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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사람 PART 7] 이 남자의 서재, 책 말고 다른 물건(?)도 많다
- 함께 있다 보면 닮게 된다. 같은 관심사가 생기고 비슷한 부분에서 웃고, 울고, 기억을 저장하고 추억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한성대학교 문화인류학 교수이자 (사)글로벌발전연구원장(ReDI) 이태주(李泰周·54)의 서재가 그렇다. 함께해 온 흔적과 이야기, 좋아하는 것,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책 사이이 남자의 서재, 책 말고 다른 물건(?)도 많다와 책상 위에 있다. 멀리 한국으로 여행 온 남태평양의 조각들 하나하나가 호탕한 웃음, 장난 가득한 이태주의 눈 코 입과 사뭇 닮았다. 한성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이태주 교수는 그밖에도 하는 일이 많다.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의 불씨를 키웠으며 눈에 잘 띄지 않는 해외지원 자금이 잘 쓰이는지 감시하는 시민운동단체의 대표로 10년간 일해 왔다. 코이카, 문화관광부, 외교부 등 정부기관 정책자문과 관련한 서류작업은 늘 끊이지 않는다. 이태주 교수의 서재 이야기를 해 보자. 한성대 연구관에 있는 그의 서재는 서재라기보다 놀이터 같은 느낌을 풍긴다. “여름방학 동안 서재 중앙에 있었던 탁상을 치웠어요. 피곤하면 바닥에 눕기도 하고, 물구나무도 서고 혼자 별짓 다 합니다.” 이 교수의 서재는 작은 공간에 미닫이로 된 책꽂이를 원래의 서가 앞에 덧대어 실용성을 높였다. 해외지원, 정책, 공적 자금 감시 관리 관련 서류들이 미닫이 책꽂이 뒤로 빼곡하게 쌓여 있다. 책이 몇 권 정도가 되느냐 혹은 책을 분리하는 기준이 있냐는 질문에 “할 일 없냐!”며 웃어 제낀다. “분리할 수준을 넘어섰어요. 빈 공간만 있으면 아무 곳에나 처박아 놔. 오래된 책은 잘 보지는 않지만 버리지는 못하고 있어요. 20년 된 책들은 미닫이 안쪽으로 보내 버렸어요. 최근에는 국제개발 쪽 일을 많이 하니까 그 옆에는 최근 관련 서류들이죠. 감당 못해요. 좋아하는 책을 따로 모아놓지도 않았습니다.” 많은 책을 보유한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책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사회적으로 지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적당하게 가지고 있다가 어느 시점이 됐을 때 기증하든가 나누어 써야 하는 공유재산이란 생각 때문이다. 책, 사서 보는 나이가 따로 있다 요즘은 기증받는 책들이 많지만 5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100% 돈을 주고 사서 봤다. “그러고 보니까 책 사는 나이가 있는 거 같아요. 한참 연구할 때요. 교수도 정교수가 되기 전까지 해마다 논문 몇 편을 써야 해요. 논문 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까 계속 자료도 봐야 합니다. 필요하면 아마존닷컴(외국인터넷서점)에서 외국서적도 사야 하고 꾸준히 도서를 구매했죠. 뭐 요즘은 남들이 책을 냈다 그러면 주는 거만 받아요(웃음). 곧바로 책꽂이로 들어가요.” 이 교수의 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무난하고 말랑한 것들을 찾아볼 수 없다. 가령 소설이라든지 만화책 말이다. 문화인류학에 관련된 책도 많고 국제개발 분야가 서재 한가득하다. “개발, 발전문제 그게 한 분류입니다. 한참 내가 공부할 때는 남태평양에서 연구했어요. 사모아, 피지, 통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이런 곳에서요. 한쪽 서가 서너 개 정도는 전부 남태평양과 관련된 책들입니다. 또 20대 때, 대학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관심 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20대부터 50대까지 관심 영역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책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굉장히 많이 달라졌죠.” 이태주의 서재에는 세계가 있다 이 교수의 서재에서 의미를 찾으라면 우리에게 생소한 국가나 지역에서 직접 사들인 책들이 많다는 점. “아프리카 여행할 때 아프리카 책, 인도 책, 유럽 책, 이집트에 가면 이집트 사람이 쓴 책 등. 나는 인류학자이기 때문에 그 지역 문명과 인류, 문화 다양성 등을 알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아요. 이런 책은 국내 도서관 어디에 가도 없어요.” 이 교수의 첫 직장이 유네스코였기에 유네스코 관련된 책들도 많다. 베트남어로 된 책들도 여러 권 보였다. 1992년 베트남과 수교를 맺은 뒤 이 교수는 한국인 최초 베트남 연구자가 되겠다는 생각에 베트남에서 6개월여 생활했다. “시클로를 타고 구석구석 다니고 베트남어도 좀 그때는 했습니다. 여기 있는 책이 현지에서도 얼마 안 되는 베트남 책을 모은 것입니다. 뒤 칸에 보면 베트남 관련된 서가가 또 있어요. 현지어로 된 건데 제목하고 목차 정도는 읽을 줄 압니다.” 서재에서 주로 놉니다 이태주 교수가 제일 잘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공적 개발 원조를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가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다. “어떻게 통합해서 효과적으로 할 것이냐. 국민 세금 낭비하지 않고 개발도상국을 제대로 도울 것이냐. 이런 것을 정리해서 정부에 만들어 줍니다.” 정년이 보장된 편한 교수 생활을 하는 줄 알았더니 서류 작업이 끊이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그는 이게 바로 진짜 제대로 노는 것이라고 말한다. “놀지 않는 게 아니고 종일 놀아요. 사실 노는 거하고 일하는 게 구분이 안 돼야 성숙한 사람입니다. 젊었을 때는 일하느라고 ‘아! 맘에 안 든다’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글 쓸 때는 밤도 새울 수도 있고, 밤을 새워도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 내가 하고 싶은 글 쓰는 건데 뭐. 몰입해서 하는 일이잖아요?” 서재에서 그는 글 쓰는 것 외에 낮잠도 자고 운동도 한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서재 말고 놀이터란 말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이 남자의 서재는 ‘삶의 이력서’ 사실 이 교수의 서재에서 책 다음으로 눈길이 가는 것은 외국을 다니며 전리품처럼 모아 놓은 가면을 비롯한 기념품이다. 아프리카에서 사 온 전통 북을 보고 신기하게 봤더니 직접 북을 멋지게 연주한다. “다른 나라에 갈 때마다 하나씩 가져다 놓은 것들이에요. 처음 이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 누구나 신기해하죠. 서가 위와 창문 주위에 올려놓은 물건(?)들에 정신을 놓더라고요.” 아프리카나 서태평양에서 가지고 온 가면뿐만 아니라 중국 진시황릉 병마용 조각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있어 서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이력서지”라고 운을 뗀다. “삶의 이력서지. 그때그때 나의 흔적을 뒤져볼 수 있잖아요? 물론 내가 쓴 노트나 메모가 흔적일 수 있지만 ‘아, 내가 80년대에는 이런 책을 봤구나. 30대에는 이런 책을 봤구나’ 그런 거죠. 그때는 몰입해서 살았던 거 같아요. 치열했죠. 요즘은 책을 잘 읽지 않는데 그때는 밑줄을 그어 가면서 봤어요. 언젠가는 버리겠죠? 내가 은퇴할 때쯤 되면 좋은 책들은 좀 정리를 하고 보고서 같은 건 다 버릴 생각입니다. 리포트는 평생 간직할 책은 아니잖아요. 서류 모아 놓은 것은 언젠가는 책 쓸 때 써 먹으려고요.” 그의 서재 현관에는 2019년 9월이라고 쓰여 있다. 그때는 연구년으로 어디로 갈지 고민 중이다. 예전에는 네덜란드의 국경도시 마스트리트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동구 분쟁지역, 발칸반도, 사라예보 등지를 다녔다. 이번에는 중국의 상하이 혹은 브라질의 리우를 연구년 베이스 캠프로로 고려하고 있다. 또한 2027년 2월 28일이라고도 쓰여 있다. 그날이 바로 정년이라고. 매일 매일을 즐기며 살지만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그날을 향해 가고 있다. 그의 서재에는 세계와 함께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살고 있다. 하루하루 모래시계를 바라보듯. “저기 책꽂이에 걸어놓은 건 콜롬비아에서 사온 것입니다. 콜롬비아에 갔다가 정말 놀랐어요. 일반 레스토랑인데 연인이 딱 들어와서 주문하자마자 바로 테이블에서 춤추더라고요. 밥 먹고 춤추고 그러더라고요.”
