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연극 무대에 올랐다가 홍상수 감독의 눈에 띄어 데뷔한 배우 조은숙. 일이 천직이라고 느끼는 그는 배우가 될 운명이었다.
“점점 연기가 치열하다고 느껴지고, 잘하고 싶어져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이 일을 정말 사랑하고 진심이구나를 느꼈어요.”
조은숙은 MBC ‘하늘의 인연’에서 가슴으로 낳은 딸을 품은 엄마 나정임 역을 연기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이 많다.
“내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는 내가 낳은 또 다른 생명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이 끝나도 그 캐릭터는 행복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현실에서는 세 딸의 엄마인 조은숙은 가족을 산소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다. 산소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의미로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개인적으로 ‘꽃길만 걸어요’라는 표현을 지양해요. 꽃길을 걷기 위해서는 누군가 돌을 치웠을 거예요. 우리 아이들이 돌을 치워주는, 지혜로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 조은숙은 찰나의 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과거를 후회해도 그게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To. 브라보 독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꼭 도전해보세요.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년 여러분, 늘 응원합니다!”
배우 조은숙(53)은 열정적인 사람이다. 어느 순간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는 배우가 된 그는 데뷔와 동시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남들 다 겪는다는 무명 시절도 없었다. 그러나 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열망도 늘 가슴속에 자리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진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를 지녀 동네에서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소녀 조은숙. 연예인을 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는데 정작 그는 네모 상자 텔레비전 속에 출연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에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어렸을 때 집에 있는 텔레비전을 막 흔든 적이 있어요. 그 안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 사람들이 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얼마나 싫었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나중에 나는 무엇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정말 많이 했는데, 다 재미가 없었던 거죠. 그런데 연기는 정말 할수록 재밌어요. 결국에는 배우가 될 운명이었을까요? 신기한 일이죠.”
텔레비전 일화만 봐도 조은숙은 뛰어난 감수성의 소유자다. 그 감수성을 글로 풀었고, 미모 칭찬만큼 글 잘 쓴다는 칭찬을 받았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그는 어느 날 지인이 연출한 연극을 보러 갔다가 극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된다. 그게 이어져 몇 번 무대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홍상수 감독의 눈에 띄었다. 그 계기로 1996년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출연한 조은숙은 1996년 ‘제17회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 1997년 ‘제20회 황금촬영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배우를 꿈꾼 적도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배우가 된 거죠. 무명 시절도 없었고요. 갑자기 얼굴이 알려진 셈인데, 처음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낯설고 힘들었어요. 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었죠. 연기라는 게 얼마나 치열해요. 너무 긴박하게 촬영이 진행될 때는 덩달아 쫓기면서 연기하게 되는데, 집에 돌아가면 눈물이 막 나는 거예요. 스스로한테 너무 화가 나는 거죠. 그러면서 내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구나, 이 일을 정말 사랑하고 진심이구나를 느꼈습니다.”
‘하늘의 인연’으로 고민 해소
“지금까지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가령 불편한 옷을 입고 있으면 아무리 예뻐 보이려고 해도 어색하잖아요. 그렇다고 하면 진짜 내 모습은 무엇일까? 그것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고민이 많은 거죠.”
조은숙이 최근까지 품고 있던 고민이다. 연기 활동은 오래 했지만,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KBS 2TV ‘야망의 전설’을 포함해 다수의 작품에서 비련의 여인 역할을 소화했고, KBS 2TV ‘내 딸 서영이’, ‘별이 되어 빛나리’ 등에서는 사연 있는 악녀로 분했다. MBC ‘세 친구’에서 코믹한 캐릭터를 맡은 것이 그나마 자신의 실제 성격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저를 처음 보면 까칠하다거나 말수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조금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의외로 털털하다며 놀라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허당기가 많고 소녀 같다는 말도 많이 들어요. 오죽하면 제 별명이 새우깡이랍니다. 계속 챙겨줘야 해서 손이 많이 간다는 의미예요.(웃음)”
이러한 고민에 한창 빠져 있을 때 MBC 일일 드라마 ‘하늘의 인연’ 출연 제안이 들어왔다. 조은숙이 맡은 나정임은 모든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캐릭터인데, 산장 화재 사고로 기억을 잃고 어린아이처럼 된 상태다. 가끔씩 기억이 돌아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그는 복수의 핵심 열쇠로 활약할 것을 기대케 한다.
“제가 성격이 어리바리하다 보니 실제 나와 비슷하면서 재밌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죠. 어딘가 모자란 바보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나정임을 연기하면서 제가 갖고 있던 고민이 조금은 해소됐죠. 그동안 KBS 드라마 위주로 출연해서 MBC 드라마 출연은 오랜만이었어요. 처음에는 낯을 가렸는데, 금세 제 실제 성격이 나오더라고요. 스태프분들이 ‘그냥 평상시대로 연기하면 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연기가 자연스럽게 잘 나오고, 재밌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모성애 넘치는 엄마
‘하늘의 인연’의 나정임이 이전 캐릭터들과 차별되는 지점은 또 있다. 바로 가슴으로 낳은 딸이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조은숙은 늦은 나이까지 결혼하지 못한 누군가의 고모나 이모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기혼 캐릭터라고 해도 남편은 있어도 자녀는 없었다. 실제 세 딸의 엄마이기도 한 조은숙은 나정임의 모성애에 매우 공감하며 연기를 펼치고 있다.
“‘하늘의 인연’을 찍으면서 SNS로 좋은 반응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분이 있어요. 고아로 자란 분인데 저의 SNS에 ‘상처를 치유받았습니다’라고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너무 감사한 거죠. 지금도 그분과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요. 또 결혼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고아나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많이 했어요. 당시 만났던 한 친구가 SNS로 연락을 해왔더라고요. 감동적이고 감사했어요. 선한 영향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조은숙이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은 또 있다. 아니, 매우 많다. 바로 그동안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들이다. 조은숙은 “내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는 내가 낳은 또 다른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이 끝나면 나는 떨어져 나가지만, 그 캐릭터는 살아 있는 것이다. 계속해서 행복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전했다.
