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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 글쓰기 도전, 플랫폼 통해 작가 데뷔에서 수익까지
- 평생직장의 시대는 지났다. 은퇴 후에도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글쓰기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사람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천 리 길처럼 느껴지고, 단숨에 시작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너무 늦은 건 아닐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걱정하는 독자들을 위해 글로 제2의 인생을 내디딜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흔히 글을 쓰며 활동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등단’을 떠올린다. 등단을 하려면 각 신문사에서 매년 개최하는 신춘문예나 문예지, 각종 문학단체와 기관의 문학상 수상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일종의 ‘작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등단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어딘가에 소속되거나,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플랫폼으로 시작해볼까? 최근에는 등단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글을 연재할 경로가 있다. ‘네이버 블로그’는 심사나 절차 없이, 간단한 기록부터 창작물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을 게재할 수 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라면 매일 다양한 주제로 질문하는 ‘블로그씨’ 서비스도 고려해볼 법하다. 온라인 신문 ‘오마이뉴스’는 회원가입을 하고 글을 작성해 등록하면 해당 카테고리 편집 담당자가 기사로 채택하는 방식을 갖추고 있다. 채택되면 잉걸·버금·으뜸·오름으로 뉴스의 등급이 매겨지는데 해당 등급에 따라 고료를 받는다. 콘텐츠 출판 플랫폼 ‘브런치스토리’는 사전 심사를 거쳐야만 작가로서 글을 공개할 수 있다. 브런치스토리는 매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여는데, 당선되면 쓴 글들을 엮어 책으로 만들 수 있다. 수상작과는 별개로 출간 계약이 이뤄지기도 한다.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등 베스트셀러 작가를 배출했다. 창작물에 대한 욕구가 있다면 ‘네이버 시리즈’나 ‘브릿G’ 등을 이용해보면 어떨까. ‘네이버 시리즈’는 웹소설·웹툰·출판만화·전자책 등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으로, 챌린지리그와 베스트리그를 거쳐 내부 심사를 통과해 작가로 선정되면 연재 작품에 따라 고료를 받는다.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는 국내 장르문학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SF어워드 대상을 받은 심너울,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한 천선란,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희영 작가 등이 ‘브릿G’에서 활동하며 주목받았다. 플랫폼이 너무 많아 헷갈린다면 에세이, 소설, 시 등 글의 목적과 의미를 고민해보고 각자의 색에 맞는 곳을 골라보자. 쌓일수록 힘이 되는 글쓰기 ‘브런치스토리’, ‘오마이뉴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 신재호 작가(필명 실배)는 5년 차 ‘글쟁이’다. 저서로는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 ‘아빠의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 등이 있다. 그도 처음에는 회사 보고서 외에 뭔가 써본 적이 없었다. 우연히 글쓰기 수업을 알게 됐고, 알 수 없는 해방감이 찾아왔다. 글을 쓰면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던 갱년기와 번아웃 증후군을 벗어났다. 아빠, 남편, 직장인으로서 헛헛하고 버거웠던 마음을 담았다. 과거의 일, 그로 인해 싹튼 감정을 들여다보니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됐단다. 그는 주로 출근 지하철 안에서, 혹은 주말에 집에서 글을 쓴다.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모이니 출간 제의가 들어왔다. 기존의 글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대 보완하고, 묻어두었던 경험을 다시 활용했다. 출간 후에는 관련 강연 요청도 받았다. 써둔 글이 다양한 형태로 무한 확장될 수 있고, 이제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에 힘을 얻었다. 더 좋은 글을 쓰고픈 마음이 들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자신도 잘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신 작가는 언젠가 글을 만나게 될 누군가에게 ‘일단 쓰라’고 조언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혹은 거창한 문장을 쓰겠다는 중압감을 버리고 말이다. 특별한 글쓰기 기술이 없어도, 소소한 일상을 솔직하게 풀어내면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할 수 있다. 직장과 가정에 대한 걱정으로 여유가 있을까 싶겠지만, 틈틈이 글을 쓰며 잠시나마 본인만의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 2023-10-1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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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 정신건강 위협하는 각종 ‘증후군’… ‘나’를 지키는 방법은?
