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중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다면, 전날 식사도 못 하고 과량의 장 정결제를 마셔야 하기에 매우 고통스럽다. 검사 후 용종을 몇 개 제거했다는 결과를 들으면, ‘혹시 대장암이 진행된 것은 아닐까?’ ‘용종을 제거했으니 괜찮은 것일까?’ 등의 두려움과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장암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안병규 한양대학교 외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보건복지부의 국가암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새롭게 발생한 대장암 환자는 2만 7877명으로 갑상선암, 폐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사망률 역시 폐암, 간암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안병규 교수는 “대장암은 지난 10년간 증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앞으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장암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 음식 및 식습관, 생활환경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졌다. 전체 대장암의 약 90~95%는 대장 점막 세포의 유전자 변이에 의해 생겨난 용종이 오랜 시간 유전자 변이와 환경적 요인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암으로 진행되는 산발성 대장암이다. 유전성 대장암은 전체 대장의 5~10% 정도이며,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FAP),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HNPCC)이 여기에 속한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용종을 진단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50대 이상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3~5년마다 받을 것을 권고한다. 다만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40대 이전부터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Q. 중장년 시기에 대장암 유병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전체 대장암의 약 90~95%를 차지하는 산발성 대장암은 아무래도 젊은 나이보다 중장년층에서 발생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특히 여성에 비해 남성의 대장암 빈도가 높은 것은 음주, 흡연, 식이습관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장년층 남성의 경우 회식이 잦고 육류 섭취 및 음주, 흡연을 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높은 발병률과 관련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Q. 대장내시경의 궁극적인 목적, 용종과 대장암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A. 대부분의 대장암은 작은 용종에서 시작되나 모든 용종이 대장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용종은 선종성 용종으로, 대장암의 80~90% 이상은 선종성 용종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용종이 대장의 가장 안쪽 점막층에서 발생해 점점 자라면서 다양한 유전자 변이 과정을 거쳐 암으로 변하는데, 일단 암으로 변하면 대장 벽을 뚫고 점점 깊이 침투해 들어갑니다. 그래서 용종을 대장암의 씨앗이라고 부르며, 대장내시경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제거하면 암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종은 대장의 어느 부위에서든 또 생겨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대장내시경을 자주 하면 천공과 출혈 발생이라는 부작용이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A. 최근에는 45세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으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좀 더 짧은 주기로 대장내시경을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장내시경 과정에서 천공과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으나, 이는 대장내시경을 자주 해서 발생한다기보다는 용종을 절제하거나 장 유착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것이 걱정되어 대장내시경을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즉 대장암 전문의와 상담하여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주기로 대장내시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초기 대장암 환자는 증세를 자각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고 봤습니다. 어떠한 증상이 나타나면 대장암을 의심하는 것이 좋을까요?
A. 대장암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됐다고 봅니다. 대장암 증상은 전신에 나타나는 증상과 국소 증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신 증상으로는 체중 감소, 피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이 있습니다. 국소 증상은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른쪽 대장암은 위치가 항문에서 제법 멀기 때문에 흑색 변을 보게 되며 빈혈이 나타납니다. 또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암이 크게 자라배에서 혹이 만져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반면 왼쪽 대장암은 오른쪽에 비해 직경이 좁기 때문에 암이 조금만 자라나더라도 장이 막히는 경우가 많아 장 폐색, 변비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선홍색에 가까운 혈변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암은 선홍색 혈변, 잔변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변이 가늘어지거나 자주 보는 등의 증상을 흔히 보입니다.
Q. 대장암 수술 후 장루(인공항문)를 필수로 착용해야만 하나요?
A. 장루는 필수로 하는 것은 아니며, 크게 폐쇄성 대장암과 직장암 수술의 경우 필요합니다. 폐쇄성 대장암의 경우 수술 전 장 정결을 할 수 없어 절제한 장을 연결하지 못하거나, 연결하더라도 문합부 누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장암 수술은 연결 부위가 항문에서 너무 가깝거나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 장 문합 부위 누출 가능성이 높아 장루를 만들어주면 합병증을 줄이고 환자가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영구 장루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으로 장루를 사용하다가 회복되면 복원이 가능합니다.
Q. 대장암 예방에 도움 되는 음식과 생활 습관에는 무엇이 있나요?
A. 하루 필요한 양의 적정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섭취를 권장합니다. 양질의 식이섬유 섭취와, 하루 1.5리터 이상의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고칼로리 식이와 음료, 다량의 붉은색 육류와 동물성 지방 섭취는 제한해야 합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또한 중요하며, 금연을 하고 과음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도움말 안병규 한양대학교 외과 교수]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 노인 인구가 많아질수록 만성 퇴행성 질환의 유병률과 함께 노인의 약 복용률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위험 요인에 노출된 노인을 대상으로 약물 복용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1년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노인(만 65세 이상)의 84.0%는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앓고 있으며 의사의 진단을 받은 만성질환이 있다”고 응답했다. 만성질환 유형은 고혈압이 56.8%로 가장 높았고, 당뇨병, 고지혈증, 관절염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현재 3개월 이상 의사 처방약을 복용’하는 노인의 비율은 전체의 82.1%였다. 문제는 국내 고령자가 복합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다제약물을 과다 복용한다는 데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9년 기준 보건의료 질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약을 5개 이상 만성적으로 복용하는 75세 이상 국내 노인 비율은 70.2%로 나타났다. OECD 7개국(핀란드, 스웨덴, 이탈리아, 캐나다, 네덜란드, 포르투갈, 한국) 중 가장 높았다. 7개국의 평균은 48.3%였다.
과다 복용의 문제점은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다제약물 복용자의 약물 처방 현황과 기저질환 및 예후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5개 이상 약물을 동시에 처방받은 노인은 4개 이하의 약물을 처방받은 대조군보다 부적절 처방률이 33.2%P 높았다.
약의 정의와 고령자 복용 주의점
‘약’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건강에 도움 되는 성분이 포함된 알약 제형의 제품을 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약은 각각의 목적, 성분, 제조법 등에 따라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건강식품으로 나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약이라고 부르는 것은 의약품이다.
약사법에서는 의약품을 ‘사람이나 동물의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품 중 기구나 기계가 아닌 것’이라고 정의한다. 의약품은 의사의 전문적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나뉜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 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여기서 기능성은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해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 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의약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식품 또한 다르다. 모든 건강기능식품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기능성 원료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내포한 ‘기능성’이 표시되어 있다. 건강식품은 식약처의 인증을 받은 식품은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식품을 일컫는다. 효능이나 용량을 표기할 수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영양제’는 법적인 용어가 아니다. 평소에 먹는 식단으로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 보통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할 목적으로 만든 제품을 말한다. 영양제에는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이 속한다. 효능과 품질 면에서 의약품 영양제가 안전하고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의 10명 중 3명이 영양제를 먹을 정도로 시장이 매우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기존에 만성질환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노인은 영양제가 더해지면서 다제약물 부작용 우려가 커졌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어르신의 특성인 노쇠도 영향을 끼친다. 젊은 사람은 영양제를 많이 먹어도 문제가 없는 반면,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는 어르신에게는 비전형적인 부작용이 많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윤종률 한림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자들은 고혈압, 당뇨병 외에도 우울증, 관절염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관련 약을 복용하다 보면 10가지는 금방 넘어간다. 여기에 영양제까지 복용하면 약 종류가 더욱 많아진다”라며 “약을 과다하게 복용하면 약의 성분에 의한 부작용 우려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 교수는 “기존에 복용하던 의약품이 있는데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다 보면 몸에서 약과 유사한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약과 약 사이의 상호작용이 일어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약물 상호작용이란 2종류 이상의 약물을 복용할 때 발생하는 상호작용을 말하며, 약물의 효과가 증폭될 수도 있고 감소될 수도 있다.
