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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출 어려웠던 고령자, "국립자연휴양림서 힐링하세요"
-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코로나19로 장기간 야외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고령자를 대상으로 숲속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번 숲속 힐링 프로그램은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와 주택관리공단 협업으로 진행되며, 주택관리공단에서 관리 중인 임대주택 고령자 약 300명을 대상으로 5~6월에 걸쳐 운영된다. 주요 내용으로는 ‘숲속 체조’(유명산), ‘오감을 느끼며 걷기’(산음), ‘휴양림 내 계곡 탐방’(대야산), 편백나무 숲 걷기(남해편백) 등의 프로그램이 15개 국립자연휴양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영록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은 “이번 숲속 힐링 프로그램이 고령자분들에게 심신의 안정과 우울감 해소 등에 많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라며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회적 가치 구현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관에서 고령자 대상으로 마음 치유를 위한 산림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오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지난 19일 가평군 경기도잣향기푸른숲에서 공공임대주택 고령자 입주민을 대상으로 ‘산림치유 힐링캠프’ 체험을 진행했다. 하남풍산 국민임대주택 고령자 입주민 20명이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잣향기푸른숲에서 숲길 걷기, 나무와 함께하는 스트레칭, 명상 등을 체험했다. 합천군 농업기술센터는 교통약자가 전동 카트를 타고 황매산군립공원을 관람할 수 있는 ‘나눔카트 투어 프로그램’을 철쭉 개화기간 동안 운영한 바 있다. 70세 이상 고령자 동반 가족 등이 신청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한 담당자는 “철쭉 개화기간에 노모를 모시고 오는 가족들이 차량이 올라갈 수 있는 높이까지만 관람하고 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전통카트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2022-05-2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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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세 이상 가계대출 350조 원 달해... 55%는 제2금융권
- 60세 이상 고령층의 가계대출이 35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제2금융권 대출인 것으로 조사됐다. 진선미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업권별 대출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60세 이상 고령자의 가계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의 18.7%인 349조 8000억 원을 차지했다. 이 중 고령층의 제2금융권 대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제2금융권 가계대출 규모는 191조 9000억 원으로 전체의 54.9%를 차지했다. 반면 60세 미만의 가계대출 중 제2금융권 비중은 38.2%에 불과했다. 대출을 받은 고령자 수도 늘었다. 2021년 말 기준 고령층 가계 대출 보유자 수는 395만 6000명으로 2년 전보다 12.2% 늘었다. 같은 기간 고령층 제2금융권 대출 보유자는 13.8% 증가했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 역시 고령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2021년 12월 말 기준 고령층 다중채무자는 54만 8000명으로 2년 전 대비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대 다중채무가 증가율일 5.3%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 통계청에 따르면 개인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령층의 연체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은 60대 0.87%, 70세 이상 0.72%, 50대 0.66% 순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와 은행권 대출 규제 정책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령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 대출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2022-05-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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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국제노인영화제 개막… 장편 7편 등 총 84작품 선보여
- 2022 서울국제노인영화제가 개막했다. 특히 이번에 다양한 작품들이 출품해 기대를 모은다. 지난 19일 서울시 종로구 CGV피카디리1958에서 2022 서울국제노인영화제 개막식이 진행됐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 만에 영화제가 열려 영화제 관계자들과 관객들의 축하가 쏟아졌다. 서울국제노인영화제는 2008년 시작돼 올해 14회를 맞았다. 노년의 삶을 다룬 국내외 영화를 소개하고 서로 다른 세대의 이해와 소통을 돕는 글로벌 세대 공감 영화축제다. 이날 개막식의 오프닝은 뉴트리팝스 오케스트라단이 장식했다. 유명한 영화 OST 연주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어 영화제 소개 및 내빈·홍보대사 소개, 트레일러·EPK(상영작 소개 및 하이라이트) 상영, 본선 진출작 시상 순으로 진행됐다. 본선 진출작으로 노인감독 9명, 청년감독 18명이 선정됐다. 이날 자리를 빛낸 감독들에게는 서울시장 표창장이 수여됐다. 다양한 연령층의 감독들은 영화제의 세대 공감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번 영화제에는 청년감독 작품 663편, 노인감독 작품 69편, 총 732편이 출품됐다. 국제 단편 경쟁도 123개국 총 3055편이 출품돼 매년 최다 출품작 수를 갱신하는 역사를 이어갔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이야기, 가족의 소중함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 현재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공감을 이끈다. 마지막으로 서울 노인복지센터장이자 영화제 집행위원장 희유 스님이 2022 서울국제노인영화제 개막을 선포했다. 희유 스님은 영화제가 2년 만에 열린 것에 대해 뜻깊어하며 올해 다양하고 품격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 기쁜 마음을 표했다. 더불어 희유 스님은 “5일간 진행되는 올해 서울국제노인영화제를 통해 힘든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긍정의 힘과 지혜를 얻기 바란다”고 말했다. 개막식이 끝난 후에는 개막작이 상영됐다. 올해 개막작은 페르난데스 콘스탄자 감독의 칠레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하찮음’이다. 냉철한 노년의 의사가 난치병 환자가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의사에서 환자로, 순식간에 사회적 약자가 된 주인공은 사회의 부조리를 체감했다. 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주제는 무겁지만, 이야기는 유쾌하게 풀어진다. 오는 23일까지 이어지는 영화제에서는 장편 7작품, 단편 77작품, 총 84편이 상영된다.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시상 및 폐막식이 진행된다.
