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의 핸들을 고치면, 행복한 두 바퀴 술술 굴러가요”
-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서울시 양천구 신월6동 행정복합타운에는 ‘닥터 자전거’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40세 이상 중장년들이 주민의 자전거를 무상으로 정비·점검해준다. 닥터 자전거는 어떻게 탄생했고, 그곳의 닥터는 어떤 사람들일까. 창립 멤버인 손현건(65) 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0년 중견기업체 임원으로 은퇴한 손현건 씨는 1년간 국내와 해외 곳곳을 돌아다니며 취미 생활인 스쿠버다이빙을 즐겼다. 원 없이 노는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인생 2막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거주지 근처에 있는 양천50플러스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양천50플러스센터에서 동년배분들을 만나보니 봉사활동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인생 2막을 의미 있게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도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었으나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하는 분야가 없고,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참 스스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꼈어요.” 자전거 만나 봉사활동 꿈 이뤄 손현건 씨는 지난해 양천50플러스센터에서 ‘자전거 정비학교’ 1기 교육 과정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자전거 정비학교에서 수강생들은 자전거 안전·법률·정비에 대한 이론 및 실습 교육을 받았다. “대학교 때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자동차정비기사, 산업안전기사, 품질경영기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자동차와 자전거의 원리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이해가 잘되고, 공부를 할수록 흥미롭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따로 공부해서 자전거 정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전거 정비학교 교육을 수료한 12명 중 손현건 씨를 포함한 5명이 뜻을 모아 봉사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바로 ‘닥터 자전거’다. 그해 12월 양천50플러스센터에서 커뮤니티성과공유회 ‘다누리 데이’ 행사를 열었는데, ‘닥터 자전거’도 수리 자전거 판매 부스로 참여했다. 손현건 씨는 준비 과정에서 건강상의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자전거 점검에 대한 열의 또한 더욱 커졌다. “양천지역자활센터에서 방치된 자전거 5대를 기증받았고, 그것을 우리가 점검·수리해 행사장에서 팔기로 했어요. 자전거 수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물청소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심장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심근경색증 증상이 나타난 거죠. 그날이 토요일이었는데 다행히 운 좋게 스텐트(금속 그물망) 삽입 시술을 받았어요. 그리고 퇴원 3일 뒤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가 잘 수리되어 주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했죠.” 그 이후 ‘닥터 자전거’ 회원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좀 더 확대하고자 했다. 이에 양천50플러스센터에서 운영하는 보람일자리 사업에 신월6동 주민센터가 수요처로 참여하여 주민센터 옆 공간에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양천50플러스센터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보람일자리 활동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중장년이 스스로 모든 과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행복이 넘치는 닥터 자전거 신월6동 행정복합타운의 ‘닥터 자전거’는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다른 사람들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했고, 손현건 씨와 이인철 씨 2명이 일을 시작했다. 여기에 자전거 정비학교 2기 수료생 3명이 추가되면서 현재는 5명이 닥터로 일하고 있다. 닥터 자전거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근처 아파트에 3000세대 넘게 거주 중인데, 자전거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면 주민들은 자전거를 끌고 방문한다. “우리 동네에는 자전거를 정비해주는 곳이 없어요. 그래서 자전거를 방치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주민들이 그런 자전거를 끌고 오면 저희는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바퀴에 바람을 넣어줄 뿐 아니라 체인도 청소하고, 브레이크도 잘 들게 해주고, 안장 높이도 조정해줍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자전거의 문제점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게다가 이 모든 것이 무료이니 주민분들이 상당히 고마워하죠.” 