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미디어나 언론의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때때로 마음이 불편해지는 때가 있다. 분노와 짜증, 호통 등이 너무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폭 가해자 박연진 역을 맡았던 배우 임지연은 분노 연기로 인해 미간에 주름이 생기고 촬영 후에도 예민함이 지속돼 어려움을 겪었음을 밝혔다. 또한 호통으로 인해 논란이 됐던 정치인들의 태도도 이슈가 된 바 있다. 바야흐로 ‘호통의 시대’다.
미디어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사소한 일에 쉽게 화를 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때로는 가까운 친구, 가족들에게 화풀이하기도 한다.
물론 적정한 수준의 분노 해소는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막상 감정이 가라앉으면 후회와 죄책감 탓에 힘들어질 수 있어 분노의 감정을 잘 다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자생한방병원 김환 원장(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분노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부정적인 감정을 잘 관리하기 위한 건강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욱’하고 올라오는 분노…참아야 할까, 표현해야 할까?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만을 드러내고자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억누르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내적 갈등을 침묵하다 보면 불안과 걱정이 쌓여 ‘울화(鬱火)’와 같은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냥 참기보다는 적절한 감정 해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한방에서 울화는 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해 생긴 화증을 의미한다.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특징이다. 병명 속의 화(火)라는 글자가 말해주듯 신체의 열감이 심해지며, 가야금 줄을 누를 때의 느낌처럼 맥이 빠르게 뛰는 것을 일컫는 맥현삭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맥박이 빨라지는 증상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데 이 같은 사실은 연구 논문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독일 예나 대학에서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노를 참는 사람은 맥박이 빨라져 신체와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주도한 마르쿠스 문트 박사는 맥박 상승이 반복될 경우 혈압이 높아져 심혈관질환, 암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며 수명 또한 단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적절한 감정 해소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지나친 분노를 터뜨릴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분노의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노르아드레날린은 기쁠 때 분비되면 활력을 높이지만 화가 난 상황에서는 근육을 수축해 긴장 상태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어깨와 목 등에 근육통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근육 경련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분노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분비를 증가해 면역기능을 약화한다.
김환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분노를 지나치게 해소하거나 감정을 억제하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매번 참다가 터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해소하며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중혈(膻中穴)’ 지압, 침, 도움
누적된 분노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는 운동이 있다. 특히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 달리기를 30분 이상 실천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행복감이 드는 효과가 있다. 이는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불리는 상태로,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 부정적인 감정이 논쟁이나 다툼 등으로 이어진 상황이라면 잠시 대화를 멈추고 감정을 다스리는 데 충분한 시간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르아드레날린 수치는 분비된 지 15초 만에 최고조에 이르지만 2분 전후로 서서히 수치가 떨어진다. 이어 15분이 지나면 정상 범위까지 감소하므로 감정이 진정된 후에 대화를 다시 이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스스로 해결이 힘들 정도로 화를 다스리기가 어렵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한방에서는 울화의 원인을 기의 순환이 막힌 것으로 보고 침 치료와 뜸, 한약 처방 등을 활용해 치료한다. 먼저 침 치료를 실시해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키고 긴장을 완화한다. 이어 뜸을 놓아 뭉쳐 있는 기를 원활하게 순환한다.
여기에 우황청심원과 같은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신경 안정과 불안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실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황청심원이 만성 스트레스에 의해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과 아드레날린 분비를 각각 86.9%, 75.2%가량 억제해 뇌 손상을 예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치료와 함께 ‘단중혈(膻中穴)’과 같은 혈자리를 틈틈이 지압하는 것도 스트레스와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단중혈은 한방에서 ‘화(火)가 쌓이는 자리’라고 불린다. 명치 약간 위쪽에 위치해 있어 화가 나고 답답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쿵쿵 내려치게 되기도 한다. 단중혈을 검지와 중지로 지그시 누른 채 10초간 문지르면 화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압뿐만 아니라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다크 초콜릿이나 바나나를 섭취하는 것도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하는 데 좋다.
자생한방병원 김환 원장은 “분노를 억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적절한 방법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화를 없애려 노력하기보다는 다스리는 법을 터득해 가는 것이 삶의 지혜이자 건강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우울증 치료제인 SSRI* 처방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OECD 국가 중 우울증 유발률 1위인 만큼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령자에 대한 항우울제 처방이 늘어 우려스럽다거나, 우울증 약인 줄 모르고 먹는 고령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자 항우울제 처방, 현실을 들여다본다.
2017년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31명. OECD 국가 중 1위다. 의사들은 노인 우울증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2021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항우울제 사용량은 OECD 국가 최저 수준이다. 우울증 유발률과 자살률은 1위인데, 우울증 약 처방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기운 나는 약’, 쉽게 처방되는 항우울제
노인 우울증은 ‘60세 이상 인구에서 발생하는 우울 증상’이라고 따로 정의할 정도로 일반 우울증과는 별개로 다뤄진다. 노인 우울증의 특징은 ‘온갖 병원을 다 가봐도 아프다’는 것이다. 우울 증상이 여러 신체 증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신체적 질환과 동반되어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규만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는 “우울증뿐 아니라 공황장애, 범불안장애와 같은 노년기 불안장애도 늘고 있어 1차 치료제로 항우울제가 처방되고 있다”면서 “내외과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지속되는 원인 불명의 신체 증상이나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 예민도를 낮추기 위해 처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고령 세대는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 약에 대단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정신과에 가보세요’라는 말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일 정도다.
