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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원 택시’‧‘도서주민 여객선 요금 지원’ 등, 법제처 우수 조례 선정
- 전라남도 강진군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단돈 100원에 택시를 타고 병원이나 시장에 갈 수 있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중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이들은 1회에 한해 교통비 10만원을 지급받는다. 이는 각각 ‘강진군 100원 마을택시 운행 및 이용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 ‘강원도 교통안전 증진 조례’에 따른 사례다. 법제처는 두 가지 조례를 포함,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제정한 조례 중 인수위 선정 110대 국정과제에 해당하는 정책을 담고 있는 조례 30건을 국정과제 이행 우수 조례로 선정했다. 법제처에 따르면 강진 100원 마을택시 관련 조례는 버스 미운행 마을 중 지원대상에 대해 마을택시 운행 요금 차액을 보조하는 내용이다. 교통소외지역 해소를 위해 마을택시를 확대하고, 벽지노선 운행 손실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어르신이 마을회관에서 읍면동 소재지로 이동할 경우 택시기사에게 100원을 지불하면 이용 금액에서 100원을 뺀 나머지를 지자체가 택시회사에 대신 지불한다. 100원 택시는 2014년 2개 시군에서 시범 실시한 후 매년 확대돼, 현재는 전남도내 22개 시군 전체에서 100원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2017년 노인 등 교통약자를 위해 이와 비슷한 ‘정기권 택시’를 도입한 바 있다. 비교적 이용객이 적은 낮 시간대에, 노인들이 장을 보거나 병원을 오갈 때 균일 요금을 적용해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전남도는 우수 조례로 뽑힌 ‘100원 택시’ 관련 조례 외에도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1000원 여객선’을 도입해 섬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도내 연안 1320개 모든 여객선 운항 구간의 섬 주민이면 누구나 주소지에서 여객선을 1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같은 취지로 제정된 ‘경기도 도서지역 주민에 대한 여객선 요금 등 지원 조례’는 법제처의 우수 조례로 선정됐다. 지역 내 도서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여객선 운임과 요금의 일부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연안여객선 공영제를 실시하고, ‘해상교통 소외도서 제로화’를 추진하며 섬 주민 여객선 요금을 경감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우수 조례 중 하나인 ‘강원도 교통안전 증진을 위한 조례’는 운전면허 자진반납자 교통비 지원을 내용으로 한다. 이에 따라 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운전자는 지난해 5월부터 교통비 10만원을 지급받는다. 보행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교통체계를 개선하고, 고령자와 어린이 보호의 의무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한편, 우수 사례로 뽑힌 조례들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참고할 수 있는 자치입법 모범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치법규 의견제시, 자치법규 입법컨설팅 등을 통해 법제처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2022-07-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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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폭염에 전력난 "고령자 건강 비상"
- 일본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 수요도 최고치를 기록해 정부가 국민에게 절전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일본 도쿄 기온은 36.4℃까지 치솟았다. 6월 기준 최고 온도다. 게다가 이날까지 9일 내내 1875년 관측 이래 처음으로 35℃를 넘었다. NHK에 따르면 지난 2일에는 도쿄도 내에서 열사병으로 의심되는 환자 18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도쿄뿐만 아니라 일본의 263개 지역도 6월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40도 이상을 기록한 지역도 있었다. 일본 이바라키 현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사람이 “얼마나 더웠는지 가재가 익었다”며 가재가 빨갛게 익어 논에 떠있는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여름이 시작돼, 일본의 기상학자들은 7~8월 기온이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전기 수요도 폭증했다. 지난 6월 28일에는 공급 가능한 전력량의 97%까지 사용해 정전으로 이어질 위기까지 갔다. 일본은 원자력 발전소 폐쇄, 화력발전소 노후화, 탈 탄소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전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 장마가 역대 최단 기간으로 끝나 댐의 물 저장량이 급격히 줄어 수력 발전소도 가동이 쉽지 않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전국의 가정과 기업에 “올여름에는 절전해 달라”는 요청을 하며 ‘전력수급 주의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절전하더라도 에어컨을 끄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더위로부터 몸을 지켜야 한다는 것.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 일본에서는 노인 수십 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하고 2만 2000여 명이 온열 질환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전기료가 올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12개월 연속 전기료가 올랐다. 