주민들이 ‘닥터 자전거’의 서비스에 감동하는 만큼, 닥터들도 주민들의 반응에 뿌듯함을 느낀다. ‘닥터 자전거’ 공간은 천막이 쳐져 있지만 협소하고 더위와 추위를 피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구슬땀을 흘리며 자전거를 열심히 봐주는 닥터들을 보면서 주민들은 감사 인사를 한 번이라도 더 하고, 먹을 것도 소소하게 챙겨준다고 한다. “QR코드를 통해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결과지를 보면 ‘기대 이상의 점검을 받았다’면서 칭찬 일색이에요. 그런 후기를 볼 때마다 뿌듯하고 보람을 느껴요. 주민분들의 칭찬과 격려가 제 삶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손현건 씨의 목표는 닥터 자전거의 성장이다. 2025년에는 서울시 ‘따릉이’ 정비 점포인 ‘따릉이포’ 사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따릉이포 지원 자격은 자전거 수리 점포 운영 기간이 3년 이상이며, 정비 환경 기준을 갖춰야 한다. 그는 ‘자전거’의 의미에 대해 “보람일자리를 하게 해준 존재”라면서 “재밌으니까 자전거 닥터 일을 할 수 있는 거다.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 2024-01-23 08:05
-
- 송해 사망·노인일자리 축소… 중장년 분야 2022년 10대 뉴스
- 2022년도 역시 다사다난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고, 국민MC 송해도 세상을 떠났다. 10월 29일에는 비극적인 이태원 참사도 있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는 연말을 맞아 중장년 관련 2022년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공식 취임했다. 1960년생인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출신의 첫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썼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대통령실 이전 논란, 이태원 참사 등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4개 여론조사기관 공동 NBS(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잘하고 있다’(매우+잘함)라는 긍정적 평가는 34%를 차지했다. ‘잘못하고 있다’(매우+못함)라는 부정적 평가는 56%였다. 특히 60대(52% 대 44%), 70대 이상(61% 대 26%)에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중장년층의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확인케 했다. ◇노인 일자리 축소 논란 정부는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을 시행, 만 60세 이상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월 2023년도 예산안이 공개됐는데, 노인 일자리 수는 올해 84만 5000개보다 2만 3000개 줄은 82만 2000개였다. 그중에서도 정부는 공공형 일자리를 올해 60만 8000개에서 내년 54만 7000개로 6만 1000개로 대폭 축소했다. 공공형 일자리 참여자는 기초연금을 받는 저소득층 노인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정부의 정책은 노인빈곤율 심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정부는 노인 일자리가 축소된 것이 아니라는 견해다. 공공형 일자리는 줄였지만,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는 3만 8000개 늘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송해 별세 “전국노래자랑!” 일요일 아침마다 들리던 송해의 힘찬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국민 MC’ 송해가 지난 6월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5세. 백세 인생의 아이콘이자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 송해의 사망은 대한민국에 슬픔을 안겼다. 송해는 1988년부터 34년간 KBS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을 맡았다. 국내 최장수 MC를 넘어 지난 4월 ‘최고령 TV 음악 경연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송해의 후임으로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유독 슬픈 소식이 많았다. KBS ‘가족오락관’을 25년간 진행한 또 다른 ‘국민 MC’ 허참과 ‘원조 월드 스타’ 배우 강수연도 세상을 떠났다. 해외의 유명인들도 세상을 떠나 별이 되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9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피살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다. ◇부동산 시장 급락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급등하던 부동산이 꺾였다. 올해 들어서만 부동산 가격이 10% 이상 급락했다. 과거 부동산 침체기와 달리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서울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마저 줄었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전세 가격 10% 하락 시 4만 가구가, 40% 급락 시 13만 가구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부동산 규제 정책을 마련했다. 8·12%로 설정된 다주택자 대상 취득세 중과세율은 4·6%로 완화한다. 