권순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보이사는 우울증 치료에 대한 문화적·법적 낙인이 치료를 어렵게 한다고 말한다. 정신과 진료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진단서에 남는 ‘F코드’를 우려해 ‘죽어도 정신과는 못 간다’며 버티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 진단서에 F코드가 남는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환자에게 고지조차 되지 않는다. 권 이사는 “쉽게 처방할 수 있도록 항우울제 처방 영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고령자의 우울증 치료는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이뤄져야 하는데, 낙인이 두려워 정신과를 찾지 않고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권 이사는 “사람의 뇌에는 혈류장벽(Blood Brain Barrier)이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대부분의 약물은 이것을 뚫지 못한다. 아세트아미노펜(해열진통제)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그 성분이 뇌에 영향을 줄 위험은 없다는 뜻이다. 이 장벽을 넘는 약을 향정신성 약물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SSRI가 꼽힌다. 노인들은 뇌 혈류장벽이 느슨해져 있기 때문에 부작용에 더 쉽게 노출된다”면서 “아세트아미노펜 하나를 처방하는 것보다 렉사프로(항우울제) 하나를 처방할 때 용량 계산을 더 많이 해야 한다. 항우울제는 뇌에 작용하기 때문에 적은 용량으로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전문적으로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항우울제를 먹는다고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약물을 복용할 확률이 높은 고령자의 경우 한 번 문제가 발생하면 목숨도 위험할 수 있을 만큼 부작용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치료 접근성의 명과 암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서는 진료 시간이 길수록 병원의 적자도 커진다. ‘3분 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를 설득하고 약에 대해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기운 나는 약’으로만 알고 약을 복용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권 이사는 “렉사프로와 같은 대표적 항우울제는 기존에도 타 과에서 처방이 가능했으나 60일이 경과하면 정신과에 갈 것을 권유하고 협진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해당 고시 내용을 없애기로 했다”면서 우울증 치료 접근성의 명과 암을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지연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노쇠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는 필연적으로 우울감과 같은 정신건강의학적 문제를 수반한다. 신체형 장애 환자를 진단했지만 SSRI 처방 제한으로 우울증을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런 환자들이 찾는 병원이 주로 내과나 신경과임을 고려하면 SSRI 규제 완화로 고령자 우울증 치료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고령 환자를 진료할 때는 적극적으로 기분장애를 확인하고 약제 처방을 하는 적극적 진료 시도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 역시 고령자는 다약제 복용을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병원을 전전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진료와 부작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우울제가 치매를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로 노인 우울증의 40~60%는 인지 기능 저하가 동반돼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면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우울증이 치매를 유발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진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고령 환자분들 중에는 우울한 기분이나 의욕 저하보다 무기력감, 식욕 저하, 가슴 답답함, 소화불량 등의 신체 증상으로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환자 스스로는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항우울제 복용에 관해 설득이 필요하지만, 치료 후 신체 증상이 호전되면서 이전의 삶을 되찾고 기뻐하는 분들이 많다”며 치료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SSRI: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우울증 치료 약물 중 하나.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저서 ‘바이오필리아’ (Biophilia)를 통해 ‘녹색갈증’에 대해 언급했다. 녹색갈증이란 자연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 또는 본능을 일컫는다. 그에 의하면 자연을 가까이할 때 인간은 행복과 평안을 느끼지만, 반대의 경우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생긴다. 삭막한 도시, 각박한 일상 속 사람들이 반려식물을 찾는 이유도 그러하다.
도움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김광진 농업연구관·이형석 농업연구사, 박신애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바이오힐링융합학과 식물매개치료 전공교수
녹색식물을 향한 갈증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해졌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해 2021년 정점을 찍었다. 김광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농업연구관은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야외 활동이 제약되며, 실내에서도 자연을 느끼고 식물을 가꾸려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와 더불어 스마트 기술이 접목된 실내 재배기나 원예 장비들이 다양하게 개발됐고, 반려식물병원·식물호텔 등 관련 서비스가 생겨나 반려식물 시장이 급격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올해 2월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반려식물’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경기도 반려식물 활성화 및 산업 지원 조례안) 방성환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반려식물을 키우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반려식물에 대한 국민적 수요와 관심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관련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조례안의 취지를 밝혔다.
◇ 노후 일상에 생기 더하는 반려식물
조례안에 따르면 반려식물이란 ‘가정 및 회사 등 실내외에서 쉽게 기를 수 있고, 식용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인간과 짝이 되어 교감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고자 기르는 식물’을 의미한다. 생겨난 지 오래되지 않은 용어라 구체적인 정의는 전문가나 기관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정서적 교감’이 핵심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올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반려식물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반려식물을 기르는 목적이 ‘정서적 교감 및 안정을 위해서’라고 답한 이가 과반수였다.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이러한 목적성은 점차 증가한다.(△30대 52.1% △40대 54.4% △50대 56.2% △60대 이상 57.9%) 응답자들은 반려식물을 기르며 나타난 심리적 효과로 ‘정서적 안정’(76.9%)을 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행복감 증가’(73.1%), ‘우울감 감소’(68.4%), ‘희망이 생김’(56.4%) 등 긍정적 효과를 드러냈다.
한국정원디자인학회지에 실린 ‘반려식물이 도시에 거주하는 여성 독거노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2020) 조사에서는 사례자의 94.6%는 ‘반려식물이 정서적 건강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78.8%는 ‘반려식물과 대화하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있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2 반려식물 보급사업 결과 보고’에서도 참여자의 94.1%가 반려식물을 키우며 생활에 활력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에 참여한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식물 먼저 쳐다보고 잎사귀를 닦아주며 아기처럼 매일매일 자라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반려식물 덕에 외롭지 않고 가꾸는 재미가 있다”, “혼자 살면서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꽃이 피는 순간 기쁨을 느낀다” 등 반려식물을 통해 긍정적으로 달라진 삶을 이야기했다.
◇다양한 질환에 접목되는 식물매개치료
과거에는 단순 취미나 실내 공기 정화 등을 위해 화분을 샀다면, 이제는 내면의 긍정적 효과까지 생각해 반려식물을 들이는 모습이다. 정서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자칫 원예를 정적인 활동으로 여기기도 한다. 동물처럼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 식물의 특성도 이러한 오해를 부추긴다. 그러나 정성껏 화분을 길러본 이들이라면 알 테다. 인간이 대신 손발이 되어 더 바삐 움직여야만 식물이 잘 자랄 수 있음을 말이다. 때맞춰 물을 주고, 양지로 화분을 옮기고, 이따금 가지치기와 분갈이도 하는 등 지속적인 신체 활동이 뒤따른다. 화초가 많거나 화분이 크다면 더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이렇듯 심신에 모두 이롭게 작용하는 덕분에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반려식물이 쓰일 때도 있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원예치료(치유)라고 한다.