그럼에도 친자식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큰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2005년 광고기획사 대표인 박덕균 씨와 결혼한 조은숙은 슬하에 세 딸을 두고 있다. “가족은 산소 같은 존재다. 산소의 소중함을 평소에는 못 느끼지만 산소가 없으면 죽지 않나”라고 표현한 그는 인터뷰하는 동안 세 딸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자랑은 물론 교육, 가치관 등에 대해 얘기했는데, 천생 엄마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원래 아이를 셋 낳고 싶었는데, 신기하게 그렇게 됐죠. 아이들이 다 다르게 생겼고, 매력도 다 달라요. 저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해줄 거예요. 엄마를 따라 연예인을 하는 것도 찬성입니다. 그리고 저는 매우 이타적인 사람이에요. 아이들한테도 항상 이타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죠. 살면서 힘든 일을 겪을 수도 있고 고통을 받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꽃길만 걸어요’라는 표현을 지양해요. 그 꽃길을 걷기 위해서는 누군가 돌을 치워놓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우리 아이들이 그 돌을 치워주는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꿈 찾는 중년
조은숙은 2012년 ‘초콜릿 복근’을 공개해 ‘몸짱 스타’로 화제를 모았다. 셋째를 출산하고 3개월 만에 20kg을 감량하고 얻은 식스팩이다. 그로부터 10년이 넘었는데 그는 여전히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매일 근력 위주 운동을 즐기면서 한 덕분이다.
“몸매 관리 때문에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 정도의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준점도 없어요. 그냥 운동을 좋아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그렇게 살고 있어요. 젊은 시절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촬영할 때 주얼리가 많이 필요하잖아요. 담을 곳이 없었는데 마침 한 번도 안 쓴 쓰레기통이 있어서 거기에 주얼리를 담았죠. 그랬더니 그 쓰레기통이 보석함이 된 거에요. 반대로 보석함에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통이 되겠죠. 그때부터 살면서 나에게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할까 많이 생각한 것 같아요.”
예체능에 능통한 조은숙은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배우는 늘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그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미국 액팅 스쿨에서 공부하기’라고 밝혔다. “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고 남들한테 밀린다는 생각에 갈급했다. 연기에 관한 책이 나오면 바로 사서 읽으면서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연기가 그 안에 갇혀버린 때가 있었다”면서 “지금은 극복 중인 단계에 있는데, 미국에서 정식으로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 예전처럼 자유롭게 연기하던 때가 그립다”라고 설명했다.
“어느 날 아이들이 ‘엄마는 꿈이 뭐야?’라고 묻는데 갑자기 울컥하더라고요. 사람들은 제 꿈이 배우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아직 모르겠어요. 배우가 인생의 끝일지, 또 다른 뭐가 될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저는 여전히 꿈이 뭔지 찾고 싶고, 그래서 계속 뭔가를 배우려는 것 같아요. 저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는 대형 오토바이 타기예요. 자격증은 취득했고, 오토바이를 구입해 타고 싶어요. 연기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싶기 때문인 것 같아요.”
조은숙은 주어진 삶을, 찰나의 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시간 아까운 일이다. “지난 과거를 후회할 때가 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는 그게 최선이고 최상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어차피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배우는 최상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우연히 하게 된 일이지만 즐기면서 하고 있으니 말이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조은숙은 배우가 되어 지금처럼 열심히 활동하고 있을 것 같다.
“중년의 시기에 힘들고 외롭고 헛헛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벌써 이렇게 살아왔나 싶고, 지나간 세월이 너무 아쉬울 테니까요. 후회되는 순간도 많겠죠. 그런데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최선이고 최상일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나간 날은 돌아오지 않아요. 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시간을 살아가는 중년 여러분, 늘 응원합니다!”
●Exhibition
◇게오르그 바젤리츠 : 가르니 호텔
일정 11월 27일까지 장소 타데우스 로팍 서울
게오르그 바젤리츠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거장이며, 196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가이다. 바젤리츠는 타데우스 로팍의 서울점 개관을 기념해 회화 12점과 드로잉 12점을 선보였다. 전시의 제목인 '가르니 호텔(hotel garni)'은 프랑스어로 저가 호텔을 의미한다. 이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에서 착안된 발상이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연상의 과정을 거쳐 고안된 제목이다.
바젤리츠는 독일 미술판의 한계를 느끼며 표현주의적이고 사실주의적인 작품을 통해 독일 신표현주의를 이끌었다. 특히 그는 1969년부터 '거꾸로 뒤집은 그림(인물화)'을 발표, 이는 바젤리츠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이번 전시 그림들 역시 모두 뒤집혀있다. 자화상을 비롯해 40년의 뮤즈 아내 앨케, 사슴, 말 등의 그림이 돋보인다. 그의 거꾸로 보는 세계관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꽃의 시간
일정 11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한국자생식물원
'꽃의 시간'의 안진의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색채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30년 가까이 꽃을 모티브로 유려한 채색화를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꽃'을 소재로 한 희화와 판화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작품에 착안된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는 'Collage your Nature'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Book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강봉희·사이드웨이)
지난해 2월 대구 발 코로나19 확진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주목받은 이가 있다. 모두가 꺼려하고 있을 때 발 벗고 나서 시신들을 수습한 사람. 그의 이름은 강봉희로, 장례지도사로 산 지 벌써 20여 년 이다.
40대 중반, 방광암에 걸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기도 했던 그는 그때부터 건축업을 그만두고 죽음을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2004년부터 700여 명의 고독사 사망자들과 기초수급자 고인들의 장례를 아무런 보상도 없이 도맡아왔다.
특히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수많은 무연고 고독사의 시신이다. 이와 함께 그는 누군가 고독하게 죽었다고 호들갑을 떨지 말라고 사회를 향해 일침을 가한다. 그 시간에 부모님이나 소외된 이웃에게 연락하고, 찾아가 보라고 조언한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은 과거에는 '염장이'라고 불렸고, 천대받는 직업이었다. 현재도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더불어 장례 시설은 혐오시설로 통하고, 잘못된 장례 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그는 죽음을 무서워하고 금기시하는 사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에게도 죽음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처럼 멀리 있지 않은 죽음, 그것을 인지하고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의 생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그의 생각을 읽어보며,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아야할지 느껴보자.
◇하버드 건강 습관 (다카하시 사카에·이너북)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한 경력이 있는 정신과 의사는 '마음'이 아닌 '몸'에 대해 얘기한다. 몸 상태가 개선되면 마음의 병은 뒤따라 나아진다는 것. 사소한 생활 습관만 바꿔도 비만, 음주, 중독(의존증), 발기부전, 불면, 스트레스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니, 그의 비법을 배워보자.
◇기후 위기, 마지막 경고 (서형석·문예춘추사)
북극곰으로 대변되는 기후 위기. 꽤 오래 전부터 들어온 말이지만 기후 위기의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서형석 기후환경연구원 대표는 기후 위기의 실태를 알려주고, 인류 생존을 위한 대응법을 제시한다. 작은 실천이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나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기후 위기를 직면해야 할 때가 왔다.
