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쓴 모습이 카리스마 있어 보이지만, 그 속에 보이는 정동기 본부장의 눈빛은 꽤나 깊이 있다. 40년 가곡 감상으로 다져진 남다른 감성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게다. 그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가곡 감상 사이트 이름도 ‘내 마음의 노래(www.krsong.com)’일 만큼 가곡은 이미 그의 삶을 대변한다. 이제 가곡을 떼어 놓고는 그의 삶을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길 잡이 목련화는 /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백화점 스피커를 타고 가곡 ‘목련화’가 매장 구석구석을 수놓는다. 백화점 구경을 하러 온 한 고등학생 소년의 귀가 그 음악을 향한다. 소년은 무엇인가에 홀린 듯 발걸음을 멈추고 그 곡을 음미하기 시작한다. 5분 남짓 노래의 최면에 흠뻑 빠져 있던 소년은 노래의 마침표가 찍히자 최면에서 깨어난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차비 500원을 꺼낸다. 차비를 모두 쓰면 집까지 걸어가야 하지만 음반을 구입하는 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집으로 오는 길에 손에 들려 있는 것은 가곡 ‘목련화’가 담긴 커다란 LP판. 그때 그의 나이 18세,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 정동기 본부장의 가곡 음반 수집 인생의 시작이었다.
◇가곡 3000장
“장르를 불문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LP가 모두 3000장, CD가 3000~4000장 정도 됩니다. 그중 한국 가곡 LP가 500장, 한국 가곡 CD가 2500장 정도이고요. 가곡 음반만 3000장가량 되는 셈이죠. 제가 운영하는 가곡 감상 사이트 ‘내 마음의 노래(www.krsong.com)’에도 1만여 곡의 가곡이 올려져 있습니다.”
가곡 음반 수집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정 씨. 요즘도 틈이 날 때마다 명동과 회현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가곡 음반을 탐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웬만한 한국 가곡 음반은 모두 가지고 있어 음반 시장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새로운 음반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그의 사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방송사에서도 가곡 음원이 필요할 때 그에게 대여를 요청할 정도다.
그가 일명 ‘도너츠 판’이라고 불리는 10인치 LP판 다섯 개를 꺼내들었다. ‘방첩의 노래’, ‘저축의 노래’, ‘새마을 노래’, ‘고속도로의 노래’, ‘축구의 노래’라는 음반이었다. 그 제목부터 음반의 표지까지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 음반들은 시대의 상황을 대변해 주는 일종의 역사다. 정 씨는 가곡이 아니더라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음반들도 그때마다 모았다고 했다.
“예전에는 국가에서 하는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관련 홍보물을 음반으로 제작하기도 했죠. ‘저축의 노래’는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고속도로의 노래’는 경부고속도로 완공 기념으로 만들어진 음반입니다. 이 곡들은 가곡은 아니지만 가곡 작곡가들이 직접 곡을 만들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음반 ‘나그네의 노래’와 ‘길은 멀어도’의 기억
“잊고 있던 노래가 몇 년, 몇십 년이 흐른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20세 때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즐겨 듣던 가곡 ‘나그네의 노래(이호섭 곡)’라는 곡이 있었어요. 30대부터 그 음반을 찾으려고 수소문을 했는데도 찾기 힘들더군요. 그렇게 수소문한 것만 20여 년이었어요. 그런데 50대가 돼서 그 곡 작곡가의 아들이라는 분이 제가 아버지의 자료를 수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에게 연락을 해주어 그 음반을 우연히 얻게 된 적도 있습니다.”
정 씨가 가곡 음반을 수집한 세월만 해도 40년이 다 돼 간다. 수집 과정 중에서 그가 선택한 가장 소장 가치가 있는 LP는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이라는 곡이 들어 있는 영화 ‘길은 멀어도’ 10인치 음반이다. 그 음반을 구하기까지 나름의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가곡 대중화 운동’을 펼치곤 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뜻을 모아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열기도 했는데, 10여 년 전에는 그 연주회에 가곡의 거장 김동진 선생을 모셔 온 적이 있었다. 김 씨가 작곡한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이라는 곡을 직접 공연하기 위함이었다. 김 씨는 이곳에서 영화 ‘길은 멀어도’에 삽입된 적이 있는 이 곡을 직접 부르고 해석도 해줬는데, 이 곡과 영화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함께 설명했다고 한다.
“원래 영화에서 주인공인 최무룡 씨와 김지미 씨가 이 노래를 불렀어야 했는데, 최무룡 씨가 노래를 잘 못해서 김 선생님께서 직접 노래를 하셨다고 해요. 그 당시 영화는 모두 더빙이었으니 아무도 몰랐던 거죠. 최무룡 씨 부분은 김동진 선생님이 하셨고, 김지미 씨 부분은 바리톤 김동규 씨의 어머니인 성악가 박옥련(현재 ‘박석련’으로 개명) 씨가 불렀다고 합니다. 행사 때마다 얘기를 해주셔서 인터넷 LP 사이트를 뒤져 어렵게 구해 가치가 있는 음반입니다.”
◇저녁에 어울리는 음악
정 씨는 정통 클래식과는 달리 가곡은 아침이나 저녁에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말한다. 가곡이 담고 있는 특유의 서정성이 하루 일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활력과 평안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한국 가곡의 80%는 한국인의 서정성을 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속에 가곡과 같은 서정을 갖고 있어야 그 삶이 편안하고 여유로워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취미가 노후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근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는 가곡이야말로 신중년이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특효약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가곡을 합창해 보는 것은 음악적으로 자기표현능력을 키우면서도 서로 어우러지기 위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그가 10년이 넘게 가곡 합창과 발표회의 고삐를 놓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가곡은 신중년의 동심을 불러일으키고, 동심은 곧 젊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지금까지 해온 열정의 연장선에 있다. 지금의 직장인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에서 클래식한 한국문화가 더해지고, 고급스럽게 재창조돼 신중년이 이런 것을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말이다.
“오디오 감상실을 활용해 옛날 유료 음악감상실처럼 소장하고 있는 가곡 음반을 ‘더 클래식 500’ 회원들에게 들려 드리고 싶어요. 거기에 ‘음반으로 살펴보는 한국가곡사’ 등 더 클래식 500 특별전시회도 제가 가진 콘텐츠를 일터에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클래식 500
학교법인 건국대학교가 설립한 도심 속의 미래형 복합문화주거공간 ‘더 클래식 500’은 세련되고 편안한 하우징 서비스와 고급스럽고 우아한 호텔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 클래식 500은 상위 1%를 위한 프라이빗 시니어 타운으로 소수만을 위한 하우징 서비스를 하고 있다. 프리미엄 레지던스 콘셉트의 호텔 ‘PENTAZ’ 는 오래 머물러도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진행한다.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이상헌의 칼럼이 실리지 않은 여성지가 없었다. 세계일보 칼럼 1000회를 기해 시작한 ‘기쁨세상’은 한 달에 한 번씩 가진 모임이 200회를 훌쩍 넘겼다. 이상헌(李相憲·79) 한국심리교육협회 회장은 이 모임에서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기뻐하는 삶을 전파한다. 그는 감사와 기쁨, 이른바 ‘감기’가 자신을 살렸다고 말한다. 강연과 집필활동의 메시지도 다르지 않다. vk팔순이 다 된 나이에도 섹시한 뇌를 가진 이상헌 씨의 늙지 않은 삶의 나침반을 찾아봤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아기일 때 양잿물을 실수로 마신 저를 동네 장정들이 거꾸로 들고 병원까지 20리 길을 달려가 경추 연골이 닳아 체머리가 생겼고 이렇게 머리를 흔들어대고 있기 때문에 두뇌가 개발됐고 성장판이 늘어나 키까지 컸어요.(웃음)”
이상헌 회장은 ‘예비된 화였지만 화를 품은 복이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집필한 책만 150여 권, 이 중 등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3년 전에는 국민성공시대 대한민국 CEO독서대상도 수상했다. 평생 동안 어림잡아 한 2만권쯤 읽었다. 읽고 쓰는 일에 대해 그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연명하느라 절실히 매달렸다”고 표현했다. 어린 시절부터 얼마 못 산다는 선고를 수시로 들었다. 그만큼 몸이 여러 질병에 시달린 터라 몰입만이 고통을 잊을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책을 읽었고 방송을 했고 강연을 하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그의 대표작 도 이런 그를 우려하는 어머니의 말에 대한 가르침에서 시작됐다. “제가 ‘아파죽겠다’고 하니까 어머니가 그러더시더라고요. ‘죽겠다고 하면 죽는다. 아프면 견딜 만하다고 해라’라고. 그래서 통증이 죽을 것 같을 때도 ‘견딜 만하다’고 말하니까 또 견딜 만하게 변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죽지 않을까, 생명을 연장시킬까’하고 살아온 그는 “고난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예방주사와 같다”고 한다.
80년이 가까운 세월을 견디며 살아왔다는 그는 자신의 평생에서 지금이 가장 젊고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드는 것이야 어쩌겠냐마는 모든 기능상으로 가장 젊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전에는 늘 불안, 초조에 시달려 생전 웃지 않던 그는 70세가 넘으면서 해탈했는지 웃는 표정도 갖게 됐다.
