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은 그 이름만으로도 아득하게 먼 느낌이다. 그래서 한 번 다녀오고 나면 언제쯤에나 또다시 가보나 늘 그래 왔던 곳이었다. 아주 오래전 무덥던 여름날 어린 아들 손에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한 권 들려서 삐질삐질 땀 흘리며 남도 땅을 누비며 다녔던 날들이 있었다. 그때의 감흥을 다시 얻기는 어렵겠지만 땅끝마을 해남은 언제나 기대를 품게 하는 곳이다.
이 땅의 끄트머리 해남엔 바다를 내다보며 세상을 품은 듯이 장엄하게 우뚝 선 달마산(達摩山)이 있다. 그 장대한 산세에 천년고찰 미황사(美黃寺)를 있게 했다. 신라 경덕왕 8년에 인도에서 경전과 불상을 싣고 온 돌배가 닿은 곳이 이곳 갈두항이다. 이때 경전과 불상을 싣고 앞서가던 소가 누운 곳에 절집 미황사를 창건했다는 설화가 있다.
절 입구부터 위로 올려다보면서 한참을 걸어서 닿은 미황사는 산에 스며있는 절이라는 인상을 준다. 산이 감싸 안은 안온함이 느껴진다. 산을 다듬어서 평지에 지어진 모습이 아니다. 높낮이가 다른 산에 그대로 맞추어 각각 앉혀졌다. 건물마다 비탈길이나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하는 높낮이가 있다. 그래서 아래서 올려다보는 절의 처마나 기둥,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며 소리 내는 풍경소리가 남다르다.
비탈진 길을 따라 달마선원 뜰에 올라서 비로소 적요한 세상을 내려다보는 시간, 눈앞에 바다를 펼쳐 놓았고 남도의 들녘에 바람을 담아두었다. 그리고 저 멀리 매일 달라지는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월당 김시습은 일출은 낙산사, 일몰은 해남 미황사를 꼽았다고 한다.
이번 여행길에는 늘 하고 싶었던 템플스테이 일정이 있다. 비록 하루 머무는 짧은 프로그램이지만 깊은 산사에서 보냈던 그 시간은 깊은 힐링이었다. 방 배정과 함께 사찰 안내와 예절, 예불, 저녁 공양 후 참여했던 남도 문화체험은 해남 여행을 실감시킨다. 구수한 남도 소리를 바로 눈앞에서 들으며 함께 추임새도 넣어보는 시간, 비로소 우리 문화에 다가가 보았던 산사의 밤이었다. 이 모든 것들을 수행하면서 내 머릿속이 정돈되고 살짝 기분 좋은 긴장감에 뿌듯하다.
꾸밈없이 정갈한 텅 빈 방에서 지낸 하룻밤. 새벽녘 정적을 울리는 목탁 소리에 잠을 깼다. 문을 여니 어둠이 가득한 절 마당으로 가만히 오가는 발자국 소리들이 들린다. 조용히 일어나 내다본 산속의 사찰도 세수한 듯 신선하고 상쾌하다.
아침 공양 후 달마 선원의 찻방에서 금강 스님과 함께한 다도 시간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안경 너머로 느껴지는 스님의 눈빛이 엄격한 듯 따뜻하다. 스님께서 만들어 주시는 차를 두 손에 감싼다. “스님, 은은한 향이....이게 무슨 차인가요?”빙그레 웃으시며 스님이 말씀하신다. “차 이름은‘미황사 차’입니다.”이 무슨 바보 같은 물음이었는지.‘미황사 차’를 마시며 우리가 함께해야 하는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들려주신다.
“매일매일 살아있는 숲을 순례하는 마음으로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산길을 걸은 후 기운이 충만해지길 바라요. 그리고 이 길이 천 년이 지나도 반가운 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자연을 그대로 두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중장비나 기계가 아닌 호미와 삽, 괭이와 지게를 이용한 순수 인력으로 있는 그대로의 길을 내었다. 해마다 쌓이는 낙엽이 스며들고 그 길을 걷는 발아래 편안함이 있도록 자연 속의 흙과 돌을 그대로 고집했다. 길 가다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걷는 도중에 큼직한 돌들이 쏟아져 내린듯한 너덜길을 몇 번쯤 만난다.
미황사를 둘러싼 뒤편의 달마산에 달마고도(達磨古道) 길이 차분히 열려 있다. 총 17.74km의 4개 코스다. 그중에 한 코스를 걷기로 했다.
