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소재 확인이 안 되는 국민연금 수급권자의 유족연금 지급을 정부가 직권으로 정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14일 밝혔다. 오는 22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시행령은 국민연금법 개정에 따라 시행령으로 위임한 사항을 규정하고, 국민연금 제도 운영상 미비점을 개선하고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시행령으로 소재불명으로 인한 수급권자의 지급정지 기준 및 절차 규정이 이뤄졌다. 수급권자가 1년 이상 소재불명 시 연금 지급을 정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유족연금 수급권자의 직권 지급정지 사유를 구체화하도록 함에 따라, 유족연금 수급권자가 1년 이상 소재 불명이고,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 다른 유족이 없거나 신청하지 않는 경우 유족연금의 지급을 직권으로 정지하도록 규정했다.
이전에는 수급권자 소재 불명 시 직권 지급정지 근거가 없어, 수급권 변동 미신고나 서류‧자료 제출 요구 불응으로 보아 급여 지급을 정지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1년 이상 불명 수급권자에 대한 직권 지급정지 및 소재 불명 해소 시 정지 기간 중 급여를 소급해 지급할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은 소재불명으로 인해 직권으로 급여 지급을 정지하려는 경우, 수급권자의 소재불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소재불명 사실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급여 지급이 정지된다는 내용이 기재된 통지서를 그 수급권자의 주민등록표에 기재된 마지막 주소 등으로 발송해야 한다.
소재불명 수급권자의 사망이 확인되어 지급정지가 취소된 경우에는 지급정지 기간 동안 지급되지 않은 급여를 법 제55조에 따라 미지급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미지급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배우자,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 수급권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형제자매 순으로 해당한다.
또한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사업 관련 자료요청 근거가 추가됐다. 오는 7월 시행될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 사업과 관련해, 지원 여부 확인과 부적정 대상자 확인에 필요한 자료 요청 근거를 추가해 부적정 대상자 지원을 방지하도록 했다.
정호원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소재 불명 수급권자에 대한 지급정지 제반 규정을 정비하고,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사업을 7월부터 차질없이 시행해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연금보험료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국~ 노래자랑” 약 70년 동안 일요일 아침 시청자와 만나던 ‘국민 MC’ 송해(95·송복희)가 방송계 동료들과 국민들의 추모 속에 영면에 들었다.
고(故) 송해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4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유족과 지인, 연예계 후배들 80여 명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영결식의 사회는 개그맨 김학래가 맡았다. 장례위원장인 엄영수(개명 전 엄용수) 방송코미디언협회장은 조사를. 개그맨 이용식과 이자연 가수협회 회장은 추도사를 각각 낭독했다. 또한, 코미디언 유재석, 강호동, 조세호, 이수근 등과 가수 설운도, 현숙, 문희옥 등이 참석했다.
송해가 각별히 아낀 후배 이용식은 추도사에서 “이곳에서는 ‘전국노래자랑’을 많은 사람들과 힘차게 외쳤지만 이제 수많은 별들 앞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외쳐달라”면서 "선생님이 다니시던 국밥집, 언제나 앉으시던 의자가 이제 우리 모두의 의자가 됐다. 안녕히 가시라"라고 작별인사를 전했다.
이자연 대한가수협회 회장도 “선생님은 지난 70년 동안 모든 사람에게 스승이었고, 아버지였고, 형, 오빠였다”라면서 “송해 선생님은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결식장에서는 다큐 ‘송해 1927’에서 발췌한 고인의 생전 육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영상에서 송해가 “전국”을 외치자 모든 참석자들은 “노래자랑”을 이어받으며, 마지막 ‘전국노래자랑’을 완성했다. 담담하게 영결식을 지켜보던 가족들은 고인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훔쳤고, 동료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이어 이자연, 설운도 외 5명의 대한가수협회 가수들이 송해의 주제곡 ‘나팔꽃 인생’을 열창했다. 송해의 막내딸은 “존재만으로 희망의 상징이었던 아버지의 삶을 기억할 것이고 사랑을 많이 주신 많은 분들의 일상도 행복하길 바란다”라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임하룡, 전유성, 최양락, 강호동, 유재석, 양상국 여섯 명의 코미디언 후배들이 고인을 운구하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운구차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 송해길과 여의도 KBS 본관을 거쳐 경북 김천시 화장터로 향한다.
