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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부와 파치 농산물
- 시골에서 사과농원을 하는 사촌 여동생이 파치 사과를 한 박스 보내왔다. 파치(破치)란 부서지거나 흠이 나서 못 쓰게 된 물건을 말하는데 파치 농산물은 흠집이 있는 농산물이다. 농부들은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불량 농산물을 안 나오게 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파치로 불리는 불량 농산물은 늘 만들어진다. 자랄 때 우리 집은 과수원과 논농사, 밭농사를 했다. 좋은 농산물은 시장에 내다 팔고 벌레 먹고 흠이 있는 농산물은 식구들이 먹었다. 까치가 파먹은 과일, 비바람에 떨어져 멍이 든 과일, 한쪽 귀퉁이를 벌레가 파먹거나 썩은 과일도 있었다. 벌레가 먹은 배추, 굼벵이가 파먹은 감자, 희나리 고추, 타작 때 도리깨에 맞아 깨진 콩들이 다 파치 농산물이다. 이런 농산물은 버리기에는 아깝다. 그래서 헐값에 처분하거나 농부 가족들이 먹고 그래도 남으면 가축의 차지였다. 예전에는 농촌에 식구가 많아 사과 한 박스 분량이면 하루에 뚝딱 먹어치웠지만 요즘의 농촌에는 먹을 사람도 없고 가축도 없다. 도시의 소비자는 현미경보다 더한 매의 눈을 하고 파치 농산물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결국 버리는 수밖에 없다. 아깝다. 비바람과 혹독한 추위와 더위를 함께 견디며 애정을 쏟은 농산물은 마치 자식과 같다. 버리기에는 선뜻 농부의 손이 나가지 않는다. 흠집은 있어도 그 부분만 도려내면 멀쩡하게 먹을 수 있는데…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만이 아는 애잔함이다. 여동생의 그런 마음을 아는 나는 고맙게 받는다. 받는 즉시 사과 박스를 열어 선별 작업을 한다. 일부가 썩은 놈을 제일 먼저 골라 그 부분을 도려내고 당장 먹는다. 멍이 든 놈은 냉장고에 채워 넣는다. 냉장고가 꽉 차서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으면 못생겼지만 튼튼한 놈을 골라 바깥 베란다에 햇볕만 가리고 둔다. 그리고 몇 푼의 돈을 파치 농산물 값으로 동생 통장에 넣어준다. 돈을 받은 동생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려온다. “아니 오빠! 내가 판 것도 아니고 이거 정품도 아닌데 돈을 주면 어떡해!” “파치라 해도 맛만 좋더라! 농사짓느라 애썼다. 그냥 받아둬라.” “오빠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 담에는 오빠한테 파치 사과 안 보낼 거야!”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나는 이런 파치 사과 맛을 잘 알지. 내년에도 꼭 보내라!” 여동생은 참기름을 다시 보내주면서 돈은 제발 넣지 말라고 한다. 파치 농산물은 내년에도 생길 것이다. 여동생은 파치 농산물 처분을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또 내게 보내줄 것이다. 그 마음을 아는 나는 또 얼마간의 돈을 보내주고 동생은 파치 농산물을 팔았다는 고마움과 미안함에 다른 농산물을 또 보내줄 것이다. 이런 게 바로 마음 통하는 사람끼리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 사는 정이다.
- 2020-11-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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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간판 탈출증, 수술 정말 필요할까?
-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33개의 척추뼈로 구성되고 경추와 흉추, 요추, 천추로 나뉜다. 위로는 머리를 받치고 아래로 골반과 연결된다. 각 척추뼈 사이에는 추간판(디스크)이라는 연골이 존재하는데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작용을 한다. 흔히 ‘디스크’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 추간판이 여러 원인에 의해 손상을 받거나 퇴행성 변화를 겪으면서 나타나는 척추질환이다. 추간판 내부의 젤리 같은 수핵이 탈출하거나 후관절 주위 골극과 섬유륜이 비후돼 주변을 지나는 척추신경을 압박하며 통증과 근력 저하 등 다양한 신경학적 이상 증상을 일으킨다. 흔히 사용되는 “디스크가 터졌다”는 표현은 의학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탈출한 디스크의 크기가 크거나 위 또는 아래로 전이되는 경우 사용된다. 추간판 탈출증의 치료하면 먼저 수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이재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인 추간판 탈출증은 대부분 주사 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적극적 보존 치료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근력이 감소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표증상은 허리통증과 다리 저림 추간판 탈출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허리 통증과 다리저림이다. 허리 통증만 심하거나 다리 저림만 심한 경우도 있고, 두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다리를 펴서 들어 올리려고 하면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통증이 심한 경우 보행이 어렵고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간혹 하지 근력이 저하돼 발목이나 발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근력 저하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행 시 발과 발목의 움직임이 제한돼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넘어지는 일도 있고 방치할 경우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추간판 탈출증의 원인은 한두 가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대개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변화에 생활습관이나 자세(근무조건)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력 역시 추간판 퇴행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추간판 탈출증의 진단은 증상, 진찰, 단순 X-레이로도 추정할 수 있지만, 보다 정확한 진단은 MRI(자기공명영상)로 이뤄진다. 환자 70%는 비수술적 치료로 2개월 내 호전 추간판 탈출증의 치료는 안정과 휴식,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으로 대표되는 비수술적 치료가 주로 시행된다. 