박신애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바이오힐링융합학과 식물매개치료 전공교수는 “식물을 매개로 한 치료는 무해(無害)하고 부작용이 없는 게 장점”이라며 “최근에는 뇌졸중, 우울증, 갱년기 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원예치료를 접목한다.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과 원예치료를 결합한 형태의 처방도 이뤄진다. 병원 내 원예치료사를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저서 ‘몸과 마음을 살리는 녹색의 힘, 식물 치유’를 통해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원 가꾸기에 참여한 노인들의 경우, 인지 능력과 연관된 수치(BDNF, 뇌유래신경영양인자)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반면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되레 수치가 감소했다. 또 자녀의 독립과 갱년기 등으로 우울증 발병률이 높은 50~60세 여성에게 식물매개치료의 신체적·심리적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났다. 이들은 치료를 통해 자기 정체성이 향상됐고, 우울감과 불안감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60대 여성은 원예 활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며 극찬하기도 했단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질환 개선을 목적으로 반려식물을 키워봐야겠다 싶을 수 있다. 박 교수는 “개인이 반려식물을 기르는 것만으로는 질환 개선 면에서 극적인 효과를 보긴 어렵다. 치료 목적이라면 전문 복지원예사(구 원예치료사)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번에 효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오랜 시간 반려식물과 함께하면 자연스럽게 건강해지며 질환을 예방·개선할 수 있다. 이제는 식물을 통한 새로운 개념의 헬스케어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아침을 깨우며 커피를 마시듯 녹색 생기를 충전하고, 잠들기 전 식물과 교감하며 하루를 돌아보는 등 매일매일 수시로 힐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반려식물 주목적은 교감, 건강은 덤
반려식물은 직·간접적으로 우리 몸을 이롭게 하지만, 건강 증진만을 목적으로 하면 그저 수단에 그치기 십상이다. 결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서적 교감. 최근에는 건강 증진을 위해 기르는 식물을 ‘헬스케어식물’로 분류하고 있다. 같은 종의 식물이 될 수도 있고 장기적인 효과는 비슷할 수 있으나, 목적은 건강(헬스케어식물)과 교감(반려식물)으로 분명히 나뉜다. 이형석 농업연구사는 “헬스케어식물이란 재배 과정에서 느끼는 환경 변화를 통해 소비자의 신체적·심리적 건강 유지와 증진을 도모하는 식물체를 말한다. 2021년부터 개념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건강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종에 따라서는 섭취함으로써 그 효과가 더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문이 들 수 있겠다. 먹는 작물은 반려식물이 될 수 없을까? (건강에 이로운) 공기정화식물은 반려식물로 두면 안 되나? 이 연구사는 “생각의 순서를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다”며 “가령 공기정화식물을 반려식물로 삼아도 되느냐보다 반려식물로 삼은 식물 중에 공기 정화 효과를 지닌 것도 있다는 식이다. 교감이 우선이지만 그 식물이 지닌 본연의 기능이나 특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효능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차적인 것이다. 다만 반려식물은 인문학적인 요소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따라서 반려식물을 고를 때는 객관적인 효과보다는 주관적인 효과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식물의 어떤 반응에 내가 교감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다. 이 연구사는 “어떤 식물이 공기 정화에 효과적이냐고 물어보면 몇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같은 방식으로 반려식물을 추천하긴 어렵다. 개인마다 느끼는 교감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체로 생육 과정이 잘 보일 때 교감이 잘 형성된다고 하는데, 이 또한 천차만별이다. 키가 빨리 자라는 걸 기준으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잎이 많이 나고 무성해지는 것에 반응하는 이도 있고, 매일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통해 교감하려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누구나 좋아하고 유행하는 식물보다는 자신이 좋아하고 특별히 여길 식물이 적합하다”고 했다.
반려식물과 더 오래 함께하려면
애지중지 교감하며 키운 반려식물이 시들거나 죽는다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다시 식물 들이는 일을 주저하게 만든다. 박신애 교수는 “식물 키우기를 꺼려하는 분들을 보면 대개 물주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꾸준히 잊지 않고 잘 주기도 어렵지만, 식물마다 필요한 물의 양이나 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농가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ICT(정보통신기술)와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식물 재배기나 관련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기술의 힘을 빌려 반려식물을 키우더라도 교감을 통한 긍정적 효과는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실패보다는 성공의 경험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농업연구사는 “주변에 식물을 권하면 ‘내가 키우면 다 죽더라’며 고사하는 이가 많다. 혼자서 감(感)에 의존해 키우는 경우에 그러하다. 식물이 좋아하는 빛과 물의 양을 때맞춰 제공하는 제품도 있고, 사진으로 병충해 상태를 진단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받으면 누구나 건강하게 반려식물을 키울 수 있다. 관리도 마찬가지지만 교감에 대해서도 크게 부담을 느낄 필요 없다. 식물은 꼭 적극적인 관심을 준다고 해서 잘 자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적절한 생육 환경을 만들어주고 때때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2021년 기준 29.1%로 세계 1위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산다’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재수 없으면 120세까지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60세까지 일을 하다 은퇴해도 120세까지 산다면 60년의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요즘 노인들이 과거에 비해 젊어졌다고는 하지만, 수입은 줄어들고 물가는 오르고 건강이 나빠지는 고령자에게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공포일 것이다.
지출 가장 많은 식비
총무성의 2021년 ‘가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부부이면서 일을 하지 않는 가구의 평균 소비 지출은 월 22만 4436엔(약 215만 원)으로 나타났다. 지출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비중은 식비다. 6만 5789엔(약 64만 원)으로 전체의 30%다. 내각부의 2020년 ‘고령자의 경제생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지출 TOP5는 식비(59.4%), 보건의료비(33.1%), 교통비와 자동차 관련 비용(25.7%), 주거비(20%), 취미나 레저 비용(19.1%) 순이다. 역시 식비가 지출 1위를 차지한다.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불안을 느끼는 고령자는 60%에 달한다. 불안한 요인으로는 ‘자신이나 가족의 의료·간호 비용’, ‘이사나 유료 노인홈의 입주 비용’ 등이 꼽힌다.
쇼핑과 외식 줄이는 ‘절약 소비’
2019년 일본 금융청은 노인 부부가 별다른 수입 없이 연금으로만 생활하면 매월 약 5만 엔(약 48만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약 2000만 엔(약 1.9억 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해, 연금으로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안감을 불러왔다. 이후 노후 준비에 대한 위기감이 한층 불거졌다.
2020년 초 아사히(朝日) 신문에서 신년 기획으로 보도한 ‘장수 시대의 금전 의식’ 기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세대의 70%가 ‘노후 저축을 못 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후 자금에 관해 가장 걱정하는 분야는 ‘질병과 간병’(60%)이었다.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데다 수명까지 길어지면서 ‘절약하는 소비’가 늘어났다. 조사에 따르면 ‘수년 전에 비해 절약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가’에 60%가 ‘그렇다’고 답했다. 70세 이상의 답변은 72%에 달한다.
가장 많이 소비를 줄이는 것은 의복(66%, 복수응답)이었다. 이어 외식(53%), 취미(41%) 순이었다. 앞으로 절약하고 싶은 분야로는 외식(38%), 의류(35%), 식료품(29%)이 꼽혔다. 의료비를 가장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실생활에서 절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다.