윤 교수는 부작용에 대해 비타민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폐암 고위험군이 비타민 E의 토코페롤을 많이 먹으면 폐암 발생률이 오히려 더 높아진다. 위장 장애가 있어 관련 의약품을 먹는 사람이 비타민 C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더 하게 될 수도 있다.”
윤종률 교수는 “고령자일수록 영양제를 먹어서 건강을 보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지양해야 할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내 몸의 영양소는 약이 아닌 음식으로 챙겨야 한다.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영양소를 생각해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바른 약 복용을 위한 길
정희원 교수는 고령자는 특히 ‘연쇄 처방’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쇄 처방은 어떤 약을 먹은 후 생긴 부작용을 고치기 위해 또 다른 약을 먹는 것을 말한다. “어르신들은 약을 먹어서 모든 증상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떤 증상이 있을 때마다 전문 의사를 찾아가다 보면 연쇄 처방이 이뤄지고 부작용이 생긴다. 약이 약을 부른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연쇄 처방과 다제약물 복용을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윤종률 교수와 정희원 교수는 자신이 먹는 약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단골 병원이나 약국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특히 식약처에서 나온 ‘어르신 건강지킴이 복약수첩’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복약수첩에 평상시 먹는 약을 적어두는 것이 좋다. 기존과 다른 약을 처방받는 경우 의료진에게 수첩을 반드시 보여주고 상담받기를 권한다.”
근본적으로는 의료 시스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윤종률 교수와 정희원 교수는 입을 모았다. 윤 교수는 “병원에서는 노인 약물 클리닉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 약국에서는 약사가 무조건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약사가 ‘상호작용이 높은 약을 처방했는데 변경 가능한가’ 등의 의견을 의사에게 수시로 물어봐 약물을 조절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실행하고 있는 시스템이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그뿐 아니라 두 교수는 공통으로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DUR은 의사와 약사가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약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다. 문제는 DUR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이는 의료기관에 DUR 도입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아 DUR을 도입한 의료기관이 적어 발생하는 문제다. DUR 도입을 확산해 고령자의 약물 복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르신 건강지킴이 복약수첩
●질환별 올바른 약 복용
◇고혈압
-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꾸준히 치료받아 적절한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의사와 상의 없이 복용을 중단하지 않습니다.
- 고혈압 약 중 일부는 복용 시 마른기침, 소변량 증가, 쇠약감,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 약사 등 전문가에게 알립니다.
◇당뇨병
- 정기적으로 혈당을 측정해 기록하고, 규칙적인 진찰, 꾸준한 치료를 받도록 합니다.
- 당뇨병 약 복용 중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면 사탕이나 음료수를 즉시 섭취하고, 나아지지 않으면
즉시 전문가에게 알립니다.
- 혈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약품 복용을 주의합니다. (혈당을 높이는 약물 : 이뇨제, 갑상선 호르몬제, 결핵약, 부신피질 호르몬제, 시럽제)
◇고지혈증
- 정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하므로 규칙적으로 진찰받고 검사 수치를 기록합니다.
- 고지혈증 약 중 스타틴 계열은 근육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근육통이나 쇠약감이 있는 경우
즉시 전문가에게 알립니다.
- 고지혈증 약 중 일부는 간 기능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간 기능이 약한 분은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서이숙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얼마나 바쁜가 하면, 동시에 네 작품의 촬영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정도다. 많은 작품에서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인정받는 배우라는 뜻이다. 그러나 서이숙은 아직 목마르다고 말한다. 전성기 또한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언제, 어떤 작품을 통해 서이숙(56)이라는 배우를 알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JTBC ‘부부의 세계’ 속 최 회장의 아내로, 누군가는 tvN ‘호텔 델루나’의 마고신을 통해 알았을 것이다.
서이숙이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를 펼친 지는 1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가 아니다. 그가 드라마에 출연하기까지 무려 2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중에 무명 연극배우로 지내며 빛을 보지 못한 시간이 20년이다.
서이숙은 긴 어둠의 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믿는 시간의 공력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시간의 공력이란 시간을 들인 만큼 값진 결과가 언젠가는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이숙은 시간의 공력 끝에 행복의 경지가 있고, 언젠가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
“저는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 도대체 전성기는 뭘까 하는 질문이 생기죠. 제 연기에 대한 만족감이 10점 만점에 5점을 넘겨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아직 전성기가 안 왔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언젠가는 올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시간의 공력을 믿거든요. 그래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초조함이 없답니다.”
갑상선암, TV 출연으로 전화위복
서이숙은 배우로서 행복을 연극 무대에 섰을 때 마지막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그때도 자신의 연기에 만족해서는 아니었다. 관객과의 호흡을 통해 짜릿함을 느꼈다. 그는 “정동환 선생님과 함께한 ‘고곤의 선물’과 ‘오이디푸스’ 무대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꼈다”면서 “내 연기에 관객들이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행복을 느끼기까지 서이숙은 지난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스무 살에 우연히 연극 ‘신의 아그네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서이숙은 수원예술극장 단원에 지원해 합격했다. 궁핍한 배우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1989년에 극단 미추에 입단했지만, 15년간 코러스로 무대에 올라야 했다.
그러다가 2003년, 마침내 보상의 시간이 찾아왔다. ‘허삼관 매혈기’로 첫 주연을 맡은 서이숙은 동아연극상 연기상,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 등을 휩쓸었다. 동시에 연극계에 서이숙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까지 거의 2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허삼관 매혈기’ 때 연기가 정말 재밌었어요. 대본이 좋으면 연기가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20년 만에 주연을 맡은 것인데, 시간의 공력이 저를 그렇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허삼관 매혈기’로 상을 받기 시작했으니까 인생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드라마는 아직 인생작을 못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인생의 빛을 보려던 때인 2011년, 서이숙은 갑상선암을 선고받았다. 그는 “진짜 이건 뭐지 싶었다. 열심히 20년 넘게 연기한 것밖에 없는데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갑상선암 치료와 수술로 무대에 서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서이숙은 이때부터 방송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2010년 홍창욱 감독의 SBS 드라마 ‘제중원’을 통해 드라마에 발을 내딛은 상황이었다.
“제가 활동하는 산악회 모임에 홍창욱 감독님도 계셨죠. 감독님께서 ‘제중원’을 준비 중이셨어요. 명성황후 역할이 있는데 신선한 얼굴을 캐스팅하고 싶으셨나 봐요. 저한테 출연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중원’에 출연했고, 시청자분들이 ‘저 배우 누구야, 목소리 좋다’ 하면서 관심을 보이셨죠. 그 이후 계속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온 거죠. 그때를 생각하면 인생이 마냥 코너로 몰리지는 않는구나, 힘든 일도 결국은 지나가는구나 하고 느껴요.”
이후 서이숙은 MBC ‘짝패’, ‘기황후’,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 tvN ‘호텔 델루나’, JTBC ‘부부의 세계’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최근작은 tvN ‘슈룹’이다. 폐비 윤 씨 역을 맡은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열연을 펼쳤다. 서이숙을 향한 시청자의 연기 호평은 나날이 쌓여가는데, 그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드라마를 처음 찍을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연극배우로서는 베테랑일지 모르지만 방송국에서는 초보잖아요. 매일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면 그때 그렇게 하지 말걸 하는 후회만 남는 거죠. 지금 10년이 지났는데도 똑같이 매일 후회해요. 제가 성향상 한번 연기한 것을 다시 반복하는 것을 힘들어하거든요. 드라마는 똑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어야 하는데, 저는 매번 100%의 감정이 나오지 않는 거죠. 드라마 위주로 활동한 배우들은 그 감정 배분을 잘하더라고요.”
촬영 때 100%의 감정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한 번에 100%의 감정을 쏟기 때문에 촬영이 지속되면 그 강도의 에너지가 계속 나오긴 어렵다는 뜻이다. 연극할 때의 연기가 몸에 밴 그는 상대방이 연기할 때도 100%의 감정을 실어 리액션을 해주기 때문이다. 서이숙은 이 부분을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은 장점으로 본다.
