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고는 들었는데...”, “간편 결제? 모르는 새 돈 빠져나가는 거 아닌가?”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6070 어르신들은 은행 업무를 볼 때 오프라인 영업점이 훨씬 편리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금융 거래 환경이 비대면으로 변하면서 은행들이 영업점을 축소하고 있다. 이에 어르신들이 은행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한숨 푹푹... 불편함 호소하는 노인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이 올해 1월부터 5개월 동안 92개 영업점(출장소 포함) 축소하거나 축소할 예정이다. 폐쇄 속도가 가장 가파른 곳은 KB국민은행으로 지난해 말보다 30개(3.1%)나 줄었다. 이어 우리은행 22개(2.7%), 하나은행 17개(2.6%), 신한은행 16개(1.9%), NH농협은행 9개(0.6%) 순으로 점포 감축 폭이 컸다.
특히 은행권이 영업점 업무의 대부분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같은 비대면 채널로 처리할 수 있게 정책을 바꾸면서 주요 은행들의 점포 통폐합과 축소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은행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점포 폐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노인이나 장애인 같은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리며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한다. 실제로 60대 이상은 간편 결제 같은 비대면 금융에 대한 이용률이 2030 세대보다 현저히 낮다.
2020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간편 송금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응답한 비율에서 60대 7.2%, 70세 이상 1.1%였다. 반면 20대는 53.5%, 30대가 42.8%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더 쉽게, 더 가깝게... 조금씩 변하는 은행
이 같은 지적에 은행들은 점포 축소에 대한 보완책으로 6070 세대가 디지털 서비스에 적응할 때까지 배려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접근성을 높여 주는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능형 자동화기기(STM)을 도입해 무인 점포나 디지털 창구 특화 점포를 선보이고 있다. STM은 기존 금융 자동화기기(ATM)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기기로 어르신들에게 화상 상담을 통해 사용법을 알려준다. 이로써 입·출금, 체크카드 신규·재발급, 보안카드·OTP 발급, 통장 재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 간단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STM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디지털 데스크'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데스크는 '상담 신청' 버튼만 누르면 전담 직원에게 바로 연결된다. 또한 어르신들이 기계에 휴대폰을 올려놓으면 직원이 휴대폰 화면을 함께 보고 형광펜 기능으로 클릭할 곳을 체크하며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더불어 디지털 데스크는 청약, 투자 상담도 진행하며 상담 내용을 실시간으로 출력해 자료도 가져갈 수 있다.
GS25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점포 구축도 논의 중이다. 금융 업무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을 시작으로 점포 내에 고객과 은행원이 비대면으로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추가로 어르신을 위한 별도 애플리케이션 ‘S뱅크 미니’도 선보였다.
최근 우리은행도 신한은행처럼 전문 직원과 화상 상담으로 업무 처리가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또한 폐쇄점 직원의 일부를 통합점으로 재배치해 폐쇄점 고객에 대한 관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소비자보호 유관 부서와 영업점이 연계해 지역 노인정이나 주민센터를 방문, 인터넷뱅킹 이용 방법이나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공통으로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우리은행은 어르신 전용 상담 전화를 운영 중이다. 전담 상담사와 더 친근하게, 느린 말과 쉬운 용어를 사용해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끔 금융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은행의 ‘몸집 줄이기’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생존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 취약 계층인 어르신들을 위해 적정 수의 점포가 유지될 수 있도록 협의하고, 디지털 창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맞춤형 고객 응대에 힘쓰는 등 ‘어르신 모시기’에 더욱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셰익스피어 희곡의 제목처럼 삶의 마무리가 인생에서 중요하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웰다잉, 즉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대표(71)를 만나 현시대 웰다잉의 의미와 필요성, 그리고 실천 방법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원혜영 대표는 은퇴 전 풀무원 창업주, 부천시장, 5선 국회의원 등 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다. 그와 관련한 얘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웰다잉’이다. 실제로 마지막 의정 활동을 펼친 20대 국회의원 시절, ‘웰다잉 기본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계기로 웰다잉에 관심을 두게 되었을까?
“2009년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이 굉장히 유명했다. 인공호흡기를 찬 채로 소생이 어려운 고령의 환자를 두고 가족과 의료진 간에 이견이 발생했다. 가족은 사전 할머니의 뜻대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원했고, 의료진은 이를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대법원 재판까지 갔는데, 대법원은 행복추구권과 자기 결정권을 토대로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당시 연명의료 중단은 이렇게 특수한 경우에만 허락됐다. 이런 일이 계기가 되어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이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19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조직해서 관련된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2016년에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통과됐다.”
사실 웰다잉은 그가 국회의원 시절에 했던 수많은 의정 활동 중 하나에 불과한데, 인생 2막의 주제를 웰다잉으로 정한 이유가 있을 터.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지 물어봤다.
“직접 법을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깨달았다. 삶에서 무수한 선택이 있듯이 하나의 죽음에도 여러 가지 절차와 수많은 선택이 있다. 장례식장 선정, 화장과 매장 같은 장묘법, 재산 분배, 장기 기증 등과 같이 세심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사전에 잘 결정하면 남은 가족 간의 분쟁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결국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은 품위 있는 삶의 마무리로 이어진다. 초고령화로 인한 장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회문화가 바로 웰다잉이라고 생각해, 은퇴 후 봉사활동 차원으로 열심히 웰다잉 문화운동을 하고 있다.”
웰다잉의 본질은 자기 결정권
‘웰빙’은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만큼 건강한 삶에 대한 요구가 큰 터. 반면 ‘웰다잉’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낮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전통적인 문화의 영향이 크다. 다른 나라는 도심에서도 종종 무덤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산속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의학에 대한 의존이 커서, 의학이 모든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망자의 약 70%는 병원에서 죽는다. 예전에는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병원에서의 사망률이 훨씬 높았지만, 이제는 많이 감소했다. 대신 집에서 죽는 비율이 증가했다. 말하자면 우리는 사회 내에서 죽음을 회피하고 외면하는 경향이 있고, 현대의학으로 생명을 연장하고자 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죽음을 굉장히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한다. 그런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는 인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엔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남기는 고통이 크다. 개인이 부담하는 경제적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주변인의 임종 과정을 지켜보면서 학습이 된 것 같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한 가족의 고통이 합당한가?’ 의문이 든 것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이 증가한 것도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무조건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다. 소생 가능성이 있다면 치료하는 게 맞다. 하지만 회복이 힘들다면 중단하는 것도 지혜로운 결정이다. 이제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자동차에 계속 기름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따라서 ‘우리 사회가 현대의학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스스로 죽음을 택할 권리를 사회에서 용인하고 보장하는 문화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이러한 자기 결정권이 웰다잉의 본질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언제든 철회할 수 있어서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다만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상담사와 상담을 진행한 후 등록해야 한다. 이러한 연명의료 중단이 가동하기 위해서는 사망 당시 입원한 병원에 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는데, 큰 병원을 제외하고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통계를 보면 요양병원이나 규모가 작은 병원의 경우는 상급병원과 비교해 윤리위원회를 갖춘 곳이 아직 많지 않다. 위원회를 구성하려면 비용도 들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회의할 수 있는 구조도 갖춰야 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현 상황에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건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는 것이다.”
순리대로 정리하는 삶
그는 삶 속에서 웰다잉이 필요한 이유를 “일종의 순리다”라고 말하며, 첫 번째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소개했다.
“봄에는 새싹이 나고, 가을에는 맺은 열매를 수확한다. 무릇 인생도 같다. 은퇴한 시니어에게 새로운 도전도 좋지만, 이제는 삶의 결실이라 할 수 있는 마무리를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 웰다잉의 구체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 단추를 유언장으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유언장은 내 삶을 정리하며 쓰는 일종의 종합기록부다. 생전에 고마웠던 이들에 대한 마음이나 남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재산이나 장례 방식 같은 문제를 글로 써보는 것이다. 이것은 오로지 본인만 할 수 있기에 더 값지다.”
덧붙여 웰다잉을 준비하는 시니어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웰다잉을 위해서 우리는 죽음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과 일상에서 웰다잉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진석 추기경이 장기 기증을 하고 돌아가셨다는데 나도 해볼까?’ 또는 ‘유언장을 쓰는 게 좋다는데 어때?’ 이런 식으로 가볍게 얘기하면서 하나씩 실천해보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자식이 먼저 꺼내는 것보다 당사자가 먼저 얘기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을 통해 웰다잉을 공통의 관심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웰다잉, 즉 좋은 죽음은 어떤 것일까?
