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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추행 예방을 위한 세 가지 문답
-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상위 지도자급인 도지사나 큰 도시의 시장님들이 성추행 관련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성추행이라는 실체가 밝혀지면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하루아침에 그동안 쌓아올린 명예가 곤두박질한다. 개인적으로도 안타깝고 낭패이지만 사회적 파장도 만만치 않다. 재선거를 치르게 되면서 여야 정치권에서는 선거비용이 들어가니 책임론도 나오고 다시 출마 후보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정치판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예전에는 성추행을 당한 사람이 창피하다고 쉬쉬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성추행은 높은 분들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남녀가 같이 있는 장소는 어디든 가능성이 있다. 직장에서도 일어나고 취미가 같은 동호회에서도 일어난다. 친목과 단합을 이유로 남녀 간에 어우러져 밥이나 술을 먹고 흥겨우면 2차로 이어지고 노래방으로도 간다. 술이 유죄이든 상대의 호의를 나를 좋아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든 성추행으로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여성들도 싫으면 거부의사를 확실히 표현해야 하는데 남성이 무안해할까봐 또는 어떤 보복이 있을까봐 싫은 내색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참다가 나중에 폭발해버린다. 성추행이라고 느끼면 그때 바로 싫다고 말이나 행동으로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 형법 제298조에, 성추행이란 다른 사람을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폭행함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본인들은 자신의 행동을 추행이라고 느끼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직장에서도 성추행 사건으로 불거지면 남자는 “왜 그럼 그때 기분 나쁘다고 말을 하지 이제 와서 이러느냐!” 하고 항변한다. 남자는 자신이 성추행을 저지른다는 생각을 못하고 문제가 불거진 후 행동을 뉘우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정함의 표시로 별 생각 없이 말이나 행동을 해도 받아들이는 상대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판례에 의하면,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 판례를 몇 번 읽어봐도 알듯 말듯 좀 애매하다. 남녀 간에 신체적 접촉이나 언어의 강도는 어디까지가 용인되는가! 평소 느끼고 있는 서로에 대한 감정에서도 다르고 장소나 분위기에서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의 감정이다. 누구는 추행이라고 느끼지만 누구는 다정함의 표시라고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법에서도 딱 부러지게 정한 기준은 없지만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은 무엇이든 안 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여성에게 물어보고 행동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3가지 질문을 해보자. 1. 내 가족이 보고 있어도 나는 이렇게 할 수 있는가? 2. 이 언행이 방송에 생중계된다고 해도 똑같이 할 수 있는가? 3. 사랑하는 가족이 남에게 이런 행동을 당한다면 허용하겠는가? 모든 행위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생각이 건전하면 행동이 당당해진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세 번은 생각해보라고 한다. 사건이 터진 뒤 그럴 줄 몰랐다고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변명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3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보자.
- 2020-11-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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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에이징 웹세미나’를 보고
- 우리나라도 2026년에는 65세 이상의 노인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초고령 사회.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많다. 개인, 사회, 국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우선 알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시니어 전문잡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 5년 전부터 건강과 에이지리스에 대한 헬스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는 것은 전문잡지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5회째를 맞는 올해는 ‘액티브 시니어 시대의 해피에이징’이라는 주제로 9월 22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유튜브 채널 ‘브라보 잼잼 TV’를 통해 세미나 내용이 송출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임을 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 세미나를 웨비나 방식으로 변경 진행했다. 품격 높은 세미나를 위해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국내 대표 인플루언서 다섯 분이 초빙돼 활기찬 노년에 관한 강연이 시작되었다. 1부에서는 정신과 의사이며 노년에도 활발한 저술과 강연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 의사 이시형 박사가 ‘최고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박사는 서두에서 우리나라 ‘코로나19’의 방역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면역력 향상에 대한 관리는 다소 부족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쥐들을 섭씨 2℃의 추위에 노출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휴식이라는 시간을 적절히 줬더니 오히려 추위에 더 강해졌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하면서 인간에게도 적절한 스트레스와 휴식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인식하거나 즐기면서 하는 일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도 했다. 어부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취미로 즐기는 낚시꾼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것이다. 이 박사는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남들과 경쟁이나 내기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결과에 너무 집착하면 조급, 무리, 부정을 저지르게 되니,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삶을 살아야 떳떳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했다. 하늘을 향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정직한 삶을 살아야 건강하다는 얘기였다. 또 직장에서는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지만 직장이 있어 고맙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때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부에서는 대한민국 최초의 의사 출신 의학 전문기자인 홍혜걸 박사가 ‘팬데믹 시대, 행복하게 사는 법’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의 첫머리에서 홍 박사는 자신을 애연가로 소개하면서 어느 날 폐를 CT로 찍어봤는데 흰 빛깔의 작은 징후가 발견된 얘기를 해줬다. 괜찮다는 의사의 말만 믿고 술과 담배를 계속하면서 지내다가 암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느끼고 술과 담배를 끊고 건전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전한 생활 덕분에 그 후 더 이상 암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홍 박사는 코로나19 시대에는 편안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박을 해서 돈을 땄을 때처럼 흥분해서 날뛰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삶을 살면 안 되고 어린 시절 어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스르르 잠이 오며 행복해지는,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얼룩말은 주변에 사자들이 우글거리지만 맹수가 덤벼들기 전까지는 유유자적 풀을 뜯는 삶을 살기 때문에 위장이 늘 깨끗하다고 한다. 홍 박사는 승부에서 이기려고 흥분해서 날뛰는 아드레날린의 삶은 인간을 빨리 죽게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살려면 착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과감히 정리하라고 말한다고 했다. 복잡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단순하고 진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홍 박사는 특히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기억에서 정리하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사례를 얘기해줬다. 애완견을 키우면서 생활의 제약을 받는 것도 많지만 새로운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또 빌 게이츠가 쓰는 휴대폰이 유별난 제품이 아니니 더 이상의 부를 좇지 말고 좋아하고 행복해지는 일을 하라고 했다. 좋은 차를 타면서 아픈 사람보다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거라는 얘기였다. 제3부에서는 59세에 대장암과 신장암을 이겨낸 산부인과 의사 ‘산타홍클리닉’ 홍영재 원장의 ‘뷰티풀에이징 라이프’라는 주제의 강연이 시작됐다. 홍 박사는 행복한 삶, 건강한 삶을 늘 생각한다며 잠을 잘 자는 삶, 세로토닌적 삶을 강조했다. 잘 웃고 하루에 열 번, 스무 번 감사하다는 말을 사람과 물건에게 하면 뇌에 긍정적인 회로가 생겨 행복해진다고 했다. 인간의 건강은 95% 감정에 달려 있어 흥분하지 않는 편안한 감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우리가 섭취하는 식물의 색에는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컬러푸드를 염두에 두고 음식을 섭취하라고 강조했다. 