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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점보다 더 반가운 60점
- 올 3월에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서둔 야학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었다. ‘과락 하는 게 몇 과목이나 되려나? 과락을 해도 2학기 등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뭘 바라?' 시험결과를 앞둔 밤,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며 두려움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쥐도 새도 모르게 새벽 1시에 살그머니 컴퓨터를 켰다.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을 확인해 보았다. 한국방송통신대 홈페이지를 열고 성적확인 경로를 타고 들어가서 눈은 컴퓨터 화면에 고정하고 숨은 멈추고 확인해봤다. 조심조심 중간 과제물 성적을 합산해봤다. 이럴 수가! 과락이 없었다. 야호! 좋아도 너무 좋았다. 예상했던 대로 어려운 과목인 '그래픽커뮤니케이션'과 중간고사 성적이 제일 좋지 않은 '뉴미디어론' 성적이 간신히 턱걸이했다. 특히 뉴미디어론은 60점이 나왔다. 1점만 모자랐어도 재수강해야 했는데, 86점 나온 '현대광고와 카피전략' 점수보다도 1점이 모자라지 않아서 간신히 통과한‘뉴미디어론’과목 60점이 더 반갑고 기쁘고 고마웠다. 아침에 일본에 사는 딸에게 보이스톡으로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러다가 기어이 울고 말았다. "딸아, 엄마 과락 없이 다 통과했어." '엄마 이번에는 꼭 마쳐야 해'라며 그동안 격려해주던 딸애는 엄마를 마음껏 축하해주었다. 이게 제대로 된 상황인가? 엄마와 딸의 역할이 바뀐 듯한 이 상황이. 여섯 과목을 통과해야 하는데 1학기 내내 수요일 하루 스터디그룹에 끼어서 공부한 거 외에는 특별히 따로 공부 하지 않았다. 그러다 1학기 기말 고사 일인 6월 24일을 1주일 앞두고 벼락치기로 공부를 시작했다. 일단 공부는 엉덩이 힘으로 하는 거니까 일체 외출 금지 후 만만할 것 같은 '미디어와 스토리텔링'부터 방송을 들었다. 그런 후 교과서에 있는 연습문제를 차근차근 풀었다. 다음에는 흥미진진한 과목 '현대광고와 카피전략'을 같은 방법으로 차근차근 진도를 나갔다. 방송 들으랴 교과서 보랴, 문제 풀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여섯 과목을 한꺼번에 머리에 넣으려니 참으로 바빴다. 여러 과목을 욕심내다 보면 모든 과목에서 F가 나오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두, 세 과목만이라도 건지려면 걔들만 집중적으로 하는 게 나은 게 아닐까?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허둥지둥하는 자신이 참으로 한심했다. 6월 24일 시험 날이었다. 용어조차도 헷갈렸지만 문제를 풀어야 했다. 답이 확실하지 아니면 OMR 마킹을 하지 않고 확실한 문제만 마킹해 나갔다. 다른 학우들은 차츰차츰 다 나가고 드디어 나 혼자만 남아서 시험을 보고 있었다. 3교시 내내 이 상황이 반복되었다. 꽤 긴 시간을 시험감독 둘이서 수험생 하나를 놓고 감독하고 있었다. 끝까지 시험지를 붙잡고 있었다. 마킹이 빠진 것은 없나? 밀려서 마킹한 것은 없나? 차근차근 확인한 후 제출했다. '가르치는 자는 배움을 게을리하면 아니 된다' 평택여고 시절 방학이 되면 공부할 계획부터 세웠다. 게으르면 안 되는 것이 컴퓨터, 영어, 과학교사이다. 자고 나면 어제의 정보는 구닥다리가 되니 쉬지 않고 업데이트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 연수를 600시간 이상 받게 되었다. 그렇게 나에게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젊은 남자들인 자기들도 계속 앉아있으려면 좀이 쑤시는데 나이 든 여교사가 늘 꿋꿋이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듣는 것을 보고 젊은 남교사들이 내게 붙여준 별명이란다. 뒤에서 내 뒷담화 하는 줄 모르고 있다가 세월이 꽤 지난 후 듣게 되니 여간 재밌는 게 아니었다. 평택여고에서 워드 프로세서와 인터넷을 가르쳤고 1973년도에 최초로 컴퓨터를 배운 이후 2000년도에 워드 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땄고' 2002년도에는 컴퓨터 활용능력 2급 자격증을 땄다. 미디어 영상학과는 컴퓨터 접목학과이기 때문에 이번 시험에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슨 공부든지 해놓으면 언젠가는 나를 견인해주는 힘이 될 수 있음을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른 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컴퓨터에 대한 기본소양이 없었으면 벼락치기로 1주일 공부해서 과락 없이 평균 C 학점 나오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방송대 미디어영상학과는 뉴미디어론, 그래픽커뮤니케이션, 현대광고와 카피전략, 영상제작입문, 미디어와 스토리텔링, 문화산업과 문화기획, 등의 수업이 진행된다. '1인 영상시대'인 요즘 트렌드에 잘 맞는 학과가 바로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이다. 구성된 학과목이 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여 다른 시니어 분들께도 공부하기를 권장하고 싶은 학과이다.
- 2018-07-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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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 부스 안이 어울리는 남자, 윤종국 동년기자
- 이제야 비로소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고 했다. 삐걱대던 시절을 지나 생각을 바꾸고 삶을 대했더니 희망이 찾아들었다. 나이 먹고 퇴역 군인처럼 산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이 사람.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는 이유? 일이 더 하고 싶어서란다. 멋진 목소리의 DJ, 활기찬 시니어 기자 소리 듣는 게 좋다는 윤종국 동년기자를 만났다. 화창했던 어느 화요일 낮. 라디오 방송 대본을 들고 마주 앉았다. “어젯밤에 대본 연습을 거의 새벽 2시까지 했어요. 녹음기를 놓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서울노인복지센터(서울시 종로구 경운동) ‘탑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만난 윤종국 동년기자는 살짝 긴장한 눈치였다. 매주 화요일 30분씩 ‘이야기가 있는 풍경’이라는 센터 내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윤종국 동년기자. 이날은 입이 타들어 가는지 물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마포FM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서울노인복지센터 방송국으로 스카우트(?)돼 온 지 3개월이라고 했다. 익숙할 만도 한데 무슨 일일까? “제 인생에 인터뷰 기회가 항상 있는 일도 아니고 또 권 기자님이 초대 손님으로 출연하니 제가 잘해야죠.” 인터뷰 전에 제안을 하나 했다. 윤종국 동년기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초대 손님으로 출연하게 해달라고 말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함께 동년기자단에 대해 복지센터에 모인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었다. 대신 라디오 방송 대본을 제대로 써드렸다. 두 번 정도 대본을 맞춰보고 진행된 생방송은 주거니 받거니 뚝딱 하고 흘러갔다. 방송을 마치자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 안도 섞인 웃음이 윤종국 동년기자 얼굴에 번진다. 라디오 스튜디오 안에 혼자 앉아 콘솔 조절하고, 얘기하고, 음악 트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윤종국 동년기자는 작년 2기로 동년기자단에 합류했다. 첫인상부터 남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울시 마포구 지역 방송인 마포FM에서 DJ를 하고 있을 때였다. “저는 한국 시니어 블로그 협회 회원입니다. ‘내 고장 마포’라고 마포구청에서 발행하는 신문의 객원기자로 일한 지도 10년이고요. ‘우리마포복지관’ 산하 ‘우리복지신문’에서 봉사기자단으로도 활동하고 있고요. 우리마포시니어클럽 커뮤니티 맵핑(지도제작)팀에서 매퍼(지도 만드는 사람)로서 장벽 없는 동네지도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요새는 마포구의 작은 도서관 지도를 만들고 있어요. 작다고 하니 어린이 도서관으로 생각하는데 남녀노소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거든요. 그리고 이 라디오 DJ는 재능봉사입니다. 힐링되고 마음부자가 되는 것 같아 가능하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시니어 세대를 위한 정보라면 뭐든 관심 있게 보던 차에 동년기자단 모집 공고를 접하게 됐다. 47년생, 빡빡머리, 돼지띠 윤종국 동년기자는 오늘도 내일도 미래를 준비하고 성장해나가는 청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친구들은 벌써 은퇴해서 퇴직 연금으로 생활한다는데 정작 본인은 나이 의식해 뒷선으로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렇게 저에게 기회를 준 탑 방송국과 다른 매체에 다 고마워요. 늦게나마 인정받는 게 참 좋습니다. 뭔가 인생에 큰 힘이 되고 용기도 나고 말이죠. 요즘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하고 있어요.” 