환자의 70% 이상이 비수술적 요법으로 보통 2개월 이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통증이 심하거나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주사 치료, 시술 등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는 적극적인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 않거나 근력 저하가 발생한 경우로 전체의 3~5%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수술을 무조건 피하는 것 역시 답은 아니다. 이재원 교수는 “허리 수술은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 꼭 필요한 경우에도 수술적 치료를 피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수술이 크고 부작용이 많다는 오해 때문이다”라며 “최근에는 수술 기술의 발전으로 척추 내시경 수술 등 다양한 기법이 개발되고 발전하면서 좋은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 ‘눈길’ 특히 최근 눈길을 끄는 수술은 척추 내시경 수술이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작은 구멍 1개 또는 2개를 이용해 수술이 이뤄지는데, 근육의 손상이 거의 없고 주변 조직을 잘 보존해 회복이 빠르고 후유증도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예전에는 절개해서 수술하던 것을 구멍만 뚫어 수술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질환에 따라 양방향이나 단방향으로 수술한다. 수술을 위해 구멍을 두 개 뚫는 것이 양방향이고, 구멍을 한 개만 뚫는 게 단방향이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어린이 측만증이나 성인 척추변형 등 특별한 질환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 이재원 교수는 “척추 수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예전에 일부 병원에서 수술이 꼭 필요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경우에도 수술을 하거나 척추 수술 후 생기는 통증(근육 손상)과 합병증(감염)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절개 하지 않고 두 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수술하기 때문에 근육 손상이나 감염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했다. 추간판 탈출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허리 운동을 지속해서 하는 것이 좋다. 20~30분가량 평지나 낮은 언덕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자유형이나 배영 중 편한 것) 등 유산소운동 역시 권장된다. 또 올바른 허리 사용법을 익히고 습관화하는 것도 추간판 탈출증 예방에 중요하다. 이재원 교수는 “척추 건강을 위해서는 특히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라며 “허리와 등 근육이 튼튼하면 일어날 때 척추에 지지하는 하중을 분담할 뿐 아니라 허리를 움직일 때 척추의 후관절 등 주변 조직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따라서 허리와 등 근육을 튼튼하게 관리하면 허리에 발생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라고 했다.
- 2020-11-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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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담숲 단풍놀이
- 나이 들면 단풍놀이 꼭 간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다. 시간이 없어 먼 곳으로는 가지 못하고 낙엽이 떨어지기 전, 부랴부랴 서울 근처 유명 단풍숲을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에도 주말에 예약을 하지 못해 실패했던 ‘화담숲’. 역시나 올해도 주말엔 예약이 꽉 차 있어 주중에 시간을 내기로 하고 예약을 마쳤다. 화담숲에는 평일에도 단풍놀이하러 온 사람이 넘쳤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쓰고 다니면서도 단풍놀이하러 가는 국민들, '참 대단하다.' 하여간 지난해 예약 실패 후, 올해 벼르고 별러서 가본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운영한다. 이 재단이 지구의 기후환경 개선을 위해 벌이는 여러 가지 일들 중 ‘화담숲’ 조성 운영도 들어가 있다. 기업 오너의 취미였던 분재와 수석들이 숲 곳곳에 조성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런 품격 있는 취미를 즐기다가 대중들도 관람할 수 있도록 오픈한 대기업 오너는 참 괜찮은 인생을 살았던 듯싶어 부러워진다. 단풍은 하늘에서 봐야 제맛이란 생각에 모노레일을 타기로 했다. 높은 곳에서 단풍을 내려다보니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할 아름다운 자연의 색에 마음이 푹 안기며 평화로워진다. 다음번 방문에는 모노레일을 타지 말고 천천히 트레일 코스를 따라 산책해보리라 다짐해본다. 낙엽이 떨어지고 곧 겨울이 몰아닥칠 기세다. 올해도 마지막까지 별 탈 없이 즐겁게 지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다. 언제나 모든 문제는 내 안에서 시작된다는데, 화담숲에서 책을 읽다 한 구절, 마음에 훅 들어오는 구절이 있어 갈무리한다. “인간은 뒤를 돌아볼 때마다 어른이 된다.” 단풍 들 때가 더 유난히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한 화담숲을 마음껏 감상했다. 가을이 후딱 지나가기 전에 함께 눈요기라도 하기 위해 사진을 올려본다.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설립 운영하는 수목원이다. 2006년 4월 조성 승인을 받아 정식 개원은 2013년에 했다. 17개의 테마원과 국내 자생식물 및 도입 식물 4000여 종을 수집해 전시하고 있다. LG상록재단 측은 관람시설이기 이전에 멸종위기 동식물을 복원해 자연 속에 자리 잡게 하는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한 현장 연구시설이라고 밝히고 있다. 단순히 멋진 풍경을 위해서 다양한 나무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생물자원 보호 차원에서 국내 최다 종을 수집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화담숲이 다른 수목원과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소나무 정원이라는 데 있다. 다양한 형태로 줄기가 굽이굽이 뻗어나간 소나무와 단풍나무의 조화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화담숲만의 가을 풍경이다. 또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단풍나무를 보유한 숲으로도 유명하다. 화담숲의 가을이 더욱 풍성하고 화려한 것은 이 때문이다.
