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저서와 각종 방송에서 노화와 노쇠 개념을 설명하며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방법을 소개했던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최근 책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펴냈다.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는 4050 세대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22가지 건강 전략과 조언을 담았다.
건강하게 나이 들고 활력 있는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질병 유무, 혈압, 운동 시간 등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뿐만 아니라 휴식, 마음챙김, 인생 목표, 자기효능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 요소를 모두 고려한 내재역량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건강법을 적용하면 건강을 해치거나 오히려 병을 키우게 된다.
저자는 그동안 집필한 책에서 노화의 여러 측면과 건강의 큰 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인 생활 습관은 다루지 않았다. 좋은 정보가 이미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료실 안팎에서 잘못된 건강 관리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 동년배보다 심한 노쇠를 경험하는 사람, 가속노화로 여러 만성질환을 앓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정희원 교수는 책을 통해 효율적으로 먹기, 제대로 움직이기, 뇌 건강 지키기라는 세 가지 주제 아래 큰 돈 들지 않고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내재역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22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먼저 1부 ‘노화 이해하기 : ‘오래’가 아니라 ‘건강하게’에 초점을 맞춰라‘에서는 노화와 노쇠의 개념,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 우리가 당장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 2부 ‘효율적으로 먹기 :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이제 양보다 질로 승부하라’에서는 식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식단, 다이어트 방법, 내 몸에 필요한 열량 계산법 등을 소개한다. 노화를 지연시키는 마인드(MIND) 식단법과 많은 현대인들이 복용하는 영양제가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다뤘다.
3부에서는 ‘제대로 움직이기 : 남은 50년을 위해 근육 테크를 시작하라‘를 주제로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대로 걷는 방법, 앉거나 설 때 올바른 자세, 유연성을 늘리는 규칙적인 스트레칭 방법 등을 소개하고, 남은 인생을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코어와 둔근 강화 운동법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4부 ‘뇌 건강 지키기 : 호흡부터 스트레스 관리까지, 뇌와 몸의 연결성을 이해하라’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적정 수면 시간을 찾는 방법, 스트레스 관리법,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호흡법 등을 소개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노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정신의 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지 예비능’을 높이는 방법도 소개한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생명표에 따르면 60세의 기대 여명은 26년 정도로, 한 사람이 사회에서 직장 생활을 한 만큼의 기간과 비슷하다”면서, “인생 이모작 시대가 시작됐다는 뜻인데, 이는 몸과 마음이 젊은 상태, 내재역량이 충만한 상태일 때 가능하다. 이 책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평소에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하게, 느리게 나이 드는 생활 습관으로 많은 분들이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응급실에 실려온 노인 환자가 처방받아 복용하던 약 중 특정 약을 빼자 며칠 만에 멀쩡해지는 모습을 보고 노인의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이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으며,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지속 가능한 나이듦’,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등이 있다.
2023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 서울, 부산 순이다. 경기도 중장년에겐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서울 중장년에겐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가 있다면, 부산 중장년에겐 ‘부산광역시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이하 부산장노년센터)가 있다. 그 이름처럼 일자리 관련 사업에 주력해왔지만, 중장년의 다채로운 삶을 응원하기 위해 커뮤니티 지원 및 교육, 사회참여 활동 등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중이다.
부산장노년센터는 2016년 10월 부산광역시에서 지정하여 운영하는 장노년 지원 전문기관으로, 부산에 거주하는 만 50세 이상 중장년 세대의 사회참여를 이끌고 있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 및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성공적이고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지원한다. 그중에서도 신중년 인생학교 ‘하랑’과 생애설계 커뮤니티 지원사업인 ‘아리’는 부산 액티브 시니어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센터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또래와 배우고 성장하는 인생 캠퍼스
‘신중년 놀이터’로도 불리는 인생학교 ‘하랑’은 중장년 개인의 역량 및 경험을 활용한 교육을 개설해, 지역민들의 사회참여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자신의 재능을 동년배와 나누고 싶은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참여자는 재능기부 형태로 중장년 대상의 교육 강좌를 열어 또래와 소통하고 배움의 기쁨을 나누는 동시에 개인의 역량도 향상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연간 상·하반기로 나눠 4개월씩 진행되며, 한 과정당 1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동화구연지도사, 로봇강사 양성과정, 드론 기초과정 등 취미·여가 및 자격증 교육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총 13팀이 참여 중이다.
하랑과 함께 주목받는 센터 사업으로 ‘아리’가 있다. 아리는 사회공헌, 일자리, 학습, 문화 활동 등과 관련된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형태다. 생애설계·신문화 확산 관련 활동 또는 지역사회·취약계층 지원 등 공익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커뮤니티가 대상이 된다. 또는 센터 내 프로그램 참여 후 동기들과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 결성한 모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세대 통합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50+세대가 구성원의 50% 이상인 경우도 지원 범위에 속한다(단 5인 이상 참여). 하랑과 마찬가지로 연 2회 4개월 단위로 모집하며, 80만 원의 활동지원금이 나온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지원금을 비롯한 센터의 조력을 통해 모임 안정화를 넘어 협동조합 설립도 꿈꾼단다. 현재 온라인 판매 및 협동조합 개설 동아리, 아동학대 인형극 동아리, 드론 동아리 등 총 10개 팀이 지원받고 있다.