술로 버텼던 시간을 지워가다 “젊었을 때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방송 관련 직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울진에서 살다 고등학교 때 서울로 유학 와서 교내 방송도 하고, 대학교 때는 학보사에도 몸담았습니다. 그런데 일이 좀 복잡하게 꼬이더군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국가가 제동을 걸었다. 사회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줄줄이 부정당했다. 이데올로기 전쟁이 낳은 연좌제 피해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때 처음 느꼈습니다. 학군단(ROTC) 신청 때 신원조회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방송사 성우 시험, 국가공무원으로 있을 때도 어려움을 겪었어요. 사실 나이가 드니까 이 말 꺼내는 게 싫고 쑥스러워요. 변명처럼 느껴지고 내 자신을 모독하는 것 같고 말이죠. 얘기 안 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그냥 제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안 된 거겠죠. 가령 ‘키가 남보다 작아서 학군단 입단이 안 됐다’라든지 말이죠.(웃음)” 지금은 웃으며 옛일을 말하지만 그때는 매번 닥치는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폭음으로 이어졌다. 관계에도 서서히 금이 갔다. 젊은 시절 고무신 거꾸로 안 신고 고집 피워 결혼해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 오랜 시절 아끼던 친구들이 견디지 못하고 등을 돌려버렸다. “아주 심했던 것 같아요. 이제야 이야기를 꺼냅니다. 고통 때문에 술을 엄청 마셨습니다. 좋아서, 억지로, 서러워서, 분노를 참지 못해서요. 거리, 안주, 주량 불문하고 술자리가 있다는 연락이 오면 정신없이 달려갔습니다. 혼자 저를 키우신 어머니도 돌아가시면서까지 제 걱정을 하셨다더군요. 아내는 이종사촌 동생 친구로 만나 6년 연애하고 결혼했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안 되는데 술까지 마셔서 저 때문에 고생 많았어요.” 급기야 몸에 이상 신호가 오고 말았다. 6년 전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대장 파열이었다.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응급수술을 받았다. 의사에게 각서까지 쓰고 휠체어에 몸을 실어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던 일화는 작년 ‘브라보 마이 라이프’ 9월호 동년기자 페이지에 게재됐다. 이 일이 있은 후 마음속부터 몸 끝까지 전부 다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제2 또는 제3의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각오로 머리부터 밀었습니다. 술도 완전히 끊었습니다. 하루도 안 빠지고 마시던 그 술을 말이죠. 끊고 한 3년 힘들었어요. 지금은 잘 극복했죠.” 가끔 딸아이가 빡빡 밀어버린 머리를 쓱 만지고 가면서 “우리 아빠 사람 됐네”, “복권 당첨 확률보다 아빠 술 끊는 게 더 어려웠잖아” 라며 아버지 자리로 돌아온 윤종국 동년기자에게 칭찬 섞인 말을 건네기도 한다. 아들과는 손주가 둘쯤 생기고 나서야 부자지간이라는 게 뭔지를 좀 알게 됐다. 특히나 고마운 것은 자신이 못다 이룬 방송인의 꿈을 아들이 대신 이뤘다는 점이다. 아들은 모 방송사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한번은 아들이 저한테 게스트로 방송에 좀 나오면 안 되겠냐고 물었어요. 내가 뭘 그런 걸 하냐며 안 한다고는 했지만 한편으로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빠의 모습으로 나타나줘서 고맙다고 아들이 표현해준 것이죠. 정말 아빠로서,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사회인으로서, 국가의 일원으로서 내 위치로 돌아가는 것만이 살길이었습니다. 그렇게 먹고 싶은 술을 6년 동안 입에도 안 댔습니다. 제사 지내고 음복은 입에만 댔고요. 제가 왜 이걸 강조하냐면 저도 제 자신이 굉장히 예뻐 죽겠으니까요.(웃음)” ‘이야기가 있는 풍경’ DJ 윤종국입니다 술을 끊으니 얼굴색도 표정도 달라졌다. 생각이 달라지니 보이는 것도 많았다. 마포FM을 통해 시작한 DJ 활동도 술을 끊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객원기자로 활동하는 신문에 쓴 제 글을 보고 마포FM 대표가 연락을 했더라고요. ‘나의 삶, 나의 길’ 라디오 초대 손님으로 말이죠. 그때 출연하고 나서 목소리가 좋은 거 같다며 DJ 제안을 받았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 방송이 있더라고요. 제가 왜 마다하겠습니까? 덥석 시작했습니다.” 1년 정도 마포FM 라디오 스튜디오 안을 누볐다. 화요일 녹음하고 그다음 주 월요일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마포구 내 집과 상점 등으로 전파를 타고 흘러나갔다. “생각 같아서는 좀 오래하고 싶었는데 젊은 세대와 함께 호흡을 맞추다 보니 엇박자가 나는 듯했습니다. 나이 먹은 사람은 몇 안 됐어요. 적응할 만하면 스태프가 바뀌고 말이죠. 1년 동안 열심히 했는데 다른 데가 없겠나 싶었습니다. 마침 예전에 알고 지내던 분이 네이버 밴드로 연락을 해왔습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 DJ 자리가 있으니 생각이 있으면 한번 검토해보라고요.” 서울노인복지센터 탑 방송국은 윤종국 동년기자의 친구이자 동년기자 1기 출신인 장혜섭 씨가 적극 추천했다. “담당 직원이 DJ 의사를 물어보며 전화 연락을 해왔을 때 제가 건 계약조건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한 달 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방송에 지장이 되니까 나가달라’고 미련 없이 말하라고 했어요. 서운해하거나 오해하지 않겠다면서요. 아직 제가 미약한데도 존중을 많이 해줍니다. 전파 방송과 구내 방송이라는 방송 도달 거리 차가 있지만 라디오라는 성격은 같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좋은 점이라면 청취자들의 취향이나 피드백을 바로바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하루 평균 2000명은 된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나쁜 소리는 안 들었으니 잘하고 있다는 거겠죠?” 라디오 DJ 활동을 통해 세상과 교류한다면 손자와는 태어나기 전부터 소통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윤종국 동년기자. 어떤 방법을 사용했다는 뜻일까? “손자는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태명 ‘둥이’라는 카카오톡 계정을 만들어 소통했습니다. 물론 실제 대화 상대는 며느리였지만 손자인 척 며느리가 대답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동네 DIY 제작소에서 버린 자투리 나무토막으로 도미노 게임을 해주면 손자가 아주 좋아해요. 제 인생을 정리해서 말해드리자면, 젊었을 때는 말 그대로 ‘고난’이었어요. 자신을 이기기 위해서 살았어요. 답답해서 이민 생각도 해봤지만 스물일곱에 혼자되신 어머니를 두고 해서는 안 될 불효라 포기했습니다. 술에 빠져 살아보니 이러다가는 내가 가족도 잃고 남는 게 없겠다, 반성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손글씨로 스스로를 치유하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치유의 한 방법이 펜을 들고 글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함께하는 라디오를 앞두고 컴퓨터로 작업해서 보내드린 대본도 굳이 손글씨로 써서 볼 정도이니 손글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인다. “매일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한 주제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쓸 때가 있고, 때로는 그냥 악에 받쳐 쓸 때도 있고 말이죠. 서술적으로 쓰다가도 누가 싫으면 최대한 아주 싫다는 걸 표현합니다. 지금까지 모아놓은 일기장이 너무 많아서 아내는 좀 정리하라고 하는데 잘 안 됩니다. 그래도 딸아이는 아빠의 유물(?)을 인정해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앞으로 더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역시나 손글씨 이야기가 나온다. “시니어만을 위한 옛 추억을 담은 손편지가 오고 가게 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 동아리도 만들고 싶어요. 정착이 되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마음이 오고 가는 운동도 하고 싶고 말이죠.”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지만 시니어의 감성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줄 아는 세상이기를 윤종국 씨는 바라기 때문이다. “글씨를 좀 삐뚤삐뚤 쓰면 어때요. 잘못 쓰면 어떠냐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가지고 손주나 며느리나 딸한테 편지를 쓸 수 있는 게 얼마나 멋집니까. 50대 이상 모든 시니어 세대를 버무려서 손편지를 주고받는 세상을 한 번 만들고 싶습니다. 예전에 우리가 했던 것처럼 편지로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요. 쓴 편지는 우체통에 넣으면 좋고요. 누군가는 편지를 기다리는 맛도 있겠죠? 어떻게 하면 아날로그 감성이 제대로 살아날까 생각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이루지 못했던 윤종국 동년기자의 도전은 지금부터 제대로 시작이다. 브라보 3기 동년기자 릴레이 인터뷰를 본지 에디터가 진행합니다.