- 퇴직 후엔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이 대부분 사라진다. 자녀가 출가하면 가정 내 부모의 역할도 줄어든다. 나이가 들며 겪는 사별(死別)은 모든 것을 잃은 듯 고통스럽다. 중장년기에 찾아오는 이러한 상실은 한편으론 예견된 아픔일 테다. 생애주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대처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도움말 임선진 국립정신건강센터 노인정신과 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체 건강 못지않게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최근 들어 각종 ‘OO증후군’을 염려하는 이가 많아졌다. 익히 아는 ‘명절증후군’처럼 특정 시기에 벌어진 일로 신체적·정신적 증상이 나타나곤 하는데, 가벼이 여겨 방치했다간 심각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동반된다. 요즘은 온라인에 다양한 증후군 자가진단지가 올라와 있어, 의심 증상 확인이 가능하다. 다만 신뢰할 만한 자료인지 점검이 필요하며, 진단 후 오히려 무력감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임선진 국립정신건강센터 노인정신과 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환자들이 오면 질환명을 말씀드리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고 덧붙인다. 특히 중장년이나 어르신의 경우 아직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아 더 조심스럽다. 자칫 질환명을 부각하면 ‘나는 병이 있는 사람이고,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무력감을 호소하는 등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며 “실제 의사들이 현장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증후군들도 있다. 이런 증후군은 아직 질병으로 고착될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다. 어떤 용어를 써서 질병화하기보다는 건강한 노년기를 위해 거치는 일시적인 상황, 도움을 받으면 호전될 증상, 나의 정체성을 찾는 시기 등으로 인식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임선진 과장은 중장년기에 겪는 증후군들의 주요 원인으로 ‘상실(감)’을 꼽았다. 사회와 가정에서의 역할·관계 상실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불면증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슈퍼노인증후군’, ‘빈둥지증후군’, ‘애도증후군’을 들 수 있다. 이들 증후군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사회적 역할 상실 → 슈퍼노인증후군 은퇴 이후에도 현업에 있을 때처럼 바쁜 일상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증상. 주로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은퇴와 나이 듦으로 인해 과거보다 역량 발휘를 못 하는 상황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스스로를 사회 낙오자로 여기며 괴로워한다. 또는 무리한 계획을 세워 일정을 소화하느라 건강이 악화되기도 한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다. 일이 전부였고, 노는 건 사치였다.”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라면 공감할 얘기다. 그렇게 활동성과 생산성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를 살았던 이들은 은퇴 후에도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한다. 직장 다닐 때보다 더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며 무언가를 바삐 해내고 있다는 만족과 안도를 느끼기도 한다. 다만 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활동 무대는 점차 줄어든다. 그렇게 의욕과 다른 현실을 마주하면서 스스로를 탓하기도 하고 좌절을 겪는다. 쉴 틈 없는 스케줄에 체력은 고갈되고 피로는 쌓여간다. 이러한 과정을 경험했다면 ‘슈퍼노인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일과 가정에서의 역할을 모두 완벽하게 해내려는 강박을 지닌 ‘슈퍼우먼증후군’과도 유사한 맥락이다. 임선진 과장은 “슈퍼노인증후군의 경우 사회적 역할 상실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며 지나치게 과도한 스케줄을 만들어놓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억지로 뭔가를 해보려다 역부족임을 깨닫고 한계에 부딪히며 좌절 또는 번아웃증후군(탈진증후군)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체로 전문가를 찾아오는 증상자들을 보면 상당히 지친 상태가 많다고. 대개 불안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고, 피로감, 가슴 두근거림, 숨 가쁨 등을 나타낸다. [솔루션] 우선 일상 계획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무리한 스케줄은 줄이고, 대신 차분히 자신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명상 등을 해보면 좋다. 병원이나 센터를 찾는다면 배우자와 동반하길 권한다. 대체로 직장 생활에 몰두해 지냈던 남성들이 퇴직 후 증상을 보이는데, 이전과 일상에 별 차이가 없는 주부 입장에서는 남편이 겪는 고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현재 중장년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티 내지 않으려 하기에 더욱이 속사정을 알기 어렵다. 부부가 그런 상황을 함께 나누고, 가정에서의 역할을 찾아나감으로써 사회 역할에 대한 강박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다. 