- 2020-11-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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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예술이라는 보물찾기
- 바다가 발밑으로 떨어지는 언덕 위에서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예술작품들을 만나며 그 기발함에 놀란다. 깜짝 놀랄 만큼 신기해하다가, 숨겨진 위트에 웃고, 예술성에 감탄하며 시간이 어찌 가는 줄 모른다. 몇 시간의 짧다면 짧은 관람시간이지만 마음속으로는 기나긴 예술기행을 나선 듯하다. 현대미술품과 옛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는 작품들이 삭막한 현실에 웃음을 찍는다. 가을 바다가 보고파서 간 강릉 그곳에서 만난 아트 뮤지엄. 횡재했다는 기분이 든다. 바다를 마주하며 예술작품과 함께 힐링하는 시간을 선물하는 강릉 하슬라아트월드. 하슬라(何瑟羅)란 말이 외국어인가 싶었는데 순수한 우리말, 그것도 고구려 때 강릉을 부르던 이름이다. 하슬라 또는 아슬라(阿瑟羅)라고도 불리었는데 ‘큰 바다’, ‘아름다운 자연의 기운’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슬라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할 만한 곳이 어디일까? 이름을 내건 만큼 자부심 가득한 복합예술공간, 하슬라아트월드에 답이 있다. 푸르디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절벽 위에 우뚝 선, 외관이 유리로 된 사각형 건물이 하슬라아트월드다. 그 안에 뮤지엄 호텔, 현대미술관, 피노키오&마리오네트 박물관, 20’s 카페가 있고 외부에는 야외 조각공원과 바다카페가 있다. 바다를 품고 산허리를 안은 복합예술공간에서 촘촘하게 예술이라는 보물찾기에 나선다. 지금은 복합예술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첫 시작은 야외 조각공원 실내 전시장에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지만 아껴두고 호흡부터 가다듬을 겸 야외로 나가 조각품들을 만났다. 통나무와 빛이 만드는 최옥영의 ‘우주’라는 작품은 쏟아지는 햇살 그림자 위에 의자를 놓아둠으로써 우주 안의 휴식을 부른다. 오른쪽의 바다카페를 지나 언덕을 따라 솔숲 사이로 난 덱 산책길을 걷다 보면 풍요와 바다를 상징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하슬라아트월드 건물과 바다가 어우러진 일품 전망을 볼 수 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바다와 하늘은 드넓은 스케치북이 되어준다. 그 위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예술성이 결합된 작품들을 곳곳을 채운다. 입구에는 붉게 단풍이 든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저것은 무엇일까? 해시계다. 양철통을 사선으로 절단한 것 같은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터널이 나온다. 터널 너머에는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것 같은 남자와 상하 대칭의 자전거, 하늘 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사람 등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산책로 따라 이어지듯 나타난다. 자연의 숨결을 음미한 후 현대미술관에 들어서면 하슬라아트월드의 공간 디자인이 강릉의 바다와 햇살이 비쳐 든 창가 안에서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비지 갤러리이자 현대미술관 1관은 색색의 타일과 곡선미가 흐르는 작품들이 골동품, 커피 소품, 도자기, 난로 등 옛것들과 혼재한다. 2관으로 가기 전 화려한 실과 소금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에 멈춰 선다. 2019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Personal Structures’에 참가한 최정윤 작가는 소금으로 만든 청동 검에 우주의 무한한 색을 담은 실을 휘감아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전시관을 둘러보는 내내 나만의 보물을 찾아낸다. 평소에 좋아하던 판화가 이철수의 작품을 만났을 때는 살포시 미소 지었고, 에밀리아노 로렌조(Emiliano Lorenzo)의 빙하 위 북금 곰들을 볼 때는 집에 있는 폴라 베어 인형을 떠올렸다. 키네틱 아트 작품과 설치미술, 수학과 예술이 만나는 프랙털 아트를 관람하며 피노키오가 제페토 할아버지를 구하러 들어갔던 고래 뱃속을 연상시키는 터널설치미술을 통과한다. 현대미술관 3관을 지나면 피노키오 박물관이 나온다. 바다가 도화지처럼 한눈에 보이는 이곳에 전 세계 예술가의 피노키오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마리오네트와 함께 동화와 현대미술의 만남이 줄 끝에서 섬세하게 움직이는 듯하다. 하슬라아트월드는 보물찾기를 하듯 한 곳 한 곳 시선을 가벼이 둘 수 없다. 예술품에 집중하다가 휴식하고 싶다면 뮤지엄 안의 카페나 바다 전망이 펼쳐지는 야외 카페에서 가을 햇살을 음미하면서 가을을 즐겨도 좋다. 주소 : 강원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관람시간 : 09:00~18:00 (매주 수요일 휴관) 관람요금 : 성인 1만2000원, 어린이 1만1000원 주변 맛집 : 바다마을횟집(강릉시 강동면 정동등명길 23) 등명해변에 위치한 음식점으로 섭해장국과 물회로 부담스럽지 않은 점심을 먹기에 좋다. 섭은 강원도 사투리로 시장에서 흔히 보는 홍합의 열 배는 됨직한 자연산 홍합을 말한다. 섭해장국은 커다란 홍합 살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어 끓인 해장국으로 시원한 맛보다는 듬직한 맛이 난다. 회무침을 곁들이면 궁합이 잘 맞는다.