- 2018-07-0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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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리스틱힐링요가, 삶의 활력을 발견하다
- 건강 100세를 사는 방법은 다양하다. 식이조절이나 운동, 취미생활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유지한다. 그러나 과거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급변하는 미래 테크놀로지를 접하며 살아가는 시니어 세대에게 일상이 스트레스일 수 있다. 생활 속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어주는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한 ‘홀리스틱힐링협동조합’의 곽승현(51) 대표다. 급변하는 사회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들어봤다. 삶의 균형을 되찾다 곽승현 대표가 개발·보급하는 홀리스틱 힐링 시스템은 인도 정통의학인 아유르베다를 통합적으로 적용한 프로그램이다. 고대로부터 전해져 오는 요가, 자연요법 등과 함께 균형이 깨진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는 과정이다. 우리 몸을 정화하는 독소 제거 치유과정을 시작으로 올바른 식이요법, 올바른 운동과 호흡, 이완, 감정조절, 및 명상까지 체계적으로 접근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쌓여 있는 스트레스와 질병을 완화하고 행복감과 긍정적인 자아를 되찾는다.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움직임과 균형을 통해 고요해질 때 평온과 행복을 느끼는 것에 방점이 있다. 홀리스틱 힐링의 마지막 단계는 사랑과 봉사로 균형 잡히고 온전한 삶을 추구 한다. 인도에서는 홀리스틱 아쉬람(공동체)이 체계화되어 있다. 곽승현 대표는 홀리스틱요가힐링을 통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주체자로서 본질을 찾게 도와주는 힐링 전도다. 이렇게 산지도 벌써 20여 년은 됐다. “요가는 20대 중반에 접하게 됐습니다. 생활고는 물론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학업을 지속해야 할지 갈등을 겪을 때였습니다. 스트레스의 근원을 찾고 해결하고 싶었는데 마침 한 단식원의 광고를 보게 됐죠. 호흡으로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바로 찾아갔어요. 그런데 잠시 배운 요가명상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호흡을 통해 몸의 움직임, 조화 등을 느낄 수 있었어요. 요가의 길로 접어든 첫 단추였습니다.” 이후 명상과 수행을 위해 산으로 절로 돌아다니면서 공부를 하던 중, 부인 이선 박사를 만났다고 한다. 당시 부인도 깨달음을 찾아 수행하고 있었다. 부인과 함께하면서 삶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명상과 수행만이 행복한 삶으로 향하는 중요한 단서라는 점에 공감하고 체계적인 요가 수행을 위해 인도 유학길에 올랐다. “인도 하리다와(Haridwar)에 있는 구랑클 캉그리(Gurukul Kangri) 대학에서 요가를 배웠습니다. 유명한 수행센터란 곳도 다 찾아다녔어요. 네팔, 미얀마, 그리고 스리랑카 등에 있는 유명한 수행센터는 거의 다 찾아다니면서 요가수행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요가의 본질과 다양한 수행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지요.” 곽승현 대표 부부는 오랜 공부와 요가수행을 하는 가운데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쳤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 또한, 긍정적인 자아로 내면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며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수행이 함께 하는 삶, 인도에서 배우다 곽승현 대표는 특히 인도 공동 수양체인 아쉬람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이를 통해 인도인의 삶이 요가수행과 함께 체계화돼 정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도인은 일상생활과 요가수행이 어우러진 삶의 주기를 4단계로 나누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25살까지를 제1기 인생이라고 한다. 이때는 공부하는 학습기이다. 제2기를 칭하는 ‘그라스타’는 인생을 뜻하는데 결혼을 해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는 결혼과 직업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돈을 버는 생활이 계속된다. 제3기 인생은 은퇴기로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고요한 숲속이나 아쉬람에서 요가와 명상으로 노후생활을 보낸다. 이처럼 인도의 요가 수행을 통해 균형 있고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 곽승현 대표는 구랑클 캉그리 대학에서 요가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0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홀리스틱 요가 힐링 시스템을 개발하여 국내에 처음으로 보급하였다. 원광대학교 디지털대학의 요가학과 교수로 홀리스틱 요가 힐링 시스템 활용법을 가르쳤다. 온전한 인생을 찾아 살다 예측할 수 없는 빠른 사회 변화는 우리 삶을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곽승현 대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육체적 움직임이 느려진 시니어의 활동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심리적 압박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인적이고 통합적인 홀리스틱 요가 힐링은 시니어뿐만 아니라 균형적인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많은 수행을 통해 배웠습니다. 균형 잡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죠. 특히 인도에서 수행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이것이 얼마나 긍정적이고 서로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지도 체험했습니다. 제 건강한 삶이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것을 나누다 보면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게 되겠죠.” 혼자서 건강한 삶을 찾아가기보다는 함께 찾아간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찾아낸 홀리스틱 힐링 시스템이 추구하는 가장 높은 단계가 사랑과 봉사라는 점을 되짚어본다.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이란? 사랑과 봉사로 세상과 함께 나누며 미덕을 실천할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 새삼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 2018-06-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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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라서 만나지 못하는 한 줄기 빛
- 가계부채 1500조 원 시대다. 하우스푸어, 파산 등등의 우울한 단어들은 이미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보여주는 것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암울한 처지는 아무리 남의 얘기로 분류하려고 해도 막연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국가로서 정립되어 발전해온 만큼, 우리 대부분은 잘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국가가 만든 시스템들이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또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서민금융진흥원의 김윤영 원장을 만나 엄혹한 금융위기 시대의 사회적 역할을 물어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돈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돈에 웃고 돈에 운다. 그리고 아마도 돈에 우는 사람이 웃는 사람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그 돈에 우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미소금융재단,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위원회 등 다양한 기관에 분산되어 있던 정부의 서민 관련 금융 지원 시스템을 한곳으로 통합시키고자 만들어진 서민금융진흥원은 2016년에 문을 열어 이제 2년여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 서민금융진흥원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게 가장 좋은 거죠. 어려운 사람이 없는 거니까요. 하지만 역할이 없어져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자꾸 역할이 커지는 게 현실이죠.”