붉은색의 토마토, 수박이 몸에 좋고 노란색의 호박은 해독의 왕. NASA의 우주식량으로 각광을 받는 고구마는 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황금덩어리에 비유되는 청국장은 혈관을 청소하고, 맵고 달콤한 양파와 암을 잡는 자주색 가지도 좋은 식재료라고 추천했다. 4부에서는 한창 자생한방병원 원장이 ‘젊은 척추, 섹시한 척추, 건강한 척추’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한 원장은 시니어에게 흔한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무릎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을 수술 없이 한방으로 치료하는 한의사다. 척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척추는 모두 23개 관절의 복합체로 우리 몸을 지탱하는 뼈대다. 퇴행성이 진행되면 척추디스크는 줄어들고 수액이 흘러나온다. 이 과정이 더 진행되면 척추협착증까지 진행된다. 진단 결과를 보고 치료 방법을 논하기 전에 왜 이런 결과를 초래했는지 그 원인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걷기란 참 좋은 운동이지만 제대로 걷지 않으면 골반도 굳어지고 허리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잘 걸으려면 배에 힘을 주고 허리를 반듯하게 하고 걸어야 한다. 한 원장은 시니어들은 물에서 걷는 것이 좋고 음주와 흡연은 척추에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또 뼈 건강을 위해 단백질을 챙겨먹어야 하는데 소화기능이 약한 시니어는 어류나 두부를 먹으라고 했다. 한 원장은 특히 무엇을 먹고 좋아졌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고 조언했다. 나이가 들면 척추의 퇴행은 필연이다. 잘 때는 똑바로 누워 자는 것이 척추에 좋다. 스마트폰을 너무 오래 사용해 거북목 환자가 많다는 점도 시대상을 반영한다. 5부에서는 배정원 행복한 성문화센터 대표이자 대한성(性)학회 회장은 ‘브라보 마이 러브’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시니어도 사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하며, 섹스에 대한 오해 등 ‘성과 인간’에 대한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들려줬다. 강의 첫머리에서는 젊은 여자를 탐하는 신윤복의 춘화도를 사례로 들면서 복상사 이야기, 젊은 여종을 통해 회춘을 꿈꾼 양반들의 생활상을 그림을 통해 소개했다. 배 원장은 노인의 성이라고 특별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노화는 시간 경과에 따라 일어나는 1차 노화와 흡연, 운동 부족 등으로 일어나는 2차 노화로 구분되는데, 개인에 따라 성적 능력도 달라질 뿐이라고 했다. 성적 능력은 나이보다는 개인의 건강이 좌우한다는 얘기였다. 노인이 되면 성욕과 오르가즘이 저하하고 윤활액도 감소하지만 애정 표현에 따라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노년은 성 호르몬이 감소하기 때문에 성적 흥분이 약해지는데 오르가즘 빈도가 높은 사람이 수명도 길다고 했다. 또 규칙적인 성 생활은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자존감을 고양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혼자가 된 시니어의 경우 성적 파트너가 없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과 섹스를 할 때는 성병 예방을 위해 콘돔이 꼭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성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유산소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담배와 술은 줄여야 한다고 했다. 용불용설이 성 생활에도 적용되므로 양보다 질적인 성 생활을 주문했다. 손을 잡아주고 애무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인체의 면역력이 증가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나이가 들면 사랑하는 사람이 더 필요한데, 성 기능 향상을 위한 보충 음식이나 시판되는 약들도 적절히 사용하면 좋다고 했다.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하는 웨비나는 디지털 서비스를 잘 다루는 액티브 시니어들에게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강의 중 질문을 남기면 강의 말미에 맞춤 답변을 해줬다. 온택트가 미숙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강의 내용은 유튜브를 통해 반복해 들을 수 있어 학습 효과를 높여줬다. 나도 세 번을 반복해 들으면서 확실히 이해를 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 ‘해피에이징’, ‘액티브에이징’, ‘스마트에이징’의 나이 근육을 키워주고 대한민국 시니어의 삶을 응원하는 ‘헬스 콘서트’가 100회를 넘어 쭈욱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2020-09-2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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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사랑, 몇 살까지 가능할까?
- 글 배정원(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대한성학회 회장, 유튜브 배정원TV ) “몇 살까지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요?”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교육생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요”, “문지방 넘을 힘만 있으면요”라는 대답이 나오고, 좌중에는 와르르 웃음이 쏟아지곤 한다. 교육생들이 이렇게 답을 하면 나는 또 묻는다. “80세가 된 어머님께서는 아직도 아버지와 섹스를 하고 계시겠죠?” 그러면 교육생은 겸연쩍게 웃으면서 무슨 말이냐는 듯 손사래를 친다. “아휴… 무슨요.” “에이, 이제 안 하시죠.” 섹스는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지만, 60세가 되신 부모님이나 80세가 넘으신 조부모님은 안 하신다는 것이다. 이미 중년에 접어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가? 놀랍게도 내 주변엔 80세가 되었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행복한 어르신이 꽤 많다. 2015년, UN은 인간의 발달단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발표했다. 만19세는 여전히 청소년이지만, 놀랍게도 65세까지는 청년이고, 75세까지는 장년, 85세까지는 중년, 그 이후가 노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100세 이상은 많이 사신 분이란다. 나라에서 나이가 들었다고 이런저런 혜택을 주는 시기가 65세 기준이라 보통 그 나이가 넘으면 노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몸도 마음도 청년처럼 젊기만 하다. 또 매력남녀를 보면 씩씩하게 열정과 사랑에 빠지고 싶다고 말하는 70대도 많다. ‘만약 다시 사랑에 빠진다면, 그래서 멋진 섹스를 할 수 있다면, 내가 여전히 남자라는 걸 느낄 수 있다면 정말로 행복할 것 같아’, ‘누군가를 보며 다시 설레는 마음이 생겨 사랑에 빠진다면, 내가 여전히 매력 있는 여자란 걸 느끼게 된다면 얼마나 멋지겠어?’라며. 성욕은 나이와 반비례할까? 사랑하고 싶고, 섹스하고 싶은 성욕은 정말 나이와 반비례하는 것일까? 성욕을 부추기는 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인데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분비된다. 물론 남성에 비해 훨씬 소량이지만, 그렇다고 여성의 성욕이 남성보다 부족하다는 증거는 없다. 남성은 30세가 지나면서 남성호르몬이 1년에 2~3%씩 떨어진다. 이 호르몬 분비 저하는 나이 때문인 경우가 제일 많지만, 자극이 없는 지루한 생활이 이어지거나, 운동도 하지 않고 소파에 붙어서(?) TV만 본다든지, 단백질을 너무 적게 섭취한다든지, 규칙적으로 섹스를 하지 않을 때 더욱 저하된다. 그러므로 성욕을 부추기는 호르몬이 꼭 나이와 반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이가 들어도 피돌기가 잘되는 사람은 발기에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성 역시 폐경을 겪으면서 호르몬 수치가 조금씩 떨어진다, 하지만 난소를 적출하지 않는 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폐경이 되면 일시적으로 성욕이 급격히 줄기도 한다. 그래도 규칙적으로 사랑을 나눴을 때 이조차 서서히 회복되어 폐경 후에 오히려 더 자유롭고 멋진 성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분도 많다. 노화에 따른 성욕 저하와 폐경에 따른 에스트로겐 분비 감소로 사랑을 나누기가 불편하다면, 의학적으로 호르몬 보충요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남성에겐 테스토스테론, 여성에겐 에스트로겐을 경구약이나 크림, 주사 등을 통해 보충하면 성욕이 더 강하게 일어나고, 질건조나 질위축 현상을 완화해주기도 하므로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색다른 자극이 필요해 노년의 섹스는 아무래도 감각이 점점 둔해지고, 파트너에게 많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변화를 주고 색다른 자극을 만들어보는 게 필요하다. 나이 들어 하는 섹스는 여성이 남성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더 많은 일을(?) 할수록 만족도가 높아진다. 익숙한 애무 방식에서 벗어나 섹스토이를 함께 사용하고, 때로는 에로 영화를 함께 보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 전에 하지 않던 야한 농담도 상대가 불쾌해하지만 않는다면 새로운 자극이 된다. 그동안 전혀 가보지 않았던 모텔을 이용해본 노년의 부부들이 꽤 만족해하는 건 그 때문이다. 또 이국적인 곳으로 낭만 여행을 떠나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여유로운 노년이 주는 선물이다. 이렇게 그간 해보지 않았던 낯선 자극을 준비하기도 하고, 편안한 익숙함을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건 젊은 커플이 누리지 못하는 오래된 커플의 강점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노년의 섹스가 상대의 벗은 몸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면서 당장 발기가 되고, 파트너와 키스만 해도 정신이 몽롱해지고 호흡이 가빠지는 젊은 시절의 사랑과는 같을 수가 없다는 점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연륜이 쌓이고 경험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섹스의 목표가 단지 성기 결합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 천천히 지구력으로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이다. 꼭 매번 사정을 하지 않아도, 지구가 멈추는 것 같은 오르가슴을 자주 느끼지 않아도 함께해온 익숙함이 더 편안하고 따뜻한 만족이 될 수 있지 않은가? 노년의 섹스에는 서로에 대한 연민과 오랫동안 인생의 동반자로서 지내온 신뢰가 좋은 연료가 된다. 몸과 마음의 온기를 나눈다는 것, 다정한 눈빛을 나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멋진 섹스다.