- 2020-11-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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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명한 ‘시니어 집사’ 되는 법
- 반려동물 천만시대다. 우리나라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는 얘기다. 혼자 사는 시니어도 그들 중 일부다. 나이가 들면서 밀려오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이가 늘고 있다. 1인 가구가 아니어도 코로나19로 집 안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동물을 키우는 건 육아만큼이나 많은 노력과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다. 단지 외롭다는 이유로 준비 없이 새 식구를 맞이하면 곤혹을 치를 수 있다. 입양을 고민 중이라면 사전에 체크해볼 것들을 챙긴 뒤 결정하는 게 좋다. 반려동물 입양은 사설 펫숍에서도 가능하지만, 대다수의 수의사나 반려동물 전문가는 가급적 유기동물 입양을 권한다. 펫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버리는 무책임한 주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유기동물은 2012년 9만9237마리에서 2018년 12만 마리를 넘어섰다. 유기동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입양 경로도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대표적으로 아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유기동물 안전하게 데려오려면 ①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은 유기동물 안내 등 동물보호에 대한 업무 전반을 관리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유실유기동물’ 게시판을 누르고 ‘보호 중 동물’을 클릭하면 전국 각지 병원이나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유기동물 목록이 나타난다. 이 중 눈길이 가는 동물이 있다면 보호시설에 전화로 문의한 뒤 날짜 등을 예약해 방문하면 된다. 보호시설은 신청자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하며, 신분증 복사본 2장을 준비해 가야 한다. ② 포인핸드 휴대폰으로도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있다. 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는 유기동물 및 분실동물 정보를 제공하는 앱으로, 병원이나 보호소에서 데리고 있는 동물을 안내한다. 앱을 다운받은 뒤 ‘보호소’ 게시판에서 원하는 동물을 찾아 ‘입양문의’ 버튼을 누르면 보호소로 전화가 연결된다. 유기동물을 발견했거나 보호 중인 사람이 제보하는 게시판이 마련돼 있어 개인끼리의 교류도 가능하다. 이 중 ‘임시보호’ 게시판은 새 주인을 찾기 전까지 살 곳이 필요한 동물의 임시 거처를 찾는 공간이다. 유기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당장 분양이 부담스럽다면 임시보호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③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유기동물 수가 급증하면서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도 많아지는 추세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설은 2014년 25개에서 2019년 53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수도권에는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서울 강동구 리본센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물사랑센터,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 등이 있다. 이 중 일부 보호소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는 이들을 위해 분양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과 지식을 알려주는 입양 전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 입양 후 동물 등록은 필수 새 식구를 데려왔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동물 등록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유기 문제를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47조에 따르면,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을 소유한 사람이 동물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최고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반려동물 등록은 등록 대행기관에서 진행하며,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 ‘동물등록’ 게시판에서 대행기관을 확인할 수 있다. 등록 방법에는 반려동물 체내에 마이크로칩을 심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와 목에 장착하는 외장형 무선식별장치가 있다. 그동안은 인식표를 부착하는 방식도 인정했으나 훼손되거나 떨어질 위험이 커 지난 8월부터 제외했다. 일부 보호자 중 체내에 삽입하는 마이크로칩이 염려돼 동물 등록을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동물 등록에 사용되는 마이크로칩은 쌀알 정도의 크기로 체내 이물 반응이 없으며 국제 규격에 적합한 동물용 의료기기다. 반려동물은 이제 하나의 가족,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외로울수록 그렇다. 하지만 동물이 행복하지 않으면 사람도 행복할 수 없다. 함께 사는 동물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 아낌없이 보살펴주는 것이 현명한 집사가 되는 첫걸음이다.
- 2020-11-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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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무이예술관과 이효석 문학의 숲
- 강원도라 하면 누구라도 산과 바다가 고루 펼쳐진 대자연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해로 떠나고 바다를 둘러싼 수려한 강원도의 산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 자연 속에 문화 예술의 멋이 자리 잡고 있다. 폐교에 펼쳐진 예술의 풍성함과 메밀꽃 이야기의 정취 속에서 조용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이 기다린다. 언제부터인가 시골 학교의 폐교가 늘면서 비어 있는 공간 이용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게 되었다. 농촌 인구가 도시로 유출되면서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떠나버려 폐교가 되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잇따르며 생긴 공간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떠난 학교가 미술관이나 창작실, 도서관 캠핑장, 또는 카페와 같은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강원도 평창의 무이예술관은 시골마을의 자그마한 무이초등학교였다. 