도쿄전력 홀딩스는 올해 7월 가정용 전기요금 표준은 8871엔(8만 4000원)으로, 6월보다 306엔(2900원) 오르고, 전년 대비 27%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폭염은 고령자에게 더욱 위험한 만큼 도쿄 소방청 등은 “더위를 참기보다 반드시 냉방 기기를 사용하고, 목이 마르기 전 수분 보충을 해야 한다”며 “야외에서도 2미터 이상 사람과 떨어져 있을 때는 마스크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 2022-07-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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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년 1인 가구 40% 70넘어... IMF서 한국에 위기 경고
- 오는 2040년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노인 가구가 천만 명을 넘어선다. 이 중 노인 1인 가구는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2020~2050년’에 따르면 2040년부터 가구 수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전체 가구 수는 증가하지만, 2020년 기점으로 총인구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가구 수도 2040년부터 줄어드는 모양새다. 2050년 인구 절반은 고령가구 고령화의 진행으로 가구주의 연령은 반대로 올라간다. 가구주 중위연령은 2020년 52.6세에서 2050년 64.9세가 된다. 가구주 중위연령이 ‘노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2020년에는 40~50대 가구주가 전체의 43.7%로 가장 많았지만, 2050년에는 70대 이상이 40.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2020년 464만 가구에서 2040년 1029만 가구가 된다. 2050년에는 1137만 5000 가구로 2020년보다 2.5배 증가한다. 그만큼 고령자 가구 비중도 2020년 22.4%에서 2050년 49.8%로 두 배 이상 높아진다. 2050년이 되면 절반이 고령자 가구가 되는 것이다. 고령자 가구 중 1인 가구는 2020년 34.9%에서 2040년 39.1%가 되고 2050년에는 41.4%로 증가한다. 고령자 가구 10집 중 4집은 혼자 사는 노인이라는 뜻이다. 1인 가구의 연령대도 높아진다. 2020년에는 1인 가구 중 30대 이하 비중이 36.7%로 가장 높았지만, 2050년에는 70대 이상이 42.9%를 차지하게 된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변화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인구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방안을 찾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빨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세로 들어서면서 2070년에는 3766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IMF 고령화 경고 ‘연금 개혁해야’ 이에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 연금 및 보건서비스 관련 지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도 감소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마틴 카우프만 IMF 한국 미션단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상대적으로 높은 노인 빈곤율을 고려하면 연금 확대가 필요하지만 기여율과 정년 조정 등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높이고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국민연금 등의 공적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6일 경제정책방향에서 5대 구조개혁 과제중 하나로 ‘2023년 하반기 국민연금 개선안 마련’,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통한 공적연금 개혁 논의 추진’ 등을 언급했지만, 아직까지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소속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 공약에서는 대통령직속위원회로 두겠다고 했지만,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는 국회 설치로 방향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공적연금 축소가 적정 수준의 소득보장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2022-06-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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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안전판’ 기초연금, 어르신 생활‧정서 안정에 도움 됐다
- 지난해 기초연금 수급자 열 명 중 아홉 명이 기초연금으로 생활에 도움을 받고 있으며, 수급자 네 명 중 세 명이 수급액에 만족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에 위탁해 실시한 ‘2021년 기초연금 수급자 실태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위의 내용을 포함, 기초연금 수급에 따른 심리상태 조사항목에서 긍정적인 응답이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은 기초연금 수급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기초연금을 받음으로서 ‘우리나라가 노인을 존중하는구나’라고 느낀 수급자가 64.4%p로 전년도 대비 1.2%p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수급자는 53.2%로, 지난해에 비해 큰 폭(8.3%p)으로 증가했다. 그 밖에 ‘생활에 여유가 생기겠구나’(63.3%),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겠구나’(52.6%)라고 생각한 수급자도 각각 지난해에 비해 8.9%p, 7.5%p 증가했다. 