가정에서의 역할 상실→빈둥지증후군 자녀가 취직·결혼 등으로 출가·독립하며(둥지를 떠나며), 주 양육자였던 여성이 상실감과 외로움 등을 느끼는 증상이다. 갱년기와 맞물려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폐경기증후군’의 한 갈래로 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비롯해 목적 상실로 인한 무기력증, 자녀의 독립생활 및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 등을 호소한다. 슈퍼노인증후군이 사회생활에 몰두한 남성에게 다발(多發)한다면, 빈둥지증후군은 전업주부였던 여성이 많이 겪는다. 전업주부는 남편에 비해 육아 비중이 많고, 이에 헌신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다 자녀의 출가쪾독립 등으로 육아에서 놓여나는 동시에 자신의 역할까지 상실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들의 경우 ‘엄마’(부모)라는 역할에서 정체성을 느끼기 때문에, 더 이상 양육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경험하곤 한다. 임 과장은 “자녀 양육에 올인했던 분일수록 빈둥지증후군을 겪을 확률이 높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도 많고, 일이 아니더라도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성이 늘어났다. 그러나 현재의 중장년 세대는 전업주부가 많고, 이렇다 할 취미나 문화생활을 경험하지 않은 이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그 어느 세대보다 현재의 중장년이 빈둥지증후군을 더 많이 호소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솔루션] 그동안 양육과 가사를 위해 쏟았던 에너지와 시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다. 슈퍼노인증후군이 사회적 역할에서 가정 내 역할로 전향하는 것과 반대로, 빈둥지증후군은 가정이 아닌 사회와 연결되는 역할을 찾아나서야 한다. 갱년기와 맞물려 있다면 심리적 증상은 배가될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호르몬 감소가 일어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호르몬 치료를 병행한다. 가령 생리전증후군을 겪는 여성의 경우 시기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대처가 용이해진다. 이처럼 경년기 또한 언젠가 다가올 것임을 인지하고, 미리 관련 교육이나 상담을 받아보면 큰 도움이 된다. 배우자와의 사별→애도증후군 사랑했던 사람과의 사별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증상으로, 외상후애도증후군(외상성 애도)이라고도 한다. 주변인 중에서도 배우자의 죽음이 가장 큰 충격과 슬픔을 안긴다. 사별 후 수개월, 수년이 지났음에도 극도의 슬픔이 지속되거나, 눈물이 나고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배우자와의 사별은 크나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일정 기간 슬픔을 달랜 뒤에도 일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애도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배우자가 아닌 친척쪾친구쪾지인에 의해서도 일어나며,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건강 문제 등으로 물리적 만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독거노인이 늘면서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힘들어하는 ‘펫로스증후군’(Pet Loss Syndrome)도 생겨났다. 애도증후군은 가볍게는 경미한 불안감, 우울감, 상실감을 보이는데, 심한 경우 고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환청, 식욕감퇴, 불면, 공황장애 등도 동반된다. 오랜 투병 생활 후 배우자를 떠나보낸 경우보다 갑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사별했을 때 유발 가능성이 높다. 임 과장은 “애도증후군으로 인한 우울감이 심하면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중장년기 상실로 인한 질환 중 위험도가 가장 높다”며 “생전 배우자와 관계가 돈독했거나, 가정에서 고인의 역할이 클수록 상실감이 더 크다. 특히 가부장적 중장년의 경우 아내가 가사를 도맡았다면 식사, 빨래, 청소 등을 스스로 해내지 못할 때 그 부재를 더 강하게 느낀다. 이러한 기능적인 문제가 더해져 여성보다는 남성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솔루션] 우울감 등 증세가 심하면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에 따라 보조적으로 수면제나 항불안제를 일시적으로 권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치료 효과가 나타나면, 약을 하나씩 줄여가며 정상적인 애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체로 고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유품을 정리하거나 의식(의례) 등을 통해 사별을 받아들이도록 한다. 가장 좋은 건 잘 운영되는 자조모임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활동 반경을 넓혀가는 일이다. 또 오롯이 배우자에게 기댔던 일이 있다면, 생전에 미리 역할을 나누고 익혀가며 추후 찾아올 부재 상황에 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 2023-07-0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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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들수록 좋아” 美 시니어, 인간관계 질 높다 평가