“톨스토이는 ‘인간은 겨우살이를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죽음을 회피하고 외면하려고 하지만, 죽음은 필연적이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죽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 준비하는 게 지혜로운 인생의 마무리다. 유언장 쓰기, 장기 기증 서약과 같은 과정을 통해 내 삶을 정리하면 삶의 자세가 달라진다. 웰다잉은 잘 죽는 일과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 삶을 한번 정리하고 새로운 자세로 인생을 살게 하는 중요한 중간 점검과 같다. 이는 곧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길이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말했다.
“천만 노인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분들이 삶의 주인으로서, 삶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웰다잉 문화의 지속적인 확산이 필요하다.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죽는 노인이 많을수록 사회가 건강해지고 품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죽음을 외면하는 경향이 만연하지만, 죽음이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싶다. 병원에서 쓸쓸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게끔 도와드리고 싶다. 비대면 상황으로 인해 활동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인 웰다잉 문화 확산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노인학대 행위자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상담·교육을 거부하거나 방해할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보건복지부는 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인복지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시행령은 이달 30일부터 시행된다.
해당 개정안에 따라 노인학대 행위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상담과 교육을 받지 않으면 1차 위반 시 150만 원, 2차 위반 이상 시 3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제공하는 사후관리 서비스를 피해노인의 보호자나 가족이 제멋대로 거부하는 경우에도 과태료를 동일하게 부과한다. 사후관리 서비스로는 노인학대 재발 여부를 확인하고 피해 당사자를 포함한 피해노인의 가족에게 제공하는 상담과 교육, 물리적·심리적 치료가 있다.
기존에는 노인 학대를 알게 돼도 해당 노인복지시설의 영업을 즉각 임시 중단시킬 수 있는 법 조항이 없을뿐더러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법 둘 다 학대 행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아예 없었다.
게다가 현행 노인복지법은 가정폭력방지법과 달리 학대 행위자에 대한 고발 등의 법률적 사항에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 또 노인전문기관이 재발 방지를 위해 실시하는 가정방문·시설방문·전화상담 등을 거부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없다. 학대 행위자에 대한 상담과 교육 역시 의무가 아니라 권고사항이다. 아울러 노인상습학대 가해자의 90%가 친족을 통해 벌어질 정도로 상습성이 높다. 이번 제도 개선은 이와 같은 이유로 추진됐다.
손일룡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이번 개정이 학대피해노인을 보호하고, 노인학대 예방과 재발을 방지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국에 38곳이 있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 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조사에 나서는 기관이다. 노인 학대 신고 전화(1577-1389)를 운영하고 있으며, 학대 발생 후에는 피해노인에게 임시보호나 법률지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TV, 라디오, 영화 등 어디선가 우연히 흘러나오는 옛 노래에 누구나 한 번쯤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진한 향수를 경험한다. 한때 지겹도록 들었던 음악이 어느 순간 들리지 않고, 익숙한 멜로디가 가물가물해지는 나이가 되면 반가움은 더욱 크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추억 여행이 고픈 시니어를 위해 그때 그 시절의 팝송을 실컷 들을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맘마미아! (Mamma Mia!, 2008)
지중해 코발트빛 바다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세 명의 소녀들. 이내 주인공 소피가 폭탄 발언을 한다. “아빠를 결혼식에 초대했어.” 놀랄 일은 아니지만, 소피에게는 놀랄 일이다. 엄마 도나의 옛 일기장에 적힌 세 남자 중 누가 진짜 아빠인지 알 수 없기 때문. 소피의 충격 고백으로 소녀들의 수다는 뜨거워지고, 찬란한 풍광을 배경으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허니 허니, 하우 유 스릴 미~” 곧이어 장면이 전환되고, 도나의 ‘허니’일지 모를 세 남자가 섬으로 도착한다. 결혼식을 앞둔 소피가 엄마의 옛 연인을 섬으로 초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맘마미아’는 시니어의 추억을 똘똘 뭉쳐놓은 작품이다. 잊고 지낸 첫사랑이 생각나는 서사는 물론, ‘아이 해브 어 드림’ ‘댄싱퀸’ 등 러닝타임 내내 울려 퍼지는 팝그룹 아바(ABBA)의 노래가 젊은 시절의 추억을 선물한다.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세월이 흘러도 낡지 않는 아바의 명곡,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등 할리우드 원로 배우의 퍼포먼스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지는 작품.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면 “맘마미아!”를 외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2. 예스터데이 (Yesterday, 2019)
나이‧국적 불문 전 세계가 사랑한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 어느 날 세상에서 비틀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비틀스를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비틀스의 명곡을 기억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나 하나밖에 없다면? 영화 ‘예스터데이’는 이 같은 발칙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무명의 뮤지션 잭이 비틀스 없는 세상에서 스타가 될 기회를 맞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무명생활을 이어오던 잭이 작은 공연을 끝으로 꿈을 포기하려는 순간, 전 세계에 정전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잭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퇴원한 뒤 친구들 앞에서 퇴원 기념 ‘예스터데이’를 부른다.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은 어리둥절한 표정. 예상치 못한 반응에 잭이 비틀스를 언급하자 친구는 말한다. “무슨 비틀즈를 말하는 거야. 곤충, 자동차?”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한 잭은 이날로 제2의 비틀스가 되어 성공가도를 달린다. 영화는 ‘헤이 주드’ ‘렛 잇 비’ 등 20여 곡의 비틀스의 노래를 잭의 목소리로 재구성한다. 원곡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여전히 반가운 멜로디가 두 귀를 즐겁게 한다. 그야말로 비틀스의, 비틀스를 위한, 비틀스에 의한 영화다.
3. 로켓맨 (Rocketman, 2019)
‘로켓맨’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이름처럼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갈 듯한 4차원적인 의상에 알록달록한 안경을 쓰고, 피아노로 록을 하는 천재 뮤지션 엘튼 존이다. 영화 ‘로켓맨’은 그의 지나온 인생과 음악, 숨겨진 고뇌를 오롯이 담아낸다. 영화는 알코올 중독 상담에 참여한 존이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시작된다. 대중이 기억하는 무대 위 화려한 모습보다는 부모의 무관심과 친구의 배신, 약물 중독 등 알려지지 않은 그의 어두운 개인사를 내밀하게 다룬다. 그러면서도 일반적인 전기 영화의 형식을 취해 외로운 유년을 보낸 천재 소년이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전개해나간다. 같은 감독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는 달리 음악보다 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지만, ‘유어 송’ ‘크로커다일 록’ 등 적재적소에 흐르는 명곡들이 감정을 극대화하며 제 몫을 다한다. 감각적인 연출과 엘튼 존을 완벽 재현한 태런 에저튼의 열연도 재미를 더하는 포인트. 러닝타임 120분간 엘튼 존의 인생을 간접 체험하는 듯한 생경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1인가구에서 50대 이상 어르신들이 6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은 돌봄과 가사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1인가구는 최근 5년 동안 1인가구가 절반 가깝게 늘었으며, 1인가구 72%가 계속 혼자 살 계획이라고 밝혀 앞으로 1인가구가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8일 전국 1만99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가족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소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가구는 2015년 21.3%에서 2020년 30.4%로 9.1% 포인트 크게 증가했다. 반면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뤄진 가구는 2015년 44.2%에서 2020년 31.7%로 12.5% 포인트 감소했다.
가족구성원수로 보면 2020년 기준 2인가구가 31.1%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1인가구 30.4%, 3인가구 17.9%, 4인가구 15.7%, 5인이상가구 4.4%로 나타났다. 2015년에는 4인가구가 26.4%로 가장 높았다. 평균 가구원수도 2015년 2.8명에서 2020년 2.3명으로 크게 줄었다.
1인가구 남녀 비율과 연령대별 비율
1인가구를 연령별로 보면 70세 이상이 26.7%로 가장 높았고, 60대 19.0%, 50대 15.4%로 50대 이상 어르신들이 전체 1인가구에서 61.1%을 차지했다. 성별로는 여성 53%로 남성 47%보다 많았으며, 혼인상태는 미혼 40.2%, 사별 30.1%, 이혼 또는 별거 22.3%, 유배우자 7.4%로 나타났다.