◇너의 바다가 되어 (고상만·크루)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가족은 소중한 존재다. 인권운동가로 유명한 고상만 작가는 돌고래의 모성애 실화에서 감동을 받아, 가족애 소설을 집필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마음의 위로를 전해준다.
●Stage
◇레베카
일정 11월 16일~2022년 2월 27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출연 민영기 김준현 에녹 이장우 신영숙 옥주현 임혜영 박지연 이지혜 최민철 등
다프네 듀 모리에의 동명소설과 이를 원작으로 한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성장하는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감동적인 로맨스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이와 함께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강렬한 선율과 화려한 세트로 매 시즌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지난 200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레이문드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전 세계 12개국, 총 10개 언어로 번역돼 공연됐다. 국내에서는 2013년 초연 이후 2019년 다섯 번째 시즌까지 총 687회 공연에 총 관람객 83만 명, 평균 객석 점유율 98%를 기록했다. 특히 초연부터 '레베카'의 흥행 주역으로 통해온 배우 옥주현, 신영숙이 댄버스 부인 역으로 출연해 많은 관심을 이끌고 있다.
◇프랑켄슈타인
일정 11월 24일~2022년 2월 20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왕용범 출연 민우혁, 전동석, 규현, 박은태, 카이, 레오, 해나, 이봄소리, 서지영, 김지우 등
매 시즌 최고의 화제작으로 통한 '프랑켄슈타인'이 3년 만에 네 번 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특히 배우 박은태가 이번에도 참여해 기대를 더한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전쟁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젠틀맨스가이드 : 사랑과 살인 편
일정 11월 13일~2022년 2월 20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김동연
출연 유연석, 이석훈, 고은성, 이상이, 오만석, 정성화, 이규형, 정문성, 이정화, 유리아 등
화려한 스타 캐스팅으로 주목받고 있는 뮤지컬이다. 유연석과 이상이는 두 번째 출연이고, 이석훈과 고은성은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은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코미디극이다. 가난하게 살아온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이스퀴스 가문의 백작이 되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다룬다.
하버드 건강 습관 다카하시 사카에·이너북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한 경력이 있는 정신과 의사는 '마음'이 아닌 '몸'에 대해 얘기한다. 몸 상태가 개선되면 마음의 병은 뒤따라 나아진다는 것. 사소한 생활 습관을 바꿔 비만, 음주, 중독, 발기부전, 불면증, 스트레스 등에서 벗어나보자.
너의 바다가 되어 고상만·크루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가족은 소중한 존재다. 인권운동가로 유명한 작가는 돌고래의 모성애 실화에서 감동을 받아 가족애 소설을 집필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마음의 위로를 전해줄 것이다.
기후 위기, 마지막 경고 서형석·문예춘추사
북극곰으로 대변되는 기후 위기. 꽤 오래 전부터 들어온 말이지만 기후 위기의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이에 저자는 기후 위기의 실태를 알려주고, 작은 실천으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대응법을 제시한다.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강봉희·사이드웨이
40대 중반, 방광암에 걸려 저승의 문턱에 다녀온 저자는 그때부터 장례지도사 일을 시작했다. 약 20년 동안 700여 명의 고독사 사망자들과 기초수급자 고인들의 장례를 보상 없이 돌본 그는 장례 문화의 아쉬움과 올바른 삶의 자세에 대해 얘기한다.우리 가족을 위해, 기후 위기를 직면해야 할 때가 왔다.
최근 인문학이 대세다. ◯◯인문학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따라서 유행이다. 그런데 성만 한 인문학이 또 있을까?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사랑을 나누고, 종족을 남기고, 늙고 죽어가는 이야기는 다 성에 있다. 성을 한자로는 ‘性’이라 표기하는데 어찌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찾았는지 놀랍기까지 하다. 성은 그 사람의 본성을 뜻한다. ‘배정원의 성 인문학’은 역사, 예술, 사회 등 사람이 만들어가는 문화 속에서 성을 재미있게 풀어볼 것이다.
“저런 남자가 현실에 있을까요?”
“그레이 같은 남자라면 SM도 두렵지 않아요. 저런 남자랑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몇 년 전 ‘여성용 포르노’라 불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은 여성 독자들의 후기다. 이 책은 처음에는 SM(사도마조히즘)을 그린 이야기로 소개되었고, 언론은 SM에 끌린 여성 독자들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이 소설에 끌린 진짜 이유는 SM이라는 파격적인 성행위가 아니라, 여성의 성 심리를 꿰뚫는 그레이라는 남자 때문이다.
이 소설은 아나스타샤라는 평범하고 순진한 여대생이 억만장자인데다 젊고 머리도 좋으며, 게다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미남인 사업가 그레이의 프러포즈를 받아 그야말로 신데렐라가 되는 이야기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 그레이는 그저 돈이 많은 평범한 재벌이 아니라 머리가 비상하게 좋으며 여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기는 ‘밀당’의 천재다.
‘진토닉’을 주문할 때도 그레이는 그냥 평범한 진토닉이 아니라 “헨드릭스나 봄베이 사파이어로. 헨드릭스에는 오이를, 봄베이에는 라임을 넣어달라”는 특별한 주문을 한다. 마치 007 제임스 본드가 칵테일을 주문할 때마다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Sha ken, not stirred)”라고 말하면서 독특한 취향을 과시하는 것처럼.
여자들은 지루하고 평범한 착한 남자보다는 자기를 쥐락펴락하는 나쁜 남자에게 더 끌리는 약점이 있다. 이런 여자들의 약점을 파고든 남자가 바로 그레이다.
소설 속 아나스타샤는 평범한 여대생 같지만 사실은 이 시대에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여자다. 우선 그녀는 대학 졸업반이 되도록 남자와의 성 경험이 한 번도 없다. 심지어 키스 경험조차 없는 ‘순진무구’한 여자다. 게다가 요즘 여자답지 않게 ‘테스’를 좋아하기까지!
아나스타샤의 처녀지 같은 성적 경험은 오로지 그레이에 의해서 개척(?)되고 개발되어간다. 이제까지 많은 여자들과 환락의 성 경험을 해왔던 그레이가 아나스타샤와의 관계에서 예외가 많아질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아나스타샤가 그에 의해 고지가 점령된, 그녀야말로 진정한 자신의 여자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그래서 신데렐라의 조건은 순결’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으로 유능한 남자에 의해 개발되어가는 ‘복 받은 여자’를 통해 여성들의 성적 판타지에 불을 지른 것이다.