기초연금은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인해 가계경제가 타격을 받는 위기 상황 속 고령층 가구의 안정적인 소득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기초연금 수급자의 ‘생활비 마련 방법’ 중 기초연금이 51.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기초연금 의존도가 높았다. 소득 하위 40~70% 응답자의 40.1%, 소득 하위 20% 이하는 61.6%가 기초연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급자 89.3%가 기초연금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라고 응답했다. ‘수급액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수급자도 75.7%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월 30만 원으로 인상된 소득 하위 40~70% 수급자의 수급액 만족도는 전체 조사대상 만족도(75.7%)보다 높은 77.8%에 달했다. 실제로 한 응답자는 “기초연금이 많고 적고를 떠나 안 나온다면 엄청난 타격이 오고, 자녀들에게 손 안 벌려도 될 일까지 벌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관석 신한은행 은퇴솔루션 컨설턴트는 “목돈 외에 기초연금 같은 고정적인 현금 흐름이 있다면 최저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라며 “‘노후’가 길어진 만큼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는 연금은 보석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호원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기초연금이 어르신의 안정적 노후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라며 “많은 어르신들이 기초연금을 통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초연금 제도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 2022-06-2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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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헌 밖으로 나온 ‘전설의 술’ 전통주
-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각 가정에서 술을 담그는 ‘가양주 문화’가 있었다. 문헌에 남겨진 전통주 종류만 해도 600종이 넘는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가양주 면허제가 적용되고 양곡 정책으로 쌀을 주류 양조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대부분의 전통주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옛 문헌을 토대로 전통주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우리술 복원 프로젝트’로 옛 문헌으로 전해지던 술을 복원하고 있으며, 국순당도 ‘우리술 복원 사업’을 하고 있다. 문헌 밖으로 나온 전통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녹파주(綠波酒) 녹파주는 우리나라 최초로 발간된 요리책 ‘산가요록’(山家要錄)에 실려 있던 고려 시대 대표주다. ‘푸른 파도’라는 뜻으로 선비의 술이라고 불렸다. 조선 시대 문헌인 ‘양주방’(釀酒方), ‘사시찬요초’(四時纂要抄),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규합총서’(閨閤叢書),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등 여러 문헌에 소개된 것으로 보아 대중화된 술이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깔끔한 맛으로 기름진 명절 음식과 잘 어울린다. ◆소곡주 소곡주는 백제 시대 왕실에서 즐겨 마시다 조선 시대까지 이어져온 명주다. 쌀에서 우러나는 진한 단맛과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누룩이 적게 들어가 ‘소곡주’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한번 마시면 일어나지 않고 계속 마셨다고 해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부른다. 소곡주를 빚는 방법은 대략 7가지가 알려져 있으며, 충남 한산 지방의 한산 소곡주가 유명하다. ◆이화주(梨花酒) 이화주는 배꽃이 필 무렵에 누룩을 띄워 담근 술이다. 농후한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특징으로,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을 정도로 걸쭉한 고려 시대 고급 막걸리다. ‘수운잡방’(需雲雜方),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규곤시의방’ 등의 기록에 따라 복원했다. ◆창포주(菖蒲酒) 창포주는 절기상 단오에 마시는 시절주로 고려 시대부터 내려온 역사 깊은 술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피를 맑게 해 풍증 등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전통 누룩과 쌀을 이용해 ‘주찬’(酒饌)의 전통 방법 그대로 빚은 술이다. ◆석탄향(惜呑香) 와인처럼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조선 시대 명주다. 술의 맛과 향이 좋아 입에 한번 머금으면 삼키기 아깝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9가지 문헌에 언급된 술로 ‘주찬’(酒饌)과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 기록된 제법으로 복원했다. ◆아황주(鴉黃酒) 아황주는 고려 시대부터 전해오던 우리술이다. ‘술잔에 비친 까마귀가 노랗게 보인다’는 이름 뜻처럼 다른 약주보다 진한 황금색을 띠고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궁중에서 사시사철 즐겨 마신 아황주는 조선 시대 요리책인 ‘수운잡방’(需雲雜方)에서 찾은 제조법으로 복원했다. ◆백세주(百歲酒) 백세주는 고려 시대 명주인 백하주의 제법인 생쌀 발효법을 복원한 약주다. ‘고사촬요’(攷事撮要)의 “쌀을 가루 내 끓는 물을 부어 반죽하여 술을 빚는다”는 문헌 내용을 바탕으로 복원했다. ◆삼일주(三日酒) 삼일주는 3일 만에 빚어지는 과일향이 나는 술로 서민들이 즐겨 마셨다. ‘음식방문’(飮食方文), ‘요록’(要錄), ‘주방문’(酒方文), ‘산림경제’(山林經濟) 등 수많은 문헌에 등장한다. 설을 맞아 가정에서 쉽게 담가 마시던 가양주다.