현재 ‘여배우가 찾는 여배우 1순위’로 통할 만큼 이러한 연기 방식은 방송가에 입소문이 났다. 호흡을 맞춰본 배우들은 그때의 감동을 기억하며 서이숙을 또 찾는다. 같이 연기를 해본 적 없는 배우들도 소문을 듣고 러브콜을 보낸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서이숙이 가장 호흡이 좋았다고 느낀 배우는 누구일까. 단번에 ‘부부의 세계’에서 만난 김희애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이숙과 김희애가 ‘부부의 세계’ 첫 신을 찍을 때 주고받은 에너지는 압도적이었다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표현했다. 서이숙과 김희애는 넷플릭스 드라마 ‘퀸 메이커’로 재회했다. 올 상반기 방영 예정으로 두 사람이 보여줄 시너지가 기대를 모은다.
건강하게 잘 늙어가기
서이숙은 좋은 연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도 결국 사람이고, 그가 살아온 인생이 연기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다. 그는 연극계의 거장으로 통하는 고(故) 장민호의 연기를 보고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장민호 선생님은 ‘3월의 눈’이라는 연극 무대에서 명장면을 남기셨어요. 어떤 특별한 장면이 아니고, 그냥 선생님이 걸어가다가 의자에 앉는 장면이에요. 선생님이 걸어가는 모습에서 살아온 삶이 보이더라고요. 이게 연기구나, 살아온 삶이 연기구나라고 그때 깨우쳤죠. 그게 연기의 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아직 답이 안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은 거예요. 저의 답은 죽을 때 나올 것 같아요.”
연기는 삶 그 자체라는 사실을 깨달은 서이숙. 그래서 그의 목표는 ‘잘 늙어가기’다. 한해 한해 나이가 들수록 잘 늙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느낀다고. 서이숙은 최근 갱년기를 겪었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내 나이쯤 되면 흔히 겪는 병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보통 병이 아니더라”는 토로가 이어졌다.
갱년기는 어느 날 불쑥,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찾아왔다. 서이숙은 신체적인 변화보다 정신적인 변화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세상에 재밌는 일도, 맛있는 것도 없어졌다. 젊었을 때는 사람들과 술 마시고 수다 떠는 것이 재밌었는데 이제는 뭘 해도 재미없다”면서 “그래서 시니어들이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 잘 늙어가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서이숙은 사람들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동료들이 많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는 “인간관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면서 “나의 제일 친한 친구는 반려견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생인 반려견 ‘노을이’와 ‘준이’를 키우고 있다.
서이숙에게 반려견들은 가족 그 이상의 존재다. 이를 두고 “사람하고 살아야지 왜 개하고 사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이숙이 결혼하지 않고 미혼으로 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좋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하고 싶다”면서도 “사람 만나는 횟수를 줄이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안 될 것 같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결혼할 때를 놓친 것 같아요. 20대 때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만 해도 사회적으로 여자는 결혼하면 집에서 밥하고 애를 낳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죠. 저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어머니도 일찍 결혼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제가 연극을 할 때라 돈이 없기도 했죠. 딸이 결혼해서 고생만 할까 봐 어머니가 더 그렇게 말했던 것 같기도 해요.”
서이숙은 하나뿐인 가족,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각별하다.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고, 남동생은 중학생 때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모녀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열심히 살았다. 서이숙은 평생 고생만 하신 어머니가 이제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어머니 생각을 하던 그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졌다.
“어머니는 1938년에 태어나셨어요. 전쟁을 겪은 보릿고개 세대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저를 홀로 키우시면서 정말 힘든 삶을 사셨죠. 돈이 없어서 집에 냉·난방기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한 여인으로서 어머니의 삶이 너무 안쓰러워요. 잘해드리고 싶어서 용돈을 드려도,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잘 안 쓰려고 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이 또 안타까워서 저도 마음과 다른 말이 나오게 되고…. 참 속상합니다.”
서이숙은 어머니에게 잔소리하는 자신을 보면서 ‘말실수를 줄이자’는 새해 다짐을 했다. 또 다른 목표는 ‘후회 좀 하지 말자’, ‘내 건강에 신경 쓰자’다. 그중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강’이다. 그래야 잘 늙어가고, 좋은 연기도 나오는 법이니까. 나이가 들수록 더 짙어질 서이숙의 연기가 기대된다.
“누군가에게 인사할 때 ‘건강하세요’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얼마나 소중한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 너무 잘 알죠. 잘 늙으려면 먼저 건강해야 하는 것 같아요.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고, 욕망과 미움도 사라지죠. 시니어 독자 여러분, 올 한 해 더 건강하시고 소망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연말이 되면 자연스레 우리의 관심사는 '간 걱정'이다. 잦은 술자리로 인해 늘어나는 음주량을 몸으로 느끼며, 간에 탈이 나지는 않나 걱정하기 마련이다. 안타깝게도 괴로워하는 간은 우리에게 어떤 신호도 보내주지 않고, 홀로 앓는다. 간이 걱정되는 시기, 남순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칼럼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 내보자.
우리 몸은 여러 중요한 장기들의 상호작용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이를 토대로 생명 활동을 이어간다. 그중에서도 간은 신체의 ‘에너지관리센터’로 불리는 매우 중요한 장기다. 간은 우리 몸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고 외부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장에서 흡수된 음식물을 적절히 변형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영양소로 만들어 보관하는가 하면,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글리세린, 유산 등을 글리코겐이라는 다당류로 저장했다가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로 가공해 온몸의 세포로 운반하는 공장 역할도 맡는다.
더불어 우리 몸에 필요한 많은 양의 단백질, 효소, 비타민이 장에서 합성될 수 있도록 담즙산을 만들고, 몸의 부종을 막아주는 알부민이나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프로트롬빈과 여러 응고인자를 생성해 몸을 해독한다. 항체인 감마 글로불린을 만들어 혈액의 살균 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것도 간의 몫이다.
그러나 간은 ‘침묵의 장기’다. 지속적으로 바이러스, 술, 지방, 약물 등의 공격을 받아 전체의 약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간 자체에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 염증이나 간암이 발생해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이 커지면서 간을 둘러싼 피막을 침범한 후에야 불편함을 느낀다.
간암 3명 중 2명 5년 내 사망… 국내 암 사망률 2위
간에 생기는 악성종양은 간세포암, 담관암, 전이성 간암, 혈관육종 등이 있다. 보통 간암이라고 하면 간세포암을 지칭한다. 간암은 전세계적으로는 6번째, 국내에서는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간암 신규 환자는 1만5605명으로 갑상선암,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다음으로 많았다. 인구 10만 명 당 발생 비율을 나타내는 조발생률은 30.4명, 전체 암 발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다. 성별로는 2.9:1로 남성에서 더 많다.
사망률은 더 심각하다. 간암의 최근 5년간(2015~2019) 상대 생존율은 37.7%로 전체 암 생존율 70.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간암 환자 3명 중 2명은 5년 안에 사망한다는 얘기다. 주요 다빈도 암 중 폐암(34.7%)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주목할 점은 간암이 한참 경제활동을 하는 40~50대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흔히 간암의 원인으로 음주를 떠올리지만, 그보다는 B형이나 C형 바이러스성 간염 등에 의한 만성간염과 그 합병증인 간경변증이 더 영향을 미친다. 2022년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간암의 원인은 B형간염이 1위, C형간염 2위, 알코올이 세 번째 원인이다. 이외에 지방간이나 자가면역성 간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간경변증은 간암 발생에 큰 영향을 준다. 간암 환자의 80%에서 간경변증이 선행하고 간경변증을 앓는 경우 간암 발생률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간이 바이러스나 음주 혹은 독성물질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상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간세포의 종양억제유전자는 힘을 잃는 반면, 종양유발유전자는 다양한 경로로 활성화되면서 간암으로 진행하게 된다.