그레이는 또한 심리전의 고수다. 적극적으로 아나스타샤에게 접근하지만, 항상 그녀의 빈틈을 정확하게 노린다. 아나스타샤가 위기 상황이면 흑기사처럼 나타나 구해낸다. 데이트를 위해 자가용 헬리콥터를 띄우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자가용 비행기로 4000마일을 단숨에 날아오며, 영문학도인 아나스타샤에게 첫 선물로 ‘테스’ 초판본을 보내온 그레이에게 아나스타샤는 점점 함락되어간다.
작가는 여성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다. 그레이가 어릴 때 받은 상처, 고아로 외롭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과 나이든 여자에게 성적인 학대를 당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여성들의 모성애 본능을 제대로 건드린다. 많은 여성들이 불행해하거나 뭔가 부족한 남자를 발견하면 자신이 그를 구원할 마돈나라고 착각한다는 사실도 작가는 간파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아나스타샤는 그레이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돈도 있고 명예도 있고 명분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레이의 최대 강점은 여성들이 성에 대해 갖는 판타지를 정확히 안다는 것이다. 소설 속 그레이는 여자의 성에 아주 능숙한 남자다. 그레이가 섹스를 연상의 여성으로부터 배웠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여자를 만족시키는 섹스를 제대로 할 것인지 충분히 상상하게 해준다. 평소 보수적인 가치관 때문에 여자들은 원하는 체위나 행위가 있어도, 현실의 성행위가 만족스럽지 못해도 남자들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레이는 아주 주도적으로 자신을 이끌었던 경험 많은 여성을 통해 이미 여성들이 원하는 섹스에서의 모든 것을 차고 넘치게(?) 알고 있다. 그러니 얼마나 황홀한 섹스를 여자에게 선사할 것인가?
또 적잖은 여성들은 ‘강한 남자에게 당하는 거친 섹스’를 성적 판타지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남자들과 여자들의 성적 판타지는 본질적으로 무척 다르다는 점이다. 남자들은 자신의 성적 판타지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데 집착하는 반면, 여자들은 자신의 성적 판타지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기대 자체가 없다. 그저 상상할 뿐. 만약 어떤 여성이 강간을 당하는 상황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 강간을 당하고 싶어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쨌든 우리의 그레이는 SM을 가장하여 사랑이 아닌 계약을 하며(사실은 ‘계약이 아닌 사랑을 하며’가 맞겠지만) 여성의 눈을 가리고, 묶고, 때론 벌을 준다며 무릎 위로 엎드리게 한 뒤 엉덩이를 찰싹 아프게 때리기도 한다.
그레이는 이렇듯 거친 섹스에 대한 여성의 판타지를 실현해주면서 여성을 황홀경으로 끌고 간다. 동시에 그는 남성 중심이 아닌 섹스에서도 현실 속 수많은 남자들과 달리 자신의 흥분과 만족만 추구하지 않고 상대 여성의 만족을 더욱 추구한다. 그러니 어찌 여성 독자들이 그레이에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남자들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세심히 읽는다면 여자들이 원하는 섹스가 무엇인지 간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 여자들이 남자에게 ‘훅’ 끌리는지, 남자에게 빠져들어 헤어 나올 수 없는지 말이다. 비록 그레이만큼 가진 돈이나 명예가 없어 데이트에 헬리콥터를 띄울 수는 없을지라도, 잠자리에서만큼은 자신의 여자에게 하늘 위를 나는 황홀경을 선물해보시기를!
그야말로 ‘브라보’한 소식이다. 액티브 시니어를 대표하는 배우 윤여정이 최근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 배우로는 사상 최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녀가 걸어온 연기 인생과 필모그래피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녀는 여배우들이 나이 들면 반강제로 얻게 되는 ‘국민 엄마’ 타이틀을 떼고, 55년간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수식이 필요 없는 배우로 거듭났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아카데미라는 신대륙으로 새 ‘여정’을 떠나게 된 윤여정을 응원하며, 그녀의 출연작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돈의 맛 (The Taste Of Money, 2012)
1970년대, 고(故)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와 ‘충녀’로 연예계에 한바탕 센세이션을 일으킨 윤여정은 ‘한국의 팜므파탈’이라는 별명으로 관객들의 머릿속에 각인된다. 그로부터 40여 년 뒤, 그녀는 수십 년 연기 내공을 쌓아 다시 한번 팜므파탈로 변신한다. 영화 ‘돈의 맛’을 통해서다. ‘돈의 맛’은 대한민국을 돈으로 지배하는 재벌가 백씨 가문의 권력을 향한 집착과 욕망을 제목처럼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이다. 권력을 손에 쥔 윤회장(김윤식)과 안주인 금옥(윤여정), 비서 영작(김강우), 장녀 나미(김효진)까지 네 사람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설정만으로 이미 충분히 파격적인 내용이지만, 영화는 윤여정의 무르익은 연기로 한층 더 농밀해진다. 붉은색 립스틱과 무언가를 관통하는 눈빛, 시니컬한 중저음 목소리. 존재만으로 압도하는 금옥을 보고 있으면, ‘윤스테이’ ‘윤식당’ 등 TV에서 접한 윤여정의 정겨운 사장님 이미지가 자동 삭제된다. 31살 연하 배우 김강우와의 수위 높은 베드신도 마다하지 않으며, 원조 팜므파탈의 위력을 입증한다.
2. 고령화 가족 (Boomerang Family, 2013)
사연 없는 집안은 없다고 하지만, 이 집은 많아도 너무 많다. 전과 5범 백수 한모(윤제문), 흥행에 참패한 영화감독 인모(박해일), 이혼이 취미인 미연(공효진)까지 이들은 모두 한솥밥을 먹는 식구다. 영화 ‘고령화 가족’은 나잇값 못 하는 자식들이 어느 날 평화롭던 엄마(윤여정)의 집에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반적인 가족과는 달리 콩가루 집안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서로를 향한 비난은 기본, 치고박고 싸우는 것은 일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으르렁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맞대고 함께 밥을 먹는다. 영화는 사고뭉치 세 남매를 사랑으로 품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상기시키지만, 동시에 그간 미디어에서 다뤄온 ‘희생하는 엄마’ 역을 답습한다는 점에서 진부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그간 윤여정이 도회적인 이미지로 스크린에 비춰진 것을 떠올리면, ‘고령화 가족’에서의 수더분하고 모성애 가득한 모습은 그 자체로 색다르게 다가온다. 윤여정이라서, 한층 더 신선해지는 영화다.
