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지난 7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초고령사회 도래에 대비하고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해 지역 내 다양한 의료·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통합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은 문제인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커뮤니티 케어 정책’의 일환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발표하고, 2019년 6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시행했다. 윤석열 정부는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으로 명칭을 바꿔 선도사업 시행에 나섰다.
커뮤니티 케어 정책이란?
커뮤니티 케어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커뮤니티 케어란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정책을 말한다. 이에 커뮤니티 케어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라고도 한다.
커뮤니티 케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는 익숙한 거주지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어르신 57.6%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상은 병원·시설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 많고, 불충분한 재가 서비스로 인해 가족에게 돌봄은 큰 부담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었다.
이에 정부는 초고령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광범위한 돌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 이미 일본·영국·스웨덴 등 복지 선진국은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시행 중이었고, 한국도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정부는 2018년 11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2019년 6월부터 2년간 16개 시군구에서 지역 자율형 통합돌봄 모형을 만들기 위해 선도사업을 추진했다. 또한 로드맵의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대대적인 제공 기반 확충을 하고, 2026년부터는 통합돌봄을 보편적으로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게 할 전망이다.
4대 중점 과제는 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 서비스 통합 제공이다. 이 가운데 주거 지원에는 어르신 맞춤형 케어안심주택, 집 수리 사업, 커뮤니티케어형 도시 재생 뉴딜 등이 포함된다. 건강 의료 부분에는 집중형 방문 건강 서비스, 방문 의료, 어르신 만성질환 전담 예방관리, 병원 ‘지역 연계실’ 운영 등이 있다.
노인·의료 돌봄 통합지원으로 변경
커뮤니티 케어 시행 5년, 전문가들은 거주 공간은 확충했지만, 의료 서비스 제공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문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이 가정에 방문하는 ‘재택 돌봄’이 잘 시행되지 않았다고 꼽힌다. 재택 돌봄은 가족 돌봄 부담 경감, 요양 병원 및 시설 부족 문제 해소 등의 이점이 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의료 서비스 강화에 중점을 둬 계획을 개편했다. 앞서 말한대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노인·의료 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으로 명칭을 바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시범사업 12개 지역을 선정했다. 광주광역시 서구·북구, 대전광역시 대덕구·유성구, 경기도 부천시·안산시, 충청북도 진천군, 충청남도 천안시, 전라북도 전주시, 전라남도 여수시, 경상북도 의성군, 경상남도 김해시다.
선정된 12개 지역은 오는 7월부터 2025년까지 3년간 75세 이상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의료·돌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또 읍면동 통합지원창구를 통해 대상자를 접수·발굴하고 시군구 지역사례회의를 운영해 지역사회 계속 거주에 필요한 주거지원 서비스, 방문의료·건강관리 서비스, 이동·식사 지원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 8월에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이 발표됐다. 집에서도 돌봄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장기요양서비스를 강화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을 혼자 수행하기 힘든 노인들의 신체활동 등의 지원을 위해 2008년 7월부터 시행됐다. 지난해 말 기준 수급자는 102만 명이었으나 2027년에는 145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기본 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돌봄 필요도가 높은 1·2등급 중증 수급자의 재가급여 월 한도액을 시설 입소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올해 기준 1등급 수급자의 월 한도액은 재가급여 188만 5000원, 시설급여 245만 2500원이었는데, 단계적으로 두 급여를 동일하게 맞춘다는 계획이다.
또한 야간·주말, 일시적 돌봄 등이 필요할 때에 방문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시방문 서비스를 도입하고, 통합재가서비스를 확대한다. 통합재가서비스는 수급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한 기관이 재가급여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현행 방문요양 중심의 단일 급여 제공 기관을 다양한 재가급여를 복합 제공하는 기관으로 재편한다.
2020년 이성은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거주 환경에 녹지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2018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사회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 총 4567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녹지 환경은 고령자가 선호하는 산책이나 걷기와 같은 저강도의 신체활동을 하기 적합하며, 우울감도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녹지 환경은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준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노인을 위한 공원이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노인공원, 법제화 필요할까?
현행법에는 도시생활권의 기반이 되는 생활권 공원으로 소공원, 어린이공원, 근린공원이 규정돼 있다. 노인을 위한 생활권 공원은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구갑)은 국회에서 노인공원을 신설하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승래 의원은 노인의 보건 및 정서 생활의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노인의 신체적 특성 등이 고려된 노인친화형공원을 생활권 공원의 한 유형으로 규정해 도시의 노인 여가시설이 확충될 수 있는 법률적 근거 마련을 추진했다.