그는 요즘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70대가 넘으면서 그를 괴롭히던 병들과 아픔도 하나둘 떠나가고 ‘오늘이 가장 젊을 때이고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라고 한다.
‘감기’가 그를 살렸다…‘운을 부르는 남자’
그는 매일 일기를 쓴다. 다만 일기장에 그날의 일 중 고마웠던 것, 좋았던 것, 기뻤던 것만 적는다. 그러다보니 매일 좋은 날이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살다보니 평생 그를 괴롭힌 아픔도 감사할 일이다. 그는 “아픔도 즐기자고 마음먹었어요. 난 아파보니까 안 아픈 게 얼마나 행복한지도 알고, 다른 사람들 만나서 얘기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하게 됐죠. 남들은 못 아파봐서 모르잖아요.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감사한데 뭐가 문제겠어요”라며 질곡의 삶에서 나온 긍정을 드러냈다.
감사나 감동할 때 엔도르핀의 4000배가 되는 다이도르핀이 생겨 신체의 각 기관을 새롭게 만들어 주는 기적을 경험한 그이기에 가능한 것.
그는 어려서부터 오랜 투병 생활을 해서인지 의사들은 40세를 넘기지 못한다고 했다. 몸에 저체온증, 심근경색, 부정맥 등 25가지 병이 있다는 의사의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듣고 나서 그는 젊은 나이에 죽는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갖고 살아왔다. 그래서 두려움을 잊기 위해 눈만 뜨면 책을 손에 쥐었다. 그는 죽음의 두려움을 잊기 위해 15년 동안 책 1만여 권을 읽었다. 책을 통해서 스스로 희망을 찾고 행복을 배워간 것이다. 책이 그를 변화시키고 희망, 성공과 행복에 대한 베스트셀러 저자로 설 수 있게 했다.
수많은 책을 읽고 강의와 글을 쓴 것도 죽음에 대한 준비였을지도 모른다. 강의를 하다가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가기도 하고 집 앞에서 길을 건너다가 오토바이사고로 의식을 잃기도 했다.
12년 전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을 때도 같은 심정이었다. 그는 허공에 붕 뜨는 느낌이 들면서 기억이 끊겼던 이 사고로 무릎 연골이 상했고 요추 신경을 건드려 걸음이 편치 않아 지금까지도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또한 감사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얘기인즉슨 그 전까지는 매일 바쁘게 강연을 다니고 글을 쓰느라 하루에 2~3시간밖에 자지 못해서 과로가 심했는데, 사고 덕분에 과로사를 피할 수 있었다는 이유다. 또 다리를 다치고 나니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이 눈에 들어오게 됐다고. 다리를 다쳐 거동이 어렵게 되자 할 수 있는 것은 기도와 집필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사고로 인해 집필한 책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전에는 강연과 병행하느라 시간에 치이면서 쓰던 글에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글을 쓸 때는 몰입을 하므로 아픈 게 없다. 방송, 강연도 그렇고 끝나기 시작하면 또 아프다.
고난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예방주사
그는 매일매일 애국가를 부른다. 혹자는 그를 애국자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안 부르면 죽을 것 같아서’ 부른다. 중학교 2학년때 6·25 전쟁을 겪은 그는 피난길 폭격에 형제들을 잃었다. 눈앞에서 둘이 죽고 누이 하나가 중상을 입고 헐떡이는 동안 곧 따라오신다던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공포를 견디기 위해 울면서 애국가를 불렀다.
“해는 넘어가고 새소리만 들리고. 아는 노래라고는 애국가뿐이었는데, ‘하느님이 보우하사’라니 가사도 얼마나 좋아요. 울다가 노래 부르다가 졸다가 하고 있는데, 새벽 3~4시쯤 저 산 쪽에서 아버지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오시더라고요.” 평생 몸과 마음에 고통이 끊이지 않았던 그에게 애국가는 일종의 진통제인 셈이다.
그는 “사람들이 불편한 건 불편한 일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불편한 걸 참다보니 불편한 거예요. 저는 아픔도 즐기거든요. 남들이 못하는 경험을 하는 건데, 돈이 드는 것도 당연하고. 그게 다 제 재산의 일부예요”라며 가급적 긍정적으로 감사한 일을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그를 통해서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에서 기쁨을 찾는다. 완전히 좌절했던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은 그의 전문, 큰 보람 중 하나다.
“세상에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쁜 점만 보니까 나빠 보이는 것이죠. 우리는 항상 자기 입장만 보기 때문에 서로 이해를 못하여 가정도 국가도 힘들어지죠.”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불운의 늪에 빠져 있다면 이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삐걱거리는 한 걸음이라도 움직여야 한다. 한 걸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이렇게 하면 운이 좋아져. 자, 넌 할 수 있어”라고 하는 유쾌한 뻥과 긍정의 마취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처방이다.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라는 의욕을 가지고 헤쳐 나갈 때, 뇌는 더욱 더 능력을 발휘한다고 그는 자신한다. “영원히 노화를 막을 수는 없죠. 그러나 죽는 순간까지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살고 싶다는 유쾌한 예방주사 한 방으로 뇌 노화에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살면 재밌잖소.”
그는 개인적으로도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람들에게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글을 쓰면서도 정작 저는 아내(장윤정·70)와 제대로 대화할 시간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는 아내와 40년 전, 50년 전 추억의 장소를 찾아 함께 식사를 해요. 할 얘기도 많아지고 너무 좋죠.”
매순간 그에게는 삶이 절실했다.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긍정에너지지만, 그의 앞에서 긍정적일 수 없는 일, 감사하지 못할 일이 얼마나 될까. 뇌의 스위치를 온오프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 있는 그의 노후가 아름다운 이유이다.
이상헌 회장이 제안하다/건강한 뇌, 젊게 사는 법 30가지
01.아침에 깨어나면 맨손체조부터 하라. 에너지가 넘친다.
02. 하루 5분 마음의 양식을 소화하라.
03. 긍정적인 언어만 사용하라. 말대로 이뤄진다.
04. 날마다 30분을 걸어라. 헬스클럽보다 효과가 크다.
05. 친구 3명과 통화하라. 나이 들면 친구가 보물이다.
06. 날마다 친구 1명씩 만나라.
07. 좋았던 기억을 재생하라. 그래야 천국의 문이 열린다.
08. TV시청은 줄여라. 소모적인 프로가 자신을 황폐화시킨다.
09. 미리미리 치아를 손봐라. 호랑이도 이빨 빠지면 맥을 못 춘다.
10. 호기심을 가져라. 그것이 젊음의 비결이다.
11. 하루 100자를 쓰고 1000자 글을 읽어라. 뇌가 젊어진다.
12. 감사와 기쁨을 기록하라. 하루하루 성장한다.
13. 좋은 취미를 살려라. 취미가 없으면 무미건조해진다.
14. 웃음의 시간을 늘려라. 기쁨이 100배로 증폭된다.
15. 피로가 쌓이기 전에 휴식하라. 의사가 필요 없다.
16. 생각의 폭을 넓혀라. 그래야 존경받는다.
17. 노여움, 미움은 뼈를 삭게 만든다. 용서의 달인이 되라.
18. 진실하라. 그래야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
19.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 노화가 발붙이지 못한다.
20. 과로는 노화의 주범이다. 알맞게 일하라.
21. 젊은이들과 어울려라. 나도 모르게 젊어진다.
22. 누구에게나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 위험한 말버릇이다.
23. 좋았던 일만 기록하라. 그것이 행복일기다.
24. 통화 대신 편지를 써라. 사고력과 집중력이 향상된다.
25. 손 운동을 하라. 뇌가 활성화된다.
26. 명상을 배워라. 신선 같은 사람이 된다.
27. 남이 잘하는 것을 찾아라. 장점을 보면 행복하다.
28. 불평은 불운을 끌고 다닌다. 좋은 말만 골라서 하라.
29. 누가 뭐라면 맞장구쳐라. 대인관계가 좋아진다.
30. 손주의 그림 하나 정도는 걸어둬라. 감동은 좋은 기운이 난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을 흔히 합니다. 동의보감에서 이른바 두한족열(頭寒足熱), “머리는 차게 발은 뜨겁게 하라”고 한 건강의 원리와 비슷한 말입니다. 아기를 재울 때에도 머리는 서늘하게, 가슴과 배는 따뜻하게 해주는 게 육아의 상식입니다.
그러나 ‘머리와 가슴’은 ‘머리와 발’보다 상징하는 바가 더 많고 큽니다. 머리가 지혜·지식·두뇌·슬기·판단, 이런 말과 관계된다면 가슴은 열정·용기 사랑 ·양육 ·포옹, 이런 말로 연결됩니다.
무엇이든 알기 쉽게 둘로 나누는 사람들의 말투를 빌리면 머리는 파란색, 가슴은 빨간색일 것입니다. 머리는 햄릿형·아침형 인간, 가슴은 돈키호테형·저녁형 인간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지와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에도 이성적인 나르치스와 감성적인 골드문트가 대비됩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을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관찰하고 판단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무리이며 그럴 경우 문제점과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이 세상에는 완벽하게 선한 사람도, 전적으로 악한 사람도 없습니다. 좌우, 동서, 상하, 고저, 장단, 남북, 남녀, 음양, 전후, 장유(長幼), 고금(古今), 귀천(貴賤)과 같은 말은 분별과 조화를 위해서 있는 것이지 대립과 쟁투를 부추기려고 만든 게 아닙니다.