"함께 가는 길은 멀리 갈 수 있다" -‘하랑’ 책놀이지도사 이옥경 강사
“노인복지 현장과 교육기관에서 치매 예방 및 인지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의 강사로 활동했어요. 지난해 부산가톨릭대학교에서 운영하는 50+생애재설계대학을 다녔는데, 당시 방문한 부산장노년센터 직원을 통해 ‘하랑’에 대해 알게 됐죠. 내가 활동하는 분야의 역량이 강화됨은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유익한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제 삶의 만족도도 향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노인 인지활동 책놀이지도사 자격증 취득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랑을 통해 제 강의를 듣는 분들은 노인 책놀이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계시는데요. 이를 발판으로 노인 시설이나 치매안심센터 등에 취직해 지역 어르신의 건강 지킴이로 거듭나길 희망합니다. 일자리 연계가 아니더라도, 일차적으로는 개인에게도 유익한 강좌이기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혼자보다는 길동무가 있어야 더 멀리, 오래 갈 수 있다고 하죠. 센터와 커뮤니티 회원들이 제가 가는 길에 좋은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막연한 노후에 소속감을 심어주다" -‘아리’ 펀북놀이터 구민서 대표
“제가 대표로 있는 펀북놀이터 동아리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지원사업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림책을 매개로 아이들과 수업하는 과정이었는데, 당시 지원사업은 6개월로 끝났죠. 이후 회원들이 각자 프리랜서로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속감이 결여된 점이 고충이었죠. 마침 부산장노년센터 ‘아리’ 모집 공고를 보게 됐고, 지금은 ‘아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펀북놀이터 동아리’라고 소속을 밝혀 소개하고 있어요. 말뿐인 게 아니라 심적으로도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기분이에요. 센터에서 동아리를 널리 알려주신 덕분에 회원들의 활동도 늘어났고, 저 또한 북콘서트 진행 기회도 얻게 됐죠. 혹시 주변 중장년 중에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공신력 있는 센터의 지원을 받아보고 싶다면 부산장노년센터를 찾으시라 권해드립니다. 나이 들어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닌, 나이가 들어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의 인생, 한 권의 책이 됩니다
부산장노년센터는 ‘신중년 생애전환지원팀’을 두고 이들 세대를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 및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한다. 팀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부산광역시 휴먼북도서관’이 있다. 사업명 속 휴먼북(Human-Book)은 한 사람의 인생이 곧 하나의 책과 같다는 교훈에서 착안한 단어다. 부산시 휴먼북도서관은 ‘인생의 경험을 나누는 도서관’으로도 불린다. 독자들은 읽고 싶은 휴먼북에 열람 신청을 하고, 이후 대상과 마주 앉아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생생한 경험을 전해들을 수 있다. 종이 책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메시지를 체득한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자신의 인생 경험과 경륜, 전문지식에 대해 재능기부를 원하는 신중년(만 50~69세)이라면 휴먼북 대상자로 신청 가능하다.
이밖에도 부산장노년센터는 고령화 대비 노후 진단 및 생애설계 상담, 종합재무설계 서비스, 신중년 적합직종 양성교육, 50+생애재설계대학 네트워크, 부산50+인턴십, 장노년 전직지원 및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의 사업을 통해 부산 중장년들의 노후를 응원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사업들을 잘 유지하면서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부산장노년센터가 진행하는 사업 정보 및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면, 센터에서 운영 중인 ‘50+부산포털’을 통해 확인해보자.
부산장노년센터는 부산시 중장년들에게 노후의 이정표를 제시하며 든든한 동행자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많은 부산 중장년들에게 양질의 환경과 교육, 커뮤니티, 일자리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는 변재우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부산시 중장년 인구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습니다. 시니어의 어떤 특성에 주안점을 두고 센터를 운영하고 계신가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경기도나 서울시와 비교해 부산시 중장년들의 인생 후반전 준비는 미흡한 편입니다. 그에 반해 노후 준비나 생계를 위한 일자리 욕구는 높은 편이죠. 모든 분을 만족시키긴 어렵겠지만, 가능한 한 많은 중장년이 후반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보조금 사업인 ‘60+일자리 사업’, ‘시니어 인턴십’, ‘고용노동부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을 비롯해 민간 일자리 사업인 ‘부산형 50+인턴십’, ‘해양쓰레기 정화사업’ 등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사회공헌 일자리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도 늘어나 관련 분야로 매칭해드리고 있습니다.
Q. 센터를 방문하는 시민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찾아오나요?
우선 퇴직 후 일자리 고민이나 인생 이모작 설계를 위해 방문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밖에도 다양한 고민과 기대를 품고 이곳을 찾아오시지요.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는 생애 재설계 컨설턴트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노후 준비 진단을 통해 다양한 정보 제공은 물론 센터나 부산시 등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까지 통합적으로 안내해드리고 있어요. 저마다 인생 후반전에 필요한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춰 적절한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Q. 상반기 동안 중장년이 가장 만족한 사업은 무엇인가요?
주택보증공사(HUG)와 함께 진행한 ‘해양쓰레기 정화사업’입니다. 해양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신중년 일자리와 매칭해 진행했는데,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사회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반응이 긍정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은퇴 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풀타임 근무보다는 적은 시간을 할애하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선호하는데, 그 점이 충족되어 만족도와 참여도 또한 높았지요. 기분 좋은 성과를 낸 덕분에 함께한 주택보증공사가 올해 계속 지원을 약속해 하반기에도 동일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Q. 센터를 방문할 부산 중장년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만 해도 지역마다 캠퍼스나 센터가 있지만, 부산에는 우리 센터 하나뿐이죠. 모든 부분을 충족하긴 어렵겠지만, 중장년의 의견을 하나하나 수렴해가며 우리만의 지원책과 문화를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봐요. 다들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시니어는 사회·문화의 주류 세력으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있다. 박막례 할머니는 유튜브 구독자가 120만 명에 이른다. 43년간 식당을 운영한 할머니의 유쾌한 입담과 맛있는 레시피가 대중을 사로잡았다. 김칠두는 순댓국집 사장에서 시니어 모델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팔로어 약 5만 명을 보유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시니어는 이제 ‘욜드’(Yold)를 넘어 ‘쏠드’(Sold)로 불린다. 욜드는 ‘Young Old’의 줄임말로 젊게 사는 노인을 말한다. 쏠드는 디지털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스마트한 욜드’를 의미한다. 즉 디지털 시대에 젊게 사는 시니어가 많아졌고, ‘시니어 인플루언서’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란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을 말한다. TV 등의 방송 매체로 유명해진 연예인 또는 셀럽과 달리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수십만 명의 팔로어(Follower,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행을 선도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대중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동년배뿐 아니라 MZ세대까지, 전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음에 새롭게 떠오를 시니어 인플루언서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다.
MZ세대 사로잡은 이유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시니어 인플루언서와 관련해,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라이프, 패션 등 문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연륜과 경험이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모습으로 나타나고, 사람들한테 영향력을 전파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유머러스하고 역동적인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활약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오공훈 평론가는 “대체로 시니어 인플루언서는 젊은 인플루언서에 비해 인기를 통해 수입을 거두려는 경향이 적어 보인다. 상업적인 의도가 적어 보인다는 의미다”라면서 “인생 이모작 마인드로 SNS로 자신을 표현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젊은 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특징에 대해 말했다.