- 2020-04-0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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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주나물 비화
- 숙주나물은 녹두의 싹을 틔워서 만든 채소다. 한국 요리에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만두, 베트남 쌀국수, 일본식 요리 주점 등에서도 빠지지 않는 식재료이다. 숙주나물의 유래가 재미있다. 숙주나물이라는 명칭은 신숙주라는 조선 시대 신하의 이름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신숙주는 세조 때 단종에게 충성을 맹세한 여섯 신하를 고변했다. 그 때문에 성삼문 등 여섯 신하가 희생되어 사육신으로 불린다. 이 일로 백성들이 신숙주를 미워하여 만두소를 만들 때 숙주나물을 짓이겨 넣으면서 숙주나물이라고 지었다는 설이 있다. 스페인 중소도시 발렌시아에 몇 번 출장 간 일이 있다. 그리 큰 도시가 아닌데 골목을 누비다 보니 뜻밖에도 한국식당이 하나 있었다. 들어가 보니 주인이 한국 사람이었다. 다른 손님도 없으니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 양반이 이 동네에 처음 왔을 때 이상하게도 동네에 숙주나물이 없더라는 것이었다. 숙주나물은 기본적으로 중국요리에도 들어가고 일본 요리에도 들어간다. 일본, 중국 요리가 아니어도 채소를 좋아하는 스페인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는데 숙주나물의 존재조차 모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숙주나물을 재배하여 백화점에 들고 갔다. 틀림없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있을 테니 팔아보자고 했다. 주변 중국 식당에 연락해서 숙주나물이 백화점에 있다고 하자 중국 식당들이 몰려왔다. 그 덕분에 큰돈을 벌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시절 숙주나물이 매일 반찬으로 나왔다. 한국과 거리도 멀고 해서 다른 나물은 공급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콩나물은 이상하게도 기후가 안 맞는지 기르는 과정에서 썩어 계속 실패한다고 했다. 그렇게 숙주나물이 매일 나오니 질릴 정도였다. 다른 회사 현장도 마찬가지여서 근로자들이 남자들만 있으니 성욕을 감퇴시키려고 일부러 숙주나물을 매일 먹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실제로 고사리와 숙주나물은 성욕을 억제해 불공드리는 스님들 상에 자주 오른다는 얘기는 있었다. 사우디 건설현장에서는 돼지고기를 살 수가 없으니 매일 닭고기와 숙주나물이 단골 메뉴로 올라왔다. 같은 메뉴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사람만이 오래 현장 근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숙주나물의 효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채소이니 식이섬유가 많아 장 건강에 좋다.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해줘서 소화에도 좋고 변비도 예방해준다. 콩나물보다 열량은 떨어지는 편이나 비타민A는 콩나물보다 훨씬 많다. 그러므로 당연히 다이어트에도 좋다. 비타민 A가 많으니 눈 건강에도 좋다.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 게임 등으로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시력이 떨어지는 요즘 시대 사람들에게 잘 맞는 음식이다. 숙주나물은 인과 칼슘이 풍부해서 치아와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고 관절염 예방에도 좋으니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노인들에게도 좋다.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성분이 있어서 세포를 활력 있게 유지해줘서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숙주나물에도 콩나물처럼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들어있어 숙취 해소에도 좋다. 그러니 모든 나이에 도움이 되는 채소이다.
- 2018-07-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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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릴 것 없는 건강식물 연꽃
- 가을이 되면 식물은 열매를 맺고 동물은 이 열매를 먹고 겨울을 대비한다. 우리의 주식인 벼가 그렇고, 다른 과일들도 그렇다. 그런데 다른 식물과는 다르게 물에서 나는 열매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연자육이다. 땅에서 자라 올라오는 식물의 열매와 물속에서 자라 올라오는 식물의 열매는 다를 수밖에 없다. 옛날에는 농사를 지을 때 저수지, 연못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런데 물이 고여서 흐르지 못하면 썩게 마련이다. 이럴 때는 연못에 동식물을 서식하게 해 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연못의 물이 생명력을 유지한다. 연꽃을 연못에 심어놓으면 연못 바닥의 진흙을 잡아주고 진흙 속에 산소를 공급해준다. 또한 커다란 연잎이 펼쳐지면 그 밑에서 다양한 식물과 물고기, 곤충, 동물이 서식할 수 있다. 연꽃은 이렇게 물이 살아 있도록 도와준다. 연꽃은 수질 정화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부레옥잠보다 2~3배의 수질 정화 효과가 있다. 불교에서는 연꽃이 더러운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살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모습에 착안해, 연꽃을 중생이 번뇌가 가득한 사바세계에서 살지만, 이에 물들지 않고 깨달음을 얻고 정화되는 과정에 비유한다. 그래서 절 인근에는 연꽃이 많이 심어져 있다. 연꽃은 연못의 물을 정화하듯, 사람의 몸과 마음도 정화시킨다. 그래서 예로부터 약초, 음식으로도 많이 사용되어왔다. 연뿌리, 연잎, 연꽃, 연자육, 연화예 등 연꽃은 버릴 게 없는 식물이다. 모든 자연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그라져 흩어지기 마련이다. 인간은 100년을 버티기 힘들고 집도 수백 년을 버티지 못한다. 그런데 연꽃의 열매인 연자육은 연못 속 수심 1m 진흙 속에서 2000년을 흩어지지 않고 열매 상태로 생존한다. 오랫동안 진흙 속에 파묻혀 있다가 싹을 틔우기도 하는데, 일본 후쿠이현 류코우지(龍興寺)에서는 2000년 된 연자육을 캐내어 꽃을 피우기도 했다. 