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여전히 ‘가족’의 시간을 상징한다. 하지만 오늘날 가족은 한 가지 형태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추석 명절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려면 변화된 가족의 모습을 이해하고, 각자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는 1인 가구,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비친족 가구,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 등 다양한 형태가 자리 잡았다. 가족의 형태는 달라졌지만,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면 누구에게나 즐거운 명절이 될 터. 가족 유형별 상황에 맞는 연휴 솔루션을 제안한다.

◆ 황혼이혼 후 중장년: ‘취향 맞는 영화·드라마 몰아 보기’
홀로 명절을 맞이하는 이들에게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시선을 이해할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며 대화의 소재를 넓히는 것을 추천한다. OTT 서비스나 인근 도서관의 영화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세대 공감’이나 ‘관계 회복’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골라 보면 더욱 의미가 깊다.
노원어르신휴센터에서 추천하는 영화 10선서울시 노원구 상계9동 노원어르신휴센터는 시니어들이 2주마다 도서관에서 영화 보는 ‘인생극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0여 편의 관람작 중에서 만족도 조사 별 5개 만점을 받은 영화를 추렸다.
➊ 요리와 사람 사는 이야기, ‘밥정’ (2020, 다큐멘터리) 한국 음식과 인생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음식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정을 보여준다.
➋ 한바탕 울고 웃고 싶다면, ‘장수상회’ (2015, 드라마·코미디) 까칠한 노인이 이웃 여성과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황혼 로맨스와 가족 갈등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➌ 시골 정서와 구수한 유머, ‘마파도’ (2005, 코미디) 도박판에서 도망친 건달들이 개성 강한 섬마을 할머니들과 얽히며 좌충우돌 코미디가 벌어진다.
➍ 종을 뛰어넘는 교감, ‘마음이...’ (2006, 가족 드라마) 강아지 ‘마음이’와 소년이 함께하는 따뜻한 성장 이야기. 반려동물과의 교감이 감동을 전한다.
➎ 진한 가족애를 느끼고 싶다면, ‘7번방의 선물’ (2013, 드라마·코미디) 억울하게 수감된 아빠와 어린 딸의 눈물겨운 이야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준다.
➏ 희망의 메시지, ‘맨발의 기봉이’ (2006, 휴먼 드라마)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이 마라톤에 도전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웃음과 감동이 공존한다.
➐ 가족관계를 돌아보고 싶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2011, 드라마) 암 선고를 받은 어머니와 가족이 보내는 마지막 시간. 따뜻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➑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 ‘위험한 상견례’ (2011, 코미디) 영·호남 출신 남녀가 결혼을 앞두고 두 집안의 지역감정과 충돌하는 유쾌한 코미디.
➒ 모녀가 함께 볼 땐, ‘친정엄마’ (2010, 드라마)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그린 영화로, 애틋한 모녀애와 세대 간의 정서를 잘 담아낸 작품.
➓ 귀염둥이 손주와, ‘마당을 나온 암탉’ (2011, 애니메이션) 양계장에서 탈출한 암탉 ‘잎싹’의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 독립과 모성애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 1인 가구: ‘나와 이웃을 위한 명절 프로젝트’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는 1인 가구. 추석 연휴를 홀로 보낸다고 외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명절의 의미는 주변을 돌아보고 가진 것을 나누는 데 있다. 1인 가구라면 봉사활동에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 지역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무료 급식 봉사나 독거노인 방문 프로그램은 혼자서도 쉽게 참여할 수 있고, 나눔을 실천하며 명절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자원봉사 수요처는 ‘1365 자원봉사포털’1365 자원봉사포털 홈페이지(www.1365.go.kr)에 들어가면 한가운데 ‘모집 중인 자원봉사’ 정보가 보인다. ‘봉사참여’ 메뉴에서 ‘개인봉사’를 선택한 뒤 지역이나 분야, 날짜, 봉사 대상 등을 기준으로 찾아봐도 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으므로 특기와 취향을 살린 봉사를 선택할 수 있다.

