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는 우리 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버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두드림퀵은 노인 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노인 지하철 택배’ 사업의 효율화를 이루어 시니어 택배원들의 소득 증대와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소셜벤처다. 두드림퀵의 이다인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드림퀵은 세계적인 사회공헌 경영학회 ‘인액터스’의 서울대학교 지부 학생들이 운영하는 프로젝트 회사다. 두드림퀵 직원 6명의 평균 나이는 21.8세. 사회적 가치를 기업가 정신으로 실현하기 위해 모인 대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대표는 “노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라고 사업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앱 개발해 동선 비효율 개선
2018년 시작된 두드림퀵의 사업은 수도권 내 노인 지하철 택배원과 고객 간의 지하철 퀵 중개 디지털 플랫폼이다. ‘노인 지하철 택배’란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요금 면제 복지정책을 활용한 노인 일자리로, 지하철로 퀵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 노인 지하철 택배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택배 주문 배정 과정에서 기사의 거주지가 고려되지 않아, 먼 거리의 주문을 배정받는 등 동선 낭비가 빈번히 발생했다. 또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노인 택배원들이 물건 수령·배달 장소가 적힌 종이쪽지만 보고 길을 찾아, 생소한 지역을 헤매기 일쑤였다.
이러한 비효율적 동선의 문제점을 인식한 두드림퀵은 IT 기술을 활용해 노인 친화적인 ‘택배원용 앱’을 개발하고, 서울 지역 9개의 시니어클럽, 어르신 일자리 기관과 협업해 택배원들에게 이를 보급했다. 해당 앱은 ‘위치 기반 자동 배정 시스템’으로, 물품 수령 장소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기사에게 주문을 배정한다. 또 앱이 카카오맵과 연동돼 물품 수령·배달 장소로 향하는 최적의 길을 알려준다. 이 대표는 “두드림퀵 서비스로 택배 기사들의 이동 거리는 평균 7.2km, 픽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3분가량 단축됐다”라며 “택배원마다 주문 건수가 달라 편차가 크지만, 한 택배원의 경우 두드림퀵 일을 하며 월평균 소득이 1.5배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수익 대부분은 시니어 택배원에게
사업 초기 힘든 점도 많았다. 기관마다 나름의 체계가 있는 상태에서 어린 청년들이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다 보니, 일이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기관들을 하나씩 설득하고 섭외해 현재는 총 9개의 노인 일자리 기관과 협업 중이고, 함께하는 시니어 택배원 수는 약 150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초기에는 월 주문 100건도 힘들었는데, 현재는 월평균 주문량이 500~700건으로 늘었다”라며 “2020년 1~9월 대비 올해 같은 기간 매출이 220%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인 만큼, 회사의 수익보다는 택배원의 소득 보장에 더 가치를 둔다. 두드림퀵의 거래 수수료는 5%로, 20~30% 수준인 업계 평균에 비해 적은 편이다. 5%의 수수료 역시 마케팅 비용 등 회사 운영 자금으로 쓰인다. 다만 앱이나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개발 자금은 수수료 수익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데, 이는 주로 공모전을 통해 얻는다. 최근에는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는 기업과 현장에서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사회적 경제 조직을 연결해주는 공모전 ‘2021 사회공헌 파트너스데이’(한국사회복지협의회 주최)에서 우수상에 선정돼 3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두드림퀵의 비즈니스 모델과 비전, 사회적 가치 등을 높이 평가받아 얻은 성과다.
최종 목표는 ‘노인 일자리 플랫폼’
이 대표는 “노인을 사회적 약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돌봐야 할 대상이라고 여기지 않고, 같이 일하며 사회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택배원들을 대상으로 앱과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책자에 필기까지 하며 열정적으로 임하는 시니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배송 중 물건을 잃어버릴 상황에 대비해, 자신이 탄 지하철 칸의 번호를 매번 외운다는 시니어도 있다. 한 시니어 택배원은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내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려서 노동의 대가를 받는다는 게 만족스럽고 보람차다”라며 택배 업무 소감을 밝혔다. 그들은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에 참여하며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의 일원이다.