폐교된 이후 서양화가 정연서, 이천섭, 조각가 오상욱, 도예가 권순범 등의 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예술관으로 변신시켰다. 폐교를 이용한 공간을 여러 군데 가본 적이 있는데 무이예술관은 실내와 실외로 나누어 예술작품이 넘쳐나는 게 특별하다. 교실마다 장르별 작품들이 꽉꽉 채워져 있다. 가끔은 조각 작품을 앞에 두고 버스킹도 한다. 무이예술관, 이곳이라면 꽉 채운 가을날 하루를 보낼 만하다. 이곳을 서성이다 보면 어느덧 어릴 적 추억이 소환되고 감성은 더없이 말랑해져서 비로소 숨통이 트여 있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무이예술관은 입구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거대한 조형물이 시골 학교를 그저 조촐하게 꾸민 예술관이 아니라는 걸 대번에 전한다. 복도에 발을 들이면 창가의 새하얀 커튼이 바람에 살랑이고 흰색 천의 직조 틈 사이로 복도 가득 빛이 쏟아진다. 창가에 줄지어 전시된 조각 작품들은 가을볕에 멋스럽게 빛난다. 둘러보니 원래도 작은 학교였던 것 같다. 몇 개의 교실이 있는 건물 한 동이 전부인데 교실(전시실)마다 회화, 조각 작품, 도예 작품들이 가득하다. 빽빽하게 전시된 서예 작품도 고요히 묵향을 풍긴다. 또 한쪽 전시실에는 역시 봉평의 예술 공간답게 새하얀 메밀꽃 그림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복도에서는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삽화와 함께 스토리텔링을 감상할 수 있어 문학적 분위기에도 잠겨보게 된다. 볼거리는 끝이 없다. 스튜디오 겸 작업실이 열려 있어 예술가의 공간을 훔쳐보는 맛도 쏠쏠하다. 체험 공간과 아트 숍이 함께 꾸며져 있어 참여 활동도 가능하다. 복도 창가나 틈새 공간도 그냥 놔두지 않고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아 있다. 계단참의 소품들을 구경하면서 위층에 오르면 모임이나 파티를 열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문 열고 옥상으로 나가면 무이예술관의 바깥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가슴이 탁 트이는 공간이다. 예전엔 운동장이었을 조각공원은 자연이 주는 넉넉함이 있어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잔디 마당은 발걸음마다 부드럽다. 아이들은 조각품들 사이에서 뛰어놀고 엄마 아빠는 예술작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가을이 깊어가는 운동장엔 노랗게 빨갛게 물든 단풍잎이 날리고 발아래는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이곳을 오가는 누구라도 갬성 충만이다. 커피 향 따라 가본 전시관 끄트머리의 갤러리 카페. 사방으로 널찍한 덱에 앉아 운치 있게 차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카페 안은 운동장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놓아 테이블에 앉아 편안히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시간을 누릴 수 있다. 예술적 상상력과 소통이 공존하는 무이예술관에 가면 가슴 가득 예술의 기운을 얻어 나오게 된다. 살다가 잠시 멈추고 천지의 가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깊게 숨을 쉬어볼 만한 곳. 폐교에 담긴 예술 작품과 따스한 휴식 공간에서 충분한 감성 충전을 했던 참으로 괜찮았던 가을날 하루,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었던 시간이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 -이효석 문학의 숲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이 소설의 배경지인 봉평엔 메밀밭뿐 아니라 소설 속 내용을 모형으로 재현해놓은 ‘이효석 문학의 숲’이 있다. 발걸음에 따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덱 주변에는 자작나무가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산책길을 따라 소설 속 장터와 등장인물들이 막걸리를 마시던 충주집과 물레방아 등 소설 속 내용이 길목마다 새겨져 있어 하나씩 읽다 보면 어느새 전편을 다 읽게 된다. 가을이 깊어지는 계절에 이효석 문학의 숲에서 단편문학 한 편 읽으며 산책하는 시간, 좋지 아니한가.
- 2020-11-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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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억 원짜리 그림이 잘려나간 사연”
- 시대를 앞서간 명사들의 삶과 명작 속에는 주저하지 않고 멈추지 않았던 사유와 실천이 있다.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유와 사랑과 우정 이야기가 있다. 그 속에서 인생의 방향을 생각해본다. 이번 호에는 영국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를 소개한다. 2018년 10월,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무려 104만 파운드(약 15억 원)에 낙찰된 그림 ‘풍선과 소녀’가 파쇄기에 잘려나가는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액자 틀에 숨겨진 분쇄 장치가 가동되면서 일어난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다음 날 작가는 자신이 의도한 행위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 이 작품이 경매에 나갈 경우를 대비해 비밀스럽게 파쇄기를 설치했다, 연습할 때는 아무 문제없었는데 경매장에서 기계가 중간에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절반만 잘려나갔다”며 아쉬워했다. 작품이 손상됐기 때문에 구매 의사를 철회할 수도 있었던 낙찰자는 “충격을 받았지만 예술 역사의 한 조각을 소유하기로 결정했다”며 작품을 그대로 사갔다. 사람들은 이 해괴한 소동이 알려지자 “진짜 예술을 보여줘서 고맙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풍자”라는 반응을 보이며 환호했다. ‘거리의 예술가’로 알려진 이 작가의 이름은 ‘뱅크시’(Banksy).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어 이 이름도 실명인지 가명인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낸 적 없고, 어쩌다 인터뷰를 할 때도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응했다. 다만 인터뷰 내용들을 종합해볼 때, 1974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학교를 그만두고 그라피티를 시작했다는 정도만 가늠할 수 있다. “내 작품의 상업적 독점을 거부한다” 뱅크시는 주로 건물의 벽에 그림을 그린다. 그의 캔버스인 셈이지만 그라피티는 엄연히 불법 행위다. 그는 “얼굴이 알려진 사람은 그라피티를 할 수 없다. 이 둘은 양립 불가능한 요소다”라며 정체를 밝히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화염병 대신 꽃을 던지며 권위와 폭력에 대항하는 모습, 영국의 의회가 침팬지들에 의해 운영되는 모습을 묘사해 사람들을 열광시킨 그의 작품들은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는 데 집중돼 있다. 그의 그림들이 관심을 받기 전까지 그라피티는 그저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세상을 풍자하는 뱅크시의 세련된 표현 기법이 점차 인정을 받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시선은 달라졌다. 그의 그림을 보기 위해 수백 명이 몰려왔다. 