연자육의 껍질은 돌처럼 딱딱한데, 이렇듯 단단한 껍질 속에 강한 생명의 힘이 담겨져 있다. 연꽃이 수정되면 연밥통이 되는데, 하나의 연밥통에는 수십 개의 연자육이 맺힌다. 연자육이 다 익으면 1.3m 물밑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진흙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이것은 밀도가 굉장히 높고 단단하기 때문인데, 이런 힘은 콩팥 기능을 강화하고 소변을 잘 내보내는 효과로 나타난다. 즉 비뇨기계에 좋다. 연자육의 달고 떫은맛은 몸에서 진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불안한 심장을 안정시켜주고, 설사를 막아주고, 정액이 소변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여성의 냉을 멎도록 해주는 연자육은 불면증, 단백뇨, 절제가 안 되는 성욕에도 좋다. 연자육은 몸의 엑기스가 빠져나가는 것을 끌어당기므로 노인, 허약자에게 더욱 좋다. 진흙 속에서 2000년을 버티는 연자육의 힘은 장수에도 도움이 된다. 진흙 속에서 싹이 트기에 황토의 기운을 머금고 있다. 쪄서 먹으면 소화가 잘되게 하고 설사를 치료한다. 연자육은 껍질이 매우 단단한 견과류라서 뇌수를 채워주고 겨울을 대비해 몸을 단단하게 해주고 심신을 안정시켜준다. 뇌수를 채워준다는 것은 치매를 예방해주고 눈과 귀를 밝게 해준다는 말이다. 연자육은 이처럼 좋은 효과가 많아 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그렇지만 변비가 심하거나 속이 답답할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연자육은 9월부터 수확하는데, 시중에서는 덜 익은 연자육을 따서 껍질을 벗겨 파는 경우가 많다. 덜 익었을 때는 손으로도 껍질을 벗길 수 있지만, 다 익으면 딱딱해져서 망치나 돌로 내려쳐야만 껍질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덜 익었을 때는 녹색이고, 다 익으면 껍질이 검게 변한다. 연자육은 단단함을 수렴하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 익어서 단단하고 검게 된 연자육의 약효가 좋다. 바로 돌처럼 딱딱한 석련자(石蓮子)가 유명한 이유다. 물밑으로 떨어져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발아하지 않고 견딘 연자육의 약효가 더욱 좋다. 깊은 물속에 있으면 물의 침투를 막는 방어력과 정기신혈(精氣神血)을 수렴하는 힘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연자육의 약효는 성분이 아닌, 1.3m 수중에서 더 단단해지고 물의 침투를 오랜 시간 버틴 힘에서 나온다. 중국 명대의 고서 는 연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지금 조주(趙州) 영진 현에서 나는 석련자는 모두 진흙 속에 파묻혀 있던 것인데,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지역 주민들이 진흙을 파서 종종 채취하고 있는데, 그 껍질은 쇠나 돌처럼 단단하고 속살은 향내가 여전히 생생하다. 이 석련자를 물에 던져두었더니 연잎이 솟아났다. 이 석련자를 사람이 먹었더니, 몸이 가벼워지고 장수하며 설사, 이질 등 여러 질병이 치료되었다. 그런데 지금 의사들은 이런 것을 살피지 않고 갓 자란 연자육을 쓰고 있다. 갓 자란 연자육은 쓰고 떫고 비린내가 나서 씹어보면 구역질이 나는데, 어떻게 사람을 보익할 수 있겠는가?” 연꽃에는 백련과 홍련이 있는데 이 둘은 약간 다르다. 에는 “야생 연꽃과 홍련은 연밥통이 많이 맺히고 연뿌리가 작다. 재배한 연꽃과 백련은 연밥통이 적게 열리고 연뿌리가 크며, 겹꽃으로 피는 연꽃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백련의 뿌리는 홍련의 뿌리보다 굵고 단단하다. 연자육은 수렴하는 힘이 기본이다. 수렴하는 힘은 백련이 홍련보다 강하기 때문에, 연자육 역시 백련의 연자육이 좋다고 한 것이다. 연뿌리를 식용으로 쓸 때는 홍련이 먹을 만하다. 그래서 시중의 연근 요리는 홍련을 쓴다. 백련의 연근은 바로 먹지 못하고 가루를 내어 쓴다. 또한 어혈을 푸는 데는 홍련 뿌리가 비교적 우수하고 토혈, 코피를 멎게 하는 데는 백련 뿌리가 홍련 뿌리보다 낫다.
- 2017-09-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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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사귀는, 소박한 생활의 힘과 매력
- 도시란 인간이 고안한 썩 성공적인 발명물이다. 매력도 편의도 많은 장소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도시를 미련 없이 떠나거나,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골에서, 자연 속에서 한결 만족스러운 삶을 구가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기대에서다. 귀촌자의 성향은 다양하다. 도법자연(道法自然), 자연이 곧 길이라는 고매한 소식에 이끌린 귀촌자. 도연명처럼 귀거래사를 노래하며 낙향, 어버이 품과도 같은 자연 안에 은둔한 산림처사. 도시라는 전쟁터에서 코피를 한 말쯤 쏟고 퇴각한 부상병. 텃밭 농사와 산야초 채집으로 육체 건강을 돋우려는 요양객. 전원생활의 목가적 안락을 기대하며 무작정 산골로 뛰어든 은퇴자. ‘졸혼’이라는 요상한 명분으로 배우자를 따돌리고 시골에 단독 입장한 나그네. 저마다의 이상과 형편에 따른 귀촌이지만, 삶의 증상을 개선하고 자연과 친선을 도모해 도시에서 맛보지 못한 안심과 만족을 누리겠다는 의도가 공통분모로 깔려 있다. 인간 역시 자연이니 자연으로의 귀환은 자못 자연스럽다. 자연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귀촌을 통해 자연스러운 삶, 자연에 동화하는 일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희망엔 오류가 없다. 그러나 인생사가 다 그렇듯이 거저 주어지는 선물이나 뇌물은 없다. 바보가 아니라면, 나이를 헛먹은 게 아니라면, 시골살이 역시 한바탕 고진감래(苦盡甘來)의 드라마로 점철되리라는 걸 미리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오직 행복한 삶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불운과 불안이 끼어들지 않는 인생에 무슨 흥미가 있겠는가. 시골살이의 애환과 고독이란, 도시에서의 그것과 사실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자연과의 교제를 원만하게 수행할 경우엔 문제가 달라진다. 나의 삶에 자연이 단단하게 붙어 있을 경우엔 생활의 품질이 달라진다. 인간의 문제는 결국 욕망의 문제다. 망둥이처럼 내면에서 날뛰는 욕망이라는 놈을 어떻게 해치우느냐에 삶의 진실이 달려 있다. 우리가 법정 스님이 아닌 바에야 감히 무소유나 무욕을 꿈꿀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이 들어서도 늘 물욕과 탐욕에 휘둘린다면, 그건 스타일 구기는 일. 