가족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서도 70세 이상은 다른 연령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20대와 가장 많은 차이를 보였다.
가족에 대한 인식과 태도-20대와 70세 이상 비교
구체적으로 2020년 20대와 70세 이상을 비교하면 비혼독신(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것에 동의한다)에서는 53.0% vs 12.1%, 비혼동거(결혼하지 않고 남녀가 함께 사는 것에 동의한다) 46.6% vs 10.0%, 무자녀(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 52.5% vs 7.5%, 비혼출산(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동의한다) 23.0% vs 8.8%로 10%포인트에서 40%포인트까지 차이를 보였다.
특히 20대는 2015년과 2020년 각 항목별로 14.4%포인트에서 23.4%포인트까지 동의율이 크게 오른 반면, 70세 이상은 5년 동안 오히려 비율이 더 내려갔다. 비혼독신은 3.3%포인트, 비혼동거는 2.8%포인트, 무자녀는 2.2%포인트가 내렸고, 비혼출산만 0.1% 올랐다. 이 같은 70세 이상의 동의율 하락 경향은 60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과 태도-20대와 70세 이상 비교
명절문화와 제사, 가부장적 가족 호칭 등에 대해서도 20대와 70세 이상이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70세 이상에서도 당사자 중심으로 결혼식을 치르는 것에 동의하는 비율이 43.8%, 장례식을 가족 중심으로 치르는 것에 동의한다가 48.8%로 절반에 가까운 분들이 동의할 정도로가족 의례가 당사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부부가 각자의 가족과 명절을 보내는 것에 동의한다는 20대 48.4%, 70세 이상 13.0%는 무려 세 배가 넘게 차이가 났으며,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는 20대 63.5%, 70세 이상 27.8%, 가부장적 가조호칭(도련님, 처남 등) 개선에 동의한다는 20대 56.5%, 70세 이상 27.1%로 둘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인식에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성인 자녀간 상호지원 비율(부모 관점)
보통 50세 이상인 성인 자녀가 있는 시니어들의 63.2%는 자녀와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었으며, 부모·자녀 간 지원은 ‘정서적 지원’이 2020년 기준 50%를 넘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는 비율은 32.5%로 2015년에 비해 4.7%포인트 내린 반면 ‘정서적 지원’을 받는 비율은 56.7%로 6.4%포인트 올랐다.
성인 자녀에게 부모님 생활비 마련 방법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부모님 스스로 해결한다’는 응답이 61.4%로 2015년 41.6%보다 19.8%포인트 올라,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지원보다 정서적 친밀성과 유대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자 전체 가구의 4.8%가 ‘신체적・정신적 이유로 장기간 돌봄을 필요로 하는 가족원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들의 가장 어려운 점은 경제적 어려움이 29.7%, 신체적 고단함 26.6%, 정신적 스트레스 26.2% 순으로 응답해 실질적 돌봄 지원뿐만 아니라 돌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정서적 지원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사회 가족지원서비스 수요(1순위)
가장 필요한 가족 지원 서비스로 노인돌봄지원이 23.3%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는 가족여가․문화프로그램 지원 14.3%, 임신․출산과 자녀양육방법 교육․상담지원 9.9% 순이었다. 50세 이상일수록 노인 돌봄 지원 수요가 높았다.
코로나19 백신 예약 접종을 어려워하는 어르신을 위해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백신 예약부터 접종까지 각 단계에 필요한 내용을 정리해서 소개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이재현 연세대 알레르기내과 교수 등 관련 전문가와 질병관리청 관계자들이 참여해 작성된 자료를 토대로 구성했다.
*‘60-74세 어르신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A to Z ①’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Q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만 맞을 순 없나?
국내에서 접종에 쓰이고 있는 백신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 대부분은 2회 접종 백신이고, 얀센(존슨앤존슨)만 1회 접종 백신이다. 그런데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국내에 수급되는 백신 상황에 따라 백신을 분배해서 진행하기 때문에 접종자가 백신을 선택할 수는 없다.
Q 알레르기가 있는데 접종해도 괜찮은가?
음식 알레르기 같이 약한 알레르기라면 백신을 접종해도 괜찮다. 하지만 아나팔락시스 같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 이력을 갖고 있다면 접종을 하면 안 된다. 또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 보인 경우라면 역시 의사와 먼저 상의해야 한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나 관련 성분, 폴리소베이트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 발생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접종을 금지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폴리소베이트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 발생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접종을 금지한다.
Q 예방 접종 후 부작용(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발생 가능한 부작용은 국소반응으로 접종부위 통증이나 부기, 발적 등이다. 전신반응으로 발열과 피로감, 두통, 근육통, 메스꺼움,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부작용은 대부분 3일 이내에 증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접종 후 3일까지는 부작용이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꼭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사람과 함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방 접종 후 바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중 대표적인 것이 아나필락시스다. 이 아나필락시스는 접종 후 접종장소에서 15분에서 30분 정도 관찰하면 거의 90% 이상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길어도 1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접종장소에서 바로 대응할 수 있다.
반면 접종부위 통증이나 발열, 근육통 같은 경증 부작용은 빠르면 4-5시간부터 늦으면 하루가 지나서도 나타난다. 경증 이상 반응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 1회 접종이 2회 접종보다 더 강하게 나타나고, 화이자 백신에서는 2회 접종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경증 이상 반응은 젊을수록 더 자주 나타나는데 60세 이상은 부작용이 매우 적은 편이다. 지난 9일 0시까지 60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중에서 부작용 등 이상 반응을 보인 비율은 0.2%로 나머지 99.8%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상 반응을 보인 신고 사례 중에서 92% 이상이 발열과 근육통 같은 일반적인 경우로 분석됐다. 반면 30-59세는 0.7%, 18-29세는 2.9%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경증증상도 대부분 48시간 정도가 지나면 사라진다. 48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더 심해진다면 접종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 연락해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또 48시간 이후에 두통이 더 심해지거나 시야장애, 가슴이 답답한 흉통 증상 같은 것이 이어지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게 좋다.
또 접종 후 39도 이상의 고열이나 두드러기나 발진, 얼굴이나 손 부기 등 알레르기 반응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거나 부작용이 일상 생활을 방해하는 수준이라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혹시라도 아나필락시스 같이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뒤늦게 나타나면 바로 119로 연락하거나 가까운 응급실로 이동해야 한다.
Q 부작용(이상반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부작용이 발열이나 근육통, 접종부위 이상반응이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 참을 수 있는 증상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해열진통제 같은 약물을 복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별 문제가 없이 나아진다.
심각한 부작용으로 알려진 아나필락시스는 보통 일찍 확인이 돼 조치가 가능하다. 에피네프린 같은 약물을 바로 투여해 호흡기를 잘 보조하면 대부분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다.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거나 드물게 나타나는 특이한 부작용은 면역글로불린이나 스테로이드, 다양한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미리 접종 전에 상담을 충분히 하고, 접종 후에 의료진 도움을 받아 치료하면 된다.
Q 백신 부작용으로 치료비가 발생한다면?
혹시라도 발생할 사고에 대해서 정부에서 보상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인과성이 확인되면 예방접종 피해 국가보상제도에 따라 치료비 등을 보상한다. 또 인과성이 불충분할 때도 우선 중증 환자에게 1인당 1000만원까지 치료비를 지원한다.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소득 수준에 따라 긴급복지와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Q 접종 후 얼마가 지나야 백신 효과가?
코로나19 백신 효과는 백신을 1회 접종을 하더라도 2주가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완전한 예방효과는 코로나19 백신을 2회 접종한 뒤 2주 정도가 지나야 가능한다. 따라서 예방 접종을 1회했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2회 접종 후 2주까지는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물론 2회 접종했다고 해도 감염예방효과가 100%는 아니다. 5월초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에서 1~3월 동안 연구된 논문을 바탕으로 분석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예방효과가 94%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난해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79%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예방 접종을 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이보다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3월말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진은 2월 26일부터 3월 25일까지 약 1달간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자 76만3618명과 접종을 받지 않은 일반인 사이의 코로나19 발생률을 비교했더니 1차 접종으로 예방 효과 86%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Q ‘코로나19 백신이 치매를 유발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알레르기 약을 먼저 복용하고 주사를 맞으면 덜 아프고 부작용도 없다’ 사실인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백신이 치매를 유발하려면 신경세포나 뇌에 영향을 계속 줘야 하는데, 백신은 이 정도 능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이 신경세포나 뇌에 영향을 끼친다는 근거가 없다.