- 2022-06-2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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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고령화 심각…정부, '인구위기대응 TF' 가동
-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인구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인구감소 속도 완화, 성장 잠재력 약화 방지 등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구위기대응 TF’ 1차 회의를 개최하고 인구위기대응 추진 계획을 논의했다. 그동안 인구정책 TF 운영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혼인 건수,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치로 하락했다. 이로 인해 자연감소가 매년 급증하는 등 날로 심각해지는 인구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정부는 인구위기대응 TF를 출범했다. 방 차관은 “합계 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2024년에는 0.70명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 “우리 총 인구 또한 2020년 5184만 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70년에는 3766만 명이 될 전망이다. 197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2018년 25만 8000건, 2019년 23만 9000건, 2020년 21만 4000건, 2021년 19만 3000건, 22년 1분기 4만 5천 건으로 격감했다. 출생아 수는 2018년 32만 7천 명에서 2019년 30만 3천 명, 2020년 27만 2천 명, 2021년 26만 1천 명, 2022년 1분기 6만 8천 명으로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자연증감도 감소 추세다. 2018년 2만 8000명, 2019년 8000명이 증가했으나, 2020년 들어 3만 3000명이 감소했다. 2021년에는 5만 7000명, 2022년 1분기는 3만 5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의 문제점에 대해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경제의 성장 제약이 우려되고, 축소사회가 본격 도래하면서 지역 소멸 위험도 확산되며,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에 설계된 교육·병력시스템도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TF 산하에 관계부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11개 작업반은 중요 과제를 논의했다. 방 차관은 “그동안 완화, 적응 중심의 추진방향에서 성장, 도약을 보완 강화하고 4대 분야 8대 핵심 과제를 선정해 집중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주요 내용은 △경활인구 확충을 위한 여성·고령층·외국인 등 경제활동 참여제고, 인적자본 확충 △축소사회 대비를 위한 학령·병역인구 감소 대응과 도시계획 개편·지역소멸 대응, 축소사회 유망 산업 육성 △고령사회 대비를 위한 노후소득 보장 강화, 고령층 의료·돌봄·요양서비스 확충 △출산 대응을 위한 결혼·출산·육아 인센티브 강화 및 부담 완화, 청년층 맞춤 지원 등이다. TF는 7월 이후 인구위기 대응방안과 부문별 대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 법·제도 개선 등도 추진한다.
- 2022-06-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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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75세 이상 고령자에 충돌방지 장착 차량 한정 면허 도입
- 일본 정부가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적용하는 ‘한정 면허’ 제도를 도입했다. 실차 시험을 다시 봐서 일반 차량 면허를 갱신하거나, 자동브레이크 기능을 가진 특수 차량에 한해서만 운전을 허가받을 수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 5월 13일부터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한정 면허를 도입한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됐다.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앞으로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려면 ‘실차 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 실차 시험은 우리나라의 운전 교습소에서 실시하는 기능시험과 같다. 특히 75세 이상이면서 생일 160일 전을 기준으로 이전 3년 동안 신호를 무시하거나 과속 등을 해 교통법규 위반 경력이 있는 운전자라면 의무적으로 실차시험을 다시 보도록 했다. 면허 갱신 시 기억력과 판단력을 측정하는 검사도 병행된다. 또 자동 브레이크 기능이 있는 ‘서포트카’에 한정해서 운전을 허가하는 한정 면허도 발급한다. 서포트카 한정면허는 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시험을 통해 취득할 수 있지만, 이 면허를 가지고 일반 차량을 운전하면 벌점과 범칙금이 부과된다. 서포트카는 올해 4월 말 기준 8개 회사(스즈키, SUBARU, 다이하츠, 도요타, 닛산, 혼다, 마쓰다, 미츠비시)의 130종류가 있다. 