하지만 급속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노인의 사회적 역할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이러한 현실에 이 대표는 “노인 문제의 핵심은 고독과 빈곤인데, 이 둘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일자리다”라며 노인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노인은 일자리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움직이며 사회적 활력도 채우고 소득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드림퀵의 최종 목표는 ‘노인 일자리 플랫폼’으로의 성장이다. 이를 위해 두드림퀵 멤버들은 주 2회 꾸준히 노인 문제와 사업 확장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 중이며, 공모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도 언젠가 시니어가 될 것이고, 노인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다”라며 “시니어 커뮤니티, 시니어 친화 앱 등 다양한 노인 친화 서비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의 취업과 실업은 사회적 문제로 늘 언급된다. 하지만 출생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고령자 취업과 실업 문제를 마냥 두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은퇴가 노동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령화가 우리보다 빨리 진행된 해외에서는 어떠한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해외의 중장년 취업 지원 제도를 살펴보자.
참고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지난해 일본은 법 개정을 통해서 정년을 70세로 연장했다. 종업원들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노력 의무’를 규정한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안을 의결했으며, 올해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일본의 가전제품 판매점 ‘노지마’(Nojima)는 근로자의 고용계약 상한 시기를 65세에서 80세로 연장했다. 65세가 된 근로자의 건강 상태와 근무 태도 등을 고려해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할 예정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정년 연장을 통해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숙련된 노동자를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정년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정년이 연장되는 원인은 고령화 때문이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다. 실제로 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대부분의 중위연령은 40세 이상이며, 이탈리아와 독일, 일본 등은 50세에 육박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고령화가 진행된 상태다. 2050년이 되면 한국은 중위연령이 56.4세로 급격히 상승하여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한 고령화를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출산율 하락을 겪고 있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도 인구 고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어느 국가도 고령화의 늪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고용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 10년간 OECD 평균적으로 55~64세 고령자의 노동 시장 참여율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가별로 편차는 존재하지만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헝가리, 네덜란드의 경우 18%P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아이슬란드의 경우 소폭 감소했으나 평균 80% 이상을 유지하며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종합하면 은퇴 이후에도 중장년의 취업은 세계적으로 활발한 상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은퇴자의 역량을 활용한 취업 프로그램이 민간 부문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각 나라에서는 중장년을 위해 어떤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을까? 고령화 정책의 선두주자인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다양한 일과 학습의 연계, 미국
미국은 중장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일과 학습의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지역사회 고용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일로써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이를 위해서는 이제껏 쌓은 역량을 발휘하여 일할 기회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은퇴 이후에도 삶의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는 다양한 학습 기회를 준다.
중장년의 관심사에 맞는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창업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앙코르 이니셔티브’(Encore Initiative)을 운영한다. 50세 이상 예비 창업자를 위해 온라인 수업, 워크숍, 업무 관련 네트워킹 등 다양한 지원을 한다. 특히 중장년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설한다. 예를 들어 50세 이상 여성 10~15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경제 및 마케팅 지식, 자영업 상식과 관련된 교육을 한다.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교육 수준이 높은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그 성과로 발생한 새로운 일자리는 삶의 의욕을 고취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 활동 인구의 빈자리를 채워준다”고 말했다.
앞서 본 예와 같이 취업이나 창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역량을 발달시키거나 삶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교육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백투워크 50플러스(Back to Work 50+)와 로드 스칼라(Road Scholar)다. 전자는 새로운 역량 개발에 해당하고, 후자는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백투워크 50플러스는 미국의 5곳의 전문대학에서 진행되며, 중장년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워크숍, 개별 코칭 세션, 컴퓨터 교육, 노후 재정 관리 등을 가르친다. 로드 스칼라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여행 프로그램이다. 야외 모험 활동, 테마 여행, 세대 간 프로그램, 여성 특화 프로그램 등 40여 가지 유형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매년 10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시니어의 학습 욕구를 교실이 아닌 여행을 통해 구현하는 사업 모델이다. 김 교수는 “로드 스칼라는 일반 여행에 학문적 깊이가 더해진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했다.
경험과 기술을 활용한, 일본
‘노인들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은 세계적으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발간한 ‘2020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 한국어판을 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일본이 28.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이탈리아(23.3%), 포르투갈(22.8%), 핀란드(22.6%)가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5.8%로 44위를 기록했다. 고령자의 비율만큼 고령자의 노동 시장 참여율도 높았다. 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노동 시장 참여율은 약 25%다. OECD 평균이 약 15%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이렇게 참여율이 높은 이유는 경제적·사회적 참여 욕구가 높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63.6%의 고령 노동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노동 시장에 남아 있기를 원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중장년은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70세 이상도 건강 문제가 없다면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70% 이상이었다.