달마 고도는 각 4코스가 있다. 총 17.74km / 약 6시간 30분 거리. 제1코스 2.7km 미황사~큰 바람재, / 제2코스 4.37km 큰 바람재~노지랑골,/ 제3코스 5.63km 노지랑 골~몰고리재, / 제4코스 5.03km 몰고리재~인길~미황사
땅끝마을에 명품 둘레길 달마고도(達磨古道). 그 길을 세 시간여 걸었다. 땅끝에서 산길을 걷고 돌길을 걸으며 속세의 고단함도 함께 한다. 태고의 매력 속에서 자연의 기운을 듬뿍 받는다. 힐링 트래킹이다. 걸으며 사색과 명상을 하며 미약하게나마 성찰의 시간이 된다면 더 바랄 게 무엇일지.
달마산의 숲에 난 조붓한 길은 적당히 걷기 좋았고 숲을 이룬 나무 사이로 햇살이 눈 부시다. 이렇게 걷는 행복을 만끽한다. 심신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평소에 운동하지 않는 편이다 보니 때로 숨차서 헉헉거리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다. 걸을수록 그 길을 걸어나갈 힘이 생겨난다. 언제라도 찾아와 걸어보고 싶은 길이 또 하나 생겼다.
생각만으로 막연히 멀다 했다. 이젠 언제라도 한반도 끄트머리 땅끝마을 해남으로 훌쩍 떠나볼 만하다. 그곳엔 붉은 동백이 피고 지고 있었고 애끓는 남도 창이 고단한 마음을 달래준다. 푸근한 인심과 맛있는 밥상엔 인정이 넘치던 곳, 지금 거기엔 싱그럽게 일렁이던 청보리가 누렇게 패고 있겠다.
*해남 미황사 가는 길 - 자동차로 약 6시간 정도 // *대중교통: 강남고속버스터미널(호남선)출발-해남터미널-미황사행 버스 // * 미황사. 달마고도(達磨古道) :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서정리
(해남군은 신종 코로나19 확산으로 나 홀로 여행자를 위한 한적하고 안전한 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6월 2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30분 미황사 일주문 앞에서 트레킹 가이드와 함께 출발한다.)
△ 주변에 더 가 볼 곳 & 맛집
*해남 청보리밭 - 두 눈이 시원하다. 황산 연호 보리밭은 바라만 보아도 싱그럽다. 구릉의 높낮이를 그대로 살린 완만한 지형이 자연스럽다. 고두심 주연의 영화 '엄마'의 한 장면이 이 청보리밭에서 연출되어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쯤 보리가 패어 누런 황금 물결이겠다. 전남 해남군 황산면 연호리 482-2
*해남 공룡박물관 - 세계 최초로 익룡, 공룡, 새 발자국이 동일 지층에서 발견된 지역이 바로 해남이다. 그 앞으로 펼쳐진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보며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은 마냥 평화롭다. 전남 해남군 황산면 공룡박물관 길 234
*대흥사- 우리 국토의 최남단에 있는 두륜산(頭崙山)의 빼어난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한 대흥사(大興寺)는 땅끝마을 해남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특히 천불전 남쪽의 동국 선원은 1978년 문재인 대통령이 머물며 사법 시험공부를 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곳이다. 소박한 방에서 누군가의 큰 꿈을 이루어가던 시간이 거기 있었다.
입구에 있는 100년 전통의 한옥 구조인 '유선관 여관'과 그 뜰의 누렁이가 유명하다. 이제 그 누렁이는 간데없고 근래엔 TV 예능 알쓸신잡의 잡학박사들이 이곳에서 토론을 하던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전남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376
*녹우당(綠雨堂)- 고산 윤선도의 산중신곡의 무대 비자림 숲. 500년 된 은행나무가 입구에서 든든히 지키고 있다. 바람이 불 때 정말 녹우(綠雨) 소리가 날까 귀 기울여 보라.
*땅끝마을- 한반도 육지의 남쪽 끝 43.5km 지점에 있는‘땅끝마을’. 마을 입구에 땅끝 표지석이 서 있다. 156m 갈두산 정상에 전망대가 있다.(모노레일 이용 가능)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보리향기 - 음식점도 자그마하고 가족 느낌의 보리밥 정식. 고소하고 찰진 차조밥과 '자줏빛의 작은 새우'라는 뜻의 '자하젓'이 맛깔스럽다. 막걸리 한 잔이 잘 어울리는 남도의 밥상.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158-1 보리향기
*원조장수통닭 - 닭 한 마리로 다양하게 먹는 닭 코스 요리가 있다. 해남군 해남읍 고산로 295
*미황사(美黃寺)에서 하룻밤 템플스테이 하면서 먹은 특별했던 ‘공양’. 단 한 가지도 나무랄 것 없이 모두 맛있다. 채식의 사찰요리여서 먹은 후 속도 편하다. 그리고 미황사 금강스님이 만들어주신 '미황사 차 한 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으뜸의 맛 기억이다.