고인의 유해는 아내 석옥이씨(1934~2018)가 영면한 대구 달성군의 송해공원에 안장된다. 송해는 생전에 대구 달성군을 ‘제2의 고향’으로 여겼고, 명예군민이었다. 달성군은 송해의 이름을 따 송해공원으로 명칭했다.
앞서 송해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올해 들어 건강이 악화된 송해는 지난 1월과 5월 병원에 입원했으며, 3월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한 최근 KBS 2TV ‘전국노래자랑’의 야외 녹화가 2년 만에 재개됐으나 송해는 연이어 불참했다.
송해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희극인장으로 치러졌다. 애초 5일장을 논의했으나 유족의 요청에 3일장으로 변경됐다. 방송계 인사들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고인의 영정 앞에는 금관문화훈장이 놓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송해에게 한국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955년에 데뷔한 송 희극인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다양한 분야에서 희극인 겸 방송인으로서 활동하며 재치 있는 입담과 편안한 진행으로 국민에게 진솔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해줬다”라고 추서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앞의 송해길에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9일 비가 오는 날씨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송해의 동상 주변에는 근조 화환과 함께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꽃이 수북이 놓여있었다. ‘전국노래자랑’으로 시민과 호흡해온 송해였기에 그의 죽음에 많은 국민들이 슬퍼했다.
송해길에는 송해의 개인 사무실과 그가 생전 자주 이용했던 국밥집과 이발소, 사우나 등이 있다. 특히 ‘이천원 국밥집’은 송해의 생전 단골집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송해길에 가면 송해를 만날 가능성이 높았다.
이 지역은 오는 15일 송해가 참석하는 ‘송해길 선포 5주년 기념 주민화합 축제’가 예정되어 있었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종로구의 최재형 의원은 “다음 주 송해길 선포 5주년 행사 때 뵙고, 좋은 말을 나눌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아프다“면서 “모든 국민들이 사랑하고 존경했던 어른”이라고 애도했다.
송해는 1927년 황해도 재령군에서 태어났다. 6·25 전쟁 당시 남한으로 피난 온 뒤 1955년 창공악극단의 단원으로 무대에 오르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특히 그는 1988년부터 34년간 KBS 1TV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을 맡으며 ‘국민 MC’에 등극했다. 최근 영국 기네스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에 이름을 올렸다.
묘지에 시신을 매장하던 우리나라 장례 풍습이 근래 화장으로 변했습니다. 현재 전국의 화장률은 9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고,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90% 이상 화장을 하고 있습니다. 화장 이후 골분을 모시는 방식도 점점 새로운 형태로 변하고 있는데요. 초기에는 봉안(납골)당에 모시는 방식이었다면, 요즘은 자연장(自然葬)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수목장은 자연장의 한 형태로 나무 주위에 골분을 묻거나 뿌려 장사지내는 방식입니다.
수목장을 시작한 스위스나 독일, 영국 같은 유럽 국가들은 골분을 그대로 뿌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묘비 등의 인공 시설은 가급적 조성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영국에서는 생분해성 재질의 용기를 사용하고, 스위스는 유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나무에 페인트로 표시하는 것만 허용합니다.
매장 장례 풍습이 있던 우리나라는 매장 묘지를 줄이기 위해, 2001년 시행된 장사법을 통해 봉안 시설 설치를 신고제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석물 사용과 대형화로 환경 훼손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2008년 장사법을 개정하면서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자연장 제도를 도입하게 됐습니다.
자연장의 정의 및 종류
① 용어의 정의
•자연장(自然葬) :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
•자연장지(自然葬地) : 자연장으로 장사할 수 있는 구역
•수목장림(樹木葬林) : 산림법에 따라 산림에 조성하는 자연장지
② 자연장의 종류
수목장, 화초형, 잔디형
안장 방법 및 자연장 시 준수사항
① 자연장의 방법
자연장을 할 때는 화장한 유골을 묻기에 적합하도록 분골해야 하며, 화장한 유골의 골분, 흙, 용기 외의 유품(遺品) 등을 함께 묻어서는 안 됩니다. 지면으로부터 30cm 이상의 깊이에 유골함을 묻되 법령에 정한 용기를 사용해야하며, 용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흙과 섞어서 묻어야 합니다.
② 자연장에 사용하는 용기
•용기의 재질
1)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6호에 따른 생분해성 수지 제품
2) 전분 등 천연 소재로서 생화학적으로 분해가 가능한 것
3) 수분에 의해 형체가 허물어지는 것(굽지 않은 토기 등)
③ 자연장지 내 제한 행위
자연장지에서 유족, 문상객 등은 추모 행사, 산책 등을 제외한 다음 행위는 할 수 없습니다.
