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9~39세에게 공급하는 ‘청년안심주택’처럼 ‘어르신 안심주택’을 도입한다. 고령자에게는 주변시세 30~85%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사업자에게는 용적률을 대폭 상향하면서도 80% 임대, 20%는 분양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어르신 안심주택’은 주로 시 외곽에 조성되던 실버타운․요양시설과 달리 의료지원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 우울감 등을 겪지 않도록 유동인구가 많고 병원․소매점 등 생활편의시설이 충분히 갖춰진 역세권에 조성할 예정이다.
시는 오는 2월부터 대상지를 모집, 4월부터 본격적인 행정절차에 들어가 이르면 27년에는 첫 입주가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먼저 ‘65세 이상 무주택 어르신 1인 또는 부부가구’를 위주로 민간과 공공으로 유형을 나눠 공급하고, 저렴한 주거비와 고령자 맞춤 주거환경도 제공한다.
주거비 부담이 없도록 민간 임대주택 수준(주변시세의 75~85% 이하)의 임대료로 공급하고 공용 공간에 마련되는 주차장 등에서 나오는 수익을 관리비에 반영해 관리비 부담도 덜어줄 계획이다. 공공 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주변시세의 30∼50% 수준으로 공급한다. 민간 임대주택의 경우 최대 6000만 원까지 보증금 무이자 융자도 지원한다.
대중교통이나 생활 편의시설 등을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역세권 350m 이내 또는 간선도로변 50m 이내와 보건기관, 2·3차 종합병원 인근 350m 이내에서 사업을 추진한다.
고령자에게 특화된 맞춤형 주거 공간도 도입한다. 화장실 변기와 욕조 옆에는 손잡이를, 샤워실·현관에는 간이의자를 설치하고 모든 주거 공간에 단차와 턱을 없애는 등 무장애 및 안전설계를 적용한다. 욕실․침실 등에는 응급 구조 요청 시스템을 설치한다.
어르신의 신체․정신 건강을 상시 관리하는 의료센터와 함께 에어로빅·요가·필라테스센터 등 생활체육센터, 균형 잡힌 영양식·식생활 상담 등을 제공하는 ‘영양센터(가칭 웰이팅센터)’를 도입, 지역 주민에게도 열린 공간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민간 사업자에게도 문을 열었다. 서울시는 80% 임대, 20% 분양으로 사업성을 높이고 인허가를 6개월 이내로 단축했으며 법적 최대 상한 용적률도 부여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노년기에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 환경이야말로 신체․정신 건강,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인 요소”라며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계획부터 건설기간까지 감안하면 주어진 시간이 넉넉지 않은 만큼 빠르게 사업을 추진, 안정적인 어르신 주거시설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돌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하지만 돌봄이 필요한 부모님도, 해야 할 자녀도 어디에서 어떤 정보를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 재택 돌봄 플랫폼 그레이몰은 이들을 위해 복지 용구(용품)와 돌봄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언젠가부터 아픈 부모님의 안위를 걱정하는 친구들이 늘어나는데,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이준호 그레이스케일 대표가 유통업계에서의 탄탄한 경력을 살려 재택 돌봄 플랫폼 ‘그레이몰’을 창업한 이유다.
돌봄 제품·정보·서비스 잇는 ‘그레이몰’
그레이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정한 복지 용구 사업소다. 공단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해 돌봄에 필요한 복지 용구 구매를 지원하는데, 복지 용구 사업소로 지정된 곳으로 가야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레이몰은 돌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몰, 유튜브, 블로그에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하는 방법, 휠체어별 사용법, 상속과 장례까지 돌봄 과정에서 알아야 할 내용이다.
박진호 그레이스케일 이사는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이 쓰러져집에서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자녀들은 갑작스럽게 관련 공부를 하게 된다. 일반 커머스 상품처럼 집에서 제품을 비교하고 원하는 상품을 편하게 배송받을 수 있도록 하고, 더 좋은 제품을 알리고 만들고 싶었다. 더불어 의료 정보, 금융 정보, 상속, 증여까지 그레이몰에 접속만 하면 돌봄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향성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그레이몰의 가장 큰 특징은 상세페이지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1년에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160만 원. 10평 남짓한 복지 용구 사업소에서 맞춤형 제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레이몰은 복지 용구의 온라인화 선두주자로, 복잡한 개인별 복지 용구 구매지원제도를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400여 개에 달하는 복지 용구를 모두 갖추고 있는 사업소가 많지 않아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카탈로그로 상품을 봐야 한다. 그레이몰은 상세페이지에서 용구별 사이즈를 상세히 제공하고, 어르신의 신체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제품 규격표를 만들었다. 또한 영상을 통해 휠체어나 지팡이 고르는 방법, 복지 용구 사용법 등 자신의 상황에 맞게 용품 고르는 방법을 안내한다.