내년 5월까지 한시 유예 중인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조치는 일단 1년 연장한 후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찾기로 했다. ◇고독사 증가 한국의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고독사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더욱이 고독사 10명 중 5명은 50· 60대의 중년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보건복지부는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실태를 조사한 것이다. 고독사 사망자는 지난해 3378명으로 2017년 2412명보다 40.0% 증가했다. 노년층보다 50·60대 중장년층 남성의 고독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가 1001명(29.6%)으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981건(29.0%)으로 뒤를 이었다. 50·60대 중장년층이 60% 가까이(58.6%) 차지한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전체 사망자는 고연령층일수록 많지만 고독사는 50대~6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50대 남성은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지 못하며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희망퇴직 시작 금리 인상으로 올해 큰 실적을 거둔 시중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적극적인 감원에 나섰다. 최대 5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내년 초까지 약 2000명의 은행원이 짐을 쌀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은행은 한 번 들어가면 정년까지 다닌다는 이른바 ‘철밥통’ 직장으로 여겨졌다. 디지털 전환 바람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앱 비대면 서비스 이용객이 늘면서 인력 효율화를 노려야 하는 은행의 상황과 핀테크 기업 등 인터넷 은행으로 이직하고 싶어하는 은행원들의 바람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상은 은행권에 국한된 것은 아니어서, 2023년에는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았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 9월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황동혁 감독), 남우주연상(이정재)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했다. 비영어권 작품이 시상식에 후보로 오른 것도 상을 받은 것도 모두 최초였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문화의 새 역사를 썼다. 우리의 전통 놀이문화가 외국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K-컬처의 위상이 더욱 드높아졌다. ◇ 이태원 10·29 참사 지난 10월 29일 이태원에서는 악몽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 핼러윈을 즐기기 위한 엄청난 인파가 몰렸지만,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 총 158명이 사망했고, 196명이 부상을 입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2~30대 젊은이들로, 어린 자녀를 둔 중장년들을 더욱 비통케 만들었다. 10·29 참사는 정부가 이전과는 다른 대응 태도를 보이면서, 영정 없는 분향소, 뒤집힌 근조 리본, 희생자 표현 사용 금지, 마약 부검 등 다양한 논란을 낳기도 했다. 희생자의 이름과 영정이 공개된 합동 분향소는 참사 후 한 달이 넘은 지난 14일에야 차려졌다. 현재는 분향소 설치를 반대하는 일부 보수단체 항의의 대상이 되면서 조롱과 멸시가 도를 넘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 올해 우리나라는 7대 우주 강국으로 우뚝섰다. 지난 6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발사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도 8월 5일 발사에 성공, 달 궤도에 안착했다. 누리호 프로젝트는 2010년 3월 시작돼 2022년 6월 발사에 성공하기까지 장장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총예산 1조 9572억 원이 투입됐다. 누리호의 성공 뒤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 250명의 피, 땀, 눈물이 서린 노력이 있었다. 성공의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기주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체계팀장은 “2002년 나로호 사업을 시작으로 항공우주연구원이 되었고, 벌써 20년이 지났다. 나로호, 누리호 발사체 개발을 하면서 연구·개발하는 모든 것이 우리나라 우주 개척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 자긍심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 같다”면서 감격의 소감을 본지에 전한 바 있다. ◇월드컵 16강 진출 ‘2022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친 국민을 위로해줬다. 이번 월드컵은 카타르에서 열려 경기가 늦은 밤 또는 새벽에 진행됐지만 많은 국민은 경기를 시청하면서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이번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2002년 월드컵에 비교할만하다. 그때의 추억을 안은 중장년층은 특히 열광했다. 국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한국은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축구 강국을 이기고 얻은 성과로 대한민국의 저력을 입증했다.