박막례, 김칠두와 함께 거론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로는 패션 디자이너 밀라논나(장명숙)가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93만 명을 기록한 그는 지난해 7월 유튜브 세계를 떠난 상황이다. 그럼에도 밀라논나의 위엄과 존재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젊은 감성과 우아한 면모를 보여준 밀라논나는 특히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장 인기를 끈 영상은 2019년 게재된 ‘60대 명품 바이어가 고른 자라(ZARA, 스파 브랜드) 꿀템’이다. 조회수 540만 회를 넘어섰으며, 3년이 지난 현재도 꾸준히 조회수가 상승하고 있다. 영상에는 자라 매장을 방문한 밀라논나가 여러 의상과 패션 아이템을 보면서 코디 꿀팁을 제안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 과정에서 밀라논나는 명품 의류 중에서 비슷한 아이템이 있으면 바로바로 언급하는데, 그의 경력과 전문성이 돋보인다.
해당 영상에는 ‘멋지다’는 반응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비슷한 표현으로 ‘멋진 어른’, ‘멋진 할머니’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올린 영상에도 ‘인생의 지혜를 얻고자 할 때 찾고 싶은 은사님 같다’, ‘보석 같은 말들이 불안함을 거둬준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대중이 시니어 인플루언서에게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엿볼 수 있다.
오공훈 평론가는 “일단 MZ세대는 시니어 인플루언서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예쁨받은 기억에 대한 그리움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다고 본다. 사실 MZ세대가 처음부터 기성세대에 적대적이지는 않았다.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일부 기성세대의 태도 때문에 적대적인 감정이 생겼다고 예측한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는 꼰대가 아닌 멋지게 사는 어른이다. 그래서 존경의 마음마저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만의 콘텐츠 찾아야
시니어 인플루언서 꿈나무들이 많아짐에 따라 지자체, 민간기관에서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인플루언서 양성 교육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각 캠퍼스에서도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번 달에는 중부캠퍼스에서 ‘SNS 인플루언서 도전하기’ 강의가 열린다. 강사인 안나영 PD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TBS ‘우리동네 라디오’ 지역 PD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해 인플루언서 양성 강의를 한 지 5년이 넘었다는 안나영 PD는 “시니어분들이 갖고 계신 특별한 콘텐츠가 많다. 그 콘텐츠를 배포하는 창구로 SNS 플랫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어떻게 해야 SNS를 잘 활용해 영향력 있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무엇이든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더욱이 젊은 층에 비해 디지털 기기와 친숙하지 않은 시니어가 인플루언서로 거듭나는 길은 고된 여정일 터다. 실제로 스마트폰 작동조차 어려워하는 시니어가 많은데, 그들에게는 SNS 자체가 매우 낯선 존재다. 아이콘의 기능을 하나하나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만들고 업로드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안나영 PD는 콘텐츠의 아쉬움에 대해서는 “시니어분들이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SNS를 통해 말하는 것을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다. 공적인 말하기의 과정 혹은 어법을 따라야 한다는 압박감을 크게 갖고 계신다”고 짚었다. 안 PD는 “부담을 덜 가질 수 있도록 시니어분들에게 사소한 질문, 일상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적이면서 내밀한 기록이 조금 더 쉽게 발굴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콘텐츠란 무엇일까. 시니어가 만든 콘텐츠가 우후죽순 나오고 있고, SNS를 한다고 인플루언서가 됐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너무 많은 상황이다. 안나영 PD는 “SNS를 시작한 시니어가 많아지고 있지만, 콘텐츠가 다양한 것은 아니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차별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행 콘텐츠를 예로 들어보자. 시니어가 만든 여행 관련 콘텐츠는 기존에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여행 콘텐츠가 게재되고 있을지 모른다. 대부분 아름다운 자연 풍광, 여행지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 등에 대한 글과 사진, 영상의 기록이다. 이제는 그 천편일률적인 콘텐츠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이 여행길을 밟게 된 나만의 이유’, ‘내가 겪어보고 발견한, 몸이 불편한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코스’ 등 생각을 전환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안나영 PD는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는 완벽하게 구성·편집된 것보다 오히려 ‘날것’ 그대로가 매력적일 수 있다고 얘기했다. 대중이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보는 이유는 퀄리티가 높아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만이 할 수 있는 얘기를 듣거나, 리얼함이 가득한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나영 PD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만큼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필요성도 증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 PD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를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싶은 명인’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그분들의 시간을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질문하고 싶은 것이다”라면서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삶의 태도나 철학을 따라갈 수 있는 공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공간의 역할을 하는 SNS가 중요하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분을 말하지만,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분도 명인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당장 내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추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어요. 시니어분들은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오셨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도 대응하는 방식이라든지 노하우가 훨씬 다양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삶의 모습이 나한테도 괜찮다고 말해줄 것 같은 거죠. 한마디로 그분들의 SNS는 전 세대의 자존감과 안정감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신중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 사업 공모를 통해 최종 4개 사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선정된 4개 사업에는 특교세 10억 원을 지원하고 전문가 자문을 추진하는 등 지자체가 원활히 사업을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신중년 일자리 창출 사업’은 지역 내 사회 경력이 풍부한 5060 신중년의 사회공헌, 창업, 경력 전환 등을 지원하기 위한 통합공간 조성 사업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신중년 인구에 대한 체계적인 일자리 정책을 마련하고, 신중년의 소득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됐다.
사업을 통해 교육‧상담‧사무‧창업 등이 가능한 공간을 조성하고, 다양한 신중년 일자리 서비스를 한 공간에서 제공할 수 있는 ‘원스탑 플랫폼’을 마련한다. 조성된 공간을 활용해 직접 일자리 찾기, 창업 및 직업 훈련 등 지역 여건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최종 선정된 사업은 익산시(신중년 일자리 사업), 광명시(인생 이모작 지원 사업), 서울 동작구(전문인력 양성 프로젝트 사업), 인천시(신신커뮤니티존 설립 사업)으로 총 네 개이다.