3. 죽여주는 여자 (The Bacchus Lady, 2016)
‘죽인다’는 말은 중의적인 뜻이 있다. 무언가를 향해 감탄하는 속된 표현으로 쓰이기도 하고, 문자 그대로 살인 행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주인공 소영(윤여정)은 전자일까, 후자일까. 놀랍게도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죽여주는 여자’는 종로 일대에서 나이 든 이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소영이 뇌졸중을 앓고 있는 송노인으로부터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성적으로 죽이게 잘한다고 소문 난 소영이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영화는 단돈 4만원을 위해 ‘박카스 할머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소영의 일생을 돌아보며 노년기 빈곤, 여성에 대한 성 착취 구조 등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담론을 깊이 있게 던진다. 또 소영의 주변 인물을 통해 트랜스젠더, 장애인, 코피노 등 현실 속에서 소외된 이들에 주목하고, 그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윤여정은 이 작품으로 시니어 배우로서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을 받는다. 그녀의 ‘죽여주는’ 연기가 감탄을 자아낸다.
여러 직책과 나이대의 사람들이 협력해 업무를 해야 하는 조직 생활. 최근 중장년들은 소위 '꼰대'라는 질타를 면치 못하는가 하면, 90년대생과의 사고방식 차이와 마찰 등으로 직장에서의 동상이몽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리더십 전문 컨설턴트 김성남은 '아직 꼰대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갈매나무)를 통해 미래지향적 해법을 내놓았다. 책에서 그는 수평적 리더십이야말로 90년대생에게서 아이디어와 성과를 끌어내는 지름길임을 조언하며, 꼰대는 되고 싶지 않은 중장년들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Q. 책을 펴내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오랜 시간 조직 리더십 컨설팅을 통해, 젊은 직원들과 일하며 고충을 겪는 중장년 관리자와 리더들을 접해왔습니다. 최근 90년생 직장인에 대한 콘텐츠가 많아졌지만, 흥미 위주로 문제 제기만 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관리자의 입장이나 해결책이 없던 점이 아쉬웠죠. 어떻게 해야 중장년들이 ‘꼰대’ 소리를 안 들으며 젊은 직원들과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에 대한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담아보고 싶어 책으로 펴내게 됐습니다.
Q. 제목처럼 대부분 리더나 관리자가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겠지요. 그런데도 자꾸만 꼰대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에 서글퍼 하곤 합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꼰대’로 전락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먼저 꼰대라는 말이 너무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우선 기성세대가 뭘 특별히 잘못해서 꼰대가 된 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사실 꼰대라는 개념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회자가 된 거예요. 즉, 요즘 기성세대가 뭔가를 잘못한 게 아니라, 그들은 그냥 있는데 세상이 바뀐 겁니다. 중장년과는 다른 성장 과정과 가치관,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들어오니 세대 차이나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죠. 지금의 리더나 관리자들은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자기희생을 해가며 열심히 살아온 이들입니다. 상황이 그렇게 된 거지, 그들이 잘못해서 특별히 뭔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바뀐 상황에서도 옛날의 방식이나 관념을 고수한다는 점이겠죠.
Q. 반대로 ‘꼰대’가 아닌 존경받는 리더의 경우 어떤 특징이 있던가요?
우선 누군가를 ‘꼰대다’, ‘꼰대가 아니다’라고 양분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꼰대의 특성을 적게 또는 많이 가질 수 있죠. 가령 평소엔 쿨하고 깨어있는 사람인데 어떤 측면에서는 고리타분할 수 있으니까요. 다양한 논문이나 연구를 보면 존경받는 리더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요. 첫째, 업무 능력이 출중한 사람. 둘째, 실무를 하지는 않지만 어른으로서 비전을 제시하거나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 셋째, 능력이나 카리스마를 떠나 인간적으로 따뜻하고 모성애가 있는 사람입니다. 물론 이러한 성향을 가진 이들도 어떤 면에서는 꼰대의 기질을 보일 수 있어요. 그러니 어떤 한 면만 보고 이 사람이 꼰대다 아니다를 나누는 건 위험하죠. 또, 이렇게 양분해서 접근하면 누구라도 ‘나는 꼰대가 아니다’라고 여기게 됩니다. 그래서 더 자기 성찰이 어렵고 변화가 안 되는 거고요. 그러니 스스로도 ‘아, 나는 이런 점은 훌륭하지만 어떤 점은 직원들이 꼰대라고 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인정하는 게 좋습니다.
Q. 꼰대를 벗어나려면 먼저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은데요.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요?
존경받는 리더들마저도 자기 인식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관리자나 임원 정도 된 사람들은 상당히 실력이 있고, 인정을 받아 그 자리에 있는 거잖아요. 자부심이 높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 자기 인식이 어려운 거고요. 결국 지속적으로 명상하고, 회고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요. 다른 방법으로는, 내가 직장에서 진짜 믿을 수 있는, 나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해줄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피드백을 받는 게 자기 인식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 것이 어렵다면 심리검사를 한다거나, 전문가의 카운슬링을 받아보는 것도 좋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자기 인식의 시간을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 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이든, 5분이든 10분이든 날짜와 시간을 정해 주기적으로 해줘야 효과적입니다.
Q. 요즘 90년대생은 ‘노력과 인내가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하셨지요. 그런 말보다는 어떤 이야기가 동기부여에 도움이 될까요?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해볼게요. 과연 90년대생이 성공과 승진을 원하지 않을까요? 아뇨 원합니다. 성공에 욕심이 없거나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들은 ‘지금 내가 속한 조직에서 그게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냥 승진이 싫다는 것과 그걸 원하는데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포기하는 건 큰 차이죠. 저는 요즘 젊은 직장인의 경우 후자라고 봐요. 그렇다면 조직에서는 그들의 승진, 성공 말고 뭘 제시할 수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당장 편하고 좋고 누릴 수 있는 것, 아니면 먼 미래에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제시하는 거죠. 매일 회사에 출근해서 워라밸을 지키며 일하도록 근무환경이나 복지 등 당장 손에 잡히는 가치를 충족해주거나, 이 조직에서 얼마나 올라가느냐보다 내 인생에서 어떤 전문가로서 살아가는 데 지금의 직장생활이 도움이 되게끔 좋은 프로젝트와 경험을 쌓게 배려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Q. 부하의 책임을 운운하기 이전에 권한 위임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권한 위임을 못 하는 이유는 리더의 완벽주의 성향으로 인한 강박, 직원에 대한 불신과 불안함 때문일 텐데요.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이 현명할까요?