‘침묵의 장기’ 조기 발견 어려워… 위험요소 있다면 정기검사 필수
간암은 초기에 발견이 어려운 암이다. 윗배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질 때, 황달이나 심한 피로감 혹은 배에 복수가 차는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암은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않다.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다. 일반적으로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없는 상태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위험요소가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선별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간암은 간수치 혈액검사와 간암종양지표(AFP), 초음파 혹은 CT(컴퓨터단층촬영) 등으로 진단한다.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을 가진 환자는 주기적으로 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위험군 환자는 6개월 간격으로 간암종양지표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초음파로 간 실질 내에 새로운 병변이 생겼는지 확인하고 종양지표 검사가 정상으로 유지되는지 주기적으로 살펴야 안심할 수 있다.
초기 간암, 간이식 가장 효과적… 중기 이후엔 간동맥화학색전술
대한간학회에서 사용하는 간암의 기수는 종양의 크기, 종양의 림프절 혹은 혈관 침범 여부, 다른 장기로 전이 여부에 따라 4단계로 나눈다. 환자의 간 기능 상태와 운동 가능 상태 등을 고려해 5단계 병기로 구분하는 바르셀로나 병기법도 널리 쓰이고 있다.
종양의 크기가 작고 혈관 침범 등이 없는 초기 단계(간암이 한 개이고 직경 3㎝ 이하)에는 간을 절제하는 수술이 원칙이다. 물론 조금 크더라도 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수술이 가능하면 수술로 간을 절제해 주는 것이 좋다. 직경 1~2㎝ 미만의 작은 간암의 경우 고주파 열치료를 통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간암 치료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간이식이다. 다만 간암은 아주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고 대부분 초기 상태를 벗어난 이후에 발견되기 때문에 현재는 간동맥화학색전술(TACE, 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을 가장 많이 시행한다. 넙다리동맥(대퇴동맥) 혈관을 통해 간 동맥으로 카테터를 넣어 항암제와 색전물질을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만약 종양의 크기가 크고 암이 혈관을 침범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진행성 간암에는 경구 항암제(넥사바, 스티바가, 렌비마 등)나 주사 항암제(옵디보, 테센트릭+아바스틴 등)를 사용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방법을 시행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술적 절제술이나 간동맥화학색전술에 비해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된 간암에서는 주로 항암제를 사용한다.
방사선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전체 간에 시술하는 것보다는 작은 부위, 이를테면 혈관이 막힌 부위 등에 방사선을 조사해 간동맥혈전 등을 제거하는 시도를 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맞춤형 면역치료 요법 등이 개발 중으로 미래에는 면역치료가 치료법의 하나로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간경변증 원인 B형·C형간염 예방하고 과도한 음주 피해야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는 B형간염이나 C형간염의 예방이 중요하다. B형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한다. C형간염은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에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한다. 주사침 1회 사용, 부적절한 성접촉 피하기, 문신이나 피어싱하지 않기 등이 중요하다. 여럿이 쓰는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도 절대 피한다. 알코올성 간경변증 예방을 위해서는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경우 절대 금주해야 한다. 최근 과체중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인한 간 손상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적절한 신체활동과 식단조절 등으로 대사성 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은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수술을 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이다. 재발할 경우 수술이 가능하면 절제술을 재시행할 수 있지만 만약 어렵다면 단계를 하나씩 높여 간동맥화학색전술을 반복하거나 경구/주사 항암제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접근해 치료한다. 재발을 일찍 발견하기 위해 간암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CT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가 필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간암은 일찍 발견해 치료 옵션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페루의 산삼이라고 불리는 마카는 슈퍼푸드로 불리며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우주항공국 나사(NASA)에서는 우주인 식품으로 마카를 선정했을 정도. 원산지인 페루에서는 마카를 야채로 먹지만, 건조 분말 외의 수출은 금지된다. 때문에 각 나라에서는 마카 품종을 연구해 직접 재배하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봄이 오는 4월, 생마카의 수확 시기가 다가오면서 마카의 효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잉카 제국, 귀족 건강을 책임진 마카
무, 순무와 비슷하게 생긴 마카는 기원전 16세기 무렵부터 안데스 산맥에서 재배됐다. 과거에는 무척 귀한 약재처럼 교환되었으며 잉카 제국 시대에는 귀족들이 즐겨 먹었다고 한다. 안데스 고지에는 건강한 노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카를 일상적으로 먹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1980년대 이후 글로벌푸드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페루에서 생산되는 생마카는 해외로 수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 나라에서는 현지에서 마카를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품종을 연구하고 재배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구가 진행되었고, 생마카가 재배되긴 하지만 중국산 마카가 많아지면서 재배 농가가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30년의 연구를 통해 생마카 재배가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일본산 생마카를 본격적으로 알리고 있다. 마카는 1년에 한 번만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마카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기는 수확을 시작하는 4월 말부터다. 이후에는 장기 보관을 위해 분말의 형태로 가공된다.
슈퍼푸드로 면역력 높인다
마카가 가지고 있는 ‘아답토젠’이라는 물질은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력을 올려주는 항스트레스성 자연물질로 몸의 면역력을 높여준다. 인삼과 홍삼에 많이 들어있는 성분으로 천연 강장제 역할을 한다. 또한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고 우울증에 효과적이기도 하다.
옐로마카에는 아미노산을 비롯한 약 스무 가지의 고농도 필수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다. 아미노산은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성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또 각종 비타민 등의 영양분을 가지고 있는데 체내 해독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탄수화물 함량이 가장 높은 종이다.
블랙마카는 전체 마카의 3%밖에 안되는 희귀종으로,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 골밀도 증가, 남성 호르몬 조절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카의 알카로이드와 덱스트린 성분이 정자의 활동성 개선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레드마카는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의 함유량이 다른 마카보다 높다. 갱년기 여성 호르몬 균형에 효과적이며 전립선암 예방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마카 어떻게 먹을까?
페루에서는 생마카를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다. 마카는 매운 맛이 나면서도 단 맛을 가지고 있는데, 이파리는 샐러드로 먹는다. 뿌리의 경우에는 구워서 먹거나 구워서 잼이나 스프를 만든다. 마카를 구우면 매운 맛이 날아간다. 혹은 가루를 내 빵이나 케이크를 만들 때 쓴다.
일본에서는 마카를 아주 얇게 썰어서 붉은 고기와 함께 섭취한다. 혹은 강판에 갈아 생선회와 함께 먹기도 하고 날계란을 올린 계란밥과 함께 섞어 먹는다.
마카의 경우 매운 맛이 강해 생으로 먹기 조금 어려울 수 있어 보드카, 럼, 진 등 도수가 높은 증류주로 담가 먹기도 한다. 혹은 피클로 담가 먹을 수 도 있다.
분말 고를 때 주의할 점
우리나라에서는 생마카 보다 마카 분말 제품이 대중화 되어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말 제품을 고를 때에는 성분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중에서도 마카마이드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봐야 한다.
식물을 가공한 제품을 선택할 때는 추출, 착즙, 농축 분말이라고 표기된 것이 좋다. 일반 마카분말보다는 마카추출분발 성분이 더 좋다는 의미다. 생마카를 건조해 가루로 만들면 일반분말이고, 대량의 마카를 농축한 뒤 추출해 분말로 만들면 추출분말이다. 농축 과정에서 전분기가 제거 되 흡수율이 더 높다. 또한 젤라틴화 분말이라면 더욱 흡수가 잘 되는 분말이다. 이 때 원료의 품질을 회사가 보증한다는 의미의 WCS 표기가 있는지 확인해보면 좋다.
또한 건강보조식품인 만큼 장기 복용을 생각한다면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이산화규소, 스테아린산마그네슘 등의 화학첨가물은 특히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제품을 만들 때 첨가되곤 하는데, 속쓰림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더불어 마카의 매운 맛을 중화하기 위해 합성첨가물이 들어가 있는지도 확인해보자. 이산화티타늄, D-소르비톨 등 맛과 향을 내는 감미료와 착향료 역할을 한다. 이산화티타늄의 경우 국제암연구소에서 2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는 성분이다.