- 지난해 말 미국은퇴자협회(AARP)와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제2의 인생연구’에서 미국 고령자를 대상으로 ‘노화’의 개념을 재정립했다. 연구에 참여한 시니어들은 건강, 재무, 관계, 죽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관념과는 다른 생각을 내놓았다. 그 결과부터 요약하자면, 이전보다 노화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연재를 통해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그 네 번째 순서로 ‘관계’에 대해 알아봤다. AARP ‘제2의 인생연구’에서 미국 중년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인간관계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또는 친구와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평가한 이들은 40대 이하에서 56%였으나, 60대 69%, 80대 85% 등 나이에 비례해 그 수치가 증가했다. 한편 70대와 80대 각각 3%, 2%만이 주변인과 자신의 관계를 아주 낮게 평가하며, 나이에 반비례하는 양상을 띠었다. 미국 노인들은 자신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더 의미 있는 관계로 발전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60대 이상 중장년 세대의 50% 이상이 앞으로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역으로 60세 미만의 중년층에서는 과반수가 보다 의미 있는 관계로의 발전을 기대한다는 반응이었다. 어떤 유형의 관계에서 더 기쁨을 느끼느냐고 묻자, 전 연령대에서 가족을 친구보다 우선시했다. 아울러 앞선 결과와 마찬가지로 두 영역 모두 나이에 비례해 관계에 만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노인병 전문의 루이스 애런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계가 양적으로 축소되면서 질 높은 관계가 형성된다. 대체로 가장 오랜 세월 함께 지낸 배우자나 자녀, 형제 등 가족에게 의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이 들수록 넓지는 않더라도 핵심적인 관계는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미국 성인의 35%는 사회적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라 록 AARP 부사장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은 노년기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며 “직접 만남이 힘들다면, SNS 등을 통해 손주와 소통한다거나, 온라인 동호회에 가입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를 다져나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 노인들은 디지털 연락처(이메일이나 SNS 주소 등) 관리도 중요하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관계를 확장하면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사회적 고립감도 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는 “나이가 듦에 따라 관계에 변화를 일으키는 이슈들이 등장한다. 가령 직장 생활을 하면서 왕성하게 넓혀온 인적 네트워크가 은퇴와 동시에 사라지며 일종의 ‘관계 번아웃’을 경험할 수 있다. 또는 자녀의 독립이나 결혼 등으로 인해 겪는 ‘빈둥지증후군’, 배우자나 가까운 친구의 사별로 생기는 ‘상심증후군’ 등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관계 축소 또는 변화로 인해 자칫 무기력증, 우울증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부분 역시 관계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마음 터놓고 의지할 수 있고, 평소 나의 상태를 살펴줄 가족이나 친구가 꼭 필요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 2022-11-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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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 꾹 참지도 말고, 욱 내뱉지도 말고
- 분노사회’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세상이다. 특히 한국 중장년의 경우 ‘한이 많은 세대’라 불릴 만큼, 노여움과 울분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이가 대다수다. 누군가는 화를 참지 못해, 또 누군가는 화를 내뱉지 못해 마음의 병을 앓는 것이다. 이러한 화가 자칫 ‘분노증후군’이나 ‘분노조절장애’로 이어진다면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다. 분노도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도움말 김동철 심리학 박사(김동철심리케어 원장) 흔히 ‘화병’(火病) 또는 ‘울화병’(鬱火病)으로 잘 알려진 ‘분노증후군’은 오랜 시간 축적된 화를 표출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이다. 이와 반대로 ‘분노조절장애’는 느닷없이 욕을 하거나 폭력을 행하는 등 화를 분출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분노조절장애의 경우 지하철에서 학생에게 시비를 거는 노인이나 묻지마폭행을 가하는 중년남성 등이 표면적 이슈가 되어 이러한 증상을 가진 시니어가 많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사회적, 정치적으로 억압받으며 생계와 가정을 위해 자신을 억누르고 살아온 한국 중장년의 특성상 분노증후군을 겪는 이가 훨씬 많다(분노조절장애는 해외에서, 또 청소년이나 청년 세대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타남). 