이와 같이 노인공원의 필요성이 절감됨에 따라 지자체별로 노인공원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우리나라 최초의 노인공원은 서울시의 ‘오솔길 실버공원’으로 통한다. 1990년 오솔길공원으로 개장됐고, 2005년 테마공원 조성의 일환으로 어르신 공원으로 정비됐다. 팔각정, 운동기구 등을 배치했으며, 실제로 이용객 대부분은 어르신들이다.
또한, 부산시의 사하구 장림공원은 지난해 노인친화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노인의 신체적·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노인의 삶의 질과 정서 생활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부산시는 2040년 부산의 녹지 미래 계획에 따라 노인친화공원을 250개 정도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밖에 대구와 고양시에도 어르신공원이 있고, 대전에는 효공원이 있다. 경북 포항시도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기존 어린이공원을 활용해 어르신 공원을 조성하는 방침을 세우고 계획을 이행 중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현재 노인공원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낙후된 공원 또는 어린이공원이 탈바꿈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노인공원 법제화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그렇지 않아도 공원의 주 이용객은 노인인데, ‘노인을 위한 공원’으로 정해두면 노인혐오와 같은 반발심이 거세질 수 있다고 지적된다. 지금처럼 모두가 공원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고, 시설과 기능을 증가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노인을 위한 녹지 공간, 어떻게 조성해야 할까
그렇다면, 노인을 위한 녹지 공간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이진희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노인을 위한 건강 도시 가이드라인’ 보고서를 통해 도시 조성에 ‘녹지’와의 관계성을 고려한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
이진희 연구원은 사례 검토를 토대로 △토지이용 및 배치, △녹지 및 오픈스페이스, △도로 및 대중교통, △보도 및 자전거도로로 가이드라인을 구분했다. 건강 도시를 위한 네 가지 가이드라인에는 공통적으로 ‘녹지 환경 조성’이 포함되어 있다.
먼저 ‘토지이용 및 배치’에는 녹지·광장 등 야외 공간 주변으로 카페 등 건물 배치, ‘녹지 및 오픈스페이스’에는 도시 단위의 보도 이용이 가능한 대규모 녹지 공간 개발, 근린 단위의 소규모 녹지 공간 개발 및 연계, 다양한 식물들을 심어 오감 자극 등의 설계 방향이 제시됐다. 또한 도로에는 가로수 식재 설치, 녹지와의 통합성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건강 도시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뉴욕시의 액티브 디자인이 꼽힌다. 지역 주민의 신체 활동 증진을 통하여 건강 수준을 높이는 도시 공간과 건축물 디자인 방식을 의미한다. 지역 주민의 도보 활동, 자전거 이용,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고, 활동적인 여가 생활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신체 활동 증진 방법을 포함한다.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과의 연계를 통해 도시의 지속성 확보와 주민의 삶의 질 개선 제고에 도움을 준다.
홍콩은 고령친화적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있으며, 노인을 위한 주거단지나 요양시설에 적합한 설계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히 그 가운데 야외 공간 가이드라인을 보면, 감각적인 자극을 제공하기 위해 노인이 만지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 있는 조경을 포함하고, 단체 운동·산책·원예 활동 등이 가능한 설계를 하도록 지침한다.
이진희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 대비를 위해서는 건강과 보건, 의료에 초점을 맞춰 해당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과 서비스 공급뿐만 아니라 현재 도시 구조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 인구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도시 환경이 자연스러운 신체 활동을 촉진해 건강한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인이 더 오랫동안 일하고, 사회적 참여를 통해 지역과 교류하며,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와 그 이후에도 언제든지 어르신들이 즐겁고 지내고, 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경로당이 등장한다.
비대면으로 미술·치매예방교실 같은 여가와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고,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운동이나 건강 관련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또 무인안내기와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해 생활지원 서비스도 제공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는 노인 복지의 주 거점인 경로당에 비대면 화상회의 기반시설(인프라)를 구축하고, 지능정보서비스를 시범 적용하는 ‘스마트경로당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올해는 대전 유성구와 경기 부천시에서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경로당 대부분이 폐쇄됐던 것을 계기로, 경로당에 ICT 기반 비대면 인프라와 콘텐츠를 확충해 여가·복지 서비스를 중단 없이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다.
대전 유성구는 65개 경로당에 지능형 수요관리를 접목한 비대면 여가복지 서비스, 보건소 연계를 통한 어르신 스마트 건강관리, 전자광고판(디지털 사이니지) 기반 생활정보 제공 서비스 등을 마련한다.
경기도 부천시 45개 경로당에는 가정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비대면 여가복지 서비스, 보건소와 연계를 통한 어르신 스마트 건강관리 서비스, 사물인터넷 기기를 활용한 채소재배 기기 등을 제공한다.