•자연장의 장례식을 방해하는 행위 •자연장지를 고의적으로 파손·훼손하거나, 쓰레기 등을 투기하는 행위 •야영, 소란, 촛불을 피우는 행위 등 •상업적인 물품이나 인쇄물, 서비스를 판매(배부)·제공하는 행위 •음주, 흡연, 애완동물 출입 행위 등 •엄숙성 및 경건성을 고려하여 기타 지방자치단체장이 제한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행위 •자연장지의 관리를 위해 자연장지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출입을 제한하거나 일시적으로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절친 사이인 72세 임 씨와 정 씨는 최근 여행을 떠났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함께 사망했다. 임 씨는 배우자와 아들이 10억 원의 재산을 상속받게 됐고, 배우자를 일찍 여읜 정 씨는 딸에게 생전에 유언해둔 대로 손자가 1억 원을 상속받게 됐다. 임 씨와 정 씨 유족의 상속세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일반적으로 국내에 주소를 둔 거주자가 사망하면 그 배우자와 자녀는 최소 10억 원의 상속공제를 적용받는다. 배우자 상속공제의 최소 금액인 5억 원과 일괄공제 5억 원을 합친 금액이다. 일괄공제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됐을 때 수유자(유언에 의해 재산을 받게 되는 사람)가 기초공제 및 기타 인적공제 대신 5억 원 공제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보통은 2억 원을 공제(기초공제)하고 가족 중 자녀, 연로자, 장애인이 있으면 추가로 공제(기타 인적공제)가 적용되는데, 이때 기초공제와 기타 인적공제의 합계가 5억 원에 미달하면 일괄적으로 5억 원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일괄공제는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받는 경우에는 선택할 수 없다.
결국 임 씨의 배우자와 아들은 10억 원의 상속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상속세 과세가액(10억 원)에서 상속공제(10억 원)를 빼면 상속세 과세표준이 0이기 때문이다. 반면 정 씨의 외손자는 1300만 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정 씨는 선순위 상속인인 딸을 건너뛰고 손주에게 유언을 통해 재산의 일부를 물려주는 ‘유증’을 했기 때문에 상속공제를 받을 수 없다. 또 세법에서는 세대생략상속을 진행하면 산출 세액에 30%(상속인이 미성년자이고 상속 재산이 20억 원을 초과하면 40%)의 세금을 할증 과세하고 있다. 정 씨는 상속세 과세액 1억 원이 그대로 과세표준이 되고, 세대를 생략 상속해 자녀에게 상속할 때보다 산출 세액에 30%가 할증된 사례다. 신고세액공제 3%를 고려하면 상속세는 1261만 원이 된다.
세대생략이전 통한 절세
손주에게 재산을 상속하고 싶다면 일단 사인증여나 유증의 형식을 알아야 한다. 사인증여는 증여자와 수증자가 생전에 증여 계약을 하는 방식이다. 유증은 증여자의 자유이자 단독 행위다.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증여하는 포괄적 유증과 특정한 재산을 증여하는 특정한 유증이 있다. 민법상으로 유증은 상속, 사인증여는 증여에 해당한다. 그러나 세법에서는 이들을 모두 상속으로 본다. 둘 다 증여자의 사망 시점에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손주는 1순위 상속권자가 아니므로 세대를 생략해 손주에게 재산을 상속하려면, 1순위 상속권자인 자녀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해야 한다.
절세 효과를 따져보면 세대생략상속보다 세대생략이전을 통해 손주에게 재산을 미리 ‘증여’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30%의 세금이 할증 과세돼도 2대에 걸쳐 이루어지는 재산 이전 단계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또 세대생략증여는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증여 후 5년만 지나도 증여분이 상속 재산에 합산되지 않고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했을 때는 10년이 지나야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자녀에게 사전 증여할 시기를 놓쳤다면, 상속인이 아닌 손주에게 증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편 대습상속이란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1순위 상속권자가 이미 사망하고 없는 경우, 그 사람의 상속 지분에 해당하는 상속 재산이 그 사람의 1순위 상속권자에게 상속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 사망 시에 3자녀 중 장남이 이미 사망하고 없다면, 장남 몫의 상속 재산은 장남의 상속 1순위자인 배우자(큰며느리)와 그 자녀(손주)에게 상속된다. 대습상속은 세대생략상속과는 달리 할증 과세하지 않는다. 이때는 할아버지와 장남이 동시에 사망했다 하더라도 장남의 상속 1순위자인 배우자와 자녀의 대습상속권은 그대로 인정된다.