- 2022-05-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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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블헬퍼를 아시나요? 제주도 신중년 일자리 사업 추진
-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가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신중년이 관광약자의 관광을 돕는 ‘트래블헬퍼’가 대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50~69세 미취업자 중에서 전문 자격이나 경력을 활용해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을 운영한다고 10일 밝혔다. 제주도는 도내 퇴직 전문인력에게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지원해 취업 활성화를 유도하고자 지난해 고용노동부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 공모로 5억 41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올해부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사회적기업 및 비영리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공모해 3개 사업의 수탁기관을 선정하고, 총 50명의 참여자를 모집해 4월부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개 사업은 △관광약자의 여행서비스를 지원하는 트래블헬퍼 사업 △신중년 주도 마을돌봄 소통을 지원하는 마을돌봄매니저 사업 △서귀포지역 도서관 및 문화시설 상담을 지원하는 행복이음코디네이터지원 사업이다. 특히 지난달 19일 노사발전재단과 제주관광공사, 두리함께는 트래블헬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중년 적합직무인 트래블헬퍼는 관광약자의 여행시 불편함을 해소하고, 관광 활동에 따른 여행서비스를 지원한다. 트래블헬퍼는 제주 무장애관광 도시 육성을 목표로 한다. 무장애관광이란 장애인, 고령자 등 관광약자가 관광에 있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환경을 의미한다. 즉 제주도는 트래블헬퍼를 통해 신중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다.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활동기간은 사업에 따라 올해 10월 또는 11월까지이다. 근무기간 중 4대 사회보험 가입 및 생활임금 이상의 보수가 지급된다. 최명동 제주도 일자리경제통상국장은 “올해 사업을 시작으로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많은 전문인력이 사회공헌뿐만 아니라 민간 일자리에 재취업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2022-05-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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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신중년 '트래블헬퍼' 양성… 장애인·고령자 돕는다
- 노사발전재단이 ‘트래블헬퍼’를 통해 제주도 신중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그들은 장애인과 고령자의 관광을 돕게 된다.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가치 확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노사발전재단은 19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관광공사, 사회적기업 두리함께와 ‘제주 무장애관광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무장애관광’은 장애인, 고령자 등 관광약자가 관광에 있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번 협약은 제주지역 신중년 적합직무로 개발된 ‘트래블헬퍼’ 양성을 통해 신중년 일자리창출과 사회적 가치확산을 위해 상호 협력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 트래블헬퍼는 관광약자의 여행시 불편함을 해소하고, 관광 활동에 따른 여행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번 협약을 통해 운영되는 ‘관광업 특화 전직지원서비스’는 생애경력설계 및 업종 특화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제공되며 트래블헬퍼 과정 이수 후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로 취업할 수 있다. 재단은 ‘관광업 특화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탐색, 진로 설정 및 취업 역량을 높이고, 장애유형별 트래블헬퍼 역할, 보조기기 이해 등 전문 과정을 제공한다. 제주관광공사는 무장애관광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제작 및 관광약자 참여형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관광약자의 문화향유권 증진을 지원한다. 정형우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관광업 분야 전직지원서비스가 코로나로 인해 퇴직·전직을 하는 관광업 종사자들의 재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관광약자들을 위한 무장애관광 육성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 2022-04-2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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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력 살려 일하자" 5060 퇴직자 위한 신중년 일자리 3천여 개 제공
- 50~69세 미취업자 중에서 전문자격이나 소정의 경력이 있는 사람은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이하 ‘경력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활동기간은 2022년 12월까지이며, 근무 기간 중 4대 사회보험 가입 및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가 지급된다. 고용노동부는 ‘22년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 신청을 받는다고 6일 밝혔다. 경력형 일자리 사업은 5060 퇴직전문인력에게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민간일자리로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에 118개 자치단체의 518개 사업을 선정해올 연말까지 3437개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여 분야는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중소기업 경영 컨설팅, 장애인 학생 교육, 공사현장 산업안전 컨설팅, 관광 약자 여행 지원, 플랫폼 노동자 직업상담, 농업기술 전수 서비스 등 다양하다. 그 예로 마케팅·회계 등 분야별 신중년 경력자는 지역 내 사회적기업 등 경영개선 지원 업무를 할 수 있다. 드론자격증을 보유한 신중년은 산림, 해양, 환경, 교통, 건축 등 도시 안전 시스템 점검 및 관리 지원이 가능하다. 바이오 자문위원은 발효미생물 분야 전문자문이 될 수 있다. 김영중 고용정책실장은 “5060 퇴직전문인력이 경력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지역 사회에 공헌할 뿐만 아니라 민간일자리로의 재취업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많은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참여를 희망하는 5060 퇴직자는 자기 경력이나 자격증에 해당하는 분야의 사업을 각 ’자치단체 홈페이지‘ 또는 ’장년워크넷 홈페이지(www.work.go.kr/senior)‘ 내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에서 확인하여 해당 자치단체 및 수행기관에 신청하면 된다.