400여 개에 달하는 복지용품은 종류에 따라 대여만 가능한 제품, 구매 연한(의무 사용 기간)이 있는 제품, 1년에 구매 가능한 개수가 정해진 상품 등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욕창 침대는 대여만 가능하고, 목욕 의자는 5년에 1개 제품만 지원받을 수 있으며, 미끄럼 방지 양말 등은 1년에 구매 가능 개수가 있다. 그레이몰은 상세페이지에서 해당 용품의 구매 규정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라면 등급에 따라 6%, 9%, 15%, 0%(기초수급자 해당) 등 본인부담금 비율이 다르다. 그레이몰에서는 회원가입을 할 때 본인의 수급 정보를 기록하도록 하고, 자신에게 해당하는 지원에 맞춰 가격을 보여준다. 수급자라고 해서 모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부담금 가격으로 보여주고, 구매 대상이 아닌 용품은 정가로 보이도록 한다. 또한 자녀와 부모님이 따로 회원가입을 하더라도 가족 계정으로 묶어 구매 내용과 회원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가 기록되기 때문에 언제 어떤 용품을 구매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 용품마다 다른 구매 연한이나 개수를 점검하는 데 용이하다.
재택 돌봄의 경우 당장 오늘부터 사용해야 할 용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레이몰은 소비자의 편리성을 위해 우선배송제도도 운영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하면 결과를 받기까지 2~3개월 소요된다. 그레이몰은 소비자들이 필요한 물품을 먼저 구매하고 추후 보험 수급자 등급을 받으면 부담금 외 나머지 금액을 환급해준다. 복지 용구 판매에서 시작해 재택 돌봄용품으로 영역을 넓힌 그레이몰은 앞으로 돌봄 제품·정보·서비스가 종합된 시니어 돌봄 전문 플랫폼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노인은 요양시설의 도움 없이 자신의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년에 접어들었을 때부터 노화를 대비한 인테리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노인에게 도움이 되는 인테리어 제품은 무엇인지, 전망은 어떠한지, 이범재 유니버설 하우징협동조합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고령자 위한 디자인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은 고령자, 장애인 등 주거약자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모두를 위한 집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를 건축해 임대·운영한다. 고령자는 왜 주거약자로 분류될까. 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진행되면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기 때문이다. 회복하는 기능 또한 떨어지기 때문에 외부의 작은 충격이나 변화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범재 대표는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에 대해 “고령자, 장애인 등 특수 계층을 위한 특수한 집이라기보다는 누구나 편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고 생각한다. 주거 환경을 개선한 집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라고 말했다.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는 크게 접근부, 공용부, 세대부로 나뉜다. 접근부는 도로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말하며, 공용부는 복도, 계단, 주차 공간, 옥상 등 공용 공간이다. 세대부는 각 세대를 말한다.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는 접근부와 공용부에 단차를 없애 고령자, 장애인 등이 휠체어를 타고도 이동이 용이하게 만들었다.
세대부에는 미닫이문 설치, 미끄럼 방지 바닥재 사용 등의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했다. 가장 눈에 띄는 노약자를 위한 인테리어는 현관과 욕실에 접이식 의자와 안전 손잡이를 설치한 점이다. 접의식 의자, 안전 손잡이 모두 스웨덴의 Etac사 제품이다. Etac사는 노인 및 거동에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들을 위해 욕실 관련 제품을 주로 개발하는 기업이다.
이 대표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화장실을 사용할 때 손잡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 공중화장실의 손잡이는 굉장히 덜렁거려서 안전성이 떨어진다. 사고가 날 위험성이 높고 불안하다”면서 “하우스 내에 손잡이 설치를 계획한 후 단단하고 안전한 손잡이를 구했다. 거기다가 심미적으로도 아름답다”라고 전했다.
초고령시대 인테리어 전망
이범재 대표는 고령자 인테리어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노인이 주거 공간에서 사고를 당하면, 비용이 아니라 건강이 악화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인분들이 집에서 평탄한 생활을 영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을 짓고 있다. 중장년분들이 노후를 대비해 집을 시공할 때나 인테리어 제품을 선택할 때,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결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범재 대표는 초고령시대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의 발전으로 ‘스마트홈’ 생태계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홈은 기술 시스템, 자동화 프로세스, 원격 제어 기기 등을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삶의 질과 편의성을 높이고, 가정의 보안을 향상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스마트홈 제어 기술을 적용하면 스위치부터 보일러, 에어컨 등을 자동으로 껐다 켰다 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스마트홈 기술 보급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다. 유니버설디자인과 스마트홈 기술을 접목해 고령자분들의 편의성을 어떻게 높일지가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 그러나 ‘웬만한 50대보다 건강한 70대’, ‘중증 질환을 가진 40대’ 등 개인의 신체 능력과 노화 수준은 다양하다. 보조기구의 사용 여부, 지금 거주하는 주택의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생활 방식도 다르다. ‘단계별 맞춤 주거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비용, 시간, 노력을 과하게 들이지 않고 원상 복귀가 어려운 구조 변경은 최소화해 집을 정비한다면 노인뿐 아니라 노인이 될 모두에게 ‘평생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권오정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주거복지 정책 및 제도, 노인 주거계획, 장애인 주거계획, 주거 서비스 개발 및 평가 등의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주거 전문가다. 그가 생각하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집’이란 무엇일까?