- 2022-12-30 14:01
-
- 대한민국 우주 강국궤도에 올린 누리호와 다누리
- “대한민국 역사의 기념비적 순간입니다!” 2022년 6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Korea Space Launch Vehicle)가 발사에 성공했다. 동시에 우리나라는 7대 우주 강국으로 우뚝 섰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도 8월 5일 발사에 성공했다. 【누리호】 누리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개발한 대한민국 최초의 저궤도 상공(600~800km) 실용 인공위성 발사용 로켓이다. 3단 로켓으로 총 무게는 200톤이다. 길이는 아파트 15층 높이인 47.2m이며, 최대 직경은 3.5m에 이른다. 앞서 2013년 1월 3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발사됐다. 그러나 나로호의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제공받은 것이었다. 누리호는 제작, 설계, 발사까지 100% 전 과정을 우리나라 독자적인 기술로 수행했다. 12년의 피·땀·눈물 누리호 프로젝트는 2010년 3월 시작돼 2022년 6월 발사에 성공하기까지 장장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총 예산 1조 9572억 원이 투입됐다. 항우연 연구진 250명과 300여 개 기업 500여 명 엔지니어의 피·땀·눈물이 성공을 이끌었다. 누리호 성공의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기주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체계팀장은 “엔진 연소 불안정, 추진제 탱크 제작 공정 개발 지연 등 기술적으로 큰 난관이 있었다. 참여한 연구원들의 애환도 많았다. 누리호를 제작하는 산업체들이 전국 곳곳에 퍼져 있고 나로우주센터는 우리나라 남쪽 끝에 위치한다. 연구원들이 일 년 내내 산업체 현장이나 우주센터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시험을 수행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신혼 연구원들의 고충이 많았다”라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누리호 핵심은 300톤 엔진 전문가들은 누리호의 탄생부터 성공까지, 클러스터링(Clustering)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클러스터링 기술은 여러 엔진을 한 다발로 묶어 운용하는 것으로, 누리호는 1단에 75톤급 엔진 4개를 묶었다. 도합 300톤급 추력(물체를 진행 방향으로 밀고 나아가는 반작용의 힘)으로 200톤짜리 누리호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클러스터링 기술 개발을 주도한 사람이 조기주 팀장이다. 개념은 쉬워 보이지만 설계는 어렵다. 클러스터링된 4개의 엔진이 설계된 성능대로 작동해야 하고, 추진제의 상태 제어가 아주 중요하다. 즉 4개의 엔진이 모두 문제없이 제 기능을 해야 300톤의 추력을 얻을 수 있다. 조기주 팀장은 “클러스터링된 엔진은 시험을 통해 성능 확인을 한다. 누리호 1단을 단단히 묶어놓고 대규모 시험 설비를 구축해서 성능 검증을 수행했다. 단 인증 종합 연소시험이라고 하는데, 발사체 개발 단계에서 마지막에 수행하는 시험이면서 가장 위험한 시험이다”라며 성능 검증 완료로 누리호 발사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팀장은 “클러스터링 기술 역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저와 동료 연구원들이 처음 가보는 길이었기에 개발 초기 여러 차례 시행착오와 설계 변경 과정을 겪었다. 그러나 자체 기술로 개발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우리 스스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결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가장 큰 성공 요인이었다”라고 자평했다. 통한의 46초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21일 1차 발사 때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고도 700km까지 도달하는 정상 비행을 했지만, 위성모사체가 목표 궤도에 안착하지 못해 미완에 그쳤다. 마지막 3단 엔진이 문제였다. 3단 엔진을 구성하고 있는 7톤급 엔진이 목표였던 521초 동안 연소하지 못하고 475초 만에 조기 종료됐다. 딱 46초가 부족했다. 이에 누리호 1차 실패는 ‘통한의 46초’로 통한다. 원인 분석 결과, ‘부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조기주 팀장은 “정말 통한의 46초였다”라면서 “3단의 성능은 지상 연소시험에서 충분히 검증됐다고 확신하고 있었기에 조기 종료가 당시로서는 더욱 믿기지 않고 아쉬운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세계 7대 우주 강국 우뚝 2022년 6월 21일 오후 4시.