전기차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SD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하반기 VW의 MEB 기반 첫 전기차가 출시되는 등 시장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이벤트가 다수 존재해 중·장기적인 수혜 가능성을 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긍정적인 시각 유지하라
증권가에 따르면 전기차시장의 성장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각국 정부가 전기차시장 지원정책을 강화하는 등 전기차 보급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생산 플랫폼 개발·가동을 본격화 중이고 △전기차용 전지의 생산능력 증가와 기술 개선 등을 진행 중인 점이다.
이 같은 이유로 NH투자증권은 글로벌 전기차(승용차 기준)용 전지 수요가 올해 118GWh에서 2021년 262GWh, 2022년 435GWh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내년부터 수요 증가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전기차용 전지사업 매출 비중은 30%를 초과하고, 전기차용 전지의 시장 지배력 강화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등 성장동력도 이 영역에서 탐색 중”이라며 “전기차용 전지의 구조적 성장 잠재력이 점차 커져가고 있어 삼성SDI에 대한 장기 투자 매력은 지속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NH투자증권은 삼성SDI의 전기차용 전지사업 매출 비중이 올해 33%에서 2021년 36%, 2022년 42%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도 올해 –328억 원에서 2021년 2491억 원, 2022년 4124억 원으로 증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고정우 연구원은 “삼성SDI의 전기차용 전지 실적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이익 발생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2차 전지 원가 요인은 긍정적으로 전개될 것이고, 매출 성장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삼성SDI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40만 원에서 45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목표주가 상향은 내년 이후 본격적인 전기차시장 확대 전망을 감안한 데 따른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삼성SDI의 2차 전지 영업가치를 기존 16조2000억 원에서 19조1000억 원으로 상향했다.
신영증권도 삼성SDI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45만 원으로 올렸다. 올해 기준 밸류에이션 시점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제거되고 EV배터리 흑자전환이 반영될 수 있는 내년으로 변경하면서다. 지난 3월 19일 저점 이후 103% 주가 상승이 있었지만, 흑자전환의 가치를 반영하면 여전히 업사이드는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45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과도한 멀티플 상향일 수 있으나, 새로운 산업군의 탄생과 여기에 필요할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임을 감안하면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삼성SDI의 전 거래일(6월 5일) 주가는 종가기준 37만1500원이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마음만 동동 구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이번 호에는 윤석산 시인이 편지를 써주셨습니다.
제 문갑 맨 위 칸에는 아주 오래전에 시로 쓴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재작년에 딸내미한테 끌려 나가 이스탄불을 여행하면서 그 사람에게 줄까 하고 사온 나자르 본주우를 몰딩한 열쇠고리가 있고요.
편지를 시로 쓴 건 시인이라서가 아니라 구구절절 말하기가 뭐해 제 뜻만 전하려고 그리했습니다.
제가 처음 그녀를 만난 건 9년 전 정년퇴임을 앞두고 제주문화원에서 개설한 시 창작 강좌에서입니다.
마침 이웃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강의가 있는 날엔 그녀 차를 타고 다녔지요.
우선 편지 내용부터 소개해볼까요?
오늘 저녁엔 당신 창가에 흰 달빛을 걸어주세요.
내가 기를 쓰고 아흔아홉 강을 건너 되돌아온 건
다시 어쩌자는 게 아니라
용서하시겠다는 그 한 말씀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평생 그런 적이 없는데 어쩌다 당신께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편지를 쓴 건 다시 만나 뭘 어쩌자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못 보낸 건 또 외면당하면 어쩌나 하는 ‘거절 콤플렉스’ 때문만이 아닙니다. 변명 같지만 평생 사랑이 뭔가 생각하고 사랑의 시만 써왔으면서 ‘완벽한 사랑’을 못해보고 떠날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를 쓰고 ‘아흔아홉 강’을 건너왔다는 건 과장이 아닙니다. 그녀와 헤어진 다음 해 후두암에 걸려 성대를 잘라내고, 다시 3년 뒤 만성 백혈병에 걸려 지금도 병원을 들락거리는 벙어리 인생이니까요.
두 아이 엄마인 그녀가 제 마음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작품도 잘 쓸 뿐만 아니라, 자기 집도 어려운데 빵을 만들어 무인 카페에 갖다 놓고 팔아 장애인 복지단체에 헌금하고, 밑반찬을 만들어 독거노인들 현관 앞에 놔두는….
