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세모(歲暮)의 달 12월입니다. 2016년 한 해도 이제 역사 속으로 영영 사라져가니 아쉽기는 하지만 해가 기운다고 속상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스러짐이 마냥 슬픈 것은 아닙니다. 석양이 만드는 저녁노을은 그 얼마나 황홀합니까. 얼마 전 흘려보낸 만추의 가을은 얼마나 화려했습니까. 만산홍엽의 단풍 사이로 난 오솔길이 갈수록 그윽하고 다정다감하
장인어른은 올해 연세가 아흔이시다. 자식들이 하나둘 둥지를 떠나 도심에 살림을 차리고 여든다섯의 장모님과 두 분만 남아 시골집을 지키신 지 수십 년이 되었다. 막내 처제가 오십이 넘었으니 30년 가까이 된 셈이다. 두 분이 텃밭에 참깨며 고구마, 그리고 배추를 심으셔서 가을엔 김장도 함께 모여서 하곤 했는데 몇 해 전부터는 자식들의 만류로 겨우 배추 몇
이규현(교육학 박사, 행정학 박사)
인간은 올 때도 혼자 왔고 갈 때도 홀로 갑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동안은 혼자 살 수 없는 가냘프고 나약한 것이 인간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남자를 만들어놓고 홀로 있는 것이 보기에도 안 좋고 불안해서 남자를 재운 뒤 그의 갈비뼈 하나를 취해서 여자를 만들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라고 말씀하셨습니
한동안 뜸했는데 오늘 또 마주칠 게 뭐람. 그는 잡상인들의 목청을 흉내 내어 소리친다. “예수를 믿으면 천당에 가고 믿지 않으면 지옥 불에 떨어집니다.”라고. 일순 지하철 객실 안에 불편한 기운이 감돈다. 크리스천인 나도 애써 창밖을 보며 민망한 시간을 견딘다. 도대체 저 사람은 자신의 외침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하긴 믿지 않는
동물의 왕국 무림에서는 현재 토끼사냥 마무리 단계다. 제물로 사냥개만 잡으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허깨비 고수에 속은 무림에서 “고수를 끌어내리자”며 때 아닌 불길이 치솟았다. 한편에서는 “고수 선발대회를 하자!”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초 무림 고수 선발이 잘못이었다. 함량 미달과 체력 미달을 구별하지 못했다. 금수저 들었으니 기본 소양은 갖추었
심플하게, 더 심플하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이든 남들보다 더 많이, 더 크고 좋은 걸 가져야 행복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작 갖고 싶은 걸 가져도 행복감은 기대한 만큼 지속되지 않는다. 너무 마음에 들어 구입한 물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당연해지면서 결국 싫증이 난다. 꼭 필요하다고 ‘믿는’ 것들을 모으고 사느라 월급은 통장을 스치듯
올해에도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소설 에서 “죽음은 삶의 대극(大極)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일상과 무관하고, 삶과 거리가 있게 느껴지지만 사실 죽음은 늘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대단히 죽음에 인색하다. 입에 올리는 것마저 거북해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중요한 삶의 요소 중 하나가 주거다. 어디에서 어떤 형태의 집에서 이웃과는 어떻게 지낼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다. 최근에는 주택의 형태 중 하나로 땅콩 주택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땅콩 주택은 하나의 필지에 닮은꼴의 주택 두 채가 들어서 있는 집을 말한다. 대문도 하나이고, 마당도 하나이지만 외부에서 보면 한 채의 집처럼 보인다. 땅콩 주
나이가 들수록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청국장’이 아닐까 싶다. 쿰쿰한 냄새 때문에 꺼리다가도 그 참맛을 알고 나면 구수한 향에 밥 생각이 절로 난다. 청국장 특유의 맛뿐만 아니라 색다른 풍미까지 즐길 수 있는 ‘물꼬방’을 소개한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느림으로 먹는 밥상 ‘물꼬방’
경기도
글 박원식 소설가
지리산 자락,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산야에 살포시 내려앉은 9월의 소슬한 가을빛. 한낮이지만 핼쑥한 가을볕을 받은 능선도, 숲도, 나무도 덩달아 수척하다. 연신 허리를 틀며 휘어지는 언덕길 양편엔 상점이 즐비하다. 사람들의 발길도 연달아 이어진다. 소설가 박경리(1926~2008)의 대하소설 의 무대이자 드라마 촬영장인 ‘최참판댁’을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