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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에게 띄우는 가을엽서
- 가끔은 손 글씨로 한 줄 두 줄 써 내려간 편지가 그리워진다. 즉각 전달되는 긴 안부 문자보다 사나흘 걸리는 편지가 정겹게 여겨지기도 한다. 먼저 접한 가을 소식을 한 장의 엽서에 담아 보내면 어떨까? 카메라로 한 장의 ‘가을엽서’를 그렸다. 결실을 기다리는 그대에게 띄운다. 계절이 오는 길목은 다양하다. 봄은 남녘에서 길을 만들고 가을은 북으로부터 다가
- 2017-07-3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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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 친구와 그녀를 만나기로 한 7월 둘째 주 토요일, 새벽녘에 우르릉 쾅쾅 천둥소리와 함께 요란한 장대비가 쏟아졌다. “이렇게 비가 오고 궂은날 설마 거리 캠페인을 나가겠어?” 약속을 취소할 요량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평택에 살고 있는 친구는 “우리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그냥 밥이나 먹고 오자”고 했다. 전에 두어 번 본 적 있는 그녀는 평택 친
- 2017-07-1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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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사촌이 보험이다
- 아들이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며느리가 급성 맹장염이어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아이 셋을 당장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다. 고양시 일산에 살고 있는 아들네는 요즘 보기 드물게 아이가 셋이다. 맨 위의 손녀가 7세이고 그 밑에 4세 손자와 2세 손녀가 있다. 하나같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급한 김에 수원에 살고 있는 딸한테 전화를 했다. 딸은
- 2017-07-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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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사별한 72세 싱글, 노후설계 위험 요소
- 남편과 사별한 지 8년째인 최영옥(72세, 여)씨는 최근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3년 전에 명예퇴직을 하고 동료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큰아들(48세) 때문이다. 부족한 경험과 자본 탓에 시작부터 불안해보였던 큰아들의 사업은 결국 1억원의 부채를 남기고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최영옥씨의 큰아들은 어머니에게 부채
- 2017-06-0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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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열 번 할 것 같은 영원한 철부지 소녀, 배우 이상아
- 그녀는 철없고 순진하다. 세 번의 이혼과 파산 등 여배우로서는 너무나도 가혹한 상황을 견디며 살았는데 고생한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10대에 이미 화려한 스타로 누릴 대로 누리다가 편안하게 그대로 곱게 중년이 되어버린 여자처럼 보인다. 40대가 되면 누구나 얼굴이 책임지고 살아온 인생을 투영한다고 말하는데 이상아의 얼굴은 반칙이다. 노란색을 아주
- 2017-03-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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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식이 만난 귀촌] 충북 괴산 산골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김병록씨 부부
- 한갓진 시골이다. 도시의 소음과 야단법석이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산골이다. 눈이 내리면 고스란히 쌓여 눈부신 설경이 펼쳐진다. 솔바람이 술렁이며 지나거나 밤하늘에 별들이 모여 수군거리는 외엔 마냥 적막강산이다. 이 참신하고도 쓸쓸한 시골마을에 서점이 있다. 도시에서도 고전을 면하기 어렵다는 서점을 후미진 산골에 차리다니…. 의외성으로 보자면 이색이며, 관
- 2017-02-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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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의 맛] 조미료 無 김치찜, 김치 본연의 맛을 품다
- 지난해 담가두었던 김장 김치가 맞춤하게 익어가는 때다. 잘 익은 김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식재료가 된다. 새콤한 맛이 살짝 도는 포기김치에 두툼한 생고기를 넣고 푹 쪄낸 김치찜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요리다.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고 믿을 수 있는 재료와 김치만으로 맛을 내는 김치찜 맛집 ‘더 김칫독’을 찾아갔다. 모던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 2017-01-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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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환자 좋은 의사 되기] 간암과 사투를 벌인 바닷가 사내와 암 잡는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의 라뽀
- 거친 바다 마을 출신의 사내라 해도 이 우주선 같은 치료기는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폭풍우 속 배 위가 더 속 편하지 않았을까. 돌아가는 기계 위에 누워 있으려니 좀이 쑤시고 욕지거리가 나올 것 같았다. 낮은 목소리의 소음은 조용했지만 시끄러웠다. 임재성(林在聲·56)씨는 그래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 기계가 큰 병을 낫게 해주리라 믿었기 때문
- 2017-01-0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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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한마디에 사진작가가 된 남자
- 성공의 뒤안길에는 대부분 전환의 계기가 있다. 요즘 이를 두고 영어로 'Turning Point'라 한다. 필자는 사진작가로 후반생을 전반생보다 더 바쁘게 산다. 사실 사진작가가 된 전환점이 있었다. 2010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1주일에 1시간 반씩의 강좌로 구성된 고양시 일산동구청의 시민 사진교실에 참여하고 있었다. 딱히 할 일도 없이 놀고 있던 때
- 2016-12-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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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맞은 첫눈
- 불현듯 헤이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 여럿이 어울려 스치듯 지나쳤는데 그때는 아직 건물들이 제대로 들어차지 않았을 때라서 별 감흥이 없었다. 그간 다녀온 사람들 얘기를 여러 번 듣게 되어 다시 한 번 더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움츠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합정역 1번 출구에서 2200번 버스가 파주까지 가는데 헤이리를 경유한다. 편도 2,500
- 2016-11-29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