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향상에 좋은 발효 음식

기사입력 2019-01-03 08:40 기사수정 2019-01-03 08:40

[실버푸드]

의학의 신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음식은 몸이요, 마음이다(食卽身心). 음식을 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도 편안하며 각종 질병에서 해방된다. 좋은 음식은 에너지원 제공뿐만 아니라 영양소도 골고루, 충분히 함유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면역력을 키워준다.

평소에 식습관을 제대로 들인 사람은 몸이 곧고 눈에선 광채가 나며 활력이 넘친다. 마음도 넉넉해 다른 이들에게도 친절한 눈길을 주는 편안한 사람이 된다. 좋은 음식은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과 평화를 준다. 또한 에너지원과 영양소들이 골고루 들어 있어 매일 섭취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 활력이 충만하고 면역력이 높아져 대부분의 질병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다.

이러한 자연음식 중에서도 으뜸이 바로 자연의 미생물들을 이용해 만든 발효 음식이다. 특히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없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물성 재료를 오랫동안 자연 발효시켜 만든 장류나 김치를 비롯한 한국의 발효 음식은 건강의 대명사로 음식 한류를 주도하고 있다.

이제는 이윤 추구를 위해 단기간에 값싼 재료로 만들어 영양소가 결여된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fast food)를 멀리하고 슬로푸드(slow food)인 우리 고유의 전통발효 식품들을 가까이해야 한다.


각종 질환, 음식이 문제다

그런데 요즘 건강한 발효 한식의 계승자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반대다. 활력이 없고 피곤에 지친 눈들이 많다. 사람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 안타깝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서로 외면하며 사는 게 보통이다. 외국인들 눈에 비친 한국 사회는 너무 경쟁적이다. 돈만 좇고 사는 머니좀비(money zombi) 사회라 표현되기도 한다. 누구든 이런 환경에서는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트레스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음식이다. 우리가 자주 먹는 가공식품은 미네랄 같은 필수 영양소가 부족한 텅 빈 음식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밀물처럼 들어오기 시작한 패스트푸드점과 패밀리레스토랑 때문에 아이들은 김치나 된장국을 외면하고 동그랑땡 같은 가공식품이 밥상 위에 올라와야 숟가락을 들었다.

아이들이 패스트푸드를 먹기 시작하면서 인체 면역 시스템이 고장 나 아토피 피부염이 만연했다. 아토피 피부염은 100명 중 한두 명이 걸리고 돌이 되면 저절로 낳아 태열이라 불렸는데 요즘은 30~50%의 아이들이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고 그중 3분의 1은 평생 짊어지고 다닌다. 더구나 사철 미세먼지에 포위되면서 어른들까지 비염, 천식에 노출되고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들도 크게 증가했다.

최근엔 원룸에서 살면서 대학을 다니거나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불규칙적인 식생활을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즉석조리 음식과 항생제 남용으로 장기가 염증질환에 노출돼 죽어가는 크론병도 이제는 희귀병이 아니라 흔한 병이 되었다. 이러한 질병은 면역력을 키워주는 파이토케미컬, 즉 식물성 미량 영양소들이 결여된 음식들 때문에 발생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 사회는 잘못된 음식 섭취로 질병 공화국이 되어버린 것이다.

건강에 좋은 우리 음식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좋은 걸까? 당연히 세포를 건강하게 만드는 음식이다. 세포는 신진대사가 원활하고 면역력이 높아져야 활발해진다. 신진대사가 원활하려면 미네랄, 비타민, 효소, 식이섬유, 항산화제 등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이런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이 바로 김치, 된장, 청국장 등 우리의 발효 음식이다. 영양이 풍부한 배추나 콩을 원료로 사용해 가공 과정에서도 미네랄, 식이섬유 등 영양가의 손실이 거의 없다.

또한 필수아미노산이나 각종 생리활성 펩타이드, 비타민 등이 미생물 작용으로 생성돼 영양가도 높다. 다양한 맛과 향기도 생성되어 풍미가 깊어지고 먹으면 속이 편해진다. 물론 김치나 청국장처럼 처음엔 냄새가 고약한 음식도 있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더 찾게 된다.

발효식품은 자연의 미생물들이 난소화성 물질들을 분해시켜 소화를 도울 뿐만 아니라 항산화제나 항암제 등 생리활성 물질들을 생성한다. 유익한 미생물들은 장을 건강하게 만들어 각종 질병을 예방하게 해준다.

인체 내 미생물들은 제2의 장기라 불릴 만큼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발효 식품들 중에서도 김치는 물론 콩을 발효시켜 만든 장류 위주의 우리나라 음식은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없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할 만하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발효식품의 나라’로 불리었다. 발효 음식은 현대인들을 살찌게 만드는 초고열량·저영양 가공식품의 폐해로부터 건강을 지켜줄 미래의 음식이다.


이기영(李起榮) 교수

고려대 식품공학과 학·석사 졸업. 현재 호서대학교 자연과학대 보건생명과학부 식품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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