Q. 나이가 들수록 ‘내 집’을 몸 상태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A. 익숙한 내 집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죠. 실버타운에 입주해 고급 서비스를 누릴 수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그 유형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공공실버주택은 소득 수준이 일정 기준 이하인 사람을 우대하기 때문에 쉽게 입주할 수 없어요. 중간에서 중간 이상 정도의 소득 수준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주거 형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집을 과하게 뜯어고치자는 말이 아닙니다. 현관에 접이식 의자를 설치해 편하게 신발을 갈아 신도록 하고, 복도와 거실, 방으로 이어지는 길의 턱을 모두 없애는 식입니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가구를 배치해 수납을 돕고, 화장실에 손잡이를 부착하는 방법도 있어요.
Q. 유니버설디자인*의 개념이네요.
A. 그런 셈이죠.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기관, 지자체, 기업에서 하는 개조는 일괄적으로 진행됩니다. 단순히 여닫기 쉬운 문손잡이 부착, 적절한 높이의 부엌 작업대 설치 등 소극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요. 대상도 장애인,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로 범위가 한정적이고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되, 해당자의 신체적 능력과 현재 집 상태 등을 고려한 단계별 설비가 필요해요. 더불어 그 사람의 어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개조인지, 목적을 확실히 인지하고 작업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니버설디자인: 성별, 나이,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
Q. 단계별 설비가 왜 필요한가요?
A. 사람마다 노화 수준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일의 범위와 자립 정도, 생활 방식이 달라요. 때문에 다양한 유형에 맞게 개조 원칙을 세분화해야 합니다. 개인이 자신의 상태를 살피고 집을 바꾸는 것도 좋지만,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해요. 정부가 시민에게 좋은 거주 환경을 제공하는 데 일조하고자 유형을 여섯 단계로 나누고, 개조 및 계획 기준을 제시했습니다.(27쪽 표 참고)
Q. 그러나 아직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노화 대응을 위한 주택 정비’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A.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국가, 개인, 관련 기업조차도 해당 내용에 대해 무관심한 편입니다. 정부는 노인 임대주택 공급 등 실적이 명확한 분야에 더 집중해 투자하고, 기업에서도 주택 개조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니 다양한 디자인 상품을 개발하지 않아요. 수요가 없어 수익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반면 가까운 일본에는 고령자를 위한 실내 디자인 제품이 아주 많습니다. 안전 손잡이 하나도 소재와 마감재, 색을 다양하게 조합했어요. 촌스럽거나 ‘보호시설에서 쓸 만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세련됐죠.
Q. 일본 정부는 개호보험(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주택 개조를 돕고 있다고 하던데요.
A. 일본은 20만 엔(약 200만 원) 정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어요. 주거 환경 개선 급여로요. 그 덕에 주택 개조 시장이 엄청나게 커졌어요. 소득분위별로 지원 대상을 정하는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죠. 주택 개조 지원을 통해 안전하게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늘면 결국 사회적인 부양 부담이나 의료비 절감 효과도 있을 겁니다.
Q. 개인이 나서서 본인의 집을 가꿔보려 해도 쉽지 않겠습니다.
A. 실제로는 나이가 들어 신체 능력이 떨어진 사람조차 집을 고쳐 써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문턱에 걸려 넘어져도 ‘아, 내가 조심하지 못했구나. 앞으로 잘 보고 걸어야지’라며 자책해요. 자연스러운 노화로 시야가 좁아지거나 보폭이 좁아져서 그런 것뿐인데 말이죠. 몸이 노화할수록 단열·누수·균열과 같은 건축물의 성능을 올리는 건 기본이고, 거주자의 공간 활용도를 높여야 합니다. 고쳐야겠다고 마음먹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본다 한들 노화 대응을 위한 전문 주택 개조 업체를 발견하기 힘들어요. 진단이나 컨설팅을 해주는 곳은 물론이거니와 전문 시공사도 없죠. 인테리어나 시공 전문가에게 “현관 앞 통로에 안전 손잡이 설치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그걸 왜 설치하세요?”라는 질문이 돌아와요. 얼마 전 제가 겪은 일입니다. 하지만 안전 손잡이가 있으면 고령자나 장애인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도 편리하거든요.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Q. 인식 개선이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A. 맞습니다. 나라에서 홍보활동을 해주면 물론 좋겠지만,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연예인의 집에서 생활을 보조해주는 가구나 기계를 노출했을 때 파급 효과도 무시할 수 없어요. 누가 봐도 아름답고 화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 다닌다면 처음에는 이질감이 들겠지만 나중에는 완판 행진을 이어갈지도 몰라요. 다양한 매체에서 그런 부분을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습니다. 다 같이 노력해야 우리 모두의 노후가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이 직장 위치, 자녀의 교육 등을 고려해 거주 지역을 결정한다. 그러나 은퇴하거나 자녀가 독립하면 거주 환경을 재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로망만을 좇아 섣불리 판단하면 낯선 동네와 이웃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신 원래 살던 집을 가꿔 활용도를 높여보는 건 어떨까? 내 취향과 기준에 꼭 맞는, 실속 있는 개조로 개성 있는 삶을 누려보자.