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가 15분 45초 만에 목표 궤도인 고도 700km에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를 진입시켰다. 이후 성능검증위성에 실렸던 대학생들이 만든 큐브위성도 성공적으로 사출됐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무게 1톤 이상의 실용 위성을 자체 기술로 우주로 쏘아 올린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러시아(1957), 미국(1958), 유럽연합(1965), 중국(1970), 일본(1970), 인도(1980)에 이어 우주 강국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누리호의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고강도 우주산업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항우연은 2027년까지 6873억 8000만 원을 들여 누리호를 네 차례 더 발사한다. 2023년 3차 발사되는 누리호에는 처음으로 실제 운용할 차세대 소형 위성이 실릴 계획이다. 누리호, 이름 누가 지었나? 2018년 명칭 공모전에 6300여 명의 1만여 건 응모작이 제출됐다. 그중 경상국립대학교 학생 백승엽(26) 씨가 제출한 ‘누리호’가 1등으로 뽑혔다.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특히 백 씨는 “누리호가 나로호와 자음 순서가 같고 발음이 비슷해 각인되기 쉬울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다누리】 누리호에 성공한 한국의 다음 목표는 ‘달’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KPLO, 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가 한국 시간 8월 5일 오전 8시 8분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천천히 가는 다누리 다누리는 ‘달을 남김없이 누리고 오라’는 뜻이다. 크기는 가로 세로 약 2m이며, 무게는 678kg이다. 항우연이 총괄해 본체를 개발했고, 국내 연구기관과 미 항공우주국(NASA)이 6개의 탑재체를 개발했다. 발사체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5500’이 사용된다. 다누리는 넉 달에 걸쳐 달로 가는 기나긴 여정을 펼친다. 연말께 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한 뒤, 내년 한 해 동안 탑재한 과학 장비를 이용해 달의 지형과 환경, 자원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다누리가 달까지 도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BLT(Ballistic Lunar Transfer)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BLT는 지구·태양·달 등의 중력 특성을 이용하는 탄도형 전이 방식을 말한다. 비행시간은 길지만 연료 소모량이 약 25%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발사에 성공한 다누리가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가면,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인도에 이어 달을 직접 탐사하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한국도 달 탐사 가능할까? 정부는 2030년 발사를 목표로 달 착륙선 개발을 기획하고 있다. 1.5톤급 이상의 달 착륙선은 자원 탐사와 현지 자원 활용 등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달 착륙선을 보내기 위해 누리호를 잇는 차세대 한국형 발사체(KSLV-Ⅲ)를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달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표하고 있다. 1972년 아폴로 17호를 통해 미국 우주인이 달에 착륙한 이래 50년 만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2025년 남녀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다누리는 우리가 우주 탐사에 첫발을 뗀다는 의미가 있다”라며 “다누리는 우리나라와 나사가 하드웨어적으로 밀접하게 협력한 첫 사례인데, 이번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쳐 신뢰를 쌓게 된다면 나사와 함께 더 크고 도전적인 일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도 우주여행이 가능해지는 때가 올까?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스페이스X도 지난해 9월 민간인으로만 구성된 우주여행에 성공한 바 있다. 조기주 팀장도 “우리나라도 누리호 성공을 기점으로 많은 기업이 탄생하고 국가적인 관심과 투자가 지속된다면 유인 우주여행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항우연에서도 우주여행에 필수적인 발사체 재착륙 기술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2022-08-18 08:54