알레르기 약을 먼저 먹고 주사를 맞는다고 덜 아픈 건 아니다. 어떤 경우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지 아직까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누군가가 주사를 맞았을 때 알레르기가 일어날지, 아닐지 모른다. 즉 약을 먹는 게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
다만 맞은 부위가 두드러기 같은 과민반응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을 때 항히스타민제가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럴 때는 부작용이 나타난 뒤에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의사가 처방해 주는대로 대처하면 된다. 발생하지 않을지 모르는 부작용을 생각해 미리 약을 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Q 백신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나?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생백신이 아니다. 따라서 예방 접종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는 없다. 또 접종 관련 증상으로 기침과 후각 또는 미각 손실은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것은 접종 전에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항체가 생기기 전에 감염된 것으로 봐야 한다.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Q 예방 접종 후에 마스크를 벗어도 되나?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은 백신을 맞아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접종하고 난 다음에도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같은 개인위생 관리와 방역수칙 계속 지켜야 한다. 정부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종료됐다고 발표하거나 코로나19 예방접종에 대한 추가 정보를 통해 마스크 착용 정책을 바꿀 때까지는 계속 착용하는 것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효과를 보이면서 예약이 빨라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60-74세 어르신들의 예약이 500만명을 넘어섰고, 5월말까지 접종일 예약이 마감됐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추진단)은 60세에서 74세까지 어르신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자가 505만3045명으로 500만명을 넘었고, 오는 27일부터 접종하는 65세 이상 대상자의 5월 접종일 예약이 마감됐다고 21일 밝혔다.
하지만 방역당국에 따르면 적지 않은 어르신들이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어떻게 예약하고 접종해야 하는지 모르는 등 특별한 사정으로 접종을 못하는 경우가 있어, 예방 접종을 못하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예방접종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그리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에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코로나19 백신 예약 접종을 어려워하는 어르신을 위해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백신 예약부터 접종까지 각 단계에 필요한 내용을 정리해서 소개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이재현 연세대 알레르기내과 교수 등 관련 전문가와 질병관리청 관계자들이 참여해 작성된 자료를 토대로 구성했다.
Q 현재까지 얼마나 백신을 접종했나?
추진단에 따르면 5월 20일 0시 기준으로 대상자 639만74명 중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377만2599명으로 대상자 중에서는 59.0%, 인구대비로는 7.3%이며, 2차까지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148만2842명으로 대상자 중에서는 23.2%, 인구대비로는 2.9%에 달한다.
예방접종센터를 통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75세 이상 어르신들은 20일 0시까지 접종대상자 349만2000명 중에서 82.1%인 286만6441명이 예약을 했고, 43.1%인 150만6078명이 1차 접종을, 33.4%인 116만5103명이 2차까지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수치를 전체 대상자와 비교하면 75세 이상 어르신 접종 비율이 꽤 낮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낮은 수치는 상대적으로 접종 예약 비율이 낮고,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된다.
세계 각 나라가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현재는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나이 등 제한을 두며 백신을 접종하고 있어,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반면 백신 수출국인 미국은 백신 수출에 제한 정책을 펼치면서 5월 현재 백신 공급이 수요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Q 언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나?
60세 이상부터 74세까지는 6월 3일까지 예약을 받고 있다. 예약 접수에 따라 1차 접종 일정이 정해지는데, 이에 맞춰서 예방 접종을 진행하면 된다. 빨리 예약할수록 원하는 일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추진단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 60-74세 접종대상자 911만549명 중 52.7%인 480만3457명이 예약을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70-74세는 접종대상자 213만1436명 중 64.3%인 136만9693명, 65-69세는 접종대상자 300만8251명 중 57.3%인 172만3129명, 60-64세는 접종대상자 397만862명 중 43.1%인 171만635명이 예약을 한 상태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예약자 수가 많은 이유는 이전 연령대보다 3~4일 더 일찍 예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Q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 예약, 본인만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 도움을 받아 대신 예약할 수 있다. 대리인은 특별한 자격 조건이 없어, 주변인 누구나 가능하다.
Q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 예약, 어떻게 하나?
예약 대상자라고 해서 따로 연락을 하지는 않는다. 개인이 직접 예약을 해야 한다. 예약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온라인 예약, 전화 예약, 동주민센터 방문 예약이 있다.
첫 번째는 온라인 예약 방법이다. 가장 권장되는 방법으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시스템(ncvr.kdca.go.kr)에 접속해 ‘예방접종 예약하기’를 선택하면 된다. 그러면 ‘본인 예약’과 ‘대리 예약’이 나오는데, 휴대전화나 공동인증서 같은 본인 인증 또는 대리인 인증 과정을 요구한다. 따라서 인증 준비를 먼저 하고 예약을 시도해야 한다.
본인 명의 휴대전화와 본인 공용인증서가 없어 본인 인증이 어려운 시니어들은 자녀나 주변인 도움을 받아 대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대리인 예약은 본인 대신 대리인 인증을 받으며 진행하고, 접종을 받는 대상자 입력이 추가로 나오는 것만 다를 뿐 본인 예약과 거의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온라인 예약 진행이 어려운 분들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시스템에 접속하면 아래 쪽에 제시된 ‘코로나19 예방접종 온라인 예약방법’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보면서 시도할 수도 있다.
온라인 예약이 어려울 경우 두 번째 방법인 전화 예약 방법을 이용하면 된다. 전화는 질병관리청 콜센터인 1339로 연락하거나 지자체별 예약상담 전화번호 전화를 걸면 된다. 지자체별 예약상담 전화번호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이트(ncv.kdca.go.kr)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전화예약 운영 현황’을 선택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찾으면 된다.
전화로 예약할 때도 대리인 도움을 받아 예약할 수 있다. 다만 이때는 접종대상자 본인과 통화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접종대상자가 대리인 옆에 있어서 전화를 바꿔서 본인 확인을 하거나 별도로 본인과 통화할 수 있는 연락처를 확인해 본인과 통화한 뒤에 예약을 받는다.
이 두 방법을 이용할 수 없을 때는 세 번째 방법인 동주민센터 방문을 선택한다. 동주민센터를 방문할 때는 꼭 신분증과 본인 명의 휴대전화를 지참해야 한다. 본인 명의 휴대전화가 없다면 전화 예약이나 온라인 예약에서 대리인 예약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Q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나 기저질환이 있는데, 백신 맞고 더 나빠지지 않나?
만성질환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일수록 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맞아야 한다. 만성질환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중증으로 진행하거나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백신 접종을 맞으면 안 되는 만성질환이나 기저질환이 발견된 것은 없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으로 치명률을 낮추는데 가장 효과가 높은 분들이 만성질환자와 기저질환자다.
다만 질병이 아니라 백신을 접종하는 당일 상태는 주의해야 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출혈을 높이는 약물이 있을 경우에는 접종일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Q 접종일에 열이 나는데, 예방 접종을 해도 될지 애매하다?
열이 나서 체온이 37.5℃ 이상으로 올라가면 접종할 수 없다. 그런데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접종을 진행한다. 본인이 판단하기 애매한 온도거나 정확한 체온을 알 수 없을 때는 예약한 접종기관에 연락하거나 방문해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Q 접종 전날이나 당일에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접종하기 전날이나 접종하려고 하는 당일에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예약된 접종기관으로 연락해 건강할 때쯤으로 일정을 바꾸면 된다.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하더라도 같은 방법으로 다시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접종 예약일 2일 전까지는 온라인이나 콜센터, 지자체 상담센터로 연락해서 취소할 수 있다. 단 6월 3일까지 예약을 받기 때문에, 6월 3일 마감 이후에는 일정을 취소하지 말고 변경해야 한다.
Q 어디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맞나?
60-74세 어르신들은 위탁의료기관과 가까운 동네의료기관, 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예약할 때 희망하는 의료기관을 선택하면 된다.
Q 접종기관을 방문할 때 특별히 준비할 게 있나?
