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은 ‘가을의 소리[秋聲]’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이번 호에는 중국문학사상 가을을 노래한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송(宋)나라 구양수(歐陽脩·1007~1072)의 ‘추성부(秋聲賦)’를 살펴보자. 구양수가 53세 되던 송 인종(仁宗) 가우(嘉佑) 4년(AD 1059)에 지은 작품이다. 먼저 그가 표현하는 약 1000년 전 ‘가을의 소리’는 다음과 같다.
“내가 밤에 책을 읽고 있는데, 서남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섬 놀라 ‘이상하구나’ 하면서 귀 기울여 들어본즉 처음에는 바람이 나무를 스치는 듯[淅瀝] 쓸쓸한 바람 부는 소리[蕭颯]더니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오르고[奔騰] 거세게 일어나는 듯[?湃] 마치 파도가 밤중에 갑자기 일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물건에 부딪쳐 쨍그렁 쨍그렁 쇠붙이가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마치 적진을 습격하는 군대가 (소리를 죽이려) 입에 재갈을 물고[啣枚] 질주하는 듯 호령 소리는 들리지 않고 단지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이 들리는 듯했다.”
이에 구양수는 동자에게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한다.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너 좀 나가서 보고 오너라.’ 동자가 (나갔다 와서 대답하길) ‘달과 별이 밝게 빛나며 하늘엔 은하수가 걸려 있고, 사방에는 인적이 없으니 (아마도) 나무 사이에서 이는 소리[聲在樹間]인 듯합니다.’ 했다.”
이상이 추성부의 첫 번째 단락이다. ‘가을의 소리’ 로 작가는 바람소리, 파도소리, 쇳소리, 행군하는 소리 등 네 가지의 비유를 들고 있는데, 이어지는 동자와의 문답은 험한 세파를 겪어 예민해진 작가 자신에 비해 아무런 걱정 근심 없는 천진한 동자와의 인식 차이를 대비시켜, 이 글의 주제인 ‘가을의 소리’를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 단락의 마지막 구절인 ‘나무 사이에서 이는 소리’라는 성어는 동자의 이러한 순박한 대답을 함축한 말로서, 후세에 널리 인용되는 구절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단락이다.
“나는 말했다. ‘아아, 슬프도다! 그러면 이것이 바로 가을의 소리로구나! 이 가을의 소리는 어찌하여 온 것인가?...가을의 기운[氣]은 오싹하여[慄冽] 피부와 뼛속까지 파고들며, 그 뜻[意]은 쓸쓸[蕭條]하여 산천이 적막해진다...이렇게 초목이 꺾어지고 시들어 떨어지게 되는 까닭은 바로 이 가을 기운이 남기는 매서움[餘烈] 때문이리라...”
이 글의 주제는 중국문학의 오래된 주제인 ‘비추[悲秋: 가을을 슬퍼함]’다. 이 단락 중 가을의 기운[氣]를 묘사하는 부분인 ‘기기율렬(其氣慄冽),폄인기골(?人肌骨)’, 즉 ‘그 기운이 오싹하여 사람 피부와 뼛속까지 콕콕 찌르는 듯하다’라는 표현은 중국 교과서 명구사전(名句詞典)에 실려 있는 명구다. 이어지는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이 재미있다.
“(말을 마치고 돌아보니) 동자는 아무 대답이 없이 벌써 머리를 떨구고 자고 있구나...다만 사방 벽에서 벌레 우는 소리만 찌륵찌륵 들리는데, 마치 나의 탄식을 돕기나 하는 듯하도다.”
즉, 가을의 소리가 슬픈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마음이 슬픈 것이라는 것을 작가는 간접화법으로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