정부는 스마트경로당을 통해 어르신 대상의 여가와 복지 서비스 질을 한 단계 제고하고, '돌봄 신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어르신들이 친숙한 공간에서 스마트 기기와 지능정보기술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다가오는 초고령 시대에 대비해 노인 복지 서비스도 디지털과 결합해 질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시범사업이 스마트경로당의 선도 사례로 자리 잡고, 국민 누구나 디지털 뉴딜·지역 뉴딜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NIA는 이 사업을 위해 18일까지 지역별 스마트경로당 서비스를 구축할 전문기업을 모집한다. 자세한 내용은 조달청 나라장터 누리집과 NIA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매일 아침이 느긋하다. 차 한잔하면서 직장에 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을 실감한다. 퇴사한 지 일 년. 가끔 지금도 근무하는 꿈을 꾸는데 잠에서 깨면 어떤 게 진짜 나 자신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마도 정년을 다 못 채우고 그만뒀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 없게 내 나름대로 활동과 계획을 만들어 충실히 움직인다. 그중 하나로 며칠 전 동네의 작은 도서관을 가보았다. 직장 다닐 때 출퇴근 하며 그저 눈길만 스치던 그곳, ‘희망마을작은도서관’이다.
‘희망마을작은도서관’이 있는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은 구도심으로 골목이 거미줄처럼 촘촘하다. 봉명(鳳鳴)동은 숲이 많아 부엉이가 찾아와 울던 곳이라고 해서 예로부터 ‘부엉이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가 사는 구암동 이웃 동네인 봉명동은 길쭉하게 생긴 유성구 중앙쯤에 있다. 봉명동 주변의 노은동(유성구)과 도안동(서구)이 아파트단지로 개발돼 들어섰지만 봉명동은 옛날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그래도 도서관을 중심으로 유성온천과 유성시외버스터미널, 유성 오일장 등이 어른 걸음으로 10여 분 거리. 개발 더딘 곳이라지만 누구든 접근할 수 있어 도서관이 있기에 딱 적당한 곳이 바로 봉명동이다.
작정하고 도서관을 찾아갔지만 정기휴일이었다. 평소 월요일에 도서관이 쉰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깜박했다. 이왕에 걸음 했으니 도서관 분위기를 살피기로 마음 먹고 두리번거렸다.
돌아보니 도서관 건물 1층은 봉명동 어르신을 위한 경로당이었다. 마침 할머니 한 분이 어린 손주를 업고, 마치 이웃집 놀러 가 듯 안으로 들어갔다. 도서관과 경로당이 어울려 있는 것이 우리 옛 마을에 아이와 노인이 함께 살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무더위쉼터’라는 팻말이 걸린 경로당 앞에는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다. 의자에는 부엉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등허리를 세우고 엉덩이를 깊숙이 넣어 앉아 바닥을 보니 화분이 나란하게 줄지어 서 있다. 테두리 한 귀퉁이가 떨어진 것, 사기 재질로 길쭉하게 키가 큰 것 등, 고만고만한 플라스틱 화분들이 삼대가 같이 사는 대식구처럼 느껴졌다.
‘부엉이 할매 그림나무’라고 쓰인 게시판도 눈이 들어왔다. 나무 그림 위에 부엉이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의 ‘자랑’이 목재로 만든 작은 이파리마다 쓰여 있었다.
나는 바느질을 잘한다.
나는 잘 웃는다.
나는 노래를 좋아한다. 기쁠 때 슬플 때 위안이 된다.
나는 노래를 잘한다. 즐겁게 산다. 행복하다.
인생의 후반을 사는 경로당 어르신들이 적어놓은 인생의 단상들. 세상 사는 것에 있어 어떤 것이 중요한지를 단순하고 소박하게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옷을 지어 입던 시절, 당신 세대에서 바느질을 잘한다는 건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노래는 시대를 불문하고 기쁨을 더하거나 시름을 덜어주는 치유가 되기도 한다. “노래 부르고 이웃과 즐겁게 지내니 행복하다”는 부엉이 할매의 자랑은 내게 위로와 격려로 다가왔다. 그리 조급해하며 만들어놓은 계획표에 가끔 느슨하게 움직여도 괜찮을 거라고. 오늘 도서관에 왔다가 헛걸음 한 시간도 그 나름대로 의미 있다고 말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에 따르면 낙뢰 발생 횟수는 총 62만 9411건으로, 연평균 12만 5882건에 달했다. 주로 장마철인 7~8월에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낙뢰가 집중되는데, 매년 낙뢰로 추정되는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안전처 집계 결과, 해당 기간에 총 354건, 연평균 약 71건의 낙뢰 피해 사고가 발생했으며, 7~8월 낙뢰 피해 건수는 전체의 56%(197건)를 차지한다고 한다.