세대생략증여를 통한 절세 효과
3억 원을 증여할 때를 예로 들어보자.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에 따라 증여세 계산 시 이전에 증여받은 재산이 없다는 가정 하에 성인 자녀 공제 5000만 원을 적용했다.
상속세 산출 세액: (상속 재산배우자상속공제일괄공제금융재산상속공제) x 세율
금융재산상속공제: 상속 개시일 현재의 상속 재산 금액 가운데 순금융 재산의 금액이 있는 경우, 2억 원을 한도로 하여 일정한 금액을 상속세 과세 금액에서 공제하는 일. 순금융 재산의 금액이란 상속공제 대상인 예금·적금·보험금·주식·채권 따위의 금융 재산에서 금융 부채를 뺀 금액을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때문에 노년층에게 주거 공간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즐거운 노후를 위해서는 어떤 주거 형태를 선택해야 할까? 노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주요 시설들의 특징과 차이점을 소개한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노인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주변의 도움 없이도 여생을 잘 보낼 주거 공간이다. 나이가 들어 점차 기력이 약해지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분가한 자녀가 연로한 부모를 집으로 다시 모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대안을 찾게 되는 이유다. 보통 노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맞춤 주거 시설은 요양원, 요양병원, 실버타운, 양로원 등이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차이가 있으므로 노인의 몸 상태에 맞춰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별다른 지병은 없지만 스스로 식사나 거동이 불편하다면, 요양원이 적합하다. 요양원은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요양보호사가 24시간 보조하지만 주사를 놓거나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의사는 상주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방문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정도로 관리가 이루어진다.
요양원은 입소를 원하는 사람의 거주지 관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아야만 입소가 가능하다. 등급은 총 5개로 분류된다. 입소비와 요양보호사의 간병비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므로 대상자가 20%를 부담하면 된다. 그 외 약물 처방이나 기타 진료가 필요할 경우는 외부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고, 이 비용은 모두 본인 부담이다.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했지만 노인성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은 요양원 대신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 빠른 치료와 퇴원이 목적인 대학병원·종합병원 등 급성기 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만성기 환자를 위한 병원이다.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며 집중 치료를 한다. 대신 요양병원은 요양보호사가 상주하지 않아 필요 시 개인이 고용해야 하므로 요양원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 간병비는 개인 간병이냐 공동 간병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공동 간병은 한 명의 간병인이 몇 명의 환자를 돌보는지 알아봐야 한다.
양로원과 실버타운
양로원은 의료나 요양이 아닌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몸이 불편할 경우 도움을 구할 의사나 요양보호사 등이 상주하지 않는다. 종류로는 무료, 실비, 유료 세 가지가 있다. 무료와 실비 양로원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노인장기요양등급과 상관없이 입소 가능하고, 한 숙소를 여러 명이 사용한다. 무료 양로원은 무연고자 혹은 기초생활수급권자 노인을 대상으로 정부에서 100% 비용을 지원한다. 실비 양로원은 노인복지법시행규칙 제14조 1항의 2에 따른 실비보호 대상자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비용을 뺀 일정 생활비를 부담하고 입소할 수 있다. 비용은 월 48만 원 정도다.
유료 양로원은 실버타운을 말한다. 건강하고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는 만 60세 이상이 입주한다. 건강진단서와 의사 소견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가사 서비스와 식사가 제공되고, 수영장·헬스장·도서관·당구장 등 편의 시설에서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실버타운은 위치에 따라 크게 도심형, 근교형, 전원형(휴양형)으로 나뉜다. 흔히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전원형 실버타운을 고르는 것은 금물이다. 가족이나 친구가 자주 찾아온다면 도심·근교에 있는 시설이 적합하다. 반대로 평생을 전원에서 살아왔거나 전원생활에서 위안과 안정을 찾는다면 전원형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것이 맞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실버타운은 시설 수준과 서비스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보증금을 포함해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계약 전 충분히 둘러보기를 권한다.