- 2022-04-0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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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잃으면 실패한 삶? 낙인찍지 말아야”
-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건강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환경·유전 등의 요소가 얽혀 분명한 원인을 알기조차 힘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나의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히려 한다. 하지만 아픈 몸은 그저 다른 몸일 뿐, 우리의 탓이 아니다. 조한진희 다른몸들 대표는 아플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꼬집으며 잘 아플 권리, ‘질병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철인’이라 불리던 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알람시계가 울린 지 한참을 지나도 여전히 몸은 이불 속이었다. 낮에도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겨우 맥주 한잔에 다음 날 숙취에 시달리곤 했다. 2009년 팔레스타인으로 3개월간 현장 활동을 다녀온 뒤부터였다. 이유 없는 어지럼증에 하혈도 이어졌다. 1년 가까이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원인 불명이었다. 수십만 원을 들인 종합건강검진에서 발견한 병명은 갑상선암. 다른 암에 비해서는 가벼운 축에 속하기도 하고, 검사 결과로 볼 때 암세포가 아직 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렇지만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겪어왔던 이상 증세와 갑상선암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엔 오진이 아닐까 의심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온라인 환우회 사이트를 참고하고, 도서관과 서점에서 책을 찾았다. 의사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만 보고, 총체적인 몸을 살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병원에서 증세별로 지정해준 정기 검진을 병행하되 한의원과 대체요법사에게 지도받은 대로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생활 습관도 개선했다. 인스턴트 음식은 물론 튀긴 음식, 밀가루, 설탕, 백미를 완전히 끊었다. 현기증이 심하지 않은 날은 아침마다 집 앞 산길을 걸었다. 컴퓨터 쓸 일이 있을 때면 하루 네 시간 이하로 제한했고, 잠들기 전 스트레칭과 족욕을 했다. 일상이 온통 질병에 묶여 있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왜 이런 질병이 왔을까’ 자책하고, 생활 습관과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을 추적했다. 건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거의 3년을 극진하고 엄격하게 몸을 돌봤지만 회복 속도는 생각보다 더뎠다.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서 조 대표는 건강한 몸의 눈이 아니라, 아픈 몸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됐다.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우리 사회가 아픈 몸을 배제하는 ‘건강 중심 사회’였던 거다. 그는 조금씩 우리나라가 질병을 대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는 건강을 추구해야 할 선(善)으로, 질병을 퇴치해야 할 악(惡)으로 규정한다. 게다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힘들어도 튼튼한 몸과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며 강요하기도 한다. 질병을 얻는 것은 관리의 실패요, 질병은 싸워 이겨야 하는 대상이라 반드시 완치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다. “알고 보면 우리는 쉽게 아플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과중한 노동, 열악한 생활환경, 오염된 식자재, 안전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화학 제품 등. 누군가는 그저 허약하게 태어나요. 그럼에도 관리 소홀로 건강을 망쳤다고 환자를 비난하기도 하죠. 병에 걸리면 그 사람의 모든 과거가 줄줄이 심판대에 오르게 돼요. 훈계는 덤이고요.” 조 대표는 국가와 자본이 건강 중심 사회를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아픈 몸이 잘못됐다고 규정하고, 병을 이겨내야 한다며 개인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사회는 잘못됐어요. 물론 국가 입장에서는 개인의 건강이 곧 국력이라고 믿죠. 일꾼이 많아야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으니까요. 건강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아픈 몸을 얼른 회복하게끔 힘쓰자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노동자 스스로 일정 수준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세뇌하는 거예요. 