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이 단순히 대출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민들의 편의를 높이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은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 몇 년 전, 전셋값의 이상 폭등이 계속되어 전세 비용과 매매 비용이 별 차이가 없게 되자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명제가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지금 15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거대한 폭탄이 됐다. 이러한 각박한 현실에서, 김윤영 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출 서비스를 넘어서 인간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출이 능사가 아닙니다. 빚 권하는 사회에 대해선 모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것보다는 자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게 옳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컨설팅, 관리 등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직업상담사를 자체적으로 열 명 보유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워크넷과 잡월드 등과 연계해 일자리 연결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못하면 사회복지사와 연결시켜주기도 하죠.” 금융생활 및 경제적 자립 지원 노후준비를 제대로 해놓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1988년에 시작된 국민연금에 가입해 계속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이라 해도 이제 은퇴하게 되면 150만 원 정도 받는다. ‘월급쟁이로 살면서 큰돈 모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빚 없으면 다행’이라는 말들까지 나온다. 그래서 노후를 맞이한 많은 시니어가 일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지만 정작 일자리는 없는 게 현실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이 문제에 주목해 일자리 구하는 일을 돕고,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하다못해 족발집을 창업하고 싶다면 족발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부터 세무, 인테리어까지 가르쳐줍니다. 전국에 150명의 컨설턴트가 있어 현장으로 직접 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예전에는 대출만 해주고 말았죠. 지금은 이 사람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종합적인 상담을 해주고 있어요. 금전 이외에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비금융 서비스까지 아우르겠다는 서민금융진흥원의 계획은 전국 43개 통합지원센터 종합상담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사회보장정보원과도 연계하고 전국 3500여 개에 이르는 주민센터도 활용해 서민금융진흥원에 더욱 쉽게 접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문턱이 낮아야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취약계층 자립자금, 전통시장 소액대출, 미소금융 자영업자 지원대출, 개인·프리 워크아웃, 바꿔드림론 등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통해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지원을 넘어선 재기의 발판 마련 “서민금융진흥원을 찾아오는 분들은 대부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빨리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가게 해야죠.”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경제 언론에서는 심심찮게 기사를 내고 있지만 과연 그러한 발전을 체감하며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김 원장은 여전히 생각보다 취약계층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대학생들은 급전이 필요할 때 거래 실적이 없어서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습니다. 자연스럽게 대부업을 찾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죠.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금융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을 바로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다. 열 번, 백 번 생각하고 갈까 말까 고민하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빚쟁이가 되는구나’라는 자괴감과 부끄러움 때문이다. 김 원장이 ‘문화’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정서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찾아와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빚 탕감이 도덕적 해이? 사실 서민금융진흥원이 하는 일은 일반 금융 회사들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금융 회사들이 대출을 해주잖아요? 그들은 돈 빌려준 사람의 정보를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채무자가 돈을 안 갚고 있으면 찾아가서 ‘어렵습니까?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럼 이자는 이렇게 감면해줄게요’ 하고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그렇게 가장 잘 아는 곳에서 깎아주고 감면해줘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정부에서 나서서 금융 회사와 협약을 맺고 정책 자금으로 돕는 거죠.” ‘돈을 연체하려고 빌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김 원장은 서민의 마음과 어려움을 가장 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얼마 전 정부에서 1000만 원 이하 소액 채무를 10년 이상 갚지 못하고 있는 연체자 159만 명의 빚을 탕감하거나 유예해준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소위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도덕적 해이’론에 대한 반박이다. “그 1000만 원을 빌려서 10년 연체했단 말예요. 10년이면 이미 은행이 안 갖고 있거든요. 팔아넘겨져서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으로 가 있을 돈일 겁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채무자는 얼마나 추심으로 고통을 받았겠어요. 물론 1000만 원은 큰돈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년을 고통받은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환 능력이 없으면 감면해줘야죠. 이 건에 대해 도덕적 해이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도덕적 해이가 없을 순 없겠죠. 그러나 소수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지원을 안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필요했다고 봐요.” 빚 독촉에 시달리는 이들을 돕자 서민금융진흥원에서는 얼마 전 서민금융 이용자들의 수기집을 발간했다. 이 책에 실린, 부채로 어려움을 겪다가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이용해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23편은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김 원장은 수기집 사연들 중 ‘이제는 전화를 맘대로 받을 수 있고 집도 갈 수 있고 회사도 갈 수 있다’는 말이 너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의 보통 일상도 ‘빚쟁이’가 되는 순간 사치가 된다. 그들로선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는 것이 가장 바랐던 일일 것이다. “빚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이 다리 뻗고 잘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우리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이 나면 119를 찾듯 서민금융 하면 우리를 연상하게 됐으면 해요.” 우리나라의 복지체계를 다시 점검하게 만든 송파 세 모녀 사건. 엄마가 보건복지부 희망의 전화인 129번을 알았다면 그러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지만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곳곳에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또한 홍보가 잘 안 돼서 활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들 중 하나다. 특히 시니어 중 신용회복위원회는 알아도 서민금융진흥원은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전국에 폐지 줍는 노인 수가 170만 명이나 된다 합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N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죠. 그런 분들에게 재기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저희를 통해 희망을 얻은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보람입니다.” 희망을 주고 확인하는 것이 보람 최근 정부기관들은 효율성 강화를 위해 각 기관에 흩어진 DB와 역할을 통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16개 기관이 모여 MOU를 체결했다. 노후준비지원 중앙협의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노후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이 다 모였고 서민금융진흥원도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갔다. “예전에는 이런 협의체가 있으면 출범하고 끝나잖아요. 이제는 실제적인 액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중간에 폐지 수거 체험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부에서 노인 일자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강변하는 김 원장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따뜻함과 진솔함을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러한 소탈한 솔직함이야말로 지금 하고 있는 업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