분별이란 참 좋은 말입니다. 서로 다른 일이나 사물을 구별하여 가르는 게 첫 번째 풀이이지만, 세상일에 대한 바른 판단이나 생각, 어떤 일에 대해 배려하고 마련하는 것이라는 뜻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분별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섣불리 휩쓸리지 않습니다. 논어 위령공(衛靈公) 편에는 “군자는 긍지를 갖되 싸우지 않고, 군중과 함께하되 무리를 짓지 않는다(君子矜而不爭 群而不黨)”는 공자의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을 주희(朱熹)는 “자긍심을 가진 군자는 남에게 굴복하지 않되 싸우려 들지 않고, 군중과 함께 어울리되 편협된 무리를 지어 개인의 영리를 구하지 않는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논어 위정(爲政) 편에서는 “군자는 두루 친하되 결탁하지 않지만(君子周而不比) 소인은 결탁하되 두루 친하지 못한다(小人比而不周)”고 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말은 자로(子路) 편에 나오는 “군자는 남들과 조화롭게 지내지만 동화되지 않고(君子和而不同) 소인은 동화되지만 조화롭게 지내지 못한다(小人同而不和)”는 말입니다. 군이부당(群而不黨)·주이불비(周而不比)·화이부동(和而不同)이 바로 분별과 조화를 강조한 동양의 성어입니다.
김상협 전 고려대 총장이 1970년에 취임사를 통해 제시한 것은 ‘지성과 아울러 야성, 동양과 아울러 서양, 현대와 아울러 원시, 주체성과 아울러 국제성, 한국과 아울러 세계, 치밀한 계산과 아울러 우직한 의리’ 등이었습니다. 이런 이원공간을 대승적 견지에서 자유자재로 왕복할 수 있는 새로운 슈퍼네이션(Supernation)을 만들어 나가자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말들과 너무도 다르게 여러 가지로 갈라져 있습니다. 남북, 동서, 좌우, 계층, 연령, 성별 등 이런 분별의 요소들이 갈등과 대립의 요소로만 작용하고 있습니다. 통합·소통·화해는 이를 수 없는 이상이며 선거공약집에나 들어 있는 문자로 보일 뿐입니다.
영화 ‘변호인’의 내용을 모두 사실로 믿고 새삼스럽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숭배하는 사람들, 영화 ‘국제시장’이 나오자 이를 소재로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훈계하려 드는 세대 간에는 간극과 균열이 너무도 큽니다. 보수 대 진보의 진영논리와 쟁투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머리만 있고 가슴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니, 머리로만 생각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머리에만 있고 가슴에는 없는 것들을 두 군데에 다 있는 것처럼 과장하고 확대, 재생산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머리에 있는 것들은 가슴에 있는 것으로 조절해야 하며 가슴에 있는 것들은 머리에 있는 것으로 분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젊어서 사회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가슴이 없는 것이고 늙어서도 사회주의자인 사람은 머리가 없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젊음은 혁명과 개조를 꿈꾸고 추진하는 도전과 개척의 시기이지만 늙음은 경험과 경륜의 힘을 통해 생의 완성과 사회의 성숙을 지향하는 시기입니다. 젊은이들이 문제의식이 없고 나이든 노인들이 지혜가 없다면 개인과 사회의 불행일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고백했습니다. 김 추기경의 명언입니다. 김 추기경은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렇게 머리와 가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6월이 특수한 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6월은 남북의 달, 이념의 달,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6월 6일 현충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6·15 남북 공동선언, 그리고 벌써 65년을 맞은 비극의 6·25전쟁에다 한국 민주화의 역사에 큰 분수령이 된 6·10민주화항쟁과 6·29선언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6월은 정치와 이념으로 들끓는 시기입니다. 구호와 시위로 거리가 넘칩니다.
그러나 정치나 이념보다 끝내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현장입니다. 최근 논쟁 중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생계형 성매매 허용 논란이었는데, 집창촌 해체에 앞장섰던 김강자 전 서울 종암경찰서장이 허용을 주장했습니다. 집창촌 해체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적나라한 현장을 알게 돼 생각이 바뀐 것입니다.
나는 대학에 다니는 동안 민족이념연구회라는 서클 회원으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4학년이 됐을 때 신입생들이 ‘민족이념’이 뭐냐, 뭐가 우리 민족의 이념이냐고 자꾸 물었습니다. 대답이 궁한 나머지 “거꾸로 가자. 먼저 ‘회’가 뭔지, 어떻게 하면 모임이 잘 될는지 생각해 보자. 서로 잘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에 연구를 하고 대화와 토론을 하는 방법을 익히자. 그런 다음 민족이념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하자.”
이렇게 ‘거룩하게’ 말했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비슷한 취지로 의견을 밝혔습니다. 다시 그 상황이라 해도 그렇게 말해줄 것 같습니다. ‘회’라는 현장, ‘연구’라는 현장을 먼저 알려 하는 게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장이며 그곳에서 머리와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입니다. 이념이나 결론이 어디에서 어떻게 도출됐으며 얼마나 현장과 깊이 연동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인간이 배제된 이념은 다만 재앙일 뿐입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이념’을 강조합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 보송보송 바람결에 흩날리는 머리칼. 한 떨기 수선화처럼 여리여리한 배우 예수정(芮秀貞·60). 수줍은 소녀 같았던 그녀와 대화를 할수록 소녀가 아닌 소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속에 석유통을 지니고 있다며 야무지게 쥐는 두 주먹. 연극을 이야기할 때 빛나는 눈동자. ‘5월은 역시 어린이달’이라며 개구지게 웃음 짓는 모습까지. 건강보조식품이 아니라 연극을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그녀. 그래서일까? 무대 위에서 더 건강하게 빛나는 배우 예수정을 만나봤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1979년 연극 으로 데뷔, 그야말로 인생의 반 이상을 연기자로 살아온 예수정이다. 가슴을 파고드는 내면 연기로 보는 이의 심장까지 쿵쿵거리게 만드는 그녀가 요즘 가장 설레는 일은 무엇일까?
“나이가 들면서 실질적으로 인간관계에서 설레는 게 줄어서인지, 자연이 주는 설렘이 커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여명(黎明), 길을 나설 때 찬란한 햇빛, 이렇게 꽃이 핀다든지 나뭇가지가 새순 내느라고 그러는 것을 봐도 설레고요.”
조금은 의외의 답변이었다. 그래도 예수정 하면 ‘배우’라는 타이틀을 빼놓을 수 없는데, 작품 속 역할이 주는 설렘은 없는지 궁금했다.
“어떤 역할을 맡아서 설레는 것보다는 어떤 작품을 대할 때 설레는 마음이 커요. 내 심장을 가장 뛰게 했던 작품은 2012년과 작년에 했던 이에요.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죠. ‘구조가 왜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는가?’, ‘우리는 해방을 향하여 걸어나가야 한다.’ 등의 메시지는 평생 머릿속에만 있거든요. 실제로 내가 데모를 한 것도 아니고, 늘 삶의 과제처럼 남아 있는 거죠. 근데 작품에서는 액팅(acting)이 되어 있고 난 액팅 아웃(acting out) 하잖아요. 그런 작품을 만나면 피가 뜨거워지죠.”
어떤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은 가슴속에 지니고 있던 무언가를 펼쳐낸다는 기분일까? 그녀는 그보다도 더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표현했다.
“펼쳐볼 수 있다는 말로는 모자라요. 그대로 행위하니까, 그때야말로 진짜 살아 있는 것을 느껴요. 평상시 제 삶은 고즈넉해서 뭔가 역동치는 것은 없거든요. 그런데 같은 작품을 만나면 굉장히 행동적으로 변하죠. 실제 삶 자체보다도 더 큰 의지를 갖고 한 발을 딱 내딛는 거예요. 언젠가 나도 내 삶에서 그 한 발을 분명히 내디딜 것을 희망하지만 될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작품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그 한 발을 내딛거든요. 사고가 현현화되고, 나의 이상이 현상화되는 순간인 거죠. 그래서 공연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배우로서의 삶이 어렵지만, 실제 삶은 굉장히 생생하고 풍부해지죠. 우리 딸도 연극공부를 해서 지금은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물론 고생할 게 눈에 선하죠. 하지만 내 경험을 통해서 분명히 아는 것이 있어요. 연극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삶이 풍부해질 것이란 거죠. 그래서 딸에게도 ‘훌륭한 길 택했다’고 얘기해줬어요.”
내겐 참 고마운 직업 ‘배우’
단순히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기한다’기보다는 한 인간이 거대한 사고를 이뤄내는 과정에 연기가 양질의 영양분을 더해주고 있는 듯했다. 그녀에게 배우라는 직업이 주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았다.
