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관계 속에서 더 오래 더 살래
- 100세 시대라고 한다. 과연 100세를 산다는 것은 모든 이에게 축복일까. 저출산과 맞물린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여러 면에서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주거 문제도 마찬가지다. 라이프사이클이 바뀌면서 시니어들에게 집은 더 크고 빈 공간이 된다. ‘노후에 어디서 살고 싶은가?’라는 설문에 많은 시니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답을 한다. 살고 있는 집에 정이 든 이유도 있고 지역을 잘 알고 있어 편리한 면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그 지역에서 살면서 형성한 인간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아파트는 좀 예외이지만 단독주택이나 빌라에 오랜 세월 살아온 분들은 동네에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많다.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사는 것이 편하고 안정적이다. 단독주택이나 빌라 등은 좀 불편한 점이 있으나 집의 구조나 가구 등은 시니어에게 맞게 고쳐나가면 된다. 요즘에는 주택설계 단계에서부터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며 기존 주택의 리모델링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가족구성원이 줄어들어 혼자 남게 되었을 때가 문제다. 집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 된다. 외부와 단절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고독사를 비롯한 많은 사회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령자 1인 가구는 더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휴대폰 하나로 집 안의 각종 전자기기가 다 조작되는 스마트홈으로의 진화는 어쩌면 인간을 더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 같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서울 지자체마다 ‘한지붕 세대공감’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의 남는 방을 대학생들에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도록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시니어들은 빈방을 지속적인 수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방 수리비로 100만 원까지 지원도 해준다. 학생들에겐 주거비 부담이 줄어드는 혜택이 있다. 무엇보다 시니어들이 대학생들과 같이 살면서 세대 간 교류가 가능하다. 그러나 자기 자식과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에 이런 관계가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도시에서 계속 살고 싶은 시니어를 위한 주거 유형으로 셰어하우스가 있다. 셰어하우스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개인 공간과 넓은 공유 공간을 마련해 입주자가 서로 교류하고 나누는 주거 개념이다. 개인 공간으로는 작은 방이 하나씩 있고 거실, 욕실, 세탁실 등을 공유한다. 주방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식사는 함께 모여서 한다. 일본에는 이러한 시니어용 셰어하우스가 일반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제 모색 단계에 있다. 순번을 정해서 식사를 준비하니 시간 여유도 생긴다. 각자 가진 재능을 나누기도 하고 취미생활을 같이하기도 한다. 뜻이 맞는 이웃과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한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로 또 같이’를 표방하는 셰어하우스는 타인과 같이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보다 함께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훨씬 많은 주거 유형이다. 서울의 대학가 주변에 학생들이나 직장 여성들을 위한 셰어하우스가 최근에 많이 생겼다. 그러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니어용 셰어하우스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셰어하우스 공급자들이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 원인은 시니어들에게 있는 것 같다. 필자가 그동안 많은 시니어 커뮤니티에서 활동해본 경험으로 보면 시니어들이 모여 살기 힘든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이다.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은 것, 자기주장이 강한 것, 과거의 자랑을 반복하는 것 등도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행위다. 최근에 시니어가 셰어하우스에 입주한다면 어떤 에티켓을 지녀야 할지 지인들과 논의해본 적이 있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1 사생활, 사적 공간을 침해하지 않을 것, 너무 늦게 다니지 말기. 2 남의 물품 허락 없이 사용 금지, 컴퓨터, 책도 마찬가지. 3 외부인 들여 재우기 금지, 가족, 친구도 숙박 금지. 4 집 안에서 흡연 절대 금지, 술·담배·마약·도박 금지. 5 자기 집 주변과 주방, 욕실 등 공유 공간 사용 후 청소하기. 6 반려동물 자제, 관리 철저. 7 나이·과거의 지위·경력을 잊을 것, 자식자랑도 정도껏 하기. 8 정치와 종교에 대한 논쟁 금지. 9 어느 정도 복장에 신경 쓸 것, 내의·등산복 차림 곤란. 10 서로 의논해 만든 규약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지킬 것. 열 가지 내용 모두 그리 어렵지 않은 에티켓이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시니어가 많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살아온 복잡한 도시를 떠나 노후에는 자연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막상 도시를 떠나려 하면 두려워지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진다. 토지를 구입하는 일도 어렵지만 설계하고 집짓는 일도 복잡하다. 토지 사기꾼도 많고 엉터리 시공회사도 많다. 건축허가가 불가능한 땅을 교묘하게 포장해서 팔기도 하고 남의 땅을 조작해서 팔기도 한다. 엉터리 공사로 지은 지 몇 년 만에 하자투성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자칫 실수하는 날에는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릴 수도 있다. 어렵사리 전원생활을 시작하고도 원주민들과의 갈등이 생기면 전원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도시로 유턴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시니어를 위한 전원마을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우선 도시의 편리를 일부 공유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특히 의료시설은 시니어에게 필수 시설이다. 규모는 최소 300호 이상으로 입주자들의 집은 작게 하고 공동 시설인 커뮤니티 시설을 크게 하는 개념이다. 이는 셰어하우스에서 개인 공간을 최소화하고 공유 공간을 크게 하는 개념과 똑같다. 집의 유형은 단독이거나 빌라,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게 한다. 집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커뮤니티 시설에 모여서 함께할 수도 있다. 취미생활을 같이하기도 하고 재능나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식재료는 대부분 주민들이 재배해서 사용한다. 이러한 코하우징 모델이 지속가능하려면 젊은 사람들이 같이 살아야 한다. 젊은 층을 유치하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방문객이 많아지면 여러 가지 일자리도 가능해진다. 집과 마을이 아름다워서 꼭 방문해보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이라는 소문이 나면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마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이상적인 마을이라 해도 서로 관계 형성이 제대로 안 된다면 같이 살기 어렵다. 결국 함께 사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러나 내 마음에 맞는 타인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누군가와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 >>손웅익 동년기자 (주)서울오션아쿠아리움 부사장, (주)아쿠아건축사무소 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 시니어주거아카데미 앙코르스쿨 ‘주거분야’ 전문강사,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동년기자, 실버산업전문가포럼 부회장, 미술심리 상담사 등으로 활발한 인생 2막을 설계 중인 건축가이자 수필가.