시골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소탈하게 살아가는 실험은 어쩌면 절호의 찬스일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욕망과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다 떠날 존재들 소박한 생활! 시골에서 구현할 가치가 있는 건 아마도 그것이다. 허영과 허세를 털어내는 소박한 시골 살림을 추구할 경우, 뜻밖에도 많은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뉴스를 나는 곧잘 귀로 들었다. 산골에 사는 원로작가 P씨는, 시골살이의 무엇이 당신을 즐겁게 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가난한 밥상이지. 물 말은 밥에, 텃밭에서 거둔 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는 간소한 식사가 나를 즐겁게 해. 잡다한 미식과 탐식에서 해방돼, 비로소 정갈한 식사를 한다는 만족감 말이야.” 손수 길러 거둔 간소한 푸성귀로 식욕을 만족스럽게 채우는 경험이란 그에게 초유의 것이었던 모양이다. 과도한 식욕과 성욕 사이에서 갈피없이 흔들리다 떠나는 게 인간이다. 가급적 포식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비싸고 화려한 메뉴로 과시적인 식사를 하고서야 시원한 트림을 토하는 게 도시적 식생활이다. P씨의 ‘만족감’은 이와 같은 식욕 노예에서 해방됐다는 자성(自省)의 표명으로 들렸다. 내 손으로 직접 작물을 거둬 청정한 찬을 밥상에 올릴 수 있는 텃밭 농사는 가히 매력적이다. 식량을 자급한다는 성취감과, 농약 따위에 오염되지 않은 안전 식품을 섭취한다는 안심 때문이다. 텃밭 농사는 단순히 입을 즐겁게 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자연으로 이행하는 징검돌이니 말이다. 자그마한 텃밭에 몇몇 채소류를 심어 가꾸는 행위에는 소소하다 할 수 없는 풍미가 있다. 밥상에 청치마상추를 올리기 위해서는 봄철에 씨앗을 뿌려야 한다.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는 겨우내 얼어 굳어버린 텃밭 흙부터 골라줘야 한다. 초봄의 흙을 만지작거리는 일은 대지라는 자연에 슬쩍 키스를 하는 행위와 다를 게 없다. 손끝으로 전해오는 온기에, 향긋한 흙냄새에, 댄스를 하는 지렁이들의 징그러운 생기에 와락, 모종의 감명과 애정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경줄이 뻣뻣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흙이 지닌 원초적 생명감을 어렴풋이나마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상추씨를 뿌리고 나면 거의 순식간에 싹이 돋는다. 대체로 열흘쯤이 지나서야 연둣빛 싹이 올라오지만, 우우우 지상으로 들고 일어서는 싹들의 놀라운 기운생동을 보자면, 이미 파종 순간부터 지하에선 맹렬한 발아활동이 전개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쯤에서, 씨앗을 기르는 흙의 힘에 경이를 표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흙 위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이치를 사색할 기회이기도 하다. 흙 속에서 출발, 햇빛과 비를 받아들여 본격적으로 쑥쑥 자라는 싹들의 기적에 비하면, 동정녀 마리아의 잉태는 신기한 축에도 들지 못할 지경이다. 자연과의 교제로 야성(野性)을 회복하자 자연의 사업이라는 게 이와 같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인식하면, 저마다 잘났다고 설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사실은 청치마상추씨 하나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그렇지 아니한가? 상추 몸에 들어 있는 하얀 진액과, 초원에 핀 들꽃의 수액이, 인간의 혈관을 흐르는 피와 무엇이 다른가. 사람 역시 지수화풍(地水火風), 그 자연의 산물이거나 미물이거나 명물일지도 모른다는 인식은 신통한 효과를 불러들인다. 교만에서 겸양으로, 이기(利己)에서 이타(利他)로, 불화에서 조화로, 말하자면 고루하거나 비루한 기존의 타성에서 어느 정도 참하게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누구나 아는 소식이지만, 물신을 하나님으로 모시는 세상이다. 원로 종교인이 후배 성직자들을 모아놓고 써늘하게 물었다. 솔직하게 말해다오, 돈과 신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가? 답은 돈이었다. 나 자신을 포함해 돈을 싫어한다는 별종을 나는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가상한 존재들은 있기 마련. 나는 귀촌한 사람들의 입에서 굴러 나오는 복음을 간혹 얻어 들었다. 일테면, 월 생활비 단돈 50만원으로 시골생활을 무탈하게 영위한다는 어느 충청도 부부의 얘기는 이렇다. “끄떡없슈. 먹거리는 자급자족하지, 시골생활이 재미있으니 굳이 외출할 일 없어 돈이 굳지, 산이나 숲이 입장료 달라고 손 내밀지 않지, 돈 들 일이 벨로 없슈!” 숲에 사는 새들은 나뭇가지 하나를 집으로 알아 사계를 산다. 태어날 때 두르고 나온 터럭 외에 춥다고 옷을 겹쳐 입는 산토끼는 어디에도 없다. 사람이 이들의 삶을 시늉할 수는 없다. 고등동물이라 자부하는 인간의 문명은 그 자체로 위업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돈, 돈 하며 사는 건 아닐까. 반쯤은 이미 돈 게 아닐까. 자연에 동참하는 시골살이로는 돈의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만족 요소들이 늘비하기 때문이다. 자연이 연주하는 사계의 변화무쌍한 풍경과 선율에 오감을 열면 된다. 돈을 써가며 극장엘 가지 않아도 숲에선 연일 개봉작이 상영된다. 개구리 우는 무논에도, 개미굴에도, 가뭄을 견디는 들판에도 저마다의 삶이 있고, 고통을 견디는 간절한 몸짓이 있다. 사위에 넘실거리는 이 다양한 자연상에 감정이입할 실력만 있다면 곳곳이 흥미진진한 영화관이며, 정서와 정신을 일깨울 마음 수련장이다. 복되도다! 자연과 교제해 내 안의 야성(野性)을 회복하는 사람 말이다. 그는 욕망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태의 난리블루스와 두려움 없이 결별할 수 있다. 내 삶의 자존감과 주체성을 이미 회복했을 테니까. 집이 작고 허름하면 어떤가. 마당이 좁으면 무슨 상관인가. 시골집 주변의 모든 산야를 나의 집으로 여기길 뜯어말리는 사람은 없다. 밤하늘에 모인 투명한 초록별들을 바라보며 감수성을 배양하는 일 같은 건 도시에선 가능치 않다. 정신에 힘과 만족을 부여하는 자연 속의 소박한 삶. 이는 가짜 욕망에 속지 않을 수 있는 내공을 얻을 기회로서 결함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존재인 ‘나’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방식이다. 환상이나 계산 중심으로 귀촌을 가늠하는 사람에겐 통하지 않을 생각이겠지만.
