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혜원은 1935년에 태어나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해 선생님이 됐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네 아이의 엄마, 손녀 아린이의 할머니가 됐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 할머니보다는 ‘김혜원씨’로 불리는 게 좋다는 그녀는 올해 80세를 맞아 그동안 고민해온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담은 에세이 을 펴냈다. 서울구치소와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재소자 교화활동을 하며 느
최근 어느 책을 읽다가 체코의 속담에 마주쳐 한방 맞은 것처럼 잠시 멍해졌던 일이 있습니다. 그 속담은 “겨울이 우리에게 묻는 날이 있으리라. 여름에 무엇을 했느냐고”였습니다. 이렇게 속담의 추궁을 받다 보니 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속담이라기보다 하나의 잠언, 격언으로 보이는 말을 음미하면서, 한 해의 마무리와 지난여름의 일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들 결혼식날. 사람들의 덕담이 결혼식장을 가득 채웠다.
그중에 가장 많이 들은 말 - 신부 예쁘다. 신랑 잘 생겼다.
물론 이 말은 우리 아들 결혼식장에서만이 아니다.
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시작되었고, 신랑 아버지라는 이유로 건배사를 하게 되었다. 많은 손님들 앞에 잔을 들고 나서니 갑자기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하객들의 웅성거림이 멈추고 잔
용문사 가는 도로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도로 양 편으로 길게도 이어진다. 우수수 낙엽이 떨어져 만추의 여정이 가득한, 휘어진 길. 그 뒤로 아스라이 옛 추억 한 자락이 떨어지는 낙엽 위로 오버랩된다. 형형색색으로 변한 산야 속에 유난히 노란 단풍잎이 눈을 시리게 한다. 이렇게 도로변에 은행나무를 심어 놓은 것은 용문사에 노거수 은행나무가 성성하게 버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야누스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신이다. 선한 면과 악한 면, 즉 양면성을 지닌 신이다. 그런 면에서 와인도 어딘가 야누스를 닮았다.
와인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종교적 역할에 대해서는 오랜 역사를 통해 다양한 접근과 분석이 진행되었다. 반면에 와인과 건강에 대한 본격적이고 과학적인 논의는 최근의 일이다. 물론 고대 그리스 이후 와
독자 여러분은 ‘가을의 소리[秋聲]’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이번 호에는 중국문학사상 가을을 노래한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송(宋)나라 구양수(歐陽脩·1007~1072)의 ‘추성부(秋聲賦)’를 살펴보자. 구양수가 53세 되던 송 인종(仁宗) 가우(嘉佑) 4년(AD 1059)에 지은 작품이다. 먼저 그가 표현하는 약 1000년 전 ‘가을의
돌아가신 제 어머니는 밑으로 두 여동생을 뒀습니다. 부안에 사시던 어머니가 금산(錦山)으로 시집오자 두 이모도 언니 따라 금산으로 혼처를 정했는데,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되는 첫째 이모는 금산 읍내에서 삼십 리 떨어진 ‘장둥이’에 사는 시골마을의 갑부한테 시집갔습니다.
글 김승웅 언론인
그 이모네 집 마당 대문 곁엔 높다란 나무 한 그루가 심
한국과 일본에 분포돼 있는 홍단풍은 단풍나무과의 낙엽활엽 교목입니다. 처음엔 가지가 녹색이었다가 차츰 회색이 됩니다. 새로 난 잎은 붉은색인데, 자라면서 다른 나무들처럼 녹색으로 바뀌었다가 가을이면 문자 그대로 빨간 단풍으로 새로 태어납니다.
유치환의 시 ‘춘신(春信)’에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가지’라는 표현이 있
문숙(文淑·61)이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녀를 향한 놀라움은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젊은 세대들로부터 먼저 왔다. 그녀의 모습에는 분명 세월을 증명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나이가 예순에 달했다는 걸 그저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단순히 ‘동안’이라고 표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모종의 생명력이 넘
선물로 들어온 와인 한 병. 그저 그런 안주에 아무 잔에나 따라 마시면 어쩐지 기분이 안 난다. 그래서일까? 한번 마셔야지 하면서도 주저하기 마련. 그렇게 코르크 마개로 꼭꼭 닫아둔 장식용(?) 와인이 있다면, 이제는 그 맛을 음미하고 확실하게 즐겨보는 거다. 뜻깊은 날에 좀 더 흥을 내고 싶을 땐 지인들을 불러 모아 가볍게 와인 파티를 즐겨보는 것도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