- 2016-10-1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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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란탕과 친정아버지
- 토란을 먹을 수 있는 계절이 왔다. 추석 무렵 시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토란이지만 사계절 늘 맛볼 수는 없는 귀한 맛의 전령사다. 올 추석 명절에도 어김없이 토란국을 끓였다. 미끈거리고 감촉이 좋지 않아 먹기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매끈하고 부드러운 맛에 토란을 매우 좋아한다. 친정아버지의 고향은 충청도 대전이다. 충청도 사람이라 토란을 더 좋아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서울 토박이인 엄마의 입맛까지 사로잡아 우리 가족은 토란국을 즐겨 먹었다. 좋아한다고 매일 먹은 건 아니고 추석 즈음 많이 먹었다. 감자나 고구마는 저장이 잘 되어 일 년 내내 맛볼 수 있지만 토란은 저장이 안 되는 것 같아 무척 아쉽다. 남편은 이북이 고향이다. 시댁에서는 추석 차례 상에 토란국을 끓이지 않고 양지머리 고기를 푹 삶아낸 국물로 맑은 무국을 끓였다. 남편은 처가에서 토란 탕을 처음 맛보았다고 했다. 처음 먹을 때는 좀 이상했는데 자꾸 먹다 보니 정말 맛있다며 좋아하게 되었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맏며느리인 내가 제사를 물려받았다. 이후 추석 차례 상에는 토란국을 올렸다. 차례 지내러 온 시동생과 친척들은 토란국을 처음 먹어본다며 호기심을 보였고 매년 추석 때면 “형수님 토란국 먹으러 갈게요.” 할 정도로 맛을 들였다. 토란은 흙 속의 알이라는 뜻이다. 추석 전후에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가장 영양이 많고 맛이 좋다. “알토란같다.”는 말은 부실한 데가 없이 옹골차고 단단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인데 토란의 효능이 알차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 아닐까 한다. 토란의 주성분은 녹말이지만 다른 감자류에 비해 특히 칼륨의 햠량이 많다고 한다. 토란의 칼륨은 일단 혈액으로 흡수된 나트륨이 신장에서 흡수되는 걸 막고 소변으로 배출하게 해서 혈압을 낮추는 작용도 하고 토란에 함유된 ‘가라쿠탄’이라는 성분은 면역력을 높여주기도 한단다. 수분이 많아서 다른 감자류에 비해 에너지가 낮고 칼로리도 낮으니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을 것이다. 필자는 토란국에 정성을 들이는 편이다. 장에 가면 껍질을 벗긴 토란과 흙토란을 함께 파는데 반드시 흙토란을 사와 껍질을 벗겨 쓴다. 예전에 친정아버지와 함께 시장에 나가 토란을 사왔던 기억이 난다. 엄마대신 토란국을 끓여보겠다며 멋모르고 맨손으로 껍질을 벗겼는데 손끝이 아려왔다. 아버지는 “괜히 너를 고생시키는구나.” 하시며 안타까운 눈길로 약을 발라주셨다. 가끔 그날이 떠오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오늘도 토란 껍질을 벗겨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내어 양지머리 쇠고기 국물로 국을 끓였다. 토란국을 끓이니 토란국을 맛있게 드시며 웃으시던 아버지가 그립다. 토란은 맨손으로 다루면 독성 때문에 가렵거나 알레르기가 생기기도 하니 반드시 장갑을 끼고 껍질을 벗겨야 한다. 이것도 친정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이다. 요즘이 싱싱한 토란을 맛볼 수 있는 철이니 열심히 만들어 먹을 생각이다.
- 2016-10-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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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컬처 키워드] TV는 지금, 인터넷 결합 프로그램이 대세
-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8월 30일 수많은 시청자의 눈이 한 프로그램으로 향했다. 바로 SBS 이다. 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예능 스타 김국진(51)과 ‘보랏빛 향기’ 등으로 1980년대 최고 인기를 누렸던 가수 강수지(49)의 열애 사실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선 신효범, 김완선, 김도균, 최성국 등 출연 연예인들이 인터넷 방송을 활용한 프로그램 코너를 만들어 내보냈다. 김국진과 강수지, 두 사람의 열애에 대한 네티즌의 질문 등이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쇄도하는 네티즌의 질문에 답하고 뜨거운 반응에 어쩔 줄 모르는 김국진·강수지 커플의 모습이 TV 화면을 통해 안방 시청자에게 생생하게 전달됐다. 요즘 이처럼 TV와 인터넷을 결합한 프로그램들이 속속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TV와 인터넷, 두 미디어의 결합 프로그램 붐의 진원지는 지난해 4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이다. 은 배우, 가수, 예능인 등 연예인 스타들과 셰프, 메이크업 아티스트, 패션디자이너 등 각계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직접 PD 겸 진행자가 되어 인터넷 생방송을 펼치는 1인 방송 대결 포맷 프로그램이다. 다음 tv팟을 통한 인터넷 방송과 TV 예능 프로그램의 결합으로 시청자의 열띤 반응을 얻고 있다. 을 통해 김구라, 이경규, 바다, 산이, 초아, 정준영, 하니, 박재범, 홍진경, 홍석천, 다솜, 박명수, 윤상, 트와이스 등 연예인과 요리 연구가 백종원, 셰프 오세득, 전 리듬체조 선수 신수지, 마술사 이은결, 종이접기 전문가 김영만, 패션디자이너 황재근, 헤어디자이너 차홍, 웹툰 작가 이말년, 이종 격투기 선수 김동현,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콘텐츠를 가지고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방송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네티즌의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나 기상천외한 의견과 이에 대응하는 출연자의 연출되지 않는 날것 그대로의 모습에 시청자는 환호했다. 또한, 인터넷 방송에 참여하는 네티즌도 급증하고 있다. 백종원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을 통해 스타로 부상했고 오세득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아재 개그를 선보이며 아재 개그 열풍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에 대해 “확산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과 급증하는 1인 인터넷 방송을 지상파 TV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창의적이고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은 인터넷을 메인 플랫폼으로 하는 방송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하는 인터넷 예능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 트렌드 중 하나가 음악 프로그램에 경연, 서바이벌, 미션, 스토리 텔링 등 예능 장치를 혼합한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 중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4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SBS 다. 이 프로그램 역시 인터넷과 TV의 결합이라는 점 때문에 눈길을 끌고 있다. 시청자의 참여 열기도 대단하다. 는 수많은 시청자가 특정 가수의 노래를 부른 영상을 스마트폰을 통해 보내면 이 중에서 3명이 선발돼 스튜디오에서 가수와 듀엣을 할 사람이 최종 결정된다. 가수와 스마트폰을 통해 선발된 일반인으로 구성된 팀이 경연을 펼쳐 우승팀을 가리는 포맷이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참여할 수 있어 방송이 거듭될수록 참여하는 시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에서 이선희와 팀을 이뤄 뛰어난 노래 실력을 과시하며 5주 우승을 한 김예진(18) 양은 연예인 못지않은 높은 인기를 얻었다. 최근 막을 내린 KBS 예능 프로그램 역시 인터넷과 TV, 두 미디어를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이서진 김종국 노홍철 3명의 MC가 쇼호스트가 돼 출연한 연예인, 스포츠 선수, 예술인, 과학자 등 각계각층 유명인의 재능을 판매하는 형식의 홈쇼핑 인터넷 방송을 진행했다.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네티즌들의 참여도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방식이었다. ‘시청자의, 시청자에 의한, 시청자를 위한 방송! 2박 3일의 여행 동안 네이버 V 라이브 생방송 투표를 통해 연예인 6명의 운명을 시청자가 직접 선택하는 신개념 여행 버라이어티!’ 9월 5일 첫선을 보이며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SBS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이 밝힌 기획의도이자 콘셉트다. 는 2박 3일의 여행 동안 6명의 출연자가 네티즌과 시청자의 인터넷 생방송 투표를 통해 여행 수단과 숙박 장소 등이 결정되는 포맷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 인터넷과 TV를 결합한 프로그램에 속한다. 