“배우라는 직업이 무척 고마워요. 내 인생의 근본적인 목적을 향하는 길에 현재 내 직업이 절대 흠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온전히 만족하고 행복하죠. 직업과 내 인생은 서로 보탬이 돼요. 작품을 통해서 나 개인 예수정보다 더 나은 정신을 들여다보고, 그 정신을 들여다봄으로써 나의 삶이 더 좋아지는 것을 발견하죠. 사실 작품이 끝나면 배우는 다시 누추해지거든요. 그것을 인지하면서 덜 누추해지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다른 작품을 만나게 되고, 그 노력한 만큼이 분명히 작품에 입혀진다고 봐요. 그런 과정에서 작품을 보는 여유가 생기고 그만큼 인생을 사는 폭도 넓어지죠. 이렇게 서로 도와주고 있으니 얼마나 고맙습니까. 최고의 직업이죠.”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배우라는 직업이 숙명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녀가 이 숙명을 직감한 순간은 언제일까? 그 순간 역시 운명과도 같았다.
“대학교를 (고려대) 독문학과를 나왔는데, 그때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알게 됐어요. 브레히트의 ‘극장은 시민계몽의 공간이다’라는 말을 알고서는 ‘아, 내 평생 여기(극장)에서 산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라고 강하게 느꼈죠. 그 이후로 연극반에 들어갔고 엄마(배우 故 정애란) 몰래 연기를 시작했어요. 내가 고생할까 봐 연기하는 걸 반대했던 엄마의 마음도 이해했지만, 저 나름의 신념은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배우라는 것이 굉장히 소망이 가득한 일이라는 것 말예요.”
부끄러운 첫사랑의 추억처럼 살아 숨 쉬는 ‘열정’
처음 배우를 꿈꿨던 그때의 열정이 여전히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듯했다. 연기 인생 37년, 그때 가슴을 울렸던 그 결심이 현재는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물었다.
“그 생각을 남 앞에서 이야기할 만큼 내 삶 자체가 계몽적이거나 혁명적이지는 못했어요. 때문에 입으로 말할 순 없지만 부끄러운 첫사랑의 추억처럼 가슴속에서 없어지지는 않죠.”
그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이 있는데 나름의 사명감이나 소명의식은 분명할 것 같았다. 그런 기자의 이야기를 듣자 그녀는 ‘내공’이나 ‘연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부끄럽기만 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런 것까지는 없고요. 소신이라면, 내 사고가 계속 앞을 향해 걸어나가고 있는 한 이 직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나도 모르죠. 어느 순간 나 스스로 느낄 때 내 사고가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지 않다고 느끼면 빨리 떠나야죠. 무대나 필름에 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요. 그때는 무슨 사명감이나 소명의식 때문에 질질 붙들고 있지 말고 떠나야죠. 떠나고 싶지 않으면 앞으로 걸어나가야겠지만.(웃음)”
그녀의 말처럼 정년이 없는 배우로 살아가다 보면 쌓여가는 경력만큼 부담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부담을 설렘이라 표현하고 있었다.
“이제는 어떤 작품이 나에게 왔을 때 내가 나이든 사람으로서의 그 특성을 얼마만큼 표현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겉으로 찌글찌글한 모습만이 나이든 사람은 아니거든요. 나 역시 뭔지는 모르겠으나 이만큼(60년)을 살아왔다면 중간에 실수도 있었겠지만, 단 1초라도 은총을 받아 한 발자국이라도 걸어나갔다면 그 흔적들이 어떤 작품을 만났을 때 여태 먹은 끼니만큼의 밥값은 해야지 될 텐데, 그게 어떻게 묻어져 나올까? 나도 궁금해요. 그래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는 없어요. 어떤 역할이든 좋아요. 거기에 내 끼니가 어떻게 나올지 나도 궁금하고 설레거든요.”
어떤 역할이든 좋다고 말한 그녀. 요즘 떠오르는 중년의 로맨스, 특히 젊은 남자배우와 중년 여배우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도 적지 않다. 유독 멜로물과는 거리가 먼 배우 예수정. 혹시 그녀도 그런 로맨스를 꿈꿔본 적은 없을까?
“저는 뭐랄까. 사람이 참 건조해서. 아마 제가 만에 하나 그런 역할을 맡게 된다면, 그리고 그 역할이 제 피를 끓게 한다면 조금 또 다른 시각을 볼 것 같아요. 인생의 경험이 많아진 만큼 역으로 젊었을 때 청춘의 삶 속에 있었던 보석 같은 정서가 흐려졌을 수가 있죠. 어떤 젊은이를 만났을 때 남성이라서 끌리는 로맨스가 아니라, 그 젊은이를 통해서 다시 내 안에 생성되는 조금은 잊고 지냈던 그런 것들이 소생되면서 꽃처럼 피어나는 그런 거라 할까? 아, 소통하는 것. 그 노인 안에도 있는 젊음의 생기, 그 외부의 매개체와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것 말이죠. 그런 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이 아닌 실제 그녀가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남달랐다. 아니, 오히려 방법이 없는 것이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그냥 친구처럼 지내요. 그게 아마 동지의식이 있어서인가 봐요. 같은 작품을 하다 보면 동료애로 만나게 되죠. 제자들이 스승의 날 이야기를 꺼내면 ‘야야, 친구의 날은 없니? 하긴 에브리데이 친구의 날이니 친구의 날은 없나 보다.’고 말하기도 해요. 저는 아마 ‘공연’이라는 분명한 매개체가 있어서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무대 앞에서는 다 같은 배우니까요.”
조금 전 이야기와는 다른 면모였다. 자신을 건조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참 친근한 사람이니 말이다. 그녀는 왜 자신을 건조하다고 생각할까?
“옛날에 어떤 분이 날 표현하기를 ‘습기 없는 나무’ 같대요. 어? 이 사람 나를 참 잘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람이 좀 촉촉한 느낌이 나야 로맨틱하고 그런데, 그걸 아마 무의식적으로 차단하고 사는지 몰라요. 스스로 습관들인 자신의 삶이 건조한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말하다 보니 그게 나만의 (실수하지 않으려는) 방어책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연극’을 먹어 건강하고, ‘연기’를 해서 행복한 그녀
그녀는 배우로 살아가며, 연극을 하는 것이 곧 삶의 행복이자 건강의 비결이라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건강한 에너지가 샘솟는 법. 그녀가 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인지 물었다.
“하고 싶은 역할이요? 다 해봤어요. 대학 때부터 굉장히 하고 싶었던 라는 작품이 있었어요. 한 여성이 굉장히 육체적으로는 쇠퇴해지고, 정신적으로도 젊었을 때 순수성을 잃고 거기다 마약까지 하게 되죠. 그 여인은 자기가 본의 아니게 영혼, 정신, 육체가 다 망가진 삶 속에서도 순수함에 대한 동경을 놓지 않아요. 정말 감사하게도 그 역할을 두 번이나 할 수 있었어요.”
예수정의 데뷔작 의 연출을 맡았던 한태숙 감독은 당시 ‘예수정은 속에 불덩이가 있는 여자’라고 표현했다. 지금도 그 불덩이는 활활 타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제는 준비할 것도 없어요. 늘 내 속에 있으니까요. 없어지지 않아요. 넘칠 듯한 석유통을 품고 있거든요. 불은 언제나 붙어요. 오히려 그게 내 인생의 커다란 함정이랄까? 그래서 항상 조심하고, 나를 건조하게 만드는지도 몰라요. 삶 속에서 그게 확 타버리고 난 다음에는 어떠한 고통으로 다시 그 열량을 채워가야겠죠. 배우는 숙명적으로 ‘고통은 성숙의 미로’라는 말처럼 그 고통에서 벗어나 한 송이 꽃을 피워내야 해요. 그 고통을 지나 아름다운 꽃을 피웠을 땐 ‘아, 이 고통이 결국 내 삶을 꽃을 피우는 대미지였구나’라는 것을 깨닫곤 하죠. 또 한 가지, 나는 연극을 먹고 건강해지는 사람이거든요. 연극이 날 건강하게 하고, 내 삶의 활력을 가져다주죠. 누구든 매 순간 충실하면 그만큼 행복해질 수 있어요. 저는 연기가 생활이니까, 그걸 날마다 충만히 하는 가운데 늘 무언가가 채워지는 거죠. 그게 제겐 힘이 되고 행복인 셈이에요.”
예수정(芮秀貞)
1979년 연극 ‘고독이라는 이름의 여인’으로 데뷔, 1980년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대학원 문학석사, 1984년 독일 뮌헨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 연극학석사, 2004년 제5회 김동훈연극상, 2005년 제26회 서울 연극제 여자 연기상, 제10회 히서 연극인상, 제41회 동아연극상 연기상, 2006년 제1회 한국 여자 연극인상 등 수상.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 ‘19그리고 80’, ‘고곤의 선물’, ‘벚꽃 동산’, ‘허난설헌’, ‘바다와 양산’, ‘그린 벤치’, ‘손님’, ‘늙은 부부 이야기’ 등 주연.
