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hibition
◇ 판화, 판화, 판화
일정 8월 16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내 현대 판화를 대표하는 작가 60여 명의 작품 100점을 통해 ‘판화’라는 특수한 장르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책방’, ‘거리’, ‘작업실’, ‘플랫폼’ 등 4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접하던 장소의 명칭과 특징을 빌려와 판화가 존재하고 나아갈 자리에 대해 고찰한다. 판화로 제작된 아티스트 북, 드로잉, 설치, 조각 등을 비롯해 인쇄문화와 판화의 관계를 나타낸 작품들, 또 타 장르와 구분되는 판화 고유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대표작 등을 폭넓게 감상할 기회다.
◇ 너의 감정과 기억
일정 12월 27일까지 장소 디뮤지엄
듣고 보는 경험을 소리, 빛, 공간 등 다양한 감각이 결합된 작품으로 선보이는 전시다. 기존 전시실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 경험을 누릴 수 있는 특별 공간까지 공개하며 디뮤지엄 개관 이래 최대 규모로 꾸렸다. 관객은 오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전달되는 자극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총 11개 섹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13개 팀의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관객주도형 퍼포먼스, 인터랙티브 라이트 아트, 비주얼 뮤직 등 사운드·비주얼 작품 22점을 다양한 범주로 소개한다.
◇ 데스 브로피 초대전: 즐거운 인생
일정 8월 31일까지 장소 흰물결갤러리
사람들의 유쾌한 모습을 포착해 재미있게 표현해온 영국 화가 데스 브로피의 초대전. 2년 전 한국에서의 첫 전시를 통해 인간미 넘치는 작품들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큰 웃음과 행복을 선사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각박해지고, 웃음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일상이 주는 즐거움과 그 안에 담긴 유머와 사랑을 전하고자 기획됐다. 작가 특유의 따스한 감성이 돋보이는 50여 점의 유화, 수채화, 판화 등을 통해 기쁨과 긍정의 에너지를 물씬 느낄 수 있다.
◇ 현대 HYUNDAI 50 PART II
일정 7월 17일까지 장소 갤러리현대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1부)에 이은 갤러리현대의 50주년 특별전 2부로, 갤러리의 역사와 더불어 한국 미술사 100여 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갤러리현대와 성장한 한국 작가 16팀의 대표작과 신작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전통의 현대화라는 문제의식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 강익중, 김민정, 이슬기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시기간에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마련된 대형 작품 ‘광화문 아리랑’도 만날 수 있다.
● Stage
◇ 라스트 세션
일정 7월 10일~9월 13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연출 오경택 출연 신구, 남명렬, 이상윤 등
위대한 두 학자 C.S. 루이스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세기적 만남을 그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9월 3일, 두 주인공이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신에 대한 물음과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등을 주제로 치열한 논변이 오간다. 배우의 호흡이 중요한 2인극 형태로, 프로이트 역에 중견배우 신구와 남명렬이 캐스팅되며 눈길을 끌었다.
◇ 오네긴
일정 7월 18~26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제인 번 출연 유니버설발레단
오만한 도시 귀족 오네긴과 순수한 시골 소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러시아 대문호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이 원작이다. 차이콥스키 작곡의 오페라 탄생 이후 존 크랑크의 안무가 더해지며 발레극이 완성됐다.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를 아름다운 발레 동작으로 섬세하게 그려내며 애틋함을 자아낸다.
◇ 제이미
일정 7월 4일~9월 11일 장소 LG아트센터 연출 심설인 출연 최정원, 조권, 신주협 등
영국 웨스트엔드의 히트 뮤지컬 ‘제이미’의 세계 최초 라이선스 프로덕션 무대를 국내에서 만난다. 꿈과 자아를 찾아나선 소년 제이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신나는 팝 음악과 스트리트 댄스가 보는 내내 흥을 자아낸다.
● Movie
◇ 소리꾼
개봉 7월 1일 장르 드라마 감독 조정래 출연 이봉근, 박철민, 이유리, 김동완 등
한국형 뮤지컬 영화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갑자기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선 소리꾼과 그를 필두로 길에서 뭉친 광대패의 팔도유랑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학규는 부패한 권력을 향해 피폐해진 백성의 마음과 단호한 의지를 노래로 대변하는 인물이다. 학규 역의 국악인 이봉근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연기에 도전하며 소리꾼다운 노래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밖에 배우 박철민, 이유리, 김동완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희로애락을 팔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우리 가락으로 표현한다.
◇ 욕창
개봉 7월 2일 장르 드라마 감독 심혜정 출연 김종구, 강애심, 전국향, 김도영 등
욕망과 상처를 감춰왔던 가족이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갈등을 일으키는 과정을 그렸다.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 에베레스트
개봉 7월 22일 장르 액션, 모험 감독 이인항 출연 성룡, 장쯔이, 오경, 정백연 등
‘1917’, ‘어벤져스: 엔드 게임’ 제작진과 성룡, 장쯔이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 한순간 삶의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한때 정복했던 에베레스트에 재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 Book
◇ 우아하게 나이들 줄 알았더니 (제나 매카시 저ㆍ현암사)
TED 강연 영상 ‘당신이 결혼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들’로 600만 뷰를 기록했던 저자가 나이가 들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해 말한다. 외모와 건강의 변화는 물론 기억력 감퇴, 세대 갈등, 결혼의 의미 등 중년 이후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에 대해 진솔하게 들려준다. 절망스러운 상황들을 유쾌하고 재치 있는 문장으로 담았다.
◇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저ㆍ파람북)
인간이 말에 처음 올라탄 무렵, 역사 이전 시대를 배경으로 두 나라의 전쟁을 그린다. 두 마리의 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 김훈 특유의 힘 있는 문장이 빛을 발한다.
◇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저ㆍ김영사)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의 경험담을 통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찰하게 한다. 실제 현장에서의 사례와 더불어 특수청소부로서의 고충과 보람 등에 대해 말한다.
◇ 인생의 태도 (웨인 다이어 저ㆍ더퀘스트)
‘계속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라며 고민하는 중장년들을 위한 삶의 지혜와 위안을 선사한다. 아울러 불행했던 과거, 불안한 미래와 작별하고 오직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것을 조언한다.
2019년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 부모의 교육열과 입시지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속 입시 코디네이터로 등장하는 김주영은 한서진의 딸 예서의 공부방을 살펴보더니, 벽에 걸린 다른 그림들은 모조리 떼어내고 한 그림만 걸어두라고 지시한다. 그 작품은 바로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의 ‘적색, 회색, 청색, 황색, 흑색이 있는 마름모꼴 콤퍼지션’이다. 김주영은 몬드리안의 그림이 집중력을 높이고 뇌 운동을 활발하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공부로 혹사당하는 아이들의 뇌를 잠시라도 쉬게 해주려면 잔잔한 풍경화가 더 낫지 않을까 싶지만, 드라마 작가는 몬드리안 작품 특유의 안정된 구조와 규칙적인 리듬감이 뇌에 편안한 자극을 준다고 여긴 듯하다.