- 2017-08-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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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꽃과 도화살
- 벚꽃이 지고 이젠 겹벚꽃, 복숭아꽃, 살구꽃이 한창이다. 겹벚꽃과 복숭아꽃은 둘 다 묘한 화려함이 엿보인다. 겹벚꽃은 일반 벚꽃보다 꽃잎이 풍성하다. 겹복숭아꽃도 겹벚꽃과 비슷하게 풍성하다. 농악대의 고깔에 쓰이는 꽃 모양으로도 보던 것이라 촌스러운 느낌도 든다. 색깔도 분홍색이다. 복숭아꽃은 도화(桃花), 또는 복사꽃이라고도 한다. 분홍색이면서 가운데 암술은 빨갛다. 역시 화사하고 좋지만 천박한 아름다움, 촌스러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TV를 통해 보는 북한 여자들의 옷 분위기다. 어찌 보면 우리 어머니들이 젊을 때 입었던 한복 색깔이다. 그 옛날의 작부집 여인네 생각도 난다. 화장이 너무 진해 무섭게 보이던 여자, 짙은 화장이 어색해 보였는데 술에 취하면 예뻐 보였다. 예부터 “도화살이 있다”는 말이 있다. “도화살이 있으면 도덕적으로 타락하기 쉽고 집안 망한다”는 얘기도 있다. 도화살은 복숭아꽃의 요염함을 빗댄 말이다. 요즘은 “도화살이 보인다” 고 말해도 욕이 아니란다. 이전에는 큰 욕이었다. 도화살 (桃花煞)은 호색 끼와 음란 끼가 있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그런 끼는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 내색을 안 하고 산다. 그러나 여자의 얼굴에 홍기가 있는데다 입가에 살짝 미소가 있어 아름답게 보이면 도화살이 보인다고 한다. “섹시해 보인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섹시’는 인간이 본능인 성욕을 나타내는 말이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저마다 섹시하게 보이려고 애를 쓴다. 몸에 붙어 불편한 바지를 입고 다니며 바디라인을 뽐낸다. 아슬아슬해 보이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젊은 여성들을 보면 눈이 어지럽다. 장래 직업을 ‘연예인’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점잖은 집안에서는 반대하던 직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선망의 직업이 됐다. 연예인에게는 도화살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인기 있는 직업인 걸 그룹 안무를 보면 예외 없이 노출이 심하다. 그들 중에는 미성년자들도 있어 간혹 물의를 빚기도 한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첫사랑의 이미지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무조건 청순한 이미지가 첫사랑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들을 좋아한다. “마음이 예뻐야 미인이다”라는 말이 있다. “미인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니 마음도 예뻐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있다. 반대로 “미인이 아니면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으니 성질이 안 좋다”는 논리도 있다. 연예인이 아니어도 도화살이 있으면 인기가 많다고 한다. 현대는 표출의 시대다. 가만히 얌전히 있으면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다. “젊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예쁘다. 지나치게 미인인 경우 오히려 콧대가 높고 집적거리는 남자가 많아 인생이 순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좀 예쁘다고 지나치게 공주처럼 대우받기를 원하는 여자들도 밉상이다. 나무 예쁘면 ‘그림의 떡’ 취급을 받는다. 적당히 예뻐야 사랑받는다.
- 2017-04-2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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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 잣대가 문제
- 2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에는 중량감 있는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65세 사진작가 킨케이드 역으로 출연했고, 메릴 스트립은 가정주부 프란체스카 역을 맡았다. 남편과 아이들이 4일간 집을 비운 사이 킨케이드가 프란체스카의 집에 우연히 들렀다가 사랑에 빠져 정사를 나누고 갈등한다는 줄거리다. 중년의 외도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명화라며 칭찬하는 분위기다. 남녀 구분 없지만 특히 여성들이 더 열광한다. 언젠가 EBS에서 주말의 명화로 이 영화를 방영한다고 하자 주변 여성들이 꼭 보라며 단체 카톡방에 글을 올렸다. 안 본 사람은 꼭 봐야 하고 이미 본 사람도 다시 볼 만한 영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시큰둥해했다. 서부영화에서 카리스마를 보이며 멋진 총잡이로 나왔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너무 늙어 주름이 자글자글한 것도 보기 안쓰러웠고, 그런 나이의 남자에게 프란체스카의 마음이 움직여 정사까지 나누게 되는 전개도 큰 공감이 되질 않았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며 같이 도망가서 살자는 킨케이드의 유혹도 도덕적으로 용서하기 어려웠다. 프란체스카는 남편과 별 불만 없이 살고 있었고 아이들까지 있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프란체스카가 가정을 버리고 킨케이드를 따라나섰다면 돌팔매를 당할 만한 줄거리였다. 여성들이 남편의 외도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 영화에 대한 평가에 관대한 것을 보면 대리만족이 아닐까 한다. 영화에서는 되고 현실에서는 안 된다는 이중 잣대인 셈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외도에 대한 조사 자료는 많다. 남자들의 외도율은 매우 높다. 여성들도 남성들보다는 낮지만 꽤 높은 수준이다. 통계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신뢰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 주변의 남자들이 예외 없이 외도 경험이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은 성 경험이 있어야 비로소 성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군대에 입대한, 성 경험이 없는 졸병들에게 부대 인근의 매춘부를 붙여줄 정도로 남자들은 ‘숫총각 딱지’를 떼도록 강요받는다. 요즘은 성매매를 강력히 단속하고 있어서 분위기가 좀 달라지기는 했지만, 남성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여자들과 섹스할 수 있는 기회는 널려 있는 편이다. 외도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는 애매하다.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데이트 정도 한 것을 외도로 보는 사람도 있고, 정사를 나눈 것만 외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남자들은 외도 기준을 상당히 깊은 관계에 둔다. 매춘부와의 섹스 정도는 외도로 보지 않는 사람도 많다. 남자의 본능 차원에서 이해돼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도 섹스를 할 수 있으므로 마음을 주지 않으면 외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종종 여성들도 마음을 주지 않은 섹스 정도는 눈감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편의 외도를 용서하지 못한다. 그러니 외도를 하더라도 들키지 말아야 한다. 여성들은 폐경이 되면 성욕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남성들은 여전히 성욕을 주체하지 못한다. 섹스리스 부부 중 남편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여러 가지 병이 생길 수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지만 성욕이 떨어져버린 아내는 꿈쩍도 안 한다. 신혼부부라면 이혼 사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50대가 넘으면 애걸해봤자 “나이 들어 주책”이라는 소리만 들을 뿐이다. 가수 조영남씨가 쓴 책에 보면 5년마다 배우자를 바꾸는 공약을 내세우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개그가 있다. 남녀 모두 열렬히 동의하는데 특히 여자들이 더 뜨겁게 호응하더라는 얘기다. 생물학적으로 3년이 지나면 호르몬 작용에 의해 사랑하는 감정이 식는다고 한다. 그 무렵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가 가교 역할을 하게 되면서 부부의 정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영화에는 정상적으로 부부생활을 하는 커플보다 이혼을 하거나 별거인 커플이 더 많이 등장한다. 전 남편과 현 남편이 같이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는 장면도 있다. 우리나라도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이혼에 대한 시각이 상당히 관대해졌다. 이제 혼인빙자간음죄에 이어 간통죄까지 폐지되었다. 개인의 사생활을 국가가 개입해 제재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섹스는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종족보존의 본능을 벗어나 섹스라는 쾌락을 즐길 줄 아는 동물이다. 그런 선물을 도덕적 잣대 때문에 억제하고 살아야 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각자가 알아서 처신할 일이지만, 외도는 ‘적당한 간식’이며 ‘삶의 활력소’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다. 단, 배우자에게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 2017-03-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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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죽여주는 여자>
