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원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나면 새로운 걱정이 시작된다. 혼자 식사를 챙길 수 있을지, 약을 제때 먹을지, 화장실을 오가다 넘어지지는 않을지. 자녀가 매일 곁을 지킬 수 없다면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도 막막하다. 그렇다면 우리 부모에게는 어떤 돌봄이 필요할까.
부모에게 돌봄이 필요해지면 흔히 ‘누가 모실 것인가’부터 고민한다. 하지만 가족이 직접 돌보거나 시설에 모시는 것만이 선택지는 아니다.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찾아오는 방문요양, 간호사가 방문하는 방문간호, 낮 동안 이용하는 주야간보호 등 집에서 생활하면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가족이 맡을 일과 외부에 맡길 일을 나눌 수도 있다.
집에서 누가, 무엇을 돌볼 것인가
돌봄을 정하기 전에 부모의 하루부터 살펴보자. 혼자 식사를 준비하고 먹을 수 있는지, 약을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는지, 목욕과 옷 갈아입기는 가능한지, 화장실을 이용하고 집 안팎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인지기능이 떨어졌다면 가스·전기 사용이나 금전 관리, 길 찾기에 어려움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생활 능력을 평가할 때 활용하는 것이 일상생활 수행 능력(ADL)이다. 여기에 인지기능과 의료·간호 필요도, 주거 환경까지 더하면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대략적인 윤곽이 나온다.
부모의 상태만 봐서는 안 된다. 가족이 실제로 얼마나 돌볼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가구는 2020년 20.1%에서 2023년 10.3%로 줄었다. 같은 기간 노인 1인 가구는 19.8%에서 32.8%로 늘었다. 자녀가 있어도 함께 살며 부모의 일상을 직접 챙기기 어려운 가구가 많아졌다.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같은 신체 상태라도 혼자 사는 노인과 가족이 함께 사는 노인에게 필요한 외부 돌봄의 양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사는 가족이 있다고 해서 상황이 모두 같은 것도 아니다. 자녀가 직장에 다니는지, 다른 지역에 사는지, 부모와 함께 사는 배우자 역시 고령인지에 따라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돌봄의 양은 달라진다.
전 교수는 현재 장기요양 제도가 개인의 기능 상태를 중심으로 필요도를 판단하다 보니 실제 생활에서 생기는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봤다. 똑같이 거동이 불편해도 배우자나 자녀와 함께 사는 사람과 혼자 사는 사람의 상황은 다르다. 식사를 차려줄 사람이 있는지, 밤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는지에 따라 외부에서 채워야 할 돌봄의 양이 달라진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마찬가지다. 고령의 배우자만 있다면 부축이나 목욕처럼 힘을 써야 하는 돌봄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녀와 동거해도 낮 동안 모두 집을 비운다면 그 시간에는 돌봄 공백이 생긴다. ‘가족이 있는가’보다 실제로 어느 시간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래서 ‘부모를 모실 수 있는가’라고 묻기보다 돌봄을 구체적인 일로 나눠보는 편이 낫다. 평일 식사를 챙길 사람은 있는지, 병원에 함께 갈 수 있는지, 목욕을 도울 수 있는지, 밤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할 수 있는지 하나씩 따져보는 식이다. 부모에게 필요한 일과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을 나란히 적어보면 비어 있는 시간이 보인다. 외부 서비스가 필요한 곳은 그 지점이다.
필요한 시간에 맞춰 서비스를 고른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집에서도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방문요양으로, 요양보호사가 가정을 찾아 신체활동과 일상생활을 돕는다. 이 밖에도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복지용구 등이 있다.
2026년 6월 말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전국 장기요양기관 3만 54개소 가운데 재가급여기관은 2만 3653개소다. 급여별 제공 기관은 방문요양 1만 8613개소, 주야간보호 5688개소, 방문간호 932개소, 단기보호 99개소다. 한 기관이 여러 급여를 제공할 수 있어 중복 집계된 수치다.