특히 충남 동북부는 우리나라에서 낙뢰가 가장 많이 발생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소방본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현재까지 낙뢰와 관련된 화재는 모두 60건으로, 3억 6000여 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월별로는 8월이 27건, 7월이 19건 등으로 여름철에 전체의 82%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낙뢰와 예기치 못한 전기안전사고로 인해 재산과 인명피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2008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해 ‘낙뢰’ 피해를 국가재난계획에 포함했고, 2010년부터는 낙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서지보호기(SPD)를 적용하도록 전기설비기술기준에 제도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KS규격 SPD를 적용을 법제화하였지만 낙뢰 피해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 맞춰 낙뢰 피해를 방지하는 낙뢰 및 서지보호기를 전문적으로 개발, 제조하여 낙뢰 피해 예방에 근본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한국서지연구소(대표 김선호)는 KS표준을 뛰어넘는 고성능 제품으로 시장에서 획기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업체다.
한국서지연구소는 SPD 전문 제조사로 낙뢰보호전문기업이다. 2007년 자체개발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SPD보다 낙뢰에 따른 서지전압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낙뢰로 인한 전기안전사고로 재산과 인명피해의 증가에 대한 대응 방안을 연구하기 위하여 1997년 낙뢰서지연구소를 개소하고 연구활동을 시작하여, 2005년 11월에 한국서지연구소를 설립하여 낙뢰·서지 보호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고성능 서지보호기를 연구 개발 및 생산하는 업체로서 수처리시스템, 상하수도시스템, 풍력·수력·화력 발전, 감시제어설비, 보안설비 등 환경, 에너지시스템 원격제어와 PLC를 사용하는 모든 설비를 보호하는 SPD 전문기업이기도 하다.
김선호 대표는 “1980년 KT에 입사한 후 24년간 전송, 교환기 및 선로분야에 근무하면서 입사 당시부터 낙뢰 피해로 인한 불편을 보면서 지냈다”면서 “그 당시 장거리 전송을 담당했던 나선반송장치가 낙뢰를 한 번 맞으면 망가져, 모든 통신이 마비돼 이를 복구하는 데 무척 힘들었고, 무엇보다 큰 문제는 피해가 계속 반복되고 늘어나고 있어 낙뢰 피해 방지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선호 대표는 이러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낙뢰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예방은 해보고자 1997년 ‘낙뢰서지연구소’라는 개인 연구실을 집 지하실에 자비를 털어 만들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한국서지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CCTV용 서지보호기를 전원부와 통신부 그리고 영상부 모두를 일체형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내부에 각 선로의 전위차를 해소하는 모듈을 내장하여 피보호체로 인입되는 모든 선로를 보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초고성능 서지보호기 ‘Super SPD’와 EMP방호 장비 등을 개발 낙뢰보호기술 분야에서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Super SPD는 전원이나 신호에 대한 감쇄를 전혀 주지 않으면서도 서지제거 능력이 40~80dB에 달하여, 낙뢰나 기타 서지에 의한 충격에도 전압 변동 폭을 획기적으로 낮춰 전자기기를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서지보호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방호수준이며 이는 객관적인 공인시험성적서의 수치로도 잘 나타나 있다.
기존의 보호기에 6000V가 유입되면 1500V 정도의 전압이 남아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지만, Super SPD는 50V 이하의 보호성능과 미군 MIL규격의 50kV의 EMP에 대하여 불과 100mA 수준의 노이즈만을 남겨 적의 EMP 공격에도 완벽하게 보호하는 우수한 보호성능을 자랑한다.
한국서지연구소는 2009년 정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인증을 취득했고 70여 품목의 주력제품에 대해 UL인증을 취득한 바 있다.
김선호 대표는 “2007년 9월 법인전환을 계기로 전원용과 통신용 주력제품에 대한 UL과 CE 등 국제규격 인증을 취득했다”며 “2008년 3월에는 벤처인증을 취득하고, 2008년 8월에는 NET인증을 취득했으며 이어 12월 NET인증기술을 활용한 56개 신제품에 대하여 중기청의 성능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2009년 3월, 56개 성능인증 제품에 대하여 우수조달 제품에 선정된 바 있고, 2009년 6월에는 IEEE 고위 임원이자 미국 SPGS사 조지 지글러 회장이 내방하여 8일간의 자세하고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125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또 그해 12월에는 세계일류상품인증을 획득했다.