- 2018-02-09 10:47
-
- 스승도 수업도 필요 없다, 책 한 권으로 즐기는 ‘컬러링’
- 시니어들에게 그림은 대중적인 취미생활 중 하나다. 누구나 한 번쯤 가졌던 학창 시절의 꿈을 떠올릴 수도 있고, 특별히 이젤을 들고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사진 한 장 보며 실내에서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시작이 어렵다. 이미 굳을 대로 굳어버린 손으로 새로운 기술을 익힌다는 것이 쉬울 리 없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취미 분야가 있다. 바로 몇 년 전부터 저변을 넓히고 있는 컬러링.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하는 시니어들이 혼자서 하기 안성맞춤이다. 컬러링은 말 그대로 채색을 의미한다. 이미 그려져 있는 밑그림에 색을 입히는 것. 마치 어린아이들의 색칠공부와 같이 단순한 작업으로 여길 수 있지만, 마니아들의 완성된 결과물을 보면 예술작품과 다를 바 없다. 색연필 하나로 부리는 마법 컬러링북 채색에 쓰이는 도구는 일반적으로 건식 재료들이 널리 쓰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색연필. 주변에서 구하기도 쉽고 초보자가 다루기도 가장 간단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채화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수채색연필도 많이 쓰인다. 동호인들은 색연필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로 휴대성을 꼽는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그릴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동용보다는 60색 이상의 색연필을 사용해야 표현이 자유로워진다고 조언한다. 이외에 라이너나 마카, 고체물감 등의 도구도 컬러링에 사용된다. 각 도구들마다 발색과 보존성, 표현력의 차이가 커 주제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주제에 따라 쓰임새 다양한 컬러링북 정해진 도안에 색을 입히는 과정이 지루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림의 주제와 용도가 다양한 컬러링북이 시중에 출간되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메신저 속 캐릭터부터 세계 주요 도시, 국내 유명 관광지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컬러링북들도 나와 여러 여행지를 간접경험하게 해준다. 역사나 해부학 같은 학문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컬러링북도 있다. 이와 관련한 밑그림을 색칠하는 것만으로 공부가 된다. 채색을 끝내고 선물로 활용할 수 있는 컬러링북도 있다. 전래동화의 장면들을 채색하다 보면 손주를 위한 유용한 동화책이 완성되기도 한다. 또 엽서를 묶은 형태의 컬러링북도 있어 지인들에게 색다른 선물을 하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다. 시니어 취미생활에 딱 맞아 특히 최근에는 보태니컬 아트와 접목된 컬리링북의 인기가 뜨겁다. 보태니컬 아트는 원래 각종 식물을 기록하는 도감을 제작하기 위한 그림으로 출발했는데,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식물 일러스트레이션, 꽃 드로잉, 식물 세밀화 등의 고유한 화풍으로 발전되어왔다. 국내에선 일부 작가를 통해 조금씩 소개되어오다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국내 동호인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지면서 몇 년 전부터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컬러링북 소재로도 널리 활용돼 해외 작가의 책들뿐만 아니라 국내 작가의 저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를 집필한 이화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이해련 강사는 “컬러링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그림에 재미를 붙이고, 요령을 터득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입문 과정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보태니컬 아트와 컬러링 모두 시니어들에게 딱 알맞은 취미로 해외 아티스트 중 상당수는 고령자들이고 실제로 수강생들 중 은퇴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해진 도안에 색을 입히는 과정이 지루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림의 주제와 용도가 다양한 컬러링북이 시중에 출간되어 있다.
- 2017-07-25 14:25
-
- ‘어떻게 적당하게 잘 쓸 수 있을까’
- 자수성가한 한정현(67세, 남)씨의 돈에 대한 제1원칙은 ‘절약’이다. 평생 근검절약이 몸에 밴 한정현씨의 돈에 대한 태도는 자녀들이 모두 독립한 뒤에도 여전하다. 하지만 아내 김혜숙씨의 생각은 다르다. 이제 아이들도 독립하고 큰돈 들어갈 일도 별로 없으니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여행도 좀 다니면서 ‘적당하게 쓰면서’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의 차이 때문에 부부간에 말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던 중 남편 한정현씨의 생각이 변하는 계기가 있었다. 친구 중에 자수성가한 한 사업가가 있는데 평생 힘들게 돈만 벌다가 얼마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문제는 그 친구가 죽은 뒤에 일어났다. 재산을 두고 자녀들 간에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한씨는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노력하던 친구의 삶이 참 허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이제 아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적당하게 돈을 잘 쓸 수 있는지 전문가에게 재무상담을 받아봤다. 삶의 가치관 알기 “당신에게 돈이 왜 중요합니까?” 재무상담사에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한정현씨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돈은 ‘당연히’ 중요한 것이지 ‘왜’라고 묻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한씨에게 돈은 왜가 아니라 무조건 중요했다. 돈이 삶을 살아가는 ‘목적’이었던 것이다. 아래 내용은 재무상담을 위해 한정현씨가 상담사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상담사 다른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만약 충분한 돈이 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십니까?’ 한정현 아직 돈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상담사 네, 그러시군요. ‘만약’이라는 가정을 하고 드린 질문입니다. 다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충분한 돈이 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십니까?’ 천천히 생각해보신 후 답을 하셔도 됩니다. 한정현 (3분 정도 침묵 후) 충분한 돈이 있다면 나 자신을 위해서 좀 쓰고 싶습니다. 상담사 그 전에 자신을 위해 돈을 쓰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한정현 책임감 때문이죠. 가족에 대한 책임감. 그게 마무리되어야…. 상담사 책임감… 한정현씨에게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군요. 그렇다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다했다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습니까? 한정현 짜릿하겠죠. 성취감도 들고 비로소 마음이 편안하고 자유로울 것 같네요. 상담을 통해 드러난 한정현·김혜숙씨 삶의 가치는 각각 다음과 같다. 제안 노후실손의료보험 노후실손의료보험은 50세 이상부터 75세까지의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민간보험회사에서 판매하는 보험이다. 보험사에서 정한 건강기준에 적합하면 가입할 수 있으며, 입원과 통원을 합산해 연간 1억원 한도로 실제 발생한 의료비를 보장한다. 일반실손의료보험에 비해 자기부담금비율이 10~20% 높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하다. 자기부담금비율이 높아 치료비가 적게 발생하는 입원이나 통원 시의 혜택보다는, 고액의 치료비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해 가입을 고려해볼 만한 상품이다. 주택연금 주택연금은 9억원 이하의 주택 소유자나 배우자가 60세 이상일 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주택연금을 수령하다가 사망하면 사망 당시에 주택 매도가격이 연금 총액과 이자 등 비용을 상계하고도 남으면 자녀들이 잔액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연금 총액과 비용이 주택 매도가격보다 더 높으면 자녀들이 주택 상속을 포기하면 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의학적으로 더 이상 가망 없다는 전문의의 판단이 있을 때, 추가적인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의견을 미리 작성해둘 수 있다. 우리나라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통과됨에 따라 2018년 2월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법적 효력을 갖게 되었다. 유언장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전 유언이 있을 때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한다. 유언이 없을 때는 상속인들이 협의분할을 해야 하는데 서로 협의가 되지 않으면 법정상속을 한다. 이런 갈등을 방지하려면 미리 유언장을 작성해두는 것이 좋다. 다만 유언장은 법이 정해놓은 요식을 준수해야 효력이 발생하므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한 후 작성한다. 일시납 연금보험 일시납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종신 지급형으로 수령하면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시점까지 연금이 지급된다. 피보험자가 55세가 넘고 종신 지급형으로 수령하며 피보험자가 사망 시 연금액이 소멸하는 연금보험은 세법상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된다. 그러나 확정된 기간 동안 연금을 받거나 피보험자가 연금을 수령하다가 사망 시 남은 금액이 상속인에게 지급되는 일시납 연금보험은 2017년 4월 이후부터 가입 금액이 1억이 넘으면 수령 시 이자소득세가 과세된다. 여가활동 시니어 인구가 증가하면서 활동 공간과 영역도 점차 늘고 있다. 시니어들의 여가활동 특징은 배움과 여가를 동시에 고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약간의 수입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각 지역 지방자치단체에 가면 시니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이나 여가 프로그램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서울시 산하의 50+재단(50plus.or.kr)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령자 교통안전교육 만 65세 이상의 운전자가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면 자동차보험료의 5%를 할인해준다.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은 도로교통공단 13개 시도 지부에서 실시하며 비용은 무료다. 교육시간은 3시간 정도 이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교육이수 후 수료증을 보험사에 제출하면 자동차보험 5% 할인특약에 가입할 수 있다.