아니, 정년퇴임을 앞두고 미칠 듯이 밀려드는 쓸쓸함을 보듬어줬기 때문입니다.
퇴임을 앞둔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정부보다 3년 먼저 ‘한국문학도서관’을 구축하기 시작해 전송권傳送權)을 위탁한 문인이 1만5000여 명을 넘어서면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관계 기관을 쫓아다니며 지원해 달라고 매달리다가 거절당하고, 회원들에게 연회비 1만 원씩만 내서 우리 손으로 완성해보자고 애원했지만 몇백 명만 응해오고, 부채를 감당할 수 없어 ‘회생(回生) 신청’을 해야 할 처지라서….
미치겠데요.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식으로 말하면, 내 가치는 타자와 ‘맺은 관계의 질(質)’에 의해 결정된다며 모든 것을 다 바쳐 살아왔는데 정부도, 같이 글을 쓰는 문인들도, 제자들도 외면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제 상황을 눈치 챈 그녀는 받아줄 수 있는 건 다 받아주데요. 절망을 은폐하기 위하여 그 동안 쓴 책들을 다시 고쳐 쓰기 시작하자 원고 교정을 자청하고, “뭐해요?” 하고 카톡을 보내면 “드라이브 가실까요?” 하고 끌어내고, 지는 해를 바라보는 제 눈빛이 흔들리면 “한잔하실래요?” 하면서 술집으로 안내하고….
사이다만 마시며 안주를 찢어 밀어놓고, 그러다가 간혹 새드르 웃는 그녀가 점점 제 마음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기 시작하더군요. 어떤 때는 술잔 밑에 그녀의 입술이 얼비치고, 어떤 때는 꿈속으로 들어와 팔베개를 해주면서 토닥여줬습니다.
그러던 우리에게 이별이라는 낯선 얼굴이 불쑥 고개를 드민 건 이의로 ‘회생 신청’이 부결되던 2013년 7월 초입니다. 카톡을 받고 나온 그녀는 엊저녁 제 원고 교정을 보다가 남편하고 다퉜다는 겁니다.
“왜요?”
“‘언제 교정이 끝나나. 우리 교수님이 기다리시겠다’고 했더니, 이젠 ‘우리 교수님’이냐고 트집을 잡아서요….”
저도 얼핏 뵌 적이 있지만 그럴 분이 아니었습니다.
순간 중학교 때 처음 쓴 연애편지를 보고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사랑은 책임지는 거고, 그럴 수 있을 때까지는 사랑해서도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고 하신.
그날 저녁 그녀 차 속에 핸드폰을 놓고 내렸지요 아니, 흘리고 내렸으면서도 그렇게 기억할 겁니다.
하지만 예상한 대로 그녀는 그 이튿날 우리 집 우편함에 핸드폰을 갖다 놓고는 전화도 안 받고 카톡도
안 받데요. 그리고 우연이겠지만 6개월 뒤에 이웃 마을로 이사를 가고.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에 그녀가 교정을 봐줘 펴낸 ‘자서전을 덧붙여 고쳐 쓴 윤석산(尹石山) 시전집’ 첫 질이 나와 보내려고 카톡을 보내도 안 받아 못 부치고 있습니다.
왜 갑자기 그렇게 바뀌었느냐고요? 그리고 뭐가 ‘완벽한 사랑’의 추구냐고요? 이 글의 제목으로 붙인 ‘동 쥐앙’의 의미를 생각해보세요….
윤석산 시인
1946년 충남 공주 출생.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문학박사, 시인). 한국문학도서관(www.kll.co.kr) 대표. 최근 저서로 ‘자서전을 덧붙여 고쳐 쓴 윤석산(尹石山) 시전집’이 있다.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낸드플래시(NAND Flash)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삼성전자의 이번 발표는 평택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설 계획을 밝힌 후 10여일 만에 추가 투자 공개다.