서포트카는 이 충돌 피해 경감 브레이크가 탑재된 ‘서포트카’와 브레이크 기능과 함께 액셀을 밟아 실수로 급발진하지 않도록 억제 장치까지 탑재한 ‘서포트카S’ 두 가지가 있다. 또 ‘서포트카S’는 추가 기능에 따라서 ‘기본’, ‘베이직+’, ‘와이드’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일본 정부는 고령 운전자가 서포트카를 구입하면 2만 엔에서 10만 엔까지 보조하는 ‘서포트카 보조금’ 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민간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서포트카를 개발, 보급하는 한편 2021년 11월에는 국산 신형차에 충돌 피해 경감 브레이크 탑재를 의무화 했다.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려는 것. 2025년 12월에는 경트럭을 제외한 모든 국산차에 충돌 피해 경감 브레이크를 탑재하도록 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한정 면허’ 제도를 벤치마킹해 2020년 ‘중장기 교통정책 방향’을 수립했다. 면허 갱신 시 인지능력 테스트를 강화하고, 일본처럼 한정 면허 발급을 할지 검토하겠다는 것. 한정 면허는 2026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 2022-06-2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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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인구 줄어 방치되는 빈집 ‘아키야’(空家)
- 일본에서는 4년 사이에 164개의 마을이 사라졌다. 인구가 단 한 명 남은 마을도 있다. 2014년 ‘마스다 보고서’에서는 2040년까지 일본의 896개 지자체가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진행되자 사람이 살지 않은 채 방치되는 집이 늘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방뿐 아니라 도시에도 빈집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가 가장 심한 도시 교토는 결국 빈집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일본은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고령 인구가 많고 재정 능력이 취약한 지자체를 ‘과소(過疏)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2021년 과소 지역은 820개에 달했다. 전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1억 명을 사수하라 일본의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은 이주정착금, 출산축하금 등으로 이주를 유도했지만, 인구는 늘지 않고 재정만 줄었다. 이제는 인구 유치를 포기하는 곳도 생겼다. 오이타현 나카쓰에무라에서는 인구를 늘리기보다 ‘마을을 품위 있게 사라지게 하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늘릴 수 없다면 소멸을 준비하자는 것. 일본 정부는 ‘지방 창생’(地方創生)을 내걸고 지방 활성화 정책을 펼치며 인구수를 유지하기 위한 ‘1억 총활약사회’ 캠페인을 하는 등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지만, 평가는 좋지 않다. 일본 인구는 2004년 말 1억 2784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들고 있다. 1억 명의 인구수를 유지하려면 출산율이 1.8 이상 되어야 하지만, 2020년 출산율은 1.37에 그쳤다. 내각부는 2065년 일본 인구가 8808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방치된 주택 ‘아키야’ 인구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사회 문제는 또 있다. 빈집 문제다. ‘아키야’(空家)는 일본어로 빈집을 뜻한다. 집주인이 사망하거나 상속인들이 관리를 거부해 방치된 주택 문제를 일컬어 아키야라고 부른다. 고령자 비율이 높은 마을일수록 빈집이 많긴 하지만, 빈집 문제는 지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구가 가장 많은 도쿄조차도 10%는 빈집이다. 총무성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의 빈집은 850만 채다. 전체 주택의 14%에 달한다. 노무라연구소는 2038년 전체 주택의 31%가 빈집이 되리라 전망하기도 했다. 일본의 빈집 문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원인이다. 고령자인 거주자가 죽으면 빈집이 되는데, 주택 노후화와 상속세 등의 문제로 방치되는 곳이 늘었다. 처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소유자가 사망한 후 상속받은 빈집을 3년 안에 매각하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고 있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헐값에 내놓아도 집이 팔리지 않자 공짜로 집을 내놓는 경우까지 생겼다. 하지만 양도세, 재산세에 방치된 집의 수리비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집값이 ‘0원’이어도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집을 철거하기도 쉽지 않다. 