평상시처럼 위탁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도 마스크를 쓰고 가면 된다. 반팔 티셔츠처럼 접종 부위가 잘 보이는 옷이 주사를 맞기도, 주사 후 상태 확인에도 편리하다. 또 예진표를 꼼꼼하게 작성해 의료진이 기저질환 등 접종에 문제가 없는지 잘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후 내용은 ‘60-74세 어르신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A to Z ②’에서 이어집니다.
경북 성주군 대가면에 있는 참외 농장. 푸릇푸릇한 잎사귀 사이엔 샛노란 참외가 가득 숨어 있다. 참외 농사는 한 번 심어 늦겨울부터 늦여름까지 연속 수확이 가능해 어떤 작물보다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성주로 내려왔다는 50대 부부. 수확한 참외를 선별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4월에 부부를 만났다.
30년을 서울에서 살아온 서울 남자, 서울 여자인 곽창신, 박미영 부부는 귀농을 결심한 후 두 아들을 데리고 전국 곳곳을 찾아 헤맸다. 남편 곽창신 씨는 ‘6시 내 고향’, ‘나는 자연인이다’, ‘인간극장’ 등을 시청하며 시골에서의 삶을 동경해왔다고 한다.
다니던 직장에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약 6개월의 준비 기간에 이들 부부는 곽창신 씨의 고향인 강원도에서 충청도, 경상도까지 귀농할 곳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귀농지를 찾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한겨울에도 수확되는 딸기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충청도 제천에서 얼음딸기를 생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제천을 몇 번이나 방문해 그 지역 농부들을 만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쟁자가 오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며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농부들에게 결국 두 손 들고 좌절하기도 했다.
귀농귀촌지원센터를 통해 몇 군데 문을 두드린 끝에 마침내 2017년 1월 성주참외로 유명한 경상북도 성주로 귀농, 참외 농사를 짓는 농부가 됐다. 귀농은 2017년이었지만 참외를 첫 수확한 것은 2018년 3월. 첫 실습치고는 큰 착오 없이 성주참외를 수확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직거래를 시작했다.
남편 곽창신 씨가 주로 참외 농사를 도맡아 하고 있다면 아내 박미영 씨는 농사를 거드는 것은 물론, 직판매를 위한 사이트 및 블로그 운영으로 판매 채널 다양화에 힘쓰고 있다. 서울에서 책 편집 디자이너로 일해왔던 만큼, ‘호호네성주참외’는 참외 농사를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귀농 생활 체험 정리 등 다양한 콘텐츠가 소개된 알짜배기 귀농 블로그로 손꼽히고 있다.
올해 귀농 생활 5년 차. 지난 4년간 겪은 고생을 말로 하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이라는 부부는 귀농을 결심했던 그 즈음을 떠올리며 헛웃음을 짓는다.
아직 귀농인의 성공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도시에서의 삶을 시골로 모종한 후 조심스럽게 뿌리 내리고 있는 곽창신, 박미영 부부의 귀농 체험을 브라보가 귀알못(귀농귀촌에 관심은 많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주제별로 묶어본다.
Q 왜 귀농을 결심했을까요?
A 다니던 직장이 발전소였어요. 하루 24시간 운행되는 곳이라 3교대로 근무하는데 밤 근무가 되면 꼴딱 밤을 새서 일해야 했어요.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없는 생활의 연속이었죠. 같은 공간에서 살고만 있을 뿐이지 아이들과 밥 한 끼 편하게 먹을 수도 없고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었어요.
불현듯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던 참에 회사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공지가 떴어요. 오랜 고민 끝에 아내에게 귀농하고 싶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았죠. 흔히 아내와 함께 온 가족이 귀농하면 반은 성공한 것이란 말이 있어요. 행복하게도 아내의 동의를 얻게 됐고, 이런 점에서 정말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이죠.
Q 내려오길 참 잘했다, 이런 생각이 드는 지점은 뭘까요?
A 저희 부부가 자주 이야기하는데… 매일 아침 우리 가족 4명이 같이 밥을 먹어요. 저는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참 우습죠? 쉬운 일처럼 보이는 이걸 직장생활 할 때는 할 수가 없었거든요. 저녁에는 같이 텔레비전 보면서 깔깔거리고 웃기도 하고… 소소한 일상이 너무 행복해요. 귀농하면서 예전에 누리지 못했던 일상의 행복을 보상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모든 것을 내가 판단하고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는 점도 있지만요.(웃음)
Q 경북 성주로 꼭 집어서 귀농한 이유는?
A 제가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귀농을 결심한 후 준비하면서 귀농한 선배들의 조언도 듣고 인터넷 강의도 듣고 귀농귀촌지원센터에 등록해 교육도 듣고 상담도 받았죠. 전 전원생활을 즐기며 부업으로 농사를 짓는 귀촌이 아니라, 아직 한참 키워야 하는 어린 두 아들이 있기 때문에 경제적 생활이 가능한 특화작물 쪽으로 열심히 알아봤어요.
이때 참외가 눈에 띄더라고요. 비닐하우스 생산을 하면서 일 년에 수확을 몇 차례 한다고 하니 수익성도 높을 것 같았고요. 참외 하면 성주참외가 특화돼 있는 상태라 경북 성주에 관심을 갖고 지원센터에 상담을 요청했죠. 그렇게 성주를 여러 번 방문해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간 다른 지역에서 폐쇄적으로 이야기도 잘 안 해줬던 것과 달리 개방적으로 따뜻하게 맞아주시더라고요. 최종적으로 성주로 귀농을 결심하기 전에 아이들까지 데리고 4~5번은 왔던 것 같아요. 농장에서 참외 체험도 해보고요.
Q 귀농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뭘까요?
A 마을 주민들과 잘 어울리려면 제가 먼저 도움이 많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준비하면서 용접도 배우고 기계 수리도 배우고. 그런데 제가 내려와서 정착한 마을이 집성촌이에요. 오랜 시간 동안 거의 친족들이 모여 사는 곳에 불쑥 이방인이 참외 농사 짓겠다고 내려온 것이니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죠. 그나마 두 아들이 마을에서 뛰놀고 그러는 게 좋아 보였던 마을 주민들도 계셔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지만.
저희는 시골 생활이라고 강아지도 키우고 닭도 키우고 그렇게 시작했는데 마을 주민들은 워낙 그런 생활이 일상이잖아요. 그래서 이제 그런 생활이 지겨워서 닭도 안 키우시고 그러세요. 근데 갑자기 마을에서 새벽에 닭이 울어대니까 좀 뭐라고 하셨죠. 웃픈 이야기죠?
정말 어려웠던 건 참외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한데 땅을 구매하기가 어려웠죠. 현재까지 저희는 땅을 구입하지 못했어요. 이제야 농지 구매를 위해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농업인에 선정돼 3억 원을 대출받게 됐어요. 이 자금으로 참외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밭을 알아볼 예정이에요.
물론 밭을 구매하는 게 또 어려움이 있죠. 이런 시골에서의 논이나 밭 거래는 주위의 아는 사람들끼리 알음알음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가 귀농한 지 이제 5년 차지만 아직도 주민분들에게 이런 거래를 귀동냥 듣기에는 친밀도가 아무래도 떨어지니까…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수밖에 없어요. 근데 또 이렇게 조금 비싼 금액으로 거래하면 그 땅에 관심을 갖고 있던 마을 주민이 뭐라 하세요. 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거죠.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요. 열심히 농사지으며 소통하고 관계 맺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죠. 결국 진심을 다해서 대하다 보면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Q 거주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하였나요?
A 저는 4인 가족이 당장 생활을 해야 하는 상태라 농지보다 거주지를 먼저 장만했어요. 답답한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게 하고 싶었죠. 옆에 밭을 포함해 411평에 건평은 29평 정도 되는 단독주택을 직접 지었습니다. 귀농귀촌지원센터에 가면 농가주택 전용으로 지을 수 있는 기본 평면도까지 업로드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생활의 터전이 되는 농지 확보부터 한 후 주거지를 해결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요즘에는 주거 공간에 관해서 각 지방자치 정부마다 빈집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어요. 시골의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1년간 살아보고 귀농을 준비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집주인은 돈을 들이지 않고 집을 리모델링해서 좋고, 귀농을 꿈꾸는 도시인들은 첫 1년을 테스트 기간으로 삼아 적은 월 임대료로 살아볼 수 있어서 좋고, 일석이조죠.