화학첨가물과 합성첨가물이 들어가 있지 않은 제품들은 NCS라는 표기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6無, 8無’라고 홍보하는 제품들의 경우 언급한 화학첨가물 이외의 다른 첨가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성분표를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마카가 몸에 좋다고 해서 과다하게 먹을 경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갑상선에 이상이 있다면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임산부나 수유중인 여성은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건강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환경·유전 등의 요소가 얽혀 분명한 원인을 알기조차 힘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나의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히려 한다. 하지만 아픈 몸은 그저 다른 몸일 뿐, 우리의 탓이 아니다. 조한진희 다른몸들 대표는 아플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꼬집으며 잘 아플 권리, ‘질병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철인’이라 불리던 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알람시계가 울린 지 한참을 지나도 여전히 몸은 이불 속이었다. 낮에도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겨우 맥주 한잔에 다음 날 숙취에 시달리곤 했다. 2009년 팔레스타인으로 3개월간 현장 활동을 다녀온 뒤부터였다. 이유 없는 어지럼증에 하혈도 이어졌다. 1년 가까이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원인 불명이었다. 수십만 원을 들인 종합건강검진에서 발견한 병명은 갑상선암. 다른 암에 비해서는 가벼운 축에 속하기도 하고, 검사 결과로 볼 때 암세포가 아직 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렇지만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겪어왔던 이상 증세와 갑상선암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엔 오진이 아닐까 의심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온라인 환우회 사이트를 참고하고, 도서관과 서점에서 책을 찾았다. 의사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만 보고, 총체적인 몸을 살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병원에서 증세별로 지정해준 정기 검진을 병행하되 한의원과 대체요법사에게 지도받은 대로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생활 습관도 개선했다. 인스턴트 음식은 물론 튀긴 음식, 밀가루, 설탕, 백미를 완전히 끊었다. 현기증이 심하지 않은 날은 아침마다 집 앞 산길을 걸었다. 컴퓨터 쓸 일이 있을 때면 하루 네 시간 이하로 제한했고, 잠들기 전 스트레칭과 족욕을 했다. 일상이 온통 질병에 묶여 있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왜 이런 질병이 왔을까’ 자책하고, 생활 습관과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을 추적했다.
건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거의 3년을 극진하고 엄격하게 몸을 돌봤지만 회복 속도는 생각보다 더뎠다.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서 조 대표는 건강한 몸의 눈이 아니라, 아픈 몸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됐다.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우리 사회가 아픈 몸을 배제하는 ‘건강 중심 사회’였던 거다. 그는 조금씩 우리나라가 질병을 대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는 건강을 추구해야 할 선(善)으로, 질병을 퇴치해야 할 악(惡)으로 규정한다. 게다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힘들어도 튼튼한 몸과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며 강요하기도 한다. 질병을 얻는 것은 관리의 실패요, 질병은 싸워 이겨야 하는 대상이라 반드시 완치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다.
“알고 보면 우리는 쉽게 아플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과중한 노동, 열악한 생활환경, 오염된 식자재, 안전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화학 제품 등. 누군가는 그저 허약하게 태어나요. 그럼에도 관리 소홀로 건강을 망쳤다고 환자를 비난하기도 하죠. 병에 걸리면 그 사람의 모든 과거가 줄줄이 심판대에 오르게 돼요. 훈계는 덤이고요.”
조 대표는 국가와 자본이 건강 중심 사회를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아픈 몸이 잘못됐다고 규정하고, 병을 이겨내야 한다며 개인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사회는 잘못됐어요. 물론 국가 입장에서는 개인의 건강이 곧 국력이라고 믿죠. 일꾼이 많아야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으니까요. 건강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아픈 몸을 얼른 회복하게끔 힘쓰자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노동자 스스로 일정 수준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세뇌하는 거예요. 이는 1960~70년대부터 시작된 ‘할 수 있다’ 문화가 이어져온 거라고 봐요.”
의료 산업과 헬스 산업은 질병을 가진 몸은 자기관리에 실패한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예컨대 건강 정보를 알려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일정한 패턴을 갖고 특정 상품을 광고한다. 그걸 본 시청자들은 ‘아픈 사람이 이걸 먹고 나았다더라’, ‘항산화 작용을 통해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더라’고 하며 더 건강해지려고 상당한 돈을 쓰는 식이다.
“특히 중장년층이 건강 정보 프로그램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인간의 몸 상태는 대부분 사회적인 요인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말이죠. 폐암 같은 경우에는 담배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판명됐어요. 다른 암들은 추론만 존재할 뿐, 정확히 입증된 건 없어요. 결국 불가항력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은 노니나 블루베리를 챙겨 먹으면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어요. 또 어딘가 아프면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지 않고, 건강식품을 부지런히 챙겨 먹지 않아서라는 의식의 흐름이 여전히 존재하죠.”
잘 아플 권리, 질병권
조 대표는 저서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질병과 함께 춤을’에서도 건강해야만 하는 사회의 이면을 강조하고 아픈 이들이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도록 ‘질병권’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건강권은 건강을 중심에 놓고 사회 구성원 개개인을 어떻게 건강하게 만들 것인지에 초점을 둔다면, 질병권은 만성적으로 아픈 몸으로도 온전히 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만성질환자의 당당한 사회활동을 보장할 권리’라고 볼 수 있겠네요. 사람은 질병을 받아들이고 겪을 충분한 시간과 환경이 필요해요.”
덧붙여 그는 ‘아픈 몸이 기본값이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대부분의 시설이 젊은 성인 남성의 기준에 맞춰져 있어 노인, 장애인, 아이가 불편함을 겪는 상황이 종종 발생해서다. “나이가 들면 기력이 없어지고 건강을 잃어가는 건 자연의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노인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요. 건강 약자들을 위한 사회 제도와 환경이 제대로 구성돼 있지 않아서겠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약한 몸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훨씬 안정적이고 편하게 살 수 있어요. 지하철을 타면 들리는 음성 안내는 사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것이지만, 시각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유용하잖아요. 무인 주문 기계나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는 ‘셀프 서비스’는 노인이나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거예요. 이 사회가 애초에 그들에게 불편하게 설계됐죠. 기계 자체나 셀프 서비스라는 글씨만 봐도 발걸음을 돌리게 만드니까요. 노인이어서, 장애인이어서 기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다른 몸들’ 위한 배려 가이드
1 정체성 존중해주기
아픈 사람이라는 정체성도 있지만, 그도 사회적인 지위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당연히 있다. 그러나 계속 병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면 어떨까? ‘아픈 몸’이라는 범위에 제한하지 않고 그 사람을 존중해주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방법이다.
2 알고 있는 건강 정보 강요하지 않기
당사자에게는 수많은 인간관계가 있다. 모임에 나갈 때마다 지인들이 제각기 정보를 쏟아낸다면 만남 자체가 지치기 십상이다. 무조건 조언하기보다 ‘내 지인도 너와 같은 증세가 있다는데, 한번 들어볼래?’라며 동의를 구해보자. 아무리 고급 정보라도 당연히 그 사람이 좋아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3 “노력하면 반드시 건강해질 수 있어”, “빨리 나으세요” 하지 않기
응원하는 의미로 사용했겠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건강을 회복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 사람들에게는 이 말이 ‘내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는 건 노력이 부족해서인가?’라며 자책하게 만들 수도 있다.