삼성전자가 평택 제2공장 파운드리·낸드플래시 라인 신설에 투자하는 금액은 최소 18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연이은 대규모 투자 집행으로 삼성전자의 ‘초(超)격차’ 전략이 속도를 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IM 실적 정상화도 기대
삼성전자는 올 4분기까지 클린룸 공사를 완공하고 내년 2분기까지 장비를 입고한 후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낸드 신규 투자 규모는 기존 65K에서 85K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 ‘상고하저’로 예상됐던 국내 관련 장비업체 실적은 삼성전자의 최근 투자 발표들로 인해 하반기 모멘텀이 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낸드 투자 는 올해보다 내년 집행이 많아 2021년 실적 반영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하반기 발표되는 아이폰12 등 5G 스마트폰의 낸드 평균 탑재량이 증가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증가로 PC SSD 수요가 양호한 편이다. 올해 글로벌 낸드 수요 증가가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공급 증가치인 22%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반기에 공개될 Sony PS5가 시리즈 중 처음으로 HDD 대신 SSD를 탑재하는 점도 낸드 수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당 825GB 탑재하고 연간 2000만 대 판매 가정 시 전세계 연간 낸드 수요 5%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하반기로 가면서 증익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D램의 실적 개선으로 반도체부문의 이익 증가뿐만 아니라, 하반기 스마트폰 수요 회복으로 인한 IM(IT·모바일)사업부 실적 정상화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대우는 삼성전자를 올 하반기 반도체 최선호 종목으로 제시하며, 목표주가 6만8000원을 내놨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도 각각 ‘매수’와 목표주가 6만6000원, 6만4000원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의 지난 2일 주가는 종가기준 5만1400원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패션부문의 이익이 둔화됐지만 제조부문에서 선방하고 있는 코오롱인더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아라미드(산업자재)는 코오롱인더를 제외하고 큰 규모의 증설이 제한된 상황에서 5G 광케이블, 미국·유럽 신규 방탄 입찰 증가 등 수요 증가로 수급 타이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2만5000톤의 생산능력이 추가될 예정이라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부정적 변수에도 견조한 이익 실현
코오롱인더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136% 증가한 265억 원을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산업자재 152억 원(+210%), 화학 201억 원(+76%), 필름 54억 원(+29%)으로 성장했으나, 패션부분에서 적자 전환을 나타냈다. 코로나19 확산의 부정적인 변수에도 패션을 제외한 제조부문에서 견조한 이익을 시현한 점이 눈에 띈다.
코오롱인더의 이 같은 성과는 △특수필름 판매량 증가에 따른 이익 개선 △타이어코드의 연초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아라미드 이익 흐름 호조 △화학부문 투입 원재료 하락 등의 요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패션부문은 브랜드 노후화 및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인한 수요 심리 위축으로 적자를 시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스판본드(산업용 부직포) 생산라인을 마스크용 MB-필터 스판본드로 전환하며 공급량 부족에 대응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2분기 역시 국내외 마스크 수요 증가로 코오롱인더의 스판본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코오롱인더의 △산업자재 경쟁력 회복 △특수필름 출하량 증가 △자회사 적자 축소를 제시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며 주력 제품 출하량 증가, 특수필름의 안정적 마진 확보를 투자 포인트로 판단했다.
또한 신한금융투자는 코오롱인더가 패션부문 적자 영향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 성장한 177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화학은 경쟁사 진입에 따른 경쟁심화에도 고부가 제품 판매확대에 따라 전년과 유사한 실적을 예상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필름부문의 경우 하반기로 갈수록 CPI 판매 확대가 기대된다”며 “원가 절감효과와 제품 믹스 개선으로 올해 가장 큰 폭의 실적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 연구원은 “아라미드 실적 모멘텀 등을 감안 시 과도한 저평가 구간이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코오롱인더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업종 멀티플 상향 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적정주가 6만2000원을 제시했다. 키움증권은 목표주가 5만6500원을 내놨다. 전 거래일인 지난달 29일 코오롱인더의 주가는 종기기준 3만3200원이다.
● Exhibition
◇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일정 7월 26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한국 근현대 미술에서 서예가 담당하는 역할과 의미가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한 전시다. 전통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서’(書)가 근대 이후 현대성을 띤 서예로 다양하게 진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해방 후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 12인의 작품을 비롯해 2000년대 이후 나타난 현대 서예와 디자인 서예 등 다양한 서예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1부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 등 총 4개 주제로 구성해 서예, 전각,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 등 작품 300여 점, 자료 70여 점을 선보인다.
◇ 백년을 거닐다: 백영수 1922~2018
일정 8월 9일까지 장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일평생 창작에 몰두하며 독자적인 작품관을 구축해온 백영수 작가의 작품을 만날 기회다. 더불어 작가의 아틀리에를 재현한 공간 및 아카이브 섹션을 구현해 자유로우면서도 절제된 그의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부 ‘백영수의 삶을 거닐다’에서는 실제 사용했던 그림 도구와 생전 인터뷰 영상 등을 통해 작가의 삶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2부 ‘백영수의 작품을 거닐다’에서는 194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 105점을 연대기별로 전시해 작가의 화풍이 정립되는 과정을 확인한다.