최근 들어 이처럼 인터넷과 TV를 결합한 프로그램들이 대세를 이루며 증가하는 것은 미디어 간의 융합이 프로그램 지평을 확장하는 동시에 시청자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TV는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해 시청자는 단순히 콘텐츠를 수용하는 수동적 수용자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쌍방향성을 특성으로 하는 인터넷은 메시지나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수용자가 아닌 즉각적으로 반응을 드러내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 유통까지 하는 프로슈머(Prosumer·생산소비자)로서 수용자의 모습을 가능하게 했다. TV가 인터넷의 이런 특성을 수용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는 시청자들의 반응과 노래 등 콘텐츠가 프로그램 제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시청자와 네티즌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인터넷 방송 등을 TV 프로그램 안으로 수용하면서 수많은 네티즌과 시청자가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소재, 출연자, 내용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이점도 TV와 인터넷 결합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이유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통해 참여하는 일반인들이 연예인에게서 볼 수 없는 연출되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리얼리티나 의외성을 잘 살려 프로그램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이 TV와 인터넷 결합 프로그램의 강점으로 꼽힌다. 의 인터넷 방송을 통해 올라오는 네티즌의 의견이나 반응은 기상천외한 것이 많아 이것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는 기성 가수를 능가하는 빼어난 실력을 지녔거나 개성이 강한 출연자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TV 방송사들이 앞다퉈 인터넷을 프로그램에 접목, 수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TV에서 멀어져가는 젊은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서다. 근래 들어 10~20대들의 PC나 스마트폰 콘텐츠 이용이 급증하면서 젊은 시청자들은 TV와 멀어지고 있다. 젊은 층은 TV를 보더라도 TV가 아닌 웹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시청하는 제로 TV 시청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송사는 인터넷을 TV 프로그램 안으로 수용해 멀어져간 젊은 시청자를 다시 TV 앞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TV와 인터넷이 결합한 프로그램 양산으로 이어졌다. 시청자와 네티즌을 비롯한 수용자들은 이러한 방송사의 변화 움직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시청자가 단순히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수동적인 단계에서 벗어나 프로그램의 제작 주체로 나설 수 있고 다양한 반응과 의견을 제시해 곧바로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는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TV와 인터넷의 결합 프로그램은 개선할 부분도 적지 않다. 1인 인터넷 방송 콘텐츠나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네티즌 의견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단순한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매우 단조롭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특성을 보여주는 인터넷을 다양한 방식으로 TV 프로그램 제작에 활용하는 포맷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인터넷과 TV 결합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통한 시청자나 네티즌의 단순한 TV 프로그램 참여 형태도 개선해 수용자들의 상호작용과 쌍방향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 2016-10-0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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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가 만난 사람] '이건만 AnF' 이건만 대표, 인생 2막에 펼친 한글 패션 디자인 ‘제1장’
- 이번 한글날은 훈민정음 반포 570주년을 맞는 해라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한 날이 아니면 한글을 인식하며 지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매일같이 한글을 떠올리고 그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하는 이가 있다. 세계 최초로 한글 디자인 패션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았던 ‘이건만 에이엔에프(LEE GEON MAAN AnF)’의 이건만(李健滿·54) 대표다. 읽고 쓰기 쉬운 우리 한글이지만, 디자인에 접목하는 것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글이기에 더더욱 포기할 수 없다는 그의 다부진 말투에는 남다른 사명감이 스며 있었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한글 디자인 패션브랜드를 세울 수 있었던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유학 생활을 하며 샘솟았던 애국심이 심지 역할을 했다. “해외 나가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고 하잖아요.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 갔는데 일본어로 된 책은 많고 한국어로 된 책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방학 때면 한국에 나와 우리 책을 사서 대학 도서관에 기증했죠. 또, 외국 작가들에게 한국적인 것을 찾으라고 하면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 것을 고르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한국의 문화를 디자인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죠.” 다양한 한국 전통 문양들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이 역시 중국 문명의 영향 때문에 차별화하기가 어려웠다. 그 어느 나라의 것도 아닌,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언어나 사상 등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맺혔다. 그리고 그 생각의 종착점에 ‘한글’이 있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아티스트로서 화려한 삶을 살 수도 있던 그였다. 그러나 교수로 활동하던 시절, 결국 심지에 불이 붙고야 말았다. “친구가 어느 날 ‘너 1야드에 실이 몇 개 들어가고 넥타이가 몇 개 나오는지 알아?’라고 묻더라고요. 모른다고 했죠. 미국에서 공부할 땐 그런 걸 배운 적도 없고, 특히 유럽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디자이너가 어떤 창의적인 디자인을 하느냐가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한국 섬유 시장은 OEM형태로 움직이다 보니 그런 것도 가르쳐야 했던 거예요. 내가 공부하고 온 걸 그대로 가르치는 것은 소용이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겐 ‘21세기엔 디자이너가 브랜드가 되는 시대가 온다. 너희들의 몸값이 달라지고 디자이너가 경영자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근데 그 말을 들은 의대, 공대 다니던 학생들이 전과를 한 거예요. 덜컥 책임감이 생기고 겁이 나더라고요.” 그의 마음이 무거워졌던 것은 자신이 이야기했던 것들은 그때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디자이너는 직급이 올라가도 차장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한마디로 디자인만 해서는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인데, 멀쩡한 전공을 박차고 나온 학생들을 보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과연 그렇게 되느냐, 내 이야기가 맞느냐 틀리느냐를 증명해 내기 위해 그는 교수직을 뒤로하고 현장에 뛰어들게 된다. 그렇게 제자들과 합심해 만든 것이 지금의 ‘이건만’ 브랜드다. 한글과 패션, 트래디션과 트렌드를 접목하다 2000년,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도 그랬고 현재까지 가장 힘든 점은 한글을 패션에 접목하는 일이라고 한다. 알파벳처럼 나열문자가 아닌 자음과 모음이 어우러지는 입체문자인 한글을 제품에 효과적으로 입히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한글이 언어이기 때문에 디자인 요소가 아닌 글자로 읽힌다는 게 문제였어요. 그래서 자음과 모음을 분리하는 과정을 거쳤죠. 한글의 형태적 분석도 하지만, 그보다는 한글이 가진 의미에 대해 공부했어요. ‘한글이 대체 우리에게 뭐지?’라는 물음을 던지고 그런 고민을 디자인에 담으려고 했죠. 디자이너들도 고충이 있죠. 지금까지 디자인한 작업물만 3000개가 넘는데 또 새로운 것을 창작해야 하니까요. 우린 다른 곳처럼 카피할 수 있는 디자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쟁업체도 없으니 오히려 더 힘들죠.” 