4 하지 말라는 ‘훈수’보다 같이 하자고 ‘제안’하기
“밀가루 줄이고 채소 위주로 먹어야지”라든가, “집에만 있지 말고 환기도 시키고 좀 움직여” 등의 훈수보다 “기분 전환도 할 겸 한강에 같이 바람 쐬러 갈래?”나 “너 괜찮으면 우리 탭댄스 배워볼까?”처럼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좋은 선택지를 골라 함께 해주는 편이 훨씬 좋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암에 걸릴 확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신규 암 환자 수는 25만 4718명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계산하면 295.8명으로 지난해보다 3.4명(1.2%) 늘었다. 이 중 65세 이상에서의 암 발생률은 10만 명 당 1576.6명으로, 고령층에서 암 발생이 특히 잦았다. 당국에서는 이를 대한민국의 고령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했다.
성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50대 초반까지는 여자의 암 발생률이 높다가 후반부터 남자의 암 발생률이 더 높았다. 남자의 경우 44세까지는 갑상선암이, 45-64세까지는 위암이, 64세 이후에는 폐암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여자의 경우에는 39세까지 갑상선암이, 40-69세까지는 유방암이, 69세 이후에는 대장암이 가장 흔한 발병을 보였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9%였으며, 남자(80세)는 5명 중 2명(39.9%), 여자(87세)는 3명 중 1명(35.8%)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암 환자의 증가에 따라 2019년 암 유병자도 2018년보다 증가했다. 암 유병자는 1999년 이후 암을 확진 받은 뒤 2019년까지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을 뜻한다. 통계 결과에 따르면 암 유병자는 214만 7503명으로 전년 대비 약 14만 명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 25명당 1명꼴이다. 이 중 65살 이상은 8명당 1명꼴로 암 유병자(99만 6051명)였다. 성별로는 65세 이상 남성이 6명당 1명꼴, 여성은 10명당 1명꼴이었다.
고무적인 것은 암 진단 후 5년 초과 생존한 암 환자가 전체 암 유병자의 절반 이상(59.1%, 약 127만 명)이었다. 전년(약 116만 명)보다도 약 11만 명 증가한 수치다. 남녀별 5년 생존율은 여자(77.3%)가 남자(64.5%)보다 높았는데 당국은 이를 생존율이 높은 갑상선암, 유방암이 여자에서 남자보다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예상했다.
암종별로는 남녀 전체에서 갑상선암(100.0%), 전립선암(94.4%), 유방암(93.6%)이 높은 생존율을 보였고, 간암(37.7%), 폐암(34.7%), 담낭 및 기타 담도암(28.5%), 췌장암(13.9%)은 상대적으로 낮은 생존율을 보였다.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올해 전 주기적 암 관리 강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발표한 것을 비롯하여 암에 대한 국민부담 경감을 위한 조기검진, 예방접종 확대, 암 예방 등 인식개선, 암 치료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암 예방·검진 고도화, 암 치료 내실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다만 고령화 등으로 암 발생률은 지속 증가하고 있으므로, 주기적인 검진과 생활 속 예방 수칙 준수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나 엔도르핀처럼 호르몬이 우리 몸에 유익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수많은 호르몬이 결핍 또는 과다, 불균형 문제로 인체에 해를 끼치곤 한다. 이에 시니어가 알아둬야 할 호르몬 질환 10가지를 골라 그 증상과 원인, 치료법 등을 살펴봤다.
자문 및 검수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남지선 교수
[1] 그레이브스병(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항체로 인해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유발한다. 갑상선 호르몬 과다분비가 원인이 된다. 식욕이 왕성한데도 체중이 감소하거나 더위를 참지 못하고 손 떨림, 불안, 초조 증상 등이 나타난다. 근육 마비나 안구돌출 및 건조증, 각막염, 복시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도 있다. 채혈 검사를 통해 갑상선 호르몬 농도 및 갑상선 자가면역 항체를 확인하고 갑상선 스캔 검사를 시행하여 진단한다. 주로 갑상선 호르몬의 생산을 억제하는 항갑상선제를 복용해 치료하지만, 약물치료에 실패하거나 애초에 불가능하다면, 갑상선 절제 수술 또는 방사선 요오드를 통한 갑상선 파괴 요법을 시행한다.
[2] 하시모토 갑상선염(갑상선기능저하증)
면역세포가 갑상선에 다수 침착하여 염증을 일으켜 갑상선을 파괴하는 질환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갑상선 염증으로 인해 갑상선이 커지고, 대개 단단한 게 만져진다.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부종이 생기고, 피부가 거칠어지며, 머리카락도 건조하고 윤기가 사라진다. 그레이브스병과 반대로 식욕은 떨어지는데 체중은 증가하며, 추위를 심하게 느끼고, 장 운동이 느려져 변비에 걸릴 수 있다. 기억력이 감퇴되거나 우울증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채혈 검사나 특징적인 임상 증상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주로 갑상선 호르몬 보충 요법을 통해 치료 가능하다.
[3] 당뇨병
췌장에서 분비돼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혈액 내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생기는 질환이다. 인슐린에 대한 신체 반응이 감소하면 근육 및 지방세포가 포도당을 잘 섭취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려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인슐린 저항성이다. 당뇨병은 제1형과 제2형으로 나뉜다.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는 상태로 주로 소아에게서 생기며, 평생 인슐린 치료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당뇨병의 95% 이상인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의 상대적인 결핍과 인슐린 저항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는 크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과 인슐린 저항성을 호전하는 약으로 구분한다. 장이나 신장에 작용해 혈당을 낮추는 약들과 인슐린을 사용하기도 한다.
[4] 대사증후군
만성적인 대사장애로 인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고지혈증, 비만, 동맥경화 등 여러 질환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앞서 설명한 ‘인슐린 저항성’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복강 내장지방에서 분비되는 물질은 혈압을 올리고 인슐린의 역할을 방해하는데, 이는 혈관 내 염증 응고를 유도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치매와 암 등 다양한 질환의 위험을 높여 각별한 주의 및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사증후군 치료를 위해서는 체지방, 특히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30분, 주 5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유산소와 더불어 근력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정제되지 않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가공식품을 피하는 등 식이요법을 통해 뱃살이 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 좋다.
[5] 말단비대증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해 성장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며 신체 발단의 뼈와 연부조직이 과도하게 증식하는 병이다. 손, 발이 커져 장갑이나 신발이 맞지 않거나, 광대뼈와 이마, 턱 등이 돌출되는 등 얼굴이 변하고 기골이 장대해진다. 초기에는 혈압과 혈당이 높아지기 때문에, 환자 대부분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여기기 쉽다. 말단비대증이 생기면 외모뿐만 아니라 대장에 폴립이 생기거나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성이 높아져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혈액검사 및 뇌하수체 MRI를 통해 진단한다. 수술적 치료가 우선이지만,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 재발할 경우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를 시도한다.
[6] 불면증과 수면장애
나이가 들면서 예민해져서 잠을 잘 못 이룬다면 호르몬 불균형을 의심해봐야 한다. 아무리 자도 졸린다거나, 잦은 꿈을 꾸는 등 숙면하지 못하는 수면장애 증상은 뇌 안의 작은 장기인 송과샘에서 나오는 멜라토닌이 일으키는 것이다. 수면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은 사실 낮과 밤을 구분하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은 잠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혈압, 혈당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호르몬이 가장 활발히 분비되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또, 폐경 여성 대부분이 불면증과 수면장애를 겪기도 하는데, 이는 난소 기능 소실로 인해 여성 호르몬이 생성되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경우 ‘폐경호르몬요법’ 등 약물을 통해 여성 호르몬을 보충해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7] 만성피로증후군(부신기능저하증)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그리고 젊은 층보다 60세 이상 중장년이 피로를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나 외부 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의 대사와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급성 스트레스에 대항할 에너지를 공급해준다. 따라서 부신 기능이 떨어지면 만성피로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아울러 일상에 활력을 주는 도파민, 집중력과 동기를 부여해주는 노르에피네프린, 행복과 만족감을 주는 세로토닌 등 다양한 호르몬의 부족 또는 과잉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처럼 복합적인 호르몬의 불균형 문제로 인한 질환인 만큼 특정한 약물치료는 어렵지만, 식습관 관리나 운동 요법 등을 통해 의심 요인을 찾아 교정해나가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8] 요붕증
당뇨병이 아닌데도 자꾸 갈증이 나고 물을 많이 마시며, 소변을 자주 본다면 요붕증을 의심해야 한다. 우리 몸에는 적정량의 수분이 필요한데, 이를 조절해주는 물질이 바로 ‘항이뇨호르몬’이다. 뇌하수체에서 항이뇨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신장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태를 요붕증이라 한다. 뇌하수체 종양, 외상, 수술, 감염 등이 원인일 수 있는데, 수분제한검사를 통해 검진이 가능하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MRI 검사 등도 시행한다. 중추성 요붕증이라면 항이뇨호르몬인 DDAVP를 복용하거나, 코로 흡입 또는 주사로 투여해 치료한다. 신장성 요붕중의 경우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는 없지만, 티아지드 약물 등을 사용해볼 수 있다.