이는 1960~70년대부터 시작된 ‘할 수 있다’ 문화가 이어져온 거라고 봐요.” 의료 산업과 헬스 산업은 질병을 가진 몸은 자기관리에 실패한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예컨대 건강 정보를 알려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일정한 패턴을 갖고 특정 상품을 광고한다. 그걸 본 시청자들은 ‘아픈 사람이 이걸 먹고 나았다더라’, ‘항산화 작용을 통해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더라’고 하며 더 건강해지려고 상당한 돈을 쓰는 식이다. “특히 중장년층이 건강 정보 프로그램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인간의 몸 상태는 대부분 사회적인 요인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말이죠. 폐암 같은 경우에는 담배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판명됐어요. 다른 암들은 추론만 존재할 뿐, 정확히 입증된 건 없어요. 결국 불가항력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은 노니나 블루베리를 챙겨 먹으면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어요. 또 어딘가 아프면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지 않고, 건강식품을 부지런히 챙겨 먹지 않아서라는 의식의 흐름이 여전히 존재하죠.” 잘 아플 권리, 질병권 조 대표는 저서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질병과 함께 춤을’에서도 건강해야만 하는 사회의 이면을 강조하고 아픈 이들이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도록 ‘질병권’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건강권은 건강을 중심에 놓고 사회 구성원 개개인을 어떻게 건강하게 만들 것인지에 초점을 둔다면, 질병권은 만성적으로 아픈 몸으로도 온전히 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만성질환자의 당당한 사회활동을 보장할 권리’라고 볼 수 있겠네요. 사람은 질병을 받아들이고 겪을 충분한 시간과 환경이 필요해요.” 덧붙여 그는 ‘아픈 몸이 기본값이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대부분의 시설이 젊은 성인 남성의 기준에 맞춰져 있어 노인, 장애인, 아이가 불편함을 겪는 상황이 종종 발생해서다. “나이가 들면 기력이 없어지고 건강을 잃어가는 건 자연의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노인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요. 건강 약자들을 위한 사회 제도와 환경이 제대로 구성돼 있지 않아서겠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약한 몸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훨씬 안정적이고 편하게 살 수 있어요. 지하철을 타면 들리는 음성 안내는 사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것이지만, 시각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유용하잖아요. 무인 주문 기계나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는 ‘셀프 서비스’는 노인이나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거예요. 이 사회가 애초에 그들에게 불편하게 설계됐죠. 기계 자체나 셀프 서비스라는 글씨만 봐도 발걸음을 돌리게 만드니까요. 노인이어서, 장애인이어서 기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다른 몸들’ 위한 배려 가이드 1 정체성 존중해주기 아픈 사람이라는 정체성도 있지만, 그도 사회적인 지위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당연히 있다. 그러나 계속 병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면 어떨까? ‘아픈 몸’이라는 범위에 제한하지 않고 그 사람을 존중해주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방법이다. 2 알고 있는 건강 정보 강요하지 않기 당사자에게는 수많은 인간관계가 있다. 모임에 나갈 때마다 지인들이 제각기 정보를 쏟아낸다면 만남 자체가 지치기 십상이다. 무조건 조언하기보다 ‘내 지인도 너와 같은 증세가 있다는데, 한번 들어볼래?’라며 동의를 구해보자. 아무리 고급 정보라도 당연히 그 사람이 좋아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3 “노력하면 반드시 건강해질 수 있어”, “빨리 나으세요” 하지 않기 응원하는 의미로 사용했겠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건강을 회복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 사람들에게는 이 말이 ‘내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는 건 노력이 부족해서인가?’라며 자책하게 만들 수도 있다. 4 하지 말라는 ‘훈수’보다 같이 하자고 ‘제안’하기 “밀가루 줄이고 채소 위주로 먹어야지”라든가, “집에만 있지 말고 환기도 시키고 좀 움직여” 등의 훈수보다 “기분 전환도 할 겸 한강에 같이 바람 쐬러 갈래?”나 “너 괜찮으면 우리 탭댄스 배워볼까?”처럼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좋은 선택지를 골라 함께 해주는 편이 훨씬 좋을 수 있다.