그렇다고 그들만 한글 디자인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오래 버티지 못하거나 단기적인 작업에 그쳤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만큼 한글을 패션에 접목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길이라고 설명했다. “한글과 패션, 한마디로 트래디션(tradition)과 트렌드(trend)라 할 수 있죠. 어찌 보면 그 두 가지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 수도 있어요. 차라리 한글 디자인으로 패션이 아닌 자개함 같은 소품을 만드는 게 훨씬 쉬울 거예요. 그렇게 하면 그저 인사동에서 사는 관광 상품에 지나지 않거든요. 한국 사람이라면 그런 기념품을 더욱 살 이유가 없죠. 그래서 역설적으로 스카프, 넥타이, 핸드백 제품을 디자인하게 됐어요.” 차별화된 전략 덕분에 이건만 브랜드의 제품은 국내외 인사와 패션 마니아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이건만 한글 넥타이는 청와대·정부부처·공공기관의 귀빈 의전용 명품으로 납품됐고, 한국 브랜드 최초로 일본 대형 백화점에 입점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우여곡절도 많고 힘든 점이 많았지만, 이만하면 성공반열에 올랐다 할 수 있지 않은가? 그에게 ‘성공’이란 조금 다른 의미였다. “아마 실패한 것들을 이야기하자면 무척 많을 거예요. 아무래도 추진하던 일이 실패하면 그만큼 금전적으로 손해가 생기거든요. 저는 그걸 수업료라고 해요. 수업료 굉장히 많이 냈습니다(웃음). 그런데 성공의 기준이 뭐냐. 성공과 출세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출세는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지는 건데, 그렇게 따지면 아직 출세는 못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일을 시작하고 대학에 관련 커리큘럼이 생기고, 많은 유통라인에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의 입점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것에 제가 작은 역할을 했다고 봐요. 돈 벌고 유명해지는 출세보다는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는 성공을 하고 싶어요. 출세는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바로 낫씽(nothing)이지만, 성공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도 역사에 남고 하나의 장르를 열고 패러다임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성공입니다.” 디자이너 경영자가 이어갈 ‘이건만 에이엔에프’ 그는 후배 디자이너들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러한 점은 ‘이건만 에이엔에프’만의 경영방침에서도 드러난다. 무엇보다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열정을 발휘하는 이 대표는 경력자보다는 신진 디자이너 채용을 우선시하고, 매출의 20%가량을 디자인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할 때에도 목표로 삼은 것 중 가장 첫 번째가 ‘동종 업계 디자이너 월급의 2배를 주는 회사’였다고 한다. 디자이너 출신 경영자다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회사와 후배들을 향한 애정으로 에너지가 가득한 그에게도 요즘 걱정거리가 생겼다. 나이가 드니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실감한다고. 열심히 운동하며 자기 관리에 힘쓰면서도 디자이너들의 역량 강화에 더욱 힘을 쏟게 된다는 이 대표다. “요샌 나이 드는 게 무섭더라고요. 아,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그냥 이대로 끝나버리는 거 아냐? 그런데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하고 쥐고 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외만 봐도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명품 브랜드가 오랜 세월 명맥을 유지하고 있죠. 코코 샤넬이 죽었다고 그 브랜드가 힘을 잃은 것은 아니잖아요. 브랜드를 이끌어갈 디자이너를 키웠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우리 직원들에게도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마케팅, 유통, 소비자 심리 등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제 욕심에 그런 거지만, 아마 다들 엄청 피곤할 거예요. 그래도 우리 브랜드를 물려줄 인재를 만들려면 어쩔 수 없죠.” 그는 한글이 담긴 디자인 브랜드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자신이 아닌 누구라도, 또 더 많은 이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힘들고 더디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는 사명감도 있었다. “일이 힘들수록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해요.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 돈을 위해서? 돈을 벌려고 했으면 다른 일이 얼마든지 있겠죠. 명예를 위해서? 그럼 대학교수로 남아 있었겠죠. 브랜드를 하나 육성하려면 굉장히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해요. 애초에 요행을 바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니까 서두르지 않죠. 남들보다 큰 솥을 만들었기 때문에 밥은 늦게 짓더라도 그만큼 더 많이 지으면 되잖아요. 이미 이만큼 달려왔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요. 끝도 보이지 않지만 그 시작도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와버렸죠. 그럼 어떻게 하겠어요? 돌아가나요? 일단 달리고 보는 거죠.” 인생 2막, 얻는 게 없어도 일단 달리고 본다!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 속에 어쩐지 순탄치만은 않았을 지난 일들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10여 년, 한글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의 인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혹시 후회하는 마음은 없는지 물었다. “아마 대학에서 교수생활도 하고, 굉장히 유명한 아티스트가 됐을 것 같아요. 하지만 결코 후회는 안 해요. 그 삶은 지금이라도 다 벗어던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오히려 공부를 많이 한 건 후회해요. 대학교, 대학원, 그리고 유학까지. 지금 보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었겠다 싶어요. 똑똑하고 아는 게 많다고 사업을 잘하고 세상사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러한 후회 역시 이만큼 살아봐서 알게 된 것이라고. 그는 공부하던 30대 중반까지를 인생 1막, 그 이후로부터 현재의 삶을 인생 2막이라고 설명했다. “인생 1막은 어느 정도 계획대로 됐어요. 공부는 열심히 하고 노력하면 점수 잘 받아서 좋은 대학 가고 그것에 만족할 수 있거든요. 근데 인생 2막은 노력한다고 다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왜냐하면 공부는 정량이 있고 그 조건에 맞추면 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들 머리 굴리고 있거든요. 변수가 생기죠. 내비게이션이 안 막히는 길을 알려 주면 그대로 가나요? 머리 써서 다른 길로 가는데 또 막히잖아요. 그러니 게임이 안 되죠. 근데 아직은 다 내 것만 같아서 욕심도 내고 그렇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달릴 수 있는 것 같아요. 2막까지는 노력한 만큼 얻는 게 없더라도 일단 해보려고요.” 그는 노력하는 만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인생 3막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때가 되면 얼마만큼을 노력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혜안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인간의 수명이 1000년 정도 되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거예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 인생의 룰을 깨닫게 되는 거죠. 아마 인생 3막은 그런 룰을 깨달았을 때 찾아오는 게 아닐까 해요.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알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구분하는 시기인 거죠. 그러면 자연히 무리한 계획을 세우거나 욕심을 부리지도 않을 거고요. 그렇게 욕심을 덜고 농부의 마음으로 늙어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끝으로, 그에게 인생 3막은 언제쯤 오리라 예상하는지 물었다. “글쎄요. 철들면 죽는다잖아요. 아마 저도 그냥 이렇게 살다가 눈 감는 순간에 ‘아휴, 그래 내가 이럴 줄 알았지!’ 한마디 하고 깨닫지 않을까요?”
- 2016-10-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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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이야기] 우리 초코에게 딱!인 사료는?