01 식비 줄이기 식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예산을 일주일 단위로 세운다. 쇼핑하기 전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확인해 중복 구매를 하지 않도록 한다. 쇼핑 목록을 만들어두고 쇼핑은 일주일에 3회 정도 한다.
02 수도·광열비 절약하기 의식하지 않아도 절약할 수 있도록 절수 샤워 헤드나 절수 프레임 등을 사용하면 좋다. 전기요금은 에어컨같이 소비전력이 큰 전자제품에서 줄이는 것이 좋다. 자동운전 모드를 활용하거나 자주 켜고 끄지 않아야 한다.
03 고정비 점검하기 고령 가구는 보험료나 통신비 정리가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나이에 따라 공적 보험을 통해 본인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낮아지므로 민간 보험은 꼭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정리한다. 자동차·화재보험 등은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유선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해약하고, 사용하는 휴대폰 요금을 저렴한 것으로 바꾼다.
04 자동차 처분하기 자동차를 보유하면 아무래도 유지비가 꾸준히 발생한다. 물론 자동차가 없으면 이동이 불편할 수 있지만, 지자체에서 고령자 이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로도 충분하다. 고령자에 한해 교통비를 저렴하게 지원하는 등의 지자체 서비스를 잘 둘러보고 자동차를 처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05 연금 미뤄서 더 많이 받기 2022년 4월을 기준으로 하면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일을 하고 있거나 당장 연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닐 경우 65세 이후로 연금을 미뤄서 받으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70세부터 수령할 경우 42% 증액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06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 조달하기 일본에도 리버스 모기지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주택연금과 비슷하다.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빌리는 것. 본인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다. 매월 이자를 상환하면 되고, 원금은 ‘이용자가 사망하면 자택을 매각한 뒤 상환’하거나 ‘상속인이 부담한다’는 선택을 할 수 있다.
07 건강수명 늘리기 노후에 가장 많이 드는 비용이 의료비와 간호비다. 결국 건강하면 지출을 줄일 수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남성의 경우 9년, 여성의 경우 12년 정도를 의료·간호에 의지해 보낸다. 후생노동성은 매일 10분의 적당한 운동, 하루 70g의 채소 섭취, 금연 등을 추천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검진받도록 안내하고 있다.
예로부터 절약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책이 있다. 바로 가계부다. ‘가계부 적는 습관으로 종잣돈을 모을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자수성가형 부자도 적지 않다. 요즘 ‘돈 좀 아낀다’는 사람들은 가계부를 어떻게 쓰고 있을까? 가계부 앞에 작심삼일하고 마는 당신, 새해 새 마음으로 가계부를 펼칠 시간이다.
자녀의 독립 혹은 결혼, 동호회, 집안 경조사 등 중장년의 삶 곳곳에는 돈 새나가는 구멍이 뚫려 있다. 그런데 막상 돈 들어올 곳은 마땅치 않아 불현듯 불안해진다. 까맣게 잊고 있던 세금 납부일이 코앞으로 다가와 부랴부랴 통장 잔액을 확인하기도 한다. 게다가 ‘역대급 불경기’라 온 세상이 다 떠들썩하다. 이럴 때일수록 오래, 현명하게 가계부를 작성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수입을 늘리기 쉽지 않을수록 지출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재테크 방법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아바라TV’를 운영하는 안선우(37) 씨는 10년간 꾸준히 가계부를 써온 경험을 바탕으로 가계부 작성 팁을 소개하고 있다. 절약이나 가계부 작성 등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다른 유튜브 채널에 비해 4050세대 구독자가 많다. 안선우 씨는 “노후 자금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50대라면 현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가계부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입은 줄지만 씀씀이가 가장 커져 지출을 줄여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가 알려주는 가계부 작성 팁을 활용해 어려운 시기, 노후 자금을 현명하게 굴려보자.
‘손맛’ 느낄 수 있는 수기 가계부
요즘은 계산할 필요 없이 입력만 하면 되는 엑셀 가계부, 애플리케이션 가계부 서비스가 많다. 하지만 안선우 씨는 수기 가계부를 추천한다. 직접 영수증이나 지출 내역을 확인해가며 정리하는 ‘손맛’을 느낄 수 있어, 엑셀 가계부나 앱 가계부보다 절약을 위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는 엑셀 가계부를 쓰다 수기 가계부로 다시 돌아왔다는 댓글이나 후기가 심심찮게 보인다.
충동 소비 줄이는 ‘일기’ 가계부
안선우 씨는 가계부에 지출 내역을 작성할 때 그날의 감정을 함께 적는다. 특히나 기분이 좋지 않아 필요하지도 않은 데에 돈을 썼다면, ‘어떤 일로 화가 나 충동구매’를 했다는 짤막한 내역을 지출 금액과 함께 기록한다. 안 씨는 “일기를 적듯 가계부에 금액과 함께 감정을 적었더니, 월별 결산을 할 때 당시를 복기하게 돼 충동구매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새해에는 특별지출비 마련부터
중장년은 챙겨야 할 기념일이나 행사, 모임이 많다. 생애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시기로, 챙겨야 할 세금도 많다. 고정 지출을 제외한 이 모든 비용이 안 씨의 가계부에는 ‘특별지출비’로 적힌다. 그는 언제, 돈이 얼마나 나갈지 시기와 금액을 미리 계산해 한 해가 시작될 때 특별지출비 전용 계좌에 넣어놓고 돈을 사용하고 있다. ‘매 맞을 준비도 미리 하라’는 말처럼, 불쑥 나타나 저축과 생활비 관리를 괴롭히는 지출 요소를 특별지출비용에서 꺼내 쓰면 안정적으로 예산을 관리하고 여윳돈을 저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예산은 지난해 지출 내역을 참고하면 큰 오차 없이 짤 수 있다. 50대는 평균적으로 200만~300만 원가량을 특별지출비로 잡아놓으면 관리하기 쉽다. 비용은 금리가 높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파킹 통장이나 CMA 계좌에 넣기를 권했다.
완벽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
안 씨는 “가계부를 10년 넘게 써보니 완벽하게 쓰려는 마음가짐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1원짜리 한 장까지 빼놓지 않고 기입하려다가는 제풀에 지쳐 오래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가계부 작성의 가장 주된 목적은 돈을 어디에 쓰는지 ‘체감’하는 데 있다. 이번 달, 올해 돈을 얼마나 썼는지 복기하고 충격을 받아야 절약할 결심이 선다. 개인 블로그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SNS에 ‘#가계부’, ‘#가계부쓰기’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작성한 가계부를 다달이 올리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꾸준히 가계부를 작성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염전족 돈에 인색하게 굴 때 ‘짜다’고 표현한다. 이에 착안해 경제불황으로 소비를 줄이고 검소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런치노마드족 생활비 절약을 위해 값싼 맛집을 찾아다니며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들. 인터넷 검색 또는 정보 공유를 통해 저렴한 맛집을 물색한다.