- 2022-03-1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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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처럼 노인의학으로 고령화 대비해야"
- 병원을 자주 들락거린 사람이라면 소아과 간판 앞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의문이 있다. ‘왜 노인과는 없는 거지?’ 실제로 병을 달고 사는 것은 노인인데 말이다. 정답부터 이야기하자면 노인과는 존재한다. 몇몇 병원을 중심으로 소소하게 운영되고 있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곱씹어보니 고령화라면 세계 최고로 꼽히는 우리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일임을 금방 알게 된다. 이에 대해 정희원(39)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노인의학’ 도입이 시급하다고 이야기한다. “선진국에서는 고령화사회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노년내과가 생겨요. 최근에는 정부가 주도해서 만드는 경우도 있죠. 나이가 들면 만성질환이 늘고, 노화를 부르는 요소들이 축적되죠. 신체 기능도 떨어지고요. 한꺼번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죠. 이럴 때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판단해서 치료하면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생길 수 있어요. 섬망, 욕창 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안고 있는 다양한 질환에 대해 전문 치료과에서 각각 치료받으면 약이 많아지고 몸에서 섞이죠. 그러다 부작용이 생기면 또 그에 대한 약을 처방해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면서 비효율적이죠.” 노인의학은 생물학적 노화의 결과인 노쇠와 여러 가지 질병, 신체적·정신적 기능의 변화가 혼재된 상태에서 환자에게 맞춤 의료를 제공하는 전문 분야다. 특정 나이를 기준으로 몇 살부터 노년내과에서 담당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생리학적으로 노쇠의 특성을 가지는 인구 집단을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분야다. 정 교수는 설명 과정에서 ‘약을 정리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말 그대로 현재 복용 중인 약 중 꼭 필요한 약물만 복용할 수 있도록 수를 줄이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과정을 말한다. 각기 다른 전문의가 처방한 약은 나름의 목적이 존재하지만 이것들이 충돌을 빚어 부작용이 생길 경우 이에 대한 또 다른 약을 처방하기보다는, 복용 중인 약물에 변화를 주어 불필요한 약을 줄이고 부작용도 없앤다는 뜻이다. 얼핏 보면 간단하고 단순한 일이지만, 모든 질환에 대한 경험과 약물 부작용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하지만 만나기 힘든 ‘노인의학’ 물론 기존의 의료기관이나 진료과가 이런 부분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건강보험제도 구조상 환자가 처방전을 직접 가져다주지 않는 이상 다른 병원에서 내 환자에게 어떤 약을 처방했는지 의사는 알 길이 없다. 노년내과에서 현재 복용 중인 모든 약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에게 맞는 맞춤 진료와 치료가 필요하니까요. 같은 80대라도 사람마다 상태가 너무 달라요. 기대여명이 짧은 상태라면 무리하게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처방하는 약을 유지할 필요는 없어요. 부작용만 생기죠. 노인의학은 일종의 정밀의료로, 생물학적 상태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까지 고려해서 치료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합니다. 치료와 함께 돌봄 계획도 수립하고, 연명의료도 논의하죠. 어디에 사는지, 환자분의 의향은 어떤지, 보행 속도나 악력은 어떤지도 고려해요. 물론 이 과정에서 약도 정리합니다. 이렇게 환자의 이런저런 일들을 챙기다 보면 환자 1명당 진찰 시간이 30분을 훌쩍 넘어가죠. 상업적인 병원에서 노인의학을 외면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물론 환자 입장에선 ‘속 시원한’ 경험이다. 하루에 먹던 수십 개의 약이 정리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약값 부담도 줄어든다. 또 환자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야 할지, 혹은 부모를 어떻게 모셔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도 찾을 수 있으니 걱정이 줄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앓고 있는 질환이 여러 개여서 다니는 병원이 많고, 신체 기능이 떨어진 것 같다면 한 번쯤 노인의학 진료과를 찾아 전체적인 신체 건강 상태나 치료 방향을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노쇠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점검하는 기회를 가지라는 것이다. 국내에 노인의학 진료과가 등장한 것은 2007년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노인병센터’를 설립했다. 이어 2009년에 서울아산병원에 노년내과가 생겼고, 2010년에는 신촌세브란스에 노년내과가 들어섰다. 짧은 기간에 연이어 노인의학 진료과가 신설되면서 대중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의료계 내에서 진료 영역에 대한 갈등으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노인의학의 필요성 때문인지 관련 진료과 설립은 계속 이어졌다. 삼성서울병원과 전남대학교병원, 건양대학교병원, 울산대학교병원, 은평성모병원 등 국내 10여 개 진료과에서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 처음으로 시도됐다가 잘 안 됐죠. 공공의료가 잘 되어 있는 영국에선 내과 의사의 10%가 노인내과 간판을 달고 진료하고 있어요. 영국 정부는 각 과별로 따로 진료하고 처방하는 것보다 노인병을 전담하는 사람이 맡아보는 것이 효율적이고 보험 재정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개인과 사회 모두 중요한 지속가능한 나이 듦 정희원 교수는 최근 책을 한 권 출간했다. ‘지속가능한 나이 듦 : 노년의 질병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는 다소 긴 제목의 책이다. 노인의학 의사이자 생명과학 박사까지 취득한 정 교수는 나이 드는 것을 노화 메커니즘이나 나이라는 숫자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노화의 생물학적 정의와 메커니즘을 다룬 ‘시간 : 노년을 맞이한다는 것’과 노인의료의 문제점과 사례를 다룬 ‘질병 : 노년의 질병,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고령화에 대한 이야기 ‘사회 : 초고령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그것이다. ‘지속가능한’이란 표현이 눈에 띈다. 이 단어는 지난 몇 년간 경제 분야의 화두였다. 의료와는 다소가 거리가 멀어 보였다. 정 교수는 “나이 듦이라는 것을 극복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에 대한 반감에서 이 표현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티에이징이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마치 나이 듦을 재앙처럼 여기려 하지만, 실제로 노화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과정이에요. 