- 2018-05-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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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묵칼레에서 고대 로마식 온천욕 즐기기
- 로마인들의 휴양지에는 몇 가지 특색이 있다. 목욕을 좋아해 자연 용출장이 있는 곳에 휴양지를 만들었다. 목욕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어김없이 볼거리, 즐길거리도 만들었다. 연극이나 스포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극장과 원형 경기장도 만들었다. 로마인들의 대표적인 휴양지 중 한 곳은 터키의 파묵칼레다.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의 부서진 유적 위에 만들어진 온천 수영장에서의 물놀이는 클레오파트라도 부럽지 않다. 거대한 흰 석회암 언덕이 있는 작은 마을 터키 여행을 할 때 파묵칼레(Pamukkale)를 여행 코스에 넣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파묵칼레에 대한 홍보 영상물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그곳에서 발산되는 매력을 저버릴 수 없다. 터키 여행 10일 정도 지날 즈음 파묵칼레로 간다. 고국에서 여행 온 후배들을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날짜를 정하고, 같은 숙소를 따로 예약하면 된다. 후배들보다 좀 더 일찍 여행을 왔기에 여유 부리며 터키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대부분의 터키 여행자들은 카파도키아에서 안탈리아로 이동해 파묵칼레로 이동하지만 카시~페티예~달얀에서 시간을 더 보냈다. 무계획 여행은 이래서 좋다. 달얀에서 파묵칼레까지는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비해 12배나 영토가 큰 터키이기에 긴 이동거리도 당연지사처럼 생각하게 된다. 달얀에서 승합차처럼 작은 돌무시를 타고 페티예로 나와 오토가르(터미널)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버스표를 구입한다. 분명히 파묵칼레로 가는 표를 구입했는데 데니즐리(Denizli)가 종점이다. 돌무시로 바꿔 타고 10km를 더 가야 파묵칼레다. 통일성 없는 터키의 교통법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35℃ 온천수가 변화시킨 석회암 덩어리 파묵칼레는 아주 작은 동네다. 게스트하우스 앞으로 거대한 ‘설산’처럼 보이는 석회암 덩어리가 불쑥 솟아 있다. 편안한 차림으로 마을의 석회암 언덕으로 오른다. 사방팔방 온통 흰빛이다. 파묵칼레는 터키어로 ‘목화의 성’이라는 뜻이다. 온천수가 빚어낸 석회암 덩어리를 빗대어 붙인 지명. 석회 성분을 다량 함유한 35℃ 온천수가 수 세기 동안 바위를 타고 흐르면서 표면을 탄산칼슘 결정체로 뒤덮은 것이다. 석회암 언덕은 보기와 달리 미끄럽지 않다. 따뜻한 물이 흐르고 용액의 흐름을 보여주는 ‘층리’가 사방으로 펼쳐진다. 이 석회 언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러 차례 그 색이 변한다. 녹은 석회암이 물결 모양을 만들었다. 마치 다랑이논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수십 개의 서멀 풀(thermal pools)의 물줄기는 청옥빛이다. 종유석 등은 없지만 딱 석회동굴이 노출되어 있는 형상이다. 서멀 풀은 1988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입욕은 불가하고 맨발로는 들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한여름에는 수영복 입은 여행자들이 부지기수다. 석회 언덕 정상에 오르면 또 한 번 깜짝 놀란다. 부서진 문화 유적들이 무수하게 흩어져 있고 박물관도 있다. 이곳은 고대 페르가몬(Pergamon) 왕국이 기원이다. 기원전 130년경, 로마인들이 정복해 ‘성스러운 도시(히에라폴리스)’라고 불렀다. 그리스어 ‘히에로스’는 신성함을 뜻한다. 히에라폴리스는 로마에 이어 비잔틴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번성했다. 고대 로마의 히에라폴리스 유적지 ‘파묵칼레’라는 지명은 11세기 후반 셀주크투르크족의 룸셀주크 왕조의 지배를 받으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1354년, 이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었다가 1887년, 독일 고고학자 카를프만이 발견해 복원했다. 로마시대의 원형 극장, 신전, 공동묘지, 온천욕장 등 귀중한 문화 유적이 남아 있다. 특히 최대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원형 극장은 현재 봐도 어마어마한 규모다. 또 증기가 발생하는 단층 위에는 아폴로신전이 세워져 있고 세베루스(Severus) 시대에 만들어진 극장도 있다. 1200기의 무덤이 남아 있는 거대한 공동묘지도 있다. 서아시아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 유적 중 하나인 이곳에는 지금도 수많은 석관 뚜껑이 열려 있거나 파손된 채 여기저기 널려 있다. 이 석관들은 치료와 휴양을 위해 몰려들었던 병자들의 무덤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곳 또한 고대 도시 유적으로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클레오파트라 온천 수영장에서 물놀이 흩어진 문화 유적지와 박물관을 관람하고 클레오파트라 온천 수영장으로 들어간다. 폐허가 된 유적지에 온천물을 담아 언덕 위에 온천 수영장을 만들었다. 수영장엔 나무들을 심어 그리스, 로마식으로 만들었다. 간이 탈의실도 있고 식당도 있다. 물 온도는 35℃로 생각보다 높다. 물속에는 그리스, 로마시대 때의 대리석 기둥이 그대로 잠겨 있어 발밑이 평평하지 않다. 얕은 곳도 있지만 키를 훌쩍 넘는 곳도 있다. 이 온천수는 류머티즘, 피부병, 심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져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등지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왔다. 특히 로마시대에는 여러 황제와 고관들이 이곳을 찾았다. 테르메라고 하는 온천욕장은 온욕실·냉욕실은 물론 스팀으로 사우나를 할 수 있는 방, 대규모 운동 시설, 호텔과 같은 귀빈실, 완벽한 배수로와 환기 장치까지 갖추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와 물을 가져갔는데, 이 물은 양모를 씻고 염색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어쨌든 고대, 로마시대 때부터 있던 온천장에서 즐기는 온천욕. 수심이 깊은 곳에서 수영도 하고 밧줄에 매달리기도 하고 물도 먹기도 하면서 두어 시간 놀고 나니 몸이 가뿐해졌다. 클레오파트라도 방문했다고 하니 아무리 바빠도 온천욕은 필히 해야 한다. 파묵칼레는 사실 이게 전부다. 단 이틀 동안 후배들과 함께하고 아쉬운 작별을 한다. 헤어지는 날, 후배는 싸갖고 온 햇반과 깻잎을 건네준다. “선배. 정말 힘들고 외로울 때 이거 먹어. 그러면 아픔이 싹 가신대.” 아끼고 아껴뒀다가 힘들었을 때 꺼내 먹으면서 파묵칼레의 기억을 어찌 떠올리지 않았겠는가? 여행이란 단지 풍치만 보는 게 절대 아니라는 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내 기억 속의 파묵칼레는 그래서 더 좋다. Travel Data 찾아가는 방법 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 직항이 있다. 이스탄불에서 데니즐리까지 항공으로는 1시간 10분 소요된다.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는 10시간가량 걸린다. 데니즐리 터미널에서 파묵칼레행 미니버스가 운행된다. 이스탄불 ~ 카파도키아 ~ 안탈리아 ~ 파묵칼레 순으로 대부분 여행 코스를 짠다. 음식 정보 파묵칼레는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제법 있다. 숙박 정보 파묵칼레 마을은 크지 않다. 대부분 가정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가 많다. 가격은 조식을 포함해 2~3만 원대다. 대부분 수영장도 갖추고 있다. 날씨 정보 터키는 지중해성 기후다. 생각보다 햇살이 따갑다. 4월부터 기온이 풀리고 곧 뜨거워진다. 봄옷을 준비하면 된다. 아침과 저녁은 일교차가 크므로 겉옷을 하나 준비하는 게 좋다. 물가와 화폐 정보 터키 화폐는 터키 리라(Turk Lirasi)다. 물가는 한국보다 싸다. 시니어 여행 포인트 파묵칼레 인근에는 또 다른 온천 명승지가 있다. 제2의 파묵칼레로 불리는 카클르크(카크리크) 동굴은 최근에 발견된 종유동굴인데, 광천수가 뿜어져 나온다. 파묵칼레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여행사를 통해 표를 구입해야 한다. 여행사가 두어 곳 있는데 가격 차이가 크다.