로케팅족 음식 등 생필품은 알뜰 소비를 하지만, 아껴서 모은 돈으로 자신이 관심 있는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고급 소비를 하는 사람들.
금리노마드족 은행 금리가 5%대까지 상승하며 등장한 개념. 단 0.1%라도 이자가 높은 곳을 찾아 돌아다니거나, 이자율에 따라 예·적금을 자주 갈아탄다.
핫딜노마드족 특정 시간에 대폭 할인 판매하는 ‘핫딜’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 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찾아 플랫폼을 옮겨 다니며 구매하는 이들을 말한다.
노머니족 경제 저성장에 대한 불안 때문에 가능한 한 돈을 아끼고 소비를 덜 하려는 사람들. 꼭 필요한 최소한의 소비만 하며 쓸데없이 돈을 쓰지 않는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마스크 착용 권고 대상인 만 60세 이상 고령자는 실내 마스크 착용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해본 결과, 고령자 대부분은 해제 이전과 차이 없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 1월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다만 의료기관과 약국, 감염취약시설(요양병원, 장기요양기관, 정신건강증진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대중교통(버스·철도·택시·항공기)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했다.
이와 함께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외의 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착용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고령층 등 코로나19 고위험군, 밀폐·밀집·밀접 환경 등에서는 마스크를 적극적으로 써달라”라고 권고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에도 대중들은 여전히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고 대상인 고령자 역시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본지에서는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실태 설문조사를 벌였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고령자 20명(남녀 각 10명)에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차이점, 불편한 점 등에 대해 질문했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20명 가운데 17명은 “이전과 똑같이 마스크를 착용한다.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단 3명(남 2명, 여 1명)이 “이전보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편이다. 차이점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눈치가 보여서 마스크를 쓰려고 한다”고 똑같은 입장을 전했다.
마스크를 이전과 동일하게 착용한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70.6%는 “마스크 착용이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착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직 29.4%만이 “불편한 점이 없다”고 응답했다. 지난 2년 간 마스크를 쓰고 다녔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습관화가 됐다고 말했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유는 ‘코로나19 감염 걱정’이 58.9%, ‘착용 의무 장소 헷갈림’이 11.7%로 각각 드러났다. ‘코로나19 감염 걱정’을 꼽은 이들은 공통으로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는 것이 더 귀찮고 불편하다”, “나이도 있는데 코로나19 감염이 걱정 된다. 나의 건강을 위해 착용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현직 어린이집 교사라는 60대 임 씨(여)는 “교사는 일할 때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는데, 아이들은 마스크 착용 부분 해제로 교사로서 관리가 힘들어졌다”면서 “개인 입장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마스크를 벗기에는 불안하고 건강상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중교통, 병원, 약국 뿐만 아니라 영화관, 공연장 등에서도 마스크를 벗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착용 의무 장소 헷갈림’을 꼽은 이 씨(남)는 “마스크 착용 의무 장소가 있는데, 일반인으로서 일일이 다 외우고 파악하고 있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이전과 똑같이 마스크를 착용하게 된다”면서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해제됐다는 점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재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적용하는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곳이 있어 혼선을 얘기하고 있다.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대형마트나 헬스장 등은 마스크 착용 권고 장소이다. 다만 대형마트 안의 약국, 병원이나 감염취약시설 내부 헬스장·탈의실을 이용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스크 착용 의무 유지 장소에서 마스크를 미착용할 시 벌금 10만 원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예상치 못하게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사람들의 견해다.
이와 관련해 전체 응답자 가운데 5명은 “마스크 착용 의무 지역이 모호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오 씨(여)는 “SNS나 영상 매체를 활용해 공지를 확실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우려와 달리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세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5일 신규 확진자 수는 1만 4018명이었다. 1주일 전인 지난달 29일(1만 8864명)보다 4240명, 2주일 전인 지난달 22일(1만 6615명)보다는 1991명 줄었다. 이와 같은 추세 속에서 정부는 오는 5월께 마스크 전면 해제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나 설문조사에 참여한 고령자 중 25%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으면 좋겠다”고 정부의 규제에 대해 견해를 전했다. 그 중 김 씨(여)는 “6월 여름 전까지는 마스크를 착용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아직 발생하고 있는 만큼 안전을 기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서이숙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얼마나 바쁜가 하면, 동시에 네 작품의 촬영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정도다. 많은 작품에서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인정받는 배우라는 뜻이다. 그러나 서이숙은 아직 목마르다고 말한다. 전성기 또한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언제, 어떤 작품을 통해 서이숙(56)이라는 배우를 알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JTBC ‘부부의 세계’ 속 최 회장의 아내로, 누군가는 tvN ‘호텔 델루나’의 마고신을 통해 알았을 것이다.
서이숙이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를 펼친 지는 1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가 아니다. 그가 드라마에 출연하기까지 무려 2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중에 무명 연극배우로 지내며 빛을 보지 못한 시간이 20년이다.
서이숙은 긴 어둠의 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믿는 시간의 공력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시간의 공력이란 시간을 들인 만큼 값진 결과가 언젠가는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이숙은 시간의 공력 끝에 행복의 경지가 있고, 언젠가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
“저는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 도대체 전성기는 뭘까 하는 질문이 생기죠. 제 연기에 대한 만족감이 10점 만점에 5점을 넘겨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아직 전성기가 안 왔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언젠가는 올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시간의 공력을 믿거든요. 그래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초조함이 없답니다.”
갑상선암, TV 출연으로 전화위복
서이숙은 배우로서 행복을 연극 무대에 섰을 때 마지막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그때도 자신의 연기에 만족해서는 아니었다. 관객과의 호흡을 통해 짜릿함을 느꼈다. 그는 “정동환 선생님과 함께한 ‘고곤의 선물’과 ‘오이디푸스’ 무대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꼈다”면서 “내 연기에 관객들이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행복을 느끼기까지 서이숙은 지난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스무 살에 우연히 연극 ‘신의 아그네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서이숙은 수원예술극장 단원에 지원해 합격했다. 궁핍한 배우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1989년에 극단 미추에 입단했지만, 15년간 코러스로 무대에 올라야 했다.