일본은 앞으로도 고령화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들을 경제 활동의 주축으로 보고 있다. 고령자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바탕으로 민간과 지역 복지기관들이 연계해 다양한 취업과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고령 노동자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지 않게끔 보조하는 정책을 계속 확대할 전망이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것이 바로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터 인재 프로그램’과 ‘생애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이다.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트 인재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쌓아온 조정 능력, 협상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종합관리 능력을 살려 중소기업 재취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도쿄일자리센터에서 주관하며,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에서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쌓은 55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프로그램의 직무 유형은 7가지 직종(경영, 인사노무, 재무경리, 해외영업, IT시스템 관련, 기술관리)으로 구분된다. 취직에 성공한 시니어 중 시니어의 전문성이 직종에 합치된 경우는 약 70%이며, 비전문 영역으로 취직된 경우는 30%다.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트 인재의 보수는 근무 시간, 주간 근무 일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주 5일 기준으로 25만 엔(약 264만 원)에서 30만 엔(약 317만 원) 사이다.
한편 민간 영역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생애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이다. 도쿄에 소재한 민간 주식회사 ‘퀼리티오브라이프’(Quality of Life)가 2006년 11월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대기업 전문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에 경영 자문을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의 조언자로서 경영지원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50세 이상을 ‘생애 프로페셔널’로 임명한다. 이들은 고문 또는 어드바이저로서 기업의 여러 경영 문제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생애 프로페셔널은 2가지 효과가 있다. 일단 시니어 전문가의 경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고,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근무 형태로 고문 소개 서비스를 활용하면 주 1회 등 은퇴 후 유연한 방식의 근무가 가능하다. 시니어 비즈니스 관계자는 “은퇴 후 역량을 보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시니어는 기업이 탐내는 인재가 될 수 있다. 국가와 더불어 기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일자리 지원에 참여하면 시니어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해외의 민간에서 적용하고 있는 중장년 일자리 지원 제도와 기관을 살펴보자.
해외의 중장년 일자리 지원 제도 및 기관
시니어 네트워크
50세 이상 실직한 고령자로 구성된 비영리 사회혁신 조직이자, 덴마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네트워크 단체다. 실직한 고령 근로자가 네트워킹을 통해 노동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로 지역 내 잡센터(Job Center)와 협력하여 구직을 원하는 실직 고령자와 구인처를 연계하는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리스타트 프로그램
50세 이상의 구직자 중 6개월 이상 실업수당을 수령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고용주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고용 보조금 정책이다. 일주일에 최소 30시간 이상 일하는 중장년 근로자 1인 고용에 2년 동안 최대 1만 달러의 급여를 보조하는데, 최초 6개월과 12개월에 각 3000달러, 그리고 18개월과 24개월에 각 2000달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제3기 인생대학
전일제 고용에 속하지 않는 고령층의 학습 고취를 위해 만들어진 전국 단위 학습 조직이다. 고령층 인구가 자신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관심사를 나누기 위한 연결망이다. 시험이나 과제 등은 없다. 대신 정규 수업과 스터디 그룹을 통해 흥미가 있거나 자신이 보유한 기술 및 지식을 공유한다.
“배움을 그만둔 사람은 20세든 80세든 늙은 것이다. 계속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젊다.” 자동차 왕으로 불리는 ‘포드’의 창립자 헨리 포드가 남긴 말이다. 또 나이와 무관하게 배움을 즐기는 시니어들은 말한다. “지금 공부가 진정한 인생 공부”라고. 그러니, 백발이 성성해도 배움이 마르지 않는다면, 진정한 젊음은 언제나 ‘현재’에 머무를 것이다.
도움말 박미경 서울자유시민대학 운영팀장 자료 제공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지식을 쌓던 젊은 시절의 공부와는 다르게, 중년 이후의 공부는 주로 지혜를 얻고 삶을 성찰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고대 철학자 루키우스 세네카는 “지혜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자만이 진정한 여가를 즐길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살아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중장년 시기의 배움은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일상의 활력과 생기를 부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길어진 수명으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지역마다, 기관마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대학 평생교육원, 지자체 문화원 및 동사무소, 백화점 문화센터 등 곳곳에 포진한 교육장을 들여다보면 그중 핵심이 되는 연령층은 50대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 및 센터, 모두의학교(평생교육기관) 등 시니어 대상 학습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는 기관들도 주목받고 있다.