다만, 가족도 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어 그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조증상이 덜한 암일수록 늦게 발견돼 치료가 어렵고 위험하듯, 분노증후군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나도 꿈이 있었는데… 엄마의 울화 # 70대 여성 A 씨는 젊은 시절의 사회 분위기와 가정 사정 등으로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 한을 자녀 교육을 통해 풀고자 했고, 온갖 정성으로 아이들은 고학력에 좋은 직장까지 얻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자녀들은 번번이 어머니의 무지(無知)함을 들먹이며 무시를 일삼았다. 이에 A 씨는 소외감과 우울함으로 지난 세월을 한탄했고, 급기야 극단적 시도까지 생각하게 됐다. 한국의 중장년 여성들은 자기 뜻과 다르게 학력 단절을 겪거나 사회 참여 기회를 박탈당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전업주부로서 소임을 다했고, 못다 이룬 꿈을 대신 펼쳐줄 자녀들에게 헌신하며 살았다. 그러나 장성한 자녀들은 그런 어머니의 공(功)을 인정하기는커녕 자신의 지식수준과 비교하면서 종종 무시하거나 소외시킨다. 물론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본의 아니게 내뱉은 말 등으로도 상처를 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중장년이 박탈감을 갖게 되고 비참한 심정이 되어 분노하게 된다고 한다(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다). 여기에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번아웃증후군(소진증후군)까지 겹치면 심한 우울 증세가 나타나고, 상태가 악화하면 극단적인 시도까지 감행한다. 이렇듯 위험한 병이지만, 안타깝게도 자가 확인이 쉽지 않아 예방이 어렵다. 몇 가지의 체크리스트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단순한 심리·정신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와 같은 상황에서 최선의 예방책은 자녀들 손에 달렸다. 보통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과거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고 불편해한다. 그러나 이럴 때 자녀가 따뜻하게 공감해주고 인정하고 칭찬해주면 부모의 울화는 조금씩 누그러진다. 시니어 입장에서는 자녀에게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묻어둔 고충을 털어놓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게 좋다. 내가 왜 화를 냈지? 분노 컨트롤이 어려워 #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60대 남성 B 씨는 최근 들어 자괴감이 많이 든다. 자신도 모르게 욱하는 심정이 들어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자주 역정을 내곤 한다. 심할 땐 욕설에 소리까지 지르면서 폭력적으로 변한다. 그러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희한할 만큼 기분이 가라앉는데, B 씨는 분노조절이 안 될 때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가 몰려와 괴롭기만 하다. 분노조절장애는 뇌신경이나 호르몬 등의 문제로 스스로 감정 조절이 어려워 뜻하지 않게 폭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마치 조울증처럼, 심하게 화를 냈다가 이내 미안해지는 마음이 들곤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자주 반복되면 본인은 물론 주변인까지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이 마음을 다스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반드시 정신과 진료와 약물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특히 과거에 조현병, 우울증, 공황장애를 앓았거나 파킨슨, 치매 등 뇌 질환 환자인 경우는 분노조절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더 크다. 또,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뇌수술 후유증으로,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망가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때때로 분노조절장애가 지속되다가 우울증이 오거나, 과격한 행동으로 인한 주변과의 소통 단절을 겪어 분노증후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중장년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증상이 더 심해지므로 환절기나 추운 계절엔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화를 낸다면(주변에서 점검해주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분노조절장애를 의심해보고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길 권한다.
- 2020-11-1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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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아웃증후군 “당신의 행복이 먼저입니다”