노화를 받아들이고, 본인이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그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요. 질병이나 노화의 축적을 예방함으로써 덜 고통받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죠. 만약 젊어서 만성질환을 관리하지 않고 운동 부족으로 신체 기능이 떨어진다면 노쇠는 남보다 빨리 오기 마련입니다. 살아가면서 장애가 생기는 것을 지연시키고, 노화를 맞이하더라도 삶의 질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나이 듦이라고 봤어요.” 정 교수는 이러한 관점이 단순히 개인의 삶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복지사회 정책이나 고령화를 맞이한 한국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언론에선 마치 고령화가 사회의 종말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회에서 고령의 구성원이 늘어나는 것이 파멸적인 것은 아니에요. 우리 사회는 지금 복지정책을 디자인할 때 과거의 기준과 잣대를 들이미는 실수를 하고 있어요. 65세가 도움이 필요한 약자였던 것은 수십 년 전의 이야기고, 지금의 65세는 그 기준이 세워졌던 시절 50대 수준의 신체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 교수는 우리 사회가 의료나 복지정책을 수립할 때 기준으로 삼는 ‘노인’에 대한 정의를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노인의 기준을 무조건 나이로 가르려는 연령주의적 발상은 문제가 있어요. 65세가 되었다고 그 순간부터 갑자기 다른 종족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나는 적어도 늙지 않았다는 분리 욕구를 가진 사람들의 부적절한 기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관료적인 생각은 변화될 필요가 있어요. 이제 나이는 많지만 건강 상태가 좋고 독립적으로 오래 살 수 있는 분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정 교수는 그 이유를 삶의 폭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갖는 시점도 과거에 비해 10년 가까이 늦춰졌고, 지금의 86세대나 X세대가 65세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 10년 전의 65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 적응 역량이 높을 것이라고. 나이라는 숫자는 같지만 생애 주기의 위치와 능력, 역할이 달라지는 변화를 정 교수는 ‘스냅샷의 오류’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좋을까. 정 교수는 노화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획일화된 노화 예방 상식으로 접근하다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신이 처한 노화 스펙트럼에서의 위치에 따라 그에 맞는 건강 증진 활동을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50대는 만성질환 관리를 잘하면 뇌졸중 등 질환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혈압이나 혈당 등을 철저하게 관리시키지만, 이미 노쇠한 어르신들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낙상이나 섬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요. 단백질 섭취도 마찬가지예요. 젊은 성인은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면 노화 시계가 빨라져요. 그러나 운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근감소를 막기 위해 단백질 섭취를 권해야 하죠. 이렇게 생애 주기에 따라 예방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다른 목표를 설정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보호자 ‘효자’ 되지만, 병원에선 ‘불효자’ 앞서 설명한 것처럼 노인의학을 다루는 의료기관도 많지 않고, 병원 내에서도 입김이 셀 수 없는 진료 과목이다. ‘돈 잘 버는 효자’ 노릇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런데 왜 정 교수는 ‘노년내과’를 선택했을까. “본과 4학년 때였어요. 섬망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온 노인 환자가 있었죠. 일반적으로 내과 의사는 환자를 드라마틱하게 바꿔놓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선배 의사가 환자가 복용하던 약들을 종이에 끄적이더니 정리해주었어요. 그러고는 며칠 만에 멀쩡해져서 걸어 나가시는 걸 보았죠. 노인의학의 매력을 느꼈어요. 알아야 하는 분야의 폭도 넓고 깊은 데다, 복지정책이나 보험제도 등 사회의 기능적인 내용까지 알아야 하니까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것이 진짜 내과 의사가 아닐까 생각했죠.(웃음)” 정 교수는 내과 전문의이자 생명과학 박사이기도 하다. 그가 생명과학에 관심을 가진 것 역시 노인의학과 관련한 목마름 때문이었다고 한다. “전공의 과정을 통해 노화와 노쇠, 근감소증에 대해 공부했는데, 아직까지 노쇠와 근감소증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나이 듦에 따른 이런 변화가 생물학적으로 어떤 과정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궁금했죠. 또 영양 섭취나 운동 등으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모델 동물을 통한 생물학 연구에선 노인의학적 접근이 활발하지 않아 임상 의사로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사람의 노쇠는 복합적 요인이 오랜 기간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단순화된 실험으로는 쉽게 답을 낼 수가 없더라고요.”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노인의학 의사로서 노인의학 클리닉의 장점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혼잡한 종합병원에서 휠체어를 끌고 5~6개 진료과의 외래진료를 다니시던 분들이 통합된 한 곳에서 진료받으면 드시던 약을 정리할 수 있고 병원에서 고생하시던 시간과 진료비도 줄어듭니다. 몇몇 분들은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는 것이 직업처럼 되어버리거든요. 이런 분들은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줄면 무척 기뻐하세요. 많은 분들이 이런 혜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 2022-03-0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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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세 마리코'의 저자 오자와 유키, "나를 위로하며 살아야"