배움으로 달래는 노년의 사춘기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서울자유시민대학’(서울시 평생학습 플랫폼)의 경우 인문학, 사회경제학, 미래학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는데, 수강생 중 70%가량이 5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또 그중 38%는 퇴직자다. 이들은 중장년기의 질풍노도를 주로 인문학, 철학 등 심도 있는 자기 공부를 통해 성찰하며 다독인다. 아울러 젊은 세대와 함께 교류하고 학습하며 긍정적인 동기부여도 얻고 있다. 박미경 서울자유시민대학 운영팀장은 “모든 수업은 시니어뿐만 아니라 20~30대도 함께한다. 세대 간 갈등 없이 ‘배움’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 기분 좋은 자극을 얻으며 귀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면서 “수업과 연관해 ‘시민연구회’도 조직하는데, 구성원은 20대부터 70대까지 아우른다. 이들은 하나의 공유 콘텐츠를 중심으로 세대를 초월한 배움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 시니어의 스마트 스터디
박 팀장은 “인문학, 역사학 강좌는 시니어들에게 인기가 높다”면서 “최근에는 미래학이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장년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서울자유시민대학뿐만 아니라, 타 교육기관에서도 마찬가지. 커리큘럼만 살펴보더라도 문해 교육이나 신체놀이활동 등에 머물렀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드론이나 3D프린터 입문,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 등 젊은 세대의 트렌드와도 괴리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액티브 시니어의 인터넷, 스마트폰 활용 능력이 증대하고, 관련 학습에 대한 욕구도 자연스레 높아진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2019 서울시민 평생학습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55~64세 중장년층의 경우 인쇄매체나 도서관 등을 이용하기보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활용해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습득한다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젊음의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풋풋함과 설렘.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눈빛에서 간절함과 진지함이 묻어나는 사람들. 인생 중흥기를 준비하는 취업동아리 ‘세듀50플러스’를 만났다.
취업동아리 ‘세듀50플러스’를 만나러 간 곳은 노사발전재단 서울서부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이들이 모인 스터디 룸으로 들어가니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교육’과 관련해 임순열 씨의 시범 강의가 한창이었다. 임순열 씨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교육 분야’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전문 강사를 준비하고자 하는 회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교육 자료를 준비해왔다. 세듀50플러스는 지난 6월 말 노사발전재단과 사학연금재단이 공동으로 진행했던 전문강사양성과정에 교육생으로 참여했던 사람들로 구성된 취업동아리다.
이근희 6월 25일 시작해서 5일간 수업을 받았어요. 교육이 끝나고 난 뒤 노사발전재단에서 취업과 관련한 커뮤니티를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당분간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모이는 장소나 스터디에 필요한 것들을 논의했죠.
교육을 들었던 30명 중 25명이 동아리에 들어와 매달 만남을 이어갔다.
김현준 처음에는 별다른 명칭 없이 말 그대로 ‘취업동아리’였습니다. 그런데 50플러스남부캠퍼스에서 ‘단체설립지원프로젝트’ 공모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어차피 커뮤니티가 형성됐으니 우리도 전문적인 목적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지원하기로 했어요. 확실하게 함께할 사람만 모이자고 해서 15명이 모였습니다. 저희에게 맞는 단체명도 필요했어요. 그래서 시니어(Senior)의 ‘Se’와 교육(Education)의 ‘Edu’를 합친 ‘세듀’에 50세 이상을 뜻하는 ‘50플러스’를 붙여 시니어 강사를 준비하는 취업동아리 ‘세듀50플러스’가 됐습니다.
단체설립지원프로젝트에 힘을 쏟았지만 뚜렷한 활동 실적이 없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대신 50플러스남부캠퍼스 커뮤니티지원단에 지난 9월에 선정됐다.