- 2017-07-17 11:48
-
- 일본 단카이 세대의 취미
- 이태문 일본 통신원 gounsege@gmail.com 정년퇴직 이후의 삶, 제2의 인생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즐길 수 있을까?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며 그 실마리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릴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 새로운 취미를 만드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의욕과 체력이 따라주는 젊은 시절부터 ‘취미의 씨’를 뿌려두는 게 중요하다. 취미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그 비결을 물으면 “젊었을 때 했던 취미생활을 다시 시작했다”고 대답하는 분들이 꽤 된다. 그러나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걸 방해하는 건 의욕도 체력도 아니고 ‘오래 계속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일지도 모르겠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기회이자 타이밍’이니 남은 삶에 지금까지 맛본 적 없는 ‘재미’와 ‘보람’을 선물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자기 삶의 ‘애호가’일 것이다. 일본 시니어들의 취미 일본에서는 고령자가 계속할 수 있는 취미로 주식, 등산, 워킹, 낚시, 독서, 자수, 골프, 볼링, 시쓰기, 체스, 데생, 원예, 역사, 장기, 분재, 서예, 유화, 과자만들기, 수묵화, 시계수집, 게이트볼, 꽃꽂이 등을 꼽는다. 크게 몸을 움직이는 취미, 머리를 쓰는 취미, 손동작이 필요한 취미 등으로 나눌 수 있겠다. 이러한 취미는 운동 부족을 해소해주고, 치매 예방에도 좋다. 또한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넓혀주고 쓸쓸한 노후의 고독도 피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60대 남녀의 인기 취미 순위 350개 이상의 취미를 소개하는 일본의 ‘취미찾기닷컴’이 조사한 인기 순위를 잠깐 살펴보자. 먼저 60대 남성은 혼자 하는 여행, 사이클링, 오토바이, 재택근무, 사진, 전자공작(PIC), 절과 신사 순례, 주식, 워킹 순으로 조사됐다. 60대 여성의 경우는 혼자 하는 여행, 재택근무, 온천 순례, 절과 신사 순례, 워킹, 자수, 양궁, 등산, 심리학 순으로 인기가 있었다. 참고로 50대 남성의 취미로 사격, 50대 여성의 취미로 소설쓰기, 기타, 퍼즐 맞추기 등이 눈에 띄었다. 내 꿈을 찾아라~ 인생은 60부터 일본의 주쿄(中京) TV는 매주 일요일 아침 5시 45분부터 을 방송하고 있다. ‘아라칸’은 Around Kanreki의 줄임말로 칸레키는 우리말로 환갑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은 환갑 전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꿈에 도전해 제2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힌트를 제안하고 있다. 이 방송에서 소개된 이색 취미 몇 가지를 소개해보겠다. 2015년 12월 6일 방송에서는 빙상 위의 컬링(curling)이 아닌 날씨와 관계없이 체육관에서 즐길 수 있는 ‘커롤링(curolling)’이 소개됐다. 20여 년 전 나고야에서 시작된 이래 경기 인구 40만 명을 자랑하는 인기 스포츠로 체력보다는 두뇌게임이라는 점에서 ‘마루 위의 체스’라고도 불린다. 2016년 1월 10일에는 미술 취미로 ‘어탁(魚拓)’이 소개됐다. 낚시를 좋아하지 않아도 누구든 즐길 수 있는 ‘어탁’은 기존의 수묵(水墨) 중심이 아니라 색채와 구도 등을 바꿔가며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꼭 물고기가 아니어도 되며 모든 사물의 본을 떠서 작품으로 만드는 ‘탁화(拓畵)’라는 장르가 새롭게 소개됐다. 그다음 주인 1월 17일에는 카우보이 복장으로 차려입고 컨트리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컨트리 댄스가, 3월 13일에는 1960~1970년대에 붐이 일어나 일렉트릭 기타에 빠졌던 세대들이 밴드를 결성해 제2의 청춘을 만끽하는 모습이, 4월 17일에는 실제 동물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리얼 양털 퀼트 아트가, 8월 7일에는 다양한 무늬가 특징인 넥타이를 재활용해 가방과 인형 등을 만드는 리폼이 소개됐다. 이 밖에 9월 4일에는 경이로운 종이접기의 세계, 9월 11일에는 걸리버 여행기를 방불케 하는 미니어처의 세계, 10월 9일에는 종이를 오려내 그림을 만드는 ‘키리에(切り絵)’, 10월 23일에는 실제로 사람을 태우고 증기를 뿜으며 달리는 철도 모형 등이 소개됐다. 2017년에 들어와서는 우쿨렐레와 돌하우스(미니어처 장난감 집), 천사의 소리 핸드벨 음악, 볼펜 그림의 세계 등이 전파를 탔다. 이색(異色) 취미보다는 다양한 취미 인구가 많아지고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면서 취미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이색적이라는 이유로 주목을 끌던 취미들은 최근 덕후(마니아, 광)들이 등장하며 주류와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고 있다. 그만큼 취미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셈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 역시 새로운 취미에 도전해 개척하는 자세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자들에게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기보다는 치매 예방 차원에서 손가락과 뇌를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주산, 바둑, 장기, 손글씨, 그림, 색칠하기, 민요, 노래방, 꽃꽂이 등을 권한다. 간단한 요리를 만들게 하거나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시키는 것도 좋다. 몸 푸는 기분으로 이런 취미는 어떨까? 사단법인 일본 화살불기 레크레이션협회는 폐활량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취미로 화살불기를 권한다. 실제로 전국의 화살불기 교실에는 60~70대 회원들이 많은데 90세가 넘은 고령자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수집이 취미인 사람들은 모으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수집한 물건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취미활동을 확대해보는 것도 좋겠다. 예를 들어 도자기 수집을 하는 사람이 도예 교실을 다니며 직접 만들어보거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해 실력을 인정받는 것은 어떨까? 또 인물과 동물, 자연 풍경 등 사진 찍기를 즐기는 사람은 독거노인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등 자신의 취미와 능력을 사회에 환원하는 재능기부 나눔을 실천해보는 것도 좋다. 이처럼 좀 더 관심을 갖고 주변을 살펴보면, 의외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들이 많다. 먼저 발품을 팔아 정보를 찾아보고 자신에게 ‘안성맞춤’인 취미를 선택해보자. 슬슬 발동을 걸어보자 지난 2014년 5월에 구성된 댄스 그룹 ‘TGK48’은 일본 기후 현 다지미 시의 고령자들이 만든 그룹이다. 그룹명은 일본의 인기 여성 아이돌 그룹 AKB48의 이름에서 힌트를 얻어 ‘다지미, 겐키(건강), 고레샤(고령자)’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었다. ‘노래하고 춤추고 먹고 마시고’를 기치로 내걸고 2016년 8월 60대 42명, 70대 21명, 80대 1명 등 총 64명(남성은 5명)으로 구성된 ‘TGK48’은 힙합도 소화하는 본격 댄스 그룹으로 공공시설을 빌려 일주일에 한 번씩 두 시간가량 연습을 하며 구슬땀을 흘린다. 최근 춤을 잘 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크고 작은 행사와 스포츠 대회에 출연,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강사 레슨비 등 연간 100만엔가량의 운영비는 다지미 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고령자의 의료비와 개호비 등의 삭감과 관련해 길게 내다본 다지미 시의 획기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2016년 3월 16일자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TGK48’ 멤버 35명의 체력을 측정한 결과 전 항목에 걸쳐 동세대의 일반인들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깜빡이는 빛을 보고 도약하는 데 걸리는 ‘전신 반응속도’는 무려 0.3초대로 20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5초간 빠르게 스텝을 밟는 ‘서서 스텝핑’의 평균 횟수도 60대 멤버가 40.1회, 70대 멤버가 37.7회를 기록해 젊은이 못지않은 결과를 보여줬다. 이들의 체력을 측정한 기후대학교 교육학부의 가스가 히카루 교수는 “힙합은 빠른 템포의 음악에 몸의 움직임을 맞추는 춤으로 신경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2017-04-17 08:53
-
- 주택연금으로 가택연금 피하자