필자가 미술 교육과 관련해서 학부모들과 상담할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림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하며 자신 없어 하는 이들도 몬드리안의 작품을 내밀면 미소를 지으며 단번에 알아보곤 한다. 그만큼 몬드리안의 그림은 유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의문들도 생긴다. 검은 선을 가로세로로 긋고 빨강, 노랑, 파랑으로 칠해놓았을 뿐인데, 어째서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로 인정받게 된 것일까? 이 정도 그림이라면 나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완성된 몬드리안의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시작은 다르다. 새로운 사조를 처음 만들어내는 아방가르드예술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혹독한 훈련과 내공을 필요로 한다. 이는 무(無)에서 창조해내는 유(有)의 의미와는 다르다. 기존의 예술 양식을 답습하고 연구하며 치열한 고뇌 끝에서 만들어낸 독창적인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몬드리안 역시 처음부터 추상화를 그린 작가가 아니다. 20대에는 다른 화가의 그림을 연구하고 모작하면서 나무, 교회 등 자연을 모티브로 한 풍경화를 많이 그렸다. 그러던 중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서서히 형체의 틀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그가 30대 후반에 그린 ‘돔뷔르흐의 교회 탑’을 살펴보면 구상화에서 벗어나 형체를 단순화한 뒤 대상의 본질만을 나타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40대에 접어든 몬드리안의 작품 ‘생강 항아리가 있는 정물화 Ⅱ’에서는 더 담대해진 선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만 해도 무엇을 그렸는지 대충 알 수 있는 반구상화 형식을 보여준다. 50대에 들어서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콤퍼지션’ 시리즈를 제작한다. 대각선과 곡선을 배제하고 수평과 수직의 교차를 토대로 엄격한 기하학적 구도를 드러내며 삼원색(빨강·노랑·파랑)과 무채색(검정색·흰색·회색)만 사용한 점이 돋보인다. 몬드리안 고유의 화풍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중년 이후 자기 성찰과 고민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누군가의 그림을 좇으며 따라 그리던 젊은 시절을 지나, 자신의 본질을 깨닫고 고유한 예술세계를 펼쳐낸 중년의 몬드리안. 그는 오로지 선과 면, 색의 관계를 통해 순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여겼고, 수직과 수평의 선이 작품에 역동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균형과 평온함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군더더기를 덜어낸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사물을 본질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무엇일까? 어떠한 사고방식이 만들어낸 외형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닐까? 몬드리안의 다음과 같은 한마디는 이러한 물음에 더 파고들게 한다.
“아름다운 감정은 대상의 외형에 의해 방해받는다. 그래서 대상은 추상화돼야 한다.”
관절염은 50대 이상 중년의 일상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관절염이라 말하며 이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관절의 통증이다. 하지만 X-ray 상의 관절염과 통증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 주의를 필요로 한다. 관절은 주로 반복된 사용으로 연골의 손실이나 변화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관절염은 중년 이후에 많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급속한 고령화로 관절염 환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면시간과 무릎관절, 통증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조용규 한의사 연구팀은 우리나라 50세 이상 인구의 수면시간에 따른 무릎관절염과 엉덩관절염, 요추관절염의 통증 유병률을 살펴봤다. 그 결과, 적절한 수면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무릎관절염 통증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Plos One (IF=2.776)’에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수면시간과 관절염 유병률의 상관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제5기(2010~2012년) 대상자 1만6528명 중 수면시간과 관절염에 대한 설문에 응답하고 X-ray 진단결과가 있는 50세 이상 성인 9270명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는 수면시간에 따라 '짧은 수면(6시간 이하)', '적정 수면(7~8시간)', '과다 수면(9시간 이상),으로 그룹을 나눠서 살펴봤다.
관절염의 여부는 방사선학적인 진단과 통증을 바탕으로 임상학적 증상과 진단으로 판단했다. 방사선학적 관절염 진단은 무릎관절과 엉덩관절, 요추관절 등 세 부위에 KL grade(Kellgren-Lawrence grade)를 활용했으며, 2단계 이상을 관절염으로 정의했다. 임상학적 관절염 진단은 의사의 진단여부와 진단시기 등과 무릎 통증에 대한 설문 응답에 근거해 살펴 본 만큼 신뢰도가 높은 데이터를 기반한다. KL grade란 X-ray 사진 상 관절 간격의 감소와 관절의 골극형성이나 연골 손실 등의 이상 소견을 나타내는 지표로 1~4단계(KL grade 1~4)로 분류한다. 4단계로 갈수록 관절의 이상이 심한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수면시간과 관절염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복합표본설계에서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수행했으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별과 나이, 소득수준 등 변인들을 보정해 오즈비(Odds ratio, OR) 값으로 나타냈다. 오즈비 값이란 집단간 비교시 특정 사건의 발생 가능성 차이가 유의미한지 그 정도를 검증하는 데 사용한다.
분석 결과 6시간 이하 짧은 수면그룹(24.1%)이 가장 높은 관절염 진단율을 보였고, 9시간 이상 과다 수면그룹(21.8%), 7~8시간 적정 수면그룹(17.6%) 순으로 관절염 진단율이 나타났다. 적절한 수면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관절염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임상적 진단과 관련해 분석했을 때 적정 수면시간에 비해 짧은 수면그룹에서 통증 발생에 대한 오즈비 값이 1.2로 유의하게 높았다.
방사선학적 관절염 진단을 받았을 때(KL grade 2 이상)의 무릎관절염 통증 수치를 NRS (Numeral Rating Scale)로 구분해 상관관계를 살펴보았을 때 짧은 수면그룹의 오즈비 값은 최대 1.32, 과다 수면그룹의 오즈비 값은 최대 1.41로 적정 수면시간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통증 유병률이 최대 1.5배 가까이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KL grade 2 이상인 방사선학적 관절염 진단에서 임상적 증상과 무릎관절염 통증, 수면시간 사이의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반면 방사선학적∙임상학적 관절염 진단에서 엉덩관절과 요추관절은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자생한방병원 조용규 한의사는 “이번 연구는 엉덩관절, 요추관절, 무릎관절 등 세 부위의 분석을 진행해 단일 관절만을 살펴본 만큼 기존의 연구보다 강점이 있으며, 방사선학적 관절염 통증∙임상학적 관절염이 수면시간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며 “50세 이상 관절염 환자의 경우 적절하고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지키는 등 일상에서의 예방과 관리를 치료와 병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늘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 간의 관계를 되새기고 화합을 독려하는 취지에서 국가가 공인한 법정기념일이다. 부부의 날이 5월 21일인 이유는 ‘둘(2)이 결혼해 하나(1)의 부부로 성장한다’는 의미다.
최근 각종 사회·경제문제들로 인한 가정 해체가 늘면서 배우자의 역할이 점점 중요시 되고 있다. 실제 고령화 사회의 주축인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ves) 세대’ 부부들이 겪는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지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건수는 3만8400여건으로 전체 이혼의 34.7%를 차지했다. JTBC '부부의 세계' 등 부부 갈등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 역시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로를 이해하고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부가 정신·신체적으로 편안해야 한다. 중년 부부들이 알아두면 좋은 건강 정보들을 자생한방병원 한창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 은퇴 남성, 우울증 걸릴 확률 2배↑, 집안일 실천 등 생활패턴 유지 필요
이 시기 남성들은 평생 일하던 직장에서 은퇴해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은퇴 남성들의 경우 신체적 건강보다는 정신적 건강에 대한 우선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남성들은 은퇴 직후 여성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활동량과 함께 대인관계 형성이 줄어들면서 인지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우울증은 정신적인 압박과 함께 불면증, 몸살, 식욕저하 등 신체증상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또한 인지기능의 지속적인 저하는 인지장애 및 치매를 야기하는 직접적 원인이 되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생한방병원 한창 원장은 “많은 중년 남성이 가족들과 대화하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는데, 가족들과의 다정한 교류는 우울증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아내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등 평소 생활패턴을 직장 생활 시기와 비슷하게 맞춰 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주변인들과의 유대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갱년기 여성들에 다발하는 ‘골다공증’, 운동·식단 관리가 효과적
이 시기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은 호르몬 분비가 급격하게 변화해 신체적인 이상 증후를 겪게 된다. 감정적 기복은 물론 골밀도가 약해지고 척추·관절의 퇴행이 점차 가속화 된다.