이외에도 정부에서 저소득층 노인을 지원하는 ‘고령자복지주택’(공공실버주택)이 있다. 주택과 사회복지 시설이 복합 설치된 주거 시설이다. 입주 조건은 ‘공공주택이 만들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무주택 세대 구성원’이다. 해당자 중 우선순위를 정해 입주자를 선발한다. △1순위는 국가유공자 또는 그 유족, 광주 5·18민주유공자 또는 그 유족, 특수임무유공자 또는 그 유족, 참전유공자 △2순위는 생계급여 수급자 또는 의료급여 수급자 △3순위는 해당 세대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 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이다. 다만 지자체별로 선정 기준이 상이할 수 있으니 주민센터에 문의해 시설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영화배우 강수연과 시인 김지하가 세상을 떠났다. 잇단 문화계의 비보에 대중은 큰 슬픔에 빠졌다.
강수연은 지난 7일 향년 55세로 별세했다. 지난 5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강수연의 영결식은 오는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임권택·배창호·임상수·정지영 감독, 안성기·김지미·박정자·손숙·박중훈 배우 등이 장례위원회 고문을 맡았다.
4세 때 아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강수연은 영화 ‘고래 사냥 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 등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1987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스타 타이틀을 최초로 거머쥐었다. 삭발을 하며 연기혼을 보여준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도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했다.
1990년대에는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9),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숱한 화제작을 내놓았다. 대종상영화제,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2001년에는 SBS 드라마 ‘여인천하’의 주인공 정난정 역할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35.4%를 기록하며 공전의 인기를 누렸고, 그해 강수연은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고인은 ‘써클’(2003), ‘한반도’(2006), ‘주리’(2013) 등 영화에 간간이 출연했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작품 활동이 거의 없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SF 영화 ‘정이’(가제)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단편 ‘주리’(2013) 이후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정이’는 고인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작품을 남긴 김지하 시인은 지난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시인은 최근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한 끝에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 빈소는 연세대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장남 김원보 씨(작가)와 차남 세희 씨(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겸 토지문학관 관장)가 있다.
1941년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1969년 시 ‘황톳길’로 등단한 후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족문학 진영의 대표 문인으로 꼽혔다. 이후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1973년 소설가 박경리의 딸 김영주와 결혼했으며, 1975년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 로터스상과 1981년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과 브루노 크라이스키상을 받았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에는 ‘타는 목마름으로’ 시집을 발표하며 저항시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외에도 고인의 대표 저서로 ‘생명’, ‘애린’, ‘황토’, ‘대설(大設)’ 등이 있다. 2018년 시집 ‘흰 그늘’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우리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시인을 추모했다.
●Exhibition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의 천사
일정 5월 22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전시 ‘노실의 천사’(Angel of Atelier)가 이번 달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 ‘노실의 천사’는 권진규가 쓴 글에서 따온 것으로, 노실은 거미가 있는 방, 천사는 그가 만들어낸 작품들을 뜻한다.
권진규는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그는 구상과 추상,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여성과 남성, 현세와 내세의 경계를 편견 없이 넘나들었으며 세속을 떠나 이상을 추구했다.
권진규는 생전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비운의 천재 조각가’로도 불렸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세상의 무관심과 생활고 등으로 고통받던 그는 1973년 5월 작업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유족이 기증한 작품(총 141점)과 이건희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고려대학교박물관, 리움 등 기관과 개인 소장자로부터 대여받은 작품이 포함됐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개인 소장하던 작품 ‘말’도 있다. 총 240여 점으로 권진규 개인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는 자작시를 바탕으로 불교에 한평생 귀의해왔다는 점에 착안해 시기별로 입산(1947~1958), 수행(1959~1968), 피안(1969~1973)으로 구분해 진행한다.