먼저, 한자를 이용한 측자(測字) 파자(破字) 수수께끼부터 풀어봅시다. ‘아라비안 나이트’를 한자로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답은 壬子(임자)입니다. 壬을 파자하면 千一이 됩니다. 子는 한밤중[夜]인데 1001일 동안 밤에 이야기하면 곧 千一夜話(천일야화), ‘아라비안 나이트’가 되지요. 톨스토이의 ‘부활’은 復活이 아니라 甦(소)라고 쓰면 더 재미있습니다. 한 글자에 갱생(更生)이 들어 있지 않습니까? 잠이 깨다, 다시 살아나다, 이런 뜻이 있는 글자입니다.
이번엔 거꾸로 물어, 四季如春(사계여춘)이 무슨 말일까요? 1년은 네 계절[四季]로 되어 있고 봄은 새싹이 푸르게[靑] 자라는 계절인데 늘 봄과 같다니 얼마나 좋을까? 사계여춘은 청춘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말로 늘봄이라고 아호를 지은 분도 있던데, 그만큼 청춘은 소중하고 값진 것입니다.
청춘이라면 생각나는 게 소설가 우보(牛步) 민태원(閔泰瑗·1894~1935)의 ‘청춘예찬’입니다. 이 글은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잃고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 있던 이 땅의 청춘들을 위한 헌사였습니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우보는 청춘이 갖춰야 할 것은 끓는 피와도 같은 열정이라고 했습니다. 시인 고은은 이 글을 읽었을 때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듣고, 그 어떤 바윗덩이도 굴리며 앞으로 나아갈 것 같은 힘이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인류의 중요한 문화유산은 청춘의 열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며 청춘과 사랑 자체를 주제로 한 것들이 많습니다. 청춘에 대한 생각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청춘은 아름다워라’, 이 제목에 다 들어 있습니다. 청춘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아리고 아쉬운 것입니다. 청춘이라는 말을 들으면 joyful이라는 영어단어가 늘 생각납니다. ‘기뻐하는, 즐거움을 주는’ 이런 뜻인데 젊음의 낭만과 장난, 유희, 용서될 수 있는 실수라는 의미도 함께 갖춘 말처럼 느껴집니다.
구스타프 말러의 ‘대지의 노래’ 중 세 번째 곡은 ‘청춘에 대하여’(Von der Jugend)입니다. 말러가 ‘편안하고 명랑하게’ 부르라고 한 이 곡은 어느 한가로운 날 작은 연못 한가운데 있는 정자에서 잡담하는 젊은이들을 묘사한 시를 가볍고 산뜻한 악상으로 들려줍니다. 늘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길 것 같고 ‘어느 갠 날 아침 갑자기’ 온몸을 바칠 만한 사랑이 올 것 같은 예감과 충동 속에 약동하는 청춘의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청춘을 잃는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잃거나 생명을 잃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단가 ‘사철가’를 봅니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이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 데 있나.” 이 노래는 “세월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늙어진 계수나무 그 끄트머리에다 대란 매달아놓고, 무법도식하는 놈과 부모 불효하는 놈과 형제화목 못하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앉아 한잔 더 묵소, 덜 묵게 하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라고 끝납니다.
청춘은 다시 오기 어려우니 즐겁게 마시며 놀아야 할 시기입니다.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리는 게 청춘이라니 그대로 있을 수 없지요. 중국에는 무슨 무슨 춘이라는 술이 많습니다. 당나라 시대에 마신 술을 꼽아보면 대춘(大春) 석동춘(石東春) 부영춘(富永春) 약하춘(若下春) 죽엽춘(竹葉春) 이화춘(梨花春) 등 많기도 합니다. 이 술을 마시면 젊어진다, 젊음이 유지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청춘을 버린다는 뜻인 포청춘(?靑春)은 역설적으로 청춘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술의 대명사입니다. 고산 윤선도는 “산골에 갇힌 뒤부터/길고 긴 한낮이 늘 지겹구나/포춘을 무슨 수로 이어갈까/근매의 옛 다짐이 부끄럽네”[自我囚山後 常嫌白日遲 抛春何計繼 勤買愧前期]라는 시를 남겼습니다. 여기 나온 포춘이 곧 포청춘입니다. 勤買는 부지런히 술을 사서 마신다는 뜻으로 당송 팔대가 중 하나인 한유(韓愈)의 시 ‘감춘’(感春)에 나온 말입니다.
그러나 “석양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 지느냐”는 노래대로 다시 못 올 청춘을 술로 배웅하며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라고 해본들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내 것이었던 것, 그러나 이제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젊음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걸 모르지는 않지만 어쨌든 청춘과의 작별은 아쉽고 슬픈 일입니다. 다산 정약용은 ‘귀양살이의 여덟 가지 흥취’[遷居八趣]라는 시에서 “실버들 천 가지 만 가지/가지마다 모두 청춘/그 가지들 봄비에 젖으면/가지가지 사람 괴롭게 하네”[楊柳千萬絲 絲絲得靑春 絲絲霑好雨 絲絲惱殺人]라고 했습니다. 이 대목은 여덟 가지 흥취 중 맨 마지막 ‘버들을 찾는 것’[隨柳]인데, 반복되는 말 絲絲(사사)에 청청한 버드나무와 자신을 비교하는 다산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윤동주의 시 ‘병원’에는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러나 윤동주가 만난 그 의사가 그런지 몰라도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이의 병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 병을 겪었고, 어떤 형태로든 이기고 살아 오늘에 이른 사람들입니다. 젊은이들이야말로 나이든 이들의 병을 모릅니다.
나는 1973년 신문사 입사시험을 칠 때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연년세세화상사 세세연년인부동)을 ‘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건만 사람은 매년 달라져 가는구나’라고 풀었습니다. 해석문제는 풀었지만 그 문제를 낸 사람의 마음은 알지 못했습니다.
청춘은 세대 간 이해와 공감의 바탕이며 원천입니다. 자신의 청춘은 물론 남의 청춘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기입니다. 아울러 지금 청춘들의 처지와 고통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청춘이 힘겹지 않은 적은 어느 시대에도 없었지만 요즘 청춘은 특히 가엾기 그지없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니, 아프면 환자지 무슨 청춘이겠습니까?
1910년 5월 29일에 태어나 2007년 5월 25일에 타계한 금아(琴兒) 피천득선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라고 썼습니다. 왜 하필 스물한 살일까? 사랑의 고통 때문에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가서 모래밭에 몇 자 써놓은 뒤 죽지 않고 돌아온 나이가 스물한 살이었습니다. 금아는 ‘밝고 맑고 순결한 5월은 지금 가고 있다’고 썼지만, 나는 ‘밝고 맑고 순결한 청춘의 달 5월이 왔다’라고 글을 맺겠습니다.
무언가를 인지하고 판단하고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뇌가 원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뇌는 인간의 모든 행동과 사고 감정을 관장하는 기관일 뿐만 아니라 신체 각 부위의 장기를 조절 통제하고 있는 중앙 컨트롤 타워이다. 따라서 뇌가 활발히 움직이면 생각과 감정이 밝고 긍정적이 될 뿐만 아니라 신체 각 부위도 활력을 갖고 활발히 움직인다. 반면, 뇌가 주위의 여러 원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활력이 떨어지게 되면 뇌가 빠르게 늙어가 정신과 감정기능이 떨어져 정신병이나 우울병 등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중앙 조절 통제 기능의 약화를 초래하게 되어 우리 신체가 늙어가게 된다.
글 서유헌(徐維憲) 한국뇌연구원 원장/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즉 뇌력이 체력이다. 따라서 뇌를 활력 있게 건강하게 유지하고 잘 사용해야 오랫동안 젊음의 활력을 가지고 장수할 수 있으며, 잘못 쓰거나 잘 사용하지 않으면 치매를 비롯한 여러 가지 신경정신질환과 신체적 질병에 걸리게 된다.뇌는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중년의 생활습관병에서 비롯된 비만을 다스릴 때도 ‘위’가 아닌 ‘뇌’를 다스려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런 맥락과 같다.
뇌가 활력이 올라가고 건강하면 신체도 활력을 띠고, 삶의 질도 함께 올라가서 장수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뇌가 활력을 잃은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삶을 앗아가 버릴 수 있다. 우리가 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절대적 이유이다. 뇌에 있는 불로초를 잘 사용하면 누구든 100세까지 살 수 있으나 불로초를 잘 사용하지 못하면 단명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신체나이와 뇌의 나이는 비례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배우려고 해도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고 반응 속도가 느려 민첩하지 못하다는 것은 변명이다.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릴 때 뇌는 늙어간다. 신체적 활력이나 힘은 뇌활력에 비해 더 빠르게 약해진다. 젊었을 때는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어 올렸으나 80대가 되면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기가 더 힘들다. 그러나 노력하면 80대가 되어도 젊었을 때 못지 않은 기억력을 유지할 수 있다.
뇌의 신경세포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데 자극이 가해지지 않으면 자신이 필요 없다고 인식해 그 순간부터 정보 전달을 위한 시냅스 회로를 없애고 죽어버린다. 반대로 자극이 가해지면 시냅스 회로를 새로 만들어 정보 전달을 위해 뇌를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러므로 설사, 치매에 의해 뇌신경세포가 상당 부분 죽는다 해도 남아 있는 신경세포의 회로가 발달하면 망가진 뇌 기능의 일부를 대신하여 기억 기능, 인지 기능 등의 소실이 잘 나타나지 않아 상당기간 치매 발병이 지연될 수 있다.