-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지 오래다. 가족 그 이상의 의미로 점차 특별함이 부여되고 삶의 일부분이 된 반려동물. 인기를 입증하듯 반려동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녀 등 가족이 떠나 적적해진 시니어들의 삶에 활력소를 주는 고마운 상대다. 는 웹진와 손잡고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시니어 독자들에게 유익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시니어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들이면 먼저 먹을 것부터 해결해야하지 않을까? 이번 호는 반려견 사료 고르는 법에 대해서 알아본다. 어린 강아지에서 성견까지 이것만 알면 기본은 된다. 1. 사료 선택 전 체크 포인트 포장지에는 9가지 항목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한다. 사료의 명칭과 목적, 내용량, 급여방법, 유통기한, 성분, 원재료명, 원산국명, 사업자명 또는 명칭 및 주소 등의 표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면 구입을 고려하자. 아니 내 가족이 먹을 것이라면 사지 말자. ▒ 정확한 원료 표기 가능한 모든 원재료가 표기되어 있는 것을 골라야한다. 모두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것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종합영양식 표기 주식으로 할 생각이라면 종합영양식이라는 표시가 있는 사료를 선택한다. ▒ 고객 상담실 표기 상담이 가능하도록 성명과 명칭, 주소 외에 상담실이 표기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 보관상태 매장에서 상품이 잘 보관되어 있어야 한다. 습기에 의해 제품이 불량이 되지 않았는지 봐야 한다.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면 산화돼 부패 가능성이 높고, 벌레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유통기한 표기 유통기한이 제대로 표시되어있지 않는 상품이 간혹 있으니 구매 전 확인해야 한다. 다 먹을 시기를 역계산해 미리 체크 후 구매해야한다. 2. 강아지의 사료! 드라이에서 습식까지 반려견은 사람의 몸과 다르기 때문에 사람이 먹는 음식이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다양한 영양분이 함유된 반려견용 사료를 먹이게 된다. 사료는 크게 건조 사료와 습식상태의 통조림 사료로 나눌 수 있다. 건조 사료의 경우 어린 반려견이 먹는 자견용이 있고 성견용, 노견용, 비만견용, 활동견용 등이 있다. ▒ 드라이(완전 건조) 수분이 10% 전후 인 건사료를 말한다. 반려견 이빨에 문제가 없다면 큰 알갱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드라이 사료를 먹으면 ‘씹는 힘’이 생겨 반려견 치아 건강에 도움을 준다. ▒ 소프트드라이(반 건조) 수분이 25~35% 전후의 촉촉한 반 습식 상태로 가열 발포 처리된 사료다. 이빨에 문제가 있는 노령견 등에게 적합하다. ▒ 세미 모이스트(반 습식) 반 습식 상태라고해도 발포되어 있지 않은 식품은 ‘세미 모이스트’라고 표시한다. 수분함량은 25~35% 전후로 소프트드라이와 비슷하다. ▒ 습식 수분이 75% 전후로 기호성이 높고 부드럽고 주로 통조림 형태다. 냄새가 강해 강아지가 좋아한다. 종합영양식과 간식타입이 있다. 3. 알고 나면 안심! 반려견 사료 등급 사료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반려견에게 주는 먹이 급여량도 중요 부분을 차지한다. 1일 급여량 계산 방법으로, 생후 6주~10주까지 체중의 6~7%, 생후 10주에서 18주까지는 체중의 4~5%, 생후 18주에서 26주까지는 체중의 3~4%, 생후 26주 이후에는 체중의 2~3% 정도를 주는 것이 좋다. ▒ ORGANIC(유기농) 최소 3년 동안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재배한 것들로 만들어진 사료다. 제조과정에서 농약이나 항생제, 환경호르몬 등이 포함되지 않은 유기농 재료들을 엄선하여 깨끗한 제조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유기농 사료는 기호성이 떨어져 건강에는 좋지만 반려견들이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HOLISTIC(홀리스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만든 사료다. USDA(미국 농무부)의 인증을 받은 재료를 이용해 만들며,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낮은 재료들을 사용한다. 또한 다수의 과일, 채소 등을 사용하여 영양소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온 제조. 살충제나 인공 합성 항산화제가 검출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 SUPER PREMIUM(최상급)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에게 급여하는 사료로 육류보다 곡류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 부산물이나 육분, 골분을 사용하지 않는다. 비타민 A와 C, 로즈마리엑기스 등 천연 방부제를 사용하고 일부 원료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원료로 만든다. ▒ PREMIUM(상급) 저가 재료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사료로 합성방부제를 사용한다.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첨가물을 넣었다. 곡물 비중이 높으며 저가 재료를 쓰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재료들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서 선택한다. ▒ GROCERY BRAND / NORMAL (보통 식료품 류) 대부분의 재료가 출처를 알 수 없다. 영양학적 가치가 적은 재료가 쓰인다. 농약, 저가 재료, 고열 처리, 곡물 찌꺼기, 색소, 부산물, 내장, 육골분 등의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다. 수제 반려견 사료 최근 반려동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제 사료를 판매하거나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인터넷 블로거도 종종 볼 수 있다. 수제 사료 업체로는 ‘국가대표’와 ‘오도그’가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도 수제 사료를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는 홍대와 합정동 텃밭에서 키운 비트, 적상추, 단호박으로 맛을 낸 반려견 간식을 판매한다. 염분을 제거한 황태포와 함께 섞고 말린 것이라고. 지난 9월 초 대학로에서 열린 마르쉐@ 장터에는 이 반려견 간식을 일부러 사러 온 손님도 만날 수 있었다.
- 2016-10-0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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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라이프]스타를 움직인 책은?
- 글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뮤지션으로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연기자로서 최고의 찬사가 쏟아진다. 방송 진행자로서 수많은 고정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8월 출간한 에세이집 를 비롯한 에세이와 소설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바로 우리 시대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뮤지션인 김창완이다. 김창완은 자신의 창작과 예술 활동의 원동력은 책이라고 단언한다. 책을 직접 쓰기도 하지만 김창완만큼 책을 많이 읽는 연예인은 드물다. 김창완은 책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그런 그의 가슴에 강렬하게 울림을 남긴 책은 어떤 책일까. “치열하게 사는 것이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고 예술적인 삶에선 필수적이다.” 바로 미술 평론가 마이클 키멜만의 을 관통하는 주제다. 걸작은 고흐나 피카소만 남기는 것이 아니고 교과서에 나오는 딱딱한 미술사처럼 어려운 것도 아니다. 예술은 우리 자신이 생활 속에서 발견하고 창조하고 또 재창조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사랑하고, 열정을 쏟아붓고, 진심을 쏟으면 아름다운 걸작”이라는 의미를 잘 담은 것이 이다. 김창완은 을 보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야하고, 뮤지션으로서 활동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고 권한다. 김창완처럼 다른 스타들도 가슴에 평생 간직하는 책이 있다. 스타들이 감동하고 인생의 좌표로 삼는 책이 있다. 스타들을 움직인 책은 무엇일까. 하루에도 연예계에는 수많은 별이 뜨고 지는 상황에서 최불암은 50여 년을 한결같이 빛을 발산하는 현재 진행형의 큰 스타다. 그가 연기를 통해 내뿜는 빛을 보면서 곤경에 처한 사람은 용기를 얻고, 좌절에 빠진 사람은 위안을 받으며, 절망에 허우적대는 사람들은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는 단순한 연기자를 넘어 삶의 좌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 아버지’ 최불암에게도 삶의 이정표 같은 책이 있다. 바로 일본 소설가 고미카와 준페이의 이다. 징병으로 끌려가 참전한 저자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남녀 간의 사랑의 절절함을 전하는 한편 전쟁의 비인간성을 질타한 이 소설이 왜 최불암의 마음속에 각인된 책으로 남았을까. 최불암은 “책 한 권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을 을 읽으면서 절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읽었는데 감전된 듯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에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 사랑을 지키는 순수함이 있고 양심이 있고 인간이 있다. 그리고 남성의 자존심을 강하게 느꼈다. 얼마나 이 책에 감동했는지 나는 가지(소설 속 남자 주인공)처럼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나는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어머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어머니의 힘은 위대합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사랑합니다”라는 2004년 KBS 연기대상 수상소감으로 많은 이에게 감동의 파문을 일으킨 고두심. 그녀 앞에 조건반사적으로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어머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고두심을 떠올릴 때 ‘어머니’라는 단어를 조건반사적으로 연상한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연극에서 모든 것을 희생하며 자식을 위해 살아온 이 땅의 어머니를 연기했기 때문이리라. “모르겠어요. 운명이고 숙명인가 봐요. 처녀 때도 어머니역을 했으니까 말이에요. 많은 모습의 어머니가 있는데 제가 맡은 캐릭터는 강인한 어머니의 성격이 강해요”라고 말하는 고두심은 수기공모에 응모한 김인숙 씨를 비롯한 일반 여성들이 자신들의 어머니에 관해 쓴 수필을 모아 책으로 펴낸 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이 책에는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교사에게 맞고 온 아이를 보고 학교에 가 “아이가 숙제를 안 해왔거나 공부시간에 장난을 쳐서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면 이렇게 아프지 않을 겁니다. 부모 잘못 만나서 그렇게 된 것이니 절 혼내 주십시오. 제 손바닥을 때려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어머니 등 평범하지만 위대한 우리 주위 어머니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고두심은 제주 해녀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자식들을 지켜 주던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자식들에게 어떤 어머니가 되어야 하는지를 마음으로 알게 해 준 책이 라고 했다. 평범한 한 남자가 있다. 길거리에서 만나면 그에게 눈길을 줄 수 있는 흡인력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 사람일 뿐이다. 그래도 그는 할 말이 없는 사람이다. 흔히 이웃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니까. 그가 화면 속으로, 스크린 속으로, 무대 속으로 들어간다. 