- 2018-05-3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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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들어 나는 악취, 입 냄새도 챙기세요
- 가령취(加齡臭)라는 단어가 있다. 말 그대로 나이가 들면 나는 냄새다. 일반적으로 ‘노인 냄새’로 알려진 고령자 특유의 냄새를 말한다. 40대 이후부터 점차 체내에서 배출되는 노넨알데하이드(Nonenaldehyde)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냄새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성 향수까지 출시됐을 정도다. 아쉽게도 노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냄새는 또 있다. 바로 입 냄새, 즉 구취(口臭)다. 은퇴 후 대인관계가 더 많아질 수도 있는 시니어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노넨알데하이드가 원인인 가령취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환기를 통해 냄새가 방 안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하고, 침구 세탁과 소독을 자주 한다. 소취제나 탈취제, 향수 등 기능성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 향불과 같은 연소형 제품도 도움이 된다. 오랜만에 만난 손주들이 품에 안기기 싫어하면 가령취를 의심해봐야 한다. 나이 들수록 구취 발생 가능성 증가 구취의 경우 가령취와 해결 방법이 다르다. 원인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구취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치주질환과 충치. 치주질환과 충치는 전 연령층에서 볼 수 있는 질환인데 왜 시니어들의 구취가 더 심각한 것일까. 이에 대해 콩세알튼튼예방치과 이병진 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나이가 들면 입안에 인공적인 보철물이 하나둘 늘어가기 마련이에요. 임플란트, 브리지, 크라운 등과 같은 보철물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 끼어 있는 음식물을 제거하고 관리하는 것이 까다로워져요. 그리고 관리를 안 하면 점점 상태가 나빠져 냄새도 더 심해지죠. 문제는 이런 악취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분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심하면 우울증까지 겪게 됩니다.” 연령이 높아지면서 구취가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에 있다. 특히 당뇨는 충치나 치주질환으로 인한 악취와는 또 다른 냄새를 발생시킨다. 여러 질환으로 다양한 약을 복용할 때는 구취가 더 심해진다. 노화로 인해 타액 분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입안이 건조해지면서 악취가 더 심해지는 것이다. 구취에는 생선 비린내와 유사한 황(黃) 성분이 있어 불쾌감을 준다. ‘종이컵 숨쉬기’ 자가진단 소용없어 구취를 검색하면 다양한 자가진단법에 대한 정보들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용없다. 방법만 다를 뿐 자신의 ‘침 냄새’ 맡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대부분은 자신의 구취에 대해 후각세포가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방법을 써도 구취를 인지하기가 어렵다. 구취를 인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이 냄새를 맡는 것이다. 그러나 입 냄새가 난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냄새가 얼마나 심한지, 상대에게 어느 정도의 불쾌감을 주는지는 알아내기가 어렵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장비가 개발돼 치과에 보급되고 있다. ‘구취 측정기’가 그것. 그동안 외산 제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아이오바이오의 ‘브레스뷰’ 같은 국산 제품이 등장하면서 치과에서의 사용이 대중화되고 있다. 구취 측정기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장비와 연결된 일회용 투명관을 입에 물고 2분 30초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 구취의 여부는 물론 구취의 정도, 구취의 원인도 알려준다. 구취를 측정하면서 만성질환 발병을 몰랐던 환자가 자신의 병을 자각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습관 개선, 냄새 제거에 도움 구취가 입안에서 발생하는 질환에 따라 영향을 받는 만큼 해결 방법 역시 치료가 우선이다. 이 원장은 구취 원인에 따른 대응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구취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해결 방법도 개인별 맞춤치료가 필요합니다. 구강상태, 칫솔질 습관이나 식습관, 전신질환, 호흡습관, 흡연 등 그 원인을 다각도에서 분석해 치료를 해야 합니다. 가글 등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으니 치과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활습관 개선도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 인스턴트식품과 자극적인 음식을 멀리하고 식사는 거르지 않는 게 좋다. 과일이나 아채를 골고루 먹으면 타액 분비가 촉진된다. 커피는 물을 함께 마셔주는 것이 좋다. 설탕이 많이 든 간식은 피하고, 자일리톨 껌 등으로 입과 혀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타액분비에 도움이 된다. 혀 클리너로 백태를 제거하면 냄새 제거에 효과가 있지만, 백색의 혀 조직을 백태로 오해해 박박 긁어대면 혀에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백태는 칫솔로 살짝만 건드려도 떨어져 구분이 쉽다.
- 2018-05-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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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직업으로 요양보호사 어떨까?
- OECD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부양률은 100명당 19.6명으로, 생산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32위 수준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50년엔 100명당 71.5명, 2075년엔 80.1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돈을 버는 사람이면 무조건 어르신 한 명을 봉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사회 변화 속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직업 중 하나는 요양보호사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그런 것일까. 지난 4월 18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4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통해 4만909명의 요양보호사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전체 4만5510명이 응시해 응시자 중 89.9%가 합격했다. 응시자는 23회 시험에 비해 6891명이 늘어났다. 많은 숫자가 배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2016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직 요양보호사는 31만3013명에 그쳤다. 그간 배출인원이 151만 명 이상임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다. 이에 반해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인정받은 대상자는 2012년 34만1788명에서 2016년 51만9850명으로 증가했다.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약 2명의 노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자격 취득자 많지만 일손은 부족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시설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노인 등의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지원 등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고용해야 하는 인력을 말한다. 요양보호사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통해 자격시험이 관리되는 국가자격제도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초기에는 일정 교육 과정만 이수하면 취득이 가능했지만, 2010년부터는 자격시험제도가 시행됐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은 정해진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기, 실습 교육을 각 80시간씩 총 240시간을 이수해야 응시할 수 있다. 이후 시험에선 각 60점 이상을 취득해야 합격이 된다.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교육기관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인정된 요양보호사교육원은 2017년 기준 전국 1725개소에 달한다. 교육비는 기관마다 제각각이지만 대략 60만 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관도 일부 있다. 요양보호사 수급에 비상이 걸린 지자체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경기도 안산시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무료 교육생을 모집했다. 충청북도 음성군도 비슷한 시기에 무료 교육생을 모집했다. 부산시 수영구는 일부 교육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교육 희망자를 접수했다. 가족 돌봄에도 유리해 관심 늘어 요양보호사는 시니어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직업 중 하나다. 은퇴 시기가 되면 배우자나 부모가 치매 등 질병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요양보호사 교육 과정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 가족을 돌보는 실질적인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족요양비의 존재도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이들에겐 매력적이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가족 등으로부터 방문요양에 상당하는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때 등급과 관계없이 월 15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 초 가족요양비와 가족인요양보호사제도도 개선해 가정에서 부모를 돌볼 수 있도록 해 시설 수요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력 제한이나 자격 획득이 어렵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수요가 많아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다. 때문에 조선족이나 고령자의 지원도 적지 않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돕는다는 직업적 자긍심이나 보람도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데 힘이 된다. 근로환경 열악, 수입 좇으면 못해 그렇다면 실제 근무 환경은 어떨까. 현장에선 요양보호사가 전문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요양보호사의 근무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집으로 찾아가 돌봄서비스를 실시하는 재가요양보호사가 전체의 약 70%에 이른다. 시설요양보호사는 나머지 30%에 해당한다. 상당수의 재가요양보호사는 단시간 비정규직, 시설요양보호사는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일자리의 불안정성이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근무 방식도 쉽지 않다. 비교적 수입이 좋은 입주요양보호사는 부가적인 요구사항이 많아 힘들다고 한다. 한 요양보호사는 “기본적으로 어르신에 대한 가사 지원이 업무 영역에 포함되지만 실제로는 5~6인 가족 전체 살림을 도맡아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부적절한 성적 요구가 성희롱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한다. 수입이 좋은 입주 자리는 많지 않기 때문에 요양보호사 입장에선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근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주 토요일에 퇴근했다가 일요일에 출근하는 입주요양보호사는 월 급여를 200만~250만 원 수준으로 받는다. 그러나 주 3회 몇 시간씩 들리는 재가요양보호사의 수입은 몇십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시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이라고 해서 근무 환경이 속편한 건 아니다. ‘퐁당퐁당’과 ‘주주야야휴휴’가 대표적이다. 퐁당퐁당은 24시간 근무와 휴일이 반복되는 방식이고, 주주야야휴휴는 주간근무 2일, 야간근무 2일, 휴일 2일을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이다. 요양원에서 주간근무만 고집하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실질소득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상당수다. 야간근무 시간 중 4~6시간을 수면을 위한 휴게시간으로 지정해 임금을 줄이는 방식은 요양보호사들이 악습으로 지적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요양보호시설의 한 관계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부터 수가를 지원받기 때문에 설립 요건부터 운영에까지 제약은 많고 수익성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하고 “때문에 일부 시설에서는 인건비나 식비 등 절약이 가능한 부분에서 이윤을 남기려는 경향이 있다. 운영에 가족 참여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열악한 조건을 반영하듯 서울시에서는 어른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이들을 위한 노동상담 등 노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금이나 퇴직금 문제뿐만 아니라 성희롱 등도 주된 상담 분야다. 따라서 요양보호사들은 돈이 목적이 아닌, 사회에 공헌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나쁜 태도로 근무하게 되면 비인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의사표현이 어려운 환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종종 그런 일도 생긴다. 병원에 비해 보는 눈이나 관리자도 적은 사각지대에서의 근무가 잦은 만큼 스스로의 자긍심이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 현장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 2018-05-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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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동년기자단 3기 새롭게 출발
-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동년기자단이 3기가 발단식을 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26일 이투데이 본사 5층 강당에서 치러진 발단식에는 3기 동년기자단 50여 명과 이투데이 길정우 총괄대표를 비롯한 내외빈이 참석해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동년기자단은 이투데이PNC의 5080 세대공감 시니어 월간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운영하는 시니어 기자단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2015년 창간 이후 온ㆍ오프라인에서 시니어가 요구하는 정보와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기사로 독자와 만나왔다. 선발을 위해 동년기자단 지원자를 대상으로 3월 26일과 27일 이틀간 면접을 진행했고, 총 62명의 동년기자를 선발했다. 3기 동년기자단은 영상, 번역, 강의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거나 퇴직한 전문 인력이 대거 합류했다. 이를 통해 예년보다 전문화된 시니어 기자단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전망이다. 길정우 총괄대표는 축사를 통해 "시니어 스스로의 의견을 직접 전할 수 있는 동년기자단은 고령화 사회에 중요한 목소리가 될 것이며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라보 3기 동년기자단의 활동 기간은 올해 5월부터 내년 4월까지 1년이다.