어떤 단계라는 관점보다는 원칙을 몇 가지 정해놓고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첫째, 사람에 맞게 위임해야 합니다. 같은 90년대생이라도 사람마다 역량이나 의식 수준은 다릅니다. 직원의 경험이나 강약점, 선호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사람에게 위임해야 하죠. 그러려면 평소 직원들을 잘 관찰하여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둘째, 그 위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와 방향성이 명확해야 합니다. 위임을 했는데 그 결과가 기대와 달라져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한 가지 업무를 쪼개지 말고 통으로 위임해야 합니다. 권한을 줄 때는 확실하게 주는 게 동기부여 효과가 크고 직원의 성장에도 도움이 됩니다. 나누어 위임하면 직원은 그 일이 자기 책임이라 생각하지 않고, 팀장의 업무를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끝으로, 인내심을 갖고 결과를 기다리되 한 번 준 위임은 피치 못 할 사정이 아니면 바꾸지 않는 겁니다. 그래야 그 직원의 자존감과 신뢰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Q. 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스마트오피스,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을 접목하는 조직이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리더는 어떤 변화를 고려하고, 대처해야 할까요?
과거 한국에서는 재택이 안 된다는 게 사회적 통념이었죠. 최근 코로나19 덕분에 그런 통념은 깨졌고, 재택근무가 표준이 된 곳들도 많아졌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우려하고 불안해하는 리더들도 있지만, 실제 실행 이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더군요. 그러니 아직 그런 근무 방식에 부정적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게다가 90년생은 유연근무나 재택근무를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으로도 꼽습니다. 실제 이러한 근무 방식을 채택하고 잘 지키는 회사를 더욱 우호적으로 여기는 거죠. 특히 이들은 자기 시간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유연근무, 재택근무는 자기 시간에 대한 통제력을 주는 셈인데, 이를 통해 직원들의 시간을 존중하고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꾀할 수 있죠. 이러한 변화에 맞춰 중장년 리더들은 비대면을 통해 더욱 명확하고 간결한 업무지시를 내리고, 과정보다 결과 중심의 평가를 하는 등의 방침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Q. 꼰대라는 표현을 지우기 위해 아래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감수하는 리더들인데요. 이들에게도 쉼과 격려가 필요하겠지요.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재충전할 수 있을까요?
우선 꼰대라는 평가에 너무 의식할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들 역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잖아요. 자기가 가진 에너지를 최적으로 활용해 조직 생활을 해야 하는데, 중요한 건 그 많은 일을 혼자 다 하려면 안 된다는 거예요. 크고 중요한 몇 가지를 하고 나머지는 다 위임할 필요가 있죠. 모든 걸 다 일일이 챙기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그래야 자신도 워라밸을 찾을 수 있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고, 야근하고, 집에도 일을 가져가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다가 공허해지고, 번아웃이 오는 거예요. 번아웃은 그냥 일이 힘들다고 오는 게 아니라, 그렇게 힘들게 고생한 것에 대한 이유를 찾기 어려울 때 온다고 해요. 산업시대에는 개인의 희생으로 회사가 성장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도 이제 90년생처럼 생각하고, 자신을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조직은 문제없이 굴러가니까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똑똑해서 적절한 권한을 주면 의외로 곧잘 해내죠. 그런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시면서 자신의 제2, 제3의 커리어를 위한 자기계발의 시간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 김성남 리더십 전문 컨설턴트
20여 년 경력의 조직, 리더십 전문가로 삼성, 코트라, 듀폰, SK 등에서 근무했다. 글로벌 HR컨설팅사 머서, 타워스왓슨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컨설팅을 수행했다.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 한국어판, '동아 비지니스 리뷰'의 필진으로 활동하며 조직 고나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코칭을 하고 있다. 인문학, 심리학, 뇌과학의 지혜를 경영, 조직, 리더십 분야에 접목하는 게 주요 관심사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은퇴한 남편들이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선 아내의 드라마를 잘 받아들이며 몸을 낮춰 조심할 필요가 있다.
아내의 법정
아내가 아침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 은퇴한 남편의 언행에 대한 ‘아내의 법정’ 판결은 단호하다. “저 탤런트는 누구냐?”, “ 왜 저렇게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냐?” 등의 질문은 아내의 몰입을 저해하는 하는 범죄에 해당한다. “그렇게 궁금하면 방송국에 직접 전화하지 그래!”라는 빈정거림을 유발하기 쉽다. 그래도 드라마에 관심을 보이는 행위이기에 조금 봐줘서 유기징역이다. 하지만 몰입 정도가 아니라 시청 자체를 방해하면 중죄에 해당한다. 그래서 “과일 좀 깎아 달라”, “커피 타 달라”고 요구하면 안 된다. 당장 무기징역감이다. 마지막으로 “저걸 드라마라고~ 쯧쯧, 저런 건 나라도 쓰겠다”라고 드라마를 무시하는 언행은 시청자인 아내까지 한꺼번에 모욕하는 발언이므로 법정 최고형에 해당하는 사형!이다
은퇴하기 전 아침드라마를 전혀 볼 수 없었던 남편들은, 설거지도 미뤄둔 채 몰입하고 있는 아내와 드라마가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같이 몇 번 봤더니, 이건 너무 뻔한 내용이다. 재벌 집안과 독신인 이모나 고모가 등장하고 불륜과 삼각관계 속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기억상실증, 그리고 출생의 비밀은 기본에다가 최근에는 환생까지 첨가되었다. 모든 비밀은 열어놓은 문이나 복도에서의 엿듣기로 전달되고, 각종 증거들은 녹음과 동영상으로 통쾌하게 밝혀지며,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배우들의 자세한 독백으로 친절하게 전한다.
아내들의 추리력과 집중력
아내들은 구역질하는 장면을 보면 임신했다고 하고, 부모가 뒷목을 잡으면 이제 자식들이 양보할 거라 하고, 악당이 회개하면 종영이 가까워졌다고 추리력을 발휘한다. 비밀이 밝혀지려는 순간 갑자기 전화가 오거나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도, 아쉬워하거나 짜증내지 않는다.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사항은 모성애라는 단어로 다 해결이 된다. 방송작가와 완전히 한통속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여기부터가 중요하다. 그런 드라마를 왜 보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은퇴생활이 괴로워진다. 아내와 수십 년을 함께한 드라마들을 절대 무시하지 말라는 얘기다. 여행을 가서도 아침드라마를 본 후에야 펜션을 나서는 아내에게 살빼기 운동이라도 같이하면서 드라마를 보라고 충고하는 건, 드라마에 대한 충성도와 집중력을 얕잡아보는 행위다.