◇화각 : 오색의 향연展
일정 5월 22일까지 장소 용산공예관
‘화각 : 오색의 향연’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09호 화각장 이재만 특별초청전이다. 화각은 황소의 뿔을 이용한 우리나라 고유 각질 공예다. 황소 뿔 하나를 가공하면 10~20cm 정도의 작은 각지(角紙) 단 한 장이 만들어진다. 재료의 수급·가공 과정이 까다로워 예로부터 화각 공예품은 특수 귀족층이나 왕실에서만 사용했다. 1996년 최연소 국가중요무형문화재가 된 이재만 작가는 화각 공예로는 유일하게 지정된 장인이다. 유물을 재현한 화각 봉채함, 바둑판을 비롯해 이재만 화각장이 새롭게 창작한 12지신 필통, 불감, 보석함, 은장도, 가야금, 삼층장 등 화각 공예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Book
◇산산조각(정호승 우화소설)(정호승·시공사)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로 유명한 정호승 시인이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아 우화소설집 ‘산산조각’을 펴냈다. 시의 압축된 묘사 이면에 숨겨진 서사를 동화적 상상력으로 재탄생시키고 우화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아 보다 친근한 이야기로 인간의 삶이 지닌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 ‘산산조각’에 등장하는 화자와 주인공은 동식물과 사물이다. 망자(亡者)가 입는 수의, 못생긴 불상, 걸레, 숫돌, 오래된 절간 화장실의 받침돌 같은 하찮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엄연히 이 세상에 실재하고, 심지어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참나무 이야기’의 참나무는 대웅전의 대들보나 목불(木佛)이 되겠다는 꿈을 키운다. ‘선암사 해우소’의 바윗돌은 싱그러운 차밭에서 안락하게 지낸다. 하지만 참나무와 바윗돌은 전혀 뜻하지 않은 처지에 놓인다. 참나무는 장작이 되고 바윗돌은 해우소의 기둥을 받치며 똥물을 맞고 사는 신세가 된다. 꿈꾸던 미래와 안락함을 빼앗긴 두 존재는 낙담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묵묵히 견디는 가운데 삶의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른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듯 ‘나’ 역시 분명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이 세상에 왔으며 존재하기에 살아가야 할 이유 또한 명백하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정호승 시인은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 그 가치를 통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우화의 방법으로 성찰했다”고 말했다.
◇작별인사(김영하·복복서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머지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간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삶이란 계속될 가치가 있는 것인가’,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 등을 묻는다.
◇다시 말해 줄래요?(황승택·민음사)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의 채널A 황승택 기자가 쓴 두 번째 투병 에세이다. 저자는 인생 42년 만에 급작스럽게 찾아온 급성중이염으로 200여 일 동안 청력을 손실한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면면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혐오의 과학(매슈 윌리엄스·반니)
범죄학자인 저자가 혐오하는 마음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탐구한 책으로, 신경과학·심리학·사회학·통계학적 접근이 눈에 띈다. ‘혐오를 어떻게 멈추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책을 찾고 혐오범죄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탐구한다.
●Stage
◇넥스트 투 노멀
일정 5월 17일 ~ 7월 31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로라 피에트로핀토
출연 박칼린, 최정원, 남경주, 이건명, 양희준, 노윤, 이석준, 이아진, 이서영, 이정화 등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 7년 만에 돌아온다. ‘넥스트 투 노멀’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굿맨 패밀리 가족 구성원의 아픔과 화해,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16년째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 그런 엄마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딸 나탈리, 다이애나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며 흔들리는 가정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아빠 댄, 다이애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들 게이브까지 여러 상황으로 저마다 한계에 다다르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위태로웠던 가족은 서로의 상처를 진심으로 바라보고 작게 피어나기 시작한 희망을 붙잡으려 한다. 이번 프로덕션에는 연기력과 가창력을 갖춘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뭉쳤다. 국내 프로덕션 초연부터 두 번째, 세 번째 재연까지 참여한 배우 박칼린이 다이애나 역으로 다시 돌아온다. 한국 뮤지컬계의 레전드라 불리는 배우 최정원도 다이애나로 새롭게 합류한다.
◇모래시계
일정 5월 26일 ~ 8월 14일
장소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연출 김동연
출연 민우혁, 온주완, 조형균, 최재웅, 송원근, 남우현, 박혜나, 유리아, 나하나 등
뮤지컬 ‘모래시계’가 2017년 초연 이후 5년 만에 돌아왔다. 동명의 SBS 드라마가 원작이며,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대서사시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네 청춘의 이야기를 담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격동의 시대 속 엇갈린 선택과 운명에 처한 ‘태수’ 역에는 민우혁, 온주완, 조형균이 캐스팅됐다. 태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세상의 정의가 되고 싶었던 ‘우석’ 역은 최재웅, 송원근, 남우현이 연기한다.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좌절했던 ‘혜린’ 역에는 박혜나, 유리아, 나하나가 함께한다.