- 2018-04-2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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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행’ 떠나는 시니어, 건강에서 교육까지 네 마리 토끼 잡는다
-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만큼 여행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고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 TV를 틀면 나오는 여행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단체여행에서 배낭여행, 저가여행, 테마여행까지 내용도 다양해졌다. 시니어의 은퇴 후 버킷리스트에도 여행은 항상 우선순위다. 최근에는 액티브 시니어를 중심으로 배낭여행이나 장기여행이 붐을 이루고 있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시니어의 최근 여행 트렌드를 볼 수 있다. 70대 배우들이 함께 떠난 ‘꽃보다 할배’는 배낭여행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또 ‘윤식당’은 해외에서 살아보는 여행을 꿈꾸게 했다. 이처럼 단순 관광을 넘어 배우고 체험하는 여행에 관심이 높아졌다. 교육과 여행의 꿈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교육 여행’ 시니어 맞춤형 여행의 대표적인 트렌드는 ‘교육 여행’이다. 시니어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교육여행 프로그램으로는 ‘로드 스칼라(Road Scholar)’가 대표적이다. 로드 스칼라는 ‘길 위의 학자’라는 뜻으로 1975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 단체다. 150개국에서 5500개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매해 10만 명 이상이 참가한다. 이 단체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평생교육과 여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탐험하고 모험하며 세상이 하나의 큰 교실이 되는 셈이다. 프로그램은 관심사나 지역 등을 기준으로 선택하면 된다. 관심사 종류는 트레킹부터 사진, 오페라, 조류 관찰, 국립공원 탐방 등 무궁무진하다. 뒤늦게 외국어를 배우려는 시니어도 많다. 노후의 여가시간이 어학을 배우는 데 최적의 조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장기간 살면서 어학연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약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를 배우게 해준다. 예를 들면 스페인 세비야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며 건축, 요리 등을 체험하는 식이다. 머무는 동안 도움이 필요하면 로드 스칼라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손주와 함께 떠나는 세대 간 여행도 인기다. 자연이나 도시 관광뿐만 아니라 손주와 서핑을 배우거나 영화제작도 경험하는 이색 프로그램들이 있다. 주목할 것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별로 활동단계(activity level)와 야외활동단계(outdoor level)가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건강 상태와 여행 취향에 따라서 단계를 선택하면 된다. 프로그램별로 일정, 비용, 건강, 취향의 단계가 있어 개인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혼자 떠나도 외롭지 않은 ‘혼행’ 상품 두 번째 트렌드는 ‘혼행(혼자 여행)’이다. 혼행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로지 나 자신에 집중해서 언제든 원하는 대로 여행을 할 수 있다. 또 평소 가족과 여행 다닐 때와 달리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여행사인 ‘클럽 투어리즘(Club Tourism)’은 나홀로 여행객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맞춤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고객은 주로 50~70대. 대략 남성이 30%, 여성이 70% 비중을 차지한다. 친구, 가족과 함께 여행하려는 사람의 신청은 받지 않는다. 고객 간에 버스 좌석이나 방을 정하는 일도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 참가자가 모두 혼자 오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치를 볼 일도 없고 외롭지 않다. 하루 여행부터 해외여행까지 가능하며 60대, 70대 등 연령대별 상품도 있다. 또 여성 한정 여행도 가능하다. 온천, 꽃놀이, 미술관 투어, 크루즈 여행까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특히 혼자 떠나는 호화 상품의 경우 1인이 2석을 이용하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호텔에서는 1인 1실로 숙박한다. 나홀로 여행객들을 위한 상품은 소규모로 참석 인원을 제한하며,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안내원이 동행하기 때문에 위험할 일도 없다. 세 번째 트렌드는 ‘케어(care) 여행’이다. 시니어는 나이가 들면서 무릎이 안 좋아져 오래 걷기도 힘들고, 건강 문제로 여행을 가고 싶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과 걷는 속도를 맞춰야 하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여행이 인기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활성화가 안 됐지만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의 클럽 투어리즘은 ‘지팡이와 휠체어로 즐기는 여행’을 주제로 고령자들도 여행을 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유니버셜디자인센터’를 만들어 여행할 때 느끼는 불편한 점도 연구한다. 또한 70세 이상을 위한 ‘편안한 여행’ 상품들은 하루 평균 적게는 한 곳, 많게는 세 곳 정도 투어를 해 일정이 비교적 여유롭다. 숙소에 일찍 도착하고, 아침에도 느지막하게 출발해 여유롭다. 이동 중에도 한 시간 반마다 휴식을 취한다. 장시간 걷지 않으며 버스 참가 인원도 제한한다. 첨단기술로 각광받는 ‘스마트 여행’ 마지막 트렌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smart) 여행’이다. 첨단기술의 발전은 여행과도 밀접하다. 과거에는 책이나 지도 한 장에 의지해 여행을 갔다. 하지만 최근엔 스마트폰의 지도를 활용해 관광지를 찾아다닌다. 앱을 이용한 외국어 번역도 필수다. 일명 ‘스마트 관광’이라 부르는 스마트 여행은 ICT 기술을 활용해 빅데이터를 구축한 뒤 실시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영국 런던박물관이 2010년 만든 ‘스트리트 뮤지엄(Street Museum)’ 앱은 증강현실을 이용해 과거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증강현실은 현실의 배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기술이다. 만약 내가 런던의 특정 장소에서 이 앱의 3D 뷰를 선택하면, 현재 위치의 과거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또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증강현실 기술로 도자기나 조각의 숨겨진 뒷면까지 3D 입체영상으로 보여준다. 고령화로 액티브 시니어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여행 업계는 시니어에 주목하고 있다. 길어진 노년기에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여행이 삶에 가져다주는 활력은 노후를 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앞으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여행이 더 많아진다면 여행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 2018-04-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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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재계에 취직한 사람