평범함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의 마음에 강력한 파문을 일으킨다. 엄청난 흡인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그의 비범함은 깊은 수렁이 되어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욱더 그에게 빠져들게 한다. 배우 조재현이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 등에서 강렬한 캐릭터마저 생명력을 불어넣어 현실 속 인물로 인식하게 하는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 조재현을 움직인 책은 바로 가출과 반항을 일삼던 사춘기 시절 누나가 선물한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이다. “은 내게 반항하는 마음을 다스려 주었고 감성과 사랑에 대해 폭을 넓혀 준 책이다. 그리고 정서적인 연기를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된 책이다. 인간과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준 책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조재현은 ‘첫사랑’에서 드러난 인물들의 심리나 감성, 그리고 행동들은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을 때 연기의 원동력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안녕하십니까. 남희석입니다. 요새 저보고 자꾸 변했다고 하시는데 제가 우유입니까? 변하게!” 한동안 남희석에게 전화하면 이 소리가 흘러나와 웃음을 짓곤 한 적이 있다. 한때 최고 MC로 군림했던 남희석은 요즘에도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최고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줬지만 늘 시청자의 시선의 중앙에 서 있는 MC다. TV에 나오는 코미디언 이주일이 너무 좋아 개그맨의 꿈을 안고 열한 살 때 고향 충남 보령을 떠나 서울행 기차를 탔던 남희석은 대본에 얽매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프로그램 진행으로 스타 MC가 됐다. 프로그램과 진행, 그리고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면 구분하지 않고 책을 읽는 독서광으로 잘 알려진 남희석은 대상과 현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한 힘을 준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과 이 의미 있는 책이라고 말한다. “과 , 이 두 권의 책은 단순한 용어 정리가 아닌 하나의 트렌드나 현상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한 책입니다. 그리고 실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인데 지나치기 쉬운 이면의 의미를 알기 쉽고 명쾌하게 정리했습니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한국문화와 세계문화에 관한 책도 재미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여섯 살 때 레스토랑에서 가수였던 아버지(이대현, ‘먼지가 되어’ 작곡자이자 가수)의 공연을 본 적 있어요. 인기가 높지 않았던 아버지 공연에 관객들의 차가운 반응을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그때부터 가수가 되려고 했어요. 저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추구한 아버지를 가장 존경해요. 그런데 무명이셨던 아버지의 공연이 외면 받는 게 슬펐어요. 그때 유명한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요. 이제는 유명한 연예인이 아니라 대중에게 실력으로 인정받는 연예인이 되는 것으로 꿈이 바뀌었지만요.” 독특한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소화력과 자신만의 향기가 배어나는 연기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뛰어난 가창력과 작곡실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이하나다. 이하나는 스타의 반열에 올랐어도 여전히 신인 때 보였던 담백한 마음과 연기를 향한 진지한 태도를 견지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계속 던지는 태도도 버리지 않고 있다. 인기에 속박되는 것이 아니라 인기를 초연하게 바라보는 이하나의 자세는 다른 연예인과 큰 차이점이다. 이하나의 이 같은 태도는 그녀가 좋아하는 책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는 로 잘 알려진 파울로 코엘료의 를 참 좋아한다고 했다. “코엘료의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해요. 나는 어디에 와 있고 나는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아요. 나이가 어려서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못 했지만 코엘료 책을 보면서 삶의 지향점을 생각하고 현재의 나를 반성해요. 그리고 실패와 성공이 순식간에 이뤄지고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평점심을 찾게 해주는 것이 코엘료의 예요. 이 책을 보면서 좌절했을 때 용기를 얻었고 인기를 얻었을 땐 저를 돌아봤지요.” 이 말을 들으면서 코엘료가 그의 책에서 펼쳤던 “내 속의 헛된 바람들 속에서 길을 잃지 말라”는 잠언적 메시지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이하나를 읽을 수 있다. 스타들은 이처럼 자신의 삶과 인생, 예술적 활동에 영향을 준 책들을 가슴에 아름다운 화인(火印)으로 새겨 놓고 있다. 그것이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예술 활동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 2016-09-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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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같은 ‘위대한 개츠비’
- 필자는 영화광이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영화관에 가실 때 꼭 필자를 데리고 다녀서일까? 영화로 모르는 남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좀비나 총질로 때려 부스는 건 별로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필자에겐 요즘은 영화도 영화배우도 다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다. 케이블방송 채널을 돌리다 보면 심심치 않게 예전에 즐겼던 명화를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오늘은 ‘위대한 개츠비’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필자가 젊었을 때 대한극장의 와이드 화면으로 보았던 그 작품은 아니었다. 타이타닉으로 유명해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인공이니 볼만은 하겠지만, 그 옛날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패로’ 주연의 작품에 비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도 화면이 매우 화려하고 배우들의 의상이나 머리에 쓴 모자가 뉴요커들의 패션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었는데 새로 만들어진 작품은 화려함의 극치가 더한 것 같다. 저택도 멋지고 매일 열리는 파티장면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예전 영화에는 멋진 미남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와 그리 미인이라 할 수는 없어도 묘한 매력을 가진 ‘미아 패로’가 주인공으로 흥행도 잘 되었던 영화이다. 필자는 ‘위대한 개츠비’ 영화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때부터도 필자는 신데렐라가 되는 여자 이야기나 한 여자를 사랑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비극으로 치닫는 남자 이야기를 다룬 스토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필자가 그런 행운을 얻지 못해서일지 그저 자신의 노력 없이 미모만으로 신분상승과 부를 거머쥐는 여자들을 질투했는지도 모르겠다. ‘위대한 개츠비’의 남자 주인공은 여자를 향한 바보스러울 정도의 순애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가슴 아픈 한편 화가 나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라 화려했던 영상과 실속 없이 순수한 사랑만을 갈구했던 한 남자 이야기로만 맴돌 뿐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았는데 새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며 다시 한 번 감동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다 보고 난 후 남은 씁쓸한 기분은 예전과 똑같았다. 남자들은 왜 그리 바보 같을까? 여자들이 실속 차리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동안 사랑만을 선택해 비극에 빠지는 남자들이 안타깝고 싫다. 필자가 보기에 여자 하나를 잊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개츠비’에게 왜 위대하다는 수식어를 붙였을까? 의문이 있었다. 자신을 버리고 부유한 남자와 결혼한 그런 여자를 잊지 못하고 자수성가 후 그녀를 되찾으려 했으니 좀 미련해 보이기도 하고 답답하지만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도 1920년대 미국의 물질 만능이 판치는 시대에 사랑에 올인 하는 ‘개츠비’의 모습이 더는 찾아보기 힘든 순수한 사랑의 열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위대하다고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거의 속물이라 할 수 있는데 ‘데이지’에 대한 사랑만으로 환하게 빛났던 ‘개츠비’는 당시는 물론 요즘에도 찾아보기 힘든 낭만적인 사랑의 화신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는 ‘닉’ 이라는 남자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닉’은 1922년 뉴욕에 살면서 이웃의 호화스러운 별장 저택에 살고 있는 한 남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는 그 남자 ‘개츠비’는 어딘지 의문스럽고 신비스러운 존재로 다가온다. 베일에 싸인 이 남자는 주말마다 떠들썩한 파티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한다. 파티에 초대받아 참석한 ‘닉’은 자신의 사촌 ‘데이지’와 ‘개츠비’가 5년 전 연인 사이였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이 남자가 이렇게 호화로운 파티를 여는 이유는 옛사랑 ‘데이지’가 와 주길 바라서라니 놀랍다. ‘데이지’는 가난한 데다 전쟁터에 나간 ‘개츠비’를 버리고 부자인 ‘톰’과 결혼한 속물 같은 여인이다. 부자로 돌아온 옛 연인을 보고 감정이 싹튼 ‘데이지’는 갈등을 한다. 데이지의 남편은 바람둥이로 주유소 직원의 아내를 정부로 두고 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데이지’는 안락한 생활을 버릴 수 없어 참는 중이었다. 파티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개츠비’는 ‘데이지’에게 같이 떠날 것을 제의하고 ‘데이지’는 고민을 하면서도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데이지’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개츠비’와 달리 ‘데이지’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데이지’의 남편 때문에 오해를 사서 총을 맞고 죽어가는 ‘개츠비’를 망설임 없이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허망한 ‘개츠비’가 너무나도 불쌍했다. 한 여자에게 집착한 ‘개츠비’가 바보스러우면서도 쓸쓸해서 눈물이 나는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도 좋지만 이렇게까지 한 여자에게 집착하고 올인 해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화려하고 멋진 화면 속에 드리워진 슬픔을 느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인데 다른 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개츠비’의 순수한 열정을 높이 평가할 것인지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데도 집착한 바보라는 평가를 할지는 보는 사람의 몫일 것이다.