◆ 다문화가족: ‘세계의 명절 음식 만들기’
추석을 맞아 각자의 출신국 문화를 존중하며 함께 요리를 해보는 건 어떨까. 송편과 태국식 샐러드 ‘쏨땀’, 베트남의 전 ‘반쎄오’ 같은 음식을 차리면 식탁이 곧 세계여행지다.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기회가 된다. 재료 준비가 어렵다면 온라인에서 해당 메뉴의 밀키트를 검색, 주문해 간편하게 준비해보자.
생각보다 간단! ‘반쎄오’ 만들기재료 준비
● 반죽 : 쌀가루(또는 반쎄오 가루) 1컵, 코코넛 밀크 1컵, 물 1컵, 강황가루 1작은술, 소금, 상추, 라이스 페이퍼
● 속재료 : 얇게 썬 돼지고기, 껍질 벗긴 새우, 숙주나물, 다진 파, 양파, 민트·고수 등
● 소스 : 피시 소스, 설탕, 라임즙, 다진 마늘, 고추
조리 방법
1. 팬에 식용유를 둘러 중불로 예열 하고, 반죽을 얇게 부친다.
2. 반죽에 속재료를 올리고, 반으로 접는다.
3. 라이스페이퍼에 자른 반쎄오, 상추, 허브를 싸서 소스에 찍어먹는다.
입맛 돋우는 새콤한 ‘쏨땀’ 만들기
재료 준비
● 주재료 : 파파야(순무로 대체 가능) 2개, 방울토마토 8개, 오이 반 개, 고추 1개
● 소스 : 땅콩과 마늘 한 줌씩, 피시 소스(또는 멸치액젓), 라임즙, 설탕
조리 방법
1. 파파야는 껍질을 벗기고 채칼로 채썰어 물기를 제거한다.
2. 방울토마토, 오이, 고추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절구에 땅콩과 마늘을 빻고, 피시 소스, 설탕, 라임즙을 섞어 소스를 만든다.
4. 준비한 채소에 소스를 얹어 버무린다.

◆ 비친족 가구: ‘이웃과의 작은 추석 파티’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함께 사는 사람들이 있다. 전체 가구의 2.4%를 차지하는 비친족 가구는 연휴를 ‘작은 공동체 축제’로 만들 수 있다. 가구 구성원끼리 보내도 좋지만 주변에 비슷한 형편의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집 근처 공원에서 돗자리 하나 펴고 음식을 나누는 소규모 파티만으로도 ‘명절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 조손가족: ‘세대 잇는 게임 한 판’
손주와 조부모가 함께 사는 조손가족은 명절이 더욱 특별하다. 긴 연휴 동안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주가 같이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을 준비하면 세대 차이를 줄이고 웃음을 나눌 수 있다. ‘꼬치의 달인’, ‘도블’, ‘주플’, ‘모노폴리’, ‘루미큐브’ 등 세대를 불문하고 즐기기 좋은 게임이 많다. 게임 과정에서 인지력과 기억력, 주의력, 집중력, 순발력 등을 사용해 사회성과 신체 조절 능력이 함께 발달한다. 대부분의 보드게임에는 사용 권장 연령이 있으며, 인지능력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을 위해 개발된 보드게임도 있다.
연휴 기간 고궁이나 한옥마을을 방문한다면 전통놀이를 체험해볼 수 있다. 윷놀이, 제기차기, 투호 등 손주에게 낯선 전통놀이를 함께하며 추억을 쌓아보자.

◆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 ‘분리불안 교육, 건강검진’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전체의 28.6%를 차지한다. 명절 연휴는 반려동물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기회지만, 연휴 뒤에는 분리불안이 심해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반려동물이 혼자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분리불안 교육’을 실천해보자. 집을 나서거나 들어올 때 반응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필요할 경우 가정방문 훈련사의 도움을 받거나 지자체 반려동물센터의 문을 두드려도 좋겠다.
또 명절은 반려동물의 건강을 점검할 좋은 시기다. 가까운 동물병원을 방문해 정기 건강검진을 받고, 예방접종이나 구충제를 챙기면 한 해를 안심하고 보낼 수 있다. 놀이와 산책은 물론, 건강과 정서까지 챙기는 명절 루틴이 되어야 한다.
지자체 반려동물센터 운영 사례➊ 서초구 ‘서초동물사랑센터’
‘반려견 돌봄 쉼터’ 운영, CCTV 모니터링, 동물병원 연계 서비스 제공. 위탁비는 하루 5000원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문의 : 동물사랑센터(02-6956-7980~2), 구청 체육진흥과(02-2155-8757)
➋ 서대문구 ‘내품애센터’
반려가족과 유기동물을 위한 입양 상담, 펫티켓, 어질리티(반려견 스포츠), 요가‧피트니스, 행동교정, 미용·위생관리 교육 등을 제공한다.
문의 : 내품애센터(02-330-3821)
➌ 고양시 ‘반려온뜰’
직영 보호센터를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했다. 수의사 건강검진, 행동교정, 입양 후 사후관리 프로그램(홈커밍데이, 사진전 등 포함)을 운영한다.
문의 : 반려온뜰(031-962-3232)
➍ 광명시 ‘반려동물문화복합센터 반함’
유기동물 입양부터 행동교정, 미용, 자체 교육, 야외 놀이터 대관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무료 또는 저비용으로 제공한다.
문의 : 반함(02-2680-6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