집을 부수고 나대지로 두면 고정자산세와 도시계획세가 3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 만약 집을 철거하려면 재건축을 하거나 그 집을 어떻게든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 빈집 “세금 내세요” 빈집이 많아지면 도시가 폐허가 되고 범죄 위험도 높아지기에 지역 쇠퇴를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교토시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2026년부터 빈집 1만 5000채에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교토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 빈집 문제가 특히 심각한 지역으로 꼽힌다. 교토시는 도시 공동화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세금을 매긴다는 입장이다. 거주할 수 없을 정도로 주택이 방치되기 전에 주택 개조나 매매를 활성화할 목적이다. 이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빈집에 세금을 부과하는 건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은 빈집 중과세(Empty Home Premium)를 통해 빈집이 저렴하게 팔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2년 이상 비어 있는 집에 대해서는 지방세(Council Tax)를 최대 300%까지 중과한다. 캐나다 밴쿠버 역시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주택에 빈집세(Empty Home Tax)를 부과하는데, 2020년 1.25%에서 2021년 3%로 올리더니 올해에는 5%로 크게 인상했다. 우리나라도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5년간 빈집은 41.4% 증가했으며, 빈집 수는 2020년 기준 전체 주택의 8%로 세계 10위 안에 든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20년 전부터 빈집을 관리하고자 여러 정책을 펼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채 결국 세금 카드를 꺼내 든 일본의 빈집 관련 정책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 2022-06-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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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사, 50·60 남성이 최다… “가족간 소통 부재 문제”
- 서울시 고독사 사망자는 50·60 세대, 특히 남성이 많다고 한다. 100세 시대에 50·60 세대는 젊은 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의 고독사가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와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서울기술연구원 최수범 연구위원은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싱크탱크협의회(SeTTA) 주최로 열린 ‘빅데이터 기반 고독사 예방’ 정책세미나에서 ‘고독사 실태조사 자료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고독사로 정식 분류된 사례는 2020년 51건에서 2021년 76건으로 늘었다. 이 기간 고독사로 분류된 사망자 127명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10명 중 8명(76.4%)은 남성 1인 가구였다. 연령대는 60대가 31.5%(40명)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50대 26.8%(34명), 70대 18.1%(23명), 40대 13.4%(17명)로 이었다. 전체 고독사 사망자 중 생계·의료·주거 등 기초생활수급자는 80.3%(102명)로 집계됐다. 나머지 19.7%(25명)는 비수급자로 확인됐다. 비수급 사망자 중 60.0%(15명)는 관리(상담) 이력조차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 위험은 서울시복지재단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서울시복지재단 송인주 선임연구위원은 세미나에서 ‘서울시 고독사 위험 현황 분석’을 발표했다. 송 연구위원은 2020년 기준 서울시 고독사 위험자 사망 건수를 978건으로 분석했고, ‘무직인 50~60대 남성’을 고독사 고위험군이라고 분석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29.1%(265건)로 가장 많았고 50대 19.3%, 70대 19% 순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644명으로 65.8%를 차지했고, 여성은 334명으로 34.2%였다. 무엇보다 서울시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95.4%인 933명이 무직 상태였다. 또한, 일용근로자가 18명, 자활 근로자가 13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송 연구위원은 “무직인 50~60대인 남성은 강제 퇴거나 열악한 노동 환경, 급격한 은퇴를 겪은 뒤 일상이 급격하게 몰락하면서 고독사 위험군으로 이어졌다”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고독사를 한 978명 가운데 61.3%인 599명이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수범 연구위원은 “현재 지원으로는 고독사를 예방하기 어렵고, 위험군 선별에도 어려움이 있다”라며 “위험군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서는 수동적인 조사에서 데이터 기반의 위험군 발굴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서울시는 올해 고독사 위험 2천 가구에 고독사 예방을 위한 스마트플러그 기기를 업그레이드해줄 계획이다. 