이는 50대 이후부터 여성들이 남성보다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을 더욱 많이 겪는 이유다. 특히 남녀 간 큰 차이를 보이는 질환이 바로 골다공증이다. 지난해 국내 골다공증 환자 총 107만9548명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94%에 달한다. 골다공증은 작은 충격에도 골절 부상을 입기 쉽고 약해진 척추가 뒤쪽으로 굽는 척추후만증을 유발해 키가 작아지는 등 삶의 만족도를 크게 떨어트린다. 골다공증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좋기 때문에 중년 이후 여성이라면 질환이 진행되기 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한방에서는 골다공증 완화를 위해 한약처방, 침 치료 등 건강 상태 전반을 개선하는 치료를 실시한다. 허약해진 오장육부의 기능 강화와 함께 뼈의 생성에 관여하는 조골세포 향상을 돕는 한약을 복용하고 침 치료를 통해 기혈 순환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다.
또한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운동이다. 뼈에 적절한 부담을 주는 운동은 뼈의 강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골다공증이 심하지 않다면 스쿼트와 같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추천하며 골다공증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걷기, 조깅 등이 권장된다. 또한 식사는 비타민D와 칼슘 함량이 높은 식단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고 음주와 금연은 골밀도를 낮추는 주범이므로 삼간다.
◇ 함께 있는 시간 늘어난 ‘오팔세대’ 건강한 부부관계 유지하고 관심으로 배려해야
은퇴 이후 오팔세대 부부들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변화된 생활이 익숙치 않은데다 집에 오래 머물며 생기는 사소한 문제가 증폭돼 쉽게 갈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 이혼 건수 증가도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화목한 부부관계를 위해서는 상호 간의 배려와 관심이 우선시 된다. 건강 관리 측면에서도 배우자의 심리·신체적 변화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증상 완화 및 치료에 큰 장점이 된다. 이는 배우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일석이조다.
이외에도 부부관계를 돈독히 하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으로 성생활을 꼽을 수 있다. 성관계는 신체의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고 심혈관 운동을 촉진시켜 신진대사를 원활히 돕는다. 여성의 경우 파골세포를 억제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증가해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피부 탄력을 높일 수 있으며,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촉진돼 뼈와 근육 발달에 긍정적이다.
함께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도 권장된다. 특히 아침에 하는 스트레칭은 밤 사이 굳어진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고 운동효과도 있어 군살을 빼는데 효과적이다.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스트레칭으로는 ‘고양이 스트레칭’이 있다. 우선 두 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자세를 취한다. 숨을 마시면서 머리를 들고 허리는 바닥으로 내린다. 숨을 내쉴 때는 등을 들어 둥글게 말아준다. 이 동작을 천천히 10회 반복한다. 스트레칭은 정확한 자세 유지가 중요한 만큼 서로 자세를 확인해준다면 더욱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한창 원장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배우자야 말로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건강 문제들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기념일을 맞아 그 날만 챙겨 주는 것보다는 평소 서로 건강을 챙기는 습관과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 노원자생한방병원 송주현 병원장
은퇴, 자녀의 독립 등으로 그동안 짊어졌던 의무로부터 놓여난 시니어의 부부생활은 제2의 신혼과 다름없다. 반평생을 함께한 배우자와 부족했던 대화도 충분히 나누고 서로 취미도 공유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혼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는 성생활 역시 빠지지 않는다. 실제 진료를 하다 보면 배우자와의 성생활에 대해 조심스레 질문을 꺼내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자칫 성생활로 인해 허리통증이 더 심해지지는 않을까 염려된다는 것이다.
성생활, 부부 건강과 사랑 위해 ‘필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808만 명이었던 국내 척추질환자 수는 지난해 92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50대 이상 연령층 비율은 65%에 달한다. 허리통증이 있음에도 증상이 경미해 병원 진료를 받지 않은 이들까지 감안하면 국민 질환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허리 건강을 위해 성생활은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오히려 성생활은 부부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적절한 성생활은 척추 건강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성생활은 신체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고 심혈관 운동을 촉진해 혈액순환 등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에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게는 75%까지 감소한다. 에스트로겐은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 적지 않은 중년 여성이 골다공증에 시달린다. 성관계는 여성의 에스트로겐 분비를 촉진해 칼슘 흡수율을 높이고 피부 탄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활발해지면서 뼈와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 관계 중 나오는 엔도르핀은 허리통증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 운동 효과는 덤이다. 캐나다 퀘벡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관계로 소모되는 평균 열량은 남성이 101kcal, 여성은 69kcal다. 이는 느린 속도로 조깅을 한 상태와 비슷하다.
부부관계 끄떡없는 허리 관리법
중장년이 건강한 성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첫째, 허리통증이 일상에 불편을 주지 않을 만큼 치료돼야 할 것. 둘째, 전문병원에서 척추질환 치료를 받아둘 것. 셋째, 허리 건강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관리할 것. 척추가 회복되기 전 성관계를 하면 전신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관계 시 허리를 앞으로 쑥 빼는 등 척추가 휘거나 회전하는 자세는 척추뿐만 아니라 주변 근육과 인대를 자극해 통증을 유발하고 기존 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년 이후 발생하는 척추질환은 꾸준한 치료가 필수다. 한방에서는 침습적 수술 없이 척추와 주변 관절, 근육, 인대 등을 강화하는 근본 치료를 시행한다. 먼저 추나요법을 통해 틀어진 뼈와 근육의 위치를 바르게 교정하고 침과 약침으로 통증을 없앤다. 여기에 척추 주변 조직에 영양을 공급하는 한약으로 회복을 촉진한다. 이와 같은 한방통합치료는 수술이 불필요하고 부작용도 거의 없어 수술 후의 회복에 부담을 느끼는 시니어에게 알맞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부부 중 한 명이 허리통증이 있다면 핫팩이나 온열찜질기 등을 이용해 허리 건강을 챙겨주면 좋다. 온찜질은 체온을 올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척추 주변 인대와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도 한다. 단, 찜질을 너무 오래할 경우 저온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20분 정도만 해준다. 온찜질로 인대와 근육이 이완된 상태에서 갑자기 자세를 바꾸면 통증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허리가 튼튼해야 부부 사랑도 튼튼하다. 배우자와의 안정된 성관계에서 오는 친밀감과 유대감만큼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해주는 게 또 있을까? 건강한 척추 관리를 통해 부부간의 사랑을 다시금 오래도록 지켜나가길 바란다.
요즘 여자들이 모였다 하면 빠지지 않고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이야기를 나눈다. ‘내 남자의 여자’에서부터 시작돼 ‘밀회’를 거쳐 폭발한 김희애의 불륜 연기는 의사, 음악가 등 고스펙 불륜녀의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됐다.