- 집안의 가장, 직장의 리더, 사회의 어른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는 중장년 세대. 그 무언가를 위해 자신을 장작 삼아 불태우고 희생하며 소진하는 삶을 살았다. 문득 ‘나의 행복’을 저만치 두고 왔음을 깨닫지만, 체력도 의욕도 사라진 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꺼져버린 불씨, 과연 다시 타오를 수 있을까? 도움말 김동철 심리학 박사(김동철심리케어 원장) 소진증후군, 연소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번아웃증후군’(이하 ‘번아웃’). 소위 ‘하얗게 불태웠다’라는 말처럼, 무언가에 과도하게 몰두하면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어느 순간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최근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서 많이 언급됐지만, 중장년 역시 못지않게 겪는 증상이다. 젊은이의 경우 꿈과 야망을 향한 의욕이 강하고, 체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번아웃을 겪더라도 쉽게 회복되지만, 시니어는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증상이 계속되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동반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극단적 시도까지 하게 된다. ‘관계 번아웃’도 함께 다스려야 # 50대 커리어우먼 A 씨. 회사, 집 어디서든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그녀. 주변 사람까지 살뜰히 챙기며 여러 모임의 리더까지 맡고 있다. 어느덧 갱년기가 찾아왔지만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친구 중에서도 진정 자신을 위로해줄 한 사람이 없음을 문득 깨닫는다. 맞벌이 여성도 번아웃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중년의 경우 갱년기와 맞물린다면 더욱 심각한 증상을 호소한다. 몸도 마음도 쉴 곳이 필요한데 회사는 회사대로, 집은 집대로 일만 가득하고 자신만의 쉼터가 없다 보니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계속 누적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쉴 공간을 찾기 힘들다면, ‘수다’가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고충을 들어줄 이가 없다면? 일로 인한 번아웃과 더불어 관계 번아웃까지 함께 겪을 수 있다. 사회활동을 왕성히 하는 중장년인데도 의외로 관계 번아웃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산발적인 만남보다는 나름 ‘인맥구조도’ 등을 만들어 관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가령 ‘보험하면 이 친구지!’라는 식으로, 특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을 비상연락망으로 꾸려두는 것이다. 힘들고 외로울 때 만날 수 있는 단 한 명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된다. 번아웃에 걸린 사람은 “왜 나만 희생해야 해?”, “왜 나만 미친 듯이 일하지?” 하며 ‘나만’이라는 생각에 빠진다. 그럴 때 주변 사람의 어려움과 고충을 들어주며 “너도 그렇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공감이 어우러지면 심리적으로 한결 안정된다. “내가 아니어도 괜찮아”라고 여기기 # 50대 사업가 B 씨. 연 매출 100억 원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과거의 사업 실패를 만회하고자 불철주야 일에 매진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언덕을 넘지 못하는 증상을 호소했다. 오르막은 잘 가는데, 내리막 앞에 서면 벼랑 끝에 선 듯한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중장년은 조직의 상사이거나 사업체의 수장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하고 상당한 시간을 일에 바쳐야 하기 때문에 불안과 스트레스가 많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못하고 모든 것을 자신이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라면 번아웃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B 씨의 경우는 가업 승계를 원하는 아들이 있음에도 쉽게 일을 맡기지 못했다. 그러다 번아웃이 찾아왔고, 그 후유증으로 내리막을 걷지 못하는 강박 증세까지 생긴 것이다. 결국 그는 아내와 자녀들에게 일을 나누었고, 차차 증세가 호전됐다. ‘내가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면 능력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능력치가 10이라면, 7~8 정도만 계획하고 2~3의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 자주 야근을 하거나, 집에까지 일을 가져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에서 자신의 업무가 과중하다면 업무 분배 시스템을 제안하고, 사업을 꾸리고 있다면 50대쯤부터는 예비 경영인을 두고 일을 조금씩 줄이는 게 좋다. 늘어난 노후로 일을 놓을 수 없는 요즘 중장년. 박차를 가하기보다 잠시 쉬어감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슬기로운 방법임을 잊지 말자. 주부도 예외는 아니다 # 60대 주부 C 씨. 아들이 대학에 가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살겠노라 다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자녀와 남편의 뒤치다꺼리, 집안일은 쉴 틈 없이 계속됐다. 어느 날 여자친구가 생긴 아들이 자신을 귀찮아하고 등한시하는 모습에 외로움을 느끼는 그녀다. 번아웃은 직장인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가사와 육아에 매진하던 주부들도 번아웃을 느끼며, 그 해결점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엄마가 손을 놓아야 하는데, 요즘은 그런 경우가 드물다. 대학, 취업, 결혼, 나중엔 손주 문제까지, 엄마가 할 일은 도무지 끝이 안 보인다. 그런 자녀 뒷바라지로 남편 역시 직장을 놓지 못하니, 내조도 계속된다. 이미 다 소진한 상태인데, 가정에서 요구되는 엄마의 역할을 해내느라 끝내 번아웃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다 자녀가 반항을 한다거나 이성을 만나는 등 자신에게 소원해지면 우울 증세까지 더해져 상태가 악화되기도 한다. 주부들의 경우 ‘주말’이나 ‘휴가’ 등의 개념이 모호해 온전한 쉼을 갖기 힘들다. 