익산시는 중소도시 지역 특성에 적합한 프로그램 운용 등 타지역과 차별화된 사업 계획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광명시와 인천시는 기존 유휴공간을 잘 활용한 공간 조성으로 접근성이 좋은 일자리 센터 조성 및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운영할 계획이다. 동작구는 기존 일자리 센터를 새단장해 상담 프로그램을 확장 운영하는 등, 향후 신중년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신중년은 경제 고도 성장의 주역으로 사회 경험과 경력이 풍부한 세대이며, 인구구조상 앞으로 그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모사업을 통해 5060 세대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다가오는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는 한편, 지역‧세대에 얽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촉매가 될 수 있도록 행정, 재정적 지원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9일부로 중장년 시민의 일자리 사업을 전담하던 서울시 인생이모작과는 사라졌다. 지난달 서울시가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사회참여, 교육, 여가지원 등의 사무를 복지정책실에서 평생교육국으로 이관한다는 조례 개정이 통과되면서 기존 부서 체제가 이달 18일로 끝난 것이다. 이에 해당 과에서 담당하던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기능 축소 및 거처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와중에 최근 SNS 상에는 도심권50플러스센터(이하 도심권센터)의 폐업 주장까지 들리며,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장년 누리꾼들을 통해 공유되는 도심권센터 관계자의 게시글의 내용은 이러하다. “2014년 개관해 올해 9년 차인 우리 도심권센터가 2022년 11년 29일자로 운영 종료될 예정이다. 그날까지 사업 결과 보고와 정산 보고까지 마무리돼야 한다는, 현장의 스케줄을 1도(전혀) 감안하지 않은 통보다”며 “운영 중인 사업은 10월 초까지 조기 종료해야 하고 모집 중이거나 10월을 넘기는 사업은 시작도 못해보고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고, 평생교육국 이관일 뿐 기능의 축소는 없다는 서울시 해명과 다른 현재 상황이 받아들여지질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장년 일자리 분야에서 도심권센터가 갖는 상징성이 적지 않아 이 소식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도심권센터는 2014년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인생이모작지원센터로 설립됐다. 현재 50플러스센터 중에서는 유일하게 구립이 아닌 서울시가 50플러스재단에 민간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해당 글을 작성한 도심권센터의 관계자는 “지난달 갑작스럽게 운영종료 통보를 받았고, 현재 정신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매우 수습하기 힘들고 혼란스럽다”며 “도심권50플러스센터는 재단 설립 이전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했던 곳이다. 9년 동안 일궈온 20여 개 사업들을 조기 종료해야 하는데, 일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명확한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은 상태다. 의미 있던 사업들이 사라져가는 부분이 안타깝고, 어떻게든 센터차원에서라도 잘 마무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최근 기존 인생이모작과 담당자와 해당 업무를 인수인계 받은 평생교육국 담당자는 “아직 도심권센터의 폐업이 결정된 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도심권센터는 내달부터 위탁 연장 기간이며, 그동안 시 담당자를 비롯해 50+재단 및 종로구청과의 논의를 거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위탁 연장 기간은 올해 9월 1일부터 11월 29일까지 90일이다. 앞서 공개된 2019년 민간위탁운영평가위원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지역기반 사업인 센터운영은 자치구 단위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재위탁 기간 중 50+재단으로 고유사업화하거나 구립시설(종로구)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설 폐지를 권고하는 내용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물론 연장 기간 동안 논의를 통해 도심권센터의 거취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심권센터 관계자 역시 이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센터 종료는 기정사실화 됐다고 본다. 안팎으로 이러한 분위기를 인지하는 상태다”라고 털어놨다. 현재 50+재단의 거취에 대해서도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서울시 또는 종로구마저 위탁 운영을 맡지 않게 된다면 그야말로 도심권센터는 허공에 붕 뜨는 셈이다. 언급한 민간위탁운영평가위원회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과거 종로구청이 서울시의 운영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어, 새로운 논의에서 반전이 일어날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전임 시장의 유산이라는 정치적 배경 때문에, 인생이모작과 폐지와 함께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신임 시장에 의해 배척당하기 시작하는 상징적 사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표류하는 도심권센터의 아슬아슬한 상황에 최근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서울시50+인생학교 총동문회 비상대책위원회, 서울시50+커뮤니티 연합회가 팔을 걷어 붙였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운영 종료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 위원회 측에 따르면 현재 10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해당 서명 운동 결과는 도심권센터 업무 주관 부서인 서울시 평생교육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이영욱 회장은 자신의 SNS에 서명 운동을 알리며 “물방울이 바위를 뚫을 수 있다”라고 힘을 모으고 있다. 추후 이들의 물방울이 모여 표류 중인 도심권센터가 정착할 또 다른 터전을 마련할 수 있을지, 서울시 평생교육국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서울시가 민선 8기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중장년의 경제활동 및 사회참여를 지원해온 복지정책실을 평생교육국으로 이관한다는 조례 개정이 지난달 11일 입법 예고 후 열흘 만인 21일 통과됐다. 그 과정에서 중장년층의 일자리 사업을 전담하던 인생이모작지원과가 폐지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는 최근 고령화 속도에 발맞춰 지자체마다 중장년 일자리 사업을 강화하는 것과 비교해, 되레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당시 입법 예고 직후 관련 내용이 화두로 떠오르자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의견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50+는 계속 존재해야 합니다”, “50+는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등 이들 내용의 주된 키워드는 ‘50+’였다. 여기서 시민들이 말하는 50+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50+재단)을 의미한다. 그 이유인즉 인생이모작과가 폐지되는 상황과 더불어 서울시50플러스재단 업무 담당 부서가 평생교육국으로 바뀐다면 노후 준비 및 일자리 관련 사업이 줄고 단순 교육 관련 사업에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의견서를 제출한 시민 윤 모씨는 “전체 시민의 20% 넘는 중장년의 지원 정책은 상담부터 일자리까지 종합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중장년층 50+정책을 평생교육으로 이관하면 인생 이모작지원 사업의 범위가 너무 협소화될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 모씨는 자신을 “50+재단의 인턴십, 보람일자리 등의 활동을 통해 제2커리어를 개척하고 있는 은퇴자”라 언급하며 “예정대로 부서가 이관되면 50플러스센터는 여가나 즐기는 장소로 전락할 것이다. 현장을 무시한 채 사무 행정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50+재단은 이제 서울시 중장년에게 많이 알려지고, 매년 많은 시민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잘 경청해 입법을 결정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세계에서 인정 받는 모델 홀대 이유는?