Q 농사일이힘들지는 않았나요?
A 모든 농사는 힘들죠. 농사가 처음이니까 교육이란 교육은 다 참가했어요. 강소농 교육, 농민사관학교, 현장실습, 심화교육… 다 쫓아다녔죠. 아내는 사이버농업인 e비즈니스 교육까지, 2017년과 2018년은 교육의 해였습니다. 그러면서 2018년 3월에 참외 첫 수확을 하게 된 겁니다. 그때까지는 아직 자신이 없어서 공판장에는 출하를 못 했고, 밭에서 키우던 소소한 채소들과 참외까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가족과 친지, 친구들에게 직판매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제 이름으로 공판장에 첫 출하한 게 2018년 4월이었어요.
참외 농사짓는 걸 처음 해본 거잖아요. 모종판에 참외씨 넣고 또 모판에 호박씨 넣고 접목하고 수정시키고, 참외순이 자라면 순 자르기, 참외순과 호박줄기 접붙이기, 자꾸 성장해서 참외 성장을 가로막는 호박잎 떼어주기 등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참외는 열대작물이라 겨울에는 보온성 좋은 부직포로 이불도 덮어줘야 해요. 또 물을 대는 방법이나 비료 쓰는 법 같은 것도 터득해야 해요.
매일 마을 어른들에게 혼도 나면서 배웠어요. 모종을 키워서 본밭에 심어 3개월 정도 되면 수확하는 거죠. 그리고 농부는 부지런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 말이 정말 맞아요. 특히 참외는 새벽에 따야 해요. 새벽 시간에 못 따서 기온이 올라갈 때 따면 참외의 아삭한 맛이 덜하고 물러져요. 아침 11시면 경매가 시작되거든요. 그때까지 오늘 출하량을 맞춰야 하니까 성주 분들은 새벽부터 참외 따느라 부지런하게 움직이죠. 저희 같은 경우는 아이들 학교를 보내야 해서 이게 참 힘들었어요. 참외 따랴, 아이들 학교 보내랴.
Q 참외 농사로 매출액이 얼마나 되나요?
A 비닐하우스 1동당 연간 매출액이 1000만 원 정도 나온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농사짓는 사람의 노하우에 따라서 위아래로 20% 정도는 왔다 갔다 하죠. 비닐하우스 10동이 있다면 연간 매출액 1억 정도죠. 그래서 성주에는 억대 농부들이 많아요. 물론 자신 소유의 밭에 비닐하우스 시설을 갖췄을 때 이야기고… 이 시설을 임대해서 하는 저희 같은 경우에는 비용이 더 들어가겠죠. 자가 소유라고 하면 기본 경비를 매출액의 30~40% 잡으면 될 것 같아요. 제일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이 비료입니다. 땅의 토양을 좋게 해야 상품 가치도 높아지고 당도도 높아지죠. 성주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미생물을 배양해 토양을 좋게 하는 것들도 지원하고, 토양을 좋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씁니다.
무엇보다 성주의 토양이 다른 곳보다 미네랄 함유치가 높다고 해요. 그리고 가야산이 있어서 바람을 막아주고 눈이 잘 안 오고, 다른 곳보다 일조량이 많다는 점 등이 참외 재배에 장점이라고 들었습니다.
Q 성주를 대표하는 귀농인에 선정됐던데 어떤 점이 어필됐을까요?
A (취재에 동행한 성주군 귀농귀촌지원센터의 담당 이태일 계장이 보충 설명을 곁들였다)
박미영 씨의 꾸준한 SNS 활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지 농사짓는 것만 올리시는 게 아니라 농촌 생활을 꾸준히 업로드하면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고 계셨는데, 이게 저희 센터가 할 일을 직접 해주신 거죠.
경험자로서 생생하고 유익하게 말이죠. 어린 자녀와 함께 귀농하셔서 자녀들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고요. 성주를 대표하는 귀농인에 선정되셔서 저금리로 융자를 받게 됐으니 앞으로 참외 농사를 더 늘리실 수 있을 겁니다.
Q 가장 큰 문제는 농지 확보겠네요?
A 그렇죠. 현지 분들이 귀농인 때문에 땅값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근데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농사를 짓기 위해 귀농을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귀촌을 통해 현지 주민들과 교류하면서 인맥을 쌓고 직거래 등의 포장 판매 부분에서 뭔가 경제활동을 할 수도 있어요. 꼭 농사짓는 것만이 농촌에서의 경제적 활동은 아니라고 봐요.
농사 힘들어요. 어느 정도 연세 들어서 오시는 분은 차라리 현지에서 생산된 참외를 직접 구매해 소포장 판매를 통해 수익 창출을 하는 부분도 고려했으면 해요. 특히 온라인 판매 등 관련 기능이 뛰어나다거나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던 분이라면 판매 채널 다양화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Q 귀농 혹은 귀촌을 원하는 분들은 어떻게 도움을 받으면 될까요?
A 일단 귀농귀촌지원센터를 방문해 귀농하고 싶다고 상담을 요청하면 어떻게 해서든 연결해주세요. 그리고 어떤 혜택이 있는지 상세히 설명해주시죠. 요즘은 1년짜리 현장실습 교육도 받을 수 있는데, 센터에서 농사 잘 짓는 멘토를 연결해 멘토멘티 프로젝트에 넣어주기도 합니다.
멘토에게 월 30만~40만 원, 멘티에게는 월 80만 원의 훈련 참가비를 줘요. 하루 8시간 농사를 배우는 거죠. 5개월 정도 배울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더 자세한 내용은 지원센터에 상담해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Q 귀농귀촌을 원하는 이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뭘까요?
A 어렵네요, 하나만 꼽기가요. 그런데 제가 살면서 느낀 게 하나 있어요. 서울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결국 농촌 마을도 사람이 모여 사는 거잖아요.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희가 처음 이사 왔을 때 저희 집에 인터넷 설치가 안 됐어요.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죠. 아니, 저 높은 가야산 꼭대기에서도 인터넷이 되는데 제가 이사한 성주의 읍내 권역에 인터넷을 설치할 수 없다고 하니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죠.
그래서 도시에 살 때처럼 군에 민원 넣고, 심지어 청와대에도 민원 넣었어요. 그런데 공무원은 원칙만 읊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날 저희 옆집에 이사 왔는데 이 사람은 그 지역에 인맥이 있던 사람이에요. 이 사람 집에는 그 다음 날 인터넷을 바로 설치해주더라고요.
또 한 가지 꼽자면 요즘 소확행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정말 귀농은 소확행을 실천하는 거예요. ‘없으면 없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냥 가족끼리 행복하게 살자.’
정신없이 빠르게 변해가는 도시에서 ‘느리지만 차근차근’ 그렇게 인생을 음미하며 살아갈 수는 없잖아요. 귀농해서 비로소 우리 가족은 ‘느리지만 차근차근’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성주군 귀농인들 연간 수입과 비용
귀농 A 사례(농지 임대의 경우)
선택 작목: 참외, 평균 투자비: 2억 원(주택 구입 포함), 연간 운영비: 3000만 원(1년), 평균 수입: 8000만 원(1년)
귀농 B 사례(농지 구입의 경우)
선택 작목: 참외, 평균 투자비: 5억 원 (농지·주택 구입 포함), 연간 운영비: 1억 원(1년), 평균 수입: 3억 원(1년)
귀농 C 사례(농지 구입의 경우)
선택 작목: 상추, 평균 투자비: 1억 5000만 원, 연간 운영비: 400만 원(1년), 평균 수입: 4500만 원(1년)
알뜰폰 업계가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시니어 전용 요금제를 통해 고령층 이용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3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시니어들을 홀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인 상황이다.
최근 시니어들이 2G와 3G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4G인 LTE로 바꾸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공격적으로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알뜰폰 업계는 고령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시대 흐름을 고려해, 시니어 특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니어 안심시킨 통화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니어 특화 요금제가 거의 없거나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알뜰폰 업계 1위인 KT엠모바일을 비롯해 티플러스(tplus)모바일, 유플러스(U+)알뜰모바일, 프리텔레콤 같은 알뜰폰 업체가 만 65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시니어 특화 요금제를 공격적으로 출시하면서 고객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KT엠모바일은 올해 2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니어를 대상으로 통화와 문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3개를 선보였다. ‘시니어 안심 0.5G+’요금제는 월 5900원에 음성통화 300분, 문자 300건, 데이터는 0.5GB까지는 최대 속도, 그 이후는 400Kbps 속도로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다.