-
- 느림보 남한강 물길 따라 ‘단양읍유람’
- 남한강이 단양 읍내를 말발굽 모양으로 에워싸고 흐른다. 그 물줄기에 단양 제1경인 도담삼봉이 자리했다. 최근 도담삼봉과 멀지 않은 강변에 만천하스카이워크와 단양강 잔도가 조성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잔잔한 남한강 물길 따라 걸으며 터줏대감 명소와 신생 명소를 두루 둘러봤다. 벼랑 위 까치발 단양강 잔도 남한강변 만학천봉 절벽 아래에 잔도(棧道)가 놓였다. 잔도란 벼랑에 선반처럼 매단 길을 말한다. 남한강 수면 위 약 20m 높이에 철기둥을 촘촘히 박고, 폭 2m 정도 되는 나무데크를 깔아 산책로를 만든 것이다. 잔도 맞은편에 위치한 단양역에서 바라보면 절벽 아래에 가늘고 긴 띠가 둘려 있는 듯하다. 단양강 잔도는 상진철교 아래에서 시작해 절벽 구간이 끝나는 만천하스카이워크 입구까지 이어진다. 길이가 1.2km 남짓 된다. 왕복으로 걸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벼랑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잔도가 벼랑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까치발을 들고 선 것 같다. 잔도길은 편안하다. 경사가 없는 데다 낙석 위험 구간에는 지붕을 덮어 안전에 신경 썼다. 감미롭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에 콧노래로 응답하며 느긋한 산책을 즐긴다. 잔도 바닥에 설치된 구멍 난 철판을 지날 때는 심장이 쫄깃해진다. 척박한 벼랑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는 붉나무, 고욤나무, 물푸레나무, 부처손, 생강나무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낮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면 야간 산책을 즐겨도 좋다. 일몰 이후부터 밤 11시까지 잔도에 야간 조명이 켜진다. 100m 높이 하늘길 만천하스카이워크 잔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만천하스카이워크 주차장과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 앞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만천하스카이워크 입구까지 올라간다. 3대의 버스가 수시로 오가므로 대기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5분 정도 달리면 만천하스카이워크 아래에 도착한다. 만천하스카이워크는 해발 80~90m의 만학천봉 위에 세워졌다. 공룡알을 비스듬히 세워놓은 듯한 모양인데, 높이가 25m나 된다. 예상보다 규모가 커서 입이 떡 벌어진다. 회전 경사로를 빙글빙글 돌면서 스카이워크와 만학천봉 전망대가 있는 곳까지 걷는다. 경사로가 완만해 힘들지 않다. 꼭대기 전망대층에 오르면 단양 읍내와 상진철교, 소백산 비로봉, 양방산, 말발굽 모양을 한 남한강 물줄기가 발아래 펼쳐진다. 전망대 둘레에는 3개의 스카이워크가 공중을 향해 뻗어 있다. 길이는 각각 다르며 폭 2m의 고강도 삼중유리로 제작됐다. 관광객들은 높이가 100여 m에 달하는 스카이워크 앞에서 “네가 먼저 가라”며 서로 등을 떠민다. 나도 호기롭게 스카이워크 위에 서보지만, 아래를 내려다보지 못하고 오금이 저려온다. 지금 서 있는 곳이 하늘 아래인지, 강물 위인지 아득하기만 하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올 때는 다시 셔틀버스를 타거나 짚와이어(zipwire)를 이용한다. 짚와이어를 타면 몸이 로켓처럼 발사되는 것 같다. “덜컹” 소리와 함께 몸이 “쓩” 공중을 가로지른다. “악” 소리 한 번 길게 지르면 스카이워크 매표소 2층에 도착한다. 단양 제1경 도담삼봉 단양팔경 중 제1경(명승 제44호)인 도담삼봉은 남한강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도담리에 있는 세 봉우리라 하여 도담삼봉이라 불린다. 고요한 수면에 세 봉우리가 데칼코마니처럼 비친 모습이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아침 안개가 피어오를 때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도담삼봉 중에 덩치가 가장 큰 바위가 장군봉이다. 장군봉 허리춤에는 삼도정이 걸터앉았다. 조선시대 개국 공신인 정도전이 이따금 삼도정에 올라 풍월을 읊었다고 한다.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지을 만큼 도담삼봉을 아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설화에 따르면, 도담삼봉은 원래 강원도 정선군에 있었다고 한다. 홍수 때 단양으로 떠내려와 지금의 자리에 멈췄다는 것이다. 