더러는 그가 그린 벽화들이 도난을 당했고, 건물주들이 아예 벽을 뜯어내 비싼 값에 내다 파는 일도 벌어졌다. 공공시설에 그려진 그림은 서로 자기 거라며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얼굴 없는 화가는 기존 제도와 관행과 권력을 비판하기 위한 대담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는데, 루브르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지에 자신의 그림이 애초부터 전시되어 있는 작품인 양 몰래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놀라운 사실은 며칠 동안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 또 자신의 작품이 경매장에서 팔려나갈 때는 “세상에! 저런 거지같은 것들을 돈을 주고 사다니! 도대체 어떤 자들이야?”라고 빈정대기도 했다. 그림이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에 거래되는 미술계의 허례허식에 대한 조롱이었다. 뱅크시는 자신의 이름과 작품을 돈과 연결하려는 이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한다. “즐거움을 위해, 학술적 연구나 실천을 위해 누구든 내 작품을 복제하고 빌리고 훔쳐가길 바란다. 나는 누군가 내 이름을 독점하는 걸 바라지 않을 뿐이다.” 언젠가는 자신의 그림을 단돈 60달러에 파는 이벤트를 벌였다. 모두 뱅크시라는 서명이 들어 있는 작품이었지만 사람들이 이를 알 리 없었다.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실행된 이 파격적인 행사에 눈길을 주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오후가 돼 가판대를 접을 때까지 팔린 그림은 겨우 8점. 갤러리에서 팔았다면 수만 달러 이상을 받았을 그림들이었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두고두고 아쉬워했다는 후일담도 들려왔다. 뱅크시는 “상업적 성공은 그라피티 작가에게는 실패의 의미”라며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서는 동네의 벽만 있으면 된다. 당연히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불필요한 입장료를 낼 필요도 없다. 벽이야말로 작품을 발표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여러 도시에 벽화를 남기며 전설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의 명성만큼 작품 값은 점점 치솟아 유명 연예인, 세계 유수 미술관들이 너도나도 그의 작품을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2019년 영국에서 이뤄진 미술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유명 작가들을 제치고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 1위로 뽑혔다. 일각에선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로 대중의 마음을 위로하는 그의 그림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여러 도발적인 행위가 결국 작품 가격을 올리기 위한 전략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 2020-10-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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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벽 타기 즐기는 고산식물, 바위구절초!
- 어느덧 11월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여파인가 아직 겨울의 찬 기운보다는 가을의 그림자가 길게 그리고 더 짙게 남아 있음을 실감하는 나날입니다. 구절초꽃 피면 가을 오고 지면 가을 간다는데, 구절초꽃 한 송이 소개 않고 가을을 맞았으니 이제라도 구절초 꽃다발 한가득 내밀며 가을을 보내려 합니다. 그것도 우리나라 특산식물로서, 높은 산 바위 절벽에 피는 희귀한 구절초 한 다발 치켜들며 가는 가을에 작별인사를 합니다. 이름하여 바위구절초가 그 주인공입니다. 구절초, 이화구절초, 울릉국화, 포천구절초, 남구절초, 한라구절초, 신창구절초, 산구절초 등과 함께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된 9종의 국내 자생 구절초 가운데 하나입니다. 강원도 이북의 높은 산 능선에 주로 자라며, ‘바위’란 단어가 이름의 앞자리를 차지할 만큼 암벽을 유난히 좋아하는 전형적인 북방계 고산식물입니다. 당연히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고향’인 백두산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데, 수목한계선 위 화산석이 바닥에 깔린 평원지대에서 흔히 자랍니다. 백두산의 가을이 이미 시작된 8월 초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원형의 능선 주변 암벽에 핀 꽃도 바로 바위구절초입니다. 생존 환경이 열악한 암벽에 붙어사는 바위구절초는 돌마타리나 바위떡풀, 산솜다리, 벌깨풀 등 비슷한 여건에서 사는 다른 고산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악조건들을 이겨내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진화했습니다. 세찬 바람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키를 낮추고 줄기나 잎 등 전초를 가는 털로 감싼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실제 바위구절초는 전초의 높이가 20cm 안팎에 불과한데, 이는 구절초 중 가장 작은 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위 겉이나 좁은 틈새에 붙어사는 만큼 땅속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하고 옆으로 뻗으며 번식합니다. 8월에서 10월 사이 한 뼘 정도 길이의 꽃대 끝에 백색 또는 연한 홍색의 꽃이 하나씩 달리는데, 지름 3cm 안팎의 머리모양꽃차례는 전초나 화경에 비해 매우 크게 느껴집니다. 돌려나는 잎은 가늘고 깊게 깃꼴 모양으로 갈라집니다. 바위구절초는 가늘고 긴 잎 때문에 ‘가는잎구절초’라고도 불리는 산구절초의 일종인데, 바위구절초와 산구절초를 같은 종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산구절초는 깊은 산 중턱부터 자생하며, 키가 높게는 60cm까지 자라 바위구절초의 3배 정도 됩니다. 높은 산 정상에서 만나는 바위구절초는 대개 고산식물의 꽃들이 그러하듯, 잡티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한 꽃색으로 눈길을 끕니다. 산구절초는 물론 낮은 곳에서 자라는 여타 구절초에서 느낄 수 없는 고졸한 기품과 기상이 엿보인다고 할까요. Where is it? “한국 북부, 중국 동북, 러시아 극동지구에 분포한다. 전국의 고산지대 산정에서 자란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분포지 설명인데, 막연하다. “강원도 금강산·설악산, 함경남도 부전고원, 함경북도 관모봉 등지에 분포한다.” 국립공원공단의 식물종 정보인데, 역시 아쉽다. 백두산 이외, 남한 땅에서 바위구절초를 손쉽게 만나는 곳은 석병산(石屛山)이다.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해발 1055m의 석병산은 정상 일대를 석회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쌓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었다. 바위구절초는 물론 두메닥나무, 바위솜나물, 시호, 큰제비고깔 등 희귀 북방계 식물의 보고로 유명하다. 바위구절초는 정상인 석병산 표지석 주변 일월문, 일월봉 등 암벽까지 올라야 만날 수 있다.