‘시니어 안심 2G+’는 월 8900원에 음성통화와 문자 무제한, 데이터는 2GB까지는 최대 속도, 그 이후는 400Kbps 속도로 무제한, ‘시니어 안심 4G+’는 월 1만1900원에 음성통화와 문자 무제한, 데이터는 4GB까지는 최대 속도, 이후는 400Kbps 속도로 무제한으로 이용한다.
KT엠모바일 관계자는 “만 65세 이상 신규 고객 중 약 23%가 ‘시니어 안심 2G+’ 요금제에 가입하며 가장 높은 가입률을 기록했다”며 “통화와 문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KT엠모바일은 1월 기준 80만여명이 가입자를 유치해 알뜰폰 가입자 1위 업체다. 이중 60대 이상 고객이 2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어르신 고객 비중도 높은 편이다.
KT엠모바일 관계자는 “어르신들과 상담하다 보면 요금에 대한 걱정이 많은 편”이라며 “통화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이런 걱정을 크게 덜어줘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체마다 비슷한 서비스에 요금은 다른 시니어 요금제
티플러스모바일은 올해 시니어 전용 유심 요금제 4개를 출시했다. 월 2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표준’ 요금제는 음성통화 100분, 문자 100건, 데이터 500MB를 제공한다. 나머지 3개 요금제인 ‘데이터마음껏 시니어0.5G+, 완전마음껏 시니어2G+, 완전마음껏 시니어4G+’는 KT엠모바일 상품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월 요금만 다르다.
‘데이터마음껏 시니어0.5G+’는 월 5500원, ‘데이터마음껏 시니어2G+’는 월 8800원으로 KT엠모바일 상품보다 각각 400원, 100원 저렴하다. 반면 ‘데이터마음껏 시니어4G+’는 1만2100원으로 KT엠모바일 상품보다 200원 비싸다.
유플러스모바일이 내놓은 ‘유심 시니어(1GB/100분)’ 요금제는 월 4900원으로 데이터를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 요금제 중에서는 월 요금이 가장 저렴하다. 대신 음성통화 100분, 문자 100건으로 다른 알뜰폰 업체가 츨시한 요금제보다 음성통화와 문자 이용량이 3분의 1가량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
프리텔레콤은 ‘프리티시니어 2G’와 ‘프리티시니어4G’ 2개의 시니어 요금제를 선보였다. 월 요금이 각각 1만1000원, 1만3200원으로 다른 알뜰폰 업체 상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만 다르고, 제공되는 음성통화와 문자, 데이터는 같다.
LG헬로비전이 내놓은 ‘유심 시니어 통화 데이터 넉넉히 2GB’와 ‘유심 시니어 통화 데이터 넉넉히 4GB’ 상품도 프리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월 요금만 각각 1만3200원, 1만 8700원으로 다를 뿐 제공되는 음성통화와 문자, 데이터가 다른 알뜰폰 업체 상품과 같다.
이처럼 알뜰폰 업계가 선보인 시니어 전용 요금제는 다른 요금제와 비교해도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요금제에서 같은 혜택을 받으려면 시니어 요금제보다 보통 5000원에서 8000원 가량을 더 내야 한다.
“입소문으로 꾸준하게 시니어 가입자 늘어”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대체로 번호이동을 꺼리는 편이다. 특히 알뜰폰은 3대 이동통신사에 비해 규모가 작아 통화 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뜰폰은 3대 이동통신망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통화품질과 데이터 이용 등은 3대 이동통신사와 거의 동일하다.
알뜰폰 업체는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 알뜰폰은 이동통신망을 가지지 못한 사업자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3대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서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서비스다. 정부가 국민들의 통신비를 줄여주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012년 6월에 이동통신재판매(MVNO) 서비스를 ‘알뜰폰’이라고 선정해 이때부터 사용하고 있다.
올해로 68세인 강철호(가명) 씨는 "자녀에게 이 요금제를 추천 받고 바로 번호이동을 했다"며 "1만원도 안 되는 월요금으로 통화와 데이터를 제한없이 쓸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한편 알뜰폰 업계가 비슷한 요금제를 선보인 배경에는 이동통신재판매 특성이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망을 판매하는 3대 이동통신사가 시니어 층을 대상으로 망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 이를 토대로 알뜰폰 업계가 비슷한 시니어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르신들 특성 때문인지 특정 요금제에 젊은 층이 폭발적으로 가입하는 사례와는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입소문 등으로 시니어 상품에 가입하는 어르신들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며 “데이터와 통화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 전용 요금제는 통신비 절감과 디지털 격차 해소라는 알뜰폰 본연의 취지에도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20대가 되기 전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학교다.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 선생님과의 관계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영감과 동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덕양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하여 폐교 위기 학교를 혁신학교의 대명사로 변화시킨 이준원(65) 교장을 만나 참스승으로서의 삶과 교육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지난해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 ‘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는 공교육 혁신 모델 사례로 덕양중학교의 일대기를 다뤘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덕양중학교는 교육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폐교 요청을 받았던 학교다. 폐교 위기의 학교가 8년 만에 어떻게 공교육 혁신 모델로 우뚝 선 것일까? 그 변화의 열쇠는 이준원 교장이 쥐고 있었다. 그가 2020년 정년으로 퇴임하기 전까지 8년의 세월 동안 덕양중학교에는 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었다. 처음 그가 부임했을 때 덕양중학교는 어떤 상태였을까?
“제가 교장으로 왔을 때 덕양중학교는 매년 교육청으로부터 폐교 압박을 받을 만큼 다 쓰러져가는 학교였습니다. 교육장님이 오셔서 학생 수를 늘려야 한다고 당부하고 가셨죠. 제가 부임하던 해 인근 초등학교 6학년이 12명이었는데, 이마저도 확실치 않았어요. 4명은 다른 곳으로 간다고 했기에 실질적인 중학교 입학 인원이 8명이었죠. 당장 중3 아이들이 졸업하면 전교생이 100명 이하로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했어요. 그래서 학생을 유치하려고 학군 외에 있는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를 만나 저의 비전을 설명하면서 설득했죠. 발품을 판 덕분에 그해 40명 정도 입학할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왜 덕양중학교였을까? 교장 공모제란 절차로 부임했는데, 굳이 폐교 위기인 학교의 교장이 되려고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초임 시절부터 교직을 마칠 때까지 어려운 학교만 골라 다녔어요. 겉으로만 봐서는 잘 모르지만, 사실 우리 모두 내면의 상처를 안고 살아요. 학생들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아픈 친구들이 많았죠. 가정 형편이 어렵다거나 부모님이 이혼했다거나 여러 가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교사로서 지도하고 보듬고 싶었어요. 좋은 학군에서 자라 학원에서 미리 선행학습을 한 덕분에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듣는 친구들이 있는 학교에 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학교에는 가고 싶지 않았어요. 스스로 ‘그런 친구들에게 교사로서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물었을 때, 그에 대한 대답을 쉽사리 하지 못했거든요.”
실패한 교사의 고백
오랜 세월 교직에 있었던 그가 생각하는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학교는 학원이 아니죠. 지식의 전달도 중요하지만 학교는 함께 어울려 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식의 양을 측정하는 곳이 아니라, 인간답게 존중받고 인간답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손을 잡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어둡고 깜깜한 터널 속에서 헤매고 있는 아이들 앞을 밝게 비추는 한 줄기 빛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그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평교사 시절의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40대 이전에는 실패한 교사였다”고 고백했다.
“사실 마흔 살이 되기 전에는 가면을 쓰고 살았죠. 동료한테 인정받는 선생님, 잘 가르치는 선생님, 친절한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얼굴 표정과 내면의 모습이 너무나도 달랐죠. 마음의 병이 생기는 줄도 모르고 분노나 스트레스를 억누르기만 했어요. 어디 가서 내색도 잘 안 하고 그렇게 다녔는데, 일 년에 한 번씩 축적된 화가 폭발했어요. 그 화는 고스란히 학생과 아내에게 돌아갔어요. 이렇게 제가 불안정하다 보니 아내와 이혼 위기까지 갔고, 어머니와 아내의 갈등은 갈수록 깊어졌어요.”