이번 ‘부부의 세계’에서는 너무 완벽한 삶의 조건으로 균열 하나 있을 것 같지 않던 부부 사이가 어느 한순간 갑자기 남편의 오래된 불륜으로 급격하게 돌기 해 부부의 삶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인생까지 소용돌이치게 되는 부부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사실 간통죄까지 폐지된 마당이라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전대미문의 불륜들이 우리 주위에 넘실댄다. 드라마나 영화가 현실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거침없고 솔직한 불륜들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은 이제 정치적인 은유는 물론 '자기 허물은 보지 못하면서 남의 허물만 나무란다'라는 뜻으로 청소년들까지도 사용하는 대중적 언어가 된 지 오래다.
가만 생각해보면 한국의 중년 여성들에게 '불륜'이라는 단어가 은밀하게 회자하기 시작했던 건 아마 이 영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너무 단아해 불륜이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조용조용 속삭이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개봉된 지 벌써 25년이 흘렀다.
아일랜드 시인인 예이츠의 시를 읽고 이탈리아 가곡을 듣는 지적이고 단아한 가정주부, 메릴 스트리프(프란체스카)는 아내의 취향은 전혀 모른 채 큰 소리로 떠들고 문을 쾅쾅 닫아 프란체스카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그런 남편과 살고 있다. 엄마가 이탈리아 가곡을 듣고 있으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자녀들은 요즘 유행하는 팝송으로 재빨리 바꿔버려 집안에서 프란체스카의 자리는 없다.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 시간은 서로 나눌 이야기도 없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없는 침묵의 시간으로 변한 지 오래. 가족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 채 그저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부속품처럼 그렇게 하루하루 생활에 찌들어가던 프란체스카에게 어느 날 남편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바깥세상의 살아 숨 쉬는 인생을 동경하게 해주는 그런 남자가 불현듯 나타난다.
배경은 1965년,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의 조용한 시골 마을.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조만간 철거될 이 마을의 명물인 로즈먼 다리를 찍기 위해 이곳으로 트럭을 몰고 온다. 낡은 청바지에 셔츠, 니콘 카메라를 메고 프란체스카가 동경하는 세상의 냄새를 풍기며 조근거리는 목소리로 ‘로즈먼 다리가 어디 있냐?’고 물어온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이었다. 마침 남편과 두 아이는 나흘 동안 일리노이주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길을 떠나 집안은 텅 비어 있었다. 결혼 이후 처음 가족과 떨어져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된 프란체스카는 로버트가 길을 묻는 그 순간에도 가족들의 빨래를 널고 있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지구를 사랑하는 패션 브랜드로 알고 있지만 이 잡지는 지구의 자연을 보호하고 현대화로 사라지고 있는 옛것들을 찾아 기록으로 남겨놓는 전통의 잡지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격조 높은 잡지다. 그러니 전 세계를 다니며 오지와 천혜의 자연을 촬영하는 로버트라는 사진작가의 영혼이 얼마나 깊고 넓을지 쉽게 상상하고도 남는다.
결혼한 지 15년이 넘어 자신의 꿈을 접은 채 한 남자와 자식만을 위해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던 프란체스카에게 세계의 풍물과 삶의 모습들을 렌즈에 담는 로버트의 인생은 동경 그 자체였다. 프란체스카는 자신이 원했던 삶을 사는 로버트가 부럽기만 했다.
게다가 그와의 대화는 익숙하다 못해 더 이상은 나눌 이야기가 없는 남편과 나누는 대화와는 차원이 달랐다. 문학과 여행, 음악과 미술… 그 자체로서 너무나 환상적인 감정이입의 순간들을 공유한다.
두 사람의 섬세한 감정이 떨릴 듯 화면에 전해지던 장면이 있다. 프란체스카가 로버트를 저녁에 초대해서 함께 부엌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프란체스카는 로버트에게 감자 스튜를 만들어주기 위해 부산스럽기만 하다. 감자는 미국 중부를 상징하는 아이오와주의 대표적인 농산물.
프란체스카의 부산스러움을 느낀 로버트는 “제가 도와드릴까요?” 란 말로 그녀의 맘을 빼앗아 버린다. 너무나 봉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남편과의 생활에 익숙한 프란체스카는 로버트가 요리를 도와주겠다고 하자 깜짝 놀라며 “요리를요?” “예… 요리를” “당근을 깎아주세요” “이거 말인가요” “예… 끝은 이렇게 다듬어야 해요”
짧은 단답식의 대화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낯선 두 남녀가 한 발짝 한 발짝 자신의 세계를 향해 들어오는 타인에게, 문을 열어주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부엌에서 함께 채소를 손질하고 감자 스튜를 저으며 그렇게 완성해갔다.
서로에게 배우자가 있다고 해도 어느 날 운명 같은 사랑이 나타날 수 있다. 뒤늦게 사랑의 열병을 앓다 제자리에 도로 주저앉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운명적인 사랑을 따라 지금까지 가꿔왔던 자신의 세상을 박차고 떠나 새로운 삶을 꾸리기도 한다.
대부분 우리는 순서가 잘못돼 '만났어야 할 운명의 파트너'를 만나 인생을 살고 있기보다 '스치고 지나갔어야 할 그 누군가'를 만나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하며 산다. 착각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랑'의 완성은 '결혼'이라 믿으며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된다.
이렇게 착각으로 쌓아 올린 결혼이라는 견고한 성안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일상을 쌓고 그 일상이 다시 모여져 삶의 결로 퇴적된다. 퇴적된 내 인생의 결이 어느새 작은 봉우리가 되고 제법 봉긋한 작은 산 하나 만들어질 때쯤 우리네 인생은 노년의 삶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오래전 이 영화를 보면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린 중년 남성과 중년 여성의 사랑이란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당시는 아직 중년의 감성은 아니었기에 100% 감정이입을 못했지만, 육체적 관계의 선을 넘는 것이 아닌 '정신적 교감'을 나누고 ‘시선을 맞추며 안타까워하는 그런 '선'을 나름대로 느낄 수 있었다.
호떡집에 불 난 것처럼 그렇게 부산스럽게 타오르지 않는 사랑, 스튜처럼 오래 끓이며 뭉근히 재료의 맛을 우려내고 깊어지는 사랑. 하지만 ‘불륜’은 그러하지 못할 경우가 많으므로 호떡집에 불 난 것처럼 속전속결로 잡아먹을 듯이 집안을 화염에 휩싸이게 한다.
로버트와 프란체스카는 며칠간의 만남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대화하며 깊은 울림을 동시에 느낀다. 하지만 자신들의 사랑을 흔히 남녀들이 하는 것처럼 세속에서 이루려고 하지 않는다. 함께 떠나자는 로버트의 간절함을 뒤로하고 프란체스카는 이 작은 마을에 남아 가정을 지키고 자녀에게 헌신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로버트의 유품이 프란체스카에게 도착한다. 로버트가 로즈먼 다리를 찍은 사진이 표지로 담긴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와 니콘 카메라, 그리고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에게 남긴 다리 위의 쪽지.
프란체스카는 이 유품을 간직해오고 있다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유서를 남긴다. “살아온 인생은 가족을 위해 살아왔으니 죽은 뒤에는 가족묘지 대신 화장을 해서 다리에 뿌려 달라.”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로버트에 대한 숨겨왔던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다.