아울러 스마트 플러그를 멀티탭 형태로 제작해 낡은 멀티탭을 교체해주거나 전기요금 보조를 통해 스마트플러그 보급 확대를 모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대표 유품관리사인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는 확대되고 있는 고독사 문제를 어떻게 볼까. 먼저 그는 한 70대 남성의 고독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교사로 일하셨던 분인데 자녀들한테 굉장히 완고한 태도를 보이셨다. 뭐든지 자기 혼자 일을 해결하려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돌아가시고 나서 정리를 하는데 침대 밑에서 가방이 나왔다. 속옷, 양말, 홑이불 같은 것들을 싸놓으셨더라. 요양병원에 가게 되면 들고 가시려고 준비를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칠판에 약을 먹은 날을 기록해뒀고, 방송 프로그램에서 나온 내용을 메모해둔 것도 있었다. 3년 전에 쓴 것들로 보이고 가방도 그때 싸신 것 같았다. 치매 증상이 그때부터 있었다는 사실도 추정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치매 방지를 위해 혼자서 부단히도 노력하신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혼자 해결하시려고 하다 보니 안 좋은 결과를 맞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고인분이 돌아가시고 자녀분들이 매우 안타까워하셨다. 자녀분들이 다가가려고 해도 고인께서 마음의 문을 안 열어주셨다”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김석중 교수는 “전형적인 고독사의 모습”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무연고 고독사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가족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통이 안 되어서 고독사를 맞는 경우가 많다. 실제 고독사의 본질 문제는 가족 간의 사이 약화다. 가족과 소통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혼자서 해결하겠다는 자세는 굉장히 위험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가족들이 있는 데도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석중 교수는 “혼자 사는 50·60 세대들을 보면 이혼도 있고, 갑작스럽게 은퇴를 한다거나 자영업을 하다가 경기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패배주의가 생겨서 가족들과 떨어져서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50·60 세대 남성의 고독사가 많은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식사를 제대로 못 챙겨 먹어 영양 불균형이 오면서 건강이 악화되는 것 같다”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김석중 교수는 고독사 예방법에 대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심신 건강 유지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 2022-06-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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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 쌓인 사료의 한 줄, 박시백의 손끝으로 피워내다
- 두 개의 선이 서로 의지하며 맞닿은 형태인 사람 인(人)은 책과 또 다른 책을 잇는 징검다리와 같은 모양새다. 역사만화가 박시백도 마찬가지로 시대의 기록과 독자를 생생하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와 함께하는 북人북은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 등 누구도 선뜻 이뤄내지 못했던 역사의 대장정을 펴낸 사람의 자신감과 묵직한 철학을 담았다. “브라보 독자를 위한 역사책 추천이라, 전부 제 책으로 해도 되나요?” 역사만화가가 품은 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말에 대한 대답이다. 농담 반, 진담 반일 테지만 그럴 법도 하다. 500년, 총 2077책. 차례로 쌓아 올리면 아파트 12층 높이라는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을 독파하고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스무 권을 연재하는 데 꼬박 13년이 걸렸다. 밑그림부터 펜 작업, 채색 등 모든 공정을 혼자 작업하며 각 인물의 기질과 분위기를 최대한 구현했다. ‘실록’을 기반으로 한 사실 고증과 명쾌한 박 화백만의 역사적 시각 덕일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2003년 첫 권 ‘개국’ 출간 후 바로 그해 대한민국 만화대상 장관상을 받았다. 이뿐이랴. 현재까지 판매 부수 350만 부를 기록하는 성과를 이뤘다. 완독의 힘이 만든 그의 역사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형이 사온 갱지를 슬쩍 가져와 장편 만화책을 통째로 따라 그릴 정도였다. 특히 1970년대 유행한 만화 ‘바벨2세’, ‘주먹대장’, ‘요철발명왕’ 등에 푹 빠졌었다. 늘 ‘나는 언젠가 만화를 그릴 거다’라고 다짐했던 그는 1990년대 후반, 신문사에 만평을 연재한다. “일간지에서 시사만화를 그릴 때 재밌기도 했지만 스트레스가 컸어요. 반응이 즉각적이었거든요. 