- 노년에 가족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만화 ‘80세 마리코’에 나오는 주인공 마리코는 작가 생활을 하고 있는 80세 할머니다. 손자 부부와 함께 살다가 돌연 가출을 시도한다. 마리코를 통해 노인의 홀로서기에 대해 이야기했던 일본의 만화가 오자와 유키(おざわゆき)에게 노년 독립의 의미를 직접 물어보았다. ‘80세 마리코’는 60~70대 할머니들의 밝고 건강한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치매 등 노년의 중요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룹니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서 고령자는 검소하고 다소곳한 노인, 깨달음을 주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제 주변의 중년 어머니들은 모두 젊고 활동적이며 멋 내는 것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80세 마리코’에서는 보다 실제에 가까운 중년을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것만으로는 나아질 수 없는 사회문제나 사건 뉴스 등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작품 안에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어떻게 희망이 담긴 결론을 보여줄 것인가가 큰 도전이었습니다. 현실을 묘사하는 게 괴롭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보다 누구도 깊이 파고든 적 없는 영역의 이야기를 묘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습니다. 특히 저장 강박 노인의 쓰레기 저택이나 손님이 찾지 않는 쇠퇴 상점가 문제 등은 이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묘사가 상당히 힘들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꼭 넣어보고 싶은 요소였습니다. 쓰레기 저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나라면 어떨까 생각해봐도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80세 마리코’는 마리코의 가출을 시작으로 가족과 사이가 불편해진 노인의 홀로서기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결국 마리코의 독립은 가족, 사회와 절연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의 관계를 새롭게 맺어나가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마리코는 그룹의 중심에서 점점 밀려난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희망’이나 ‘기대’도 깎이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100세 시대에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지금의 역할에서 은퇴해도 다른 역할로 데뷔하는 거죠. 누구든 나이를 먹어도 사회적인 역할을 계속해서 얻을 수 있는 좋은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법적으로 말하는 노인의 기준은 65세입니다. 65세가 되면 약자로 취급되며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곤 합니다. 마리코처럼 ‘현업을 유지하려는 노인’에 대해 사회는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까요? 한국의 법률은 상당히 엄격한 부분이 있네요. 65세는 아직 기력도 체력도 충분한 정정한 사람들이 많을뿐더러,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노인이라고 선을 그어버리는 것은 몹시 마음 아픈 일입니다. 물론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이에 따른 구분을 지어야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개인의 능력으로 판단하자’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65세는 고령으로서 맞이하는 성인식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이 현역에서 물러났을 때 사회가 이 사람들의 활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모두 그곳에서 희망차게 일할 수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어른이 되면 부모님과의 관계로부터 독립하는데요. 생활이나 경제의 독립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노년의 독립은 성년의 독립과 어떻게 다를까요? 일본에서는 자식을 돌보고 싶지 않거나 속박으로 휘둘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부부가 아닌 개인으로서 독립적인 생활을 바라는 사람도 많습니다. 외로움과 번거로움·미안함을 저울질하고, 가족관계를 단순하고 얽매이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족에게 의지하고 싶은 것은 사람으로서 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에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자신의 발로 서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힘내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가능하면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자존감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마리코는 결국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해체되었던 가족은 재결합합니다. 이 결말은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었나요? 가족과 마주 보는 일은 현실에서도 해결하기 힘든, 도망가고 싶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이 연재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결말에서는 가족과 화해하고 희망에 차 있습니다만, 해결되지 않은 어두운 문제도 여전히 떠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인정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가족은 성립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스스로의 노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물론 바뀌었습니다. 마리코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 ‘80세의 할머니’가 아니라 ‘30년 후의 나’를 묘사했습니다. 실제로 마리코가 미래의 나라는 생각으로 그려나가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묘사하는 사이에 저도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마리코는 일을 지속할 동력과 삶의 즐거움과 희망을 줬습니다. 제가 제대로 된 스토리 코믹 만화를 시작한 것은 40대 후반입니다. 늦게 꽃을 피웠기 때문에 가능한 한 기운차게 활약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년 독립’을 꿈꾸는 한국의 마리코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한국에서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기뻐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무척 기쁩니다. 한국에도 마리코가 있다면 ‘주변에 귀를 기울여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람들의 의견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요. 혼란스럽지 않을 정도로 보고 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축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이 될 것입니다. 자신을 인정해가면서 다른 사람도 인정해봅시다.그리고 하루가 끝나면 울고 있는 자신을 나무라지 말고, 오늘을 살아낸 나를 위로하며 토닥여줍시다. 만화가 오자와 유키(おざわゆき) 1964년생 나고야 출신의 만화가다. 2012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버지의 시베리아 전쟁 포로 억류 체험을 바탕으로 그린 ‘얼음의 손바닥, 시베리아 억류기’로 늦깎이 데뷔했다. 2016년 노년 독립을 다룬 ‘80세 마리코’를 내놓으면서 다시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다.