[9] 골다공증
골다공증 역시 중장년이라면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다. 대부분 눈에 띄는 증상은 없지만, 증세가 심해지면 골절이 발생하거나, 골절로 인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폐경으로 인한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부족, 남성호르몬 부족, 스테로이드 등의 약제 사용 혹은 내인성 부신피질호르몬 과다 등이 골다공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골밀도 검사를 통해 진단하며, 칼슘과 비타민D 보충 요법과 뼈에 작용해 골 흡수를 억제하거나 골 형성을 촉진시키는 다양한 약물 치료법이 있다. 폐경기 여성은 여성 호르몬 보충요법을 통해 호전될 수 있다.
[10] 갈색세포종
혈액 내 카테콜아민(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이 부신 또는 교감신경절 종양에서 과도하게 분비되는 병이다. 갈색세포종은 주로 부신 수질에서 발생하는 종양을 말한다. 부신 종양으로 인해 호르몬 중 혈압을 높이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등이 과다하게 생산, 분비되면 혈관이 수축해 고혈압이 생기거나 혈당이 올라가게 된다. 또 두통, 어지럼증, 구토, 이명, 시력장애, 변비 등을 호소할 수 있고 심하면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다만, 모든 환자가 이러한 징후를 모두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종양이 있더라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혈압, 혈액, 소변 검사나 영상 검사, 안과 검사, 혈관 조영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고, 보통은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여 치료한다. 종양이 악성이며 여러 곳에 전이돼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엔 항암 화학 요법을 시행한다.
호르몬 질환 미니 상식 Q&A
호르몬 감소 또는 호르몬 불균형이 오는 이유는?
불규칙적인 생활습관, 노화, 또는 호르몬과 관련한 장기의 질병 등 여러 원인이 있다. 스테로이드처럼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약제뿐만 아니라 전혀 주의하지 않은 약제들의 오남용과 환경오염물질들도 호르몬 교란을 일으킨다.
호르몬 때문이 아니라고 오해하는 질환은?
호르몬 이상이 오면 호르몬 고유 기능의 문제도 생기지만 애매한 증상들도 많이 발생한다. 검사를 통해 확진하고 이상 있는 호르몬을 보충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고프로락틴혈증, 말단비대증, 쿠싱증후군 등을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으로 알고 치료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질환도 빨리 원인 호르몬을 파악해서 치료해야 한다.
호르몬 검사는 어떤 방법으로 하나?
간단한 검사를 해서 이상 유무를 알 수도 있지만, 때로는 복잡한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일정 조건에서 일회성으로 하는 정적인 검사로는 ‘호르몬 혈액 검사’가 있고, 더 구체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24시간 소변 검사’를 시행한다. 보다 정확도를 높이려면, 동적인 검사를 통해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호르몬의 반응성을 검사한다. 인슐린에 의한 저혈당 유발 검사, 복합 뇌하수체 검사, 수분 제한 검사, 급속 부신피질 호르몬 자극 검사, 경구 당부하 검사 등이 있다. 단, 이러한 검사 대부분은 일부러 호르몬 과잉 또는 저하 상태를 유도하기 때문에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호르몬 대체 요법 치료 시 주의할 점은?
호르몬 대체 요법 과정에서 해당 호르몬뿐만 아니라 연관된 다른 호르몬들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측정하며 치료단계를 조절해야 한다. 특히 스테로이드 호르몬 치료 시에는 혈당·혈압 상승, 백내장, 녹내장 등 다양한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또, 성장 호르몬이나 남성 호르몬 치료의 경우 심장 질환, 전립선 질환, 유방·자궁 관련 질환에 대한 주의를 요한다.
인간은 왜 다른 동물처럼 몸에 털이 많지 않을까요? 인류학자들은 땀 배출을 용이하게 하여 노폐물 배출과 체온 조절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추정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진화 과정을 통해 인간의 피부가 다른 동물과 달리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이 된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겨울철이 되면 따뜻한 외투를 두른 듯한 북금 곰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철이 다가와 외부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올겨울에도 우리 피부는 차갑고 건조한 외부 환경과 싸워야 합니다. 이런 겨울철에 조심해야 할 피부 질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피부건조증
겨울철에는 습도가 낮아져 피부의 신진대사가 약화되고 지방 분비가 적어져 피부를 통한 수분 증발이 증가되어 피부건조증이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미세한 비늘을 동반한 홍반이 나타나다가 더 진행하면 피부가 갈라지기도 합니다. 또 나이가 들면 점차 피지선의 분비 기능이 떨어져 피부건조증과 가려움증에 더욱 시달리게 됩니다. 이럴 때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며, 겨울철 실내에서는 가벼운 옷차림,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실내공기 환기와 가습기 등을 이용해 적정 습도를 유지해주면 좋습니다.
우리는 흔히 피부 좋은 사람을 보면 아기 피부 같다고 표현합니다. 보송보송한 피부가 좋은 피부의 표본인 셈입니다. 아기 피부와 성인 피부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수분 유지 능력입니다. 피부 노화 방지는 이 수분을 어떻게 유지하는가가 생명입니다. 건조한 겨울철에 피부 보습이 특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 안면홍조
일상생활에서 화가 나거나, 부끄러움을 느낄 경우 또는 흥분했을 때 우리는 감정 변화로 인해 일시적으로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정상적인 생리현상을 넘어 지속적으로 자주 얼굴이 붉어진다면 안면홍조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얼굴의 양 볼은 외부에 늘 노출되고 혈관 분포도 많아 홍조가 잘 나타나는 부위입니다. 특히 겨울철 외부의 찬 공기 때문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피부 고민 중 하나입니다. 추운 바깥 날씨에 피부가 자극을 받으면 자율신경계 반응이 일어나 혈관들이 수축돼 체온을 보호하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면 모세혈관 확장으로 이런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안면홍조 증상을 완화하려면 적절한 실내외 온도차 조절이 필요합니다. 과도하게 실내 온도를 올리지 말아야 합니다. 또 혈관에 자극을 주는 짠 음식, 뜨거운 음식 등도 피해야 합니다. 가능한 한 피부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주는 상황을 피하고 자외선 차단제 바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외에 알코올도 안면홍조의 원인이 됩니다. 당뇨병이나 갑상선 장애 등 혈액순환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나 일부 약물에 의해서도 얼굴이 붉어질 수 있습니다. 여드름, 접촉피부염, 아토피피부염 등 다른 피부 질환과 안면홍조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반드시 피부과 진료를 통해 원인이 되는 피부 질환을 치료해야 합니다. 안면홍조증은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면 초기에 치료를 받고 원인 차단과 악화 요인 배제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합니다.