- 2020-10-2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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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식물 분양부터 상담까지, 휴대폰 하나면 끝!
-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만발한 꽃이나 울창하게 자란 나무 사진을 볼 때면, 싱그러운 감성에 젖어 방 한구석에 작은 화분이라도 놓고 싶은 충동이 인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인파가 북적이는 곳은 방문하기 꺼려진다. 식물은 키우고 싶지만, 외출이 망설여지는 이들을 위해 분양부터 상담까지 집에서 '언택트'로 해결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STEP1 ‘심다’로 어울리는 식물 찾기 식물을 키워본 적 없거나 키우는 족족 죽여 애를 먹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작정 새 식물을 들이는 것보다 어울리는 짝을 찾는 게 중요하다. 사람과 사람 간 궁합이 있듯, 식물도 성향이 맞는 주인을 만나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식물 큐레이션 서비스 ‘심다’는 식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잘 살 수 있도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어울리는 식물을 추천하고, 실전에 도전해볼 수 있도록 식물 키트를 배송해준다. 서비스는 키트를 구매할 의사가 있는 이들에 한해 무료로 진행되며, 인스타그램으로 신청할 수 있다. 먼저 식물을 키워본 경험, 돌볼 수 있는 시간 등 행동 패턴부터 창문 유무, 공간에 들어오는 일조량 등 거주 공간에 대한 내용까지 다양한 질문이 담긴 테스트를 통해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한다. 키트 가격은 6만9000원. 큐레이션한 식물과 분갈이 화분, 분갈이용 흙, 모종삽, 안내서 등을 담아 제공한다. https://simda.kr STEP2 ‘플립’으로 공부하고 친해지기 잘 키울 수 있는 식물을 찾았으니 본격적으로 알아갈 차례. 반려식물 정보 기반 플랫폼 ‘플립’은 이용자가 원하는 식물에 대한 모든 것을 한 게시물 안에 담아 제공한다. 이용하는 법은 간단하다. 플립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베이지색 배경에 ‘나는 ○○○을 잘 키우고 싶다’라고 적힌 단순한 디자인의 검색창이 나타난다. 이때 공백 부분에 마우스를 갖다 대고 식물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식물 정보를 볼 수 있는 게시물이 나타난다. 생김새와 특징 등 기본 설명부터 물 주는 시기와 빈도, 분갈이 방법 등 일일이 찾기 번거롭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까지 모두 정리돼 있어 정보가 부족한 초보 가드너에게 안성맞춤이다. 식물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숍도 있다. 큰 화분보다는 벽에 걸어놓는 행잉플랜트나 잎사귀가 멋스러운 작은 관상용 식물을 판매한다. 종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키울 식물의 친구를 만들어주는 용도로는 나쁘지 않다. 식물을 돋보이게 하는 형형색색의 화분과 화병, 오브제 등도 함께 판매한다. 가격대는 식물의 경우 2만 원 이내이며, 장식품은 2000원대부터 12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www.fuleaf.com STEP3 ‘리피’에게 상담하기 좋은 주인이 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도 돌발 상황은 언제나 발생하는 법. 식물은 온도, 습도, 일조량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해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아프기 쉽다. 잘 자라던 식물의 잎이 시들해지거나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다면, ‘리피’에게 SOS를 요청해보자. 리피는 친환경 식물관리 솔루션 회사 ‘코스믹그린’에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채널(@leafy_cosmicgreen)이다. 반려식물을 키울 때 필요한 팁과 주의사항을 카드뉴스로 소개하고 관련 상담을 진행한다. 이용자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증상, 자라는 환경 등을 사진과 함께 보내면 이를 토대로 문제의 원인을 짚어주고 해결책을 제공한다. 일부 상담 내용은 ‘리피의 상담일지’라는 콘텐츠를 통해 공개된다. 또 ‘반려식물 처방전’을 통해 해충, 곰팡이 등 식물을 키우다 발생하는 애로사항 대처법을 설명한다. 이외 ‘식물용어사전’, ‘반려식물도감’ 등 식물 집사라면 눈길이 쏠릴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STEP4 ‘플리어리’로 성장 일지 기록하기 상담도 받았겠다, 이제 잘 자라만 주면 된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식물의 모습을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쉽다면, ‘플리어리’를 사용해보자. 식물 관리 서비스 ‘플리어리’는 반려식물의 성장 일지를 기록하는 앱이다. 플레이 스토어나 앱 스토어에서 다운받으면 된다. 앱에 접속해 식물의 종류와 애칭, 입양한 날, 물 주기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식물 일러스트와 함께 기본 화면이 나타난다. 다이어리 기능은 기본 화면에서 아래 방향 화살표를 눌러 사용하면 된다. 사진을 올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식물의 성장 과정을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다. 다이어리 옆에는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물 줘야 하는 날을 알려주는 캘린더 기능이 있다. 이 기능만 잘 활용해도 식물을 말라 죽일 일은 없다. 평소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식물일지 기록하는 게 번거로울 수 있지만,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처음 데려왔을 때와 달라진 모습에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 2020-10-2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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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에도 면역력이 필요하다