40·50세대에게 ‘은퇴 후 어디서 살 계획입니까?’라고 물으면 종종 ‘공기 좋은 지역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거나, ‘실버타운에 들어갈 생각이다’, ‘따뜻한 나라로 이민 가서 푹 쉬고 싶다’ 등의 대답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자연에서 온전한 쉼을 누리고자 전원주택을 지었다가 근처에 병원이 없어 고생하거나, 실버타운을 알아봤지만 보증금이 너무 비싸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익숙한 지역 풍경과 커뮤니티를 뒤로한 채 ‘한적하고 공기가 좋지만 편의시설은 적절히 갖춰진, 너무 낯설지 않고 적당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을 찾기란 꽤 까다롭다. 그렇다면 노후에 살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할까? 이사나 시설 입주 대신 고려해볼 방법은 주택 개조와 인테리어다. 집을 나의 신체적·정신적·심리적 상태에 맞게 고치는 것이다.
내 집에서 나이 들기
무엇보다도 변화하는 신체적 상태를 고려해 집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AIP)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AIP는 가진 여건이 변하더라도 살던 집, 연결돼 있던 지역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나이 드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가급적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시설로 옮기지 않고, 스스로 돌보며 독립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했다. 그중 56.5%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밝혔다. 내 집만을 계속 주장하는 것이 꼭 옳은 방법은 아니겠지만, 개조 계획을 잘 세운다면 안전하게 오랫동안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속해 있던 지역사회 속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정서적 안정을 느끼는 것은 덤이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민들이 오랫동안 자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일본 정부는 ‘최후까지 내 집에서 산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고령자 주택 리모델링 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문턱을 없애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나 미끄럼 방지 공사, 미닫이문 설치는 기본이다. 지자체가 20만 엔(약 200만 원)까지 보조해준다. 영국의 주택 리모델링 서비스 ‘루비 슬리퍼 솔루션스’(Ruby Slipper Solutions)는 단순 시설 개조뿐 아니라 시공 완료 후 활용 상태를 점검해 보완해준다. 전문 요양보호사 치료 서비스도 원한다면 연계해준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국민을 아우르는 주택 개조 서비스가 마련돼있지 않다. 관련 인테리어 시장 또한 발달돼 있지 않다. 하지만 노화 혹은 인지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순발력이 떨어져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나는 아직 건강한데, 집을 벌써 고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점이 오기 때문에 예방이 필요하다. 작은 요소부터 손본다면 장애 유무나 연령에 관계없이 삶의 질이 높아진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40대일지라도 문턱을 없애면 걸려 넘어지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화장실에 손잡이를 설치하면 아이의 생활을 도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개조가 고령자뿐 아니라 그 외의 가족에게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집을 정비할 마음을 먹었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버리기, 정리 정돈과 같은 ‘밑작업’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바닥이나 책상, 의자에 마구 놓아둔 물건은 나를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어서다. 일본 부동산·주택 플랫폼 SUUMO에 따르면, 물건이 많을수록 생활이 더 윤택해진다는 환상은 버리는 게 좋다.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쌓아두기보다 오히려 비웠을 때 물건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없어져 해방감을 얻게 된다.
추억이 쌓인 물건들을 영 버리기 힘들 땐 ‘15분에 27개 버리기’를 제안한다. 타이머를 15분으로 맞춰두고 쓰레기봉투를 든 채 집 안을 돌아다니며 제한 시간 동안 27개의 물건을 버리는 방식이다. 시간과 개수는 마음대로 바꿔도 좋다. 다만 천천히 보거나 오래 고민하지 않고, 물건을 매만지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렇게 ‘8할의 물건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집중적으로 비우는 훈련을 반복하면 된다. 흩어진 물건을 잘 정리하고 수납하면 집안일의 효율을 높이고 안전한 이동 동선을 만들 수 있다. 시간은 1회 15분, 하루 5~8회 정도. 옷장, 거실 서랍과 같이 정리할 장소는 하루에 한 군데를 정해 실시한다. 단번에 하려고 하면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정리 정돈을 끝마쳤다면 인테리어를 바꿀 차례다.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인테리어의 모든 과정을 종합 업체에 맡기는 ‘턴키 공사’, 집주인이 직접 자재를 구매하고 시공 전문가를 선택하는 ‘직영 공사’, 직접 시공하는 ‘셀프 공사’로 나뉜다. 개인의 성향과 예상 비용에 따라 방식을 결정하면 된다. 인테리어에 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면 업체에 위임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믿을 만한 곳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인테리어 공사 범위와 목적, 원하는 결과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더불어 스마트홈 기술을 적용하면 생활이 안전하고 편리해진다. 자녀의 독립,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거주한다면 위험에 노출됐을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 각종 전자제품을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고, 집 안 곳곳에 비상호출기를 설치하면 좋다. 자동문이나 센서등은 개인의 반응 시간에 맞게 작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생활 가전 제품이나 출입문 근처에 움직임 감지 센서를 설치해 두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에게 활동 내용이나 위급 상황을 알릴 수 있다.