그러다가 2003년, 마침내 보상의 시간이 찾아왔다. ‘허삼관 매혈기’로 첫 주연을 맡은 서이숙은 동아연극상 연기상,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 등을 휩쓸었다. 동시에 연극계에 서이숙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까지 거의 2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허삼관 매혈기’ 때 연기가 정말 재밌었어요. 대본이 좋으면 연기가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20년 만에 주연을 맡은 것인데, 시간의 공력이 저를 그렇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허삼관 매혈기’로 상을 받기 시작했으니까 인생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드라마는 아직 인생작을 못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인생의 빛을 보려던 때인 2011년, 서이숙은 갑상선암을 선고받았다. 그는 “진짜 이건 뭐지 싶었다. 열심히 20년 넘게 연기한 것밖에 없는데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갑상선암 치료와 수술로 무대에 서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서이숙은 이때부터 방송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2010년 홍창욱 감독의 SBS 드라마 ‘제중원’을 통해 드라마에 발을 내딛은 상황이었다.
“제가 활동하는 산악회 모임에 홍창욱 감독님도 계셨죠. 감독님께서 ‘제중원’을 준비 중이셨어요. 명성황후 역할이 있는데 신선한 얼굴을 캐스팅하고 싶으셨나 봐요. 저한테 출연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중원’에 출연했고, 시청자분들이 ‘저 배우 누구야, 목소리 좋다’ 하면서 관심을 보이셨죠. 그 이후 계속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온 거죠. 그때를 생각하면 인생이 마냥 코너로 몰리지는 않는구나, 힘든 일도 결국은 지나가는구나 하고 느껴요.”
이후 서이숙은 MBC ‘짝패’, ‘기황후’,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 tvN ‘호텔 델루나’, JTBC ‘부부의 세계’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최근작은 tvN ‘슈룹’이다. 폐비 윤 씨 역을 맡은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열연을 펼쳤다. 서이숙을 향한 시청자의 연기 호평은 나날이 쌓여가는데, 그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드라마를 처음 찍을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연극배우로서는 베테랑일지 모르지만 방송국에서는 초보잖아요. 매일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면 그때 그렇게 하지 말걸 하는 후회만 남는 거죠. 지금 10년이 지났는데도 똑같이 매일 후회해요. 제가 성향상 한번 연기한 것을 다시 반복하는 것을 힘들어하거든요. 드라마는 똑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어야 하는데, 저는 매번 100%의 감정이 나오지 않는 거죠. 드라마 위주로 활동한 배우들은 그 감정 배분을 잘하더라고요.”
촬영 때 100%의 감정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한 번에 100%의 감정을 쏟기 때문에 촬영이 지속되면 그 강도의 에너지가 계속 나오긴 어렵다는 뜻이다. 연극할 때의 연기가 몸에 밴 그는 상대방이 연기할 때도 100%의 감정을 실어 리액션을 해주기 때문이다. 서이숙은 이 부분을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은 장점으로 본다.
현재 ‘여배우가 찾는 여배우 1순위’로 통할 만큼 이러한 연기 방식은 방송가에 입소문이 났다. 호흡을 맞춰본 배우들은 그때의 감동을 기억하며 서이숙을 또 찾는다. 같이 연기를 해본 적 없는 배우들도 소문을 듣고 러브콜을 보낸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서이숙이 가장 호흡이 좋았다고 느낀 배우는 누구일까. 단번에 ‘부부의 세계’에서 만난 김희애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이숙과 김희애가 ‘부부의 세계’ 첫 신을 찍을 때 주고받은 에너지는 압도적이었다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표현했다. 서이숙과 김희애는 넷플릭스 드라마 ‘퀸 메이커’로 재회했다. 올 상반기 방영 예정으로 두 사람이 보여줄 시너지가 기대를 모은다.
건강하게 잘 늙어가기
서이숙은 좋은 연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도 결국 사람이고, 그가 살아온 인생이 연기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다. 그는 연극계의 거장으로 통하는 고(故) 장민호의 연기를 보고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장민호 선생님은 ‘3월의 눈’이라는 연극 무대에서 명장면을 남기셨어요. 어떤 특별한 장면이 아니고, 그냥 선생님이 걸어가다가 의자에 앉는 장면이에요. 선생님이 걸어가는 모습에서 살아온 삶이 보이더라고요. 이게 연기구나, 살아온 삶이 연기구나라고 그때 깨우쳤죠. 그게 연기의 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아직 답이 안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은 거예요. 저의 답은 죽을 때 나올 것 같아요.”
연기는 삶 그 자체라는 사실을 깨달은 서이숙. 그래서 그의 목표는 ‘잘 늙어가기’다. 한해 한해 나이가 들수록 잘 늙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느낀다고. 서이숙은 최근 갱년기를 겪었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내 나이쯤 되면 흔히 겪는 병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보통 병이 아니더라”는 토로가 이어졌다.
갱년기는 어느 날 불쑥,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찾아왔다. 서이숙은 신체적인 변화보다 정신적인 변화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세상에 재밌는 일도, 맛있는 것도 없어졌다. 젊었을 때는 사람들과 술 마시고 수다 떠는 것이 재밌었는데 이제는 뭘 해도 재미없다”면서 “그래서 시니어들이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 잘 늙어가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서이숙은 사람들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동료들이 많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는 “인간관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면서 “나의 제일 친한 친구는 반려견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생인 반려견 ‘노을이’와 ‘준이’를 키우고 있다.
서이숙에게 반려견들은 가족 그 이상의 존재다. 이를 두고 “사람하고 살아야지 왜 개하고 사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이숙이 결혼하지 않고 미혼으로 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좋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하고 싶다”면서도 “사람 만나는 횟수를 줄이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안 될 것 같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결혼할 때를 놓친 것 같아요. 20대 때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만 해도 사회적으로 여자는 결혼하면 집에서 밥하고 애를 낳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죠. 저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어머니도 일찍 결혼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제가 연극을 할 때라 돈이 없기도 했죠. 딸이 결혼해서 고생만 할까 봐 어머니가 더 그렇게 말했던 것 같기도 해요.”
서이숙은 하나뿐인 가족,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각별하다.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고, 남동생은 중학생 때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모녀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열심히 살았다. 서이숙은 평생 고생만 하신 어머니가 이제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어머니 생각을 하던 그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졌다.