뇌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신경세포가 죽고 그 결과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그러나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잘만 관리하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고 기능 저하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인 미켈란젤로는 89세로 사망할 때까지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으며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은 76세에 사망하기 전까지 병석에 누워서도 생애 최고의 이론을 세우는 연구를 했다. 세기의 지휘자로 불리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역시 81세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열정적으로 연주 활동을 했다. 우리 주변에서 젊은 사람 못지않은 인지 기능을 보이는 노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나이에 구속받지 않고 활력을 유지하는 사람과 치매에 걸려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사람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뇌가 건강한 사람은 특별히 유전적으로 뛰어난 조건을 갖추었거나 좋은 약, 좋은 음식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끊임없이 뇌를 적절히 자극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낙관적 생활관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이다.
뇌를 단련하고 사용하는 동안 뇌는 점차 활력을 되찾고, 필요한 에너지는 재충전될 것이다. ‘나이가 든다 = 뇌도 늙는다’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공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뇌활력을 깨우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뇌의 피로는 건망증의 최대 원인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억력 감퇴, 무력감, 긴장성 두통, 근육의 긴장, 고혈압, 우울증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뇌세포를 혹사할 때 일어나는 증상과 아주 비슷하다. 뇌세포는 일정 이상 지속적인 자극을 받으면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는 ‘불응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충분히 쉬거나 수면을 취한 다음에는 다시 반응성이 회복된다. 밤을 새우고 난 다음 날이나 큰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기진맥진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험을 해 본 적이 많이 있을 것이다. 뇌는 무한대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중년기 뇌활력의 가장 큰 적은 뇌세포의 피로다.
기억 연구로 유명한 도널드 헵 박사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연구하던 47세 때 심각한 기억력 장애를 경험했다. 그는 논문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노트를 펼쳐 보니 이미 그 부분이 자신의 글씨로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논문을 읽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당장 일을 중단하고 충분히 휴식하면서 영양을 보충했고, 그 결과 기억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노령인 지금도 헵 박사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중년에 생기기 쉬운 건망증을 노화 현상으로 당연시해서는 곤란하다. 건망증 자체가 치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적인 피로가 오게 되면 치매가 일찍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초로 치매가 최근 증가하는 것도 누적된 스트레스에 의한 피로가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피로에 지쳐 있거나 혹사 당한 뇌가 언제 어떻게 시스템 이상을 일으킬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뇌의 건강이야말로 신체의 건강은 물론 삶의 행복과 직결되어 있다.
습관적 음주와 흡연이 뇌를 깎아먹는다
피곤한 중년의 뇌를 더욱 피곤하게 하는 것은 습관적인 음주이다. 중년은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술로 풀려고 하지만, 습관적인 음주는 뇌를 전체적으로 마비시키고 위축시키며 표면에 있는 골을 넓고 깊게 만든다. 또 뇌세포가 많이 손상되고 위축되어 뇌척수액이 순환하고 있는 뇌실이 넓어지고 무게도 가벼워진다. 특히 전두엽이 위축되고 얇아져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와 자제심이 부족해지고, 끈기와 집중력이 떨어지며 쉽게 화를 내기도 한다. 알코올은 도덕심과 창의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술이야말로 중년들에게 가장 큰 위협인 것이다.
술과 함께 담배도 뇌를 피곤하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다. 미국 예일대 정신과가 실시한 연구에서 흡연자의 뇌는 비흡연자의 뇌보다 왼쪽 대뇌피질이 얇을 뿐 아니라, 흡연량이 많고 흡연기간이 길수록 더 얇아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뇌피질은 언어와 청각 능력, 정보 전달력, 기억력과 관련된 부위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두께가 얇아져 청각과 언어능력, 기억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담배가 이를 더 부추기는 것이다. 또한 중년의 나이에 담배를 피우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심장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최대 4배 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술을 마실 때 담배를 같이 피우면 술만 마실 때보다 뇌장애, 특히 청각 기능에 더 큰 장애가 올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보고되고 있다.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뇌의 활력이 많이 떨어진다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은 기름이 바닥난 자동차를 끌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까지 기다리는 것은 꽤 긴 시간이다. 장시간의 공복은 뇌에 부담이 된다. 이런 식습관이 오래간다면 뇌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또 하나 아침 식사가 중요한 이유는 체온이다. 사람은 수면 중 체온이 1℃ 정도 내려간다. 겨울 산속에서 재난을 당해 잠들면 체온이 떨어져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체온이 떨어지면 뇌 활동도 둔해진다. 오전 중에 뇌 활동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면 중에 떨어진 체온을 올려줘야 한다. 이러한 신체 활동을 위한 준비가 바로 아침밥이다.
하루 종일 뇌가 원활하게 정보전달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40~50종에 이르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원료 공급이 부족해 신경전달물질이 적게 만들어져 뇌 기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오전 내내 호르몬 중추인 뇌하수체 바로 위에 있는 시상하부 속의 식욕 중추가 흥분을 하게 돼 집중력이 떨어진다. 즉, 아침밥을 먹어야 탄수화물이 혈당량을 높여 정상적으로 뇌활동을 펼칠 수 있다.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은 기름이 바닥난 자동차를 끌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시간의 공복은 뇌에 부담이 된다. 이런 식습관이 오래간다면 뇌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영화 ‘은교’ 중에서 “너희의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70대 노교수의 대사가 나온다. 노화한다는 것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 담긴 서럽고 아쉬운 감정에 강한 여운이 남는다. 그런데 말이다. 과학이 발전하듯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의술로 젊음을 되찾는 것에 익숙한 신중년이 늘고 있다.
최근 신중년 성형수술이 늘고 있는 이유는 단지 성형뿐 아니라 안티에이징(항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 아저씨(아줌마) 아냐’라는 노무(NoMU: No More Uncle)족, 노마(NoMA: No More Aunt)족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본격적으로 떠오른 것은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그만큼 급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황혼 성형, 줌마(아줌마) 성형, 효도 성형 등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13년 국내 소비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안티에이징 산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미용 목적의 의료비 지출 순위가 20대에 이어 50대가 2위로 나타나 수치상으로도 이미 중년 성형이 가진 의미가 큰 상태다.
특히 대부분 응답자는 향후 안티에이징 관련 서비스를 늘리거나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해 앞으로도 성형수술을 비롯해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소비 트렌드가 형성된 이유는 ‘젊음에 대한 관심’과 ‘외모가 곧 능력’이라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의 86.9%는 ‘과거보다 젊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나’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응답했고, ‘외모가 곧 능력이자 자기관리의 척도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63.9%가 ‘그렇다’고 답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안티에이징 시장 규모는 약 12조원으로 매년 10.1%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GDP 성장률이 정체되고 민간소비 증가율이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안티에이징 시장은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안티에이징을 넘어 다운에이징으로 확산 중
지난해 말 김모(57)씨에게 손자가 태어났고 드디어 할머니가 됐다. 그렇지만 주름살 가득한 할머니로 있기는 싫었던 그녀는 올해 ‘실 리프팅’을 받기로 결정했다. 가족들도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특히 그녀의 딸이 재빠르게 성형외과를 알아보고 상담을 예약하는 등 공이 컸다.
그녀는 “사실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는데 30분 만에 끝나서 오히려 걱정했던게 창피할 정도”라고 시술당일을 기억했다. 시술은 얼굴에 마취크림을 바르고 의료용 녹는 실(PDO)을 바늘로 삽입한 것이었다. 4주후, 그녀는 “붓기도 많이 빠지고, 자연스럽게 주름이 펴져 자신감이 생겼다. 가족모임이나 친구들 모임에 가서도 당당한 모습으로 참석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밝혔다.
2015년 대한민국 성형 시장에서 ‘안티에이징 클리닉’은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됐다. 거의 모든 성형외과는 신중년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환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드림성형외과 박양수 원장은 “전체 성형환자 중 중년환자의 비율은 최소 20~30% 정도로 집계된다. 동안 수술(리프팅, 상하안검)의 비중 또한 최근 2년간 약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불과 몇 년 전과는 달리 중년 이후의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상담하고 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동안을 향한 갈망과 성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JK성형외과 배준성 원장은 “아름답게 사는 것을 추구하며 경제력까지 갖춘 ‘우아한 신중년’층이 사회 전반적으로 등장하면서 젊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다양한 수술과 시술 그리고 피부관리 등의 도움을 받기 위해 많은 이들이 성형외과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덴성형외과 석윤 원장 역시 “안티에이징 수술이나 시술이 신체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기존 수술보다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단순히 젊음을 유지하려는 안티에이징 붐이 연령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다운에이징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랜드성형외과 유상욱 원장은 “최근 다운에이징 분위기 탓에 실제 나이보다 더 젊게 보이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형외과를 방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주로 기능성 화장품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위를 시술로 개선한다”고 말했다.
