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디자인상 4관왕 실버산업계 주목, 유니움 윤태현 대표

입력 2025-12-19 07:00

가구 같이 친숙한 실버용품 되는 것 목표, “실버용품 분야 이케아로 성장할 것”

▲보행 보조기 ‘롤워커’ 오른쪽에 앉아 포즈를 취한 윤태현 유니움 대표.(이준호 기자)
▲보행 보조기 ‘롤워커’ 오른쪽에 앉아 포즈를 취한 윤태현 유니움 대표.(이준호 기자)

“전혀 예상 못 했습니다. 후보에 올라 다른 기업 이름을 보는데, 규모가 크고 유명한 회사들뿐이더라고요.”

프리미엄 실버용품 브랜드 ‘유니움(UNIUM)’ 윤태현 대표는 최근 ‘2025 굿디자인코리아(GD)’에서 국가기술표준원장상(인간공학 디자인 특별상)을 받은 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윤 대표는 “스스로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고, 회사도 디자인 베이스의 기업이 아니어서 외부에서 디자인으로 인정받는 ‘설득력’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어워드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움은 올해 국내외 유명 디자인 어워드에서 연속해서 상패를 들어 올렸다. ‘2025 굿디자인코리아(GD)’ 국가기술표준원장상을 비롯해 ‘2025 DNA 파리 디자인 어워드’ 수상, ‘2025 한·스웨덴 영 디자이너 어워드’ 최우수상, ‘2025 서울디자인어워드’ Top 10 수상까지 이어지며 국내외 디자인 분야 4관왕 성과를 만들었다.


창업∙제품 배경엔 '가족' 있어

이제 32세에 불과한 젊은 CEO가 왜 고령자 대상의 사업을 시작하게 됐을까? 그 배경에는 가족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키워주셨고, 그 경험 때문에 언젠가 시니어를 위해 일해야겠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죠. 또 할머니가 고부 갈등을 겪고, 신체적·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건강이 악화되는 과정을 가까이서 보면서, 할머니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르신이라면 겪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이분들을 도울 수 있는 사업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유니움의 주력 제품은 고령자나 환자를 위한 보행 보조기 ‘롤워커’다. 그가 이 제품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은 계기 역시 가족사에서 출발한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치셨어요. 늘 당당하던 분이셨던 터라 지팡이나 보행 보조기구를 쓰시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셨죠. 제가 봐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외형적인 모습이었고요. 그러다 ‘왜 한국에는 사용하고 싶은 보행 보조기가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내 손으로 개발해 보자고 마음먹었어요.”

해외 제품을 사더라도 국내 사용자 체형과 생활환경에 그대로 맞지 않는 현실을 확인했고, 국내 환경에 적합한 걸 만들어 보자는 결심으로 창업을 구체화했다고 한다.

▲고령자 보행 보조기 ‘롤워커’ 제품 이미지.(유니움 제공)
▲고령자 보행 보조기 ‘롤워커’ 제품 이미지.(유니움 제공)

그의 디자인적인 안목이나 고령자 친화 제품에 대한 안목은 ‘복지국가’ 스웨덴에게 받은 영향도 적지 않다. 윤 대표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스웨덴에서 보내며 북유럽 특유의 미니멀한 디자인 감각과 생활양식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했다. 그는 “스웨덴에서는 바닷가에 앉아 있으면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친해지면 낚시도 함께할 정도로 어르신과의 교류가 일상”이었다며, 한국에서 느껴지는 세대 간 거리감과는 대비되는 경험이 시니어를 바라보는 관점과 제품 개발 방향에 영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최근엔 주한스웨덴대사관∙한국디자인진흥원∙이케아코리아가 함께하는 ‘한·스웨덴 영 디자이너 어워드(KSYDA)’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윤 대표는 수상 이후 이케아 방문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선 윤 대표가 갖고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한 상품화 여부도 타진할 계획이다.

