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을 달려왔는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부모님을 따라 청량리역에 내린 시각은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었다. 청량리역을 나서면서 필자 입에서 나온 일성은 ‘아부지! 하늘에 호롱불이 좍 걸려 삣네요’였다. 그때가 필자 나이 9세이던 1966년 가을이었다.
필자는 경주 인근 작은 산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곳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었다. 초등
1992년 1월 8일 시작한 수요집회(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정기 시위)는 2011년 12월 14일 1000회를 맞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이 여전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 일제강점기 세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를 펴낸 권비영(權丕映·61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맨해튼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웬만해서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기 어렵다는 말을 흔히 한다. 고층 빌딩이 빼곡한 맨해튼은 아주 삭막해 보이지만 어디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다. 뉴요커들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극장, 카네기홀,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이나 현대미술관(MoMA)과 같은 세계적인
나는 안경 대신에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여 눈이 나쁘단 사실을 한동안 숨겨왔다. 우리 시절엔 여자가 안경을 쓰는 걸 터부시했었으니까. 예를 들어 택시기사도 안경 쓴 여자를 첫손님으로 받으면 온종일 재수가 없단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믿기나 할까? 맞선 보는 자리에 안경을 쓴 색싯감은 일순위로 딱지를 맞았다는 일화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근시의
프랑스의 법적 와인등급 중에서 가장 상위를 차지하는 것은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ée)이다. 그 아래로 뱅 드 페이와 테이블 와인이 존재한다. 물론 AOC 바로 다음에 우등한정등급(AOVDQS 이전에는 VDQS라고 했다)이 존재하지만 이는 AOC로 올라가기 위한 일종의 대기실인 데다 그 수도 얼마 되지 않아 무시해도 좋을
마침내 소줏고리의 주둥이 끝에 작은 이슬이 맺힌다. 마치 옥구슬 같은 이슬이 한 방울씩 떨어질 때마다 정재식(鄭宰植·53) 예도(藝道) 대표의 표정이 사뭇 심각해진다. 그러기를 잠시, 이슬이 모여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부드럽고 무거운 향이 주위를 감싼다. 향기의 끝에서 달콤함이 느껴지자 안심했다는 듯 어머니 유민자(柳敏子·73) 명인이 허리를 펴고 일
6월!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장미다. 아마 내가 장미꽃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6월을 생각할 때마다 끝없이 펼쳐진 장미 농원이 떠오른다. 메릴린 먼로를 닮은 농염한 붉은 장미, 수녀복 입은 비비언 리 닮은 백장미,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에 마리아로 나오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선한 눈동자를 닮은 노랑 장미 등 각양각색
“야! 여긴 아무렇지도 않다. 거리엔 젊은 연인들 넘쳐나는데 맥주 마시고 난리가 아니다! 비상은 거기만 걸린 거지, 여긴 관심도 없다! 잘 있다 와라!”
늦은 퇴근길 전철 안. 얼마 전 전역한 듯한 젊은이와 아직 복무 중인 현역병의 통화인 듯했다. TV 뉴스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뉴스 앵커의 낭랑한 음성으로 들리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한참 소
서울 종로구 원서동, 창경궁 돌담길을 지나 걷다 보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고아한 한옥들과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옹기종기 장독들이 따스한 햇볕을 머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궁중음식연구원’이다. 1971년 궁중음식의 대가이자 인간문화재인 황혜성(黃慧性·1920~2006) 선생이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인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전수하기 위해 마련한 곳으로,
우리나라 화폐 속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세종대왕이다. 현 화폐 모델 중 원에서 환으로, 100원에서 1만원으로 화폐단위와 액면을 자유롭게 넘나든 유일한 인물이다. 특히 세종대왕은 1960년 제2 공화국의 출범과 함께 당시 1000환권의 모델이던 이승만 대통령과 자리바꿈을 하였고 그 이듬해인 1961년에는 500환의 주인공이 되었다. 1973년에는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