- ‘기업과 나라 걱정으로 가득한 사람’. 권오용(權五勇·63) 효성그룹 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그를 단 한마디로 정의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재계에서 ‘뼛속까지 홍보맨’의 요직을 거치면서 여러 굴지의 오너와 인연을 갖게 된 그는 국가와 사회,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채워진 사람이다. 그가 상임이사로 일하는 한국가이드스타(이사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는 비영리 공익법인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다. 이곳에서 6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그가 발견한 자신의 의무와 책임, 그리고 공동체 모두가 잘 사는 길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제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 1호 독자예요.(웃음) 2015년 1월호를 창간하기도 전에 정기구독 신청을 했고 지금까지 계속 보고 있죠. 평생 구독 회원이 될 것 같습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매거진 제1호 독자, 권오용 고문은 단순히 여가를 활용하고 문화만을 즐기는 게 아니라 현실 사회까지 다루는 중량감 있는 시니어 매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바로 그러한 바람이 구현된 잡지다. “여가와 문화만을 즐기기에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시니어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강물처럼 흘러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마치 저수지처럼, 필요할 때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시니어라고 봐요.” 부자는 돈을 잘 쓰는 사람 전경련 기획홍보 본부장을 거쳐 금호아시아나그룹, SK그룹 홍보실장, SK 사장, 효성그룹 홍보 고문까지, 스스로 재계에 취직했다고 하는 그가 공익법인 평가 법인에서 봉사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부터 그의 국가관을 들어봐야 한다. “선진국의 기준이란 뭘까요? 바로 오랫동안 잘사는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중요한 건 기간이죠. 그런 의미에서 최고 선진국은 유럽이고, 그다음이 미국이죠. 그리고 일본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습니다. 중국에는 소득이 5만 달러 이상인 사람이 1억 명이나 된다고 해요. 그런데 잘사는 나라로 보여도, 기간으로 보면 졸부예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잘 쓰는지를 따지면, 그 부분에 있어선 선진국이 아니예요. 돈이 많은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돈을 잘 쓰는 사람이 부자입니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부자인 이유는 돈을 잘 쓰기 때문이죠. 평생을 쓰레기 주워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할머니는 빌 게이츠 못지않은 부자입니다. 이런 부자가 많은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세금을 안 내면 투명성으로 보답해야 돈을 잘 써야 공동체가 잘 산다. 기부가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권 고문이 보기에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많은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기부금이 1년에 12조 원 정도 됩니다. 그중 7조 원이 종교단체에서 나와요. 그리고 5조 원은 공익법인이 마련한 기부금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기부금 시장이 양적으로는 굉장히 늘었는데, 어떻게 썼는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공익법인 기부금의 어마어마한 액수에 기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수많은 문제들도 떠올랐다. 당장 얼마 전 한국 사회를 전율시켰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행각 뒤에는 그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풍족한 생활을 뒷받침해준 소위 ‘눈먼 기부금’이 있지 않았는가. “세금은 국회를 통해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되지만 기부금은 잘 쓰이고 있는지 국민이 관심이 없어요. 막연히 잘 쓰이고 있겠지 생각만 하죠. 미국의 공익법인도 우리처럼 세금을 안 냅니다. 그런데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조세정의의 관점에서 일반 기업보다 훨씬 많은 투명성의 책임이 부여돼요.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냥 방관하는 편이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한국가이드스타는 공익법인이 세금을 면제받는 대가로 국세청에 매년 제출하는 재무보고서를 분석 소스로 삼는다. 재무보고서를 분석해 운영을 제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 검토하고, 결과를 점수화해 매년 공개하고 있다. 작년에 처음 발표했는데, 반응이 꽤 컸다고 권 고문은 자평했다. “물론 평가는 다 싫어하죠. 학교도, 신문도, 개인도 다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는 제대로 평가해주길 바라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이런 걸 정부에서 하면 탄압한다는 얘기를 듣게 돼요. 그래서 민간 쪽에서 하는 게 맞죠.” 한국가이드스타는 어떻게 보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모두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은 하지만 여론을 주도하는 시민단체를 건드리는 일이기에 지원을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쉽지 않은 길이었고 ‘이 일을 내가 왜 하나’라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올해도 3월 14일 우리나라 공익법인 8993개를 대상으로 투명성과 책무성을 분석해 93곳만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좋은 평가를 받은 곳에서는 좋아하지만 나머지는 무슨 자격으로 평가를 하느냐고 항의가 쏟아졌다. 지원이 불가능했던 미르·K 재단 사건 “작년에는 데이터를 통해 공익법인의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저희 취지를 긍정적으로 보고 큰 지원금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한국가이드스타 평가를 중요한 참고 정보로 활용하는 기업도 생겼습니다. 보람 있죠. 공익법인에서는 싫어하지만.(웃음) 그러나 의무감을 갖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권 고문은 공익법인 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정권 교체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미르·K 재단 사건을 언급했다. “권력을 이용해 자금을 요청하는 미르·K 재단 같은 곳은 어느 정권에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전경련에 공익법인들에 대한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적이 있어요. 그 가이드대로라면 미르·K 재단은 돈을 줘선 안 되는 단체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돈을 주는 바람에 기업 회장들이 구속되고 전경련은 해체 위기에 몰렸으니…. 미안한 심정이죠. 공익법인 평가는 기업으로 하여금 그런 비정상적인 재단에 돈을 안 줄 수 있는 정당한 명분을 마련해줍니다.” 배려가 효율을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그는 최근 오너십 체제와 기업 경제, 국가 발전이 함께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변화된 오너십과 사회 환경의 장점들을 합쳐 한국만의 독자적인 모델이 개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예전에 전경련에서 일할 때, 전경련 조찬이 7시 30분에 있는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7시 35분에 도착한 일이 있었죠. 그때 그분이 회의가 늦게 끝나 미안하다고 말했던 게 기억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 새벽 5시부터 이미 회의를 하나 끝내고 온 거였어요. 촌음을 아껴 시대를 누빈 선배 경제인들의 열정에 우리 경제가 여기까지 온 거죠. 정주영, 이건희, 구자경, 김우중, 최종현 등 오너의 삶과 성과를 바로 옆에서 본 사람답게, 그는 한국의 정치와 경제 관계를 정경일체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열정과 실행력이 일으킨 변화의 긍정적인 면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평창동계올림픽에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걸 유치한 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 회장이에요. 정경일체가 되어 국가적 목표를 달성한 거죠. 서울올림픽도 마찬가지였죠. 감동과 투자는 별개가 아니에요. 그 과정도 봐야죠.” 그는 시니어를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고 표현했다. 보이는 자산에는 투자가 잘 이뤄지지만 보이지 않는 자산에는 투자가 잘 안 이뤄진다. 그러나 정말 중요할 때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 여기서 그는 공자의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된다’(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을 보는 배려의 힘이야말로 효율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열쇠라고 말했다. “올림픽이 그다음에 열리는 패럴림픽으로 이어지는 것이야말로 효율이 배려가 되는 교훈을 보여줬죠. 올림픽이 몇 초를 기록으로 서로 경쟁하는 ‘효율’을 목표로 한다면 패럴림픽은 ‘배려’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경기입니다. 그런데 패럴림픽이 88서울올림픽 때부터 시작됐다는 걸 아세요? 사실 우리나라가 효율과 배려를 세계 최초로 시행한 나라입니다.” 재계에 취직했다는 사람답다. 전문성을 갖고 일가를 이룬 만큼, 이제 그는 봉사라는 기회를 통해 청춘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철학이 샘솟듯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권오용 고문. ‘브라보 마이 라이프’ 1호 독자의 행보라서 그런지 더욱 진한 여운이 남는다.
- 2018-04-19 1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