“어머니는 1938년에 태어나셨어요. 전쟁을 겪은 보릿고개 세대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저를 홀로 키우시면서 정말 힘든 삶을 사셨죠. 돈이 없어서 집에 냉·난방기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한 여인으로서 어머니의 삶이 너무 안쓰러워요. 잘해드리고 싶어서 용돈을 드려도,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잘 안 쓰려고 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이 또 안타까워서 저도 마음과 다른 말이 나오게 되고…. 참 속상합니다.”
서이숙은 어머니에게 잔소리하는 자신을 보면서 ‘말실수를 줄이자’는 새해 다짐을 했다. 또 다른 목표는 ‘후회 좀 하지 말자’, ‘내 건강에 신경 쓰자’다. 그중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강’이다. 그래야 잘 늙어가고, 좋은 연기도 나오는 법이니까. 나이가 들수록 더 짙어질 서이숙의 연기가 기대된다.
“누군가에게 인사할 때 ‘건강하세요’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얼마나 소중한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 너무 잘 알죠. 잘 늙으려면 먼저 건강해야 하는 것 같아요.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고, 욕망과 미움도 사라지죠. 시니어 독자 여러분, 올 한 해 더 건강하시고 소망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2023년 키덜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 키덜트(Kidult)는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을 뜻한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년의 키덜트가 늘어나고 있다. 사회와 문화 전반에서 주류로 떠오른 중년 키덜트의 파급력과 그 이유를 짚어봤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네버랜드 신드롬’을 언급했다. 네버랜드는 피터팬과 친구들이 늙지 않고 영원히 아이의 모습으로 사는 곳이다. 책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피터팬이 많아지는 트렌드를 ‘네버랜드 신드롬’이라고 표현했다. 쉽게 말하면 대한민국 전체가 더 이상 나이 들고 싶어 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네버랜드 신드롬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리턴(Return) 유형이다. 배우 한소희가 착용해 3000원짜리 공주 세트가 돌풍을 일으킨 것, 포켓몬 빵 품절 대란 등을 이 유형의 예로 들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키덜트는 리턴 유형에 속한다.
네버랜드 신드롬의 두 번째 유형은 스테이(Stay)로, 나이 듦을 거부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유형의 사람은 동안 외모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승진을 마다하면서까지 현 상태에 머물고자 한다. 세 번째로는 아이들처럼 쉽고 재밌고 명랑하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플레이(Play) 유형이 있다.
고령화 시대와 키덜트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1조 6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향후 최대 11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덜트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주름잡은 주력 세력이다.
키덜트가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근본적인 이유는 전 세계가 빠르게 늙어간다는 데 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사회가 유년화되고 있다. ‘이 나이 때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식의 사회적 나이 개념이 흐려지고 있다.
키덜트는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추억의 장난감, 만화책, 만화영화 등을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소비하는 현상을 보인다. 그런 키덜트를 향한 시선은 몇 년 전만 해도 부정적이었다. 유치한 취향을 가진 철없는 어른으로 봤다.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피터팬 증후군’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키덜트를 향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어른은 이래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의 장막이 걷히자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시대가 됐다. 이로 인해 자신의 취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키덜트가 늘어났고, 소비 시장 또한 커졌다. 자녀와 함께 취미 생활을 즐기는 키덜트 부모도 많아졌다. 드론, 무선조종 자동차, 레고 등을 가족이 함께 즐기며 유대감을 쌓는다.
키덜트가 급증한 두 번째 원인으로 미래 불안감이 거론된다. 키덜트는 불안한 미래와 힘든 현실로 인해 어린 시절 행복했던 추억에 젖으며 위안을 얻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내 활동이 증가하면서 장난감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유명한 장난감 회사 해즈브로는 2019년 47억 2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4억 2000만 달러로 순수입이 증가했다. 동기간 바비 인형 회사 마텔의 순매출은 45억 달러에서 54억 6000만 달러로 늘었다.
문화 발전과 중장년 키덜트의 성장
현재 시장을 주름잡는 키덜트의 중심에는 중장년층이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스타워즈, 포켓몬 등을 보유한 장난감 회사 재즈웨어스의 제러미 파다워 최고브랜드책임자는 CNBC에서 “1970~80년대에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장난감이 크게 유행하면서 이 시기에 팬덤을 경험한 세대가 현재 30~40대에 접어들었다. 이 사람들이 키덜트의 시작이 됐다”라고 말했다.
현재 상영 중인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가 흥행하는 것을 봐도 중장년층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새해 첫 100만 영화다. 1990년대 만화 ‘슬램덩크’를 즐겨 본 중장년층이 오래 간직한 팬심을 드러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유튜브 채널 ‘오덕사’(오리엔탈 덕후 사관학교)를 운영 중인 라이너는 게임에 주목해 말했다. 그는 “중장년층을 1980년대생이라고 생각한다. 1980년대생은 게임에 익숙한 세대다. 게임을 하기 위한 용도로 컴퓨터를 구매할 정도였다”면서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도 게임을 취미로 이어가는 것이다. 중장년층은 나이를 아주 많이 먹어도 게임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종합하면, 세상은 나이 들어가는데 사람들은 젊어지고 있다. 나이보다 젊게 사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됐다. 앞으로 키덜트는 더욱 많아질 것이며, 개인과 사회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다. 개인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창구가 된다. 시장 및 사회는 키덜트로 인해 활기와 역동성을 잃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덕사’ 교장 선생님, 라이너
“중장년 키덜트여,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영화평론가로 유명한 유튜버 라이너는 채널 ‘오덕사’(오리엔탈 덕후 사관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을 맡고 있다. 오덕사는 만화·애니메이션·게임을 심도 있게 분석해 소개하는 채널이다. 채널의 주요 연령층은 30·40대다.
“10·20대부터 40대 중반까지, 오덕사 구독자분들의 연령층은 다양합니다. 그중 30·40대가 제일 많은데요. 중장년층은 아무래도 추억의 만화,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좋아하시더라고요. ‘기생수’, ‘에반게리온’을 소개했을 때 반응이 특히 뜨거웠죠.”
스스로 키덜트라고 말하는 라이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어서 만든 채널이 바로 오덕사다. 라이너는 어렸을 때부터 비범했다. 만화방, 비디오방을 전전하는 것을 넘어 해적판 비디오를 구하러 용산을 찾아가곤 했다고. “친구들은 전혀 모르는 세계를 알고 있었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게임도 좋아했고, 영화와 소설도 굉장히 많이 봤어요.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았죠.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문화의 힘이 되게 중요하다고 믿거든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물론 과학기술이겠지만, 그 이상으로 문화와 예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의 문화생활은 라이너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만화 또는 애니메이션 중 그의 인생작은 무엇일까. 라이너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를 꼽았다. 마크로스는 거대한 우주선인데, 지구가 멸망하면서 마크로스에 탄 사람들이 마지막 인류가 된다. 그들은 외계인 젠크라디와 싸움을 벌인다.