노후를 윤택하게 해줄 주거 디자인 6가지
신체의 노화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가족 구성원이 떠나거나 은퇴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있을 테다. 다양한 생활 방식을 종합해 50대 이후 세대가 참고할 만한 인테리어를 소개한다. 인테리어 상담 전 해당 내용을 참고해 업체와 소통해보자.
1 활기찬 느낌의 밝은색을 사용하자
젊은 시절과 달리 언제나 활동적일 수 없고 시력도 점점 저하된다. 명도가 높은 색을 사용해 시야를 환하게 만들면 주변의 미세한 물건을 발견하기 쉽고, 태양광이 실내로 가득 들어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기분도 전환할 수 있다. 다만 새하얀 벽은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노란빛이나 붉은빛을 띠는 흰색을 선택하자. 처마나 벽에 명도 높은 옅은 분홍을 사용해도 좋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부드러운 색을 띠기 때문에 실내에 있는 사람의 안색도 완화된다.
2 촉감이 좋은 따뜻한 소재를 선택하자
석고나 나무 등의 자연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석고는 조습과 항균 효과, 휘발성 유기 화학물의 흡착과 분해 기능이 있다. 더불어 신발을 신거나 걸을 때 주위에 있는 사물에 손을 얹을 일이 많기 때문에 피부에 닿는 가구나 벽지 소재는 차가운 메탈보다 부드러운 나무가 적합하다. 대신 부상을 입지 않게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3 안전 대책도 디자인의 일부다
현관이나 복도, 화장실에 난간을 설치하거나, 앞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는 편이 좋다. 턱과 계단은 되도록 없애고 경사로로 바꾼다. 또한 기초 보수공사나 벽지를 교체할 시기가 됐을 때 난간의 아래와 위에 다른 색 벽지를 붙여보기를 추천한다. 명확하게 난간과 경사로, 방향을 인지할 수 있어 안전하고 인간친화적인 인테리어가 될 것이다.
4 가구의 디테일에도 신경 쓰자
젊은 시절과는 다른 가구 선택 기준이 필요하다. 손잡이는 끌어당기거나 잡을 때 손에 쉽게 들어오는 크기여야 한다. 무게감 있는 의자는 앉을 때마다 끌어내기 힘들고 부담된다. 회전의자 등 앉기 쉽고, 팔걸이가 소매에 걸리지 않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서랍에는 부드럽게 열리고 갑자기 닫히지 않게 조정하는 소프트 클로저를 붙여 약간의 힘만으로도 작동할 수 있게 하자.
5 ‘눈부심’을 피하자
식탁이나 책상 위처럼 직접 빛이 필요한 장소를 제외하고는 간접 조명을 기본으로 한다. 가장 피해야 하는 건 눈부심이다. 저녁 식사부터 취침까지 하루 일과에서 본인이 조금씩 조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해두는 게 좋다.
6 중요한 것은 ‘그 사람’다운 집이다
평생 살 집은 무엇보다 본인에게 맞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취향과 필요가 분명하다면 꼼꼼히 계획해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도예를 좋아한다면 거실의 넓이를 줄이고 작업장을 만든다든가, 음악 감상을 위해 거실을 오디오룸으로 바꾼다든가 말이다. 그동안 바빠서 할 수 없었던 일에 집중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마음에 드는 것들에 둘러싸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보자. 계획 단계에서 다시 한번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참고 주거 관련 플랫폼 ‘houzz’(하우즈)
노인은 거주하던 집과 지역 사회 등 익숙한 환경에서 노후를 보내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에서 정서적 안정을 느낀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3.8%가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건물 자체가 노후화 됐거나, 집 내부가 제때 정리되지 않은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은 건강을 악화할 우려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에 대해 “주택은 인간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소”라며 “구조적 결함이 있으면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다칠 위험이 증가하고, 실내 공기 오염은 호흡기 및 심혈관 건강을 해치고 천식, 알레르기 반응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함께 지내며 집안 환경을 정돈할 수 있고,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집에서 모시고자 결정 내리는 경우가 있다. 연로한 부모님을 시설에 보내는 대신 집에서 모실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낯선 집과 환경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영상 ‘부모님이 이사하기 전 꼭 해야 할 3가지’(Must-Do’s Before Your Parents Move In)을 통해 제시한 세 가지 간단한 팁을 소개한다.