- 최근 모 대학에서 외로움의 경험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질문은 “어떨 때 가장 외로움을 느끼느냐?”로부터 시작된다. 외로움을 느낄 때 어떤 반응을 보이고, 외로움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무었을 하느냐로 질문을 닫는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그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구분해서 답을 달라고 했다. “지금 외로우세요?”라는 질문을 불쑥 받고 보니 당황스럽다. 코로나19가 인간관계를 훼방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장기화되니 너나없이 마음속의 작은 외로움이 꿈틀거린다. 국어사전에는 외로움을 “혼자가 되어 적적하고 쓸쓸한 느낌”이라고 정의한다.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내 나이까지 오버랩되며 더 쓸쓸한 느낌이 밀려온다. 정호승 시인의 시 ‘수선화에게’는 외로움에 대한 시상을 잘 표현했다.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린다고 하지 않는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씨는 자신의 저서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를 통해 사람은 외로움이 존재의 본질이니까 격하게 외로워보라고 말한다. 또 그러려면 사람도 좀 적게 만나고, 바쁠수록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조언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혼자 있을 때는 가끔씩 외롭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나보다. 특히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구하면서 또 다른 외로움을 강요한다.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외로움의 강도가 가장 큰 것은 배우자나 가족을 잃은 뒤에 찾아오는 감정이라고 한다. 그다음은 퇴직이나 졸업 등 집단에서의 이탈과 자식이 부모 품을 떠나면서 받는 빈 둥지 증후군이다. 나도 심하게 외로움을 느꼈던 적이 있다. 30여 년간 다닌 직장에서 정년제도의 덫에 걸려 비명 한 번 못 질러보고 혼자가 되었을 때다. 아침에 허둥대며 출근하지 않아도 돼서 ‘룰루랄라’ 할 줄 알았는데 막상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허망하고 외로웠다. 유효 일자는 지났지만 겉은 멀쩡한 빵을 들고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사람처럼 무기력해졌다. 최근 그때와 비슷한 경험을 또 했다. 주말마다 이용하던 테니스장이 코로나19로 폐쇄되자 식사를 하며 정담을 나누던 여러 모임들이 취소되었다. 나는 주말의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했고, 이제 뭘 하며 지내나 고민에 휩싸였다. 혼자 산행이나 도보여행도 해봤지만 함께할 사람이 없어 외로웠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불안과 외로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안 되겠다 싶었다. 바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재취업을 했다. 급여도 낮고 지방근무도 해야 하는 작은 업체였다. 그 뒤 주말부부로 지내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혼밥’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저녁이면 불 꺼진 빈방에 들어가기가 싫다. 젊은 동료들과도 잘 지내지만 순간순간 외롭다는 걸 느낀다. 대화는 해도 마음은 닫고 있는 게 보인다. SNS에서 맺어진 사람들도 많지만 서로 친한 척만 할 뿐이다. 그들에게 100만 원을 빌릴 자신이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김소월의 시 ‘나그네’의 한 구절이다. 그렇다고 말을 하니 더 그런 것 같다. 아프다고 소리치면 더 아프고, 보고 싶다고 말하면 더 보고 싶어지는 법이다. 그래서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잊고 더 바쁘게 살려고 노력한다. 살아보니 외로움도 맷집처럼 면역력이 생겼다. 궁하면 통한다고 지독하게 외로워보면 반작용으로 이겨내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인간은 공동생활을 하지만 개별 생명체다. 언젠가는 누구나 혼자 남게 된다. 동호회 모임도 만날 때는 만남에만 열중하고, 모임이 끝나고 헤어지면서 외롭다는 말을 하지 말자. 외롭다는 말을 하면 더 외로워진다. 어차피 겪어야 할 코로나19 위기를 혼자 있는 기회로 삼자. 책도 읽고 공부도 하자. 밝은 햇빛을 받으며 걷고 신선한 공기도 맘껏 마셔보자. SNS 활동도 열심히 하고 줌(Zoom)으로 화상회의에도 적극 참석해보자. 인터넷 세상에 순응하고 따라가야 외로움이 덜하다. 외로움의 맷집을 길러야 한다. 자식들이 결혼해서 집을 떠나도, 다니러 온 손자들이 재잘거리다 돌아가도 잠시잠깐 허전함을 느끼고 이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니어의 연륜이야말로 외로움의 면역력이다. 하루하루 바쁘고 보람 있게 보내자.
- 2020-10-19 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