“외계인 젠크라디에게는 한 가지 약점이 있었어요. 바로 문화를 가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인류는 머리를 쓰죠. 마크로스 안에 당대의 아이돌 가수 린 민메이가 있었는데, 우주 콘서트를 펼치죠. 음악을 듣고 젠크라디들은 붕괴됩니다. 거기서 ‘컬처 쇼크’(문화 충격)라는 말이 처음 나왔어요. 제 영화 유튜브 채널 이름도 ‘라이너의 컬쳐 쇼크’죠. 1980년대에 그런 스토리가 나왔다니,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덕사에서 다루는 콘텐츠 중 게임의 비중은 적지만, 라이너는 여전히 게임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어렸을 때는 수중에 돈이 없어서 게임을 즐기지 못했는데, 현재는 시간이 없어서 게임을 못 한다고.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은 커서 게임 패키지를 삽니다. 그런데 시간이 없으니 상상으로만 게임을 하고 진열장에 넣어두죠. 그렇게 쌓인 게임이 한가득이에요.”
라이너는 키덜트인 자신의 취미 활동에 대한 장점을 늘어놓았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은 특별한 장비 없이도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취미 활동이다. 또 누구를 상처 입히거나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건전한 취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키덜트로 살 것이라는 라이너는 동년배 중장년층에게 자신처럼 ‘덕후’가 될 것을 추천했다.
“중장년층에게 애니메이션을 즐겨 본다고 해서,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나쁜 짓 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렸을 때나 하던 유치한 것을 즐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숨은 명작이 많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취미 활동을 당당하게 즐기면서 ‘원더풀’한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주택 가격 예측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공급과 수요 측면을 다 살펴야 합니다. 어디에 얼마나 짓는지, 얼마나 필요한지 다 따져봐야 합니다. 실물경제 흐름, 금리와 물가, 대출 조건 등 금융 환경, 지역별 일자리와 사회간접자본(SOC) 정도, 병원 등 생활 편익시설, 학군·학원 등 교육 환경에 인구 추이와 가구 형태까지, 변수도 많습니다.
이번 글은 이런 변수 등을 반영한 역대 정권 부동산 정책과 아파트 가격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30여 년간의 흐름을 보면 일정한 ‘관계성’이 읽힐 것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흐를 것인지 장담은 못 해도 예측은 가능할 것입니다. KB금융 주택통계 시계열자료를 근거로 했음을 밝힙니다. 긴 분석 기간, 쉬운 통계 추출 때문입니다. 위 그래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故 노태우 대통령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의 출범 첫 해까지(1988~2022년) 각 정권 재임 기간 중 전국, 서울, 6대 광역시(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의 아파트 가격 흐름이 반영된 그래프입니다. 이를 보면 노태우·故 김대중·故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아파트 가격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故 김영삼 대통령 집권 기간 전국·서울 아파트 가격은 2~3% 올랐고, 6대 광역시는 1% 정도 하락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서울•지방 모두 10% 안팎 올랐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3.2%)한 반면 6대 광역시 가격은 크게(+31.8%) 뛰었습니다.
집값이 뛰면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규제책을 내놓았습니다. 노태우 정부는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 시행했습니다.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법’ 등입니다. 택지 소유는 제한하고, 초과이득·개발이익은 국가가 환수하는 초강수 정책입니다. 공시지가제도 도입,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건설도 이때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주택거래신고제, 분양가상한제 등의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분양원가 공개도 추진했고, 전매제한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 정책도 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8차례 대책을 통해 대출은 옥죄고, 고가·다주택자 보유세는 무겁게 했습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나섰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은 크게 늘렸습니다.
주택 시장이 위축되면 반대로 부양책을 쏟아냅니다. 김영삼 정부는 “부동산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개입을 최소화했습니다. 분양가 자율화를 추진하고, 양도세•전매제 등을 완화하면서 부양에 나섭니다. 이명박 정부는 전 국토의 19%가 넘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9%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대출 및 세금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분양 및 청약제도도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시행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및 조합원 3채까지 분양 허용’ 등 이른바 ‘주택 3법’을 도입했습니다. 세제 및 대출도 완화했고, 민영주택 건설 활성 대책을 내놓으면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부추기기까지 했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집값 오름세에도 해외 개방, 후분양제, 전매와 청약제도 모두 활성화에 맞춰 정책을 폈습니다. 토지 3법 중 택소법, 토초세법이 무력화된 것도 이 시기입니다. 당시는 외환위기 극복이 국가 과제였다는 점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양책을 편 것으로 해석됩니다.
역대 정권은 오르면 규제하고 내리면 부양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당연해 보이지만, 정부가 집을 사는 곳(Living)이 아니라 살 곳(Buying)으로 보고 정책을 편 것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주택은 대다수 국민에게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집값이 오르면 ‘부의 증식’이라는 착시가 작동합니다. 소비와 투자는 활발해지고 경제는 나아집니다. 정부 정책이 이런 점에 기대어 시장에 개입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은 합리적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집값 끌어올리기 정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규제란 규제는 다 푸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도 집값 내림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이 있습니다. 왜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잡으려 하면 오르고, 활성화하려 하면 내려가는가 하는 점입니다. 정책의 효과가 왜 5년 뒤, 10년 뒤 나타나느냐 하는 것입니다.
주택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은 제각각입니다. 겉으로는 모두가 ‘안정’을 말합니다. 그런데 속내는 다릅니다. 정책 당국자는 경제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하락보다는 조금 올랐으면 합니다. 집이 있는 사람들은 오르기를, 없는 사람들은 떨어지길 원합니다. 여기에 틈을 노리는 투기적 수요가 가세합니다. 한몫 잡아보려는 투기꾼들 말입니다. 이런 가수요(거품)의 증가는 과다한 공급을 만들어냅니다. 투기적 수요, 공급이 너무 크면 시장은 불안해집니다. 정부 정책의 효과를 지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 크기가 너무 크면 길게, 적으면 짧게 불안이 이어집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집값은 전국적으로 38%, 서울은 62% 상승했습니다. 잔뜩 낀 거품이 빠지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연착륙을 위해 여러 부양책을 내놓지만,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최근 조사한 전문가들 예상은 “하락세는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겁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판단과 책임은 여러분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