1 안전한 환경 조성하기(Create a Safe Environment)
부모님을 모시고자 한다면 집안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노인의 특성 상 어떤 것을 필요로 할지, 이를 위해 내부의 어느 부분을 조정하면 좋을지 찾아보기 위함이다. 화장실의 경우, 벽에 손잡이를 붙이거나 조절 가능한 샤워기 헤드, 그리고 높은 화장실 변기 등을 활용할 수 있다. AARP에서 권장하는 변기의 높이는 19~21인치다. 이외에도 계단에 미끄럼 방지 시트를 붙이고, 조명 설치를 늘리는 등의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2 그들만의 공간 마련하기 (Give them space)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자의 사생활 보호가 필수적이다. 부모님 역시 집 안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항상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가는 태도로 그들의 공간을 존중해야 한다.
AARP는 거실이나 주방 같은 공용 공간에서도 부모님이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게끔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들이 살던 집을 정리하며 가구, 사진이 든 액자 등 일부를 가져와 공용 공간에 두는 것. AARP의 전문 간병인 에이미 고이어는 영상에서 “비교적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부모님을 배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3 독립적 생활을 존중하기 (Support their Independence)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돌아다니기 편하게끔 집안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주방의 경우, 모든 가전제품을 카운터로 옮기고 조리 도구들을 높지 않은 곳에 있는 개방형 선반에 둬서 노인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권했다. 부모님이 원할 때 식사를 스스로 챙겨먹을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한다면 부모님도 독립적 생활을 존중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여생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본 적이 있을 테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기능이 변화하고,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생기지만 시설 입소보다는 익숙한 곳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56.5%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다.
이처럼 건강 상태나 경제적 여건이 변하더라도 살던 집, 연결돼있던 지역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나이 드는 것을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라 한다. 정서적으로는 원하는 장소에서 남은 삶을 보내는 편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오래 거주하려면 주택을 행동 특성에 맞게 가꾸고, 현재가 아닌 앞으로 변화할 신체 상태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
신체 능력 저하 예상해 환경 조성해야
미래를 대비해 집을 고치거나 내부를 다시 조성한다면 무엇부터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 책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 디자인’에 따르면, △방향과 길 안내 △작은 쉼터 제공 △장애물 제거 △기억을 돕는 단서 제공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력과 감각이 저하되면 비슷한 공간 배치나 규칙적인 패턴의 문은 방을 구별하기 힘들게 한다. 거실, 복도, 출입구에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닥재를 색채감 있는 제품으로 고르거나 계단 조명을 사용하면 방향 인지에 도움이 된다. 독특한 가구, 미술품을 배치해둬도 좋다. 또한 가능하다면 사용하지 않는 작은 자투리 공간이나 벽의 모서리, 난간 옆 등을 노인들이 멈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운동 범위, 근육 통제력, 힘과 인내력이 약화돼 이동 시간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휠체어나 의자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면 된다.
이동 능력이 제한적인 사람들에게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문은 양 여닫이문이나 자동문이 적절하다. 그러나 건물의 특성에 따라 여닫이문은 건물에 압력을 가하는 바람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문 위 돌출부나 문 앞에 바람막이 벽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 손잡이나 스위치는 버튼 방식과 같이 손바닥이나 팔로 충분히 조작 가능한 유형이 바람직하다. 의자에 앉거나 서 있는 사람이 몸을 굽히거나 쭉 뻗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불어 자동문이나 센서등은 개인의 반응 시간에 맞게 작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종종 자신이 사는 건물이나 방을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시각적 혼란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억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게시판을 달아두면 좋다. 사진, 이름, 방 명칭 등을 넣어 강한 힌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혹은 개인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해 기억을 되살리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전문 업체·서비스 지원의 부재
고령자 복지주택이나 시니어타운 등에 입주하거나 이사하는 것이 아닌, ‘내 집에서 나이 드는 것’은 요즘 노인들의 희망 사항이다. 그러나 고령자, 혹은 고령자가 될 사람들을 위한 주택 개조 업체나 서비스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저소득층의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진희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 디자인’ 저자는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심신 기능, 운동 기능, 시각 기능이 저하돼 자립적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며 “이들의 독립적 생활을 지원하는 특별한 환경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의 신체적·심리적·행태적 특성을 반영한 실내 환경의 보완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고 전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노화를 겪는 몸은 돌봄을 필요로 한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노인의 나라에서 돌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돌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OECD는 2040년 우리나라가 2040년에 세계에서 요양 서비스 인력이 가장 부족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냈다.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벌어진 일인데, OECD는 2040년까지 노인돌봄인력을 140% 이상 충원해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게다가 노인 스스로가 대표적인 노인돌봄시설인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장기요양기관 입소를 원치 않는다. 노인 스스로가 지역 사회를 떠나기 싫어하는 것은 다양한 통계자료로 검증된 사실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3.8%가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이들은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다. 살던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그간 맺어 온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서 정서적 안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에 주목한다. 서울연구원의 도시사회연구실 연구위원들은 책 ‘노인을 위한 동네-고령친화 지역사회 만들기’에서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고령친화사회’의 열쇠가 노인의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동네에 있다고 말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이 노인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
그러나 저자들이 책에서 짚었듯, “하나의 정책만으로 오랜 시간 고성장 산업화에 맞춰 형성되어 온 우리 도시와 동네가 금세 노인도 행복한 삶터로 바뀔 수 없다.” 노인이 집을 떠나 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삶의 직접적 공간이 되는 지역사회가 ‘노인이 살기 좋은 동네’로 재편돼야 한다는 것.
