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몸은 예전 같지 않다. 기억력이나 청력, 시력도 마찬가지다. 어디론가 떠나는 건 기분 좋은 일임에도 막상 짐을 싸려니 걱정이 앞선다. 이처럼 신체적 제약 탓에 망설이는 이들을 위한 ‘무장애 관광’이 주목받고 있다.

여행은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일이다. 퇴직 후 인생 2막을 맞은 중장년에게는 삶의 여백을 채우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행위,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을 터. 하지만 관절 부담, 시청각 감퇴, 심혈관계 약화,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설렘 못지않게 부담이 느껴질 수 있다.
모두가 함께 누리는 여행 뜬다
이러한 흐름 속에 장애가 있거나 고령인 사람도 불편함 없이 여행하도록 돕는 ‘무장애 관광’이 주목받고 있다. 무장애 관광은 걷기 힘든 노년층, 시니어 동반 가족,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 등 다양한 대상이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간한 ‘모두가 함께 누리는 여행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30%가 교통 약자에 해당하며, 인구 고령화 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무장애 관광시장의 규모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애물 없는 관광지, 전국으로 확대
현재 국내 대다수 무장애 관광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돼 운영 중이다. 한국관광공사가 2015년부터 관련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춘천 의암호 ‘킹카누’와 남이섬 ‘트리코스터’가 관광 약자도 이용할 수 있게 레일 바이크나 해변 휠체어 등을 구비한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관광공사는 ‘열린관광’ 누리집에서 전국의 여러 장소를 제안하고 인근 주차장이나 화장실, 보행로, 경사로 등이 표시된 정보도 소개한다(지역별 상이).
서울관광재단은 휠체어 리프트 장착, 서울다누림 버스, 보조기기 대여 서비스, 서울다누림관광 홈페이지, 서울다누림관광센터 등을 운영 중이다. 서울다누림관광센터는 2019년 4월 개관한 무장애 관광 종합지원센터로, 내·외국인 관광 약자 대상 온·오프라인 상담을 통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시는 4월부터 5월까지 한 달간 제주 전역에서 ‘모두를 위한 제주, 열린관광 페스타’를 진행한 바 있다. 행사 기간에 무장애 올레길 걷기, 관광 약자 제주 여행 지원, 유형별 체험 프로그램 등을 마련했다.

아직 넘어야 할 과제들
이처럼 국내에는 물리적 접근성과 서비스를 개선해 무장애 관광지로 발전시킬 만한 장소나 체험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다만 개인별로 필요한 사항이 다르기에 기존 여행 상품처럼 유형화하기 어렵고, 개발 단계에서 수요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운영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원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무장애 관광은 장애인, 저소득층 같은 특정 취약계층뿐 아니라 모두의 관광 향유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관련 시장 역시 개별 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어 전문 서비스 개발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