세계 최초로 서지보호소자(GCA)를 독자 개발해 지난 2008년 ‘GCA를 사용한 서지전압 억제기술’이 지식경제부 신기술(NET) 인증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UL인증 취득과 현재는 수출국가별로 미국, 일본, 역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멕시코는 물론 EU에 국제특허 등록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전기 품질 개선 및 전기안전 원천기술인 ‘누전차단기 Trip방지 기술’ 과 EMP방호를 위한 PCI Protector에 관련한 120여 건의 지적재산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이 이뤄지면서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제2009-312호)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한국서지연구소 고성능 SPD는 주로 거듭되는 낙뢰 피해로 애로를 경험한 공사업체를 위주로 관공서 및 공공기관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주로 수자원공사, 국방부, 한전, 도로공사, 경찰청, 산림청 등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 고성능 서지보호기를 설치한 후에 피해가 거의 없어진 효과를 보았기에 한 번 설치했던 경험이 있는 곳은 한국서지연구소 보호기를 계속 찾고 있다.
2011년에는 낙뢰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대전 세동마을에 낙뢰보호기를 무상으로 설치한 사례가 있다. 2008년경부터 대전 유성구 세동마을에 대규모 낙뢰피해가 발생해 거의 모든 가정의 전기제품이 고장 나는 등 피해를 겪었고 이후에도 수시로 피해가 발생해 주민들이 낙뢰가 발생할 때마다 전기제품 플러그를 전부 뽑는 등 큰 불편을 겪어왔는데 이 같은 주민 불편사항을 듣고 한국서지연구소에서 무상 지원을 제의하여 지원하였다. 지원규모는 약 9800만 원 상당으로 세동2통 마을 모든 가정인 74가구에 약 2주일 동안 낙뢰방지기를 설치하며 심야보일러나 지하관정을 사용하는 가정엔 추가 장비를 설치하였고, 같은 해 대전 원앙초등학교에도 낙뢰 피해가 커 학생들의 학습에 지장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2300여만 원 상당의 서지보호기를 무상으로 설치함으로써 이후 낙뢰 피해를 근절한 사례도 있다.
지금껏 낙뢰 피해 예방을 위하여 많은 기여를 한 한국서지연구소 김선호 대표는 “향후 새로이 개발한 반도체 Chip을 활용한 ‘서지보호를 겸하는 EMP보호장치’ 신제품을 양산하여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을 개척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적성국가의 핵EMP공격에 대한 방호뿐 아니라 불손세력의 EMP를 활용한 테러에 대한 방호에 기여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2011년 대전 유성구 금고동 ‘안정 나씨’ 종중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 미라 4기가 발견돼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안정 나씨’ 묘에서 출토된 미라 4기는 나신걸(1461~1524)과 부인 신창 맹씨(15세기 말~16세기 초), 그리고 나부와 부인, 용인 이씨가 각각 합장된 부부의 미라다. 이때, 무덤 안에 있던 조선시대 복식 150여점과 다양한 부장품이 함께 출토되었는데, 16세기 초의 의생활을 알 수 있어서 복식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가치가 크다.
그런데, 당시 출토된 것 중에 아주 중요한 유물이 또 있다. 바로 나신걸이 부인인 신창 맹씨 묘에서 나온 편지인데, 이 편지는 현재까지 발견된 편지 중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다. 한글이 1446년에 창제, 반포되었고, 한글을 반포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한글로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
편지는 군관으로 영안도에 나가있는 남편 나신걸(1461~1524)이 고향에 있는 부인에게 보낸 것인데, 영안도는 1470년부터 1498년까지 사용한 함경도의 옛 지명으로, 이 편지를 쓴 시점은 적어도 1498년 이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편지 내용은, 군관 등 남성들이 입던 철릭(조선시대 무관이 입던 공복)을 보내달라는 이야기와 부인을 위해 분과 바늘을 사서 보낸다는 것, 그리고 “너무 농사에 힘쓰지 말라”는 부인을 생각하는 마음은 물론, 편지를 고이 간직해온 것으로 봐서,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을 알 수 있다. 다음은 편지의 일부분이다.
‘안부를 끝이 없이, 수없이 하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자 하다가
장수가 혼자 가시며 날 못 가게 하시니 못 다녀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
또 내 삼베 철릭이랑 모시 철릭이랑
성한 것으로 가리어 다 보내소.
또, 분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꼬.
울고 가네. 어머님과 아기를 모시고 다 잘 계시소.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하네.’