◇돌아온다
일정 5월 7일 ~ 6월 5일
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연출 정범철
출연 강성진, 박정철, 김수로, 정상훈, 이아현, 홍은희, 김곽경희 등
연극은 ‘돌아온다’라는 이름의 식당을 배경으로 한다. 허름하고 작은 식당에서 욕쟁이 할머니,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여교사, 집 나간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 작은 절의 주지 스님 등의 사연이 펼쳐진다. ‘돌아온다’ 제작진은 “누구나 가슴속에 ‘그리운 사람 혹은 무언가’를 하나쯤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 주변에 있을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온 가족과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동과 웃음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15년 전 상조회사에 입사해서 내가 제일 먼저 배운 것은 장례 절차도 염습 기술도 아닌 ‘노자 멘트’였다. 염을 다 하고 관에 모신 직후 유족들을 모시고 염습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뒤 마지막 인사를 시킨다. 그러면서 시신 위에 저승 가시는 길에 마지막 용돈을 드리라고 ‘멘트’를 친다. 멘트를 얼마나 감동적으로 치느냐에 따라 그날 노잣돈 액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노자 멘트는 매우 중요했다. 그 시절 노자 멘트는 대부분 보조팀장들이 했는데, 노잣돈이 적게 나오는 날에는 고참에게 욕을 들어먹곤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가족도 염습 장면을 참관하면서 아버지의 관 안에 노잣돈을 넣어드렸다. 마지막 ‘천판’(관 뚜껑)을 덮고 결관하여 다시 안치실에 모실 때까지도 나는 장례지도사들이 노잣돈 빼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마지막 천판 닫는 순간 유족에게 깊숙이 고개 숙여 인사드리라고 하는데 그 순간 빼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노잣돈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인간은 영혼이 사는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이러한 생사관을 바탕으로 영혼이 사는 세계에서도 재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죽은 사람의 몸이나 무덤 속에 재물을 넣어주는 문화가 생겨났을 것이다. 이런 문화는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고, 심지어 순장(殉葬)이라는 형태까지 생겨났다. 인간의 이성과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이런 풍습은 점점 사라졌다. 이후 국가별·종교별로 다른 생사관이 생겨났고, 그에 따른 죽음 의례도 발전해왔다.
우리 전통 장례에서는 노잣돈 놓는 절차를 찾아볼 수 없다. 비슷한 절차로는 습(襲)1)의 단계에서 ‘반함’(飯含) 의례가 있다. 반함은 시신의 입에 쌀과 엽전 혹은 구슬을 물려 입안을 채우는 것이다. 이는 부모님에 대한 예(禮)로 행하는 것인데, ‘예서’에는 ‘반함을 하는 이유는 차마 입이 비어 있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맛있고 깨끗한 물건을 채우는 것’이라 나와 있다. 저승 가서 쓰라고 드리는 노잣돈과는 의미가 다른 것이다.
내가 염습을 할 때는 주로 불교용품점에서 판매하는 지전(紙錢, 가짜 돈)을 준비해서 유족에게 미리 나누어드리고 노잣돈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잣돈은 돈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드리는 것이다. 죽은 이에게 5만 원 지폐를 가득 넣어드린다고 해도 유족들 마음에 미움과 원망이 가득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저 가치 없는 종이 쪼가리일 뿐이다. 지전이라 하더라도 가족들 마음에 공경과 사랑이 가득하다면 10억 원, 100억 원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을 담아 저승으로 보내드리자.
1) 유교 상례 절차의 두 번째 단계로 고인을 목욕시키고 습의(襲衣)를 입히는 절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화장능력과 안치공간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조치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감염 전파 등을 우려해 고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경우 반드시 화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간 사망자가 2253명에 달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급증으로 화장장 정체와 시신의 안치 공간 부족 등 장례절차 진행에 국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전국 화장로 운영을 확대하고 운영시간을 연장한 바 있다. 하루 처리 화장 능력은 1000건에서 1400건 정도로 확대됐다. 그러나 수도권 및 광역시 등 대도시 중심으로 사망자 발생 및 화장수요가 몰리는 등 여전히 지역별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기존 수도권 및 광역시 대도시 중심으로 적용하던 ‘화장로 1기당 7회 운영 기준’을 전국 60개 모든 화장시설에 적용한다. 또한 복지부는 조례 등에 따라 관외 사망자 화장을 금지한 지자체도 한시적으로 관외 사망자 화장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줄 것을 17개 시·도에 권고했다.
화장 지연으로 인해 시신을 안치할 장소도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전국 장례식장 1136개소에서 시신 8706구를 보관할 수 있는 안치냉장고가 운영 중이다.
