나는 것 같아요. 소비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진행자 고급 브랜드를 선호하고, 여행이나 경험 소비 등으로 패턴이 변하면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아요.
최희정 마케팅 전략부터 바뀌고 있죠. 젊은 세대만 쫓는다거나 시니어를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는 지속할 수 없는 사회가 됐으니까요. 한 세대에 집중하기보다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전략이 통한다고 할 수 있어요. 베이비부머 세대가 향후 10년에 걸쳐 노년기에 접어들 듯, 이런 패턴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삼식 뉴노멀 시니어라고 해서 무조건 자신을 위한 소비가 증가한다고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여전히 소비력 낮은 시니어층도 있기 때문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하고, 기업도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상생을 위한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art 3. 노년층을 위한 정책과 복지 방향
진행자 스스로를 노인이라 생각하지 않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복지를 비롯한 과거의 노인 정책이나 산업은 뉴노멀 시니어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최희정 뉴노멀이라는 표현이 붙었으니 기존 노인에 대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정책도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정책이 바뀐다고 해서 이 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봐요. 개인의 선택권을 넓히고, 시니어들이 다양한 서비스와 혜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그 다음이 정책, 민간 기업과 협력해 맞춤형 복지 시스템 구축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삼식 연금 수급 연령, 지하철 무임승차 등 현재 정책은 너무 연령으로 제한을 두고 있는데요. 이는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복지정책을 재조정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도 이를 위한 많은 논의가 있지만, 현장의 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할 거예요. 성급하게 정책을 조절하는 건 옳지 않아요.
최희정 정부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일본은 보험 외 시장에 민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시니어를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민간과 공공이 따로 또 같이 역할을 수행하면서 정책을 마련하고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art 4. 건강하고 의미 있는 노년을 위해
진행자 웰에이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웰에이징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박지혁 웰에이징을 위해서는 반드시 건강을 지켜야 해요.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도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건강해야 사회적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데, 이를 건강 수명이라고 합니다. 사회적 고립이 인지기능 저하를 가속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잖아요. 시니어들이 지속적으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합니다.

최희정 시니어들이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최근 지방 대학과 연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역할을 찾고 사회적 참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가 많아졌어요. 이처럼 성인 학습자를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시니어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행자 100세 시대를 맞이해 기업과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최희정 시니어는 이제 보호해야 할 세대가 아니라 사회의 중심입니다. 이들을 위한 것들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뒷받침이 될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하겠죠.
이삼식 당장 고령친화산업이 잘 안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업은 시니어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박지혁 노인 친화적 산업을 성장시키려면 정부와 기업이 협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시니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노인과 관련해 인식 변화도 필요할까요?

박지혁 물론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노인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니어가 사회의 중심인 만큼 사회적 부담이 아니라 자산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미디어와 문화 콘텐츠를 통해 노인의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최희정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노인 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부, 기업, 개인이 함께 노력해 건강한 노년을 만들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