‘근대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 푸시킨은 운문소설 에서 젊은 시절에 젊었던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늙은 시절에 늙은 사람도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젊은 나이에 젊은 것이며 늙은 나이에 늙은 것인지 한마디로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나이와 삶의 단계에 대해서는 공자의 말이 유명합니다. 공자는 40이 불혹(不惑), 50이 지천명(知天命), 60이 이순(耳順), 70이 종심(從心)이라고 했습니다. 마흔이 되면 판단이 흐려지는 일이 없게 되고, 쉰이 되면 천명을 알며, 예순이 되면 생각하는 게 원만해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일흔이 되면 하고 싶은 대로 하더라도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지금 사람들도 과연 그럴까요? 불혹이 아니라 다혹(多惑)이라고 해야 할 만큼 요즘의 마흔은 분별이 모자라고, 천명을 알기는커녕 천명의 존재 자체를 우습게 볼 만큼 요즘의 쉰은 여전히 역동적입니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옛사람들은 “마흔이 되면 매지근하고 쉰이 되면 쉬지근하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예순 일흔에 대해서는 그런 말도 없을 정도였고,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하듯이 일흔을 넘기는 것은 대단한 장수로 치부돼왔습니다.
지금은 생활환경이 나아지고 의료와 복지의 발달로 인해 평균수명이 늘어나 원래 나이에서 20%를 깎은 게 실제 나이라는 말도 합니다. 40세는 청춘의 노년, 50세는 노년의 청춘이라고 말하는 장수시대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50이 불혹, 60이 지천명이라고 해야 할 판입니다. 나이의 Norm(표준)과 틀이 없어지는 세상입니다.
칠순을 넘기면 신선이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라고 말한 분도 있습니다. 서른은 가정과 사회에 모든 기반을 닦는다는 이립(而立)의 나이이지만 요즘 서른에 결혼하거나 취직해 삶의 기반을 닦는 젊은이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전통적인 나이의 규범에 따라 삶과 세상을 생각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루소는 에서 10세에는 과자, 20세엔 연인, 30세엔 쾌락, 40세엔 야심, 50세엔 탐욕을 좇는 게 인간이라고 말했습니다. 60세 이후엔 뭘 추구하나요? 벤저민 프랭클린은 에서 20세에 중요한 것은 의지, 30세에 중요한 것은 기지, 40세에 중요한 것은 판단이라고 했는데, 50세 이후에는 뭐가 중요할까요?
영국 시인 에드워드 영(1683~1765)은 “나이 마흔에도 바보인 사람은 정말 바보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자는 “40, 50이 되도록 이름이 나지 않는 사람은 두려워할 게 없다”고 했습니다. “20세에 용모 수려하지 않고 30세에 건장하지 않고 40세에 부자가 안 되고 50세에 현명하지 않으면 평생 수려 건장 부자 현자가 될 수 없다”고 한 사람(영국 시인 조지 허버트 )도 있습니다. 83세까지 장수하면서 다방면으로 큰 업적을 남긴 괴테는 “무언가 큰일을 성취하려 한다면 나이를 먹어도 청년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자꾸 초조해집니다. 귀한 생을 받아 이 세상에 왔으니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거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떠나고 싶은데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꼭 오래 살아야만 이름을 남기는 건 아닐 것입니다. 독일의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는 겨우 24세로 죽었지만 그의 작품은 탄생 200년이 지난 지금도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유명한 천재들 중 요절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삶을 완성하고 갔습니다. 44세로 사망한 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는 ‘20세에 취했고, 30세에 파멸했고, 40세에 죽었다.’고 노트에 썼습니다.
천재들은 예외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릴케의 에 나오는 말처럼 ‘사람은 일생을 두고 가능하면 아주 오래오래 살아서 우선 꿀벌처럼 꿀과 의미를 모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최후에 가서는 아마 10행쯤 되는 좋은 시를 쓸 수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시는 감정이 아니라 사실은 경험인 것이다’,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고 진보하는 존재일까요? 판단력이 여물면 상상력은 시들어갑니다. 외적 아름다움과 내적 충실을 뜻하는 춘화추실(春華秋實)이라는 말이 있지만 봄의 꽃과 가을의 열매를 동시에 즐길 수는 없습니다. 영화 에서는 라라의 약혼자이자 러시아혁명 주체인 스트렐리니코프가 악덕 변호사 코마로프스키에게 “인간은 연령으로 진보하지 않는다”는 말을 합니다. 코라로프스키가 나이가 들면 관대해진다고 대답하자 스트렐리니코프는 다시 “자기 자신에게만 관대해지는 것”이라고 면박을 줍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자신에게만 관대해지고 꽉 막힌 외고집 벽창호가 된다면 그런 나이와 삶은 많고 길어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대개 좋은 것, 유리한 것만 기억하려 합니다. 969세까지 살았다는 성경 속 인물 므두셀라의 이름에서 유래한 ‘므두셀라 증후군’은 지나간 일 중 좋았던 기억들만 남겨 청춘을 ‘좋았던 시절’로 치부해 버리는 성향을 뜻합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자신의 가장 좋은 샷만 기억하거나 가장 좋았던 점수를 평소 실력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런 착각과 교만을 경계하면서 겸손과 배려의 나이를 쌓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92세로 타계한 핀란드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는 83세 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최근에야 지상에서 내가 존재하는 시간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우리가 이사 왔을 때 정원의 나무는 아주 작았고,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이제 나무는 내 머리 위에서 나부끼면서 ‘당신은 곧 떠나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수백 년을 더 머물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기 때에는 앞으로 넘어지지만 철이 들면 뒤로 넘어진다고 합니다. 앞으로 넘어졌다가 똑바로 섰다가 뒤로 넘어지는 게 사람의 일생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이는 남이 알려줘야 자기 나이를 알지만 노년에 이른 사람은 힘겹도록 스스로 자기 나이를 압니다. 설날이 들어 있는 2월은 나이와 늙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되도록이면 똑바로 서서 의미 있는 삶을 완성해 가야 하겠습니다.
미국의 여성 시인 메이 스웬슨(May Swenson 1913~1989)의 ‘어떻게 늙을까’(How to be old)라는 시 일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젊기는 쉽지. 모두 젊어, 처음엔. 늙기는 쉽지 않아. 세월이 걸리지. 젊음은 주어지는 것, 늙음은 이루어지는 것, 늙기 위해선 세월에 섞을 마법을 만들어 내야 돼.’
그 마법을 찾아야 합니다.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이사대우 논설고문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한국1인가구연합이사장
※지금 우리의 모습은 20년 전 꿈꾸던 모습이십니까? 한 청년이 20년 후 여러분 세대가 될 때를 상상합니다. 치열하게 살고 있고, 누구보다 사람 욕심 많은 청년입니다. 이 친구의 20년 스케치. 잘 그리고 있는 것 맞나요?
직원 200명, 새마을 휘트니스 13호점 개점.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인근에 2개의 피트니스 클럽, 10여 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불과 4년 반 만에 일궈낸 성과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NNCompany에서 운영하는 새마을 휘트니스는 지난해 13호점을 돌파해 올해 20호점 개점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새마을 휘트니스를 4년 반 사이 10배 이상의 매출 성과를 이뤄내 피트니스계의 거물로 성장시킨 주인공은 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다. 종합격투기 선수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외모였지만 순수한 눈빛과 바른 말투의 구진완 대표다. 근데 이 젊은이 이러한 성과를 내기까지 고생 참 많이 했나 보다. 억만금을 줘도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단다. 10년 전 상상했던 모습이 지금 그대로 실현되어서 그렇다면 20년 후의 모습은 어떨까? 자신의 먼 훗날 모습도 꿈꾸는 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자신감에 꽉 찬 그. 궁금해졌다. 알차게, 착실하게 그리고 패기 있게 20년 후를 스케치하고 있는 구진완을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잘 살고 있는 것인지 팔짱 느긋하게 끼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야무진 꿈
“보라매에서 새마을 휘트니스 1호점과 2호점을 낼 때의 목표가 ‘우리나라 피트니스 업계 1위만 해보자’였습니다. 사실 그때 반신반의했었죠. 그런데 4년 반만에 그것을 이뤄내니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네요. 이전에는 한계를 두고 사업을 했지만, 이제는 한계를 두지 않을 생각입니다. 20년 후 국내 30대 기업의 총수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누군가가 ‘꿈도 야무지다’라며 콧방귀를 뀔 수 있을 만큼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 대표. 아직 모두 그릴 수 없는 그림이지만, 차근차근 그 그림들을 그려나가고 있다. 남성 전문 헤어숍 ‘더 수컷(The SooCut)’, 온라인 셀렉트숍 ‘픽업(Pigupshop.com)’이 오픈한 것과 올해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플레이백’은 그 꿈의 첫 발걸음이다. 고작 이것으로 20년 뒤 30번째 줄 안에 설 수 있겠냐는 말에 돌아온 것은 당찬 포부였다. 자신을 소심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신감이 철철 넘쳤다.