- 2016-09-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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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초등학교 전학] (8) 우리와 다른 교육제도
- 아이들은 전혀 문제없이 잘 다녀 주었다. 담임선생님의 배려도 아주 각별했다. 초등학교인데도 미술과 공예가 합친 일어로 ‘즈고~’라고 발음하는 과목은 교실을 옮겨서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 특별했다. 선생님도 담임이 아니란다. 처음 목공예라는 수업을 교실을 옮겨했다며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큰 애가 신이 나서 설명했다. 그 교실엔 전기로 나무를 잘라서 었다. 전기 톱 같은 기계가 다 준비되어 있고,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고 한 시간이 아니라 두 시간을 계속 한다는 것이었다. 자기는 멋진 집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그 시간을 무척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층계도 만들고 다락방도 꾸밀 거라며...전기기계라는 말에 걱정이 약간 앞섰지만 선생님과 아이를 믿어버리고 꾹 참았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남자 아이들도 편견 없이 바느질을 위시해서 혼자라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전부 배우는 것이었다. 자기 주변에 필요한 것은 자기가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들이 바느질을 하고 다림질을 하는 건 군대 가서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가정이라는 과목이 있고 본인이 해야 되는 것은 남녀 불문하고 모두 배우도록 교육과정이 짜여 있어서 자기가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것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것이라면 모든 것들을 예를 들면 바느질과 밥하기, 빨래하기 등등이다. 물건을 넣는 주머니라든가 지갑, 손수건, 앞치마 만들기, 과자나 케이크, 밥 짓기, 된장국, 샐러드 만들기, 운동화 빨기, 양말 빨기 등등... 자기가 시장에 가서 헝겊도 고르고 아이디어도 생각해 가면서 준비해가면 바느질 하는 방법을 아주 세심하게 잘 가르쳐 주는 것이다. 취미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작품은 현저하게 달라지는 걸 확연히 알게 된다는 것이다. 몸이 약하고 골골해도 그 아이는 공부에 목숨 걸고 하며, 뛰어 놀기에 바쁜 아이들은 운동으로, 얌전하게 바느질을 좋아하는 아이는 디자이너의 길, 밥하기에 신이 난 아이들은 음식점... 직업이 거의 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어머니들에게 물어보니 일본은 중학교 까지 의무교육이며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빠짐없이 이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고 이 교육을 다 받고나면 어느 곳에든 즉 아프리카 정글 속에 혼자 살게 되더라도 모든 것을 다 자신이 할 수 있도록, 살아 갈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전인교육 체제라 그렇단다. 대답을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초등교육에서는 그 아이들의 앞으로 나갈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거란다. 공부를 못해도 뭔가 잘 하는 것이 하나는 꼭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걸 발견해 주고 발굴해 키워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다는 목적이 있다는... 정말 얄미운 교육정책 아닌가? 일본에도 수많은 학원들이 있다, 태어나면서 와세다 코스냐, 케이요 코스냐가 정해서 그 학원 코스를 무조건 따라 학교 수업은 저리가라 하고 학원 방침대로만 공부하는 불쌍한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초등학교 수업에만 충실하다. 선생님은 수학은 매일 빵점이라도 작문은 최고라는 걸 모든 아이들이 알기 때문에 그 시간만은 그 아이에게 관심과 눈길을 끌게끔 발표도 하게하고 칭찬도 아낌없이 해주며 기를 살려 주는데 노력하고 있었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의 특별한 점을 알고 깨닫게 해서 주눅 들지 않게 배려하는 수업을 한단다. 그런데도 왕따 문제가 심각한데... 절대 남 따라 안하는 부모들의 정신에 감탄~ 너무 부러운 일들이었다.