도저히 이렇게 살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마흔 살을 앞두고 큰 결심을 한다. 치유 상담을 받아보기로 한 것.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한 선택은 그의 앞길을 바꾸는 교두보가 됐다.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치유상담연구원으로 달려갔어요. 내면 치유를 통해 저는 다른 사람으로 거듭났죠. 내면 치유란 것이 특별한 게 아니에요. 그냥 다 같이 모여 각자의 상처를 꺼내놓으면서 서로를 보듬는 일이에요. 저 역시 이제껏 남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아픔과 분노, 슬픔을 모두 솔직하게 인정하고 털어내는 일을 그때 했어요. 그 이후론 제 삶이 변했어요. 아내와의 관계도 좋아지고, 학생들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어머니와 아내 사이의 갈등도 눈 녹듯이 사라졌죠. 그때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면 누구나 상처가 있다는 거예요. 이후 삶의 방향이 이때 결정되었을지도 몰라요. 제가 덕양중학교를 택하고, 그 학교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경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환대
그가 고백했듯이 한때 가면을 쓴 채 가식적으로 아이들을 대했던 그는 내면 치유 이후 놀랍게 변했다. 그의 변화는 앞서 소개한 EBS 다큐멘터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졸업식 날 졸업장을 받으러 단상 위에 올라오는 학생들은 이준원 교장 앞에서 어김없이 눈물을 보였다. 정년 퇴임식에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모두 울면서 그를 떠나보냈다. 그 울음의 원인은 모두 한 사람이었다. 그를 보내지 못하는 마음이 모두의 속눈썹을 촉촉하게 했다. 그들은 왜 그리도 아쉬워했을까? 그들에게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재임 시절 누군가를 만날 때 교장이란 지위를 앞세우지 않았어요. 학교 내의 직원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를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났어요. 당연히 차별하지 않았고요. 모두 그 마음을 알아주셨던 것 같아요. 8년 동안 덕양중학교에 있었는데, 사실 4년쯤 하고 나서 다른 곳으로 가야 했죠. 가기로 해놓고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데, 교장실에 학부모님들이 찾아오시더군요. 가끔 그렇게 스스럼없이 찾아오시곤 해서, 그날도 어김없이 재밌게 대화를 나눴죠. 그런데 끝에 다들 ‘다른 데 안 가시죠?’라고 말씀하시더군요.(웃음) 부족한 저를 붙잡아주시는 게 정말 감사했어요. 그때 운 좋게 중임이 가능해지면서 한 번 더 열심히 하게 됐죠.”
실제로 그는 학교 내 구성원에게 세심하게 다가갔다. 얼마나 세심한지 교무실에서 일하는 행정실무사의 생일도 챙길 정도였다. 특히 그는 매일 등교 시간에 교문으로 나가서 아이들을 맞았다. 등교하는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아침을 열었다. 8년 내내.
“아이들이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는 그 순간까지 모두 교육의 연장선이에요. 아이들은 환경과 사람에게 아주 많은 영향을 받죠. 제가 모두를 따뜻하게 대한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에요. 제가 만약 배식하는 아주머니를 함부로 대하면, 아주머니도 배식하면서 아이들을 함부로 대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모두를 정성스럽고 따뜻하게 대했어요. 매일 아침 교문에서 아이들과 하이파이브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였죠.”
하지만 하이파이브만으로는 아이들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않았을 터. 그만의 소통법이 궁금했다. 그는 “아이들에게는 지속적인 관심과 환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죠. 그들의 얘기를 지속적으로 경청했어요. 그 과정에서 그들의 아픔을 헤아리려고 노력했고요. 예를 들어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것이 그 친구에게 가장 큰 상처였더군요. 그 이후 어긋나기 시작했고, 소위 말하는 주먹 좀 쓰고 다니던 친구였어요. 할머니와 살았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웠죠. 영하 10℃ 날씨에도 롱 패딩을 못 사서 매일 얇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녔어요. 자존심은 세서 롱 패딩 입고 다니는 애들 보고 이불을 덮고 다닌다며 깔보더군요. 어느 추운 겨울날 교문 앞에서 그를 만나 ‘춥지?’ 하면서 핫팩을 주머니에 넣어줬어요. 날카로웠던 평소의 눈빛이 봄눈처럼 사라지고, 오히려 ‘교장 선생님은요?’ 하고 따뜻하게 묻더군요. 관심이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켜요. 그동안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아이들을 따뜻하게 대하려고 노력했어요.”
진심으로 다가가기
그의 환대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 교사와 학부모에게까지 이어졌다. 그는 교사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었고, 매주 목요일 ‘이슬비 사랑 학부모 교실’을 통해 학부모와 소통했다.
“혁신학교가 될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이었어요. 일종의 집단지성이 만들어졌죠. 교사들의 단점 대신 장점을 발굴하려고 노력했어요. 단점을 찍어서 고치려고 하면 잠깐 바뀌는 척만 할 뿐이에요. 진심으로 변화시키려면 그 사람의 장점을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렇게 모두의 장점이 뭉쳐서 하나의 집단지성을 만들어내는 일을 교장을 하면서 많이 경험했어요. 학부모 모임에서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아픔에 대해 경청하려고 노력했어요. 가정은 또 다른 학교나 다름없어요. 가정에 문제가 있으면 아이의 표정이 아침부터 밝지 않거든요. 놀라운 건 모임을 통해 학부모의 상처나 아픔에 대해 서로 듣고 공감하는 시간만 가졌을 뿐인데, 이후 그 모임에 참가한 학부모의 아이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어요.”
그의 말처럼 아이들에게 가정은 또 다른 학교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그렇다면 사춘기 손주를 둔 시니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 손주와 같이 사는 그에게 한번 물어봤다.
“잔소리 대신 전폭적으로 사랑하고 지지하되 깜짝 놀라게 반응하는 게 좋아요. 잘했을 때는 ‘진짜 잘했어!’라는 말과 함께 기쁜 표정으로 맞이해주면 좋아해요. 그들이 가진 본연의 감정을 직시하고 공감해주면 돼요. 아이들은 스스로 존중받을 때 말문을 열어요. 그래서 다짜고짜 다그치고 비난하는 것보다는 언어, 표정, 눈빛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해요.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알게 해줄수록 아이들은 달라져요.”
끝으로 그가 생각하는 참스승의 모습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따뜻한 환대를 맛본 사람은 그것을 잊지 못해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진심으로 따뜻한 환대를 받아본 아이들은 커서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줄 아는 어른이 되는 법이죠. 이는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고, 내면으로부터 큰 변화가 있어야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늘 아이들의 상처에 귀 기울이며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그것이 참스승의 길이라고 생각하면서요. Turn your scars into stars.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속담이에요. 상처를 희망의 별로 바꾸는 일.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서, 그것을 큰 밑거름으로 만들어주는 일. 참스승의 역할은 그런 것이 아닐까요? 앞으론 제가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순회강연을 할 예정이에요. 제 얘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의 별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폐교 위기의 학교를 정상화하려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여야 했을까? 8년의 교장 생활은 보람도 있었겠지만, 그 이면에는 고충도 있었다. 용인에서 고양까지의 긴 출근 거리로 인해 8년 내내 주말부부를 감수해야 했다. 교육 현장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고, 그를 믿고 따라왔던 학생·학부모·교사들이 있었기에 그 일을 해낼 수 있었다. 그가 학교에 있었던 8년 사이 학생 수는 늘어났고, 학습 부진아를 찾아볼 수 없는 학교로 성장했다. 그가 연단에 서면 떠드는 아이들이 없을 정도로 아이들은 그를 존경하고 존중했다.
졸업식에서 이준원 교장을 보고 눈물 흘리던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 처음에는 그 광경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를 만나고 나서 다큐멘터리의 그 장면을 이해하게 됐다. 남의 아픔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남의 얘기를 경청하고자 하는 마음. 이 모든 것은 진심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진심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오늘도 별처럼 빛나는 진심을 품고 미래 세대를 위한 강연을 하고 있을 그를 응원하며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