영화도 연령대에 따라 감상했을 때 차이가 크게 난다. 예전에는 이 부분이 전혀 가슴에 와 닿지 않았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프란체스카가 자신이 죽은 후, 가족묘지 대신 화장을 해서 다리 위에 유골을 뿌려달라는 말의 뜻이 이제 정확하게 이해된다. 프란체스카는 죽어서까지 가부장적인 가족의 굴레에 매여있기 싫었던 것이다.
그녀처럼 나도 죽으면 화장해서 유골을 태평양에 뿌려달라고 딸아이에게 말했더니 눈을 살짝 흘긴다. 바다를 떠다니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딸아이가 엄마가 보고 싶을 때 갈 곳이 없어서 곤란하겠다. 이런 생각이 드니 ‘난 또 어쩔 수 없이 엄마구나’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지난 연휴 주말 방영된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가 자신의 아들에게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게 할 수 없다며 아무도 도우려 하지 않는 전 남편의 알리바이를 증언한다.
뒤를 이어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가운데 이미 헤어진 부부가 뜨겁게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고 옷이 흐드러진 침대를 보여주면서 끝나 전국의 여성들이 갑론을박 난리가 났다.
한번 갈라진 부부의 길은 다시 합쳐지지 않는다. 잠깐 합쳐지는 듯하다가도 이미 다시 파국을 맞는다. 사랑의 유효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최고 스펙의 의사도 자신의 감정 다스리기는 어쩌지 못하는 모양이다.
‘부부의 세계’를 시청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 19의 극복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부부 혹은 가족 모두에게도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다 알아야 하고 간섭해야 하고 내 뜻대로 콘트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내들이 의외로 많다. 내 눈앞에서 안보일 때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내 가시권 안에 있을 때는 완벽한 평강공주가 온달에게 시혜를 베푸는 모양새다. 흔히 똑똑하고 성공했다는 고스펙 여성들의 결혼생활은 평강공주 신드롬에 빠져 온달들을 관리하느라 부산스럽기 그지없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부부 사이의 적정한 거리 두기는 결국 나에 대한 객관화로 이어져 보다 성숙한 자아의 실현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제발, 몰빵 하지 말 것이다.
사랑은 다 가질 수 없어 안타깝고 그래서 귀한 것이다. 오늘을 사는 시니어들은 감자 스튜 같은 뭉근한 사랑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프라이팬에 와인을 부으면 불같이 일어났다가 금세 스러지는 그런 불꽃 같은 사랑을 꿈꾸나? 곰곰이 우리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탄탄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제2의 삶을 준비하는 신중년 ‘오팔세대’.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노후자산 관리다.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면 노후대비 자금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득 중심의 투자를 준비하는 것. 보석처럼 화려한 노후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구상하는 오팔세대의 궁금증을 풀어봤다.
오팔(OPAL)세대의 오팔은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다. 1958년생을 중심으로 한 오팔세대는 이제 노후자산 관리에 집중하며 은퇴 후 또 다른 화려한 인생을 준비한다. 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새로운 자산관리 전략을 세우는 일. 사실상 2%가 채 안 되는 예·적금 금리로는 물가상승률로부터 자산을 지킬 수 없어서다. 이런 이유로 공격적인 투자를 원하는 오팔세대를 위해 정성진 KB국민은행 양재PB센터 팀장이 해법을 내놨다.
◇은퇴 후 투자는 어떻게 할까
“노후자산을 안전자산 위주로만 구성하면 저금리 시대에 자산을 늘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최소 3~4%의 수익률을 목표로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합니다.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게 주식, 채권 등의 자산에 투자할 때입니다. 한국은 최근 경쟁력이 치열한 만큼 국내보다는 해외 상품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시길 추천합니다.”
◇선진국 국채는 안전하다는데
“선진국 국채는 변동성이 작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채인 경우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이 크게 떨어져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당분간 미국 기준금리는 인하 또는 동결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0년이 넘는 장기채를 선택하거나 많은 자금을 선진국 국채에 투자하는 건 위험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폭이 좁은 4~8년짜리 중·단기채에 투자하는 게 안정적입니다.”
◇신흥국 국채에 투자해도 될까
“신흥국(이머징)은 동유럽, 중남미, 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나라입니다. 신흥국 국채의 장점은 표면금리가 높다는 점입니다. 특히 브라질 국채의 경우 연 10%에 해당하는 표면이자율을 비과세로 받을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이든 신흥국이든 국채는 시중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신흥국의 기준금리는 변동폭이 선진국보다 큰 편이라 환율 변동에 대한 부분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신흥국에 투자한다면 어디에
“미·중 무역합의에 따른 중국의 경기 회복이 기대됩니다. 또 아시아 지역의 성장도 예상됩니다. 따라서 신흥국 회사채 중 달러로 표시된 아시아 지역 우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추천합니다. 중국이 성장하면 아시아 지역도 동반 성장하고 그 기업의 수익률도 좋아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신흥국 회사채는 표면금리가 높아 시중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고, 아시아 지역의 우량 등급 회사채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기업 주가는 상승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냥 놔두면 수익이 발생할까
“채권은 기준가 변동폭이 좁아서 추세가 예상과 다르게 바뀌더라도 조기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전환된 추세는 다시 변경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초기에 투자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채권은 변동성이 큰 주식과 다릅니다. 금리 동향을 주시해 변곡점을 잘 판단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만족스런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채권보다 주식에 관심 간다면
“미국 정보기술(IT) 산업 추천합니다. 미국은 IT 산업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국가입니다. 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미래지향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에 있습니다. 현재 주가가 높은 수준이라 가격 부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미래를 이끌 산업이고 그 중심지가 미국인 점을 생각하면 IT 업종에 대한 투자 전략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원하면
“투자 경험이 많다면 헤지펀드를 추천합니다. 헤지펀드는 글로벌 채권과 글로벌 통화를 투자 대상으로 매입(롱)하고, 공매도(숏)하는 전략을 통해 시장의 상·하 흐름과 관계없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노후자산 관리를 위한 투자로 참고할 만합니다. 다만 상품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의해 충분히 검토한 후 투자하길 권장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영향, 어디까지 갈까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미·중 무역합의와 같이 봐야 합니다. 미·중 무역합의로 중국 개방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코로나19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져 현재 호재와 악재가 뒤섞인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일단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 ‘코로나19’ 확산이 어느 정도 진정 단계에 들어서면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에 따른 글로벌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전망입니다. 이로써 중국의 성장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국 시장은 단기적으로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수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약이 될 거라고 생각한 글로벌 자금이 일순간에 인출되면 오히려 독이 돼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더 큰 불안 속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악재로 큰 자금이 빠져나가면 중국 경제는 이를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져버릴 위험성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양재PB센터 팀장
연세대학교 법학과 학사, 건국대학교 부동산 대학원 석사, KB국민은행 서초PB센터·청담PB센터·부산PB센터 근무, 2013년 인재개발부 자산관리 교수, 현재 양재PB센터 근무.
시니어에게서 나는 특유의 체취인 가령취. 이 나이가 더해질수록 나는 냄새를 잡아주는 액체 세제 ‘테크 호르몬으로 인한 특유취 제거’(이하: 테크 특유취 제거 액체세제)가 출시됐다.