논리적 분석이 아니라 공감
남자들은 드라마를 논리적으로 분석한 후 이해하려 든다. 여자들은 드라마의 상황에 공감할 줄 안다. 그러니 이해하지 못해도 아내의 분위기는 깨지 않는 게 좋다. 아내가 악당을 욕할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같이 분개해야 한다. 다음 장면 전개를 맞힐 때는 그저 감탄해야 한다. 작가를 이해하려는 자세도 갖춰야 한다. 설사 주인공을 죽이더라도 깊은 뜻에서 그랬을 거라고 믿어야 한다.
이런 드라마들에 공감하려면 ‘제작비를 많이 투입한’ 주말드라마에서 출발해, 수목드라마→ 일일 저녁드라마→일일 아침드라마로 단계를 높여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아내와 같은 공감 능력이 점차 생긴다. 초기단계에선 다음 회차가 궁금해지고, 방송일이 다가오면 설레고, 예고편 장면도 기억하게 된다. 드라마가 종영되면 허탈해지고 살맛도 없어진다. 심해지면 다큐멘터리가 몹쓸 프로그램으로 느껴지고, VOD로 놓친 드라마까지 보게 된다. 차기 드라마 소개가 나와도 지금까지 봐왔던 드라마를 배신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친다. 그러다가 후속 드라마에 또 울고 웃는다. 내가 살아온 인생과 똑같다.
이렇게 아내와 드라마로 공감하고 소통하면, 애완동물이 없어도 부부간 대화 소재가 샘솟는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 드라마 대사를 인용하면 설득력까지 얻을 수 있다. 또 여생은 권선징악과 사필귀정, 인과응보의 세계로 들어가, 단순하고 편안해진다. 아침드라마는 30분이지만 그 영향력은 결코 짧지 않음을 잊지 말자. 그러니 아직도 아내와 맞장구치기보다 논리적 분석으로 맞짱 뜨려는 남편들은 필자도 책임질 수 없다!
건강과 행복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실제로 행복한 사람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또 그 행복을 통해 얼마나 더 건강해질 수 있을까? 행복함은 몸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뇌과학자는 마음으로 느끼는 행복도 모두 뇌가 만들어내는 화학적 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행복호르몬이다. 지금부터 우리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행복호르몬 4종 세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첫째,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호르몬이 있다. 바로 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기분을 들뜨게 만들고 신나고 즐겁게 해준다. 엔도르핀의 어원은 ‘endo+morphin’이다. 즉 스스로 만들어내는 모르핀 같은 물질을 의미한다. 모르핀은 통증을 줄여주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 화학물질로서 주로 약물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엔도르핀이 많이 나오는 상태가 되면 통증이 줄어든다. 또 암세포를 죽이는 면역세포인 NK세포를 활성화한다. 실제로 우리 몸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암세포가 발생한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NK세포가 활성화한 상황에서는 암세포가 사멸된다. 엔도르핀이 많이 생성되면 건강해지는 이유다.
엔도르핀이 많이 나오게 하는 방법은 활짝 웃는 것이다.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해주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 하지만 뇌과학자들은 웃을 일이 없어도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엔도르핀이 많이 나오고, 그로 인해서 즐거워지고, 건강해지므로 웃을 일이 더 생긴다는 말이다. 실제 미국의 여러 암치료센터에서는 암 환자 치료 과정에 웃음치료를 도입했다. 실컷 웃게 하면 몸의 면역세포가 더 좋아진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둘째, 즐겁고 재미있는 감정이 있다. 바로 행복함을 느끼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 감정만큼이나 행복한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인간이라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감정, 즉 ‘평안함’이다. 즐거움 못지않게 우리에게 중요한 감정이다. 평화로움은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이러한 감정을 자주 갖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도 좋다. 그렇다면 평안한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것은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에서 비롯된다. 세로토닌은 밤이 되면 멜라토닌으로 바뀐다. 멜라토닌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호르몬이다. 즉 평안함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 잠도 잘 자는 것이다. 숙면은 치매 예방뿐 아니라 면역 증진, 비만 예방 등 신체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해진다. 실제 우울증 약 중에는 세로토닌을 증대시켜주는 약이 있다.
세로토닌은 어떻게 하면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하나는 햇빛, 다른 하나는 리듬운동이다. 햇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 오래 지내면 세로토닌이 감소되고 우울해진다. 리듬운동의 기본은 걷는 것이다. 밝은 낮에 산책을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공원이나 숲 등 자연 속에서 이러한 활동을 하면 건강에 좋다. 햇살을 즐기면서 산책을 하면 많은 세로토닌을 만들어낼 수 있다.
셋째, 성취감이나 만족감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차원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인간은 도전을 하며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는다. 이러한 고차원적 행복감을 갖게 해주는 호르몬이 바로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중독과 관련한 나쁜 호르몬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렇다. 도파민은 양날의 칼이다. 잘못 사용하면 중독자를 만들지만, 잘 사용하면 자신감과 만족감을 키워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해준다. 평소에 도파민이 많이 나오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의욕적이고 부지런하다.
도파민은 ‘새로움’, ‘호기심’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호르몬이다. 누구든 새로운 것을 보면 호기심을 갖는다. 이 감정이 도파민을 불러일으킨다. 반대로 늘 똑같은 생활을 하며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사람은 의욕도 없고 게으르다. 성취감이나 만족감을 얻고 싶다면 그동안 미뤄왔던 것들에 하나씩 도전해보자.
마지막으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관계다. 좋은 관계는 행복감을 준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연결되는 것이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은 자궁수축호르몬으로서 임산부가 분만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출산을 하면서 옥시토신이 흠뻑 분비된 엄마는 아기를 보면서 모성애를 느끼기 시작한다. 옥시토신은 관계에서 친밀감을 갖게 해줄 뿐만 아니라 신뢰감도 키워준다.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끼리 느낄 수 있는 중요한 행복감 중 하나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옥시토신이 잘 분비될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 그리고 스킨십을 통해 분비된다. 서로 교감하고 바라만 봐도 옥시토신은 증가한다. 일부 학자들은 옥시토신이 미래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게 될 호르몬이라고 말한다.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은 친화력, 사회성이 좋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더 크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국에서는 ‘쑥스러움 방지제’라는 이름으로 코에 뿌리는 옥시토신 스프레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만큼 옥시토신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살펴본 4가지 행복호르몬은 좋은 부분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이들 호르몬은 홀로 작용하는 게 아니다. 서로 복잡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의 감정이 결정된다. 이제 앞에서 말한 방법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많이 웃고, 자연을 벗 삼아 햇빛 아래서 산책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과감한 도전도 해보자. 또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주 교감하고 대화하자. 행복호르몬을 잘 가꾸고 키워 슬기로운 피로 컨트롤러가 되면 우리 삶에 피곤함이 끼어들 틈은 없어질 것이다.