유남열 50플러스남부캠퍼스에서 50만 원을 지원해주셨습니다. 우리 멤버들의 발전을 위해 도서구입비로 사용했습니다. ‘회사생활예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90년생이 온다’를 함께 읽고 독서토론도 했어요. 책을 통해 미래의 교육생이나 수강생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전문강사 교육과정을 통해 만나기는 했지만 재취업, 창직 등도 실현하려고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이들은 노사발전재단이나 50플러스남부캠퍼스에서 모인다. 멤버를 구성하고 보니 개개인 모두 전문성을 갖고 살아온 인물들이었다.
장필규 퇴직하고 나서 힘든 상황을 다 겪은 분들입니다. 그런데 전문성과 열정 하나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전문 인력들이 모인 만큼 공유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활동하는 분도 있고 아직 활동을 안 하는 분도 계십니다. 일단 어디에 나가든지 강의를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것은 대단한 힘이죠. 무료라도 자꾸 해보다 보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해서 추진한 것이 콘텐츠 구축을 위한 4가지 프로젝트예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교육,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인성 교육 그리고 다문화 가정 교육입니다.
서미숙 주제마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있어요. 오늘 시범강의를 하신 임순열 선생님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교육을 맡으셨고,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은 장필규 선생님, 인성 교육은 김석현 선생님이 담당자이십니다. 다문화 가정 교육은 정하지 않았어요.
권은경 자료 조사는 멤버들이 함께합니다. 동영상 편집이나 PPT 중 각자 잘하는 분야를 맡아서 제작하고 합쳐서 하나의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어요. 제 생각에는 콘텐츠가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일단 빨리 공동 콘텐츠를 만들어서 멤버들이 활용하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임순열 선생님이 시강을 했어요. 이 교육 콘텐츠는 내부 공유만 가능합니다. 단, 기본 틀을 흐리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취향에 맞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박원규 오늘 회칙도 다 정했어요. 공유한 교육 콘텐츠를 가지고 강의 나갔을 때 수입이 발생할 경우 10%는 후원금으로 동호회에 내는 것으로 했어요. 각자의 전문성을 토대로 한 공동 콘텐츠를 항상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무료로 강의해도 좋고 멤버들이 제각각 그 결실이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도 차근차근 단단하게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세듀50플러스 활동을 하면서 점점 활동 영역을 넓히는 멤버가 늘어나고 있다. 총무 유남열 씨는 한 대학에서 청년 진로 상담을 시작했고, 임순열 씨도 강의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 장필규 씨는 사회복지사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이근희 대표의 경우 젊은 시절 본업이었던 영어 관련 강의 쪽으로 길을 열고 있다. 이들은 세듀50플러스 활동 외에 직무와 관련해 유익한 강의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찾아다닌다.
김석현 지금까지 각자 어떤 분야에 몸담아왔고 뭘 잘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눠왔습니다. 서로에게 어떤 인맥이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언제든 사람이 필요 할때 연결할 수 있는 저희만의 인맥 네트워크가 점차 형성되고 있어요. 사실 우리가 이렇게 만나 동아리를 만든 지 6개월 정도밖에 안 됐는데 꽤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서미숙 ‘천직 여행’이란 말이 참 좋아요. 젊을 때 만난 첫 번째 직업이 그냥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면, 그다음부터는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다니는 거래요. 잘할 수 있고, 즐겁고, 나한테 큰 무기가 되는 일이 천직인 거 같아요. 돈을 떠나서 진짜 내 일을 찾아가는 과정인 거죠.
장필규 시니어는 배워서 남 줘야 합니다. 그리고 죽기 살기가 아니라 즐기면서 살아야 해요. 일을 구하더라도 매일이 아닌, 유연하게 자기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죠. 중요한 것은 앞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일입니다. 영업도 하고 마케터도 되어야 합니다. 어디든 다니면서 도움도 받고 청하면서요. 다변적인 세일즈맨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준비된 강사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돕겠다는 것. 강사의 길을 넓히기 위해서 어떤 형태로든 모체를 키울 생각이다. 앞으로도 ‘세듀50플러스’의 성장은 물론,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올 3월에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서둔 야학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었다. ‘과락 하는 게 몇 과목이나 되려나? 과락을 해도 2학기 등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뭘 바라?' 시험결과를 앞둔 밤,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며 두려움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쥐도 새도 모르게 새벽 1시에 살그머니 컴퓨터를 켰다.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을 확인해 보았다. 한국방송통신대 홈페이지를 열고 성적확인 경로를 타고 들어가서 눈은 컴퓨터 화면에 고정하고 숨은 멈추고 확인해봤다. 조심조심 중간 과제물 성적을 합산해봤다. 이럴 수가! 과락이 없었다. 야호! 좋아도 너무 좋았다.