◇ My Dear 피노키오展
일정 6월 26일~10월 4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00년 넘게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주인공 ‘피노키오’를 소재로 20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대규모 복합 전시다. 전 세계 유명 작가들의 회화, 영상, 대형 조형물, 그림책, 팝아트 등 170여 점의 다양한 시각예술 복합 콘텐츠를 한자리에 모았다. 피노키오의 원작자 카를로 콜로디의 희귀 빈티지 도서와 산문 및 오브젝트도 함께 공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예술로 표현하는 ‘에르베 튈레의 사운드 워크숍: OH!’를 비롯해 ‘My Dear 피노키오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 대지의 연금술
일정 8월 30일까지 장소 엄미술관
인류세라는 거대한 전환 앞에서, 어떻게 하면 인간과 자연이 건강하게 상호 융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거시적 물음을 던진다. 아울러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양자의 관계를 밝고 이로운 정신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이는 인간과 자연은 하나의 원천에서 나온 것이며, 서로에게 배우며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성찰에서 비롯됐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아트 디렉터인 제이콥 쿠즈크 스틴슨의 상상력과 기술이 더해진 독창적인 작품들을 통해 생태계를 향한 작가의 신념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 Stage
◇ 모차르트!
일정 6월 11일~8월 9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아드리안 오스몬드 출연 김준수, 박강현 등
청년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차르트의 비극적인 삶의 여정을 그린다. 2010년 초연 무대를 꾸민 서숙진 디자이너가 다시 합류해 모차르트의 내면과 천재성을 더욱 극명하게 표현해낸다. 무대, 의상, 소품 등 미학적 요소들 역시 초연 버전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해 더욱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 에스메 콰르텟 데뷔 리사이틀
일정 6월 9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출연 에스메 콰르텟(배원희, 하유나, 김지원, 허예은)
런던 위그모어 홀 공연을 비롯해 영국 전 지역 15회에 걸친 대장정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에스메 콰르텟의 국내 첫 공식 리사이틀이 열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진은숙의 현악사중주곡 파라메타스트링, 슈만 현악사중주 1번 등을 선보인다.
◇ 브로드웨이 42번가
일정 6월 20일~8월 23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오스트리아 빈에 간다면 아무리 바쁜 일정이라도 꼭 봐야 하는 그림이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작품 ‘키스’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명화이자 회화에 문외한 일지라도 알고 있는 그림. 빈에서 클림트의 다른 작품과 달리 ‘키스’는 해외 임대와 반출이 절대 금지하고 있어서 실제 작품은 오직 벨베데레 궁전에 가야만 볼 수 있다.
숙소를 벨베데레 궁전 근처로 잡았다. 새벽에 눈을 떠 궁전을 산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날 아침은 궁전 정원에 들어가는 데 실패다. 눈을 뜨자마자 부리나케 정문에 도착한 시간이 5시가 조금 넘었는데 문이 잠겨있다. 정원을 6시부터 개방하는 줄 몰랐던 나의 불찰이다. 둘째 날에야 새벽녘의 정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떠오르는 아침 빛을 뒤로 하고 조깅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적막을 깬다. 스프링클러에서 물방울이 반짝거리며 쏟아져 내린다. 잠에서 깨어나 나른한 듯 기지개를 켜고 단장을 시작하는 귀부인의 자태가 이렇지 않을까. 8시 이후부터는 하나둘 관광객들이 들어오고 상궁 입장이 시작되는 9시 즈음에는 시끌벅적해진다.
‘아름다운 전망을 보이는’ 뜻의 이탈리아어인 벨베데레. 그 의미처럼 구름이 조각조각 흩어지는 하늘과 조형미 넘치는 정원 아래로 벨베데레 하궁과 빈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궁전은 사보이 왕가의 프린츠 오이겐(Prinz Eugen Von Savoy en 1663~1736)의 여름 궁전이었다. 정원과 건축물은 화려하고 장식적인 바로크식의 진수를 보여준다. 오이겐 공자는 자식을 남기지 않았기에 그의 사후 궁전은 이탈리아에 살던 조카딸에게 상속되었다가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에게 팔렸다. 이후 합스부르크가 황제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아침의 청명함이 가득한 궁전의 정원을 걷는다. 곧 만나게 될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복제품이라도 애장하려는‘키스’. 기대가 뭉근히 피어오른다. 클림트는 시대를 거스르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금세공사 에른스트 클림트의 7형제 중 둘째로 태어난 그의 작품 속 찬란한 금색은 아버지를 보고 자란 어린 시절을 투영한다. 학교에 다닐 수 없을 만큼 가난했던 집안, 후원을 받아 비엔나 장식 미술 학교를 어렵사리 졸업한 후 동생과 함께 미술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힘썼다. 동생이자 개혁의 동반자였던 에른스트가 죽고 얼마 뒤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3년 동안 붓을 잡지 않을 정도로 심적 타격이 컸다. 기존 미술세력을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를 느낀 그에게는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때 피난하다시피 빠져든 세계가 강렬한 에로티시즘이다.