-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대표 ssdks@naver.com A(65세)씨는 요즘 원치 않는 혼족 생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 모임에 열심히 나갔으나 지금은 발길을 뚝 끊은 상태다. 한때 동기회 회장까지 맡았던 그는 몇 년 동안 일체 연락도 하지 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즐겁지만 식사비와 가벼운 음주 비용마저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TV뿐이다. 그는 지금 강남의 10억 정도 하는 아파트에서 소파를 침대 삼아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TV를 보고 있다. 밖에 나간 아내가 빨리 들어오지 않아 분을 삭이면서.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하다 55세에 퇴직한 A씨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아내와 함께 고품격 해외여행은 물론 뮤지컬 관람 등 문화생활을 즐겼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로서 그동안 고생한 보람을 맘껏 누렸던 것이다. 그러나 고가의 아파트도 있으니 어찌 되겠지 하는 맘으로 5년을 즐기는 동안 어느새 저축해놓은 돈이 동나버리고 말았다. 그 허전함과 불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정했던 아내와의 사이는 벌어지기 시작했고 A씨는 집 안에 틀어박혀서, 아내는 밖으로 나도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A씨가 다시 액티브 시니어로서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택연금 가입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나? A씨가 가택연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주택을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10년 동안 일을 쉰 65세의 은퇴자에게 재취업의 길은 멀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처분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9억원 이하의 아파트로 이사하면 1억원 정도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A씨가 9억원짜리 아파트로 이사한 뒤 바로 주택연금 신청을 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주택연금 월 수령액은 신청 당시의 연령과 주택가격, 지급방식, 보증료 크기 등에 따라 다르다. 만일 A씨가 매월 일정한 금액을 종신지급받는 조건으로 가입할 경우 월 227만4000원 정도를 받게 된다([표 1] 참조). 현재 A씨는 국민연금으로부터 매월 약 70만원을 받고 있으므로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합치면 30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생활비를 250만원 정도로 낮추면 7억짜리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고, 200만원까지 낮추면 5억짜리 아파트로 이사할 수도 있다. 월 생활비를 250만원으로 낮추면 3억 정도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200만원으로 줄이면 5억원의 여유자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액티브 시니어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주택연금 신청자 얼마나 되나? 주택연금은 2007년 7월에 도입된 이후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누적 가입자 수는 2012년 말 1만1393명에서 2016년 말에는 3만4444명으로 증가했다. 매년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신규 가입자 수는 2012~2015년 5000~6000명 선에서 2016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그림 1] 참조). 2016년 신규 가입자 수(1만309명)는 2015년보다 58.9%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지난해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내집연금’ 3종 세트 출시와 가입요건 완화 덕분이다. 주택연금이 고령층의 주요 노후준비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한편 2007년 7월 주택연금 출시 이후 2016년까지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71.9세, 평균 주택가격은 2억8300만원, 월 평균 수령액은 9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84.0%로 가장 많았고, 주택 규모는 85㎡(약 25.8평) 이하가 78.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집연금’ 3종 세트란? ‘내집연금’ 3종 세트는 2016년 4월 25일 출시된 상품으로 다음 3개의 주택연금을 묶었다. ① 일시인출 한도를 70%로 늘여 만 60세 이상 고령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게 한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 ② 40~50대가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다가 향후 주택연금으로 전환할 때 최대 연 0.3%p의 전환장려금을 지급하는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 ③ 1억5000만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월 지급금을 최대 15% 더 많이 주는 ‘우대형 주택연금’. 첫째,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은 부부 중 한 명이 만 60세 이상이고 부부 기준 9억원 이하 1주택 소유자 또는 다주택 보유자의 경우는 보유주택 합산 가격이 9억원 이하이면 가입할 수 있다. 합산 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는 2주택자는 3년 이내에 비거주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가입 가능하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는 주택가격의 1.0%를 가입비 형태로 초기보증료를 납부해야 하며, 매년 연금지급 총액의 1.0%를 연보증료를 납부해야 한다. 보증료는 월 지급금 보장 및 미래손실 충당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된다. 보증료는 연금지급 총액에서 자동 공제되므로 직접 납부할 필요는 없다. 연금지급 한도의 70%까지 일시에 인출해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활용할 수 있다. 일시 인출한도 금액은 주택가격과 연령에 따라 다르므로 주택금융공사에 문의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만일 인출한도 전액을 사용했음에도 주택담보대출 전부를 상환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최대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서울보증보험의 내집연금연계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부부 모두 사망하거나 주택소유권을 상실했을 경우, 그리고 1년 이상 거주하지 않을 경우에는 주택연금이 종료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종료 시점에 주택가격이 연금수령 총액보다 많을 경우에는 남는 부분이 자녀에게 상속되므로 주택연금 가입 후 주택가격이 오르면 손해 보는 것 아니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연금수령 총액이 주택가격보다 많으면 부족분에 대한 청구는 하지 않으므로 혹시라도 자녀에게 빚으로 떠넘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할 필요도 없다. 둘째,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은 40~50대 중·장년층이 주택연금 가입을 미리 약속할 경우 이자 혜택을 주는 연금상품을 말한다.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장기 주택담보대출로 보금자리론을 빌려 집을 살 때 주택연금에 가입할 것을 약속하면 연금전환 시점까지는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다가 전환 시점이 되면 빚을 일시에 상환한 뒤 남는 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방식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만 40세 이상이고 무주택자 또는 부부 기준 9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일 경우 이용할 수 있으며, 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가 만 60세가 된 후 희망하는 시기에 주택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주택연금 전환가능 여부는 전환신청 당시의 주택연금 가입요건에 따라 결정된다. 만일 전환신청을 했는데 가입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주택연금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 초기보증료는 주택가격의 1.5%, 연보증료는 연금지급 총액의 0.75%다. 주택연금 종료 사유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과 동일하다. 이 주택연금은 금리를 0.15%p 우대해준다. 또 은행에서 만기 일시상환식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받은 사람이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면서 주택연금 가입을 약정하면 추가로 0.15%p를 우대받아 총 0.3%p의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대이자는 60세 연금 전환 시점에 전환 장려금으로 일시에 받을 수 있다. 가령 만기 일시상환식 변동금리부 은행 대출을 가진 45세 B씨(3억원 주택 소유)가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고 주택연금 가입을 예약하면 주택연금으로 전환되는 60세에 296만원을 받는다. 사전예약 보금자리론에 가입한 뒤 주택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조기상환 수수료는 면제된다. 단 주택연금 전환 이후 해지할 경우에는 면제된 조기상환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셋째, 우대형 주택연금은 부부 기준 1.5억원 이하의 1주택 보유 고령자의 노후생활비 지원을 위한 연금상품으로 일반 주택연금보다 월 지급금이 8~15% 정도 많다. 대출한도의 45% 이내에서 필요에 따라 수시인출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상품의 장점 중 하나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대출한도 45%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자기자금으로 초과하는 금액을 상환한 뒤 우대형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자기자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상품의 초기보증료는 주택가격의 1.5%, 연보증료는 연금지급 총액의 0.75%다. 주택연금 종료 사유는 앞의 두 상품과 동일하다. 주택연금 가입 방법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상담→가입신청→주택연금 약정 및 실행’이라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상담은 콜센터(1688-8114)를 이용할 수 있고, 가까운 주택금융공사 지사나 은행 지점을 방문해 받을 수도 있다. 방문상담을 할 경우에는 예약상담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예약을 하지 않고 그냥 방문하면 오래 기다리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예약상담은 홈페이지(www.hf.go.kr)나 콜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가입신청 단계에서는 필요서류 제출 및 주택연금 보증신청이 진행된다. 