2017년 대한민국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그해 서울시와 50+재단이 50+세대(50~64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95%가 ‘서울시의 50+지원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압도적인 결과였다. 해당 보고서에서 손수호 인덕대 교수는 “단순 생계형 일자리 연계가 아닌, 인생재설계, 커리어모색과 같은 프로그램과 더불어 사회적 지원이나 협동조합과 연계하는 정책들이 사회적 기회는 물론 ‘보람’이라는 가치를 제공해 수혜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이라 분석했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시 50+지원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항목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100세 시대 대비 상담, 교육, 일자리 커뮤니티 등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50+지원시설 확대’(52%)라 답했다. 새로운 일자리 모델 발굴에 대한 의견도 39%로 적지 않았다. 이에 허남철 경기대 초빙교수는 “50+세대에게 중요한 건 다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도전해 나갈 수 있도록 상담, 교육, 일자리, 커뮤니티 지원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 해석한 바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바람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50+재단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인생이모작 프로그램 발굴 및 일자리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중장년 취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서울50+인턴십',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 '50+적합일자리' 등 새로운 분야로의 취업을 희망하는 50+세대와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을 연계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은 공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높이 평가 받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꼽은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우수사례'에 '서울50+인턴십',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이 선정되기도 했다.
나아가 OECD ‘공공부문 혁신 우수사례’ 선정, 제2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 최우수상 수상, WHO 서태평양지역 건강한 고령화 혁신사례 선정 등 해외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에 타 지자체 및 기관에서 앞 다퉈 벤치마킹했고, 2015년 ‘서울특별시 장년층 인생이모작 지원 조례’가 제정된 이후, 서울시 자치구를 포함한 전국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중 68곳이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전국적으로 50+정책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올해 보건복지부는 50플러스재단을 모델로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하도록 노후준비지원법을 지난달 개정했다. 앞으로 서울의 각 자치구도 지역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하는 업무를 시와 협의해야 하는데 정작 시의 담당 부서는 없어지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올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50플러스재단 설립을 6개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고, 50~60대의 노후 설계, 평생교육, 취·창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기존 2곳에서 7곳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초 발표한 ‘서울시 50+세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과정을 겪으면서 노후 설계 지원을 위해 가장 필요한 영역을 묻는 항목에서 1위는 건강관리(75.8점)였고, 2위가 일자리(69.1점)로 나타났다. 감염병 우려 등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일자리 지원에 대한 수요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요구와 달리 오히려 일자리 지원이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하니 50+ 시민들은 불안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해명에 해명, 이제 해결을 위해 재고할 때
입법 예고 게시판을 비롯해 그 원성이 적지 않았으니, 서울시도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마냥 모르지는 않았던 눈치다. 지난 13일 서울시 기획조정실은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사회참여, 일자리 지원 등의 사무를 그대로 평생교육국으로 이관하는 것으로 소관 사무의 관할이 변경되는 것이므로 기능 축소는 있을 수 없다”며 “서울시는 평생교육 기능과 연계하여 중장년층 대상의 종합적인 행정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시의 표면적인 해명은 여론을 잠재우긴 역부족이었다.
15일 홍국표 의원(도봉구 제2지구, 국민의힘)은 제311회 임시회 본회의 오분발언을 통해 관련 사항을 재점화했다. 홍 의원은 “우리 사회 대다수 중장년층이 노후 준비를 위해 일자리를 계속 필요로 하고, 산업현장에서의 기술과 지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중장년을 위한 적극적인 일자리 지원이 요구된다”며 “서울시는 일찍이 중장년 일자리 전담부서(인생이모작지원과, 50+재단)를 설치했고, 중앙정부토 서울시를 벤치마킹해 작년 12월 ‘노후준비지원법’을 개정해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하도록 했다. 중앙정부와의 정책적 공조와 증가하는 중장년층 취업 지원 수요를 고려하면 더욱 지원을 확대해야 하므로 서울시 조직 개편안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처=서울특별시의회 공식 유튜브채널
박유진 의원(은평구, 더불어민주당)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박 의원은 “평생교육국의 현재 조직도를 보면 산하에 교육정책과, 평생교육과, 청소년정책과, 친환경급식과 등이 있다. 누가 봐도 교육에 특화·집중돼 있는 거지, 일자리 창출의 방향성과는 결이 안 맞는다”며 “중장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어려운 일을 지금까지 묵묵히 해 온 조직에게 더 큰 기회와 열정을 북돋아 줄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이지, 결이 비슷하다고 해서 조직통폐합이라는 미명으로 날려벌일 일이 아니라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단지 전임 시장의 공들인 치적이라 해서 과감히 날려도 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생이모작으로 대표됐던 중장년층 취업이나 일자리 창출에 대해 평생교육국이 그만한 역량과 기회를 만들 준비를 갖췄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더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능이 비슷하거나 중복된 투자출연기관 최소 3~4개는 통합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시 투자출연기관 26곳 중 50+재단, 평생교육진흥원, 공공보건의료재단, 기술연구원 등이 주요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에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동조합 협의회는 일방 통행식 구조조정 정책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조직 진단과 연구 용역 등을 종합해보면 시민과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와 소통은 없고 오로지 전시성, 홍보성, 경마식 태도 일색이다.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공공 서비스보다 이윤 추구'라는 정책 방향은 시민을 위한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인력재배치는 사업 신설, 축소, 폐지 등 재구조화에 따라 2023년 예산편성과 연계되는 사항으로, 약자와의 동행 등 서울시민을 위한 시정철학이행을 위해 필수적 조치”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 인생이모작지원과 관계자는 조직 개편과 관련한 이러한 우려에 대해 "업무 축소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닌, 단순 부서 이관이다"라며 "과거 인문학, 교양 위주의 평생교육과 달리, 전직 교육이나 커리어 탐색 등 일자리와 연계된 교육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본다. 