클림트는 자신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감추었다. “나에 대해 알려면 내 작품을 보라”고 할 뿐이었다. 그 말을 증명하듯 클림트 사후에 14명의 여인이 그의 아이를 낳았다며 나타났다. 빈의 카사노바였던 셈이다. 그가 탐닉한 여인들은 그림 작업 앞에서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내었다. 자신의 육체를 한껏 드러내며 나만이 그대의 여인이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의 작품 속 여인들은 성녀 아니면 요부였다.
클림트가 마지막까지 플라토닉한 사랑을 한 이는 죽은 동생, 에른스트의 부인의 여동생인 에밀리 플뢰게다. ‘키스’의 모델이라고 여겨지는 인물이다.
네모와 원의 대비, 꽃이 가득 핀 절벽 끝에 짙은 색 피부 남자의 힘 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여인이 볼을 내 맡긴 체 눈을 감고 있다. 사방이 180cm인 그림 안에 담겨있는 몽환적인 분위기, 화려한 색채 앞에 시간이 멈춘다. 클림트의 곁을 떠났던 에밀리가 이 그림을 보고 난 후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왔을 마음이 그려진다.
키스가 전시된 상궁에는 클림트의 ‘프리차 리들러 부인의 초상화’, ‘유디트’ 등 그의 최대 컬렉션과 28세에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한 에곤 쉴레(Egon Schiele 1890~1918), 오스카 코코슈카(Oskar Kokoschka 1886~1980) 등 세기말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빈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힐 만하다.
너무나 많이 봐서 익숙하다 못해 찻잔, 액자, 우산 등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그림 ‘키스’에 대한 감흥은 생각보다 짙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키스를 보기 위해 벨베데레 궁전에 간다. 벨베데레=키스라고 여겨질 정도로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원의 기하학적 조경미와 키스의 몽환미 사이에 빈의 파란 하늘이 떠 있다. 벨베데레의 키스는 절대 유혹이다.
한국카본이 지난해 저가 물량 리스크를 모두 해소하고 본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넉넉한 수주잔고와 설비확충, 카타르발 LNG선 물량 배정 임박 등 호재성 이벤트가 포진돼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상반기 발주가 부진했지만, 하반기 훈풍 기대
한국카본은 LNG선 제작에 필요한 LNG 보냉제를 제작, 공급하는 기자재업체다. LNG 관련 매출이 전체의 75.5%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보냉재 수주가 한국카본의 실적을 견인한다고 볼 수 있다. LNG 보냉재를 제외한 사업부문으로는 가스페이퍼(GP), 카본, 드라이필름 부문 등이 있다.
한국카본은 올 1분기 기준으로 약 3400억 원 규모의 LNG 관련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약 1.7년에 해당하는 수치다. 확대된 일감을 소화하기 위한 생산설비 확충도 지난해 완료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선박용 LNG 단열재 생산능력을 연간 15척 분량에서 20척 규모로 증설했고, 달러화 강세도 이익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안정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올해 LNG 매출의 구조적 성장이 기대된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대비 LNG선 발주 물량은 90%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운시장 위축과 환자 발생에 따른 LNG 인프라 건설 차질이 원인이다. 하지만 카타르 LNG를 중심으로 올 상반기까지 수주잔고 확대가 예상된다. 카타르정부는 최근 언론을 통해 오는 9월까지 LNG선 물량 배정(45척 규모)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카타르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인 조선업체는 한국 빅3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따라서 한국카본은 빅3 조선사와 동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한국카본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는 92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카본은 2011년 이후 호황기 대비 더 많은 연간 수주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재료 가격 하향 안정화로 더 높은 이익률 달성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신영증권은 한국카본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만1500원을 유지했다. 한국카본의 지난 28일 주가는 종가기준 7900원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상승세가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지난 26일 주가는 전날 대비 3.52% 오른 11만7500원을 기록했다. 앞서 25일은 전날보다 13.50% 주가가 뛰었다. 26일 현재 주가로 보면 상승세를 타기 직전인 13일 주가 7만2800원보다 무려 60.88%나 오른 셈이다.
최근 에코프로비엠이 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앞으로 2년 후까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국내 1위 양극재 제조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의 지속적인 실적 성장을 이끌어갈 요인은 무엇일까.