필요 서류는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2부, 주민등록초본 1부, 전입세대열람표 1부, 가족관계증명서 1부, 인감증명서 2부 등이다. 가입신청을 하기 전에 거래할 은행을 정하고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있는 은행에서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조기상환 수수료가 면제된다. 주택연금 약정 및 실행 단계는 주택금융공사에서 은행으로 보증서를 발급한 뒤 고객이 거래은행을 방문해 주택연금 약정을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연금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주택연금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주택연금은 노후준비가 부족한 고령자들이 노후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연금을 수령하다 중도에 해지하면 초기보증 수수료를 날리게 되므로 배우자와 자녀 등 주택의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의견을 나눈 뒤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7년 7월 주택연금 도입 이후부터 2016년 말까지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중도에 해지한 사람은 총가입자(3만9429명)의 12.6%인 4985명이나 된다. 주택 소유자가 사망한 뒤 배우자가 계속 연금을 받으려면 배우자가 채무를 인수해야 한다. 배우자가 채무인수 및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할 때까지 주택연금이 일시적으로 정지되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 사전에 채무를 넘겨받는다는 약정, 즉 사전채무인수약정을 맺으면 주택 소유자 사망시 추가 약정을 맺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소유자 사망 후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주택연금 이용 중 이사를 할 경우에는 담보주택을 변경해야 주택연금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단, 이사하려는 주택가격(평가액)에 따라 월 지급금이 달라지거나 정산을 해야 할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주택금융공사에 문의해보는 게 좋다. >>손성동(孫盛東) 한국연금연구소 대표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한국연금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 2017-02-28 08:53
-
- 장년의 지갑 관리
- 어르신ㆍ노인ㆍ시니어 등으로 부르던 고령자의 이름이 장년으로 모아지고 있다. 인생의 정점을 지나 조용히 내리막길에 들어선 은퇴자다. 사회은퇴를 앞둔 몇 해 전, 먼저 은퇴한 친구에게 경험담을 들었다. 친구가 “현역과 은퇴자의 돈은 10:1 차이가 있다.”고 말하였다. 당시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귀에 들리지 않았다. 사회은퇴가 바쁘게 살아왔던 지난날 에서 벗어나는, 행복의 시작쯤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 다니랴 친구 만나랴 꿈같은 세월 몇 년이 훌쩍 지나갔다. 어느 날, 비상금 얼마정도 채워졌던 지갑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통장잔고는 생각보다 동그라미 하나가 사라졌다. 수입은 확 줄었는데 지출은 은퇴 전과 별 다른 게 없음을 확인하였다. 친구들과 어울려 은퇴 자축연까지 하고 다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10:1이 아니야. 100:1도 넘는 것 같아!” 호떡집에 불 난 것처럼 마음에 비상이 걸렸다. 젊은 시절 압축성장기에 노력한 만큼 알찬 열매도 맛보았다. 수입극대화가 실현가능한 목표였다. 이제는 재산증식만이 능사가 아니다. 언젠가 빈손으로 갈 것 아닌가! 현금흐름 수지균형 유지가 장년의 진정한 재무목표가 되어야 한다. 수지균형이 플러스인 경우에는 상속ㆍ증여ㆍ사회기부 등 지출을 늘려 재산을 서서히 줄이고, 마이너스인 경우에는 수입을 창출하고 지출을 억제하여 재산을 늘려야 한다. 장년에게는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에 투자하여 어찌하여 성공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만질 수 없는 남의 재산이다. ‘부동산은 자식의 것, 보험 등 장기투자는 배우자의 것’이라는 말을 그냥 흘려들어서는 아니 된다. 현역도 은퇴해야 하는 시기이다. 새롭게 수입창출하기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욕망이 지나치면 다단계에 속고 고수익 유혹에 당하기 쉬운 장년이다. 허망한 과욕이다. 소비지출을 검토하여 낭비억제 방법부터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제 30년 이상 장기 재무 설계를 하여야 한다. 월 10만 원이면 3천만 원, 100만 원이면 3억 원이 넘는다. 낭비하면 없어지는 것이요, 절약하면 남는 돈이다. 사회은퇴 후 별로 사용하지 않는, 무디어진 운전감각을 생각하여 자동차 운행을 확 줄였다. 세계 최고수준 대중교통이 매우 편리함을 몸소 느끼고 있다. 재능기부 봉사활동과 취미생활에 자동차 몰고 다닐 이유가 없다. 차량유지비를 꼼꼼히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 앞으로 차 구입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감가상각비까지 합하면 상당한 액수다. 걷기 운동하여 건강해지면 병원치료비와 약값을 절약할 수 있고, 건강식품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알량한 체면치레만 하지 않으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장년은 어느 날 얇아진 지갑을 발견하고 비로소 장년임을 깨닫는다. “지난날의 귀중한 경험은 깊이 간직하고, 화려했던 과거는 내려놓아라. 장년이 살아갈 길이다.” 사회은퇴 선배의 귀중한 경험을 깊이 새겼다.
- 2017-02-13 11:24
-
- [올댓연금] 60대의 연금술
- 어느 60대 여성들의 대화 어느 화창한 주말 오후! 어린이 놀이터를 빙 둘러싸고 있는 벤치에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두 분이 앉아 있다.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할머니의 존재를 잊은 듯 신나게 노느라 여념이 없었고, 할머니 두 분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잠시 손주들의 존재를 잊은 듯했다. 우연히 그 옆에서 할머니들과 아이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어정쩡하게 서 있던 필자는 어느 순간 벤치 쪽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시선을 고정했다. 남 이야기를 엿들은 것 같아 조금 민망하지만 직업병 탓으로 돌리며 그 내용을 여기에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할머니 한 분이 많은 돈은 아니지만 곗돈을 탄 모양이었다. 그 곗돈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서로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요즘은 은행에 넣어둬도 이자가 얼마 붙지 않아 재미도 없는데, 곗돈을 어디에 쓸 거유?” “연금에 가입해 매달 연금으로 받으려고 해요.” “연금으로 받으면 몇 푼 되지도 않을 텐데, 차라리 여행을 다녀오거나 며느리에게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도 매달 받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데…. 그리고 이제 우리 노후는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시대잖우.” 이 말을 들은 여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과 감정의 줄타기 게임 위의 대화는 오늘날 60대의 고민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돈이 좀 생기면 고민도 생긴다. 자식을 위해 써야 할지, 아니면 이기적으로 보이더라도 자신을 위해 써야 할지, 자신을 위해 쓴다면 어떻게 쓰는 게 과연 좋을지 판단이 잘 안 선다. 노후를 위해 연금에 가입하는 게 좋을까? 이성은 연금에 가입하라고 권하는데, 감정은 자식을 위해 쓰라고 부추긴다. 이성과 감정의 줄타기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감정의 힘에 굴복하고 만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 나오는 여성처럼 꿋꿋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도 있다. 그 결과는 어떨까? 감정적으로 내린 판단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지혜로운 판단이었음을 곧 알게 된다. 2001년, 미국의 저명한 두 교수가 2001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 중 2150년까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두고 내기를 걸었다. 미국 앨라배마 버밍햄대학교 오스태드 교수는 메트포르민과 라파마이신 등이 인간의 수명을 상당히 늘려줄 것이라며 생존 쪽에 내기를 걸었고, 시카고대학교의 올생스키 교수는 유전적 프로그램이 걸림돌로 작용해 아무리 오래 살아도 115세밖에 못 살 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01년에 각각 150달러씩 내어 300달러를 펀드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2016년까지 연평균 9.5%의 높은 수익률을 보여 300달러가 1275달러로 늘어났다. 2016년 이들은 각각 300달러씩 또 내어 600달러를 이 펀드에 추가로 넣었다. 이 펀드가 2150년까지 연평균 9.5%의 수익률을 실현하면 2150년에는 약 2억 달러가 된다. 이 돈은 내기에서 이긴 사람의 유족이 다 가져가기로 했다. 지금의 60대가 150세까지 생존할 가능성은 없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수명이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연금을 선택한 이성의 판단은 옳은 것이다. 60대 연금술의 핵심과 전략 60대 연금술의 핵심은 어떤 연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에 있다. 가진 돈을 모두 연금으로 전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바로 여기에 60대 연금술의 전략이 있다. 모든 자산을 연금화한 뒤 매달 받는 연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발생하면 대응할 수 없다. 