그 뒤로 단양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매년 정선에 절경 값을 냈다. 소년 정도전이 이 사정을 듣고 강원도 관리에게 “우리가 삼봉을 떠내려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삼봉이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으니, 필요하면 도로 가져가라”고 한 뒤부터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벼랑에 뚫린 무지개 돌문 도담삼봉 주차장 끝 절벽에는 단양 제2경(명승 제45호) 석문이 있다. 제법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고, 조붓한 숲길을 걸어야 볼 수 있다. 계단 아래에서 석문까지의 거리가 200m 정도인 게 다행이다. 석문은 남한강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름다리 혹은 무지개 모양의 돌문이다. 오래전 석회동굴이 무너진 뒤에 동굴 천장의 일부가 남아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석문의 왼쪽 아래에 작은 동굴이 하나 있다. 옛날 하늘에 살던 마고할미가 물 길러 왔다가 이곳의 경치에 반해 평생 농사지으며 살았던 곳이라는 전설이 남아 있다. 석문 너머로 보이는 옥빛 남한강과 도담리 풍경에 눈길이 머문다. 석문이 천연 액자가 되어준 덕에 강마을이 돋보인다. 석문 전망대에 앉아 석문 밖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는다. 마고할미가 부는 입김이라 상상해본다. 잃어버린 비녀를 찾으려고 맨손으로 땅을 팠는데 그게 99마지기 논이 되었다는 마고할미의 위력이라면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국내 최대 민물고기 전시관 2013년 단양 읍내 중심에 들어선 다누리아쿠아리움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민물고기 생태관이다. 입구에 단양을 대표하는 물고기 쏘가리의 대형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관람 후 생각이 바뀌었다. 다누리아쿠아리움은 아이들만 좋아하는 곳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가장 최근에 생긴 전시관인 만큼 평창 동강민물고기생태관, 울진 민물고기생태관, 양평 민물고기생태관보다 시설이 좋다. 세계의 바다 생물을 총집합해놓은 듯한 아쿠아플라넷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민물고기 생태관으로선 국내 최고 수준이다. 수족관 속 조형물을 도담삼봉, 석문 등 단양팔경 명소를 본떠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전시실에 마련된 130여 개의 수족관에는 국내외 민물고기와 세계 각지에서 모은 희귀 어종이 살고 있다. 남한강의 귀족 황쏘가리, 행운을 불러온다는 중국의 최고 보호종 홍룡, 아마존 거대어 피라루크 등이 볼 만하다. 민물고기 외 양서류, 파충류, 수서곤충류, 포유류 등도 만날 수 있다. ◇주변 명소 & 맛집◇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1980년대 남한강변 수양개에서 후기 구석기시대에서 초기 철기시대에 걸친 유적지(사적 제398호)가 발굴됐다. 수양개유적지 뒤편 언덕에 전시관을 짓고, 출토된 유물을 전시했다. 후기 구석기시대 유물인 돌날몸돌과 슴베찌르개 등은 중국, 시베리아, 일본의 석기들과 비교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전시관 옆에는 야간 조명 포토존인 수양개빛터널이 있다. 단양군 적성면 수양개유적로 395, 09:00~22:00(월요일 휴관), 어른 2000원. 구경시장 다누리아쿠아리움과 단양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의 구경시장이 뜨고 있다. ‘구경’은 단양팔경에 하나를 더해 9경이라는 의미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먹거리 골목. 그중에서도 단양 특산품인 마늘과 통닭을 함께 굽는 마늘통닭 골목이 가장 붐빈다. 통닭, 닭강정 박스를 들고 다니는 관광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마늘순댓국, 마늘만두, 흑마늘빵, 마늘메밀전병, 마늘석불고기 등도 인기 먹거리다. 오일장은 매월 1일과 6일에 열린다. 단양군 단양읍 도전5길 31. 마늘정식과 쏘가리매운탕 단양 마늘은 작고 단단하며 맛과 향이 독특하다. 장다리식당에서 마늘 정식을 주문하면 마늘비빔육회, 마늘수육, 마늘통튀김, 마늘만두 등 단양 마늘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민물고기 매운탕을 좋아한다면 남한강쏘가리특화거리에 들러보길 권한다. 어부명가를 비롯해 소문난 맛집들이 모여 있다. 장다리식당, 단양군 단양읍 삼봉로 370, 10:00~21:00(첫째·셋째 월요일 휴무). 어부명가, 단양군 단양읍 수변로 87, 10:00~21:00.
- 2020-06-19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