◇신규 고객·테슬라 공급 가능성·원재료 수직계열화
먼저 신규고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5세대 양극재인 ‘NCM(니켈·코발트·망간)811’은 SK이노베이션,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는 삼성SDI가 주력 공급처다. 기존 고객사들과의 관계를 감안하면 신규 고객사 확보를 위해 새로운 소재의 개발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현재 NCMA 개발을 마친 상태로, 신규 고객사향 샘플작업을 거치고 있다.
이에 일류 배터리업체, 유럽 배터리업체, 중국 배터리업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 다양한 고객사로 새로운 공급망 구축이 예상된다. 또 내년 하반기부터는 공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해당 소재는 니켈 90%의 단결정 구조로, 현존하는 양극재 중 스펙이 가장 높다. 기존 고객사들을 상대로 한 협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 공급 가능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텍사스기가팩토리(Texas Gigafactory)향 배터리 공급 영광은 누구에게?’ 보고서에서 삼성SDI의 테슬라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공급이 21700 원통형 배터리로 확대될 경우 텍사스기가팩토리향 공급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현재 삼성SDI가 ESS향 21700 배터리 양산 테스트를 거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공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해당 배터리 내 양극재는 에코프로비엠의 NCA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테슬라 EV향 공급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판단한다”며 “테슬라는 아직도 EV용 NCA를 일본 스미토모메탈마이닝에서만 공급받고 있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지만, 영원한 독점은 없다”고 말했다.
원재료를 수직계열화한 부분도 짚어봐야 한다. 계열사 에코프로 GEM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에서 리튬을 조달받고 있어 경쟁사 대비 수익성은 3~4%포인트 유리하다. 이는 고객사 단가 압박으로부터 수익성을 지킬 수 있는 기초체력이다. 이 같은 세 가지 실적을 반영하면 2022~2023년 매출액은 종전 대비 각각 15%, 30%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적정주가를 15만 원으로 상향했다. 주민우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멀티플 상향 요인이 발생해 적정주가를 상향했다”며 “내년 주당순이익(EPS)에 지난해와 올해 누적 하이멀티플(high multiple·높은 주가 배수) 평균치 50.5배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형태의 ‘언택트’(Untact) 소비가 확산되면서 모바일과 인터넷쇼핑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웰패션’가 주목 받고 있다. 코웰패션은 패션부문 유통채널의 약 93%가 홈쇼핑(80%), 온라인(13%)으로 구성돼 있어 언택트 소비의 혜택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존 언더웨어에서 의류, 잡화, 생활용품, 화장품 등으로 브랜드와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 출시한 아이다스 트레이닝복 라인 확대와 아디다스 스포츠슈즈, 나이키 선글라스, 기초 화장품(스킨케어) 등을 올해 론칭할 계획이라 이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채널 다변화 통한 비용절감 주목
주목할 만 한 점은 채널 다변화를 통한 비용절감이다. 코웰패션은 추가적인 마진율 확대를 위해 2018년부터 수수료가 저렴한 T커머스와 데이터방송시장에 뛰어들었고, 방송 편성횟수가 늘면서 판매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코웰패션은 올 1분기 T커머스와 데이터방송 매출 364억 원을 기록하며 TV홈쇼핑부문 내 비중을 50%까지 늘렸다. 또한 지난해 자사몰 판매 비중 확대를 위해 ‘코웰패션닷컴’으로 리뉴얼했으며 올 1분기 기준 온라인부문 내 비중을 17%까지 확대했다.
코웰패션은 앞으로도 T커머스와 데이터방송, 온라인 위주의 판매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추가 마진율 개선이 전망된다.
올해 전망도 밝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코웰패션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한 4712억 원, 영업이익은 14.5% 늘어난 87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박재일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웰패션은 올해 캘빈클라인, 엠포리오아르마니의 온기 반영과 브라톱, 레깅스 판매 호조에 따른 언더웨어부문 판매량 증가를 비롯해 아테스토니, 커밍스텝 등 여성의류 위주의 라인업 확대 및 티셔츠, 트레이닝복 판매 호조에 따른 의류부문 성장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키움증권은 코웰패션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8000원을 제시했다. 제품 카테고리 및 브랜드 확장에 따른 지속적인 실적 성장과 경쟁사 대비 높은 마진율을 고려하면 코웰패션의 주가는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SK증권은 코웰패션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수’와 목표주가 7500원을 유지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매수’와 목표주가 7000원을 제시했다. 지난 25일 코웰증권의 주가는 종가기준 59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