서비스는 부모가 어려워하는 일에 맞춰 고른다. 거동은 가능하지만 식사 준비와 청소, 목욕이 어렵다면 방문요양을 먼저 살펴볼 수 있다. 낮 동안 혼자 지내기 어렵다면 주야간보호를 고려한다. 상처 관리나 간호가 필요하다면 방문간호가 필요할 수 있다.
치매가 있는 부모를 고령의 배우자가 돌보는 경우에는 배우자의 상황까지 함께 봐야 한다. 하루 종일 돌봄을 맡고 있다면 주야간보호나 방문요양은 부모에게 필요한 서비스인 동시에 배우자가 잠시 돌봄에서 벗어날 시간을 만드는 수단이 된다.
전용호 교수는 국내 재가 서비스가 방문요양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제공 기관 수도 방문요양과 방문간호의 격차가 크다. 그는 “집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려면 간호뿐 아니라 재활과 이동 지원 등 필요한 서비스를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확대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비스 이름만 보고 결정하기보다 부모의 하루를 시간표처럼 펼쳐보는 것도 방법이다. 아침 약 복용과 식사, 낮 시간 안전 확인, 병원 방문, 저녁 식사와 목욕, 취침 이후 화장실 이용까지 시간대별로 적는다. 그 옆에 가족이 맡을 수 있는 시간과 서비스를 이용할 시간을 표시한다.
그러면 서비스가 닿지 않는 시간이 드러난다. 방문요양을 몇 시간 이용해도 나머지 시간은 남는다. 주야간보호센터를 다녀와도 아침과 저녁, 밤과 주말에는 돌봄이 필요할 수 있다. 부모에게 필요한 돌봄 시간과 실제 서비스 시간을 맞춰보는 이유다.

특히 혼자 사는 부모라면 서비스가 끝난 뒤의 시간을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전에 요양보호사가 다녀간 뒤 저녁까지 혼자 지낸다면 식사와 약 복용, 안전 확인을 누가 맡을지가 남는다. 서비스 이용 여부만으로는 실제 돌봄 공백을 알기 어려운 셈이다.
전 교수는 “보호자가 없는 노인에게 획일적인 서비스 시간이나 이용 기준을 적용하면 필요한 돌봄을 채우기 어렵다. 혼자 사는지, 어느 시간대에 돌봄 공백이 생기는지에 따라 지원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호자가 전혀 없는 분은 3~4시간 서비스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오전에 서비스를 받았다면 저녁에 한 번 더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보다 여러 서비스를 조합해야
부모의 어려움이 한 가지가 아니라면 서비스도 하나로 해결하기 어렵다. 혼자 사는 부모가 식사를 준비하기 어렵고 목욕에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방문요양과 식사 지원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만성질환이 있으면서 거동도 불편하다면 일상을 돕는 방문요양과 건강을 살피는 방문간호·재택의료를 함께 검토하는 식이다.
낮 동안 혼자 있기 어려운 부모는 주야간보호를 이용하고, 가족이 아침과 저녁 시간을 맡을 수 있다. 자녀가 멀리 산다면 매일 필요한 식사와 안전 확인은 외부 서비스에 맡기고, 자녀는 병원 진료나 비용 관리, 중요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통합돌봄은 이런 여러 서비스를 한 사람의 필요에 맞춰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통합돌봄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장기요양보험과 지방정부의 지원사업을 개별적으로 찾아 조합할 수 있다.
여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면 돌봄의 빈틈을 줄일 수 있는 대신, 서비스마다 이용 시간과 제공 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부모의 생활 패턴에 맞춰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상태가 달라지면 이용하던 서비스를 바꾸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해야 할 수도 있다.
서비스 계획을 세울 때는 ‘무엇을 이용할 것인가’와 ‘어느 시간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를 함께 보는 편이 좋다. 그래야 가족이 직접 맡아야 하는 시간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집에서 언제까지 돌볼 수 있을까
서비스를 이용해도 집에서 생활하기 어려워지는 때는 올 수 있다. 어느 시점에 시설을 고려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준은 없다. 부모의 신체 기능과 인지 상태, 의료적 필요, 주거 환경, 이용 가능한 서비스, 가족의 돌봄 여력을 함께 봐야 한다.