인위적으로라도 휴가를 정해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를 만들어 나만을 위한 특별한 시간과 날을 마련하면 좋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한 시간만큼 그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즐기고 자신의 행복을 우선으로 다채로운 일상을 꾸려보자. ‘[Tip] 오감을 확장해 불씨를 살려라 번아웃은 어떤 일에 과하게 몰두할 때 생기기 때문에, 그만큼 생각이나 행동이 협소해진다. 한 가지 일에 너무 깊게 파고들었다면, 심신을 잠시 흔들어 깨울 필요가 있다. 스트레칭을 하더라도 사무실보다는 바깥으로 나가 시야를 확장한다. 잠시 쉰다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청각을 열어주는 것도 좋다. 특히 미각 확장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이나 알코올 등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 이는 결국 건강 문제 등 악순환을 초래한다. 평소 자연식, 건강식 등을 즐기며 미각을 확장해두면 번아웃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 2020-10-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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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그의 산티아고와 나의 산티아고 ... 영화 ‘나의 산티아고’를 보고
-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망하는 여행지 중에 한곳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일 것이다. 한번 쯤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싶은 시니어들에게는 특히 더 가고 싶은 곳으로 버킷리스트로 까지 꼽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스페인 순례길 산티아고를 다녀온 사람들 중에는 간혹 ‘카미노 블루’ 라는 일종의 산티아고 향수병을 앓고 있음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순례길을 다 걷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그곳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그리움을 넘어 우울하기 까지 하다 해서 생긴 말이다. 약 800키로의 아름다운 길을 매일 20 내지 30 킬로 로 나눠서 한 달 넘게 걸으며 길에서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세계 각국의 친구 들 그리고 또 다른 ‘나’ 를 만날 수 있으니 고단한 일상 속에서 어찌 그 길이 그립지 않겠는가? 4년 전 그 길을 걸은 필자 또한 남들처럼 대단한 감정 격량 없이 다소 덤덤하게 걸었음에도 매해 5월 이면 가벼운 카미노 블루 증세가 나타나서 핸드폰 바탕화면과 SNS 프로필 사진을 산티아고 사진으로 바꿔 놓고 그리움에 빠져들곤 한다. 이런 필자에게 영화 ‘나의 산티에고’ 의 국내 상영 소식은 무언가 함께 큰 어려움을 이겨내고 대단한 것을 같이 얻어 낸 마치 동지를 만난 거 같은 반가움으로 한달음에 극장으로 달려갔다. 영화 속에서라도 다시 한 번 산티아고를 걸어 보리라 마음먹고 그 때 산티아고를 홀로 걸었을 때와 똑같이 혼자 극장을 찾아 관객들과 뚝 떨어진 호젓한 자리에 홀로 앉아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 ‘나의 산티에고’는 독일의 유명한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이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라는 책을 영화화 한 영화다. 영화는 독일의 유명한 코미디언이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겨 일을 쉬게 되면서 번아웃(Burn out) 증후군으로 무기력 하게 시간을 보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되고 거기서 지난날을 돌아보며 자신만의 화두에 계속 질문을 던지며 서서히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이다. 영화를 보면서 필자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펼쳐지는 순례길 풍경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산티에고의 시작인 피레네 산맥이 피레네 산맥의 아름다움과는 전혀 다른 지중해의 어느 돌산 같은 풍경을 보며 보는 의아해 하였고 영화를 보는 내내 산티아고의 풍경에 이해가 가지 않는 풍경들에 당혹스럽기 까지 하였다. 그리고 도대체 이 주인공은 어디서 잠을 자고 무엇을 먹은 것인지. 황망하게 쳐다보던 음식과 알베르게(순례자 전용 숙소)를 너무 끔찍해 하며 일반 순례자들과 떨어져 호텔에서만 잠을 자는 모습을 보면서 호텔을 이용하지 않고 알베르게 에서만 잠을 자고도 별로 불편하지 않았고 가는 곳마다 가격 대비 제법 근사한 ‘메뉴 데 디아(순례자의 메뉴)’를 먹었던 필자로서는 너무 놀랍고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들이었다. 산티에고를 꿈꾸며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산티에고 순례길에 대해서 괜한 오해와 두려움을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어 씁쓸하기 까지 했다. 비록 아름다운 산티아고의 풍경과 세계 여러 나라 순례객 들이 그 길을 걸으며 얼마나 서로 다정하게 위하고 나누며 친밀하게 지내는지 등을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주인공이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 길에서 만난 친구의 상처에 함께 연민하고 위로하며 함께 치유하는 과정의 장면 등에서는 나의 산티에고 와 오버랩 되면서 주인공과 함께 울고 함께 가슴이 뻐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순례를 마치는 장면에서는 마치 모든 길을 같이 걸은 듯이 함께 가슴이 벅차 오르며 눈물이 났다. 이 영화를 보고 필자는 5월도 지났건만 그때의 사진을 꺼내 보면서 다시 한 번 심하게 카미노 블루를 앓을 것 같다.
- 2016-07-20 1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