담당자들 또한 부서 이동만 있을 뿐 기존의 업무를 이행하는 게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일련의 행보에 자칫 50+세대가 약자로서 뒤처지진 않을지, 과연 평생교육국은 50+세대와 동행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구슬치기와 딱지치기 하는 것을 좋아한 개구쟁이가 어느새 환갑이 넘어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있다. 거울을 보면 머리숱은 적지만 하얗게 셌으며 눈가에는 주름이 지고 검버섯도 핀 얼굴이 푸석푸석한, 익숙하지만 낯선 모습의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요즘 백 세 인생을 누리려면 이제부터 인생 이모작을 차분히 그리고 계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비붐 세대로 농경사회와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화사회를 숨 돌릴 새 없이 겪고 인공지능 시대를 앞둔 채 노년기에 접어든 어르신의 헌신과 고충, 그리고 불만과 불안을 이해한다. 농경사회에서 노인은 지혜의 창고이자 살아 있는 교과서였다. 날씨를 가늠해 씨앗을 뿌리는 것부터 농사짓는 기술과 도구 사용 방법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서,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그 시대에 통용되었다. 오랜 인생 역정을 통해 터득한 경륜과 지혜는 후손에게 존중받았다. 또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전통과 유교의 효 사상을 결합하여 장유유서, 즉 연장자가 존중받는 문화가 당연시되었다. 대가족제는 이러한 어른 존중 사상이 강화되는 장치로 작용했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자본이 위력을 발휘하고 경쟁이 심화되자 공동체 정신이나 가족주의는 쇠퇴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면서 연장자 우선이나 노인 우대 사상은 우리 사회에서 서서히 영향력을 잃어갔다. 더구나 정보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은 정보기기 작동이 서툴고 정보에 어두워 속이기 쉬운 나약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지어 저출산·고령화가 고착되는 사회구조에서 자식 양육과 부모 봉양에 힘쓰느라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을 ‘연금충’이라 하고, 할머니들이 시끄럽게 떠든다며 ‘할매미’라고 비유하는 현실에 노인은 먹먹함과 배신감을 느낀다. 또한 노인이 젊은이의 일자리를 침범한다는 허구적인 사실에 근거해 노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갖거나, 노년층을 맹목적이고 극단적인 정치집단으로 인식해 태극기부대라고 비하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경로 사회에서 벗어나 혐로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약 30년 동안 국민의 가치관 변화를 그 나라의 노인 비율(65세 이상)과 연관 지어 분석한 결과, 고령화율이 높을수록 노인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나 존경이 줄어든다고 했다. 사회 구성원이 고령화사회로 갈수록 부양해야 할 노인의 증가에 대해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에 노인을 별다른 효용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라고 짐작된다.
한편 한국에서 노인이 조롱과 차별 그리고 혐오의 대상이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보다 급속하게 시대 변화를 겪고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이 저마다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시대가 변해서 젊은이가 노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핵가족 시대 혹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는 시대에 조부모의 지혜와 경험은 듣기 어렵고 들을 수도 없다. 더구나 사회구조와 인식 변화로 인해 소통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노인과 개인주의에 익숙한 젊은 층의 대화는 자칫 갈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상황적 변화 속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소통 부족 그리고 소외와 무시 등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로 시작되는 케네디의 명언처럼 노인이 먼저 나서서 이웃과 주변을 살피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겨울에 눈이 오면 아파트에 사는 노인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마음 맞는 노인과 함께 아파트에 쌓인 눈을 청소하고 경로당에 모여서 차라도 한잔하며 한담을 나누면 신체 및 정신 건강에도 좋고, 노인에 대한 주민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나이 먹은 것이 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벼슬도 아니다. 젊은 세대가 노인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노인이 자기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대접받으려고만 한다든지, 나이를 내세우며 권위적으로 무엇인가를 강요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등 부정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게 손가락질받는 이런 모습을 개선하지 않으면 노인은 꼰대 혹은 꼴통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다. 따라서 노인도 대우받기 위해서는 어른답게 배려심을 보여주고, 경로우대를 해주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실수를 하면 미안하다고 하는 등 지킬 것은 지키고 가릴 것은 가려서 행동해야 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젊은이라고 하대하거나 하찮은 일로 싸가지 없다며 갑질하거나 억지 부리는 것은 치기 어리고 못난 노인의 모습일 뿐이다.
노인은 세상을 웬만큼 살아본 만큼 누구보다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제대로 분별할 수 있다. 자존심과 품격은 본인이 가꾸고 유지해야 한다. 노인 혐오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어른답게 체면을 차리면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실천을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 시니어들이 보이스피싱·스미싱으로 피해를 본 금액은 7000억 원. 매해 사라지는 은행 점포는 300여 개. 스마트폰 보급률은 95%에 이르지만 60세 이상의 모바일뱅킹 사용률은 25%에 불과하다.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62)은 디지털 시대의 정보 격차가 금융 소외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미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의 말이다. 대한노인회에서 정책이사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정부·국회와 함께 노인 빈곤 문제 등 노인 정책을 다뤘던 오영환 사무총장은 이 문장에 깊이 공감했다. 금융을 잘 모르는 시니어가 많기 때문. 시니어들이 노후 빈곤을 겪지 않으려면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를 설립하고, 연간 2만여 명의 시니어를 만나고 있다.
Q 대한노인회에서 노인 정책 관련 일을 꽤 오래 하셨는데 어떻게 시니어 금융 교육을 시작하시게 됐나요?
대한노인회에서 노인정책 이사로 있으면서 노인 빈곤, 노인 소외, 노인 복지 등에 대한 정책들을 보건복지부, 국회와 함께 협의하는 일을 했습니다. 서울시 일자리위원회 위원, 웰다잉 시민운동 이사로도 활동했는데요. 노인에게 필요한 정책 중에서도 노인 빈곤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이유 외에 금융도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은행 점포도 없어지는 추세인데, 디지털 금융을 모르면 노후가 빈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는데 나이 들면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시니어들의 스마트폰 활용도가 무척 낮아 디지털 정보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뱅킹만 보더라도 2030 세대는 약 80%가 사용하는데, 50대는 51% 수준이에요. 60대는 18.7%, 70대 이상은 6%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모바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 금리 우대도 해주고, 계좌이체 수수료도 면제되고요. 대출받을 때 금리 우대도 받습니다. 이런 돈을 연간으로 계산하면 50만 원 정도 차이가 납니다. 디지털 정보 격차가 금융 격차로 이어지는 셈이죠.