“사실 ‘더 수컷’과 ‘픽업’은 새마을 휘트니스를 사랑해 준 고객들을 위한 보상 차원이죠. 저의 최종 목표는 따로 있습니다. 호텔과 리조트가 바로 그것이죠. 그래서 하루에 10시간 넘게 독서에 몰두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저렴하고 좋은 서비스의 호텔·리조트를 이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요. 독서를 하면서 받은 영감들이 결국 경영철학이 되고, 사업을 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 재탄생하더라고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
60대. 몇 년 전까지 구진완 대표에게 그 영롱한 숫자는 상당히 거창한 것처럼 느껴졌다. 엄청난 재력가가 된다면, 인생이나 사업에 실패를 맛본 사람들을 위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받은 것들을 돌려줘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었다. 하지만 구 대표는 언제부턴가 그것이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인가라는 물음표를 던졌다고 한다. 진정 내 행복을 위한 길인 것인가라는 의문 말이다. 또 동생, 친구 같은 직원들과의 스킨십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들이 60대가 돼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구 대표가 상상하는 60대 노후 생활은 보다 현실적으로 변하고 있다.아버지가 그려 준 시골 옛 집터 그림과 회사를 경영하며 함께 해온 이들은 그가 상상하는 노후를 구체화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몇 년 전에 아버지가 그림을 하나 그려 주셨습니다. 지금은 터밖에 남지 않은 충청도 할머니 집 말입니다. 그곳에 집을 지으면 좋겠다면서 말이죠.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제가 꼭 돌아가야만 할 곳 같았거든요. 거기까지는 가지 못할 것 같지만, 20년 후에는 서울 근교에서 생활하고 싶어요. 도시를 벗어나서 말입니다. 실패한 사람들을 위한 곳은 아니지만, 제 주위 사람들의 멘토는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저를 크게 키워준 그들이 힘들고 지칠 때,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곳에 있어야 되지 않겠어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어요.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그때 제가 이룩해 놓은 것들이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걸림돌
그에게 물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걸림돌이 있을 텐데요, 당신이 생각하는 걸림돌은 무엇이 될 것 같습니까?”
그의 대답은 ‘꾸준한 성과’였다. 그 이유는 모두 동생과 친구로 여기는 직원을 향해 있다. 그가 상상한 20년 후의 ‘멘토’와 ‘30대 기업 총수’는 모두 그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동생들이 저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너무 싫어하지도 않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 구 대표에게서 사람에 대한 욕심이 느껴진다. 동생들이 덩실덩실 춤추면서 일해야 성과가 나기 때문에, 그들이 한바탕 춤 출수 있도록 놀이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얘기한다. ‘성과’는 그런 면에서 꼭 필요한 것이었다. 금전적인 것보다 구 대표가 펼쳐놓은 미래를 믿고 청춘을 불 싸지르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제가 상상한 60대에요? 20년 후에는 동생들(직원)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그들을 설레게 해줘야 되는데, 손에 잡히는 게 없으면 저를 믿고 따라올 수 있겠어요? 그만한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신이 나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죠.”
그동안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직원들의 월급이 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빌리러 다녔던 초창기 새마을 휘트니스 때와 비교하면 ‘보라매의 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구 대표는 긴장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그리고 ‘보라매의 기적’의 공을 동생들에게 돌린다.
“저 혼자 여기까지 끌고 온 게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20년 후라고 달라질 것 있나요? 꾸준히 보여줘야죠. 저만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까요. 노후 준비요? 지금 제가 잡고 있는 사람들이죠. 정말 제가 놓아서는 안 될 것들.”
◇현재는 과거의 보상
그는 27세 스쿼시 강사를 할 때부터 이를 악물고 성공을 갈망해 왔다. 새마을 휘트니스를 개업하기 전에 벌였던 두 가지 사업에서도 쓴 맛을 봤다. 몸으로 부딪혔던 그 당시 열정 하나만으로 삶을 감당하기엔 경험이라는 축적된 자산이 너무나도 부족했던 탓이었다. 실패는 피가 되고 살이 됐다. 그러나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은 실패였다. 과거를 떠올리며 현재에 서 있는 구 대표가 미래에 대해 상상한다.
“저번에 TV를 보는데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나에게 젊음을 준다면, 억만금이라도 지불하겠다고요. 전 그렇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쟁취해 낸 행복인데요. 전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내가 어렵게 얻은 사람들을 다시 놓치기 싫거든요. 저 지금 너무 행복하거든요? 아마 내일은 더 행복할 것이고, 모레는 더 그러겠죠. 20년 후요? 어떨지 상상이 가시죠?”
자연과 생명, 그리고 젊음을 말하는 청춘까지. 그렇게 초록은 싱그럽고 생기발랄하다는 인식과 더불어 ‘건강’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각종 성인병과 암을 유발하는 현대인의 육식 과다 섭취가 문제로 부각되면서 채식 위주 식습관이 주목받고 있다. 채소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초록’이 연상되듯, ‘초록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 몸을 더 건강하게 가꿔주는 웰빙시대의 슬로건이라 할 수 있겠다.
초록 식물의 ‘푸른 혈액’ 엽록소
초록 식물에게 생명과 색을 선사하는 엽록소를 일컬어 ‘푸른 혈액’이라 부르곤 한다. 엽록소는 소염작용과 해독작용으로 각종 염증을 막아주고 손상된 세포를 재생해 암이나 각종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또한, 항알레르기, 항콜레스테롤 작용을 하며 혈압 안정, 피로 해소, 노화 예방에도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이러한 엽록소를 가장 많이 함유한 것은 역시나 식물이다. 녹차, 매실, 브로콜리, 시금치, 매생이, 알로에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린푸드에는 엽록소 외에도 비타민을 비롯한 우리 몸에 이로운 각종 영양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오히려 주변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어 섭취에 소홀할 수 있는 그린푸드. 그중에서도 특별히 꼭 챙겨 먹어야 하는 그린푸드가 있다면 무엇일까?
홍영재 박사가 추천하는 그린푸드 4선
1) 암 증식을 억제하는 ‘브로콜리’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생육을 막는 ‘설포라판’, 당뇨에 유익한 ‘크롬’, 대장암 발병률을 줄이는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다.
2) 독을 없애는 푸른 보약 ‘매실’
해독작용과 살균작용이 뛰어나 각종 독성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 준다. ‘음식의 독’, ‘피 속의 독’, ‘물의 독’ 이렇게 3독을 없애는 효능이 있어 ‘푸른 보약’이라 일컫는다.
3) 태양의 영양소 ‘매생이’
식물성 식품이면서도 단백질 함유량이 높고 지방,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 등 5대 영양소를 모두 지니고 있어 우주 식량으로 지정될 정도로 ‘완벽 식품’으로 손꼽힌다.
4) 초록색 인삼 ‘시금치’
베타카로틴, 철분, 칼륨, 칼슘, 엽산 등이 풍부해 빈혈, 치매, 골다공증 등에 좋고, 눈의 노화로 발생하는 백내장의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
영양만점 브로콜리 맛있게 즐기자
브로콜리는 마음만 먹으면 활용도가 높은 식재료다. 과일이나 채소 등과 함께 주스를 만들어 먹어도 좋고, 조림이나 볶음 요리에 넣어도 색감이나 영양이 풍부해 진다. 라면을 먹을 때도 브로콜리를 넣어 끓여먹으면 나트륨 배출을 도와 더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다.
# 브로콜리 스무디
일주일에 한 번, 신선한 브로콜리 스무디 한 잔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활력 넘치는 일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스무디 재료: 요거트 80ml, 바나나 70g, 사과 40g, 브로콜리 70g, 키위 50g, 우유 200ml, 아몬드 5알
# 브로콜리 샐러드
어떤 식재료와도 부담 없이 어울리는 잘 브로콜리를 살짝 데쳐 샐러드에 응용해보자.
샐러드 재료: 브로콜리, 청경채, 양상추, 치커리, 비타민, 토마토, 아몬드, 골뱅이(인원에 따라 적당량 준비한다.)
샐러드 소스 재료: 키위 2개(180g), 사과 1/2개(90g), 양파1/4(50g), 레몬즙 약간, 올리브유 약간
암 증식을 억제하는 브로콜리
베타카로틴, 셀레늄, 각종 비타민, 루테인, 식이섬유 등 항암작용을 하는 성분들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 암에 강한 채소라고 불릴 만하다. 특히 설포라판, 인돌, 리그난 성분들은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호르몬과 관련된 각종 암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 중 설포라판은 단순히 암을 예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암세포의 추방과 증식 억제에도 탁월하다. 인돌은 발암 물질을 해독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 에스트로겐과 연관이 깊은 유방암 세포의 성장 및 전이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브로콜리, 선택이 아닌 필수
브로콜리의 비타민 C 함유량은 레몬의 2배이고 다른 채소나 과일에 함유된 비타민 C에 비해 열에 의한 파괴가 적고 섭취가 용이해 피로 해소 및 피부 미용,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비타민 C는 칼슘의 흡수를 촉진하여 뼈를 건강하게 해주므로 골다공증의 예방 효과가 있어 중년여성에게는 브로콜리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이외에도 항산화, 노화 방지, 혈전 예방, 시력 보호, 비만 예방, 면역력 강화, 성인병 예방, 변비 예방 등의 효능을 가지고 있다. 만약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할 음식이 있다면 브로콜리는 그중 한 가지가 될 것이다.
홍영재 박사
산타 홍 클리닉 원장, 대한여성비만 노화방지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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