필자의 남편도 ‘안정 나씨 문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데, 500년 전의 조상도 이렇듯 아내에게 애틋한데, 필자의 남편은 그런 조상의 피를 물려받았을 만도 하건만, 무뚝뚝하기가 한이 없다. 남편에게 지금까지 편지는커녕, 메모 한 장도 받아 본 적 없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나씨 부인’ 맹씨가 한 없이 부럽기만 하다. 그래도 더 기다려 보면 필자도 남편에게 연서(戀書) 한 장 받아 볼 수 있을까? 혹시 연서(戀書)라도 한 장 받게 되면 액자에 넣어서 거실에 걸어 두었다가 무덤에 넣어 달라고 해야겠다. 누가 알겠는가! 혹시 500년 뒤에 출토 될지!
‘나씨 부인 김영선, 묘에서 연서(戀書) 나오다’
삼국 중 경제나 안보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춘 백제가 제일 먼저 멸망했다. 소정방(蘇定方)이 이끈 당군이 덕물도에 도착한 것이 660년 6월 21일, 당군이 전투를 시작한 것이 7월 10일, 그 하루 전인 9일 황산벌 전투가 있었고, 12일 부여성이 포위되며, 13일 의자왕이 공주성으로 탈출하지만 18일 항복한다.
당군이 백마강에 나타나서 사비성을 에워싼 지 6일 만에, 신라와의 황산벌 전투 후 9일 만에 백제는 사라진 것이다. 한 달이 안 된다. 8월 2일 백제 왕궁에서 열린 승리 축하연에서 단 아래 앉은 의자왕은 단상의 김춘추와 나-당 장수들에게 술을 치는 모욕을 당하고 곧 당나라로 끌려간다.
신라군은 백제인들을 어루만지면서 따뜻하게 대하지 않았다. 무열왕과 아들 법민(후일 문무왕) 등 신라의 최고위층 조차 딸과 누이를 (642년 대야성 전투에서) 잃었다는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도층이 이러니 승리감에 도취한 일반 군졸들은 닥치는 대로 부수고 학살하여 쓰러진 시체가 풀더미같이 쌓였다.
당은 백제 처리에 대해 명확한 로드맵이 없었던 것 같다. 고구려 공격을 위한 후방 기지가 제일 목표였지만 백제 지역 평정을 위해 백제를 부활시켜 신라의 부용국(속국)으로 존속시키거나 신라와 대등한 지위로 만들려 했다. 당은 663년 의자왕의 아들인 부여융(扶餘隆)을 당에서 데려와 웅진도독과 백제군공으로 임명하고 문무왕과 동격으로 백마의 피를 머금는 맹약을 맺게 한다. 부여융은 문무왕이 태자 시절 백제의 항복을 받으면서 말 아래 꿇려앉혀 침을 뱉으면서 모욕을 준 인물이다.
이 모든 상황이 백제 부흥운동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었다. 백제인들은 왕조의 멸망이 ‘한순간의 실수’로 일어난 것일 뿐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신라와의 전쟁은 항상 있어왔던 일이다. 서양에서 가장 비겁한 행위로 간주되는 ‘뒤에서 등을 찔린 것(die Dolchstoß Legende)’과 같이, 얼떨결에 뒤통수를 맞고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보니 전에는 빌빌거리던 놈들이 집을 차지하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제 정신을 차려 한번 진검승부를 해보자고 나선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백제의 부흥운동이 우리의 역사에서 실패한 에피소드나 소극(笑劇)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주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인 것이다.
부흥운동은 멸망 직후 곧 시작된다. 부흥군은 오늘날 대전 유성구와 무주 일대에 진을 치고 당군과 신라군을 공격한다. 무주는 부여-웅진을 잇는 수도 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8월 26일 나-당 점령군은 예산의 부흥군을 공격하지만 이기지 못했다. 반대로 부흥군이 9월 23일 사비성에 있던 동료들을 탈취하고 부여 남령(금성산)에 올라 보란 듯이 영채[木柵]를 세우고 사비성을 공격하자 20여개 성이 호응한다. 신라는 10월에 무열왕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반격에 나선다. 부흥군이 사비성을 공격하자 다음해 661년 2월 황산벌에서 전사한 관창(官昌)의 아버지 김품일(金品日)이 지휘하는 대규모 군대를 파견하여 구원하지만 백제군의 기습으로 물러난다.
그러나 백제 부흥운동은 실패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보자. 부흥운동이 왕조의 부흥을 목표로 삼았다면 의자왕을 계승할 왕을 세우고 흩어진 부대들을 중앙의 지휘 아래 흡수하며 수도 사비성을 탈취하고 가능하면 많은 성들을 흡수하여 세력을 키우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야 할 것이다.