시니어의 경우 의도하지 않은 정보 차단도 많이 겪습니다. 요즘은 시니어도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요. 예를 들어 태극기 부대가 뭔지 궁금해 눌러봤는데, 알고리즘으로 인해서 계속 태극기 부대 관련 영상이 올라오는 거예요. 하나를 보면 그것에 관련된 내용만 계속 나오니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되는 거죠. 그래서 시니어들에게 디지털 시대의 금융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2017년에 금융위원회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를 설립하게 되었죠.
Q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는 어떤 일을 하나요?
많은 시니어가 금융사기로 피해를 보고 있고, 금융 소외를 겪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인 착취 문제도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죠. 노후 빈곤을 예방하려면 생애 주기에 맞춰 은퇴 준비도 해야 합니다.
곧 다가올 초고령사회에서 시니어들이 빈곤에 시달리지 않고 행복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금융사기예방교육, 디지털금융교육, 은퇴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교육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생활 팁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요즘은 기차표를 사는 것도, 호텔 예약도, 쇼핑도 다 스마트폰으로 하잖아요. 실제 교육을 받은 분들이 “자식들에게도 물어보기 어려웠는데, 배우고 나니 너무 편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동네에서도 이런 교육을 쉽게 배우실 수 있도록 노인종합복지관, 도서관, 대한노인회가 운영하는 경로당, 노인대학 등 여러 기관과 함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시니어뿐 아니라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정책을 목적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시니어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금융이 디지털화되면서 정보 격차가 벌어지고 금융사기를 당하는 시니어가 많아졌습니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 시니어들이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으로 잃은 금액이 7000억 원 정도 됩니다. 역대 최고 금액이에요. 예상외로 50대가 굉장히 많습니다. 피해 건수로는 70~80대가 많은데, 피해 금액은 오히려 50대가 훨씬 많아요.
고전적인 수법은 전화로 “당신의 자녀, 손주를 납치했다”고 하는 건데요. ‘나는 안 속는다’고 하지만 막상 당하면 머리가 하얘진다고 해요. 요즘은 또 보이스피싱 하는 사람들이 피싱 전화를 걸면서 동시에 실제로 자녀를 만나고 있어요. 휴대폰을 빌려달라거나 해서 자녀에게 확인하려고 거는 전화를 가로챕니다. 납치되었다는데 전화를 해도 안 받으니까 속는 경우가 많죠. 또 문자를 이용한 스미싱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어요. “아빠 휴대폰 고장 났어요. 돈 좀 보내주세요”라는 문자, 해외 구매한 상품이 세관에 있으니 확인해보라는 문자 등이 있어요. 젊은 분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경고를 받는데, 시니어들에게는 그런 경로가 많지 않아요.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850만 명 정도 됩니다. 50세 이상 시니어까지 포함하면 2000만 명이에요.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2026년 초고령사회로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1년 앞당겨졌어요.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니 노인 착취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요양원 원장에게 통장을 맡겼다가 치매가 와서 그 사실을 잊어버리자 원장이 그 돈을 써버린 사례도 있고요. 간병인이나 지인이 그러기도 합니다. 부모의 연금을 자식이 가져가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요. 치매기가 있는 노인에게 케이블TV 하나 두라며 대충 사인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고 법적으로는 ‘후견인 제도’라는 걸 운영하는데요. 간단히 말하면 누군가 내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려고 할 때 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데다 그 과정도 굉장히 복잡합니다. 법원에 신청하면 판사가 판결을 통해 후견인을 지정해줘야 하고 변호사도 있어야 하는데, 70세 넘어 이 과정을 할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대안으로 주민센터 공무원이나 노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가 후견인이 되는 ‘공공 후견인 제도’가 있어요. 노인 착취 문제는 주로 70세 이상 노인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그전에 이런 방법들을 알아둬야 합니다.
2025년이면 인구의 20%가 노인입니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니 그 피해도 늘어나겠죠.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시기에는 자신의 재산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거든요.
Q 금융 교육은 어떤 내용인가요?
금융 관련 교육은 크게 디지털금융교육과 금융사기예방교육이 있습니다. 금융사기예방교육은 연극과 뮤지컬로 만들어서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강사가 앞에 나가 PPT를 띄우고 교육을 했는데 지루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극단과 함께 금융사기 내용을 연극으로 만들었더니 굉장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다음 더 재미있게 해보려고 트로트 뮤지컬을 만들었어요. 트로트가 나오니 함께 따라 부르고 춤도 추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연극과 뮤지컬을 합해서 약 2년 동안 100회 가까이 공연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동안은 공연을 못 했어요. 아쉽지만 이번에는 국악으로 흥부놀부 이야기를 통해 금융사기를 알리는 영상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디지털금융교육은 먼저 스마트폰 이용과 같은 디지털 교육을 하고, 잘 따라오시면 금융 교육으로 넘어가는데요. 시니어들은 교육을 할 때 직접 해봐야 해서 1:1 대면 교육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대면할 수가 없게 되었죠. 고민을 하다 행사로 기획했던 ‘시니어 골든벨’을 비대면으로 시도해봤습니다. 먼저 지원자들에게 골든벨 교재를 보내드리는데요. 예상 문제집인 셈인데 거기에 생활에 꼭 필요한 금융 꿀팁을 담았습니다. 금융사기, 투자, 보험, 주택연금 등 금융 상식도 넣고, 유튜브로도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시니어 골든벨’은 화상 채팅으로 진행하고요. 250명이 정원인데, 참여율은 70~80% 정도 됩니다. 혼자서 화상 프로그램 접속을 못 하시거나, PC가 없어서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런데 유튜브 완주율은 100%입니다. 골든벨 대회도 좋지만, 저희 목표는 대회 준비 과정을 통해 금융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는 거였거든요.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금융 교육도 하지만 은퇴 교육도 하신다고요. 은퇴 교육이라니 조금 생소합니다.