낮에는 방문요양이나 주야간보호를 이용하고 밤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도움을 받으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면 집에서 생활을 이어갈 여지가 있다.
상황이 달라지면 판단도 달라진다. 혼자 이동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렵고, 야간에도 여러 차례 도움이 필요하다면 가족이 맡아야 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치매로 배회나 실종 위험이 있는데 곁을 지킬 사람이 없는 경우도 집에서 돌보기 어려울 수 있다.
의료적 필요도 살펴야 한다. 지속적인 의료 관찰이나 처치가 필요한 상태라면 생활 지원 서비스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때 요양원과 요양병원 중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른 장기요양기관으로 일상생활 지원과 돌봄이 중심이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상 의료기관이다. 부모에게 주로 필요한 것이 생활을 돕는 돌봄인지, 지속적인 의료적 관리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시설을 알아본다고 해서 가족이 돌봄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재가 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해도 부모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거나 가족이 채워야 하는 시간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었다면 생활환경을 바꾸는 것도 선택지다.
전 교수가 강조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역시 가족이 희생하면서 부모를 끝까지 집에서 모셔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집만 고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도 대상자에게 맞게 다양하게 들어와야 하고, 사회적 관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이라는 장소 자체보다 그 안에서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는지, 혼자 있는 시간에도 안전한지,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여기에 사람과의 관계도 빠질 수 없다. 집에서 식사와 목욕을 해결하고 안전하게 생활하더라도 하루 대부분을 혼자 보내며 사람과의 접촉이 끊긴다면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의미는 달라진다. 병원이나 장보기를 위해 외출할 수 있는지, 이웃이나 지인과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지도 재가생활을 유지하는 조건 가운데 하나다.
전 교수는 “집을 고치는 건 하나의 조건일 뿐이다. 대상자에게 맞는 다양한 서비스가 들어와야 하고 사회적 관계도 필요하다. 혼자 있어도 외로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집에서 오래 사는 데 필요한 것은 주택 한 채가 아니라 그 주변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조건이라는 얘기다.
서비스를 이용해도 남는 ‘돌봄 관리’

외부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족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은 줄어든다. 그렇다고 가족의 일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는다.
부모의 상태가 달라졌는지 살피고, 병원 진료를 예약한다. 요양보호사나 기관 담당자와 연락하고, 이용 중인 서비스가 맞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모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워지면 치료나 거주 문제를 놓고 가족이 결정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직접 씻기고 먹이고 부축하는 일만 돌봄이 아니다. 병원과 기관에 전화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비용을 관리하는 일도 돌봄의 일부다. 몸을 쓰는 돌봄은 줄어도 이런 ‘관리하는 돌봄’은 가족에게 남는다.
전 교수는 “공적 돌봄 서비스의 종류와 질을 확대하는 것이 가족 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가족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은 전문 인력과 지역사회가 맡고, 가족은 가족이 해야 할 역할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돌보는 사람도 이미 중장년이나 노년인 경우가 많다. 60대 자녀가 80~90대 부모의 병원과 요양 서비스를 챙기고, 70대 배우자가 아픈 배우자의 일상을 돌보기도 한다.
부모에게 어떤 서비스를 연결할지 정했다면 가족의 상황도 함께 살펴야 한다. 한 사람이 병원 동행과 서비스 관리, 야간 돌봄까지 계속 맡고 있지는 않은지, 부모 돌봄 때문에 일을 줄이거나 자신의 건강관리를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부모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찾았다고 돌봄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시선을 돌보는 사람에게 돌릴 차례다.
도움말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넥스트케어 대표노인장기요양, 복지의 시장화,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등 노인 돌봄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왔다. 돌봄 혁신 허브 ‘넥스트케어(NEXT CARE)’를 설립, 대표로 활동하며 연구와 현장을 잇는 돌봄 정책과 제도 개선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노년학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사회보장위원회 커뮤니티케어 전문위원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함께 만드는 돌봄 사회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