초기에는 일본에서 돌아온 의자왕의 아들 부여풍(扶餘豊 )과 장군 부여복신(扶餘福信), 승려 도침(道琛) 등이 이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많은 부흥군 부대가 백제의 부활을 확신한 듯 부여풍의 지휘 아래 들어왔다. 그러나 661년 3월 부흥군이 사비성을 포위 공격하면서 신라군과 벌인 웅진강 어귀 전투에서 1만 명의 전사자를 남긴 채 임존성으로 퇴각한다. 신라군 역시 군량이 떨어져 물러난다.
무승부로 끝난 것 같은 이 전투에서 병력 보충이 어려운 부흥군은 치명적 손실을 입으며 이것이 부흥운동의 전환점이 된다. 마치 1908년 의병 부대들이 서울 30리까지 진격했으나 일본군의 반격으로 패퇴한 후 의병의 기세가 꺾인 것과 비슷하다.
의자왕을 계승하는 왕을 세우는 문제는 그의 아들인 부여풍을 영입함으로써 순조로이 해결된 것같이 보이지만 함정이 있다. ‘일본서기’는 661년 8월 ‘복신이 (부여풍을) 마중 나와 절하고 국정을 위임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실력자가 명목상의 군주를 맞이한 것이었다.
각지의 부흥군들은 통합되지 못하고 ‘독립 왕국’으로 존속했으며, 도침이나 복신은 스스로 ‘장군’이라고 칭했다. 이들은 당의 사자에게 거만한 자세로 “등급이 낮아 일국의 대장인 나의 상대가 아니다”라면서 답장도 없이 돌려보낸다. 군사적 대치상황을 외교를 통해 풀어가면서 백제 부흥이라는 최종 목표로 나아가는 안목이 부족했던 것이다. 도침은 백제가 이미 회생한 것같이 ‘일국’의 대장이라고 거드름을 피우지만 험준한 주류성에 처박혀 만족하는 집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당군은 후방을 평정하면서 지구전으로 이들을 옥죄는 전술을 택한다.
부흥군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한 것은 내분이었다. 부여복신과 도침이 서로 경계하는 가운데 부여풍은 조정자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양측의 갈등은 서로 상대방을 제거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인식될 정도로 커졌다. 먼저 도침이 당한다. 부여풍도 복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제의(祭儀)나 주관할 뿐 실권을 가지지 못한 존재로 전락하자 불만이 증폭된다. 복신이 병을 핑계로 부여풍을 유인하자 부여풍이 선수를 쳐서 그를 제거한다. 부흥운동의 중앙을 지휘하던 3명 중 2명이 사라진 것이다. 이 현상이 권력집중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겠지만, 부흥군의 분열을 가속화함으로써 부흥운동은 더욱 약화된다.
663년 초 주요 거점에서 저항하던 부흥군이 항복함으로써 백제의 전선은 급속도로 무너진다. 뒤늦게 8월 백제 부흥을 위해 일본 지원군이 금강하구 백강구 전투에서 나-당 연합군과 싸우지만 패배한다. 일본 지원군은 또 다른 이야기이지만 부흥운동이라는 관점에서는 안티 클라이맥스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 구대열 이화여대 명예교수
서울대 영문과 졸, 한국일보사 기자, 런던정경대 석ㆍ박사(외교사 전공).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통일학연구원장 등 역임. 저서 등.
도심 속에서 각종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수확할 수 있는 ‘행복농장’이 17일 대전시 유성구 교촌동 농업기술센터에서 문을 열었다.
5208㎡ 규모의 행복농장은 △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실버농장 △ 3자녀 이상둔 가정을 위한 다둥이농장 △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문화농장 등 3개 구역에 180구획으로 나뉘어 있다. 행복농장에는 시민 쉼터가 조성돼 있고, 농사에 필요한 각종 농기구도 갖춰져 있다. 관수시설과 간이화장실도 설치돼 있다.
농업기술센터 소속 전문지도사들은 수시로 농장을 방문, 농장을 분양받은 시민에게 상담지도를 해 줄 계획이다.
홍종숙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도심에서 생활농업을 실천하고 건전한 여가생활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행복농장을 조성, 운영하게 됐다”며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본지가 대전지역 1만9200여 곳의 음식점 업종과 분포 등을 종합 분석한 내용이 음식점 예비창업자에게 좋은 자료란 평가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30년 넘게 음식점을 유지해온 곳이 312개소나 되는 것으로 드러나 이들 음식점의 장수비결이 궁금해졌다. 30년 가까이 또는 넘게 오랜 기간 동안 대전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소위 '맛 집'으로 불리는 음식점 주인들의 경영노하우는 무엇일까. 수 차례 경제위기를 극복하며 꿋꿋하게 오직 '맛'과 믿을 수 있는 '믿음'으로 창업 이후 성공가도를 이어온 창업 성공 표본인 각 구를 대표하는 음식점 주인으로부터 '그들만의 성공노하우'를 들어봤다.
