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혼자 가면 안 된다. 파도만 넘실대는 곳이 아니라 역사와 장인의 솜씨마저 희망처럼 요동치는 곳이다. 혼자서는 통영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에 제한이 있고 고독한 나그네의 가슴도 울렁대기 마련이어서 시인처럼 낮술을 마시고 시를 짓거나 우체국 창을 바라보며 연애편지를 하염없이 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혼자 여행을 하게 된다면 통영은 온 발바닥을 땅에
조선 중기를 소란스레 살다간 거유(巨儒),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년)이 머물렀던 별서(別墅)다. 남간정사(南澗精舍)라 이름 짓고 ‘남간노인’(南澗老人)이라 자칭했다. 집으로 얻은 안심도, 쌓인 정도 많았던가보다. 파란과 질풍노도의 한세월을 통과한 말년의 핍진한 마음 한 자락 여기에 걸쳐두고 살았으리라. 우암이 돌아간 지 300여 년. 집주인
자유로를 벗어나 파주출판단지로 들어서자 드문 정경이 펼쳐진다. 저마다 개성과 미감으로 돋보이는 외형을 가지고 늘어선 건물들로 풍경이 생동한다. 너절한 난개발의 대척점에 존재하는 계획도시다. 내로라하는 건축가 여럿이 숙의하고 궁구해 만들었다. 홀로 있어도 매력으로 튈 건물이 군락을 이루어 볼거리로 족하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출판단지 북쪽 끝자락에 있
2018년 초연 당시 전 좌석 매진 신화를 기록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가 3년 만에 정동극장에 귀환한다. 초연을 함께한 뮤지컬 배우 정영주는 이번 공연에서 출연과 함께 프로듀서를 맡아 무대 안팎을 동시에 책임진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그녀의 연기 인생에 첫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겨준 작품이자, 프로듀서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그녀에게 뜻깊다
코로나 시대의 끝이 보이는 걸까? 여러 종의 코로나19 백신들이 허가되기 시작했다는 뉴스들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신이 나왔다고 이 전쟁이 바로 끝나는 게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백신이 코로나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보이려면 인구의 70% 정도가 접종되어야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접종은 우선순위를 따라 순차적
조선 주자학의 적통을 이은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 1491~1553)이 살았던 집이다. 몹쓸 세상 버리고 은둔했던 곳이다. 독락당(獨樂堂)이라, ‘홀로 즐기는 집’이다. 고고한 고독을 벗 삼아 은거했나? 도학자의 본분은 ‘열공’에 있으니 세상을 등지고서야 학문에 표 나게 정진했나? 둘 다 누렸을 걸 어림짐작할 만하다. 분명하기론 회재의 낙심이 실린 집이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는 고독을 그린 이로 유명하다. 예건대 작품 ‘브루클린의 방’에선 먹먹한 창 밖 풍경 앞에 홀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여자가 등장한다. 어찌 해볼 수 없는 외로운 심상이 감도는 그림이다. 삶에 만연한 고독과 피로를 도려내 캔버스에 담았다. 인생사의 답답하고 불안한 연극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사실 일상이란 고달픈 것,
“야야, 이제 인생을 즐길 나이에 어쩌자고 고생길을 자청하니?” 이해숙(55, 괴산애플랜드 대표) 씨가 처음 귀농을 결심했을 때 친구들이 했던 말이 이랬다. 이후 9년 세월이 흘렀다. 해숙 씨는 그간 농원을 가꾸고 키우는 일에 모든 열성을 쏟았다. 잠자는 시간 외엔 오로지 일에 폭 파묻혀 살아왔다. 덕분에 이제 어지간히 기반이 잡혔다. 그러나 친구들의 촌평
습도가 제법 높았던 날이었다. 다녀온 지 시간이 좀 지났어도 머체왓 숲길은 아직도 가슴 깊이 스며들어 있다. 지금도 그 숲이 그대로 느껴지는 건 단지 안개비 뿌리던 날의 감성이 보태져서는 아니다.
햇살 쏟아지는 한낮이거나 숲이 일렁이며 바람소리 윙윙거리는 날이었다 해도 신비롭던 풍광의 그 숲은 여전히 내게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숲은 저만치
쌀쌀해지는 늦가을 날씨는 지도의 남쪽을 훑게 만들었고, 일행의 눈길을 잡은 곳은 담양이었다. 시니어들은 인터넷의 사진이나 댓글들을 믿지 않는다. 직접 보고 냄새 맡는 현장 답사를 중시한다. 그렇게 메타세쿼이아 길에 근접해 최근 숙박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는 메타프로방스 구역에 짐을 풀었다.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하얀 건물들이 군집을 이루고, 같은 색깔의 다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