‘아버지를 미워한 힘으로 내 길을 만들었다’고 자신의 생애를 요약하는 최현숙(崔賢淑·62).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모든 사회적 통념과 가치관에 의심을 품었다. 가출을 반복하던 끝에 출가(결혼)해 아이를 낳은 뒤에는 천주교 사회운동을 시작으로 민주노동당과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거치며 진보정당 활동을 이어갔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수십 년간의 숱한 방황과 기행(奇行). 환갑을 지나 구술생애사 작가로 사는 요즘, 그녀는 이제야 제법 그 쓸모를 알 것만 같다.
진보와 정치의 교착 속 중년기를 보낸 최현숙은 10년 전 요양 노동을 선택했다.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서 노인돌봄에 몸담았고, 그들을 만나면서 구술생애사 작업을 진행했다.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 ‘할배의 탄생’ 등을 펴내며 구술생애사 집필에 몰두해온 그는 최근 에세이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를 출간했다. 한동안 타인의 삶을 바라보던 그녀가 말하는 ‘똑바로 마주하는 삶’은 어떤 의미일까.
“대개 우리는 즐겁고 좋은 일은 가까이하려 하지만, 어렵고 불편한 일은 회피하죠. 삶을 똑바로 마주한다는 건 긍정적인 것들보다는 부정적이고 기울어진 것들을 자기 시선을 통해 제대로 보려는 노력이에요. 사회 전반의 불공정한 현상들을 주류의 기준으로만 판단하면 안 돼요. 정답이 아니어도 나름의 시선을 만들어야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길러져요. 마찬가지로 자신의 단점이나 약점까지 직시해야 나를 제대로 알고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상처나 미움도 잘 다스리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거든요.”
우리는 사적인 존재가 아니다
‘최현숙의 사적이고 정치적인 에세이’라는 부제 속 단어들이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최현숙의 화려한 이력(?)을 보면 ‘그럴 만하다’ 싶었다. 그녀는 자신뿐만 아니라 누구의 삶이든 사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 공존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주의 진영에서 자주 쓰는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에 적극 동의해요. 나의 몸, 나이, 심리적 경제적 상태는 모두 정치적인 겁니다. 가령 여성의 몸을 통해 무엇이 아름답다고 평가하는 잣대나 낙태 문제 등도 정치적인 부분이죠.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가정이든 들여다보면 남성과 여성, 돈 버는 사람과 안 버는 사람, 노인과 아이 등 그 안에 첨예한 권력 관계가 존재해요. 그것이 확장되면 우리 사회의 권력 관계와도 맞닿게 되죠. 그러나 대개 나와 가족의 일은 프라이버시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감추려 해요. 가정폭력만 해도 사적인 가정사로 여기지만, 그렇게 은폐하는 것들에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야기된다고 봐요.”
최현숙은 연명의료를 거부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칼럼을 썼다가 가족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존엄한 죽음, 웰다잉이 화두로 떠오르며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는 이야기였지만, ‘사적인 것을 왜 공개하느냐’라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그녀의 소신을 따랐던 행동들은 종종 가족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물론 이러한 갈등이 아무렇지 않았던 건 아니라고 털어놨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사회운동을 했어요. 사회활동을 하는 기혼 여성이라면 다 겪는 고충이지만, 제 경우엔 돈벌이하는 것도 아니면서 자식들 안 챙기고 남 좋은 일 한다고 욕 많이 먹었죠.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남편이나 형제에게 ‘모성애가 없느냐’, ‘영웅심에서 그러느냐’라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모성애가 없는 여자인가?’, ‘정말 영웅심에 찌든 인간인가?’라는 의심과 자책을 했어요. 양쪽을 다 돌볼 수 없는 현실이 늘 괴로웠죠. 그때의 상처가 여전히 자괴와 자책으로 남아 있어요. 물론 그것들 역시 내가 인정하고 성찰해야 할 과제이죠.”
강박 없는 성실이 가능해진 삶
이해받지 못할 일들을 해나가며 다양한 상황을 마주했고, 수많은 사람을 대면했다. 덕분에 소외된 이들의 아픔과 그늘을 잘 이해한다는 그녀. 구술생애사 작가로서는 적격의 삶을 살아온 셈이다.
“자기 가치관이나 규범이 없는 상태에서 방황과 뻘짓(?)을 한 세월 덕분에 나처럼 헤매는 사람들을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역지사지가 잘 되는 거죠. 인간에게 선(善)과 악(惡)은 없다고 봐요.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어떠한 처지와 맥락이 있었을 뿐이죠. 구술생애사 작업을 하다 보면 이해 못할 상황도 없고, 나쁘다고 손가락질할 사람도 없어요.”
타인의 인생을 듣는 것에 익숙할 그녀에게 혹시 다른 이에게 자신의 생애를 구술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의뢰가 없지는 않았지만 작가에게 사정이 생겨 중단했단다. 대신 오래전부터 직접 지난 삶을 기록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정말 나라는 사람이 이해 안 됐어요. 내 삶의 처지와 맥락은 무엇이었을까. 나 자신을 납득시키는 글이라는 점에서 회고록보다는 ‘해명’이라는 제목이 괜찮을 것 같아요.(웃음) 물론 지금도 여전히 내가 완벽히 이해되지는 않아요. 그러나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에요.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이해는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로 연결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에게는 더 많은 상처가 있겠지만, 부유하고 잘 배운 사람이라고 상처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구술생애사 작업을 통해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일, 그게 사회에서의 나의 쓸모라고 생각해요.”
자녀들이 독립한 뒤, 혈(血)로 엮인 의무와 자책은 어느 정도 덜어냈단다. 60대를 사는 현재 ‘강박 없는 성실’이 가능해진 것에 만족스럽다는 그녀.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바람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으로 행복한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단 돈이나 건강은 아닌 것 같아요. 돈은 행복의 외양은 만들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아니거든요. 건강도 마찬가지예요. 겉은 건강해도 속이 부글부글한 사람이 얼마나 많아요. 내가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들을 찾고, 진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나를 사랑하면 그뿐이죠. 나를 사랑한다고 자기애에 빠진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나의 장점이든 단점이든 다 받아들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소외된 이웃까지 사랑해야죠. 앞으로 하려는 일들이 내 욕망에서 출발하되 사회적 욕망과 연결되는 일일 수만 있다면, 여생은 그걸로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