퇴근할 때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때부터 시작이었어요. 신문사 직원들이 ‘어우, 박 화백! 오늘 재미있더라’ 하면 좋아요. 그런데 아무 말도 없거나 ‘오늘 그건 무슨 얘기야?’라고 하면 ‘아, 망했다’ 싶은 거죠.” 이런저런 고민에 잠겨 있던 어느 날, 드라마를 보다 문득 조선 역사를 만화로 제작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다. 조선 전기 정치 갈등을 그린 KBS 대하드라마 ‘왕과 비’에서 수양대군(세조)의 계유정난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세종의 손자이자 그의 조카인 단종을 비롯해 수많은 신하들을 살해했는데도 말이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바로잡으려 해도 아는 바가 없다 보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이후 신문사 도서실을 들락거리며 관련 도서를 찾아 읽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책 내용은 대부분 야사와 정사가 뒤섞여 있었다. 조선사에 흥미가 생겼고, 제대로 된 역사서의 필요성을 느껴 4년 넘게 그려오던 만평 연재를 그만뒀다. 그때까지 실록의 한 페이지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단지 지식이나 정보를 가공하는 만화 작업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자리했다. 아마 날카로운 만화가의 촉으로 조선사의 흥미진진함을 감지해냈으리라. “우선 국역 ‘조선왕조실록’ CD를 구해 하루 12시간씩 공부했어요. ‘실록’도 역사 기록물이니 담당 사관의 시각이 개입되고 곡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미워하는 당파 쪽의 발언이라 해도 있는 그대로 기록했더라고요. 후손이 당시의 사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죠. 다만 편년체(연대순으로 기록한 역사 서술 방식)로 그날그날 있었던 일이 중구난방으로 적혀 있어 엄청나게 정리했어요. 필기 노트만 120권 정도 돼요. 그걸 다시 보면서 연표를 그리고, 간략하게 한 권짜리 요약본을 만들기를 반복했죠. 핵심은 ‘노가다’예요.” 공인된 맥락에 맞춘 강약 조절 그는 책 내용을 구성할 때 무엇보다도 정사에 기초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한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재미있고 참고가 된다”며 애독했던 책 가운데 하나로 박 화백의 저서를 꼽았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바로잡아주기도 하고, 적절히 개입해 해설도 곁들인다. 예컨대 황희 정승의 경우, ‘실록’에는 속물이며 권력 지향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으로 묘사돼 있다. ‘너도 옳고, 너도 옳다’는 식의 두루뭉술함과는 거리가 먼데도 불구하고 신격화된 모습만 남아 있는 게 의아하다는 설명이다. 또 세종 시절을 으레 태평성대라 여기고 박 화백 역시 그를 ‘하늘이 내린 인물’로 평가하지만, 세종의 화폐 개혁은 가난한 조선 민중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한 정책이었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35년’, ‘친일파열전’을 포함해 최근 출간한 ‘박시백의 고려사’도 마찬가지다. 문종 때 완성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를 한줄 한줄 들여다보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사실들을 캐내 바르게 전달한다. “고려시대에 들어서 비로소 우리의 존재가 이웃 나라를 넘어 지구 반대편까지 알려지게 됐어요. 코리아(Korea)가 고려에서 비롯한 것만 봐도 그렇죠. 하지만 고려 역사를 기록한 사료가 조선에 비해 많이 부실해요. 세월을 견디지 못해 소실되거나 의도적으로 지워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때때로 전후 사정을 조사하고 살을 붙일 때도 있어요.” 박 화백은 수많은 역사적 인물 중 본받을 만한 사람으로 정도전을 꼽는다. 살면서 이상을 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선의 설계자로 알려진 정도전은 고려 말, 새 나라를 세우겠다는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매섭게 움직인다. “정도전이 이성계를 찾아가던 때 이미 그의 나이 마흔이 넘었죠. 그 당시 마흔은 지금과 다르잖아요. 인생의 정점을 훨씬 지난 나이일 수도 있는데 마치 20대 청년과 같은 기세로 고려라는 틀을 부수려 했고, 결국은 성공했어요. 무모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추진력은 정말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해요.” 가히 긴 시간이다. 어쩌면 현재보다 과거에 더욱 집중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책의 흐름을 따라 호흡해준 독자야말로 그가 이 마라톤을 버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열심히 했는데 반응이 없었다면 벌써 다른 일을 찾아봤을 것 같아요. 원고를 넘길 때마다 ‘이번엔 별로인 것 같다’면서 불안했지만 독자 덕에 여기까지 왔어요. 저를 이 직업으로 먹고살 수 있게 해준 셈이에요. 굉장히 감사하죠. 근대사든 현대사든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시대가 많지만 일단 오래 만화를 그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 2022-06-23 0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