지역별 화장 가능 인원은 서울 191구, 경기 200구, 인천 95구 등 수도권 486(33.9%)구다. 비수도권은 부산 98구, 대구 60구, 광주 46구, 대전 35구, 울산 36구, 세종 36구, 강원 104구, 충북 61구, 충남 64구, 전북 73구, 전남 73구, 경북 106구, 경남 139구, 제주 16구다.
정부는 향후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는 상황까지 대비하기 위해 추가 안치 공간을 구축할 예정이다. 장례식장 및 화장장 등의 여유공간을 확보해 안치냉장고를 추가 설치하고, 실내외 저온 안치실을 구축한다. 화장장에 추가 구축한 안치공간은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끝냈으나 화장예약을 하지 못해 대기해야 하는 고인을 임시로 안치할 수 있도록 활용할 계획이다.
더불어 전국 지자체에 모든 장례식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장례를 수용하도록 행정지도할 것을 요청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번 조치가 유족의 장례 절차 과정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고인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특정 지역으로 화장 수요가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근 지자체 등 권역 내에서 화장수요를 분담하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1 입관을 앞두고 가족들이 고인과 마지막 만나는 시간이다. 저마다 슬픔을 추스르며 고인에게 작별인사를 올린다. 어느 정도 인사가 끝난 것 같아 남은 절차들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작은며느리가 잠깐 기다려달라고 한다.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고인의 귀로 가져다 댄 후 녹음된 음성을 틀어준다.
휴대전화에서는 코로나19로 입국하지 못한, 브라질에 거주하는 딸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엄마, 못 가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마지막 가는 길마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고마워 엄마. 너무도 사랑하는 우리 엄마. 이제 편히 쉬어.” 딸은 흐느끼느라 말을 맺지 못했다. 사랑하는 엄마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슬픔이 절절히 느껴졌다.
#2 아들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임종을 지키러 입국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들어올 수 없었다. 직계가족의 상이 발생할 경우 입국 시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면 자가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지만 운명하지 않은 시점에서 들어올 경우에는 15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3 일정이 맞지 않으면 장례식에 참가 못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아들은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대신 장례식이라도 참석하기 위해 임종 후 입국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입국한 상주를 받아주는 장례식장은 흔치 않았다. 우리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서 발 벗고 나서 겨우 장례식장을 섭외할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고인 사망 후 상주가 입국해 자가격리 면제를 받은 후 4일 만에야 겨우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릴 수 있었다.
유족들은 코로나19 때문에 빈소를 차리지 않는 무빈소로 장례를 치르겠다고 했다.
“상주님~ 빈소를 차리지 않으면 아쉽지 않으시겠어요?”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할 수 없지요. 빈소를 차리면 저희들이 조문을 받지 않겠다고 해도 직장 동료나 지인들이 참석해야 할지 말지 고민할 텐데…. 애초에 빈소를 차리지 않는 것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결국 빈소를 차리지 않았다. 참관식에서는 목사님과 여러 성도님들이 함께 발인예배를 진행하며 어머니의 천국 가시는 길을 배웅했다.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도 예외가 아니다. 이 사태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종식된 이후에도 전과 같은 장례식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장례식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애도’에 있다.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 가족들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위로받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이전 장례식에서는 이런 애도의 과정이 실종되었다. 운명한 직후부터 유족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빈소가 차려지면 조문받기 바쁘다. 발인하는 날은 장례식장에 비용을 정산하고, 화장장을 예약하고, 장지 계약하는 등 3일 동안 장례는 정신없이 돌아간다. 그나마 온전히 고인을 추도할 수 있는 시간은 염습을 참관하는 한 시간 남짓이 전부였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시대의 장례는 규모가 축소되었을지언정 그로 인해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늘어났다. 부고를 하고 정신없이 조문을 받던 시간이 오롯이 가족들끼리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다.
나는 깊이 있는 애도와 가족 간의 애틋한 추모를 위해서는 가족 추모식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추모식이라고 해서 거창할 것도 없고 형식을 따질 필요도 없다. 고인과의 추억을 이야기하거나, 고인의 사진을 함께 보고, 메모리얼 포스트(고인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를 작성해 나누면 된다.
내가 근무하는 협동조합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추모와 애도가 중심이 되는 장례식을 준비해왔고 ‘채비’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채비’는 추모식이 중심이 되는 혁신형 장례식이다. 우리 조합은 가족들이 추모식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기획, 연출, 진행을 돕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의례가 사라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채비장례’를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죽음과 의례의 본질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양면이 있다. 죽음 또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