- ‘죽여준다’는 말은 ‘아주 잘 한다’는 뜻의 속어이다. 이 영화의 배경이 종로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나이든 여자, 소위 박카스 음료수를 파는 것으로 위장하여 접근한다는 박카스 아줌마이다. 그래서 섹스를 아주 잘하는 여자라는 선입견을 갖고 봤다. 영화에서는 노인들 사이에서 입소문도 그렇게 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외로운 독거노인들과 기구한 운명의 한 여인과의 인간적 정을 보여준다. 이 여인은 병고로 고통 받는 노인들이 죽기를 원할 때 죽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재용 감독 작품이며 윤여정, 전무송 등이 출연한다. 윤여정은 1947년생으로 필자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이 영화에서는 5살 적은 65살 소영 역으로 나온다. 소위 ‘박카스 아줌마’ 역이다. 종로 일대 공원 근처에서 노인들을 유혹하여 성매매를 하지만, 인간적인 사람이다. 갈 곳 없는 필리핀 소년을 데려다 돌보기도 하고, 트랜스젠더 집주인 티나, 불구의 작가 도훈, 등 소외된 이웃들과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녀가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은 한때의 단골이었던 송노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병문안을 갔더니 자신을 죽여 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부터이다. 죄책감과 연민 사이에 고민하다가 감나무 살충제라는 농약을 먹여 죽게 해준다. 송 노인은 자식들을 미국에 보냈었고 자식들은 2세들을 낳아 미국인이 되었지만, 정이 없고 냉랭한 이방인이 되었다. 반신불수로 희망도 없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고통 받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결심한 것이다. 이일을 시작으로 치매에 걸린 다른 노인은 같이 등산 갔다가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려 죽게 한다. 재우(전무송 분)라는 노인은 같이 호텔에 가서 과량의 수면제를 먹고 죽는다. 노인은 영원히 잠드는 것이고 여인은 잠시 잠들었다가 다시 깨는 것이다. 병든 노인들은 번호표를 타 놓고 죽음을 기다린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 여인은 결국 경찰에 체포된다. 법적으로는 살인죄 및 살인 방조죄에 해당하여 범법행위인 것이다. 프랑스 영화 ‘아모르’에서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남편이 베개로 질식사 시킨다. 이 영화가 시사하는 점은 여러 가지이다. 가장 눈이 띄는 것은 노인의 성문제이다. 아내가 있어도 잠자리를 응해주지 않는 노인부부가 많다. 아직 성욕이 꿈틀거리는 독거노인은 성문제를 풀 방법이 없다. 자연스럽게 ‘박카스 아줌마’라는 직업이 생겨나는 것이다. 필자도 모임 장소가 종로 3가라서 종로일대의 그런 풍경은 낯설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직도 왜 노인들이 탑골 공원 안에서 소일하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그 부근은 음식 값이 싸고 메뉴가 우리 세대에 맞아서 좋다보니 어느덧 종로 노인의 대열에 끼었다. 두 번째로는 노인들은 외롭다. 2세들은 자기들 살아가기 바쁘다. 비록 성매매로 만났지만, 소영은 죽음의 순간에 마지막 까지 남아 주고 조력자 역할까지 한다. 외롭다는 것은 애처로운 일이다. 돈도 없으면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다. 세 번째로는 노인 건강 문제이다. 병고로 시름하느니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치매는 아프지는 않지만, 정신적인 상실감으로 더 이상 살고 싶은 욕망이 없어지는 무서운 병이다. 노인이 되면 여기저기 아프고 병이 생긴다. 죽음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징조이다. 그래서 노인들은 건강이 최우선이다. 건강이 무너지면 삶의 의욕도 함께 무너진다.
- 2017-03-0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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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회가 만난 CEO 스토리] 인생 3막의 장밋빛 인생, 이길원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명예이사장
- 나이 듦은 원숙일까, 낡음일까. 누군가에겐 연륜으로 작용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고집불통의 외통수를 만들기도 한다. ‘불로초’를 찾아 헤매는 ‘영원한 젊음에 대한 집착’도 안쓰럽다. 또 ‘너희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로 나이를 계급장인 양 밀어붙이며 유세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여기 밥 잘 사고 젊은이들과 무람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지덕체의 균형을 이루며 사는 진정한 ‘어른’이 있다. 바로 이길원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명예이사장이다. 영원한 현역으로 산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정보화 사회의 키워드인 사이버는 그리스어 ‘키베르니테스(kybernetes)’에서 유래했으며 ‘키’를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원로가 젊은이와 다른 것은 인생에서 ‘가상의’ 키를 잡고 저어갈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길원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장(72)을 이 코너 인터뷰 대상자로 섭외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늘 젊은 친구가 모여들고, 일상을 놓지도 않고 꽉 움켜쥐지도 않은 채 여유롭게 ‘키를 제대로 잡고’ 지덕체의 균형을 이루며 사는 ‘어른’이라 생각해서였다. 처음 인터뷰 섭외를 청했을 때, 그는 눈웃음을 지으며 “90까지는 활동해야 하는데 인생 은퇴가 어디 있느냐”며 “나는 영원한 현역이다. 단지 노는 물이 달라졌을 뿐이다”라고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지요. 저는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수칠 때 새로운 것을 시작하라는 것으로요. 옛날에는 인생을 2막으로 나누었지요. 30세까지의 준비기와 60세까지의 활동기로 양분했습니다. 이제는 90세까지 사는 세상. 저는 인생을 3막으로 구분합니다. 태어나서 20대 후반까지가 준비기, 그 이후부터 60대까지가 활동기 그리고 90대까지가 서드 에이지(third age)입니다. 서드 에이지 시기에도 마음먹기에 따라 하고 싶은 것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이길원 이사장은 장년기에는 성질이 불같아 아내와 티격태격 싸움도 자주 하고 밖으로 나돌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드니 역시 배우자뿐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서로 등 긁어주는 배우자가 최고란 마음이 절로 들면서 부부금실도 좋아졌다고 털어놓는다. “건강이 최고로 중요하다”는 그는 아내에게 “아프면 범죄다. 무슨 짓을 해도 좋으니 아프지만 말라”며 오후 4시엔 무슨 일이 있어도 손잡고 꼭 헬스클럽엘 간다. 아내 역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절정기”라며 행복해한단다. 자녀들도 자립했고, 이제는 스스로의 삶에서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어 욕망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자유로워진다는 설명이었다. 회장님의 본업 내지 생업은 사업이십니다. 국제PEN클럽 이사장 등 활동을 활발히 하시면서도 시를 500편, 시집은 8권이나 발간하셨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제 본업은 시를 쓰는 일이고 생업이 사업이지요. 그런데 사업가와 시인은 모순된 것이 아닙니다. 사업이 인간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면, 시 쓰기는 인간을 탐구하는 작업입니다. 서로 통합니다. 제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쓰고 나면 짜릿한 쾌감을 느낀답니다. 시를 쓰면 사물이나 사람을 폭넓은 시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그런 것이 사업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국제PEN클럽 회장을 역임하셨지만 본래 특수인쇄업체인 스티커 회사 ‘태평양그랜드’를 창업, 38년간 운영해오셨지요. 