LG생활건강의 ‘테크 특유취 제거 액체세제’는 판매 중인 테크 제품 중 가장 세척력이 강력하다. 찌든 때와 얼룩은 물론 세탁해도 지워지지 않는 냄새까지 제거하는 ‘소취 기능성’ 제품이다. 특허 받은 소취 성분이 불쾌한 냄새를 향으로 덮지 않고 냄새의 원인 성분을 확실히 제거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특히 나이나 성별에 따른 호르몬 변화로 생기는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말하기 어려운 중년 남성과 시니어 세대의 냄새, 사춘기 청소년의 냄새도 말끔히 제거해 빨래 후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글로벌리서치가 미리 제품을 사용해본 소비자 30명을 조사한 결과, ‘악취가 제거된 것 같다’는 물음에 ‘100% 만족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테크 특유취 제거 액체세제는 땀 냄새나 베개 및 발 냄새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또 빨래 후 실내 건조 시 풍기는 꿉꿉한 냄새도 억제해 ‘실내 건조용 세제’로 사용할 수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악취를 향으로 덮지 않고 원인 성분을 제거하는 진일보한 세탁세제”라면서 “냄새나는 시니어의 침구류와 옷, 스포츠웨어 등을 세탁할 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연극을 보면서 울고 웃고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나 이곳에서는 좀 다르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사회와 나를 알아간다. 배움의 영역에서 연극의 역할을 알차게 사용하는 교육연극협동조합 ‘재미사마’를 찾아갔다.
서울시 마포구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내의 몸짓교실. 교육연극협동조합 재미사마(이하 재미사마)의 신체 및 이미지 훈련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교육연극지도사들이 모이는 날. 신발을 벗고 마루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빨리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모히토에 가서 몰디브나 한 잔”, “번개파워” 등 다소 우스꽝스러운 말을 하며 서로 악수를 하고, 특이한 신체 표현도 함께 따라해본다. 엉뚱한 말과 행동이지만 진지함이 느껴졌다. 남들에게는 참 이상해 보일지 모르나 연극인들에게는 아주 필요한 훈련 중 하나. 이 워크숍은 3년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서하경 대표는 말했다.
“매달 한 번씩 진행해요. 다들 강사이다 보니 본인의 역량이나 수준도 좀 올리고요. 실제로 조합원들 앞에서 시범강연도 해보고 정보를 주고받아요. 교육연극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각자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재미사마가 협동조합이 되기 전 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공동 사무실에 심사를 거쳐 들어왔습니다. 1년 반 정도 됐어요.”
연극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재미사마는 2014년 소모임으로 시작해 2018년 11월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조합원 5명에 회원은 40여 명, 전국적으로 재미사마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교육연극교사는 100명이 넘는다. 초창기에는 교육연극의 미래와 발전을 걱정하며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가졌다. 정작 만나서는 술 마시는 일이 몇 년 동안 반복됐다고 신미정 총괄PM이 말했다.
“교육연극지도사들이 오프라인 워크숍을 한다고 해서 서울에 왔다가 재미사마 구성원들이랑 서하경 대표를 만났어요. 그때는 ‘술 마시는 재미사마’가 있었습니다.(웃음) 술을 한동안 마셨던 것에 대해 우리는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왜냐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서로 친해지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는 의미로 보거든요.”
5년 정도 워크숍하면서 전국에서 모인 회원들이 술 한잔씩 하면서 얘기를 하다가 “그만 놀자!”라고 결론냈다.
“놀고 친해지는데 엄청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그러다가 이제는 사람과 가치에 대해 표현하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죠. 그렇게 설립한 것이 재미사마입니다.”
재미난 인생을 꿈꾼다
조합원 대부분은 50대로 구성돼 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들 열심히 하나 할 정도로 교육연극을 중심으로 살아간다. 작년 말 50플러스 축제에서 만났던 재미사마 사람들을 생각하면 열정과 기운이 솟는다.
수학강사로 꽤 큰돈을 모아 고급 취미에 빠져 살 수도 있었던 서하경 대표. 연극을 좋아해 용돈이 모이면 숨을 쉬듯 연극을 제작하고 연출하며 살아왔다.
“30여 년간 수학강사로 살면서 극장주를 꿈꾸며 틈틈이 연극을 만들었습니다. 잘나가던 강사 자리를 박치고 나와서 본격적으로 교육연극과 인연을 맺었죠.”
현재 재미사마의 대표이고 별빛도서관도 운영한다. 사회적 관계 확장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과 축제/문화기획, 연극 등과 관련된 강의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편집디자이너였던 신미정 총괄PM은 대치동에서 논술강사를 하다 결혼을 하면서 경력이 단절된 주부였다. 춘천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아이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알음알음 책 수업’을 진행했다. 교육연극을 만나 지금의 동료들과 단체까지 만들었다. 역사·환경·문화 등을 접목한 교육콘텐츠, 문화기획 프로그램 등을 기획한다고. 교육연극협동조합 재미사마의 총괄PM이자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커뮤니티 학교 멘토다. 희곡을 쓰고, 영상도 찍는 만능재주꾼이다.
“저는 재미사마의 꽃입니다.(웃음) 총괄PM(프로젝트매니저)이라는 직책으로 저를 부르는데 JB로 바꿔야 맞을 거 같습니다. 잡부요. 대부분의 프로그램 기획이나, 기관을 비롯해 저희를 원하는 곳에서 요청을 하면 그것들을 정리해요.”
취재 당일 얼굴을 비치지는 않았지만 3명의 조합원이 더 있다. 재활 관련 전공을 한 이미정 이사는 주부로 살아오다 어느 날 자연 체험을 하고 숲을 만나면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지금은 경기환경네트워크 사무처장으로 있으며, 경기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필환경 탈플라스틱 활동을 하고 있다. 김정연 이사는 미쓰비시도쿄UFJ은행에서 정년퇴직한 후 서울시50플러스 인생학교에서 재미사마와 인연을 맺었다. HP Korea에서 20여 년간 근무하다 퇴직한 현길용 감사도 인생학교를 통해 재미사마와 인연이 닿아 조합원이 됐다.
교육연극은 나이 든 이들에게 필요
교육연극이 중년과 시니어 세대에게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 시점은 신미정 총괄PM을 제외한 4명의 조합원이 50플러스 인생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교육연극은 우리나라 중년들에게 필요한 수업 형태라고 서 대표는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세대는 더 이상 밑줄 치고, 외우고, 필기해가며 공부할 필요가 없는 세대들이잖아요. 시험 봐서 인생의 관문을 넘어야 할 일은 끝났죠. 예를 들어 교육연극은 연극을 통해서 직접 역사 속에도 들어가 볼 수 있어요. 환경을 배울 때는 맹꽁이를 연기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고요. 즉흥극을 통해 현재의 나를 연기하고 서로 공감도 합니다. 그게 교육연극의 매력입니다.”
재미사마를 통해 교육연극을 체험한 후 삶이 달라진 여성도 있다.
“원주청소년문화의집에서 ‘딴짓주부’를 공연할 때 만난 경력단절 주부들이었어요. ‘주부들의 자존감 여행’이 주제였는데 그림책 서점 운영을 꿈꾸던 분과, 결혼하면서 무용 활동을 접은 여성이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한 분은 내레이션으로 연기했고, 다른 분은 무대에서 춤으로 표현하셨어요. 그 후 무용하셨던 분은 다시 꿈을 찾아 무용 강사를 하게 되셨고요 한 분은 그 공연이 계기가 되어 도서관 등을 다니며 다양한 활동을 하시더라고요.”