- 2016-09-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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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보다 추석에 살 더 쪄 '다이어트 비상'
- 다이어트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의지’다. 주변의 도움을 받더라도 정작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없다면 체중감량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일 년을 기점으로 보더라도 의지가 강했던 새해와 달리 시간이 한참 지나면서 다이어트 결심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많이 하는 금주, 금연 결심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 ‘의지’가 다이어트 성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자료가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추석과 설날이라는, 고칼로리 음식 섭취가 집중돼 체중이 늘기 쉬운 기간을 설정한 부분이 흥미롭다. 그렇다면 최대 명절로 꼽히는 설날과 추석 중 어느 때 다이어트가 더 어려울까? 또한 다이어트 성패에 ‘의지’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비만치료 특화병원인 365mc 비만 클리닉은 설날과 추석 두 명절 전후 체중 변화에 차이가 있는지를 조사∙분석했다. 365mc 전국 16개 지점에서 체중 관리를 받은 7340명을 대상으로 했다. 2015년 추석 연휴(2015.9.26~29) 전후 1주 이내로 각각 한 차례 이상 병원을 방문한 이들과 2016년 설날 연휴(2016.2.7~10) 전후 1주 이내로 각각 한차례 이상 방문한 이들의 의무기록을 각각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추석이 설날보다 체중을 감량한 사람의 비율이 적었고, 평균 체중 감량 폭도 낮았다. 추석 전후 일주일 간 방문한 3649명 중 체중이 500g 이상 감량한 사람은 1567명(42.94%)이었고, 500g 이상 늘어난 사람은 762명(20.88%)이었다. 반면, 설날 전후 일주일 간 방문한 환자 3,691명 중 체중이 500g 이상 감량한 사람은 1868명(50.61%)이었고, 500g 이상 늘어난 사람은 640명(17.34%)이었다. 설날과 추석 전후 체중변화를 비교할 때 500g 이상 체중을 감량한 사람의 비율은 설날이 7.67% 높았고, 500g 이상 체중이 증가한 사람의 비율은 설날이 3.54%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의미있는 차이를 보였다. 또한 설 명절 전후로 평균 체중 감량은 540g인 반면, 추석 명절 전후 평균 체중 감량은 350g으로 평균 체중 감량 폭도 추석이 설날보다 낮았다. 참고로, 500g은 리우 올림픽 금메달 무게에 해당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365mc 식이영양위원회 김우준 원장은 두 명절간 체중 감량의 차이에 있어 ‘새해 결심’이라는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 원장은 “비슷한 풍습이라도 추석 명절 기간보다 설날 명절 기간에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사람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흔히 다이어트의 성패는 방법보다는 ‘의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인데 이를 어느 정도 입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또 “특히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새해 결심’이 다이어트에 있어 좋은 습관을 만들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일부 확인시켰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이달 초 개최된 2016 국제비만학술대회(ICOMES)에 ‘새해 결심과 다이어트 결과에 대한 연계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 2016-09-0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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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홍의 와인여행]어느 가을 저녁, 와인의 속삭임에 감동을 발견하다
- 한 잔의 와인을 따르자. 그리고 잠시 와인이 전해 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여유와 낭만을 가져 보자. 1년 내내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절대 필요조건인 최상의 포도를 생산하려 땀을 쏟으며 온갖 정성을 다한 농부의 숨결이 서사시처럼 짠하게 전해 온다. (포도밭) 포도가 충분히 땅의 기력과 태양의 따스함을 받으며 당도와 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너그러움이 필요하다. 인간의 주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최고 품질의 포도가 없으면 훌륭한 와인은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와인은 자연의 산물이자 선물이다. 여기에다 인간의 간단없는 노력이 첨가된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어우러져 연주하는 합주곡에 한 번쯤 겸손한 마음으로 귀 기울여 봄이 어떨까? 모든 것이 바쁘고 팍팍하게 돌아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남다르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다시 한 잔의 와인을 따르자 그리고 잠시 숨을 돌리자. 그 한 잔의 와인 속에는 오랜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비밀스러운 코드처럼 속삭이고 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와는 상관없는 서양의 역사와 문화라고 치부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역사도 문화도 새롭고 낮선 것들이 서로 만나고 상충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는 것 아니겠는가! 각자의 경험과 상상에 따라 무수한 얘기들이 들려올 것이다. 그리스도의 피로 상징되는 와인, 최후의 만찬에 예수가 제자들과 나누어 마셨던 와인, 방주 이후 처음으로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주조해 무척이나 즐겨 마시며 900살이 넘도록 장수한 노아, 그리스의 밤 와인 향연이었던 심포지엄, 로마의 광란적인 ‘바카날레’, 와인의 주신인 디오니소스, 루이 16세가 단두대로 끌려가기 전에 마셨던 마지막 와인, 프랑스혁명 당시 넘쳐났던 혁명의 와인, 나폴레옹이 애호했던 샹베르텡, 아비뇽 유수 이후로 교황의 와인이 된 샤토네프 뒤파프 등등. 한 잔의 와인에는 지난날의 무수한 이야기와 사건들이 담겨 있다. 조금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지만, 와인은 서구 문명의 중요한 한 축이다. 따라서 와인은 서구 문명이란 거대한 곳간을 열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열쇠가 된다고 믿는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와인을 취감을 위한 단순한 알코올로 마시는 데 그치지 말고 와인이 수천 년 동안 간직해 온 인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가며 음미해 보면 어떨까? 다시 한 잔의 와인을 따르자 그리고 와인이 발산하는 미묘한 색깔에 눈길을 멈추며, 잠시 환상에 젖어 보자. 레드 와인의 경우 가장자리가 보라색을 띠는 검붉은 빨강에서 체리 빛이 도는 옅은 빨강까지 그 느낌이 다양하고 현란하다. 화이트는 잔의 가장자리에 초록색을 띠는 옅은 노랑에서 짚 색을 거쳐 황금의 짙은 노랑까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로제는 옅고 투명한 빨강에서 잿빛이 감도는 분홍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미각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샹파뉴라면 쉼 없이 치솟아 오르는 거품의 윤무를 음미해 보자. 몸의 일부가 간지러운 듯한, 아니면 가벼워지는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거품이 잠자는 우리의 여러 감각을 깨우는 느낌에 젖어 보자. 그리고 색상의 짙고 옅음과 투명함을 눈여겨 살펴보자. 다시 한 잔의 와인을 따르자. 당연하지만 잔은 3분의 1이상을 채우지 말자. 황홀한 향들이 잔의 나머지 공간에서 자유롭게 머무를 수 있도록. 이제 천천히 코로 잔을 옮겨 깊숙이 들이마셔 보자.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고 와인이 발산하는 향에 매료되어 보자. 갓난아기가 엄마의 젖무덤을 찾아 젖꼭지를 빠는 것은 본능이지만, 그 본능을 인도하는 것이 바로 냄새다. 엄마의 고유한 체취가 갓난아기에게는 유일한 등대인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맡아온 여러 향들에 대한 추억을 되새겨 보자. 그리고 과일 향, 꽃 향, 미네랄 향, 동물 향 그리고 때로는 화약 향까지 다양한 와인 향의 팔레트를 느껴 보자. 이런 과정에서 기억의 지층 깊은 곳에 숨겨 있던 어떤 기억들이 문득 기억의 표면 위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한 번 더 향을 맡아보자.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던, 기화성이 덜한 미세하고 미묘한 향들이 미각을 자극할 것이다. 잠시 얘기를 돌려보자. 쟝-피에르 빌램(Jean-Pierre Willem)이라는 프랑스 의사가 있다. 가봉에서 슈바르츠 박사의 마지막 조수 생활을 했으며,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의사로서 가장 많이 활동해 기네스북에도 오른 사람이다. 지금은 ‘맨발의 의사회’를 창설해 가난한 국가의 의료봉사를 지원하고 있다. 몇 년 전에 한국을 다녀가기도 했다. 특히 향 치료(aroma-therapy)에 관한 저술을 많이 했으며,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기도 하다. 그는 나에게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을 들려주며, 그곳에서는 정신 질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향을 이용한다고 했다. 덧붙여 향은 인간의 뇌에 바로 작용을 하기에 가장 심오한 치료법이라고도 했다. 프랑스의 일부 병원에서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고 치료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향, 특히 바닐라 향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말해 주었다. 미처 우리가 깨닫고 있지 못하지만 향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그리고 와인은 향의 정원이란 점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잠시 우회해 보았다. 자, 이제 다시 와인을 한 잔 따르자d 그리고 한 모금 입 안에 머금어 보자. 정신을 가다듬고 보물찾기라도 하듯 와인이 간직한 신비의 베일을 한 겹 한 겹 벗겨 보려 노력하자. 삼키기 전에 와인이 전해 주는 다양한 맛과 질감을 최대한 여유롭게 즐기자. 벨벳이나 실크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것도 있을 테고, 거친 타닌이나 높은 산도로 까칠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미래로 생각의 물꼬를 터 보자. 방금 마신 이 와인이 1년, 2년, 3년… 10년 후에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그렇게 세월이 지난 후, 나는 그리고 우리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훌륭한 와인처럼 시간과 더불어 보다 성숙하고 깊이와 조화를 더한 멋있는 사람으로 발전해 있을까? 아니면 하찮은 와인처럼 쇠약하고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이제 와인에 대한 총체적인 느낌을 솔직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 보자. ‘이 와인 참 괜찮네요’ ‘마시기에 편한 훌륭한 와인이네요’ 정도로도 충분하다. 이제는 더 이상 와인을 잔에 따라야 할 당위성 혹은 필요성은 없다. 이미 마실 만큼 마시지 않았나? 분위기와 즐거움을 위해 계속하려면 그렇게 하시라. 끝으로 와인의 속삭임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여 보자. 와인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난 오직 당신의 즐거움을 위해 태어났어요. 그 즐거움은 좋은 사람들과 나누면 나눌수록 커져요. 즐거움이 커지려면 가능한 한 과음은 피하세요. 특히 다른 술을 잔뜩 마시고 절 맨 마지막에 마시는 것은 모욕이에요”
- 2016-09-08 0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