예상했던 대로 어려운 과목인 '그래픽커뮤니케이션'과 중간고사 성적이 제일 좋지 않은 '뉴미디어론' 성적이 간신히 턱걸이했다. 특히 뉴미디어론은 60점이 나왔다. 1점만 모자랐어도 재수강해야 했는데, 86점 나온 '현대광고와 카피전략' 점수보다도 1점이 모자라지 않아서 간신히 통과한‘뉴미디어론’과목 60점이 더 반갑고 기쁘고 고마웠다. 아침에 일본에 사는 딸에게 보이스톡으로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러다가 기어이 울고 말았다.
"딸아, 엄마 과락 없이 다 통과했어."
'엄마 이번에는 꼭 마쳐야 해'라며 그동안 격려해주던 딸애는 엄마를 마음껏 축하해주었다. 이게 제대로 된 상황인가? 엄마와 딸의 역할이 바뀐 듯한 이 상황이.
여섯 과목을 통과해야 하는데 1학기 내내 수요일 하루 스터디그룹에 끼어서 공부한 거 외에는 특별히 따로 공부 하지 않았다. 그러다 1학기 기말 고사 일인 6월 24일을 1주일 앞두고 벼락치기로 공부를 시작했다. 일단 공부는 엉덩이 힘으로 하는 거니까 일체 외출 금지 후 만만할 것 같은 '미디어와 스토리텔링'부터 방송을 들었다. 그런 후 교과서에 있는 연습문제를 차근차근 풀었다. 다음에는 흥미진진한 과목 '현대광고와 카피전략'을 같은 방법으로 차근차근 진도를 나갔다. 방송 들으랴 교과서 보랴, 문제 풀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여섯 과목을 한꺼번에 머리에 넣으려니 참으로 바빴다. 여러 과목을 욕심내다 보면 모든 과목에서 F가 나오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두, 세 과목만이라도 건지려면 걔들만 집중적으로 하는 게 나은 게 아닐까?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허둥지둥하는 자신이 참으로 한심했다.
6월 24일 시험 날이었다. 용어조차도 헷갈렸지만 문제를 풀어야 했다. 답이 확실하지 아니면 OMR 마킹을 하지 않고 확실한 문제만 마킹해 나갔다. 다른 학우들은 차츰차츰 다 나가고 드디어 나 혼자만 남아서 시험을 보고 있었다. 3교시 내내 이 상황이 반복되었다. 꽤 긴 시간을 시험감독 둘이서 수험생 하나를 놓고 감독하고 있었다. 끝까지 시험지를 붙잡고 있었다. 마킹이 빠진 것은 없나? 밀려서 마킹한 것은 없나? 차근차근 확인한 후 제출했다.
'가르치는 자는 배움을 게을리하면 아니 된다' 평택여고 시절 방학이 되면 공부할 계획부터 세웠다. 게으르면 안 되는 것이 컴퓨터, 영어, 과학교사이다. 자고 나면 어제의 정보는 구닥다리가 되니 쉬지 않고 업데이트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 연수를 600시간 이상 받게 되었다. 그렇게 나에게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젊은 남자들인 자기들도 계속 앉아있으려면 좀이 쑤시는데 나이 든 여교사가 늘 꿋꿋이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듣는 것을 보고 젊은 남교사들이 내게 붙여준 별명이란다. 뒤에서 내 뒷담화 하는 줄 모르고 있다가 세월이 꽤 지난 후 듣게 되니 여간 재밌는 게 아니었다.