이에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취약계층인 고령층을 위해 어떤 지역사회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차례는 미국이다.
WHO 기준 맞춰 운용, 뉴욕‧포틀랜드 참고해야
세계보건기구(WHO)는 노인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대해 일찍이 관심을 표한 바 있다. WHO는 2006년부터 ‘고령친화도시’ 프로젝트를 시행해오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세계적 문제로 대두된 고령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도시에서 거주하는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교통, 주거, 사회참여 등 8개 영역, 84개 세부항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에 부합하는 지역에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부여한다. 지난해 말 기준 51개국, 1445개 도시가 가입해 상호 교류 중이며, 국내에는 서울 도봉구, 영등포구, 마포구, 전라북도 완주군 등 40개 지자체가 가입 완료된 상태다.
지난 2007년 ‘고령친화 뉴욕’ 정책을 발표한 뉴욕시는 2010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령친화도시에 가입했다. 이에 걸맞게 뉴욕은 고령자에게 친절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고령친화 안전도로조성사업을 통해 버스정류장의 휴식시설을 늘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택시 바우처를 개발하는 식이다. 또한 고령자 커뮤니티 지원 사업을 통해,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고령친화지구’로 지정하고 교통 편의나 사회적 교류 활동 등을 지원한다.
포틀랜드의 사례도 눈여겨 봄직하다. 2006년 미국에서 최초로 WHO 글로벌 고령친화 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일한 도시로, 현재까지도 주택, 교통, 디자인 등 물리적 환경에 중점을 두고 보다 고령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 정책을 펴고 있다. 지역사회 내 50세 이상 중장년이 어린이를 가르치는 튜터링 자원봉사 프로그램 역시 성과를 내고 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중장년 튜터 97%가 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 중 57%가 읽기 쓰기 능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주택 수리비 지원하고 대중교통 시설 정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제사회보장리뷰’ 2022 가을호에 실린 ‘미국의 고령친화 지역사회 정책’ 연구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도 WHO의 기준에 근거해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는 노인이 거주하는 집 안의 위험 요소를 줄이고, 주택의 안전 및 기능을 향상함과 동시에 주택을 소유한 저소득층 노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연 3천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한다. 프로그램은 화장실의 미끄럼을 방지하고 단차를 제거하거나, 안전바‧손잡이를 설치하고, 보조의자나 가정용 리프트를 두는 식으로 진행된다.
집을 수리할 금액을 마련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금전적인 지원도 있다. 농무부는 △거주지 중위소득 50% 미만이며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실거주자이고 △62세 이상 노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자는 최대 1만 달러, 대출 받을 자격이 인정된 노인은 대출금 4만 달러를 합쳐 최대 5만 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노인 대상 교통 지원 프로그램은 ‘미국노인법’(Older Americans Act)에 기초한다. 고령자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에 의한 노인 교통 지원 프로그램은 노인과 장애인의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통수단이 부족한 지역의 비영리기관에 예산을 지원한다. 예산은 교통수단의 유지‧보수, 휠체어 관련 장비 구매, 대중교통 운행 시간표와 같은 정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분야에 쓰인다.
이러한 교통 지원 프로그램은 노인을 돌보는 가족 요양인도 이용할 수 있다. 미국노인법의 ‘가족 요양인지지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이외에도 가족 요양인에게 상담이나 자조모임, 요양자 훈련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60세 이상 노인이나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를 돌보는 18세 이상의 가족 요양인 혹은 55세 이상의 친척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당연해진 사회, 인터넷 요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비대면 사회 교류를 돕는 곳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21년 ‘EBB’(Emergency Broadband Benefit)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 노인에게 매달 최대 50달러의 인터넷 요금 할인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의 자격 요건을 충족한 이용자들은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구매할 때 최대 100달러의 할인까지 받을 수 있다.