# 한랭두드러기
찬 공기, 찬물, 얼음 등에 피부가 노출된 후에 나타나는 두드러기로, 낮은 온도에 있다가 다시 체온이 올라갈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겨울철, 외부에 노출되는 부위에 자주 나타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드러기 종류 중 하나이며, 다른 두드러기와 마찬가지로 피부의 비만세포가 자극을 받아 히스타민 분비가 증가되고 이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면서 발생합니다. 차가운 자극을 받은 몸 일부에만 올라오기도 하고 전신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콩 정도 크기로 볼록 올라온 홍반이 특징이며 심한 가려움이 동반되지만 대부분 3~4시간 내에 흔적 없이 치유됩니다.
병력 청취로 별다른 검사 없이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유발검사(ice cube test)로 쉽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장년층에서 한랭두드러기가 처음 발생한 경우에는 피부과를 방문해 류머티즘, 암 등 다른 동반 질환 여부를 체크하는 게 좋습니다. 대부분은 항히스타민제 복용으로 진정이 되며, 심할 경우에는 계속 약 복용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방은 원인이 되는 추운 환경을 피하는 것입니다.
겨울철 피부 보호는 보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 유지가 필요하며, 외부와 실내 온도 차이가 너무 나지 않도록 해줘야 합니다. 실내 온도는 20~23℃, 실내 습도는 40~45%가 적절합니다. 샤워는 주 3회 10분 내외로 끝내고 뜨거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샤워가 끝난 후에는 충분한 보습제를 발라 보습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피부장벽 유지를 위한 이러한 노력들이 겨울철 피부 질환 예방의 첫걸음이며 건강한 피부를 지키는 비결입니다.
봄의 전령사 ‘매화’. 누군가는 치매를 일컬어 ‘매화에 이르는 길’[致梅]이라 비유한다. ‘맑은 마음’이라는 꽃말처럼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병이라서, 또 인생의 겨울 지나 아픔 없이 새봄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버지의 치매 발병 이후 의사로서, 자식으로서 오랜 세월 치매를 연구해온 최낙원(崔洛元·68) (사)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성북성심병원장). 그 역시 더는 치매가 ‘어리석은 병’[癡呆]이라 불리지 않길 바라며 ‘나는 치매를 다스릴 수 있다’를 펴냈다.
뇌신경외과 전문의인 동시에 한의학을 전공한 최낙원 이사장.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융·통합 치료를 구상해온 그는 대한기능의학회 창립회장, 보건복지부 치매진단위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치매등급판정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그가 ‘치매’에 집중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제가 수련의였던 당시만 해도 신경과가 없었어요. 치매 환자 대부분을 신경외과에서 진료했죠. 덕분에 치매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았던 것 같아요. 사실 그보다 더 강력한 계기는 아버지의 치매였어요. 당뇨 합병증으로 치매에 걸리셨는데, 당뇨는 우리 집안 내력이었죠. 주변에서는 ‘네가 의사면서 아버지 병도 못 고치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치매는 진전되면 나아지기 어렵잖아요. 게다가 유전적인 요인을 생각하면 저 또한 안심할 수는 없었죠. 그렇게 의사로서도, 개인적으로도 치매라는 병을 제대로 알아야겠다 싶더군요.”
현장형 의사로 곳곳을 누비다
최 이사장은 자신이 연구해온 치매를 총망라하여 2018년 ‘치매의 모든 것’을 발간했는데, 이 책은 이듬해 세종도서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 그만큼 훌륭한 양서로 평가받았지만, 아무래도 전문적인 용어와 내용이 많아 대중이 접근하기엔 무리가 따랐다. 이에 그는 최근 일반 독자도 쉽게 읽고 이해하게끔 ‘나는 치매를 다스릴 수 있다’를 선보이게 됐다. 치매 환자나 가족이 자주 하는 질문을 일러스트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고, 270여 개의 항목을 질의응답식으로 친절하게 풀이했다. 의학용어 설명을 비롯해 직접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도 충실하게 담아 그때그때 궁금증을 해소하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어떤 병도 제대로 알면 마냥 두렵지만은 않죠. 특히나 치매는 막연히 공포를 느끼는데, 그럴수록 적극적으로 공부해둘 필요가 있어요. 가령 뇌수두증, 만성경막하혈종 등 양성 종양으로 인한 치매는 뇌신경외과적 수술로 환원할 수 있습니다. 또, 우울증 및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발생하는 치매도 호르몬 요법을 쓰거나 우리 몸속 미세 금속의 균형을 잡아주면 얼마든지 개선 가능합니다. 이렇게 전체 치매의 15%는 초기에 잘 대응하면 완전히 기능을 회복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병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은 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대중이 치매를 쉽게 이해하고 조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번 책 구성에 특별히 신경을 쓰게 됐죠.”
이번 책에는 의학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치매 진단 후 환자와 가족의 대처법, 요양시설의 선택, 치매 관련 제도와 지원책 등 치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 이렇듯 폭넓은 분야를 다룰 수 있었던 것은 그 스스로 ‘현장형 의사’를 자처했기 때문이라고.
“치매등급판정위원회에서 12년 정도 지역에서 봉사하며 전국 요양기관을 직접 답사했습니다. 물론 대학에서 연구하는 의사도 있습니다만, 저는 전천후로 현장을 누비며 그 병을 이해하고 싶었어요. 예전보다는 많이 발전했다 해도, 제가 겪어온 바로는 아직 국내 요양시설은 열악한 편입니다. 물론 업계 종사자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도 따르기에 마냥 비판할 수는 없죠. 가능하다면 치매에 걸리셔도 익숙한 공간에 모시길 권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요양기관에 보낼 수밖에 없는 심정도 이해합니다. 안타까운 건 그런 치매 환자를 보면 가족의 애정이 덜할수록 빨리 돌아가시더군요. 시설에 모시더라도 가급적 자주 찾아뵙고 스킨십도 많이 하시고, 환자가 애용하던 물건이나 추억거리를 가져가면 좋습니다. 기억은 사라져도 정서는 남아 있으니까요.”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최 이사장은 매일 시시때때로 ‘내가 치매인가?’라는 생각을 한단다. 무엇보다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한 질환이기에, 특히나 가족력이 있기에 염려를 놓을 수는 없다고. 그런 그도 한때는 약물에 의존한 해결책을 찾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치매 치료를 위해 환자가 처방받는 약은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와 염산메만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두 약물은 어느 정도 효과는 보일 수 있지만 한계가 있어, 완화제로 사용된다. 그는 약물치료와 함께 좀 더 복합적인 측면에서 증세를 파악하고 예방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주변에 내로라하는 전문의들이 있는데, 제게 주는 약들을 보면 소위 혈압 하강제와 아스피린류 등이에요. 무심코 먹다 보니 불현듯 공포가 생기더군요. 이거 내가 약만 먹어서 해결될까 싶었던 거죠. 발병 원인이라는 건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스트레스나 음주, 흡연, 비만 등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르죠. 그런 고민을 하다 결국 2007년에 한의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한 거예요. 왜냐, 현대의학은 증상 치료인 반면 한의학은 원인 치료니까요. 현재의 몸은 내가 그동안 살아온 결과물입니다. 제 나이쯤 되면 내가 뭐 때문에 건강이 안 좋다는 걸 다들 알고 계시죠. 그렇게 원인을 알면 치매나 다른 질병도 새롭게 접근하고 예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실제 프랑스나 독일 쪽에서도 두침(頭針), 이침(耳針) 등 침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무엇이 최선이라는 건 없지만, 증상의 원인이 복합적이듯 그 치료법 역시 다양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제 오랜 화두는 ‘의학은 하나다’라는 겁니다. 여러 학문이 합쳐져서 하나의 질병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면 그것이 환자에게 최선이죠. 그러나 우리는 양방과 한방을 서로 나눠 분리 의학을 하고 있어요. 서로 견제하고, 등한시하기도 하죠. 환자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고, 우왕좌왕하다 자칫 적절한 치료를 놓치기도 합니다. 이제는 여러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가오는 9월 21일은 ‘치매극복의 날’입니다. 그렇게 우리만의 ‘K-의학’을 모색한다면, 치매를 극복할 날도 조금은 더 빨리 찾아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