세대를 연결하는 통로는 연극
재미사마가 공연했던 작품 중 ‘멋진 하루’는 1인 가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신미정 총괄PM이 한 달 반 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자료를 수집해 공들여 쓴 창작극이다. 이후 마포문화재단 후원을 받은 서울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커뮤니티 ‘햅번’이 이 작품을 ‘빨래방 소동’이라는 제목으로 각색해 재공연했다.
“이후에 평균 나이 75세인 서초구서리풀스마트시니어학교 수료생들이 연기했습니다. 중년 얘기가 대부분이지만 청년들 애환도 들어 있어요. 시니어가 후배 세대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가서 봤는데 관객들의 호응이 굉장히 좋더군요.”
이렇듯 교육연극이라고 해서 교실 안에서 모든 과정을 마치는 것은 아니다. 자축의 형태가 됐건 어떤 형태로든 공연을 한다.
“무대에 서는 경험을 참가한 모든 분들에게 주려고 합니다. 연극을 하고 싶었던 분들을 모아 정식극단은 아니더라도 임의단체 수준의 조직을 만들어보려고요.”
올해는 작년에 했던 사업들이 이어져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부평5060인생학교’, ‘남양주 인생多모작학교-모두의 학교’, ‘서초구서리풀스마트시니어학교’ 등이 예정돼 있다. 특히 지금까지 계절학기로 진행했던 ‘50플러스 우리들의 연극교실’은 정규수업으로 편성됐다.
재미사마의 특징은 모두가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함께한다는 점이다. 일을 같이한다는 건 서로 견뎌주는 사이가 됐다는 거라고 서 대표는 말했다.
“주고받는 과정을 지나 걱정해주는 사이가 되면 일은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거 같아요. 재미사마는 앞으로도 서로의 믿음으로 함께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연극지도사 취득 과정
교육연극지도사 취득준비과정 1, 2, 3 까지 모두 수료하면 한국국공립대학평생 교육협의회 ‘교육연극지도사’ 자격취득시험 응시자격이 된다.
모집대상 교육연극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모집인원 200명
수강료 9만4500원
- 방송대 및 프라임칼리지 학위과정 2019년2학기 등록생과 졸업생 7만6500원
- 국가유공자 본인 및 배우자, 자녀는 수강료 면제
신청기간 2019년 12월 23일~ 2020년 1월 10일
신청방법 프라임칼리지 평생교육과정 홈페이지(prime.knou.ac.kr)
그 누구보다 신사다운 이미지의 배우, 어느 장면에 나와도 화면 안에 그만의 안정감을 불어넣는 독보적인 배우라고 하면 홍요섭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경자년(庚子年)인 올해 예순다섯 살, 서글서글한 눈매와 주름이 더 매력적인 남자, 참 묵직한 홍요섭을 만났다.
배우로서의 삶도 어언 40여 년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렇게 오랜 세월 다져진 배우로서의 캐릭터가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홍요섭은 브라운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배우다. 다작을 하지 않고 겹치기 출연도 사양하며 철저한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지향하며 살기 때문이다.
“제대 후 스물여섯쯤 됐을 때였죠. 그 시대가 소위 ‘말하면 잡혀가는 시대’였는데 소극장 공연에서 그 ‘잡혀갈 소리’들을 시원하게 하는 거예요. 원래는 전공이 신문방송학과였는데 그걸 본 이후 연극영화과로 전과하게 됐죠.”
‘생각도 못한 일’. 홍요섭은 자신이 배우가 된 것을 그렇게 표현했다. 그런 길을 선택한 자신에게 아버지가 한 말은 평생 지침이 되었다.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다만 네 아내나 친구들 창피하지 않게 해라.”
삶의 철학을 만들어준 아버지
홍요섭을 말하려면 그의 아버지인 홍영의 목사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그의 삶 전반을 지배했던 것은 아버지의 존재와 삶의 태도, 남겨진 말들이다.
“아버지가 독특한 분이셨어요. 교육자이자 목사님이기도 하셨고…. 김일성과 동갑이셨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죠.(웃음)”
故 홍영의 목사는 김일성이 북한에 들어서자 토지 개혁이 시행되기 전에 일가친척을 다 데리고 나와 해주를 거쳐 인천에 도착했다. 그리고 교육사업을 하고 목사로 일하면서 평생을 나눔에 힘썼다.
“처음엔 참 답답했죠. 우리나 좀 주지.(웃음) 결혼하면서 얼마나 창피했는데요, 가진 게 없었으니. 그런데 아내의 친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아시는 분이었어요. 결혼하기 전 그분이 ‘홍 박사 자식이면 볼 필요도 없다’고 말씀하셨죠. 그래서 장인도 저희 결혼을 쉽게 결정하시게 됐어요.”
그가 지금 전무이사로 있는 브리지스톤골프 또한 그의 아버지의 신념과 일치하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위 팔리는 것만 만드는 게 아니라 여성, 아이들 등 보다 다양한 사람을 위해 제품을 만들고 사회공헌 철학이 투철한, 나누는 회사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생 뭐 있나?”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그와 그의 아버지의 기질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유쾌하게 치러진 아버지 장례식
“아버지는 82세에 떠났어요. ‘나 갈 때 됐다’ 하며 ‘화장해서 버려라. 뼈다귀 들고 돌아다니지 말고. 그리고 살아 있을 때 잘해라. 장인·장모님 자주 찾아뵙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라고 말씀하셨죠. 사람들 다 모아놓고 마지막 인사를 받은 후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어요.”
홍영의 목사의 죽음을 맞이하는 거침없는 말투에서 그 시절 이북 사람다운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버지의 그런 태도는 아들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한창 인기가 있을 때 한마디로 끊어주셨어요. ‘남들이 보기 싫은 거 하지 말고, 아내 될 사람한테 부담 안 가게 해라.’ 그 말을 들으며 ‘아, 이렇게 날 잡는구나’ 싶었죠. 형들은 공수부대도 가고 해병대도 가고 저도 군대를 힘들게 갔다 왔어요. 그러나 아버지는 자식들 신경 안 썼어요. 하나님 다음이 국가였던 분이셨으니까.”
그런 아버지를 둔 집안답게, 장례식도 매우 유쾌하게 치러졌다고 한다.
“문상객들이 ‘이게 장례식이야?’ 하며 놀랐어요. 우리는 아버지가 좋은 데 가셨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요.”
도전정신으로 스쿠버에 더 열중
“알아서 해라. 단, 재밌게 살다 가라”고 말하는 강골과 기백이 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만큼, 홍요섭은 외면의 신사적인 이미지와 내성적인 인상과는 정반대로 단련된 사람이었다. 그가 방송계와 친해질 수 없는 것 또한 자신의 기준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프로그램에는 나갔지만 겹치기 출연은 거절했다.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에 한 번 나간 적이 있는데 나가보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서 오버해야 해서 다시는 안 나갔다. 밤무대도 그의 성정과는 맞지 않았다. 대신 그는 산을 타고 오지 여행을 다니며 다이버가 됐다.
“아버지 말씀을 생각해보니 갇혀 지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이 200년 살면 모를까. 다양한 걸 해봐야지. 팔라우에 조그만 집을 갖고 있었어요. 드라마 제의가 들어와도 다이빙 약속이 있다고 거절할 정도였죠.”