평택여고에서 워드 프로세서와 인터넷을 가르쳤고 1973년도에 최초로 컴퓨터를 배운 이후 2000년도에 워드 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땄고' 2002년도에는 컴퓨터 활용능력 2급 자격증을 땄다. 미디어 영상학과는 컴퓨터 접목학과이기 때문에 이번 시험에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슨 공부든지 해놓으면 언젠가는 나를 견인해주는 힘이 될 수 있음을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른 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컴퓨터에 대한 기본소양이 없었으면 벼락치기로 1주일 공부해서 과락 없이 평균 C 학점 나오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방송대 미디어영상학과는 뉴미디어론, 그래픽커뮤니케이션, 현대광고와 카피전략, 영상제작입문, 미디어와 스토리텔링, 문화산업과 문화기획, 등의 수업이 진행된다. '1인 영상시대'인 요즘 트렌드에 잘 맞는 학과가 바로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이다. 구성된 학과목이 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여 다른 시니어 분들께도 공부하기를 권장하고 싶은 학과이다.
이상욱(李相旭·53) 대표가 운영 중인 한양길라잡이는 말 그대로 한양(서울)을 소개하는 단체로, 도심권 50플러스센터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중 한 곳이다. 서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유적이나 유물, 지역을 소개하고 역사적 의의를 해설해주는 일을 한다. 쉽게 설명하면 문화재 해설사나 도슨트(박물관 해설사), 역사 교사, 역사 마니아들의 모임이라고 이상욱 대표는 말한다.
“제가 워낙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도심의 궁궐을 자주 찾아다녔는데 어느 날 자원봉사 해설사로 재능기부를 하는 ‘궁궐길라잡이’ 한 분을 만났어요. 취지가 너무 좋아 저도 참여했죠. 하지만 좀 하다 보니 궁궐에만 한정되는 것 같아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야겠다고 맘먹었죠. 그래서 이름도 서울 전체를 소개할 수 있는 ‘한양길라잡이’라고 지었어요.”
그 전까지는 혼자만의 기록 창고였던 인터넷 카페를 2014년 공개하고, 그해 회원을 모아 청계천에서 처음 문화해설 자원봉사를 했다. 결과는 완전 실패. 무료로 설명해주겠다고 해도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시민은 없었다. 그래도 기죽지 않았다. 그는 이 참사(?)를 함께 겪었던 회원을 중심으로, 카페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해설 행사를 진행했다. 그의 활동은 점차 입소문을 타고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고, 도심권50플러스센터 커뮤니티 활동을 거쳐 이제는 스타트업 기업으로 성장했다.
“네이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양길라잡이 카페 회원은 2600명밖에 안 되지만, 역사 관련 카페 중 6위로 꼽힐 만큼 활동이 왕성해요. 회원관리를 엄격하게 하거든요(웃음). 현재 온라인을 바탕으로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제 목표는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먹고, 놀고, 용돈 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한양길라잡이의 프로그램은 크게 역사 스터디와 둘레길 투어, 도보 투어, 버스 투어로 구분된다. 그리고 매년 한 차례씩 바다 건너 역사의 현장을 찾는다.
기업 한양길라잡이로서의 수익 사업은 별개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백화점 문화센터나 여행 액티비티 서비스,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한 20~30대 대상 문화재 관광 프로그램 등이다. 고객 모집은 각 기업들이 하지만 현장에서의 해설은 한양길라잡이가 맡는 구조다. 한양길라잡이는 문화해설과 관련해 이름이 알려지면서 강의와 해설 의뢰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에는 7월부터 10월까지 도심권50플러스센터와 연계해 세종마을(서촌) 해설 활동을 해 사회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양길라잡이를 비영리 민간단체로 만들어보려고 방법을 찾았는데, 자본금 같은 당장의 회사 외형이 작으니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개인사업자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익을 좇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보다는,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많은 문화해설사를 양성할 수 있는 기관이 되길 기대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창업까지 하게 됐어요. 관심 있는 것을 찾아 재미있게 논다는 생각으로 일을 한다면 창업은 저절로 따라오게 될 것입니다.”
사회연대은행에서 블로그 강의를 했다. 글쓰기 강사로 데뷔한 셈이다.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가 주관하는 50+교육센터 강좌 중 ‘블로그 개인브랜드 구축하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블로그는 나의 브랜드’, ‘이론과 실제’, ‘블로그 하는 법(PC, 스마트 폰)’, ‘블로그 스킨 만들기’, ‘사진으로 블로그하기’, ‘봉사 활동’, ‘여행’, ‘체험단 블로그’ 등 다양한 강의 과목으로 구성되었다.