- 2022-02-2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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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일자리 제공하는 따뜻한 퀵서비스 ‘두드림퀵’
-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는 우리 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버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두드림퀵은 노인 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노인 지하철 택배’ 사업의 효율화를 이루어 시니어 택배원들의 소득 증대와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소셜벤처다. 두드림퀵의 이다인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드림퀵은 세계적인 사회공헌 경영학회 ‘인액터스’의 서울대학교 지부 학생들이 운영하는 프로젝트 회사다. 두드림퀵 직원 6명의 평균 나이는 21.8세. 사회적 가치를 기업가 정신으로 실현하기 위해 모인 대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대표는 “노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라고 사업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앱 개발해 동선 비효율 개선 2018년 시작된 두드림퀵의 사업은 수도권 내 노인 지하철 택배원과 고객 간의 지하철 퀵 중개 디지털 플랫폼이다. ‘노인 지하철 택배’란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요금 면제 복지정책을 활용한 노인 일자리로, 지하철로 퀵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 노인 지하철 택배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택배 주문 배정 과정에서 기사의 거주지가 고려되지 않아, 먼 거리의 주문을 배정받는 등 동선 낭비가 빈번히 발생했다. 또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노인 택배원들이 물건 수령·배달 장소가 적힌 종이쪽지만 보고 길을 찾아, 생소한 지역을 헤매기 일쑤였다. 이러한 비효율적 동선의 문제점을 인식한 두드림퀵은 IT 기술을 활용해 노인 친화적인 ‘택배원용 앱’을 개발하고, 서울 지역 9개의 시니어클럽, 어르신 일자리 기관과 협업해 택배원들에게 이를 보급했다. 해당 앱은 ‘위치 기반 자동 배정 시스템’으로, 물품 수령 장소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기사에게 주문을 배정한다. 또 앱이 카카오맵과 연동돼 물품 수령·배달 장소로 향하는 최적의 길을 알려준다. 이 대표는 “두드림퀵 서비스로 택배 기사들의 이동 거리는 평균 7.2km, 픽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3분가량 단축됐다”라며 “택배원마다 주문 건수가 달라 편차가 크지만, 한 택배원의 경우 두드림퀵 일을 하며 월평균 소득이 1.5배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수익 대부분은 시니어 택배원에게 사업 초기 힘든 점도 많았다. 기관마다 나름의 체계가 있는 상태에서 어린 청년들이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다 보니, 일이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기관들을 하나씩 설득하고 섭외해 현재는 총 9개의 노인 일자리 기관과 협업 중이고, 함께하는 시니어 택배원 수는 약 150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초기에는 월 주문 100건도 힘들었는데, 현재는 월평균 주문량이 500~700건으로 늘었다”라며 “2020년 1~9월 대비 올해 같은 기간 매출이 220%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인 만큼, 회사의 수익보다는 택배원의 소득 보장에 더 가치를 둔다. 두드림퀵의 거래 수수료는 5%로, 20~30% 수준인 업계 평균에 비해 적은 편이다. 5%의 수수료 역시 마케팅 비용 등 회사 운영 자금으로 쓰인다. 다만 앱이나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개발 자금은 수수료 수익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데, 이는 주로 공모전을 통해 얻는다. 최근에는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는 기업과 현장에서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사회적 경제 조직을 연결해주는 공모전 ‘2021 사회공헌 파트너스데이’(한국사회복지협의회 주최)에서 우수상에 선정돼 3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두드림퀵의 비즈니스 모델과 비전, 사회적 가치 등을 높이 평가받아 얻은 성과다. 최종 목표는 ‘노인 일자리 플랫폼’ 이 대표는 “노인을 사회적 약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돌봐야 할 대상이라고 여기지 않고, 같이 일하며 사회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택배원들을 대상으로 앱과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책자에 필기까지 하며 열정적으로 임하는 시니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배송 중 물건을 잃어버릴 상황에 대비해, 자신이 탄 지하철 칸의 번호를 매번 외운다는 시니어도 있다. 한 시니어 택배원은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내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려서 노동의 대가를 받는다는 게 만족스럽고 보람차다”라며 택배 업무 소감을 밝혔다. 그들은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에 참여하며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의 일원이다. 하지만 급속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노인의 사회적 역할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이러한 현실에 이 대표는 “노인 문제의 핵심은 고독과 빈곤인데, 이 둘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일자리다”라며 노인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노인은 일자리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움직이며 사회적 활력도 채우고 소득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드림퀵의 최종 목표는 ‘노인 일자리 플랫폼’으로의 성장이다. 이를 위해 두드림퀵 멤버들은 주 2회 꾸준히 노인 문제와 사업 확장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 중이며, 공모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도 언젠가 시니어가 될 것이고, 노인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다”라며 “시니어 커뮤니티, 시니어 친화 앱 등 다양한 노인 친화 서비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2021-11-24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