연금은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 나오겠지만, 당장의 큰 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 빚을 얻게 된다면 그 빚을 다 갚을 때까지는 쪼들린 생활을 해야 함을 물론 최악의 경우에는 하류노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후지타 다카노리의 저서 는 연금으로 일상적인 생활은 그럭저럭 유지하더라도 여윳돈이 없는 상황에서 질병 등 추가로 돈 들어갈 일이 생기면 곧바로 하류노인으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현금이 흘러넘치는데도 경제 주체들이 돈을 움켜쥐고 풀지 않아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마치 경제가 함정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유동성 함정’이라 한다. 은퇴자의 경우도 연금이 쉼 없이 나오는데도 일시적 지출에 대응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를 ‘은퇴자의 유동성 함정’이라고 하자. 은퇴자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결국 60대 연금술의 핵심은 연금화와 유동성의 적절한 조화라 할 수 있다. 정상연금이냐? 연기연금이냐? 60대가 연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국민연금의 수령시기를 법에서 정한 시점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뒤로 미룰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있다. 2017년에 만 60세가 되는 1957년생은 만 62세가 되어야 국민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국민연금은 정상 수령 연령부터 받는 것이 기본이지만 최대 5년간 앞당겨 받을 수도, 늦춰 받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앞당겨 받는 것을 조기연금, 늦춰 받는 것을 연기연금이라고 한다. 조기연금을 신청하면 정상연금보다 일찍 수령하므로 1년당 6%씩 수령액이 낮아지며, 연기연금을 신청하면 1년당 7.2%씩 수령액이 늘어난다. 1957년생이 62세에 연금을 신청할 경우 연간 1200만원(월 100만원)을 받는다고 해보자. 이 사람이 연금 수령을 5년 늦게 신청할 경우와 5년 빨리 신청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5년 늦게 신청할 경우에는 1년당 7.2%씩 급여액이 올라가므로 첫해 연금액은 36% 증가한다. 반면에 5년 빨리 신청할 경우에는 1년당 6%씩 급여액이 삭감되므로 첫해 연금액이 정상연금액보다 30% 줄어들게 된다. 첫해 받게 되는 월 연금액은 조기연금 70만원, 정상연금 100만원, 연기연금 136만원이다. 이렇게 보면 언뜻 연기연금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연기연금에 비해 조기연금은 10년 먼저, 정상연금은 5년 먼저 받기 때문이다. 어떤 수령 방법이 가장 유리한지는 누적연금액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누적연금액 곡선의 기울기가 가장 가파른 것은 연기연금이고, 그다음이 정상연금이다. 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상연금의 누적연금액이 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을 초과하지만, 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에게는 추월당함을 의미한다. 정상연금 월 100만원과 이 연금액이 매년 물가상승률(2% 가정)만큼 증가한다고 했을 때 76세가 되면 정상연금의 누적연금액이 조기연금의 누적연금액보다 많아지고, 80세가 되면 10년 늦게 시작한 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이 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을 추월하며, 84세가 되면 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이 정상연금의 누적연금마저 넘어서게 된다( 참조). 이는 84세 말까지 생존해 있을 경우 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이 가장 많음을 뜻한다. 2015년 완전생명표에 따르면, 62세 여성의 기대여명이 25.1세이므로 여성은 평균적으로 연기연금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많은 연금을 받는 방법이며, 남성의 기대여명은 20.6세이므로 연기연금을 우선으로 생각하되 상황에 따라 정상연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많은 연금을 받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상황이란 가족력이나 본인의 건강상태 등을 말한다. 이 상황을 감안해 기대여명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낮으면 정상적으로 62세에 연금을 신청해야 가장 많은 연금액을 받는다. ‘은퇴자의 유동성 함정’ 피하기 이제 60대 연금술의 전략이라 할 수 있는 ‘은퇴자의 유동성 함정’ 피하기에 대해 살펴보자.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나오는 종신연금의 적정비율은 은퇴 자산의 규모, 국민연금 수령액, 주택연금 가입금액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은퇴파산 확률이 가장 낮은 종신연금의 비중은 24~42%라고 한다. 종신연금의 비율이 24% 이하로 떨어지면 장수리스크와 변동성리스크 때문에, 42%를 넘게 되면 구매력리스크와 이벤트리스크 때문에 은퇴파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참조). 모든 자산을 종신연금으로 전환해버리면 은퇴파산 확률이 90%로 올라가는데, 이는 일반 국민들이 이용하는 사적연금의 경우 연금액이 일정 금액으로 고정되어 있어 인플레이션에 취약하고, 이 상황에서 질병이나 사고 등 큰 금액의 지출이 생기는 일이 발생하면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종신연금의 비중을 3분의 1 정도로 유지하고, 나머지 자산은 인플레이션 헤지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은퇴 후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서는 투자형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저축 투자형 소비’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은퇴 자산을 운용하는 새로운 패턴을 말한다. 과거의 은퇴자들이 저축한 돈에서 매달 생활비를 빼 쓰는 방식을 취했다면, 단카이 세대는 저축한 돈의 일부를 투자로 운용하는 것이다. 단카이 세대는 투자를 위험한 행위로만 생각하지 않고, 돈에게 일을 시켜 새로운 돈을 벌어들이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요즘 일본의 50~60대 남성들의 일상 대화 속에 건강 이야기 못지않게 ‘돈이 되는 금융상품’이 회자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어른 문화 연구소’의 소장인 사카모토 세쓰오는 저서 에서 아베노믹스가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일부 기관 투자가나 해외 펀드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많은 개인 투자가들이 참가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개인 투자가의 중심적 존재가 바로 단카이 세대였다”고 말한다. 투자를 통해 돈이 제대로 일을 수행하면 괜찮은데, 반드시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는 게 투자의 세계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고 아울러 유동성을 확보하기에 좋은 것이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의 고령자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동안 매월 연금 방식으로 노후생활 자금을 지급받는 국가 보증의 금융상품(역모기지론)을 말한다. 주택연금을 받으려면 우선 주택금융공사로부터 보증서를 발급받고, 이를 제휴 금융기관에 내면 그 금융기관에서 주택연금을 지급해준다. 주택연금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연금지급방식이다. 주택연금의 지급방식은 월 지급금을 종신토록 지급받는 종신방식과 고객이 선택한 일정 기간 동안만 월 지급금을 지급받는 확정기간방식으로 나뉜다. 종신방식은 다시 인출한도 설정 없이 월 지급금을 종신토록 지급받는 종신지급방식과 수시인출한도(대출한도의 50% 이내) 설정 후 나머지 부분을 월 지급금으로 종신토록 지급받는 종신혼합방식으로 구분된다. 수시인출한도를 잘 활용하면 ‘은퇴자의 유동성 함정’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주택연금을 신청할 때 무조건 종신지급방식을 고집할 게 아니라 국민연금 수령액,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수령액을 먼저 계산한 뒤 부족한 월 생활비만큼을 종신연금으로 수령하고 나머지는 수시인출한도를 설정해 유동성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종신토록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조달받으면서 갑자기 도래할 수 있는 예상외 지출 건에도 대응할 수 있어 은퇴파산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손성동(孫盛東)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 2016-12-30 10:59
-
- [방콕여행기] (2)대중교통 능숙하게 이용하기