제품 개발 과정은 ‘디자인’보다 ‘현장’에서부터 시작했다. 윤 대표는 “팀을 찾는 게 제일 어려웠던 과제”였다고 했다. 디자인·설계 비전공자로서 외주와 소개를 통해 기술 파트를 구성했고, 정작 더 어려웠던 것은 “시니어가 원하는 제품을 기획하는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결론은 단순했다. 직접 찾아가 인터뷰하고, 사용자를 많이 만나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확인한 ‘첫 번째 벽’은 보행 보조기 사용 시점이 지나치게 늦다는 점이었다. 그는 “어르신들이 ‘보조기가 없으면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느낄 때에야 구매를 고려한다“고 했다. 유니움이 내린 결론은 제품의 정체성을 통째로 바꾸는 일이었다. 보행 보조기를 ‘의료기기’가 아니라 ‘가구’로 인식하게 해야 심리적 저항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고, 디자인 방향을 가구와 같이 친숙해 보이도록 계속 변형해 지금의 롤워커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안전한 제품 만들려 양산 시점 늦춰”

스타트업으로서의 어려움은 ‘양산’과 ‘안전’ 사이에서 드러난다. 윤 대표는 “고령자가 사용한다는 전제 때문에 보완을 계속하다 보니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현재도 일부 개선 포인트를 잡고 있고, 제조 파트너를 소량 제조·대량 제조·공용(상업)시설용 개발 등으로 나눠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브레이크 구조, 판재와 쿠션 등 디테일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시 시점은 “내년 1~2월쯤”을 예상했고, 제조 파트너는 “소량 제조, 대량 제조, 상업시설용 연구·공동개발” 등 3개 축으로 나눠 확보했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은 더 큰 숙제다. 윤 대표는 “투자 IR 라운드를 돌고 있지만 아직 투자 유치는 못 했다”고 말했다. 투자시장에서 유니움의 아이템을 ‘소셜’로 분류해 보려는 시선이 많은데, 정작 국내 투자 환경에서 소셜 펀드 성격의 투자가 쉽지 않아 난도가 높아졌다는 취지다. 그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부산의 크립톤 등과 시드 라운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 기반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다 보니 IT처럼 빠른 성장곡선을 그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투자자 관점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다는 점도 솔직히 털어놨다.

▲윤태현 유니움 대표가 ‘2025 DNA 파리 디자인 어워드’, ‘2025 한·스웨덴 영 디자이너 어워드’ 최우수상, ‘2025 서울디자인어워드’ Top 10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윤태현 유니움 대표가 ‘2025 DNA 파리 디자인 어워드’, ‘2025 한·스웨덴 영 디자이너 어워드’ 최우수상, ‘2025 서울디자인어워드’ Top 10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윤 대표가 그럼에도 ‘디자인 어워드’를 연속해서 두드린 이유는 명확하다. 기술·안전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는 심사 과정에서, 제품이 ‘예쁘다’는 말로 끝나지 않도록 객관적 검증의 문턱을 하나씩 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GD 심사 과정에서도 “정말 안전하고 편한지”, “데이터가 확보돼 있는지”, “표준 사이즈와 실제 고령자 신체 특성을 반영했는지” 같은 질문이 집중됐다고 전했다.

향후 제품 확장 구상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다음 제품으로 ‘지팡이처럼 보이지 않는 지팡이’, 즉 ‘여행 캐리어처럼 보이지만 체중을 실어 보행을 보조할 수 있는’ 형태를 기획 중이라고 했다. 넘어짐을 줄이기 위한 무게 중심 설계 등을 고민하고 있으며, 욕실 의자와 안전 손잡이 같은 생활공간 안전 제품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움이 그리고 있는 다음 장면은 ‘라이프스타일’ 쪽에 가깝다. 윤 대표는 회사를 한마디로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실버용품계의 이케아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유니움이라는 이름 자체가 ‘유니버설 디자인’과 ‘아름다움’을 합친 단어인 만큼, 보행 보조를 넘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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