오너 경영자들은 한결같이 스스로 현직에서 물러나기 쉽지 않다는 말씀을 하시던데요. “내가 죽고 난 후 회사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보았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결론이 간단하더군요. 책상을 빼는 것이 회사 간판을 내리는 것보다 낫다.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성공한 기업이란 나 아니면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나 없이도 잘 굴러가는 기업이라고 다시 정의를 내려봤어요. 저는 단계적으로 후계자 교육을 시켰습니다. 제 시대 땐 경영자 혼자 장군 멍군 다 일을 했는데, 아들에게 일을 시켜보니 팀워크로, 시스템으로 일을 처리해 나보다 더 잘해낼 것 같더라고요. 내가 며칠 걸려 조사한 일도 반나절에 해내는 걸 보고 물려줘도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경영 승계 수업을 할 경우 아버지의 ‘질문’이 ‘심문’으로 변해 갈등을 빚는 경우도 종종 있던데요. “묻고 기다려준 것이 내 나름의 비결입니다. 일찍부터 ‘너라면 이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 상대라면 어떻게 할 것 같으냐?’라는 질문을 습관적으로 했어요. 직원들에게나 고객들에게나 경영자로서 얼굴이 서려면 물려받아 얻은 게 아닌 나름의 업적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게 부담을 준 말의 전부일 겁니다. 실패를 했을 때도 ‘네가 그러면 그렇지’ 하며 못미덥다고 전권회수를 하기보다는 ‘내가 방풍벽으로 있을 때 실수를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실수도 경영 수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들들과는 편하게 술친구도 하지요.” 삼성 이병철 회장―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은 3대에 걸쳐 사업 교훈으로 ‘경청’을 물려주었다고 하는데요. 자제분들에게 강조하신 것은 무엇인지요. “한마디로 신뢰입니다. ‘영업이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을 파는 것이다, 능력이 야 웬만한 사람들이 다 갖고 있지만 호감을 얻거나 신뢰를 받는 사람은 흔치 않다, 사업의 기초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신뢰하지 않는 사람과 누가 사업 파트너가 되겠느냐, 사업의 핵심은 호감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임기응변으로 얼렁뚱땅 넘기려 하지 말고 솔직해져라, 한 가지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 백 가지 거짓말을 하게 되는 법이다’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했지요. 사업을 한 지 10년쯤 되자, 아버지 말이 무슨 말인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알겠다고 하더군요.” 2선으로 후퇴해 이른바 ‘뒷방 노인’이 되면 심리적으로 외롭다고들 하십니다. 한 퇴직 오너분은 실무 경영에 참여하고 싶어도 ‘(현직 사장인) 아들이 부르기 전엔 절대 집무실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피눈물 나는 맹세와 마음수련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허허, 저는 할 일이 많아서인지 더 즐겁던데요. 일주일에 한두 번 회사에 나가면 직원들이 모두 좋아해요. 제가 수전노처럼 굴지 않기 때문이에요. 경영 승계를 한 후 부자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아버지가 손을 놓지 못하고 간섭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은 오히려 아들이 ‘너무 회사에 무관심한 것 아니냐’고 제게 불평할 정도입니다. 저는 문단활동, 국제PEN클럽 활동, 망명 북한작가 돕기, 시창작 강의 등 할 일이 많습니다. 돈 문제도 내가 버는 만큼이 내 돈이 아니라, 내가 쓰는 만큼만이 내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밥 먹고 술 마실 때 쓸 수 있을 정도면 되지, 뭘 더 바라겠습니까.” 흔히 나이든 분들은 젊은이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그들이 어렵다며 피한다고 합니다. 젊은이들과 잘 어울리시는 비결이라도 있으신지요. “나이를 먹으면 남을 통해 행복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가 돼야 합니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도 찾아야 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주기도 해야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외로움을 즐길 줄 알아야 사교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즐거워야 남도 즐겁지요. 안 그러면 주변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거나 피곤하게 만듭니다. 나이 많다고 거들먹거리며 대우나 받으려 하고 폼만 잡으면 꼰대로 소외당하지요.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저는 모임에 나가면 대우받으려 하기보다는 사람들과 잘 적응할 방법을 찾습니다. 나이 든 선배로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려고 하면 오히려 ‘식욕, 성욕 다 당신들 못지않다. 당신들보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더 젊다’고 농담을 하며 벽을 허물곤 한답니다.” 밥 잘 사고 젊은이들과 무람없이 농담을 주고받는다고 해서 그를 ‘세상모르는 팔자 좋은 금수저 출신 어르신’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이길원 이사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사업이 잘나갈 때는 있는 약속도 취소하면서 만나던 사람들이 사업이 어려워지자 없는 약속도 만들어 핑계를 대며 피했다. 이런 인간의 온갖 행태를 다 경험하고 목격했기에 그는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을 보며, 조변석개의 인심을 겪으며, ‘사람은 누구나 제 입에 밥알 털어넣기 바쁘다’는 진리를 뼈저리게 터득했단다. 사람들에게 기대지 않을수록 외로움을 덜 탄다. ‘자립심=사교심’이 그의 지론이다. 역설적이지만, 경제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혼자서 버틸 줄 아는 내(耐) 고독력이 사교력과 모임적응력의 바탕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플루트를 새로 배우신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음악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지요.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과학자가 되라고 강권하셔서 화학과로 진로를 정했는데, 막상 가보니 적성에 안 맞지 뭡니까. 또 사업을 할 때는 바빠서 악기를 배울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때 풀지 못한 원을 고희가 지난 지금 이루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 나이에 뭘 새로운 걸 배우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날씬한 플루트 몸매는 내 손놀림에 따라 음계를 달리합니다. 낮은 음으로 속삭이다가 높은 비음으로 유혹하면 저절로 감성에 젖게 되지요. 게다가 휴대도 간편해 노후에 배울 악기로 딱 안성맞춤이라 생각합니다.” 이길원 이사장을 만나는 날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댔는데 그날도 플루트 레슨을 받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초보 수준이지만 프로 수준에 이를 때까지 꾸준히 연습할 생각”이라며 “손자들 앞에서 데뷔 음악회를 여는 게 향후 목표”라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인생 3막, 서드 에이지에 대해 쓴 시가 있는지 물어보자 그는 노년의 관조와 여유를 다룬 자작시를 나직하게 암송하기 시작했다. 때론 강한 목소리로, 때론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를 읽어나가는 그에게서 거친 파도와 싸우는 손마디 굵은 어부와 열정적으로 연기를 펼치는 배우의 모습이 느껴졌다. 낭만가객, 음유시인의 면모를 잃지 않고 고독하게 인생의 파도를 헤쳐 온 그에게 커튼콜의 힘찬 갈채를 보내고 싶어졌다. “브라보! 브라비시모, 유어 라이프!” 마침표 연습 2 이길원 내 연기(演技)가 비록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아이야 커튼콜하며 무대 비우는 배우에 갈채 보내듯 박수를 쳐라. 최선을 다한 나의 연기다 막이 내린다고 우는 사람 있더냐. 촘촘히 등 돌려 무대 내려오는 나는 박수를 받고 싶다. 내 서던 무대에 누군가 또 열정을 보일 것 이제는 너의 차례 신(神)이 누구에게나 한 번 주는 배역 비록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라 산다는 건 주어진 역할에 따르는 한 편의 연극 같은 것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 연세대학교 졸업.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리더십 스토리텔러. 세계일보에서 CEO 인터뷰 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강의했다. 저서로는 , , 등이 있다.
- 2017-01-23 0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