필자가 맡은 강의는 ‘블로그 글 잘 쓰기’였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사실 기준이 애매하다. 수학이라면 점수로 환산이 가능하지만, 글쓰기는 점수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문인협회 정회원이라는 것과 대한민국 100대 블로그로 선정된 경력으로 밀고 나갔다.
그렇다면 블로그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 생각해 봤다. 블로그 글은 시, 소설과 다르고 수필과도 다르다. 그러므로 독특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블로그는 ‘Web+Log’라는 뜻으로 ‘인터넷 일기’이다. 그러나 일기는 본인만 보지만, 블로그 글은 다른 사람들도 읽는다. 그 점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읽는 사람을 의식하고 배려해야 한다.
글자체를 시니어들이 읽기 좋게 12PT로 하고, 글의 양은 A4 한 장 내외로 한다. 칸 띄우기를 해서 가독성을 높인다. 사진을 붙여 인터넷 시대에 맞게 읽기 좋게 만든다.
블로그 글을 왜 써야 하는지 목적이 있어야 될 것 같다. 블로그 글은 소통, 자기 PR, 정리, 논리적 사고, 어휘력 유지, 힐링 등에서 목적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해두면 무형의 재산 목록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의 첫 번째는 요령은 쉽게 쓰는 것이다. 누가 읽어도 부담 없이 쉽게 쓰는 것이 첫째 요령이다. 한자어나 외래어는 가급적 배제한다. 전문용어 앞에는 간단한 설명을 붙여준다. 호흡이 길지 않게 단문으로 쓴다. 등이다. 요즘은 입말, 즉 구어체로 쓰는 것이 유행이다. 신문 기사도 그 전에는 5W1H 원칙으로 써나갔지만 요즘은 내레이션 기법을 자주 쓴다.
사진은 중요하다. 필수이다. 글과 연관되는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볼로그 글을 쓰는 기본 자세에 속한다. 그러므로 사진에 대해서도 공무도 해야 하고 부지런도 떨어야 한다.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옷감이 필요하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물감이 필요하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감이 필요하다. 글감은 어디서 찾을까? 삼라만상에서 찾는다. 다만,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보고 내 글을 쓰는 것이 좋은 글이 된다. 그 외에 영화, 책, 공연, 여행, 신문, 뉴스 등에서 소재를 잡는다. 글감을 찾는 사람에게는 충격이라는 것이 올 때가 있다고 한다. 자다가도 충격이 오고, 걷다가도 충격이 올 때가 있다. 술자리에서 대화하다가도 글감이 튀어 나온다. 그것을 잊지 않고 메모해두는 것이 요령이다.
제목을 잘 잡아야 시선을 끈다. 고인의 회고록 집필을 하다 보니 추모사의 글이 60여 편 들어 왔다. 책으로 만들자니 제목이 모두 추모사였다. 그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각 추모 글을 읽고 내용 중에서 제목을 잡아냈다. 추모사를 쓴 사람은 다른 사람도 같은 제목으로 쓴다는 것을 모른다. 우리가 그간 한자 문화권에서 살다보니 제목을 무의식적으로 한자용어로 다는 경우가 많다. 늘 제목이란 그렇게 붙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블로그 글은 매일 쓰는 것이 좋고, 그러려면 장소도 안정적인 곳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 집에서 글을 쓰지만, 집은 TV, 군것질 등 유혹하는 요소가 많아 집중하기 어렵다. 나 같은 경우는 셰어 오피스를 이용한다.
첫 강의라 시간 배분에 자신이 없었다. 시간이 남을 경우에 대비하여 스터디 교재를 갖고 갔다. 같이 읽고 토론하다 보면 시간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송파 수필가협회에서 공부했던 작가노트 몇 편을 들고 갔다. 정임표의 ‘나의 꽃, 나의 향기’, 곽흥렬의 ‘충격에서부터 옷 입히기까지’, 김우종의 ‘소재의 의미화와 주제의 철학성’, 김경남의 ‘철학을 수필적으로 풀어내기’가 글 공부에 좋은 참조가 된다. 추천 수필로 김미원의 ‘그 남자의 구두’, 송혜영의 ‘굴욕’을 소개했다.
카리스마 있게 강의를 잘 끌고 나갔다는 칭찬을 받았다. 블로그 글 4천여 개, 출간한 책 11권, 하루 방문객 1,500~2,000명에 누적 조회 수 330만 명이라는 수치가 분위기를 압도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