호기심과 도전정신으로 시작했던 그의 다이버 생활은 45세까지 20여 년가량 이어졌다. 그런데 나이가 들자 조금 힘들어졌다. 그때부터 골프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제대로 커리큘럼을 배워보자 하고 미국으로 가서 고덕호 프로와 함께 생활했죠. 시니어 프로 골퍼 자격까지 얻었어요. 그런데 그때 무릎에 문제가 생겼죠.”
골퍼의 삶에 찾아온 좌절
프로 자격까지 획득해 골프 선수로서의 미래도 생각할 수 있었던 시기, 드라마 촬영을 하던 중 무릎이 시큰시큰하더니 확 주저앉는 일이 벌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많이 해서 무릎이 상했기 때문이다. 큰 수술을 한 뒤 재활했지만 골프 선수로서의 미래는 어렵게 되었다.
“회사로부터 2년간 지원을 받기로 했는데, 2년 차에 주저앉은 거죠. 그래서 많이 좌절했어요. 화가 나서 골프대를 쳐다보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십자 인대 말썽으로 좌절해 있던 그에게 재활치료 차원에서 의사가 승마를 권했다. 2007년의 일이었다.
“말? 돈 많은 사람이나 타고, 영화에서나 보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죠. 아니라는 거야. 승마는 허리 아프거나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한테 권하기도 한다는 거예요. 알았다 하고 화성 구석으로 가서 시작했어요. 누가 올려주면 올라가고 손잡고 끌어주면 덜렁거리며 가고…. 그런데 승마를 하니 가장 먼저 바뀌는 게 변이었어요. 장이 좋아지고 살이 조금씩 빠지니까 ‘괜찮네, 본격적으로 해야겠다’ 싶었죠.”
한 번 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집념
그로부터 14년여가 지났다. 그는 여전히 승마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젠 승마 코치이자 마사회 홍보위원으로도 활동한다. 또 누구보다 열정적인 승마 예찬론자가 되었다. 그가 데리고 있는 애마 이름은 ‘아줌마’. 올해 열여섯 살로 전성기는 지난, 사람으로 치면 중년쯤 되는 말이다.
“독일에서 승마하는 사람에게서 구했어요. 그 사람이 ‘여자처럼 대하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막막했죠.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당근은 쓰다듬으며 줘야 먹고, 엎드려 있을 때 일어나라 하면 일어나지도 않아요. 우아한 성격인데, 함께 지내면서 여자가 이렇구나 싶었어요. 말에게서 많이 배웠죠.”
사람들은 말이 제멋대로 움직이면 말에게 문제가 있어 그러는 줄 착각한다. 그러나 그는 말이 잘못 행동하는 건 다 기수 탓이라고 말한다.
“승마는 착석부터 잘해야 해요. 말 위에 타면 겁이 나니 고삐를 잡아당기는데, 앉아 있는 걸 잘해야 말에게 부담을 안 주거든요. 달리기는 한두 달 하면 누구든 할 수 있어요.”
그는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이지만 승마의 진정한 매력은 교감에 있다고 한다.
“말은 타는 것이 아니고 말이 나를 태워주거든요. 말의 컨디션을 살피고 감정을 주고받으며 말과의 즐거움과 기쁨을 배우고 나니 사람과의 관계, 삶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깨닫게 되더군요. 승마가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는 욕심을 덜어내야겠다는 생각에서 작은 집으로 이사도 했다고.
“승마는 제 인생의 마지막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진짜 운동할 사람만 하게 되었거든요. 5~6년 전부터 말을 탄다는 얘기가 없어졌어요. 대신 운동했느냐고 물어봐요.”
그가 인상적으로 보는 현상은 젊은 부부들이 승마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돈은 꽤 들어도 주말 이틀 동안 승마로 운동을 하면 다른 스포츠를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 중엔 아예 마주가 되려고 말 값을 알아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 도중 자신의 말 ‘아줌마’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보여줬다. 걸음걸이에서 다른 말들과는 구별되는 비범함과 안정감이 느껴졌다. 문외한이 봐도 멋있는 그의 말을 보니 그가 말에 빠져든 이유가 단숨에 체감됐다.
정치 입문 권유도 있었으나…
무릎 수술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그 비슷한 시기에, 그의 삶을 바꾼 비사(祕事)가 하나 더 있었다. 정치와 관련된 일이다. 어쩌면 그와 같은 위치의 사람에게 정치계의 유혹이 없었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과거에 국회의원 영입 제안이 왔었죠. 그런데 보니까 정말 황당한 사람들이 국회의원 후보로 나오더라고요. 이건 아닌 거 같다 싶어서 사양했죠. 그런데 제가 무릎을 다쳤을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선출돼 선거 유세가 한창이었죠. 그때 방송 유세에서 마지막 지지 연사가 저였어요.”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속사정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빈 사람은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에게 방송에서 지지 연설을 해달라는 연락이 온 것이다.
“‘나는 정당인이 아니고 정치하는 사람도 아닙니다’라는 전제를 하고, 연설 원고를 고치고 또 고쳤죠. 그리고 그걸로 녹화를 하기 위해 방송국으로 갔어요.”
그런데 막상 방송국에 도착하니 문제가 생겼다. 논조가 바뀐 원고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읽어보니 완전히 정치인들이나 하는 말들이었다. 녹화 당일이라는 급박한 타이밍에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진 걸까?
“BBK사건이 터졌기 때문이죠. 상대를 물어뜯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원래 원고대로라면 내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걸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거였죠. 그런데 당장 정치인이 될 판이었어요. 함께 온 와이프와 친구에게 보여주니 ‘이거 하면 큰일나겠다’고 걱정을 하더군요.”
그를 섭외한 쪽에서 설득했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었다’.
“정치를 할 거면 벌써 했지.(웃음) ‘못합니다’ 하고 돌아왔어요. 나중에 보니 4~5년 속 썩을 뻔했죠. 그래도 BBK사건 전의 원고는 논조가 참 좋았는데, 아쉬워요.”
채운 것들 덜어내며 달관에 이르다
홍요섭에게는 달관한 사람의 넉넉함이 있다. 세계 곳곳의 오지를 여행하고 바다를 사랑한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얻게 된 태도다.
“어지간한 건 탁탁 털어버립니다. 당하기도 많이 당했어요. 변호사 친구들이 난리쳤지만 고발하기 싫어서 넘어간 일도 있죠. 그런데 돌아보니 그게 내 게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죠.”
그 역시 요즘 나이 들면 어떻게 살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석모도다.
“인천 석모도에는 강도 있고 낚시도 잘되고 물 좋은 온천 단지도 있어요. 거기에 조그맣게 집 짓고 사는 것도 좋죠. 장어를 키워보고도 싶어요. 난 물을 좋아하니까. 장어를 키우는 게 손이 많이 간답니다. 그럼 계속 일할 수 있으니까, 재밌잖아요? 흙 묻히고 사는 일.”
그는 자신을 아무도 기억 못하면 좋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자신이 작정한다고 사람들 기억에 남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가 사랑하는 물과 바람처럼, 삶을 사랑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아버지처럼 그 또한 그렇게 살아왔다. 그의 시원시원한 대답에는 미련이 없었다. 자신이 옳다고 믿은 길만을 걸었기에 잘못되지 않았고, 돈과 명예로도 살 수 없는 그 진정한 자유를 즐기는 그가 다시 한번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