- 피부로 느끼는 여행의 설렘은 비행기 바퀴가 이륙하는 그 순간부터다. 요행히 공항에 일찍 도착한 덕에 차지한 비상구 자리는 이코노믹 증후군에 안전한 편이었다. 하긴 5시간 10분 정도면 비행기 여행치고 그리 먼 곳은 아니다. 어쩌다 까다로운 티케팅 직원을 만나면 필자 같은 쉰 세대에게 그 자리는 어림도 없다. 정말 위급한 상황이 일어나면 승객 대피에 도움은커녕 민폐만 끼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영화 2편과 식사 1번으로 가볍게 도착한 방콕이 딴 나라로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은 여권 검사자의 느려터진 동작에서부터다. 외국인에게도 허락된다면 인천공항처럼 자동 검색기에 등록하고 싶을 지경이다. 참으로 느긋하다. 이 또한 느림의 미학이라 해야 할지. 그들은 말씨마저 ‘~카아’ 하며 친절하게 쭈욱 뽑아대니 영화 의 나무늘보가 생각날 지경이다. 그런데 방콕에서 신기하게도 빠른 것이 있다. 물론 사람은 아니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다.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 같아 신이 나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온 우리는 적응이 안 된다. 이렇게 빠르면 고령자들은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 느린 사람들이 씽씽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를 멀쩡하게 타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가 아이러니다. 느린 그들은 인내심도 대단하다. 서울을 능가하는 방콕의 교통 체증에도 모든 차는 조용히 기다린다. 도심 골목골목도 다 차들로 가득한데 불행히도 주차된 차가 아니고 시동 걸린 차다. 필자가 볼 때 그들은 거의 득도의 경지다. 일 년 내내 더위를 견디다 보니 그런 인내심이 생긴 건지 불교 신앙의 탓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 도심 곳곳은 물론 심지어 쇼핑센터 앞에도 불상, 향 피우는 곳과 간단한 제물들이 놓여 있으니 종교 덕분도 있는 듯하다. 방콕에서 여행자가 이용하기 손쉬운 교통수단은 택시와 지하철이다. 택시를 이용할 때에는 합법적인 ‘우버 택시’가 좋다. 우선 우버 앱을 스마트폰에 깔고 서울에서 카카오택시 부르듯이 전화만 하면 된다. 택시를 부르는 순간부터 그 차가 진행하는 것이 휴대전화 지도상에 뜬다. 요금도 정확히 찍혀 나오니 흥정하거나 싸울 일도 없다. 한 가지 중요한 팁은 우버 택시를 처음 이용할 때에는 약 9천 원 정도를 깎아준다. 두 사람이 가면 두 번을 아주 싼 값에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우리도 공항을 오갈 때 사용해 택시비를 한 번에 3천 원 정도로 해결했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순간이다. 지하철의 시설은 우리나라보다 못하지만, 요금은 더 합리적인 편이다. 정거장 수에 따라 대여섯 가지로 차등을 두었다. 정기권이 아닌 경우 매표기에서 사야 하는데 반드시 동전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은 불편했다. 지폐밖에 없을 때는 일일이 창구에 가서 동전으로 바꾸자니 번거로웠다. 왜 지폐도 되는 매표기를 놓지 않는 걸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어떤 정류장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이 같은 곳에 선다는 점이다. ‘~행’이라고 쓴 것이 우리나라처럼 조금 더 가거나 덜 가는 거려니 하고 무심코 탔다가는 엉뚱한 곳으로 마냥 갈 수도 있다. 외국어라 발음이 낯설어 언젠가는 방송이 나오려니 하다가는 국제 미아가 되기 십상이다. 여행자가 많은 방콕은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이 다 모이지만, 중국 사람은 매번 싸우듯이 떠드니 어디서나 튀어 실제보다 더 많아 보인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매일 한국말이 어디선가 들린다. 요즘은 대개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부르거나 채근하는 소리다. 그것도 주로 빨리하라는 얘기다. 오늘도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뭐든 빨리 못해 애가 탄다.
- 2016-07-14 17:24
-
- [브라보 세대 모임] 2060클럽 회원들의 특별한 노후 준비
-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휘슬이다. 그래서 노후 준비는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는 가재산 2060클럽 회장은 노후를 위한 건강한 삶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자신의 말을 실천하는 것처럼, 그가 이끄는 2060클럽은 트레킹 모임이다. 1년여 만에 350명이라는 회원을 모으면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2060클럽의 의미와 트레킹의 끝없는 즐거움이란 무엇인지 들어본다. 성공적인 노후를 누리는 많은 시니어들은 흔히 나이가 들어서 건강을 유지하는 최고의 비결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사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HR전문가 기업 피플스그룹의 대표이며 2060클럽의 회장이기도 한 가재산 회장은 ‘2060’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그는 2060은 ‘경제수명(經濟壽命) 2060시대’라며 20세부터 80세까지 60년 동안 일해야 하는 삶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100세 시대 고령화 국가가 되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최고의 ‘노테크(老TECH)’는 오랫동안 일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말하는 2060은 경제수명을 60년 가져가기 위해서 ‘20대부터 60년 일할 준비를 시작하고, 60대도 20년 더 늘려 80까지 일하자’는 의미입니다.” 노후 준비는 바로 지금 가 회장은 노후 준비는 퇴직 직전에 하는 게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다. 노후 준비의 골든타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나이와 관계없이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는 그가 참고 사례로 주목하고 있는 나라는 장수국가로 유명한 일본이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이미 국민의 23%를 넘었고, 100세 이상의 고령자가 6만 명을 넘는 세계 최고령국가다. 그래서 일본에는 100세 이상 일하는 현역들도 많다. “시바타 도요 할머니가 100세에 낸 라는 시집은 10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강법’의 저자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는 올해 105세(1911생)지만 현역 병원장입니다. 그는 100세가 되던 해에 강의를 하러 우리나라 대학교를 다녀갔는데, ‘어떤 일이든생각하기 나름이며 늙는다는 것은 쇠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진정한 늙음과 젊음은 마음에 있다’는 의미인 겁니다.” 트레킹 모임 2060클럽이 추구하는 3무(無) 그가 회장으로서 운영하고 있는 이색 모임 ‘2060클럽’에도 그대로 붙여져 있다. 2060클럽은 80까지 건강하게 일하며 100세 시대를 살아가자는 트레킹 모임이다. “3년 전 우연히 네 명이서 여행사 광고를 보고 전남 여수에 있는 금오도 비렁길 트레킹을 가게 되었지요. 동백꽃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섬이었는데 정말 아름다운 절벽과 비경이 펼쳐지는 바닷길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트레킹이라는 걸 하면서 시쳇말로 ‘뿅’가버렸습니다. 이후 트레킹에 매료되어 서울 둘레길 157km를 완주하고 태안 국립공원 등을 다니면서 무척 좋아 그 멤버들이 나이가 들더라도 승합차 한 대 정도의 인원으로 계속 다녀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 이렇게 커졌습니다.” 우연히 그리고 취미로 시작한 2060클럽은 올해 5월을 기점으로 회원 수 350명을 넘어서며 성공적으로 순항 중이다. 2060클럽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누구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열심히 하게 되어 있습니다. 2060클럽은 남을 위해서라기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기 건강을 위해서 걷는 매력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오는 사람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분들과 걸으며 대화하는 사이에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배우면서 삶의 에너지를 얻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하다 주말에 트레킹을 통해 충전도 하니 주말을 기다리게 되지요.” 모임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드러내듯, 2060클럽은 회비도 나이도 직업도 따지지 않는 3무(無)를 추구한다. 부담을 갖지 않고 즐기길 바라는 의도에서다.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단지 조건이라면 2060에서는 세 가지를 위해 노력하자고 합니다. 첫째는 일, 건강, 그리고 사랑 즉 3유(有)입니다. 여기서 당장은 일이 없더라도 좋지만 80까지 일하겠다는 생각을 갖는의지와 열정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하기 위해 건강해야합니다. 문제는 자신과 주위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꼭 필요합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걸으며 새로운 에너지 얻어 가 회장은 자신이 젊었을 때는 20여 년간 계단 오르기, 테니스, 등산 등 무릎에 안 좋은 운동만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다 보니 40대 후반부터는 운전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관절이 망가져 수술을 계획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트레킹을 만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멀쩡해졌다고 한다. “더구나 우리 집안에는 당뇨가 유전적으로 있어서 저한테도 경고장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트레킹을 시작하고 지난 연말에 체크해보니 당뇨 수치가 90대로 떨어졌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건강을 얻은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자연과 함께 다양한 사람들과 걸으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는 게 제일 즐거운 일이지요.” 2060클럽이 주로 걷는 길은 전국에 대략 1600여 개가 형성되어 있는 트레킹 코스다. 또한 트레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지자체에서도 훌륭한 코스들을 개발해 놓고 있다. “2060클럽에서는 매주 트레킹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서울 둘레길이나 북한산 같은 근교에서 걷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은 여행사들이 전국에 개척한 코스를 버스를 타고 다녀옵니다. 