동구 인동 왕만두
동구 인동에서 1978년에 개업한 이후 꾸준하게 전통을 이어온 '인동 왕만두'의 사장은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부심과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손님들도 오랫동안 자신들의 음식을 믿고 이용해준다"며 "오랫동안 장사를 할 수 있는 비결은 정갈한 음식이다. 좋은 재료를 수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신선한 음식이 나온다. 재고품이 나온다고 해서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 애를 써서는 안된다"고 예비창업자에게 조언한다.
무엇보다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오랜 전통의 핵심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자영업자들은 보통 인건비, 즉 월급 수준을 번다. 그래도 차근차근 올라온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한다면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결코 종업원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된다. 본인이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어야 비로소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예비 창업자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을 지적했다.
유성구 순대국밥한흥집
유성구 봉명동에서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인 순대국밥집인 '한흥집'.
60년대 전후 누구나 배고팠던 시절에 문을 연 한흥집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맛있는 한 끼를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반긴 서민과 함께 울고 웃은 음식점이다. 저렴한 가격 전통은 오늘날까지 한흥집이 대전시민의 사랑을 받게되는 밑바탕이 됐다.
'저렴한 가격'은 긴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만들고 가는 장소로 인식돼 전국에서 찾는 유명 장수집이 됐다. 한흥집은 예전에 유명 연예인의 영화흥행 실패의 한을 술과 함께 풀어주고 골프선수 박세리도 즐겨 찾아 국밥 한 그릇을 먹었던 곳이다. 한흥집은 "사람 사는 정으로 식당을 꾸려왔다"고 말했다. 3대 째 한흥집을 책임지고 있는 주인은 "순대국밥 가격을 올려서 이득을 많이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진 않는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누구나 찾을 있는 장수 음식점으로 남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흥집 순대국밥 한 그릇 가격은 3900원이다.
중구 소나무집
소나무집은 김치 육수에 오징어를 넣어 끓여 칼국수사리를 넣어 먹는 어렸을 때 한 번쯤은 먹어보았을 추억의 음식이 주 메뉴다.
이 메뉴가 현재까지 대전시민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변하지 않는 맛'에 있다.
소나무집 사장은 "우선 손님들에게 성심성의껏 음식을 제공해 왔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김치 맛이 변하지 않도록 조리를 해온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손님들은 대부분 이제 나이가 지긋이 든 손님들이 대부분이어서 맛이 변하지 않도록,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예비창업자들에게 고객에 대한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지닌 후 창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나무집은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 그 감사함에 부응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면 되는 것"이라며 "손님들의 입맛을 좇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구 충무할매낙지볶음
서구 용문동에서 30년 이상 음식점을 운영해 오고 있는 충무할매낙지볶음 사장은 "시어머니, 며느리, 아들 이렇게 3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언급한 뒤 무엇보다 정직한 가격과 믿고 먹을 수 있는 청결한 경영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당장의 수익을 좇기보다는 고객 개개인의 입맛을 분석한 뒤 공통적으로 원하는 음식맛을 낼 수 있도록 수년 동안 연구한 뒤 음식점만이 지닌 차별성으로 고객을 공략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 중심에는 우리 음식점 만이 지닌 고유의 맛을 언제든지 선보일 수 있는 실력이 필수라고 예비창업자에게 충고한다. 주인은 "음식이 새로 나와도 양념, 김치 등 기존의 맛을 변치 않게 하는 것이 원칙"이며 "고유의 맛을 지키며 손님들에게 돌려준다는 마음으로 지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덕구 영화반점
대덕구 신탄진에 위치한 영화반점은 70년에 영업신고를 마친 뒤 44년째 대덕구민의 자장면과 짬뽕을 책임지고 있다. 영화반점의 장수비결을 '변하지 않는 맛'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영화반점은 "아빠 손을 잡고 왔던 어린이가 이제 어른이 돼 자녀와 함께 방문하는 적이 많다"며 "세대를 이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세월이 흘러도 중식 입맛은 변하지 않아 자장면 한 그릇에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맛'을 담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이 창업성공으로 이어진 노하우가 됐다"고 설명했다. 주인은 식당을 준비한다면 점포 주인이 직접 모든 것을 운영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예비창업자에 조언한다. 영화반점은 "중식은 사장이 직접 요리와 경영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맛으로 승부하기에 앞서 앞서 경영자의 음식요리와 경영 노하우가 중식업 성공을 위한 최소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대전일보 / 김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