다양한 방면에서 고령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미국이지만 한계는 있다. ‘미국의 고령친화 지역사회 정책’ 연구의 저자는 “동‧서부의 큰 도시에만 정책이 몰려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작 시골에 사는 노인들은 지원 프로그램이나 혜택에서 빗겨나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를 대비해야 할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젊을 때는 잘만 쓰던 물건이 손에서 헛도는 일이 잦아진다. 면도기나 채칼 잘못 쥐었다가 손이라도 베면 죄 없는 물건이 얄궂게 느껴진다.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을 원망하기도 한다. 삐걱대는 노년기 일상에 윤활유가 되어줄 실버 디자인 제품을 소개한다.
질레트 트레오(Gillette Treo)
고령 남성에게 자녀 혹은 간병인이 면도를 대신 해줄 수 있게 개발됐다. 상처가 나지 않도록 적용된 안정적인 면도날, 손잡이 안의 물이 필요 없는 특수 면도 젤이 특징. 젤 제형이 투명해 수염이 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직구 전문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 가능.
위에서 보는 계량컵 컵
컵 표면과 내부에 눈금이 있어 고개를 숙이거나 컵을 들지 않아도 용량 확인이 가능하다.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가볍고 투명한 PET 재질로 만들어져 손아귀 힘이 약한 고령자에게 적합하다. 자주 외에도 다양한 주방용품 브랜드에서 구입 가능.
굿 그립(Good Grip) Y 필러 감자칼
미국 주방용품 전문 기업 ‘옥소’ (OXO)는 누구나 편리하게 요리할 수 있는 주방용품을 만든다. 굿 그립 감자칼의 고무 재질 굵은 손잡이는 홈이 파여 있다. 덕분에 손목의 힘이 덜 들어가 피로감이 적고 물 묻은 손으로 잡아도 미끄럽지 않다. 백화점, 할인마트에서 구입 가능.
흡착형 텀블러
평평한 바닥에서는 기울이거나 밀어도 넘어지지 않고, 수직으로 들어 올려야 텀블러를 사용할 수 있다. 소형 가전 전문기업 한주코리아의 ‘오슬러 롤리폴리 투고 텀블러’는 바닥에 설계된 흡착판이 텀블러 내용물이 쏟아지는 일을 막아준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입 가능.
다목적 오프너
페트병, 소스통, 주스 등 꽉 잠겨 있는 병뚜껑을 쉽게 열 수 있도록 디자인된 오프너다. 뚜껑이 미끄러지지 않고 꽉 물리도록 설계돼 있으며, 크기가 다양해 범용성이 좋다. 다목적 오프너, 만능 오프너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 가능.
누빠콘, 클릭탭
‘누빠콘’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콘센트와 플러그를 분리시킬 수 있다. 콘센트의 두 구멍을 동시에 누를 때만 전기가 흘러 감전 등 안전사고도 예방한다. 클릭탭은 손가락으로 눌러 플러그를 고정하거나 분리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할인마트에서 구입 가능.
나이가 들어갈수록, 거동이 불편할수록 침대에 누워서 혹은 소파에 앉아서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나 고령자 안전사고 발생 장소 1위는 ‘가정’이며, 집 안 낙상 사고의 절반은 ‘침실’과 ‘거실’에서 일어난다. 노인에게는 좀 더 친절한 가구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유니버설디자인 어르신 가구 가이드북’을 지자체 최초로 발간했다. 고령자의 특성과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가구는 낙상 등의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장애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침대와 소파 모두 앉았을 때 발이 바닥에 안정적으로 닿는지 확인해야 한다. 침대는 매트리스에 누웠을 때 허리가 뜨는 등의 불편함이 없고, 소파는 기댔을 때 등받이나 허리가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일어날 때 붙잡을 안전 손잡이, 밤에 화장실 갈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야간 보조등을 부착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면 좀 더 친절한 침대를 들일 수 있다. 소파의 경우 팔을 기대기 편하고, 일어설 때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견고하고 미끄럽지 않은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도록 하자. 또한 발 받침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지, 접이식 선반이 팔걸이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며 미끄럽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구매 전 침대 체크하기
① 침대 높이 ② 매트리스 ③ 하부 공간 ④ 안전 손잡이 ⑤ 밀림 방지 가드 ⑥ 헤드보드 ⑦ 침대 너비 ⑧ 수납 선반 ⑨ 안전 콘센트 ⑩ 야간 보조등
◇구매 전 소파 체크하기
① 소파 높이 ② 소파 깊이 ③ 편안한 각도 ④ 팔걸이 ⑤ 좌방석 너비 ⑥ 발 받침 ⑦ 머리 받침 ⑧ 접이식 선반
자료 출처 서울특별시 ebook (http://ebook.seoul.go.kr/Viewer/2UCXL84FS09J) / 재가공(원문 : 유니버설디자인 어르신 가구 가이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