특히 분기에 한 번은 1박 2일 코스로 멀리까지 다녀오는데 그 활동이 회원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기쁨 최근 은퇴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만들어지는 모종의 공백 현상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지금껏 일만 알고 살아온 사람들이 막상 은퇴를 하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면서 우울해 하거나 부질없는 곳에 돈을 쓰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대안의 솔루션으로서 최근 다양한 시니어 모임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 제대로 운영을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가 회장에게 클럽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무엇이 중요했는지에 대해 물어보니 ‘열심히 일하며 트레킹으로 건강을 지키자’며 차별화를 추구했다고 밝혔다. 2060클럽이 일하는 시니어에게 필요한 건강 조건으로서의 트레킹을 추구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구성원의 성격도 정의해주고 있다. 일하는 일상을 지탱하기 위한 모임이라면, 구성원들 또한 의욕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 회장은 앞으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외의 멋진 트레킹코스를 가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작은 커뮤니티들이 많아진다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고령화로 인해 국가 전체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세수도 줄고 노인 환자들은 늘어나 건강보험까지도 부족해지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신광철 시인 “2060클럽은 ‘주고 또 주는(Give And Give)’ 관계” 걷는다는 것은 인생의 은유 같기도 하고, 직유 같기도 하다. 사람 안에는 길이 하나 들어 있어 거미가 거미줄을 뽑아내듯 사람은 걷는 일로 인생길을 만들어 낸다. 마음에서 뽑아낸 길이 인생길이 된다. 2060클럽 가입을 권유받고 망설였다. 할 일은 없지만 늘 머릿속에는 글이 왔다 갔다 해서 하루 일상이 생각으로 일출이 오고, 생각으로 일몰이 오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함께 걷는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었다. 평생을 여행, 취재, 일로 돌아다니며 살아 걷기 모임이란 말에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깔끔하고 안정된 사고의 소유자인 가재산 회장의 권유이기도 하고, 직접 만든 모임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걷는 것은 평생의 내 일이기도 했다. 인생의 절반을 길에다 깔고 살았다고 할 수 있었다. 더구나 혼자 하는 여행에 익숙해져 있었다. 산길을 택해 걸으면 하루 종일 걸어도 사람 하나 만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명산에는 사람이 넘쳐도 이름 없는 야산을 걸으면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한적하고 조용하다. 나는 산과 들을 걷고, 쉬고, 숲이나 간이역이나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자기를 많이 했다. 풀 위에 누워 자면 세상은 내 것 같았다. 더구나 비가 오는 날에 숲이나 들판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면 세상은 울림을 주었다. 비는 결이 있었다. 눈도 결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바람도 결이 있었다. 자연은 거대한 흐름이 있었다. 비나 눈이 올 때 물이 흐르는 바닥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면 비와 눈의 흐름이 보였다. 가슴 벅차게 하는 광경이었다. 새들의 군무 같고, 보리밭의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의 군무 같은 걸 느꼈다. 감동이 온다. 더구나 태풍이 오는 날 숲으로 들어가 나무와 나무가 부딪히며 부러지고 폭우와 바람이 거칠게 지나가는 현장에서 흠뻑 젖어서 하늘을 보고 누워보라. 젖고 나서는 더 젖지 않는다. 두려움과 공포가 사라졌다. 묘한 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2060클럽은 다른 세상이었다. 내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세상을 선물했다. 아름다움과 상쾌한 궤적을 만들어내는 곳을 찾아내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구릉을 오르내리고, 산허리와 강을 휘어 돌며 대화를 나누는 기쁨은 또 다른 세계였다. 혼자 걸을 때의 쓸쓸함과는 다른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다. 몰라보게 달라진 것은 사람이 좋아서 걷는 날이 기다려진다는 점이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만큼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나는 감히 이야기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그리움이란 별이 떠야 하는 거라고. 그리움이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가 존재할까 싶다. 걷기를 하면서 등산이나 혼자 걷는 것과는 다른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선하면 선한 사람이 찾아오고, 거칠면 거친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2060클럽의 매력은 가재산 회장의 성격처럼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주고 또 주는(Give And Give)’ 관계의 설정에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걷고,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것으로 족한 모임이어서 부담 없는 모임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끌린다. 바람이 스치고 지나면서 꽃을 피우지만 소리치지 않고 지나가듯이 2060클럽이 그렇다. 무엇보다 같이 걷는 분들의 건강이 좋아졌다는 한결같은 말에 덩달아 즐겁고 나 또한 걷는 것의 즐거움과 더불어 얻은 건강이 고맙다.
- 2016-06-07 09:18
-
- [휴가지에서 생긴 일] 아주 특별한 여행
- 가정의 달 5월이 되면, 필자 집안에는 매년 아주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올해는 예년보다는 적은 규모이지만 30여 명의 많은 인원이 참가해 ‘경기도 가평군 소재 남이섬-청평 자연휴양림에서 숙박-아침 고요수목원’ 코스로 1박 2일간 진행됐다. 남쪽 지방이 고향인 필자 집안은 대가족이고 고유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집안으로, 화목을 최고의 덕목으로 하는 가풍이 있다. 필자는 본인 포함 사촌이 총 16명(배우자 포함 32명)인 대가족 집안의 장손으로, 돌아가신 아버님의 권유로 필자와 나이 많은 회원 몇 분이 주도해 1994년도에 ‘사촌회’를 결성해 올해로 22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해마다 나이에 따라 순번을 정하여 장소 예약 및 진행을 준비해야 하는데, 올해는 필자 차례로 예약 및 현지답사 등이 편리한 수도권으로 모임 장소를 정했다. 사는 곳이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기에, 해마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맛도 있다. 모임 초기에는 미혼, 또는 나이가 적은 사촌 부부들의 미온적 자세로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였다. 특히 IMF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적 대형 사건들이 있을 때에 일부 회원의 미납회비를 면제해야 하는 힘든 시기가 있었다. 어려움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 회비가 쌓임에 따라 자녀들이 유치원부터 초, 중, 고등 및 대학교 입학 시에 약간의 장학금을 지급해 모두가 평등하게 혜택을 받게 하고, 모임 시에는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등의 노력으로 이제는 불가피한 사정을 제외하고는 국내 거주 회원의 대다수가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대가족 축제’가 됐다. 아울러 삼촌 부부 해외여행 시 경비를 보조했고, 또한 나이 많은 회원들의 회갑 및 칠순 시에는 기념 케이크와 축의금을 전달하는 등으로 함께 동고동락하는 분위기가 됐다. 한국은 급격한 사회구조의 변화, 즉 핵가족화, 연령별ㆍ계층 간의 갈등 심화, 전통문화의 퇴색 및 경시 풍조 등 많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IMF 사태와 금융위기, 지속적 경기 불황, 수명연장과 고령화 등으로 경제적, 사회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가정의 해체와 이에 따르는 자녀들의 비정상적 성장, 정신적 질환자의 증가, 고령자의 경제적 어려움 및 외로움 등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 지속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촌회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필자 집안에는 비교적 이러한 문제가 많이 해소되고 있다. 개성이 강하고 이질적 요소(연령 간의 문화적 차이, 다양한 종교, 출생 지역, 학력, 빈부의 차 등)가 매우 많은 점은 필자 집안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만남은 상호 간의 소통, 배려 및 공감을 만들어 주고,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워서 인간애를 느끼게 하고 있다. 모든 부부가 이혼 없이 화목하고, 자녀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며, 모두가 집안의 대소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함께 기뻐하고, 같이 아파한다. 부차적으로 각 직계 형제자매들의 소모임도 활성화하고 있다. 필자도 5남매 가족 중 회갑이 되면 함께 2박 3일 간 국내여행을 하면서 우애를 다져 왔는데, 올해는 청산도와 남도 일대를 즐겁게 여행했다. 우리 집안의 사촌회 모임이 시대에 안 맞고 거추장스럽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이해를 잘 해주고,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것이 가족이다. 또 대가족에서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의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더욱더 배려하고, 소통하고, 인내하는 자세가 필수적이고, 이러한 힘든 것을 감내했기에 나름대로 긍지를 가진다.
- 2016-05-31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