은퇴 교육도 결국은 금융 교육이에요. 생애 주기별 금융 교육이 필요한 것이죠. 우리에게는 세 가지 수명이 있습니다. 평균수명, 건강수명, 경제수명인데요.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4세입니다. 건강수명은 평균 74세, 경제수명은 평균 70세예요. 평균 10년을 노인성 질환을 앓고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신다는 뜻이죠. 은퇴 교육은 경제수명을 늘려서 시니어들이 노후를 조금 더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은퇴 교육은 40대에게 가장 필요합니다. 은퇴 이후의 삶을 미리 설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직 젊다고 생각해서 교육을 많이 안 받아요. 그래서 일단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6개월 앞둔 분들에게 하고 있어요. 교육청, 사학연금, 공무원 연금공단 등과 연계해서 교사, 교직원,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은퇴를 하면 신체적 변화뿐 아니라 수입과 지출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수입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병원비 지출은 많아지죠. 재무적으로 그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또 비재무적으로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준비해야 하죠. 요즘은 우스갯소리로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산다’고 그래요. 50세에 은퇴하고도 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거죠. 인생 이모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시니어분들이 많은데, 은퇴 후 삶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분들을 위한 금융 교육과 은퇴 교육도 중요합니다.
Q 시니어금융소비자보호정책 포럼을 열어 시니어 디지털 금융 격차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하셨는데요. 고령 친화적인 정책들이 생겨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에 은행 지점 311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점포가 없어지는 곳은 첫째 낙후된 지역, 둘째 고령화된 지역입니다. 많은 분들이 은행을 공공기관으로 생각하지만, 은행은 민간 기업입니다. 점포 하나를 유지하는 데 월 2억~3억 원이 필요하다고 해요. 그러니 점포를 닫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동네 은행이 문을 닫으면 시니어들은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해요. 금융 접근성에 제한이 생기죠. 그래서 대안을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건 디지털 금융 교육입니다. 점포를 없애기 전 디지털 금융 교육을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점포 폐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어요. 지역 주민들에게 설문조사도 하게 되어 있고, 점포를 닫는 대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작됐는데요. 그 하위법으로 노인과 관련된 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가 시니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야기했던 내용이 많이 반영되고 있는데요. 올해 안으로는 완성될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어르신 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공공·민간분야 일자리 10만 개를 발굴한다고 발표했지만, 취재결과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 가능 여부가 모호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시내 65세 이상 인구는 157만 3000명으로 서울시 전체 인구(955만 8000명)의 16.5%를 차지하는 가운데, 어르신 복지 종합계획은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방책이다.
우선 서울시는 공공분야 일자리 중에서 선호도가 높고 전문성이 강한 투자출연기관의 직무를 발굴하는 ‘시니어인턴제’를 도입해 2025년까지 총 310명을 선발한다. 50플러스재단은 “발굴하고 협의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확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는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한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와 별도로 공공‧민간 일자리를 연계하는 ‘서울시 어르신일자리지원센터’를 2025년까지 설립해 노인들의 구직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생이모작지원과는 “시니어클럽 등 각 자치구를 중심으로 어르신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자리에 대한 정보가 통합돼있지 않고 각개 전투식으로 진행 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기관과 기관의 역할을 연계하고 정보를 공유해 어르신들이 조금 더 편하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사업의 취지를 밝혔다.
향후 향방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며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내년에 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타당성 조사의 결과에 따라 2023년부터 어르신 일자리 사업을 시행 중인 각 기관과 협의하는 등 사업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수상이라는 기쁨을 얻었다. 다시 힘을 내 도전하라는 따뜻한 격려로 받아들인다. 계속 글을 쓰며 시니어 문학의 한 장을 채워나가겠다.”
27일 열린 고품격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신한은행과 함께 연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 시상식에 참가한 시니어 수상자들은 공통적으로 이와 비슷한 수상소감을 밝혔다.
미니자서전 부문에 ‘대륙에서 길을 묻다’를 출품한 김영식 씨는 시니어들과 치열한 경쟁 끝에 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김영식 씨는 “인생 이모작에 새롭게 도전하며 살아가겠다”며 “글쓰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력’을 보태라는 숙제를 늘 정직하고 공감과 위로를 주는 가치있는 글로 보답하겠다”고 동영상으로 수상소감을 밝혔다.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은 만 50세 이상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4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 달 반 동안 ‘인생 이모작’, ‘앞으로 꿈꾸는 나의 모습’, ‘나를 30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들’, ‘퇴직 후 1년의 생활’, ‘마침내 무한변신’ 등 5가지로 주제로 진행됐다.
김주영 작가, 윤정모 소설가를 비롯해 장석주 시인, 안도현 시인, 부희령 작가, 신아연 작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6명은 공모 작품을 공정하고 엄격하게 심사했다.
윤정모 소설가는 “대체로 형식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사색의 깊이와 수사와 문장에서 갈고닦은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며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대륙에 길을 묻다’가 이후를 잘 마무리하길 바라며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심사평을 제시했다.
7월 15일 당선작 발표에 이은 8월 27일 시상식에서는 영광의 수상자들이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번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에 따라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대상과 최우수상, 쏠드상, 우수상 등 일부 수상자만 참석해 소규모로 진행됐다.
이날 자리를 빛낸 김상철 이투데이 대표는 “소설과 수필, 시 같은 작품이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 감동을 준다. 시니어 여러분들이 좋은 글을 써주셔서 수상작이 모두 훌륭하다. 수상을 축하드린다”며 감사의 인사와 함께 수상자들을 독려했다
최우수상과 쏠드상 수상자 시상에 나선 이병철 신한은행 부행장은 “코로나로 어려움이 많은 시기에 희망을 갖고 이렇게 좋은 활동을 보여준 시니어들이 놀랍다”며 “신한은행이 이번에 처음 참여했는데, 계속 지원해 시니어들이 행복한 노후, 성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돕겠다”고 시니어들의 인생2막을 응원했다
단편소설 부문에서 ‘부적 쓰는 여자’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도열 씨는 “코로나19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제게 최고의 선물”이라며 “욕심을 부려본다면 달나라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처럼 아무도 밟지 못한 미지의 땅에 소설가로서 첫발자국을 남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 부문에서 ‘부록’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귀순 씨는 “유통기한 지난 식품처럼 비켜선 지 오래, 하마터면 주저앉았을 일상의 무기력한 안주. 어떤 경우든 포기했다면 얼마나 큰 낭비일 수 있는가를 깨닫게 한 수상”이라며 시니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동화 부문에서 ‘마음우체통’으로 쏠드상을 수상한 박상미 씨는 “무엇을 하든 포기하지만 말고 꾸준히 하자고 오늘도 나 자신을 독려한다”며 “그러다 보면 나의 뮤즈를 만날 수 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올해 수상자들에게 큰 기쁨을 준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은 내년에 더 많은 시니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